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에반게리온: Q (30p 화보집) - 디지팩 + 화보집 + 아웃박스
안노 히데아키 감독, 하야시바라 메구미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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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래선, 바보가 아니라 꼬맹이네.

 

 

음. 그럴 듯 하다.

신지가 멘붕을 일으켜서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들어하니 정말 유아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유치원생 레이는 그냥 그러려니 하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는 매우 뒤늦게 아스카를 구해주려다가 용해되서 그 지경이 되더니 이번엔 레이 구해줬다가 1호기에 용해되서 14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눈 뜬 신지. 자신 때문에 세계에 써드 임펙트가 일어나서 그나마 남은 인류의 거의 모두가 죽고 모든 꿈과 희망이(심지어 네르프 본부의 일부마저) 산산조각이 났다는 말을 듣고 카오스를 일으킨다. 카오루 말을 듣고서 뭔가 잘 해보려 하지만, 결국 막판에 갑자기 지 혼자 감정 폭발해서 또다시 포스 임펙트를 일으킬 뻔한다. 그것도 신지가 뒷처리를 못하자 절망한 와중에서, 그것도 사도가 되는 와중에서 카오루가 책임지고 자폭. 멋지다 카오루 ㅠ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선 욕했는데 정말 니가 다시 보인다 ㅠㅠㅠ 신지가 말을 안 들으니까 머리 싸매고 잠시 이 ㅅㄲ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게 이 누나는 다 보였단다(...)

 

 

 

그나저나 퀴어라니 그럴 듯하다?

 

 그래 사실 니가 뭔 죄니. 사도로 태어난 것 뿐이지. 그리고 뭔가 신지랑 같이 하면 잘 될 것 같아 보였겠지(...) 

 지금 생각해볼 때 카오루가 그렇게까지 신지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지의 능력을 믿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리 유이가 에바 초호기를 컨트롤할 수 있었다고 쳐도, 에바를 조종하여 레이 '오리지날'을 잠깐 동안이나마 다시 끌어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는 마리의 비스트화와는 또 다른 능력이다. 그녀는 아마 파일럿으로서 오래 살았으니까 그런 장치가 있다는 걸 경력으로 알았을 것이다. 이는 아스카의 기동능력과는 또 다른 능력이다. 그녀는 애초부터 병사로서 계급이 높았으니까. 그리고 딱히 신지가 끝까지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살아남는 걸 보면 상당히 다부지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도 내장이 다 뜯기는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살아남았으니, 사실 이 에반게리온 Q에서 했던 것처럼 그냥 내버려둬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어쨌던 이 선택지에서 '가짜' 레이라도 어떻게든 건졌으니까. 진짜던 가짜던 아무래도 아야나미 레이'들'은 이어질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중학생 때부터 어른들도 잘 못 다루는 어떤 기체를 다룰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능력이다. 동시에 괴물(비스트)이 될 수 있는 위험은 다른 평범한 인간들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 결국 신지가 이전 TV판에 잠시 암시했듯이 친구가 계속 없던 이유도 '신동'이라는 그의 정체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동의 경우 자신의 능력만큼 자아가 성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한 고통과 남들보다 더 많은 충돌과 싸움을 겪어야 한다. 자신과 친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두려움을 느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거부당하는 것은 힘들다. 설령 그것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다 파괴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게 바로 신동이다. 천재는 신동이 성숙해져야 이룰 수 있는 형태이다. 다시 말해 이 긴 이야기의 결론은 신지는 누가 뭐라고 하던 에바를 탈 것이고 그래서 뭘 어쨌던 간에 세상은 저렇게 된다는 말이다(사실 신동들과 과거의 일본이 추구하고 있던 엘리트주의도 저런 꼴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일본의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만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보라.). 문제는 자신들의 꿈에 온통 정신이 팔려 머리의 성장과 생각까지 멈춰버린 일본 아니 전 세계의 그 머리 좋은 인간들이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지냐는 것이다.

 

 

크 미사토 누님 얼굴 좋아요! 좀 더 날 매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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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신극장판:파』아야나미 레이 (おもちゃ&ホビ-) - 1/8 골드캐스트 도색완료 완성품
クレイズ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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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어른들 사정에 애를 끌어들이다니 찝찝하군.

