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안텀 블루
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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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일은 전혀 생각하지 말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자. 나는 네 옆에서 한 시도 안 떨어질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응,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을게. 아프다고도 안 할게. 힘들다고도 안 할게. 슬퍼하지도 않고, 울지도 않을게. 약속해."

  여자의 직업은 사진작가이다. 그것도 물 웅덩이를 통해 세상보기를 하는 약간은 색다른 사진작가.  그를 사랑하는 남자는 출판사 편집일을 하고 있다. 그의 직업도 색다르다. 일반 출판물이 아닌 성을 주제로한 철저한 상업성 잡지를 만드는 그런 회사에서...

  그렇게 사랑하는 여자가 죽어가고 있다. 병원은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수 있는게 없다.  의학적으로....남자도 여자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 무엇도 없다. 단지 함께 받아 들여야 할 뿐....둘은 예전에 함께 일때문에 여행을 떠났던 프랑스 니스로 죽음여행을 떠난다. 예전에 그녀가 그곳에서 죽고 싶다고 했던 그곳으로...

  "아디안텀 블루"늘 "파일럿 피쉬"의 2부라해서 처음에 읽기를 망설였다. 그의 전작을 보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죽음과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라 일반적으로 그러려니 했었다.  한참을 읽어 내려갈때까지 나의 생각이 맞았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새로운 그 무엇이 다가왔다. 죽음을 앞둔 남녀의 여행.  분명 후반부는 가슴 찌릿한 여운이 남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특히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말들 말들....죽음 앞에서 초연한 모습을 보며 눈가가 뜨거워짐을 느낀다. 

  과연 죽음앞에서 초연해질 수 있을까?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혼자 살아낼 수 있을까? 둘은 다시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까? 과연 이세상이 아닌 다른 그 어느 세상이 존재하고 있을까? 시간이 흐르로 흘러도 보낸이를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모든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헤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디안텀 블루"를 보며 벽장안에 간직해 두었던 오래된 LP판을 찾았다.  바로 "킹 크림슨"의 "에피탑"을 듣기 위해서....대학시절 킹 크림슨의 강한 비트의 음악에 매료되어 구입한, 지금은 잘 듣지도 않는 전축에 올려놓고 잡음과 함께 듣는 8분 50여초의 "에피탑"은 오늘따라 더 애절하게 내 귀에 전달되었다. "혼란이 나의 묘비명이 될것이다"라는 절규의 소리를 오랫만에 듣는다. 마치 회전되는 LP판의 잡음이 마치 묘비를 둘러싼 영혼의 몸부림처럼....

  "아디안텀 블루"의 앞 부분들을 뒷부분을 끌어내기 위한 전주곡들 이었나보다. 책을 덮고나서 마음 한구석이 빈 느낌이다. 마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것 처럼. 이 가을 킹 크림슨과 레드 제프린, 그리고 비틀즈의 음악과 함께 "아디안텀 블루"를 읽는다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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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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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는 쓸모없는 톱니바퀴는 없고, 그 톱니바퀴의 사용법도 그 스스로 정하는 것..."

  그렇다 이 세상 어디에도, 그 무엇도 하찮은 것은 없다. 그 어떤것 하나라도 그 나름대로 존재의 필요성이 있는것이다.  지금 아무리 힘들고 고뇌에 차있어도 그리고 내가 내자신이 필요없지만, 어딘가에서는 나의 손길을 갈망하는 그 누군가가,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읽은책을 리뷰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많은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의 글을 보고 책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보전달자의 역활을 충실해 수행하여야만 한다.  또한 나의 글이 읽는이로 하여금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도 고민해야한다.  하지만 리뷰의 장점은 자신이 보고 느낀점을 그대로 옮겨 놓기만 하면 되기에, 그리고 읽는 이마다 그 느끼는 감정은 다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그다지 없는듯 하다.

  추리소설을 리뷰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것 같다. 여타 책과는 달리 단어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읽지 못한 이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해주면 안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의 특징은 스스로 읽어가는 가운데 답을 찾아내야 하는 작가와의 싸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또한 책을 읽기전에 타인의 리뷰를 보지 않는다. 자칫 찾게 될 그 실마리때문에...

