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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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우리나라에서는 이 소설이 19금이라는 게 수긍이 가는 단편들이 몇 개 있기는 했다.
 (본인의 삐딱한 생각으로는 독재자가 등장하는 '하등인간'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했다만.
 뭐 실질적으로는 18금 19금에 달려드는 독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으므로 좋은 게 좋은 건가.)
 한 가지 알려드릴 게 있다면, 귀신이 나오는 소설보다는 철저히 집요하리만큼 인간만 등장하는 소설들이라는 것이다.
 피와 살이 튀기는 장면이 여럿 나오므로 비위 안 좋으신 분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려 조심히 읽어야 한다.
 뭐, 낮짝 두꺼운 본인이야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베이글을 씹어가며 읽었다지만.
 전에 읽었던 '히토고토' 생각이 자꾸 났지만, 그래도 일본공포소설보다는 한국에서 통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일방통행'이라거나.
 '팔란티어' 소설을 쓴 사람의 단편 등, 인터넷에서 쓴 글을 추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짱짱한 배후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못 써서 시선을 끄는 '감옥'과 어딘가 슬픈 느낌을 주는 '하등인간',
 읽은 후 반전때문에 내내 본인을 피식피식 웃게 해 정신이상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모텔탈출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
 반면 이종호씨의 '아내의 남자'는 반전이 너무 뻔해서 약간 실망. 기대치가 너무 컸나?
 현재 4편까지 나왔다는데, 다른 책 읽기도 바쁘지만 가급적 연속으로 정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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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 OTL - 대한민국의 인권을 보는 여섯 개의 시선
한겨레21 편집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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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한나X당 위원님들이 신경 쓸 날도 지났다고 생각되고, 빨갱이 취급할 때도 지났다. 게다가 광범위하다 못해 무식한 체포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신문과 방송에 널리 알려져 사람들의 오해마저 풀렸으니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홍대클럽과 술로 밤을 지새우는, 혹은 과제와 레포트 ‘짜집기‘하러 인터넷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밤을 지새울 무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깡으로 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은 그 사실에 대해서도 결코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한X라당 위원님들은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청문회에서까지 거론하면서 진지하게 걱정하시던데, 죄송하게도 난 집회에 참가한 이후 대학에서 장학금을 연속 두 번 타갔다. 게다가 시세에 대해서 꽤나 냉철한 판단을 자랑하는 남자친구까지 잡았다. 남자친구는 이명박 대통령 씨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니 감사하라고 하더라. 감사까지는 싫지만 4대강 파헤치느라 고생이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각설하고, 촛불시위를 할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내가 가장 분노했던 건 라면과 도시락으로 빈속을 채우며 하루 종일 멀거니 우리들을 바라보던 전경들도 아닌, 내 주위에 있는 무신경한 인간들이었다. 사람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만든 홍보물을 가득 지고 한 장씩 건넬 때 버리거나 한 술 더 떠 ‘이런 걸 왜 내 앞에 들이미느냐, 같이 잡혀가라고 시위하는 거냐’ 라고 말하며 눈앞에서 힐로 짓밟고 지나가는 아줌마들. 대통령이 다 알아서 할 테니 쓸데없는 모임에 나가지 말고 공부해서 학점이나 열심히 따라고 말하는 교수님들. 교통에 피해가 되지 않느냐며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지, 저게 무슨 짓이람’ 이라고 말하며 쇼핑 나가는 친구들.

 집회에 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충고하더라. 그들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으니 뭐라고 하지 말자고. 그냥 “우리끼리 우리의 의사를 전하면” 된다고. 우리끼리 있는데 텔레파시를 보내자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의사를 전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은 차마 던질 수 없었다. 사실 그로 인해 내 인간관계도 많이 바뀌었다. 집회에 나가지 않은 후부터 친구들과 다시금 어울리기 시작했지만, 끝내 관계가 끝나버린 친구들도 생긴 것이다.‘나만 아니면 돼’라는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한 의견은 나에게 공포로 느껴졌다.