마리: 내 목적 때문에 어른들을 이용하려니 찝찝하네.

 

에반게리온의 신 캐릭터 마리의 등장.

에반게리온의 캐릭터들이 워낙에 개성이 있어서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소화될 수 있을까 걱정되었는데

역시나 아스카 대타였다(...)

 

 테마는 이렇다. '우리 신지가 달라졌어요.' 에반게리온 서에서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칠 수 없는 운명'을 직감했는지 신지는 퍽이나 다정하다. 특히 누구에게나 적극적이고 스스럼없는 아스카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잠에 취한 상태가 아니라 멀쩡한 상태로 혼자 자고 있는 신지의 방에 들어가 파일럿이 된 동기를 물어보거나, 친구 둘 빼고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신지에게 찾아가서 시비를 턴다거나. 갑자기 안노 히데아키가 아스카의 팬이 된 듯이, 그녀의 비뚤어지고 난폭한 성격은 어쩐지 전부 마리에게 떠넘겨진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아스카가 마음에 품고 있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신지에게 털어놓지 않아서 그게 퍽 아쉬웠다. 심지어 카지하고 아예 모르는 사이던데, 아무리 TV판에서 카지에게 쪽쪽 빨렸었다고 해도 이쪽이 오히려 더 외로워보였다고 할까... 비뚤어진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도 문제지만, 마음 속으로만 품고 끙끙대는 게 그렇게 좋은 일만은 아니다. 그것은 나중에 아스카가 유럽에서 왔다는 3호기를 탈 때에도 잘 드러난다.

 

 

아스카가 침식될 때의 장면이라는데, 자세히 보면 웃는 듯한 얼굴이 보인다.

소름;;;

 

 사도는 0호기를 먹었을 때 아야나미 레이와 동화되었다. 하지만 신지가 아스카를 먹을 때(...) 그는 그녀와 동화되지 못했다.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인간이 타인과 하나가 되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징표이다. 모든 생물은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먹는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먹는 것과 동화된다. 건강한 소를 먹으면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고,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몸과 정신에 병이 걸릴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먹는 경우는 어떨까. 고대 시절엔 어떤 족장이 죽었을 때 그를 기억하기 위해 먹었다고도 하고, 용맹한 적장을 잡았을 때 그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서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미 상당히 과학적인 진보가 이루어진 지금 시대에서는 인육을 먹는 행위가 상징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가끔 그런 행위가 이루어진다고 뉴스에 뜨지만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분류될 뿐이다.

 인간은 서로의 희생으로 인해 서로 동화하고 진보한다. 아야나미 레이는 이카리 신지가 에바에 타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자폭을 강행하고, 이카리 신지는 강압적이고 몰인정한 파일럿의 세계에 분노하면서도 1호기에 다시 타서 레이를 구출하려 한다. 에반게리온 TV판에서 신지가 아스카를 구하려고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면, 에반게리온 파에서는 마치 이전의 아스카의 구출 실패를 토대로 큰 깨달음을 얻어 레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하다. 그로 인해 진보가 아닌 진화가 이루어져 인간보다 더 위대한 종족 에바가 탄생해버리자 네르프의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자기 인류들이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후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

 

 

그림체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펜으로 방금 막 그린 듯한 느낌이 나는데도 굉장히 역동성이 있어서 신기했다.

노출씬이라던가도 파격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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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 서(序) 1.01 SE + O.S.T
안노 히데아키 외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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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자기한테 아무것도 없다느니...그런 말 하지마.. 너의 '안녕' 이라는 말도 너무 슬프게 들려... 흑...흑흑..

레이: 왜 우는거야

 

1995년 방영되었을 당시의 카츠라기 미사토. 

 

 

에반게리온 서 때의 카츠라기 미사토.

이전 그림체가 더 좋았다느니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무리 작붕이 있어도 저 1995년보다는 낫다.

사실 신지에서 캐릭터가 훈남으로 변신해버린 게 있다만

누님 캐릭터를 좋아하므로 여기선 넘어가기로 하겠다(...)

직접 보시길 바란다.

