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전집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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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옆방 수술실에서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지옥의 문이 활짝 얼려서 저주받은 고통의 울부짖음이 쏟아져 나왔다고 밖에는 그 혼란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상상할 수 없는 불협화음은 살아 있는 생물체에서 나오는 극한의 공포와 절망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었다. 인간이라면 그런 소리를 낼 수 없다. 해부대에 시신이 놓여 있다는 생각도 잊은 채, 나와 웨스트는 겁에 질린 짐승처럼 시험관과 램프와 증류관 따위를 내동댕이치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정신없이 어두운 시골길을 질주했다. 마을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밤새 술을 마시다가 그제야 귀가하는 술꾼 행세를 했지만, 그럼에도 매순간 입 밖으로 부서지는 비명을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었다.


관련 미화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짤 ㅋ 저자는 이 작품을 쓰레기로 언급했다는데 완전 내 취향이다. 원작에 충실한 편인 영화도 있다는데 궁금함.

인간 혐오가 있다고 들었는데 책을 보면 동물 혐오는 없었던 거 같다. 벽 속의 쥐를 보면 깜씨는 주인은 계속 살려낸다. 벽 속의 쥐는 이승열의 영미문학관으로 한 번 들어보는 거 추천한다. 이승열이 이런 걸 아주 잘 해요. 개인적으로 검은 고양이 소설을 한 바퀴 꼬아 패러디 잘한, 굉장한 수작이라 생각한다(그러나 내 취향은 어디까지나 리애니메이터이다.). 문제는 사람이죠.

깜씨라는 이름 때문에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난 그건 아니라고 봄. 인간을 혐오하는 명칭을 동물에게 붙였다고 하나, 이는 동물혐오라고 볼 순 없음. 항상 음침한 소설만 쓰는 러브크래프트가 유머가 출중해서 어느 날 흑인을 묘하게 비꼬는 것도 아니라서. 정작 이 깜씨라는 고양이가 활약을 한다고 해서(주인만 아니라 모리스의 목숨도 살리려 시도함) 흑인 미화의 의도가 보이는 것도 아니잖음? 톰 소여를 언급한 스친 말대로, 본인도 인종차별 단어라는 걸 인식도 안 하고 만든 명칭일 수 있음. 톰 소여를 지어낸 작가는 인종차별 반대주의자였음.

다만 러브크래프트에게는 약간 식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보임. 실제로 식인을 하는 원주민이란 아주 소수였음. 그리고 식인은 증오에서 나온 의식이라기보단, 오히려 아주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서 그의 능력과 정신을 계승받으려는 의식이었음. 라이벌에 대한 감정이라고 보면 좋을듯. 그러나 러브크래프트의 왜곡되었으며 그 어떤 지인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강한 인식으로 인해 훌륭한 소설들이 태어났으니 그도 그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냈다고 봐도 될 듯.

93세의 노인인데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것 중 하나를 마법 영창으로 물리쳤다는 주제는 인상깊었음. 표면으론 온갖 인간혐오가 나왔으나, 여혐은 드물고 특히 더니치 호러처럼 노인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음. 마술사 마법사는 개인적으로 별로이지만.. 자연을 개척하는 어떤 마술주의를 연상하게함. 그리고 마술을 시행하는 주체는 결국 자연소재를 인용하는 인간임. 결국 크툴루 신화도 인간찬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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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族1:火之晨曦 - 용족1:화지신희
江南 / 人民文學出版社 인민문학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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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공식적인 줄거리와 달라서 정정하겠다. 루밍페이는 상당히 약은 캐릭터였다. 혹시나 안국 대학교에 붙지 못할 걸 예상하여 일자리까지 알아봤으나 모두 불합격되고, 결국 게임하면서 여자인 척하고 사촌과 가상연애를 하며 놀려먹는 면모까지 보인다. 사촌 집에서 눌러살고는 있지만 가만히는 있지 않다는 소리. 그러나 안국 대학교에 붙지 않은 대신 유르겐 교수가 직접 지도해줄테니 용족 사냥을 교육하는 카셀 학교에 입학하라는 얘길 듣는다. 어째 게임과 관련된 작품은 거의 다 히로인이 붉은 머리다. 활달하니 게임 좋아한다는 환상이 있나. 여주가 남친이 있는데도 그걸 굳이 남주가 짝사랑하는 구도는 특이했다. 이게 그 여주가 너무 넘사벽이어서.. 확실히 윤리로 인해 욕먹는 작품이 많은 요즘엔 이 작품에서만 가능한 커플이겠다. 캐릭터를 그만큼 잘 짜놓음.

