ラブライブ!The School Idol Movie 劇場版オフィシャルBOOK
KADOKAWA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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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도 다른 사람들이 스포일러하지 말라고 경계하는지라 애매하게 말할 수밖에 없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스쿨 아이돌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라이브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오랫동안 멤버들과 같이 조심스럽게 상의를 했고,

그렇게 스쿨 아이돌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을 포기로 결정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단지 '아이돌'을 할 것이냐 '스쿨 아이돌'을 할 것이냐의 문제였을 뿐이다. 

 

 

2. 게다가 이것은 뮤즈 멤버뿐만 아니라 그들을 영화관에서 지켜보는 관객들의 고민이기도 했다.

선라이즈가 언제까지 이 러브라이브 프로젝트를 끌고 갈 것인지,

뮤즈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전세계급으로 네트워크 상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논란이 선샤인을 지켜보면서 조금 사그라지고 있었고, 영화가 상영되었다.

나는 지방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아무도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영화관이 10분 전부터 사람들로 반쯤 채워졌던 게 너무나 인상깊었다.

영화 중간중간에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영화관은 엄청나게 조용했다.

심지어 초등학생 두명이 팝콘을 나눠먹고 있었는데, 씹는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설 때 '에리 너무 이쁘지?'라고 서로 묻는 여학생들이 내 옆을 지나갔다.

(실제로 영화 내내 에리가 굉장히 돋보였다. 사실상 최후에 중요한 결정을 한 것도 에리였다.)

오히려 란티스를 볼 때보다 러브라이버의 유대감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순간이라고 할까.

영화 스토리에 대한 토의도 각각의 일행들끼리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몰입감 있었고, 음악은 서정적이면서도 발랄하고 스토리와 연계성이 깊었으며,

스토리도 개인적으론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3. 특히 이 복장을 입고 하는 노래의 가사에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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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시공 요새 마크로스 리뉴얼 박스세트 보급판 (12disc)
이시구로 노보루 감독 / 매니아 엔터테인먼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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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너에겐 노래가 있잖아. (뭐 이 새끼야?)

 

 

 내가 마크로스를 싫어해서 이 짤부터 올리는 건 아닐겁니다 아마도.


 

 프롤로그. 만들어진 시대가 무려 1982년이다. 본인의 엄마아빠도 아직 만나지 않았던 시절에 이 TV만화가 방영되었다. 그래서 시대차이가 나는 건 인정하는 바이다. 그 당시엔 하야세와 민메이가 엄청나게 쿨해보이는 시대였을 것이다. 사실 난 하야세보다는 민메이를 더 좋아한다만, 히카루의 선택에 대해서 퇴짜를 놓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인간 남성에게 커피 잘 못탄다고 구박받는 젠트라디 여성, 의외로(!) 요리를 잘하는 하야세 미사(민메이가 만든 케잌을 유심히 쳐다보는 히카루의 눈빛에 주목.) 등 이 제작진부터가 남성관과 여성관에 문제가 많다는 걸 제시하면서 시작하려 한다.

 

 참고로 이번에 방영하는 갱스타에서는 여자애가 정신을 못차리니까 남자가 여자의 얼굴을 잡고는 얼굴박치기를 하더라. 그러고보니 생각이 드는게, 꼭 뺨을 때려야 했니...? 


 


 

 

독한 년.

저 가려진 머리칼에서 승리자의 미소가 느껴지지 않는가?

 

 1. 하야세 미사: 질투를 하면서도 끝까지 히카루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점. 게다가 말미엔 군을 그만두겠다고 했었다. 결국 비전을 가지고 우주로 떠나려 하지만, 난 그것도 솔직히 히카루에게서 도망치려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본다. 게다가 막 차인 민메이에게 '내 배에 타세요'라는 말은 아직 좀... 솔직히 생각이 있는건지 ㅋㅋㅋ 아직 민메이는 히카루에 대한 마음이 정리가 안 된게 뻔히 티나는데 말이다. 히카루랑 잘되니 기뻐 정신없는 듯.

 

 

 

마이 엔제 민메이짱~.