 

에반게리온 서가 그런지 아님 파도 Q도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달리 설명이 많다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만일 에반게리온 TV판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참에 다 보고 오시길 바란다. 그 에반게리온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 극장판을 보면 약간 루즈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저 명대사가 나온 파란색 다이아몬드형 사도 퇴치 건에서도, 일본의 모든 전기를 모아서 발사하는 야시마 작전 리메이크판을 쓰기 때문에 다소 전개가 느리다.

 생각해보면 에반게리온에서 전투로봇을 갖고 싸우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박력이 있었던 장면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참에 파란색 다이아몬드형 사도 퇴치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학교에서 자신을 때리는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결사적으로 싸워야 하는 장면도 있고 아예 신지가 에반게리온을 타는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보면 다짜고짜 신지를 끌고 가서 에바에 태우기도 한다. 그러니까 TV판에서는 이런 전투의 황당함과 루즈함을 중화시키기 위해 신지의 학교 친구들의 대화라던가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좀 더 상세히 보여준 것이었는데, 영화판에서는 그것이 다 잘려나갔다. 그래서 TV판에서 신지의 문제점에 대해서 한바탕 지적을 하다가, 약간 그의 고충을 이해하기도 하던 그 모든 과정들이 삭제된 셈이다. 

 그렇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은 신지의 그동안의 상황이 얼마나 가혹했는지에 대한 재해석도 된다. 그리고 그것은 반대로 미사토가 책임감이 없는 무개념의 여자는 아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신지를 이해하려 최선을 다했다. 처음엔 약간 막 다룬 점은 있었지만, 전쟁시 군인이 명령을 거부하면 죽이는 경우도 역사엔 많았다. 아마도 그 때 튀어나온 건 전투에 임하면서 굳어진 그녀의 남성적인 면이 아닐까 싶다.

 

 

 

신지가 자신의 집에 오니까 기념으로 파티를 한다고 개판인 집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애완펭귄 펜펜에 놀라서 알몸으로 튀어나온 신지를 태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지나치게 태연스럽게 행동해버렸네. 연기인 거 눈치채 버렸으려나?'

라고 혼잣말하는 데서도 그렇듯이

그녀는 또 그녀 나름대로 많은 무리를 했다.

 

 미사토가 신지를 데리고 산다고 하자 미사토가 '그래도 남자랑 동거한 적은 있으니 괜찮겠네?' 식의 말을 할 때도 그녀의 대답은 애매하지 않았다. 애초 연인도 아닌 관계인데 아이도 아니고 사춘기가 한창인 남자아이 한 명을 데리고 사는 게 오죽이나 힘들까. 게다가 그 남자가 아파한다면,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여자의 숙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여자 둘이 나누는 고슴도치 딜레마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새삼 아득하기만 하다. 딱히 레이가 아니라도 우리는 눈앞에서 우는 사람을 어떻게 달래줄지 모른다. 그저 웃음 하나, 맥주캔 하나로 풀어가기엔 세상은 꼬여있고 인간은 한없이 막막하기만 하다. 여러가지로 착잡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에반게리온은 서에서 파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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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아이 - 한국어 더빙 수록
호소다 마모루 감독, 야쿠쇼 코지 외 목소리 / 버즈픽쳐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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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눈빛엔 한 점 망설임도 없군."

 

 

모비딕을 읽는 큐타.

 

 1. 내 마음 속에서 분명 타인의 소리가 들렸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의 일이다. 그 때부터도 심리학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정신병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정신상담 이력이 호적에 적히는 줄만 알아(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낙인에 대해서 나에게 설명해 주려는 게 아니었나 싶다.)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면서도 한번도 심리검사를 받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소리도 흐릿해지고 있지만, 나는 정신상담을 받지 않길 잘했다고 나름 스스로 생각한다. 만약 정신상담을 받았더라면 더 이상 그 타인이 소리를 들려주지 않거나, 혹은 내가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내 마음 속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신이라고...

 

 

 

스승과 제자 사이의 우정으로 얼버무리지만 실상은 공동생활가족에 대한 이야기.

