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School Musical 하이스쿨 뮤지컬 1 (책 + MP3 CD 1장) 영화로 읽는 영어 원서 시리즈 2
N. B. Grace 지음, Kenny Ortega 원작, 마이클 앨렌 마이즈너 감수 / 롱테일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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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울고 싶을 때 웃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그렇게 쓰더라. 손발이 꼬여서 죽을 것 같아도 계속 보게 된다고.

 

 일단 블루드롭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애니에 연극을 집어넣으면 어떤 시대에 적합한 장르를 선택하더라도 다 망하게 된다는 게 일반적 법칙이다. 게다가 블루드롭은 곤조가 참가했던 역작인데, 이 애니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연극의 요소를 첨가했다. 애니를 보면 알겠지만, 노래를 정말 뜬금없이 부른다. 그런데 가사를 보면 애니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와 작사가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알 수 있다. 보통 애니는 아니다.

 

 

대충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뮤지컬학과로 유명한 명문 남학교 내부에서 히이라기 파와 오오토리 파로 분파가 생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오토리 가에서 히이라기 가가 갈라진 셈.

 

 오오토리 선배는 유학을 감으로서 히이라기 후배에게 학생회장을 양보해버린다. 오오토리와 어릴 때부터 히이라기로서는 그걸로도 부담이 많이 가는 셈. 그런데 오오토리가 무작정 돌아오자마자 뮤지컬 팀을 만들어버린다. 그것도 하나씩 불안한 요소가 있는 아이들로 말이다. 히이라기 파는 오오토리 팀을 해체시키려 할 때 전통성을 따지고 들지만 사실상 오오토리의 눈치를 많이 보아야 하니, 정통성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가 의문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오오토리 팀을 이끈 주자가 주인공이다. 우연히 춤추는 한 고등학생을 본 이후 그를 멘토로 삼고 연습에만 정진하는 노력파라 자신들이 하는 일이 혁명이라는 걸 따질 틈도 없는 셈.

 

 당연히 그들은 온갖 역경을 극복해내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라는 결말로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애니는 최종테스트가 아닌, 학교 축제의 공연 모습을 보여준다. 한순간이지만 마지막 5분동안 시청자 아니 관객은 결말에 매이지 않고 작중 인물의 뒷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마치 오오토리 팀에서 도망가면서 슬그머니 그들을 지켜보는 오오토리처럼.

 

심지어 이 인기 없는 애니의 2기가 발표된다고 한다.

 

 자금이 딸려서 모두들 캐릭터 모에에만 매달리는 지금 이 시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 그 자체인 주인공 오오타니를 데리고 대체 무슨 스토리를 더 쓸지 모르겠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스토리가 판치는 아이돌 애니에서 현실성을 주장하고, 1기 수익의 트라우마보단 2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보답한데서 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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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동전기 건담윙 (건담W) 보급판 박스세트 vol.5 (3disc)
마사시 이케다 감독 / 뉴타입DVD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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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마라! 싸우는 것보다 계속 싸우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힘이 넘칠 때랑 힘이 극도로 빠질 때를 다 겪어봤는데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더라.

 

 리리나 피스크래프트의 여정이 건담 파일럿보다 돋보이는 이유는 이 애니가 성장물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심신이 지칠 망정 의지는 항상 강한 그녀를 보면서 감동하게 되는 것. 우주의 기운을 하나로 모으자는 근본주의 종교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데올로기는 그냥 이데올로기지 종교가 될 수 없다.) 최소 항상 나 자신을 토닥여주는 셀럽은 필요한 것 같다. 베토벤의 '그래야만 한다'에서 굳이 벗어날 필요가 있을까. 그녀가 아무리 완전평화주의를 주장하는 자신에게 매료되었다 하더라도, 매료된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답다. 회의주의인 사람이 어중간하면 사랑을 받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 회의를 보인다면, 음 그 역시 아름답다. 쇼펜하우어를 보라. 실제로 얀데레를 모에하는 몇몇 사람들이 눈에 하트 뿅뿅 있는 일러스트에 빠지지.

 

 

키치가 다를 때 할 수 있는 건 대화다.

 

 대화는 '내가 너를 바꾸겠다'가 아닌, '누구의 정신이 더 강력한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폐쇄성일 뿐이라 본다. 주먹과 주먹을 부딪치는 것 또한 대화에 속하기도 하기 때문에, 카미유 비단처럼 미쳐버리는 건 사실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요컨대 어떻게 이 시대에서 미치지도 않고 죽임당하지도 않고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가가 건담윙의 과제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의문을 제기한다.

 

 히이로 유이가 자폭을 하는데 대해선 비난을 하면서 젝스가 '전쟁을 전쟁으로 막는다'는 이론을 펼치는 데선 어째서 침묵하고 있는 걸까? 평화가 찾아오면 병사들이 일자리가 없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데 말이다. 리라나를 페북 프사로 달았을 때 어떤 페친이 히이로 유이한테 도움을 청하면 자폭으로 도와줄 거라고 하더라. 그런데 리리나는 히이로 유이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다. 혹시 그 사람은 자신을 군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전쟁을 사랑한다'는 도로시의 말은 스크린 세계를 뚫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실제로 토미노 씨는 샤아가 인기를 끄는 데 대해 씁쓸함을 느낀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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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오니모노가타리: 시노부 타임(하) (BD+CD)
신보 아키유키 감독, 하나자와 카나 외 목소리 / 이오스엔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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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추억도 마모된다.

 

영원히 아이가 될 것만 같았던, 그러나 어딘가 애어른 같아서 조마조마했던 하치쿠지 마요이가 어른이 되었다.