애니메이션 자체로 보면 재밌다. 처음부터 진지한 작품이었다는데, 그러면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개그물에 면역이 있으면 괜찮고, 오히려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전이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개그 요소는 필수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리고 일본 성우가 제일 괜찮았다. 판타지라 굳이 중국어로 안 봐도 되니 꼭 일본 버전 봐라. 역시 성우는 연륜이 있어야 소화가 가능한 만큼, 중국이 돈을 발라도 이기기가 힘들구나 생각되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걸고 넘어진게 루밍페이란 주인공 이름 발음이 허접하다는 것이었다는데, 너네 일본에서 성진우라는 이름 발음하는 거 들어봤냐(아 갑자기 악몽이 떠올라서 눈물이 ㅠㅠ). 이 정도면 일본이 아닌 곳에서 원작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꽤 수작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여기서 3D만 좀 더 어색하지 않게만 하면 될 거 같다. 2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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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일드 미식 가이드 일드 미식 가이드
이지성 지음 / 크루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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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실연 케이스를 남녀로 나누어 어느 정도 성비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한 것 같다. 내가 본 연애물은 대부분 꽃보다 남자 등 쌍팔년도라서 차인 여성에 대한 비하발언이라던가 다른 남자와 맺어지길 강요하는 스토리가 굉장히 많았으며 나도 페미 사상을 접하기 전까지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가 실연하면 여성을 생각하는 게 아직도 내 뇌 속의 버릇이 된 것 같다. 초반에 남자가 실연당하는 모습을 보니 새롭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연당하는 여성이 좀 다수인 거 같기는 하다. 심지어 여주에게 실연당하는 여성(...)도 등장한다. 이 에피소드가 흥미로웠는데, 여주가 '남자친구(카레시) 만나자'라고 말하여 그녀는 간접적으로 실연당했다. 근데 이게 불가항력이긴 함. 일본에서는 보통 카레시, 카노죠(여자친구)라고 하지 코이비토(애인, 연인)이라고 잘 얘기를 안 함. 이런 면에서는 한국의 단어가 훨씬 더 성중립적인 단어 같기는 함. 평상이 이런 식의 일본 단어가 좀 아쉬웠는데 그 점을 날카롭게 꼬집은 에피소드 같음.

2. 주인공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실연당한 사람들을 암행하여 그들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뒤에서 관찰하거나, 혹은 무언갈 먹는 모습을 상상하여 만화로 그리고 무료 신문에 연재한다. 음식만큼 사람을 달래는 소재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다. 그러다 꽃을 파는 남자 주인과의 만남이 잦아진다는 이야기이다. 음식이 꽤 소박한 편이라 가벼운 음식을 먹고 싶을 땐 이 드라마를 참조하면서 같은 음식을 시켜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3. 일본 드라마 특유의 오버하는 장면은 없다. 이런 장르를 슬로우 드라마라고 부르는 거 같은데, 막장물 좋아하는 나는 처음보는 장르다. 대체로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느린데, 그동안 나오는 BGM이 귀엽다. 사무실 2호가 꽤 옷차림도 화려하고 눈에 띄는 편인데, 허언을 해놓고서 사무실 3호 등이 진상을 밝히려 꼬치꼬치 캐려 하면 얼버무리는 점이 귀여웠다. 세상을 좀 더 그런 식으로 어렴풋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한국 웹툰으로 실연밥 있는데 그것과는 다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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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알드노아. 제로 O.S.T.
사와노 히로유키 (Hiroyuki Sawano) 작곡 / 씨앤엘뮤직 (C&L)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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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로봇물보다도 SF물 및 초능력물로 보면 무방하겠다. 감히 넘볼 수 없는 화성의 공주가 지구에 오려다 테러를 당하고, 그걸 빌미삼아 강력한 귀족들이 지구에 쳐들어온다. 말은 거창하지만 지구에 비해 명백한 화성의 자원부족, 그리고 지구인들의 비아냥거림에 어지간히 상처를 입었던 거 같다. 여담이지만 아톰에서도 우주 출장이 잦은 겐이란 아이에게 지구의 아이들이 가방을 뺏으면서 학교에 오지 못하도록 괴롭히는 장면이 있었다. 원래 사소한 일들로 인해 원한이 쌓이고 그렇게 큰 일들이 만들어졌겠지. 화성의 공주가 그렇게 지구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던 이유는 화성에 온 지구인의 아들 슬레인이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성의 공주는 여러 지구인들을 접하고, 나아가 자신이 죽을 뻔하게 되면서 우선순위가 바뀐다. 슬레인보다는 지구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바라게 된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그 때 다른 사람을 사랑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죠.