 각설하고, 이 책은 최근에 인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촛불집회 시위를 포함해 장애인 인권과 말기 암 환자의 인권 등 인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짜깁기 되었다. 심지어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내 무심함도 낱낱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살짝 찔렸다. 경비아저씨에게 택배 좀 맡겨달라고 칭얼거리던 자취 초기 시절이 떠올랐던 것이다. 확실히 그들이 내내 다리 펼 데도 없는 조그마한 아파트 안 경비실에 종일 박혀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주민들이 분리수거하지 않고 내팽개친 쓰레기들을 정리해야 하는, 주민들의 택배를 맡아 놓고 이제나 저제나 찾으러 오기를 기다리는 임무 외의 고통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진상’고객들과 인권을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고통 받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베풀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최근 인권이라는 주제에 빠져 관련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이유도 나름 서빙업에 종사하면서 종사자들의 불편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역지사지라고 해야 할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예절 교육 외에 이만한 교육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교통 혼잡과 러시아워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니, 인권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한 세계이다.

 내용은 책을 직접 봐야 알 수 있고 내가 일일이 그 내용을 거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쯤에서 생략하려 한다. 책 뒤편에 쓰여진 평론 글 중에서 ‘이권과 인권의 경계조절’에 대한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종종 어른들은 돈으로 사람의 모든 가치가 평가되는 세상에 살면서 '이런 게 사회다’라고 말하곤 한다. 나도 이미 어른이지만, 그 말은 결코 쓰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살아가려 한다. 자신의 이권 때문에 남의 인권이 무너진다는 사실은 모르는가? 나의 무지와 행동으로 나가지 못하는 망설임이 다른 사람에게 민폐라는 사실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80년대만 해도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는 마트 계산원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산업화 시대에 일하지 않고 학교에 다니는 6~8세 중산층 혹은 저소득층 아동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그런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할 참인가?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이 오히려 사회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건 우리의 시대일 뿐이다. 다음 세대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야하며, 그래야 우리가 일생을 사람답게 살고, 인간 고유의 삶의 가치를 지닌 채 포유류의 삶을 벗어날 수 있다.
 심지어 내 후손따위 낳지 않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사람인 이명박 대통령 씨가 쥐박이라고 불렸던 그 치욕과 불명예를 한X라당은 기억하는가? 잃어버린 10년 타령은 집어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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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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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에 쓴 글을 제외하고 '미학전문' 진중권씨에 대해 읽은 글은 "미학 오디세이".
 그리고 정재승 씨가 쓴 책으로 "과학콘서트"를 읽은 적이 있다.
 둘 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나타나지만, 둘의 색깔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 차이를 선명히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책의 표현 그대로 위키피디아, 21세기 소년 등 나름 이슈가 된 일들에 대한 견해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적은 글이다.
 진중권씨는 위에 썼던 말대로 정치에도 상당한 관심이 있으시기에 중간중간마다 사회개탄에 대한 블랙유머와 독설이 들어가있다.
 (어쩌면 성격 자체가 그냥 시니컬하신지도 모르겠다.)
 특히 한X라당이라거나 한나X당같은 정치가 분들은 당연히 그가 쓴 글을 농담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전경 시켜 잡아간다는 둥 혼란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가 쓴 글은 농담도 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안티도 상당히 많으신 분이다. 본인은 존경하는 입장이지만.
 반면에 정재승 씨는 자신의 지식을 최대한 쉽게 써 내려가려 노력하는 분이다.
 읽는 내내 그의 수고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때가 바로 그가 제시하는 여러 문화분야들이다.
 만화책 정도는 취향으로 봐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려는(?) 문화인으로서의 노력이 느껴진달까.
 덕분에 물리라는 글자만 봐도 속에서 멀미가 날 것 같은 본인조차도 그의 글을 편안하게 앉은 자세로 술술 넘길 수 있는 것이다.
 그들도 지식인으로서 자신들의 차이를 서로 알고 있었을까? 강호동과 유재석의 차이에 대한 글을 보면서 슬쩍 웃음이 나왔다.
 지식에 대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에 재미있는 사진도 많이 올려져 있고,
 무엇보다 글 자체가 매우 짧고 간단한 어휘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개그콘서트'에 대한 글에서 극단적으로 갈라진 둘의 의견이 매우 재미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진중권씨 편이다. '봉숭아학당' 빼고는 웃을만한 코너가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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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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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부터 왠지 불길한 느낌이 딱 오더니만, 역시 호러보다는 엽기고어에 가까울 정도로 오싹한 책이었다.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인데도 짤막한 토막들마다 느끼는 점이 많았다.