 

 2. 린 민메이: 이분에 대해선 뭐... 가수를 포기하는 건 좋은데, 히카루에게 군을 떠나라고 징징거리는 거에서부터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것까지 문제가 많다고 본다. 아무래도 친척 오빠랑 너무 오래 같이 있다보니 영향을 받았겠지만, 가출해서 의존하려는 건 그만둬.

 

 근데 솔직히 처음 시작부터 결말까지 얘는 똑똑하지 못하다는 죄로 너무 시달리고 굴려먹어져서(...) 그 외엔 뭘 잘못했는지 모를 정도다. 솔직히 민메이가 저렇게까지 된 건 확실히 선을 긋지 않은 히카루의 책임도 있고 말이다. 35화에선 키스까지 했다. 미쳤어...


 

 

 

우리 모두 실업자가 되자!라는 민메이의 말도 안되는 선언에 멍한 눈으로 전투기 피규어 가지고 놀며 현실도피하는 히카루.


 

 3. 이치죠 히카루: 얘는 그냥 존재 자체가 문제. 민메이랑은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민메이한테서 선물을 받아 하야세랑 데이트할때 쓰질 않나, 무신경하다기보단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할까. 솔직히 여자들은 이 시키가 왜 좋은건지 모르겠음. 나같음(하야세의 경우던 민메이의 경우던) 말미에 "사요나라다요 이 개새끼야!!!"라고 하며 냅다 뺨이라도 쳤을텐데. 그러지 않으니 하렘인가. 


 아무튼 진짜 남자들이 시나리오쓰면 여자 인물들의 성격이 레알 평면을 달리는 듯하다. 무라카미 류는 그래도 캐릭터만큼은 다양하거늘.


 에필로그: 사실 이전에 에반게리온과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A4 두장 정도의 리뷰를 썼었던 적이 있으나, 블로그가 해킹되서 다 날려먹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다시 쓰기 귀찮습니다(...) 아무튼 이런 찌질한 인물들이 나와도 마크로스는 전반적으로 재밌게 굴러간답니다. 얘네 셋이 바로 우리가 현실에 사는 그 모습 그대로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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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 - 한국어 더빙 수록
피에르 코팽 외 감독, 마이클 키튼 외 목소리 / 유니버설픽쳐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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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녀석 필.

메이드 복장인 게 가장 흥한다(...)


 1. 슈퍼배드라는 만화영화에서 출연했던 미니언들은 스페인 말을 쓰는 게 특징이었다. (그리고 감독 중 하나인 피에르 코팽이 이들의 성우를 전부 전담한게 특징이다. 생각해보면 성우 자질이 다분하다.) 그러나 미니언들이 주인공인 미니언즈에서는 미니언들이 그야말로 모든 언어를 쓴다. 성경에서 인류는 공통어를 쓰다가 바벨을 쌓은 이후로 쓰는 말이 갈라져서 뿔뿔이 흩어지고 마는데, 미니언즈는 그런데 있어서 인간과는 정반대의 방법을 취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어도 쓴다;;; 그래서 이 녀석들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묘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아마 이 영화를 보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영화 후반부에 대한 스포일러일지도 모르지만, 죽지도 않는 불사의 존재다. 대체 왜 대장을 구하려 하는지 의문이다. 


 아무튼 이 녀석들은 공룡이 생기기도 전에 생겨난 듯한데, 자신들이 섬길만한 대장을 구한다는 게 유일한 삶의 목적이다. 이 녀석들이 세계정복을 하려 들면 다른 종들이 씨가 마를지도 모르니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미니언 자체가 하도 개구쟁이들인데다가 허당이다보니 자꾸만 대장을 죽인다 ㅋㅋㅋ 아무튼 역사에 걸친 시행착오 속에서 그들은 어느날 미국을 가고, 대중매체를 통해 스칼렛이라는 악당을 만난다.

 

 

 

스칼렛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차피 최종 주인공 그루를 내세우기 위한 수법이겠지만....


