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에는 가급적이면 스포일러를 안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아마 다른 책벌레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그래서 책소개를 안 읽고 책을 사는 경우가 책소개를 읽고 사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최근에 읽었던 놀랍고 기이한 책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도 책을 살 때 소개도 읽지 않고 샀다. 다 읽은 지금 다시 그 책의 책 소개/주문 페이지로 다시 가서 작가의 말을 봤다.

벤자민 라바투트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나 혼자 생각인가?) 차기작은 이세돌에 대한 책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너무 궁금하다. 인공지능과 싸웠던 것을 쓰는 것인가? 그는 그 책을 쓰기 위해서 이세돌과도 인터뷰를 했겠구나. 그럼 이세돌은 이미 알고 있었겠네, 자기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것이라는 것을?


나는 바둑은 아는 것이 없지만, 어려서부터 오목을 무척 좋아했다. 한때 별명이 오목의 여왕이었는데, 이제는 오목도 안 한 지 너무 오래되니까 잘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얼핏 든다. 아이들을 낳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안 하게 된 것이 참 많기도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하게 된 나를 본다. 어쨌든 바둑 1도 모르지만, 벤자민 라바투트가 쓴 글이라면 분명 흥미진진할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나는 나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솔직히 할 얘기가 1도 없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기에 도대체 자신에 대해서 할 얘기가 하나도 없지? 어쩌면 좋지? 나에 대한 얘기로 4000자를 써야 하는데. 휴우


이렇게 걱정만 하다가 하루가 또 갔다. 내일은 일하는 날이니까 내 생각은 할 수 없겠다. 나는 왜 이렇게 하찮을까?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하자. 지겹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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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2-12-20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 생각 저만 지겹게 하는 게 아니었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2-12-21 14:28   좋아요 2 | URL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저 혼자 그러는 것이 아니었군요!!^^

psyche 2022-12-23 0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이 하찮으시다면 하찮지 않은 사람이 어지 있을까요? 라로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사람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라로 2022-12-24 18:52   좋아요 0 | URL
아~ 아닌데요,,ㅠㅠ 프님께선 언제나 절 너무 좋게 봐주시니까 실망하실까봐 좀 두렵;;; 저보다 프님이 훨씬 멋지고 훌륭하세요!! 저는 프님을 닮고 싶어요. 진심 부럽고 리스펙트!!
 














이 책은 정말 멋진 책이다. 그런데 기억의집 님 말고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인터뷰집이다 보니 자세한 과학적인 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과학자도 여러 명이다 보니까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지금까지 내가 아는 것이 어쩜 이리도 없는지 더욱 실감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 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권장한다. 


과학은 과학 소설에 영향을 준다. 과학 소설 또한 과학이 만들 미래를 앞서 보여 주면서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부터 나도 과학 소설을 즐겨 읽었다. - P228


과학은 과학 소설에 영향을 주고 과학 소설은 또 과학에 많은 영향을 준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과학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의 작가들도 과학 소설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최근에 읽었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도 아주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도 있구나 싶은 것이,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의 현대판을 읽는 듯한 흥분도 느꼈다. 남미 작가라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


어쨌든 아직도 읽고 있는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도 그런 면으로 좋다.

미래를 기억하는 일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김연수 작가의 팬이 아니라서 그의 책은 읽은 것이 별로 없었다. 오죽했으면 누구나의 집에 다 있을 것 같은 <청춘의 문장들>이 젤로 좋다고 했;;;;


앞으로 읽을 책이 더 많아 진 나의 미래를 축복한다. ^^;






새로운 것에 담긴 의미를 더 많이 신뢰하기. 인간이 하는 일에 더 많은 신뢰 보내기. 낯선 것과 미지의 것에 마음 열기. - P221

<과학자들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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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2022-12-21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을 책이 더 많아진 나의 미래를 축복한다!!!
아하하. 우리는 매일 엄청난 축복을 받고 있네요. 라로님 덕분에 읽을 책이 더 많아졌으니!