 

 2. 부모는 언제나 아이의 무언가가 되려고 생각한다. 욕심이 많은 인간은 아예 신이 되려고 생각한다. 이는 큐타같이 '내 뱃속에서 나온 것 같지 않은', '결혼하지 않은 방탕한 상태에서 낳은 아이같은' 까다로운 아이를 기를 때 자연스럽게 드는 부모의 생각이다. 특히 부모의 성격이 거칠면 거칠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는 큐타를 도와주려 할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바치려 했다. 아이가 아프다면 자신 하나를 갈아서 송두리째 아이에게 먹이고 싶어하는 것. 그것이 제대로 된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부모나 다 그러하길 바란다. 그렇지만 그렇지 못한 부모가 많다. 이는 부모의 마음으로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는 게 사랑이지만, 사랑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부모는 인격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인격적으로 성숙해야 한다는 건, 아이를 위해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숨 전부를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나는 절대 공동생활가족에 반대하지 않는다. 핏줄이 섞인 가족이란 것들이 얼마나 치사한 짓을 할 수 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중 정말 나쁜 놈들은 가족들의 약점을 정확히 찔러서 파멸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최소 '가족'이라는 단어를 쓰고 같이 동거하면서 살려면 모든 상황에 대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즉, 목숨을 바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큐타나 쿠마테츠도 자신들이 그런 인물이 될거라 믿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무엇보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3. 물론 큐타나 쿠마테츠도 자신들이 그런 인물이 될거라 믿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무엇보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사람은 결코 신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명확히 잘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공동생활가족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누구나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고... 인간인 큐타가 언제까지나 요괴들의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순 없다는 뜻이다. 뭐든지 빠져나갈 타이밍이 있으니 그걸 큐타처럼 잘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론 그냥 1인 가정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가슴 속 검은 예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검을 받아들여 내 마음 속의 구멍을 메우는 법은 몰랐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게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 하나도 간수하기 급급한데 가슴 속 검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겠는가. 가슴 속 검은 결국 남이 아니라 나에게 꽃히기 위해 있는 검이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 오해하고 있는 이 사실을, 이 영화는 너무나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큐타같은 아이였다.

 내 부모님이 진짜 날 길렀는지 끊임없이 의심스러워하는. 마치 괴물의 아이같은. 하지만 괴물은 아닌.

 괴물이라는 '신'이 날 길렀다.

 아무리 수많은 사람들이 신이 없다고 한들, 그리고 나의 신이 그들의 입방아에 무참히 찧인들, 상관없다. 나 하나만은 그를 응원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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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아이돌 마스터 무비: 빛의 저편으로! - 일반판 - 캐릭터 카드 4장
니시고리 아츠시 감독, 하세가와 아키코 외 목소리 / 미디어허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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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좋은 방법이 있겠지만 난 아마미 하루카니까.

 

 

 얘네 정말 제노그라시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것 같다.

 

 1. 엘리자베스 여왕이 만든 구민법이라는 게 있다. 영국의 빈민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 법이다. 봉건제의 붕괴와 인건비 상승과 엔클로저 운동 등등으로 인해 영국에 정처없이 떠도는 부랑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데 엘리자베스가 그들에 대한 손길을 내민 것만으로도 빈민들에겐 물론 분에 넘치는 영광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분이 대체 어떻게 대처했길래 빈민의 수를 줄일 수 있었는지 약간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노동자 칙령. 노동력이 있는 자에겐 개인적 자선을 못한다. 일하지 않는다? 그럼 굶어 죽어라. 케임브리지 법. 걸인은 물론이요 모든 '노동자'의 이동을 금한다. 아놔. 왜 그렇게 밖을 돌아다니세요. 술집이나 카페라도 들어가세요. 뭐? 돈이 없어서 술집도 카페도 못 들어가? 집 없어? 그럼 얼어 죽어라. 캬캬캬.

 .... 엘리자베스 여왕을 싫어한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남녀 포함하여 영국에서 제일 정치를 잘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워낙 개망나니같은 아버지 밑에서 강하게 살아서 그런가 굉장히 자비가 없다. 나는 이 극장판에서 강하게 그런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하루카의 이 표정 정말 사랑한다. 마이 엔젤.