2. 사실 화성과 지구의 갈등 외엔 이런저런 떡밥을 뿌리지 않아서 시간을 내서 후딱 보기 좋은 킬링타임물이다. 괜히 극장판 하나 더 내어서 설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걱정까지 될 정도이다.

3. 처음부터 공주 싫었는데 역시나.. 생각해보면 귀족들만 쳐들어왔는데도 지구가 존속위기에 처하는데, 왕족은 더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하나씩 왕족의 능력이 드러나는데, 그저 입이 떡 벌어질 뿐이다. 유독 자원이 모자란 국가이다. 저 권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저렇게나 왕족을 고귀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자기네 국민들을 갈아넣었을까. 공주는 맨날 자괴심이 든다는데 저 정도면 솔직히 자괴심이 들어도 싸다. 반면 알드노아 제로 리뷰에서는 왜 공주를 목졸라 죽이려 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 천지인데 솔직히 걔 입장이라면 나라도 죽일듯이 미웠어. 맘에 드는 캐릭터가 없는 것도 특징. 슬레인은 질투많은 남자로 찍혔다 ㅋㅋ 공주를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지구에서 두기보다는 화성에 두고 싶었던 일말의 마음도 작용한 거 같고.. 지금 이 말로 이나호에 대한 호감이 저하됨. 이전보다 쪘더라도 보통 키가 150이라면 50kg 초반대가 이상(정상 아님)적이라 생각한다. 키가 더 클수록 말할 것도 없고. 이 ㅅㄲ 하렘 남주된 이후로 눈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졌군요.

4. 백작님은 알고보니 세카이계 아저씨였구나.. 사랑하는 아내를 여의어서 전쟁이라니. 그러나 언제나 복수는 끝이 좋지 않은 법.

5. 매일 이 애니메이션 보면서 스쿼트, 런닝, 실내자전거 각각 30분씩 탔다. 이게 전쟁물 보면서 해야 효율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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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and the Rumors (Paperback, Compact Disc) - Thomas & Friends Thomas & Friends 92
윌버트 오드리 지음 / Random House Childrens Books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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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돌'은 마을 장정들이 힘을 기르거나 마을 잔치 따위로 사람들이 모이면 힘자랑을 하기 위해 들었는데, 이 듬돌을 들어 올리는 데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이를테면 두 손으로만 들기, 가슴에 붙여 들기, 배에 붙여 들기, 들고 허리 펴기, 들고 일어서기, 땅에서 조금만 들기, 돌을 들고 걷기 등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듬돌을 들고 가슴과 허리를 완전히 편 채 두 다리를 꿋꿋하게 딛고 서 있는 것을 최고로 쳤다고 한다.(무산소 운동의 최고봉인 역도를 연상케 한다.)



홍길동전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로군요.

아니 짤은 왠지 이 놈 생각나서.. 일러스트 한국인이 그렸다는데, 그 안에서 숨도 쉬고 돌로 뒤덮여졌다가 풍화되면 살이 같이 부서질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시간이 많이 지나도 약만 뿌리면 간단하게 살 수 있다 하니 그린 분도 제주도의 돌을 잠깐이라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머들은 제주도에서 쌓아놓은 돌탑을 얘기하는데, 놀랍게도 의미가 없다고 한다. 농사할 때 돌을 치워놓은 게 탑으로 된 게 아니냐고. 주술적 의미가 있는 건 방사탑이란 것이고 보통 사람 크기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제작한 사람들은 머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농사를 지었다고 소문났던 한국인. 이 머들은 제주도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증거물을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확실히 제주도에 가면 마치 잡초처럼 머들이 널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지금은 모르겠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지만 이전엔 동네개들이 줄을 서서 이동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안 보인다고.).

매우 조그만 핸디북이며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쉽고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매우 천천히 책을 읽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은 3분라면 먹으면서 단숨에 읽을만하다. 약속시간 전에 와서 사람 기다리거나 일하면서 중간중간 틈틈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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