라로 2022-12-21 14:29   좋아요 0 | URL
애쉬님!! 넘 오랜만이 아닌가요??
넘 반갑습니다!! 아이(들)은 많이 컸죠??^^;;

애쉬 2022-12-2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은 오랫만이지만, 항상 라로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저도 아이들도 모두 잘 지내고 있지요. 전 너무 잘 지내서 무척 게을러졌어요. 항상 부지런히 읽고 쓰고 있는 라로님 보면서 늘 응원받고 있습니다!!
 

오전 8시 출근이라 7시 10분쯤 화장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차지 널스가 전화를 했다. 여기 사람들 어지간히 바쁘지 않으면 전화 안 하는데 뭔가 급한 일인 것이 분명해서 전화를 받았다. 자기가 스케줄링을 잘못해서 L이라는 직원이 이번 주에 2일만 일을 하게 됐다면서 나더러 오늘 쉬고 싶으면 L을 내 시간에 일하게 하고 싶다고. 그러면서 이건 강요가 아니라 완전 자발적으로 해야 하니까 어떻게 할 거냐고 해서 Flex하라고 했다. L은 이번 주 2일 일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결국 3일을 일하게 되었고, 나는 3일을 일하게 되었지만 결국 하루만 일을 했다는. 아 놔~~~~. ㅎㅎㅎ 내가 그 말을 했으면 다른 사람이 Flex 되었겠지만, 할 것도 많고 해서 사실 은근 기뻤다. 요즘 다시 슬럼프가 왔는지 엄청 일하기 싫어하고 있다는. ㅠㅠ

그래서 집에 있으면 잠만 잘 것 같아서 책이랑 아이패드랑 아이파드랑등등 잔뜩 챙겨서 스벅에 왔다. 드라이브 드루는 가끔 했지만, 간호대 이후로 이렇게 맘먹고 온 것은 오랜만이다. 익숙한 얼굴의 직원이 있어서 어색한 기분이 덜 들었다. 이 직원은 몇 년 전에 와이프가 출산을 한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여기서 일하는 구나. 어째튼 참 친절한 직원이다.

<과학자들의 자화상>을 여전히 읽고 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인터뷰 형식이라 쓸데없는 글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인터뷰어는 모두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지만 조금씩 다르고 중요한 것을 간략하게 물어본다. 인터뷰이들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인터뷰어인 헤를린데 쾰블이 자기가 인터뷰하는 모든 과학자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이제 내 글을 써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책만 읽어서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꾸 써야하는 것 같다. 읽어보고 고치고 또 읽어보고 또 고치고를 마감 전까지 무한반복.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지만 혹시 알아? 좋은 글이 만들어 질지?

저 잉크는 필사하는 사람들 중에 좀 알려진 잉크이다. 보라색 잉크에 금속성 초록 태가 뜨는 잉크인데(종이나 만년필에 상관없이)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인다. 내 앞에 있는 실물은 너무 잘 보이는데. 이렇게 태가 뜨는 걸 잘 찍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오 웰…

어쨌든 나도 비올라 포겔 교수의 말에 100% 동의한다. 미국은 여성이 직업과 가족을 하나로 결합하는 데 훨씬 관용적이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에게도 그렇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의 내 처지에(여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 나이많음, 경력없음, 재정능력 부족 등)(?) 계속 공부를 하고 더 나은 것을 위해 꿈을 꾸는 것은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러다 포기했겠지. 포기하지 않아도 되어서 기쁘다. Flex 되어도 좋다. 모두 좋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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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12-16 07: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예쁜 손글씨를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라로 2022-12-16 15:07   좋아요 2 | URL
저는 유뷰만두님처럼 똑똑하고 멋지면 좋겠어요. 진심!

프레이야 2022-12-16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내가 좋아하는 글씨체 라로님 글씨 ㅎㅎ
더 예뻐졌네요. 잉크색도 예뻐요.