 '새끼 고양이와 천연가스'라는 단편에서는 오히려 섬뜩함보다는 기이한 예술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지메에 대한 이야기 '레저레는 무서워'에서는 일본사회를 적나라하게 들고 까는 시니컬한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고.  무튼 여러모로 사회에 대한 극단적인 적개심이 철철 풍긴다;;; 
 뭐 전부터 그 맛에 이 분의 소설을 보기 시작한 거지만. 
 참 용케 15금 18금에서 벗어났구나 싶다.
 본인이 가장 재밌었다고 생각하는 단편은 '자식 헤체', 그리고 심리학소설의 전형적 표본처럼 쓰여진 '쓴 바비큐'.
 솔직히 처음에 나온 단편은 그저 피와 살만 튀기는 귀신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였달까..
 무튼 여러가지 상상력을 일으키기도 하고, 모든 글의 구석구석에 반전과 의문이 숨겨져 있어서 다시 들춰보게 되는 소설들이었다.
 '크레이지 하니'처럼 어이없는 소설도 상당수 있다.
 스피커에서 큐티하니 주제가를 틀어놓은 인조인간 큐티하니를 상상하고 뿜었음(...)
 그러고보니 '정년기일' 읽다가도 '인간실격' 읽다가도 피식피식 웃어버렸지, 역시 난 변태싸이코인 것인가 흑흑(....)
 충고드리지만, 임산부 노약자 아이들 있는 부모님께서는 절대 구입하지 마십시오.
 특히 애들이 보면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비뚤어집니다. (진지)
 왠만한 좀비나 고어영화는 거의 습득해서 호러영화따위 봐도 움찔도 안 한다, 하시는 분만이 휴우증 없으실 듯.
그 외 갈 데까지 간 사회풍자소설을 보고 싶다, 하시는 분은 도전하셔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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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자본주의의 매혹 - 돈과 시장의 경제사상사
제리 멀러 지음, 서찬주.김청환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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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책이어서 빌려본 게 아니라, 단지 저울을 들이대고 있는 상인의 표정이 리얼해서 빌려보았다고 하면 안 되는 걸까.
 평소 책을 항상 읽을 수 있도록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타입이라 주목을 많이 받지만 이 책은 그 어떤 때보다도 가장 많은 소리를 들은 책이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다니 굉장하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얼만큼 알고 있는가, 그리고 이런 꼴사나운 책은 집어치고 나를 따르라.
 솔직히 마지막 구절에선 '지가 뭔데 책을 집어치우라 마라야'라고 슬며시 뒤에서 욕을 해주었지만, 나도 이 책이 썩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프롤로그에선 자본주의의 300년 역사에 대해서 정리했다느니 자신있게 이야기하지만 결국 논문을 쓴 건지 역사책을 쓴 건지 아님 자본주의 관련 지식인들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생각일 뿐인지 분간이 안 가는 두리뭉실한 책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번역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역시 책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자세한 설명 생략...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이 책 정말 대놓고 맑스랑 엥겔스를 깐다.
 신자본주의 창시자 하예크에 대해선 나름 장단점을 구분한다고 나름대로 적다보니 길어진 건지, 아니면 본인의 편협한 관점 때문인지?
 아무튼 자본주의의 이론에 대해서 몰랐던 것들을 두루 알 수 있었고,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지식인들의 약간 깨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전체 페이지에 걸쳐서 까인 맑스는 불쌍하게 느껴졌다.
 자본주의를 돋보이게 만든 사회주의의 개념을 창시한 사람인데, 글 말미에서라도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았을까.)
페이지 수가 많은 것에 비해 제법 소주제를 내세워 지식인의 배경과 이론과 장단점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다.
결론에서 시장 외 자본주의 사회를 통제하는 요소를 내세운 것도 그럭저럭 보기 좋았고.
  복지에 대한 부족성을 불평하면서도 경제관련소식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율배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이 널리 읽혀져 자본주의를 보는 여러가지 시각 중 한 가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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