  서론이 너무 길었던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은 출판전부터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이작품이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하였고 그의 다른 수상작품을 이미 영화나 책으로 만나온 터였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기대했던것 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다. 강한 검은색 표지에 붉은색으로 찍힌 숫자와 영문은 책내용의 궁금함을 더 한층 가속화시키고 있었다.  처음 몇페이지를 읽어내려갔다. 군더더기없는 전개가 깔끔하게 다가왔다.  어느새 나는 용의자 X의 헌신에 빠져있었다. 과연 나는 어느쪽 입장에서 책을 읽어가야하나?가 오직 나의 과제였다.  용의자X, 물리학자, 아니면 형사.....단촐한 등장인물이 좋았다. 군더더기를 뺀 최소한의 등장인물을 배치하여 읽는이로 하여금 혼동을 주지않는 작가의 노련함이 인상적이었다. 정신없이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끝을 맞이하게 된다. 사건의 끝과 책의 끝. 아쉬웠다. 내용이 아니라 400여페이지가 짧게 느껴진게 아쉬웠다.

  좋은작품을 소개하는데 다른말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한마디 "읽어봐, 최고야!!"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은 엄지손가락 두개를 하늘로 향해 치켜올려도 좋은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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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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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력이 느껴지는 단편집이다.  왜 그가 일본내 최고의 작가인지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무라카미하루키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작가이며, 전세계적으로도 역량있는 작가이다. 그렇기에 그의 5년만의 단편집인 "도쿄기담집"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역시 ....
 
  5편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무라카미 하루키식으로 엮은 단편집이다. 처음에는 "모 이런게 기담이야!!" 라고 시작했다가 두번째, 세번째 에피소드를 읽어 내려가면서 "그래, 그렇수도 있겠다." 를 거쳐 네, 다섯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앗! 그렇겠구나!!"로 마무리되는 갈수록 빠져드는 매력있는 단편집이다.
 
  특히, 세번째 에피소드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와 다섯번째 에피소드인 "시나가와 원숭이"는 머리가 쭈볏서는 느낌을 받았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남편이 아파트 24층과 26층 사이에서 실종된 이야기를 다룬것으로서 읽는내내 왜그랬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반복되다가 끝에가서는 "정말로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나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에피소드 또한 이름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로 다섯편중에서 가장 머릿속에 남으며 시사하는 바가 있는 이야기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은 여느 기담, 괴담이야기와는 다른 완성도가 있는 이야기책인것 같았다. 처음 몇장을 펼쳐 읽다보면 어느덧 끝을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흡입력있는 단편집이며 책을 읽고 나서는 예전에 들었던 기이한 이야기가 머리속에서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책속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몇군데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때로 우리는 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말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항상 우리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요. 우리가 없어지고 나면,
말은 존재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그것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는 말이 되어버리고,
드러나지 않는 말은 이미 말이 아니거든요."
- p.136 -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中 에서.

"작은 비밀이라는 건 소중한 거예요" - p.163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中 에서.

"이 세상의 모든것은 의지를 갖고 있어", "예를 들면, 바람은 의지를 갖고 있어. 우리는 평소에 그런 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걸 개우치게 되는 거야. 바람은 하나의 의도를 가지고 당신을 감싸고, 당신을 뒤흔들고 있어. 바람은 당신 내면의 모든것을 다알고 있어. 바람뿐만이 아니야. 모든 게 다 그래...." - p.178 -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돌 中 에서.

"전진과 후퇴가 반복되고 있긴 하지만, 모든 일은 착실하게 잘 해결되는 방향으로 진행되 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흔히들 말하잖아요, 인생은 3보 전진하고 2보 후퇴하는 거라고 말이에요. 걱정할 것 없어요. 잘 될 테니까..." - p.237 - 시나가와 원숭이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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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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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이.사.카.고.타.로를 주목하게 되었다.  사실 이전에는 일본작가의 작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나와는 별로 취향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을 했던것 겉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 '사신치바'를 보고 흥미를 갖게 되었다. 독특한 그의 스토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본소설을 접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이사카고타로를 주의깊게 보게 된 동기가 되었다.