 

 뭐든지 아는 누님이 아라라기에게 가르쳐 주었다. 가엔은 아는 것만 아는 하네카와 츠바사의 자상한 누님 타입이 아니다. 어쩐지 친척인 스바루에게는 애잔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어딘가 섬뜩한 점이 있다. 목적을 위해서는 하프 뱀파이어의 힘도 아낌없이 빌리는 점 또한 그렇다. 음. 새삼 하네카와 츠바사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처음에 키스숏의 첫사랑 상대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이번 편은 참 마음을 애잔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엔딩곡에서 마요이만 사라지고 가방(달팽이집)만 남은 걸 보면 언젠가 그 가방에서 뿅 나타나는 게 아닐까 괜한 기대를 가져보지만 말이다. 왜 내가 좋아하는 최애캐는 유명하지 않거나 등장률이 적거나 일찍 사라지는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ㅠㅠ 게다가 마요이는 요즘 한창 인기있는 로리인데도 말이다...

 이 순간에도 아라라기는 하렘을 건설할 수 없음에 매우 허무해하고 있다 ㅋㅋㅋ 좋아하는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으면 허무와 권태에 사로잡히기 전에 빨리 그 근처에서 사라지는 게 여성으로선 최선의 방식인데도 말이다. 성불해도 마요이가 만날 사람 아니 영혼은 따로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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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오토리모노가타리: 나데코 메두사(하) (BD+CD)
신보 아키유키 감독, 아라라기 카렌 외 목소리 / 이오스엔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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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은 귀엽고 소중해, 누구나가.

 

몇몇 페친이 이 글을 보면 전투 태세를 취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들이 내 생각을 어쩌지는 못한다. 나는 센고쿠 나데코의 모습을 보고 상상임신을 떠올렸다. 물론, 자웅동체가 아닌 이상 아기를 만들수는 없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여성의 몸이 아기를 밴 것처럼 반응을 보인다. 배가 불룩해지기도 하고, 살집이 오르기도 하며, 모유가 정말로 나오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도 의심할 나위없이 임신 초중기 정도로 착각할 만하다. 하지만 그들은 결실을 얻을 수 없다. 즉, 대상인 남성과 아이를 데리고 같이 사는 행복한 결말을 만들 수는 없다. 모든 건 그녀의 상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센고쿠 나데코의 무지에 한탄한다. 그녀가 비뚤어졌더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무엇보다 아라라기를 죽이려고 결심한 건 큰 진보이다. (응?) 하지만 아라라기가 그녀를 사랑하게 해 달라는 처음의 소원은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다. 아니, 일부러 모른 척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의 무정자증이던 여자의 '돌 같은 자궁'이던 남자가 아이를 원치 않던, 아무튼 절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환경에 센고쿠 나데코는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도망친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그녀만의 세계에서 그녀는 신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신화에서 나오는 신은 안타깝게도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했다.

 종교에 관련한 글을 쓰는 김에 내가 믿는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선악과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니다. 단지 '자기 자신의 기준에 따라 기억을 조작하고 이야기를 꾸며내는 능력'일 뿐이다. 단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기에 그녀가 선악과를 먹었을 뿐. 그것은 단지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신은 절망에 빠지고 그녀는 에덴에서 추방되었지만, 그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이브가 뱀의 꼬임에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면 지식을 모으려는 욕구와 문학이 전부 사장되었을 것이다. 센고쿠 나데코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정작 나데코를 미워하는 출산에 실패한 돌계집 센고쿠 나데코는 일생을 혼자 살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나를 사랑해주겠느냐고 매일매일 연인에게 매달리면 그 연인은 질려서 떠나게 되어 있다. 그 질문엔 "이렇게 귀여운" 나를 버리면 죽여버릴 거야, 라는 뜻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증오와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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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카부키모노가타리: 마요이 강시(하) (BD+CD)
신보 아키유키 감독, 호리에 유이 (Yui Horie) 외 목소리 / 이오스엔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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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라기 씨를 만날 수 있었던 건 행복이네요.

 

  

하치쿠지 마요이는 집안 사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로 일전에 포기한 하네카와 츠바사와 다르다. 오히려 더 스케일이 크다. 그녀를 선택하려면 전세계를 황폐화시켜야 한다. 사실 아라라기 그 자신이 죽는 게 세상이 죽는 것보다 더 큰일이 아닌가하는 태클을 날려주고 싶지만 유난히 오지랖이 넓은 아라라기는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보다.

 

 네코모노가타리 백에서 상반신 탈의한 채로 나타나서 일언지하에 하네카와 츠바사의 고백을 거절한 아라라기는 그럼 뭘까 하는 의문이 남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또 풀어지겠지.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인기 절정인 시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사랑은 쉽지 않다. 일단 그것 때문에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으니 말이다. (최대 피해자 어중간한 인간 아라라기 어중간한 흡혈귀 시노부.) 그 중에서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랑이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세계도 구하고 여자아이도 구한다는 아라라기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미래를 몇 수는 더 내다봐야 한다고. 센죠가하라 히타기같은 올바르고 현명한,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여자에게 무관심하지만 어느 정도의 존경심을 가지고 정절(?)을 지키는 아라라기는 소름끼칠 정도로 냉정하지만 온당하다.

 나는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생각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첫째로 내 세계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부모님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둘째로 배우자 주변의 사람들이 현명해야 한다. (대부분이 영악하거나 무식하다면 센죠가하라처럼 아예 나친적이어도 괜찮다.) 외모나 스펙이나 재산은 나에게 셋째의 문제다. 아니,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셋째일까.

 솔직히 지금 이 선택 때문에 거의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지만;;; 별다른 후회는 없다. 어쨌던 나는 세상을 파괴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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