 2. 세계 최초의 여성악당 스칼렛. 그러나 알게 되면 될수록 계속 설정이 진부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일단 그루처럼 괴짜 과학자를 한 명 두고 있는데, 그 과학자와 심지어 결혼했다 ㅋㅋㅋ 아니 무슨 포켓몬스터의 로이와 로사도 아니고... 그 녀석들은 그래도 깜찍한 맛이라도 있는데, 이 커플들은 그런 통통 튀는 썸의 미학도 없었다. 서로 닭살은 떠는데, 다소 사무적인 구석이 있었다. 어쩌면 결혼해서 그런지도? 게다가 스칼렛의 본질적인 문제는 어린 시절 받은 학대로부터 오는 열등감,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복수심인데 괴짜 과학자는 허세와 자기 자랑에 쏙 빠져서 그녀를 감싸줄 줄 몰랐다. 그러니 꿈이 영국 여왕의 왕관을 훔치는 그런 쪼잔한 것밖에 안 되지. 

  

 


왠지 좀 안철수 같은 어린 시절의 그루.

그래도 자세히 보면 잘 생겼는데 저 시절의 머리칼은 다 어디간 거니...


 3. 이 영화에는 스포일러를 해도 재미가 반감되는 일은 없기에 망설임 없이 밝히자면, 미니언들이 영국 여왕에게 선물을 받는 틈을 타서 스칼렛은 끝까지 깽판을 치려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세계 최고의 악당'을 꿈꾸고 있던 그루가 스칼렛이 훔쳐가려던 영국 왕관을 훔쳐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세계정복보다는 세계 최고가 되려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이 영화가 준다는 식으로 마무리를 하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인가?

 

 참고로 나는 세계 최고의 독서광이자 세계 최고의 책 리뷰어가 꿈이다. 여러분의 책 후원이 절실합니다(....) 제 생일은 8월 26일입니다.

 

“왜 세계정복 같은 귀찮은 걸 하려고 합니까? 끝내주는 과학기술 가지고 자기들끼리 편하게 살면 될 텐데…….” -안노 히데아키(신세기 에반게리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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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Clannad: The Motion Picture (클라나드)(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Section 23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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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리뷰가 그렇듯이, 이 애니메이션에서 주류로 나오는 후루카와 나기사와 오카자키 토모야 이야기는 뺀다.

 

 사실 끝까지 아버지를 회피하고 후루카와 나기사의 집에서 얹혀사는 오카자키 토모야의 이야기는 상당히 비현실적일 뿐더러, 그게 반드시 올바른 성인 남성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해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기사의 가게를 도와줌으로서 그가 세상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이득은 있겠지만, 정작 그의 가족문제에선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이다. (꼭 진전이 있어야 하는가?도 숙제이다.) 남성들은 성장하면서 외모도 내면도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가며, 생존의 위기에 맞닥뜨리면 억눌러왔던 무의식이 터지는 게 전형적인 패턴이기 때문이다. 난 최대한 갈등에 휩싸여있는 자신의 내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골라내서 환상은 떨쳐내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만, 그게 쉬울리가 있나.

 

 그래서 솔직히 2기에서 오카자키 토모야와 그의 아버지 오카자키 나오유키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건 난 관심이 없다. 이 둘이 잘 되던 혹은 이도저도 안 되던 간에 헛소리를 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고전문학적 설정은 흥미롭지만 이 클라나드의 태생이 일본이라서, 잘 그려져봤자 무라카미 하루키적 결말이 아닐까. 내가 관심있게 보는 건 남성향 게임에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는 것 그 자체이다.

 

 

살면서 '내가 이 새끼처럼은 살지 말아야겠다'라고 하는 사람이 꼭 한 명 씩은 있다.

 

 인간이 자신의 삶 중에서 빛은 잘 보지 못하고 어둠만 쳐다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무튼 우리는 그들을 반면교사라 부른다. 이 반면교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데, 예를 들어 폭행과 살인 등 갖가지 사건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그에게 계란을 던지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우리가 그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는 걸 퍽이나 다행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오유키는 클라나드 1기의 그늘이자 반면교사같은 존재이다. 그는 왜 그렇게 한결같이 아들의 방임이 자신의 교육방침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것이 꼭 토모야를 방임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는 토모야를 실수로 다치게 만들어서, 토모야의 진로를 가로막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은 그런 실수로 교훈을 얻기 마련이다.