  '러시라이프' 제목은 좀 딱딱한 느낌을 받았었다.  또한 '러시'가 RUSH(질주)라는 단어인줄 알았다. 하지만 '러시'가 '풍부한, 풍요로운' 이라는 의미의 lush라는데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바쁘게 질주하는 삶이 아닌 풍요로운 삶을 그린 '러시라이프'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라는 호기심.

  러시라이프는 이사카 고타로만의 색이 묻어나는 소설이다. 그만의 독특한 퍼즐식 맞추기 구성법.  5명의 아무 의미없을 것 같은 주요 구성원이 잘 짜여진 각본처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소설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구성원 모두 힘들고, 어렵고, 사회에서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그들에게 풍요로운 삶이란 애초부터 없었다. 오직 암울한 내일만 있을 뿐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그러한 각각의 구성원의 삶을 하나 하나 풀어헤친다. 

  러시라이프를 보면 마치 잘 짜여진 퍼즐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속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과 그들의 엮임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퍼즐을 처음 맞출때는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때가 종종있다. 조각조각이 전혀 맞지도 않고, 서로 관계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조각 한조각 맞추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퍼즐을 볼 수가 있을것이다. 그토록 관계없어 보이던 조각 조각이 이웃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처럼, 러시라이프의 소설속 주인공의 삶이 그래보인다.

  도둑, 화가, 카운슬러, 신흥종교추종자, 실직자와 관련된 주위인물, 그리고 이들과 연결고리가 되는 개한마리. 사실 이들은 아무 관계도 없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들은 교묘하게 연결되어진다. 마치 아침에 집을 나서 학교나 직장으로 갈때 우리가 무심코 만나는 사람, 지나치는 사물, 지나간 장소는 아무 의미가 없는것 같지만 그것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라이프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과 전생 그리고 사후의 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에셔의 작품 "올라가기와 내려가기"를 통해 삶을 보여주고자 했던것 같다. 계속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복잡한 계단을 걷는 병사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정체되는 것이라고....하지만 그 끝없는 걸음을 아래에서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 또 다른 병사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찾는 모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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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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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그네를 구입할때 따라온 책이다. 어찌보면 인더풀을 준다고 해서 겸사겸사 해서 공중그네를 구입했는지도 모르겠지만...공중그네의 연결편이라 보면 된다. 다섯편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오히려 공중그네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던것 같다.  계속 반복되어 이어지는 포맷이 지루하긴 했지만 그냥 웃으면서 읽어내려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읽으면 "나도 병원에 가봐야 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 한 에피소드 나오는 것처럼 나도 어쩌면 강박신경증에 걸린것 같아서 말이다. 집에서 나올때 분명히 문을 잠갔는데 다시 돌아가 손잡이를 한번 더 돌려본다거나, 퇴근후 집에 도착해 분명히 자동차의 리모콘을 눌렀는데 몇번이고 다시 확인해 본다거나, 컴퓨터를 끄고 나온것 같은데 아닌것 같기도 하고...하는 일련의 이런 행동들이 바로 강박신경증이란다. 이른바 '확인행위의 습관화' ,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한두번씩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에 대한 의사 이라부의 엉뚱한 치료법을 이책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병원에 가봐야 하는 이유는 또하나 있다. 러너스 하이 라는 중독성때문에....러너스 하이는 "오래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 왜냐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강도를 높여 달리게 된다. 한때 그런적이 있다. 인라인을 탈때 매일매일 더 많이 멀리 달리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바로 러너스 하이때문에...아지만 언젠가 실증이 나버렸다. 너무 달려 지쳐버렸기 때문에 말이다. 인더풀을 보고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의사 이라부의 치료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계속 달리게 하는것. 지겹도록 그일에 매달리게 하는것. 그래서 본인이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이라부식 치료법이다. 물론 본인도 함께 참여하는 그만의 독특한 치료법을 맛보기 바란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보면 마음이 편하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그의 작품이 좋다. 엉뚱한 상상력이 좋다. 요즘처럼 따분하고 재미없을때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그의 또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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