라로 2022-12-16 19:40   좋아요 1 | URL
‘라로체‘라고 반열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좋아요. ^^;;
근데 저는 프야님의 시원시원한 필체가 좋아요, 프레이야체!!^^
고마와요, 잉크색 이쁘죠?^^

책읽는나무 2022-12-16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순간 사진도 예뻐 캡쳐 사진인 줄 알았어요.
댓글을 보고...정말 라로님 손글씨입니까?
넘 이쁘네요. 손글씨체 이쁜 사람 젤로 부럽던뎅~^^
얼마 전 미국 살던 시동생이 왔다 갔었는데 얘기 나누다 보면 확실히 미국은 여성의 나이를 막론하고 직업을 갖는 것에 좀 더 관대하다는 걸 느끼게 되더군요.
라로님도 더 열심히 하셔서 더더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라로 2022-12-16 15:10   좋아요 2 | URL
진짜요? 힛 좋아라~~.^^
시동생이 미국에 사시는 군요!! 그럼 여기 놀러 오셔야죠!!^^
어느쪽에 사시나요?? 이쪽이면 겸사겸사 여기도 오시길요.^^
넵! 열심히 해서 점점 더더 나아가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22-12-16 15:53   좋아요 1 | URL
시동생은 남부 쪽 시골이라고 하더라구요. 앨라배마주?
울동네 소도시보다 더 시골이라고 해서 놀랐습니다ㅋㅋㅋ
미국은 언제쯤이면 가볼 수 있을까요?
비행기값 모으는 것도 쉽지 않겠어요^^;;;

라로 2022-12-18 04:38   좋아요 1 | URL
알라바바주!! 그 곳은 들으면 시골이란 느낌이 드는 주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그래도 역사가 깊고 변화가 별로 없는 곳이라 좋은 것 같아요. 거기 날씨가 어떤지 궁금하네요. 어쨌든 오시게 되면 두루두루 구경하셔야죠!! 요즘 비행기표 값이 금값이라..ㅠㅠ

새파랑 2022-12-16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손글씨 예술이네요~!! 캘리그라피 하셔도 될거 같아요 ^^

라로 2022-12-16 15:11   좋아요 1 | URL
하하 그럴리가요~~. 새파랑님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댓글을 잘 달아주시는 능력이!!^^

꼬마요정 2022-12-16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손글씨 완전 이뻐요. 잉크도 뭔가 더 예쁜 것 같아서 계속 쳐다봤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확실히 한국보다 훨씬 여성의 자아실현에 관용적인 곳이네요. 한국도 얼른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오늘 휴식 좋으셨겠습니다^^

라로 2022-12-18 04:35   좋아요 2 | URL
앗! 꼬마요정님처럼 젊은 분께 칭찬을 들으니 더 기분이 좋네요!!ㅎㅎㅎ잉크 이쁘죠!! 저 색이 보라가 아니라 마젠타에 금속성 그린테가 뜨는 잉크에요. 말라리안 애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잉크에요. 한국은 아직이지만 이렇게 페미니즘이 한창이니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휴식은 언제나 좋죠,, 나이 드니까 더 좋은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다음에 꼬마요정님 필사도 올려주세요~~~~.^^

psyche 2022-12-19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글씨와 잉크가 너무 잘 어울려요!! 실제로는 마젠타네 그린테가 뜬다니. 신기하네요.

라로 2022-12-20 12:00   좋아요 0 | URL
저 잉크 신기해요,, 저런 잉크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신기하고요.
제 글씨체는 사실 좀 아이들 글씨체 같죠,, 성장을 하지 못한.ㅎㅎㅎ

기억의집 2022-12-20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페이퍼 읽으니 종이책으로도 살까 고민이 생기네요. 전자책 기다리고 있는데… 이 책 라로님께 땡스투하고 장바구닝에 올려있는데… 아무래도 전자책이 편해 기다리고는 있는데…

필사 부지런하세요. 보라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글씨 이쁩니다~

라로 2022-12-20 12:01   좋아요 1 | URL
전자책으로 나올까요?? 그러면 좋겠어요. 저 책 진짜 맘에 들어요!!!
땡스투 미리 감사합니다.^^
완전 보라색은 아닌 것 같아요. 마젠타니까 좀 핑크빛이죠. 글씨는 기억의집님도 이쁠 것 같은데요??
 

