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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5
네코쿠라게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휴우가 나츠 원작, 나나오 이츠키 구성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7월
평점 :

1. 원작은 라이트 노벨이랄까 후반으로 갈수록 로판물에 치우쳐간다. 어딘가 고대 중국을 연상케 하지만 제대로 시대 고증 같은 걸 하지는 않는 오리지널 판타지. 그러니까 퓨전 사극인 셈. '후궁의 까마귀', 십수년도 더 전에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던 '새벽의 연화'와 달리 기본적으로 장르는 의약학 드라마에 추리물을 더한 것으로, 정통 사극이 아니다보니 자연스레 대사도 딱딱한 사극 풍이 아니라 몰입하기도 쉬운 편이다. 그래서 내가 이 작품을 로판물로 취급하는 것이다. 혹자는 '그래도 사극인데'라며 이런 부분을 아쉬워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통 사극도 아니고 철저한 시대 고증이 필요한 작품도 아닌데 굳이 어려운 사극 풍 대사를 읊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원작소설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도 의학 용어나 약학 용어를 굳이 영어 용어를 다수 차용하고 있는 건 솔직히 좀 깨긴 한다. 사실 마오마오라는 캐릭터 자체가 좀 많이 깨긴 한다. 그녀를 알아갈수록 점점 식겁해가는 진씨의 표정을 보라. 많은 사람들이 못 깨닫는 사실인데, 오리지널 퓨전 환타지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느슨하게나마 작중 배경이 되는 왕국의 모티브는 당송 시대다. 그 때 의학 지식이 얼마나 되겠나. 근데 용어 사용 면의 부자연스러움을 제하면 딱히 문제 삼을 부분도 아니거니와, 무엇보다 원작 소설 자체가 상당히 내용이 좋고 애니메이션도 이걸 잘 살린 느낌이다. 이제 슬슬 결말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부분에서 잘 끝나긴 했고(우리가 원하는 건 사실 진씨와 마오마오가 꼭 뽀뽀하고 응응하고 애 낳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나저나 그렇게 되면 마오마오의 인생이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되어버릴게 눈에 선해서.. 이미 최신작에선 반쯤 그러고 있다.) 속편도 나올 예정이다. 이미 유명해졌지만 추천한다.
2. 어느 날 궁에 팔려온 마오마오는 어떤 사건이 궁금하여 혼잣말을 한다. 그 혼잣말을 심상치 않게 아름다운 환관이 엿듣는다. 이렇게 스토리는 흘러간다. 그러나 그 환관은 보면 볼수록 잘났다. 자신의 얼굴 이상으로 그러하다. 궁을 쏘다니면서 비밀을 파헤치고 볼 거 못 볼거 다 본 마오마오는 그를 피해다니기 시작한다. 당연하다. 내가 살고 나서야 썸이고 로맨스고 성립되지 죽어서 혼백이 남지 않았다면 진행되는 러브스토리는 없다. 잘난 그 진씨가 그렇게 막무가내인 이유는 그가 잘난 사람이라서다. 그가 자신의 마음 속 편협함을 넘어서서 마오마오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미자무강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팔려서 살수가 되었고 연인에게도 버림받은 여주에게 비운의 혈통 공자가 접근한다. 그러나 여주는 '공자로서는 죽어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서로 동등한 지위가 아니고서는 대등한 입장에서의 사랑은 불가능하다.'며 그를 내친다. 그녀가 살수 최강의 자리에 올라서고서도 여전히 공자를 부르지 않는다. 아직 충분치 않다는 말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진씨가 더 갈등하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약사가 이상한 듯이 사람들이 표현하는데 내가 보기엔 오히려 너무 관대하여 사실 약사 쪽이 진씨를 더 좋아하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하여간 미자무강을 보고서 내 눈이 높아져 작품의 분위기에 휩쓸려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