 

 1999년도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의 살인 사건은 한 해에 대략 900~1000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70년대 쯤엔 살인사건(특히 치정이 많은데, 여기서도 역시 연애사건에 관심이 지대하게 많은 우리나라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드라마에서도 연애가 없으면 섭섭한 나라인걸 뭐.)이 발생할 경우 신문 1면에 기재되는 경우도 많았고, 사건이 일어난 경황을 4~5면에 걸쳐서 소설처럼 설명해주는 게 흔했다. 하지만 IMF의 영향 아래서 우리나라는 그런 사건들을 상세히 보기에 너무나 피로해지게 되었고, 2008년에 또 한 번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론(놀랍게도 상당히 많은 수의 경제학자들이 IMF보다 더 큰 위기가 우리나라에 닥쳤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힐링물이라던가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삼시세끼라던가 아빠 어디가 같은. 재미있는 건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 90% 이상은 남자라는 것이며. 이요리라던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가정적인' 남성에 대해서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버지가 아이를 키우는 내용의 에세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선 환영할 일이지만, 또한 상당히 씁쓸한 일이다. 여성들이 옛날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일들을 많이 맡기 시작하면서 여성적인 키워드들이 취직의 조건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애초에 여성의 뇌와 심장을 지니지 않은 남성들은 조연이나 연출로 물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머니도 인간이다.'라는 키워드는 등장하지만, '아버지도 인간이다'라는 키워드는 그닥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반드시 IMF라거나 대대적인 세대교체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1997년 작가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소설이 크게 히트했던 적이 있었다. 이처럼 80년대에서부터 그런 키워드는 꾸준히 등장해왔었다. 그러나 2000년대엔, 일그러진 권위를 바라보는 10대들의 분노가 개입되기 시작되었다. 그 경향은 2010년도에서 절망으로 바뀌었다. 사실 난 포기의 시대보다 절망의 시대가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여기에 또 다른 권위적인 부모가 등장한다.

 나기사의 아버지도 상당히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타입이긴 하지만,

무대에서 벌벌 떠는 나기사를 다그치는 그의 말은 지금 50대의 의견을 담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만일 내가 나기사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래서 뭘 어쩌하오리까?' 경제 호황기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부모의 과한 기대를 받으며, '하고 싶은 일'을 이루고 싶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 꿈이 산산조각나고 부서졌으며, 머리가 좀 더 커져서 애초에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해왔던 일들이 반 이상은 옳지 못했다는 사실을 (땅투기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포함된) 알게 되었을 때, 그들에게 포기의 여지가 있었을까?

 

 애초에 자식이 하고 싶은 일과 부모가 하고 싶은 일은 다르다. 나기사의 아버지가 했던 연기와 나기사가 하는 연기는 다르다. 나기사의 아버지가 하는 말에서 난 엄청난 부담감과 구속력을 느꼈다. 그런 설정이 딱히 클라나드의 탓은 아닐 것이다. 그 시대에 흥행하려면 그런 시나리오를 썼어야 했을 것이고, 나기사의 아버지는 그런 대사를 했어야 했다. 그의 한결같은 양육방식에는 칭찬을 해줘야겠지만, 어느 정도는 반문을 던져야 한다고 본다. 나오유키와 토모야는 다르다. 나기사의 아버지와 나기사는 다르다. 부부는 새로운 생명을 낳을 수는 있지만, 그 생명에게 어떤 종류의 삶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난 나오유키의 편이다.

 

 그러니 반드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게 꼭 답이 될 수도 없다. (그런 공동체가 꼭 성적 자유를 주장하는데, 여기서부터 난교 등으로 나아가면 상당히 골치아파지기 시작한다.) "가족은 남이 아닌가요?"라고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에서 황정은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원하는 걸 성취하려 노력해도 무언가를 이루기 힘들고 혹은 절대 이룰 수도 없는 시대에, 이 작품에서 대체 무슨 무리한 것을 강요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저출산이니 가족을 이뤄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구질구질한 메시지라면 일찌감치 무시하거나 벗어던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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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누이 페르소나3 주인공 (おもちゃ&ホビ-)
壽屋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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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가에서 Boy meets girl.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의 치정사. (응?)