내 스페인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 병원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물론 이북, 핸드폰에 있는 알라딘 이북 앱으로. 마침 책을 엄청 읽는 S가 내가 먹고 있는 우리의 휴게실로 들어오면서, "너도 책을 읽고 있구나!"라며 반색을 한다. "응, 사실 나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갑자기 좀 부끄러워졌다. 영어로 된 책을 읽어야 하는데 한국어로 된 책만 주야장천 읽고 있어서. 그래서 S에게, "영어로 된 책을 읽어야 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리니까, "영어로 된 책을 읽든 한국어로 된 책을 읽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책을 읽는다는 것이 중요하지."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영어는 정말 어려운 언어야."


영어는 정말 어려운 언어다. 그래도 내 영어 실력은 외부의 강요(미국에 산다는 이유, 영어를 사용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이유 등)로 조금씩 발전(?) 하고 있는데 스페인어는 도무지 발전할 기미가 안 보인다. 내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면 좋은 것이지만, 안/못 사용하더라도 나에게 불이익이 없으니까. 동기부여가 좀 약한 것도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스페인어는 내게 별 재미가 없다. 그래도 스페인어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지. 북플에서 사용하는 내 시간을 스페인어 공부에 사용한다면 매일 좋아질 텐데...


그렇다. 닥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리흐테르처럼!















사진 출처: The Guardian


RICHTER - Mendelssohn Variations Serieuses, Op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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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남편이랑 H 양이랑 Oak Glen이라는 지역에 갔다. 사과농장이 있는 곳인데 사과뿐 아니라 오렌지 농장도 많이 보였다. 그런데 그곳은 집에서 겨우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눈이 오고 있었다는!!! 놀랐다!!!!

몇 년 만에 밟아 보고 맞아 본 눈인지!! 다행히 남편이 미리 추울 거라고 해서 나에게 있는 무스탕을 하나씩 입고 갔다. 욕심이 많아서 무스탕도 짧은 것, 긴 것,,^^;; 암튼 그래도 추웠다는.


딸아이가 요즘 필름 카메라인 라이카에 빠져서 필름 사진을 많이 찍고 있는데 그 라이카는 남편의 할아버지가 사용하시던 것이라고 한다. 1940년에 나온 것이라고 하니 나보다 더 오래된, 우리 엄마랑 같은 나이의 카메라다!!^^;;

어쨌든 딸아이가 그것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줬는데 필름 카메라라 당장 볼 수 없고 현상해서 파일로 보내주는 곳에 보내야 한다고 한다. 아직 현상하는 것을 배울 시간이 없었다고. 아 놔~~. 딸도 욕심쟁이. 우리는 종류가 다른 욕심쟁이들.^^;;


저녁은 시어머니가 필레미뇽을 만들어 주셔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것을 먹고 오크 그렌에서 사 온 비싼 애플파이(그런 곳에서 파는 건 뭐든 비싼 것 같다. 여기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애플 파이 값의 2배였고,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커다란 애플파이 값의 3배였다. 안 사고 싶었으나 기념으로.ㅠㅠ


어쨌든 디저트로 애플파이를 먹고 해든이와 딸아이가 드디어 듀엣을 연주를 했다. 바이올린을 안 가져와서 해든이가 사용하던 비올라로 했는데도 너무 좋았다. 한 옥타브 높게 잡았다고 하는데도 음이 약간 낮은 것이 느껴졌다. 우리 부부는 모아 논 돈은 없지만, 그 순간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비디오를 찍었는데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것을 꾹 참았다. 우리 엄마 주책이라고 아이들이 그럴까 봐.^^;;


엔 군은 지금 학기말 고사 준비 중이라 학기말 고사가 끝나는 이번 주 토요일에 내려올 것이다. 엔 군에게 딸아이와 해든이가 연주한 동영상을 보내주면서 다음에는 너희 셋이서 한 곡을 연습해서 연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너는 첼로를. 그랬더니 착한 엔 군이 그러겠다고 했다. 첼로 안 잡은 지 한 3년은 된 것 같지만 그래도 하던 가락이 있겠지 싶어서. 그랬는데 선뜻하겠다고 해주니 고마웠다.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 될 줄이야. 음악 가르칠 때는 힘들었지만, 가르치고 나니까 이렇게 뿌듯할 줄이야. 나만 잘하면 된다. ^^;;


풍월당에서 피아니스트 리흐테르의 책이 나왔다!!!! 