 

 2.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백댄서가 살이 쪄서 잠적을 탄다는 반전으로 시간을 질질 끄는 건 좋았다. 내 10대 시절을 생각해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살이 쪘지만(...) 몸무게가 늘어갈 때마다 정말 손으로 뱃살을 꼬집은 다음에 칼로 자르고 싶었다. 그게 안 되면 죽어버리고 싶었다. 휴가를 얻어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도저히 화장할 시간조차 안 나는 지금조차 그러하다. 10킬로를 뺐는데도 불구하고 (아니 빼서 오히려 더 그런지) 거울로 내 모습을 보면 여기는 빼야 하지 않나 저기는 빼야 하지 않나 짚어보고는 한다. 10대에 아이돌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스쿨 아이돌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하루카는 매우 긴 시간의 고민 끝에 여신처럼 그녀를 포용한다. 첫째로 그 과정이 너무나 지지부진했다. 그거야 그렇다고 치자. 10대의 여린 마음엔 원래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법이니까. 어찌보면 하루카가 카나를 찾아간 타이밍이 끝내주게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카나는 의상을 입기 위해 살을 빼기 시작한다. 열심히 아이돌 춤을 연습하다보니 살이 빠진 게 아니다. 일단 카나부터가 정확히 자신을 지적한다. 나는 너무 살이 쪄서 저 의상을 도저히 입을 수 없다고. 아니 그럼 늘려서 입으면 되잖아? 적당히 통통한 것도 얼마든지 귀엽고 개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말이다. 마치 이건 영화 자체에서 '우리 업계에서 프로가 되려면 일단 살부터 빼야지. 그럼 갈비뼈 한 두개쯤이야 희생할 수 있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종의 강요다. 대체 어느 조선시대에서 이런 교훈을 주려고 두 시간동안 영화를 상영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라이브에서도 지적할 게 너무 많아서 다 말하기가 힘들지만 일단 몇가지만 거론하겠다. 

 3. 솔직한 느낌으로 말하겠는데, 분노했다. 라이브곡인 마스터피스는 정말 에바였다. 차라리 초반에 나왔던 라무네빛 청춘이 더 좋았다.

 그리고 라이브에서조차 작화 붕괴가 발견되는 건 너무 심했다. 예고편에서도 불안하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난 이 정도인줄 몰랐다. 아이돌마스터 애니도 볼까 했다가 이거 보고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러브라이브 극장판처럼 뭔가 발전이라도 해라.

 하루카랑 유키호랑 라이브 복장 입히니까 너무 구분이 안 갔다. 제작진도 구분이 안 가서 꽃을 오른쪽으로 꽃고 왼쪽으로 꽃아서 구분해 놓은 듯한데 장난까냐?  아니 그렇게 오랫동안 아이돌마스터로 해먹었으면 최소한 그 둘의 머리 스타일이 비슷한 걸 고려해서 얼마든지 개성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과물은 너무 실망스러웠고 난 얘네들 춤추는 거 보면서 계속 하루카랑 유키호가 헷갈렸다. 정말 극장판 도중에 박차고 나가서 술 마시러 가고 싶었다. 졸라서 같이 영화 보러 간 친구에게 사과했음은 물론이다. 그 녀석은 왠만하면 영화 같이 보려고 노력하는 녀석인데 정말 마지막 5분 라이브만 딱 보고 나머지 시간엔 계속 자더라.

 

 

 그리고 애니를 선정성 때문에 까는 경우는 여태 없었는데 이 리뷰에서 최초로 까겠다.

 

 아이돌 애들이 계속 프로듀서에게 대쉬하는데 신데마스같은 타당한(?) 원인도 없이 그냥 거기에 있는 유일한 남자라서 그러는 티가 너무 확 났다. 최대한 서비스 장면이 나오게 하기 위한.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꿔다놓은 보릿자루. 내가 이 영화 보러 갔을 땐 분명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같이 영화를 보는 어머니도 있었다. 그 모녀는 속옷이 다 비치는 그 여자애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사람들이 일본 아이돌 만화영화를 보러 또 이 극장을 찾을까? 나같으면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퍼퓸 MV에서처럼 남자를 빼는 게 진리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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