 

 1. 제작진들은 아무래도 아이기스라는 캐릭터에만 영혼을 바친 듯하다. 상황 설명을 좀 하자면, 낮에 바닷가에서 아이기스를 처음 만났을 땐 유키 쪽이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었다. 그러나 바닷가에서 유키와 대면할 때가 되면서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침실까지 졸졸 따라다닌다. 왠지 90년대 진히로인 냄새가 나는데, 아이기스가 페르소나로 전투를 하는 안드로이드라는 설정이라서 딱딱한 말투로 매우 당연하다는 듯 밀고나가는 지라 다른 사람들이 놀려댈 틈새조차 없다. 어찌보면 치밀한 캐릭터;;; 근데 유키는 당황하면서도 덥썩덥썩 받아먹는다. 행동하는 걸 보면 분명 둔탱이는 아닌데, 자기도 아이기스가 좋으니 거절을 안 하는 듯? 타케바 유카리에게는 미묘하게 거리를 두더니 ㅋㅋㅋ 이게 왠 타케바 유카리의 수난기인가. 나름 처음에 목욕씬도 보여준데다 유키한테 전격공개까지 당했는데. 1탄에서는 그닥 별로인 캐릭터였는데 2탄에선 살짝 불쌍해보였다(...) 

 

 

 2. 정황을 살펴보니 보통 게임을 플레이 해본 사람들은 페르소나 3 극장판을 상당히 욕하는 듯하다.

 그런데 난 솔직히, 유키로 거의 10시간 동안 흘러가는 게임 스토리를 쭉 지켜보고 주인공이 여자로 등장하는 포터블도 해봤는데 말이다. 어째서 페르소나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개죽음 당할 각오를 하고 싸우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소 스토리가 루즈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건 물론이고, 그 안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게임의 제작자들은 그 모든 교훈들을 반드시 주인공들의 입으로 설명하게 하려는 강박관념이라도 있던 것 같다. 이전에 해킹당해서 지워진 내 블로그 글 중에 진여신전생 4를 격하게 깐 글이 있는데, 거기서 지적한 말을 다시 하겠다. '가치관과 동기가 부족하다.'

 그러나 극장판에서는 그 가치관을 잘 담았다. 1탄에서부터 유키가 전투원들과 친분을 쌓아가면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그것들이 그에겐 너무 소중했던 나머지 잃어버릴까봐 번민하고 두려워하기 기작한다. 이 전투가 끝나면 우리는 모두 어떻게 될까? 이대로 뿔뿔이 흩어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걸까? 그런 질문이 페르소나 3 게임에서는 전투와 스토리 전개를 펼치느라 급급해 진중하게 드러나지 않았었다. 점점 정신적으로 불안해지는 전투원들의 심정을 '하늘의 색상'으로 잘 연출해냈고, 무엇보다 페르소나 3 게임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다 못해 없다시피한 공간감각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그게 집중적으로 표현된 장면이 신지로의 죽음. 

 

 

 3. 나는 그 죽음을 출근길에 걸어가면서 봤는데, 갑자기 게임으로 신지로의 죽음을 봤을 때는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터져나와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그 이후에도 영상을 보지 않고 음으로만 들었는데, 신지로가 죽게 되는 장면과 아마다가 우는 장면만 여러번 틀었다. 아마도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시 볼 것 같다. 신지로와 아마다가 싸우고 있을 때, 여태까지 페르소나로 전투를 해오던 '일상'을 유지하고 싶어 섀도우를 죽이기 힘들어하는 유키의 행동에 제동이 걸려서 그는 섀도우를 빨리 처치하지 못한다. 신지로의 죽음엔 사실 누구의 책임도 없건만 아마도 유키는 자신이 그토록 보기 힘들었던 죽음을 저렇게 빤히 직시하면서, 단독으로 행동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책임이라는 걸 통감하고 있는게 아닐까? 점점 암흑으로 빠져드는 유키의 마음을 대변하듯 자연스럽게 페이드 아웃되는 화면,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음악. 다 흐른 다음에 등장하는 그 엔딩 크레딧, 달.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가급적 TVA로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반면 요즘 애니메이션 영화 중 저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극장판이 욕을 먹어서 4탄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그리고 솔직히 어라이즈는 이 영화만도 못하다.)

 페르소나 3 팬으로서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오타쿠로서 상업성에 멋대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악평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수익성에 연연하지 않는 이런 작품은 정말로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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