나는 어쩌면 좋아!!! 

예전에 정원출판사에서 나온 책 <리흐테르>가 그 당시 (2005년) 이만 원이 넘는 책이라 많이 비쌌지만, 리흐테르를 좋아해서 그 책을 샀고 읽고 거의 잘 안 쓰는 리뷰도 썼었는데 새로운 리흐테르 책이 나왔다!! 값은 너무 비싸지만, 내가 꼭 사야 할 책이지.ㅠㅠ








https://www.npr.org/sections/deceptivecadence/2015/03/19/393778706/sviatoslav-richter-the-pianist-who-made-the-earth-move


리흐테르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 기사도 읽어 보시길.


Sviatoslav Richter plays Beethoven Sonata No. 1 in F minor, op. 2, no. 1 (3/3)


비가 그쳐서 그런가 돌아오는 길의 하늘엔 구름이 많았지만 뽀얗고 단단했고 하늘은 맑고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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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2-13 1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히터의 찹코푸스키 클라비어
콘제르트 1번의 때려 뿌수는
연주는 정말루...

핑계 대고 간만에 들어 보고
있네요. 이중 나치 당원 카라
얀의 지휘는 맘에 안 들지만 -

저도 요즘 기타를 배우고 싶다
는 생각 솔솔 들고 있답니다 :>

필카의 매력은 아무리 디카의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따라
올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십수년 전에 찍다만 흑백 필카
에 든 필름이 있는데 어떤 사
진이 들어 있는지, 마저 찍어서
현상/인화해 보고 싶네요.

라로 2022-12-14 14:22   좋아요 2 | URL
리히터의 연주는 정말 대단하죠!!
지구를 움직이게 한 남자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한 것 같아요.^^
저도 매냐님 핑계 대고
다시 들어봐야겠어요.
사실 좀 전에 쇼팽의 에튜드 유튭 보면서
그 힘과 속도에 압도당했거든요.^^;

제 딸도 그렇게 말했어요!!
역시 사진 잘 찍으시는 분들은
같은 생각이군요.
물론 제 딸은 애송이지만요.^^;

오!!! 제가 더 궁금합니다!!
어여 마저 찍으시고
현상하신 후에
알라딘에 올려주세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거리의화가 2022-12-13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필카 감성을 좋아하긴 하는데~ 사진에 대한 감각이 영 없어서리 늘 찍고 나면 불만만 가득합니다^^;;;
디카나 일반 폰카와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어요.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 상태에서 찍어두고 현상할 때까지 기다리는 맛이랄까요.
리히테르? 리히터라는 명칭이 저는 더 익숙합니다만...ㅎㅎ 암튼 저는 KBS 클래식FM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하시는 정만섭 선생님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음반이 집에 몇 개 있긴 할텐데^^
음악이 오고 가는 가족 참 좋습니다. 사진 속의 모습인데도 정말 따뜻하고 행복해 보여요. 라로님 보고만 있으셔도 흐뭇하실 것 같습니다.

라로 2022-12-14 14:26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아요, 저도 예전에 필름 사진 찍고 나서 늘 불만이 많았는데 디지털은 필름을 안 사용하니까 맘놓고 사진을 찍어대었던, 더구나 이제는 전화기로 사진을 찍으니 용량이 늘 초과가 되려고 해요.^^;;; 마자요!! 필름 사진은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는 미학도 있고, 한정되기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해서 찍게 되는 것 같아요.
리히터가 저도 익숙해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리히터는 전혀 피아니스트 느낌이 잘 안 나고 목수(?) 같은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요? 늘 애틋한 마음이 남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좀 전에 베레모 쓰고 있는 사진은 좋았어요.^^
저는 아이들 공부 잘하고 뭐 그런 걸 바랐던 적은 없는데 음악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애들이 많이 괴로웠을 텐데 잘 따라와줘서 넘 고맙죠.^^;;

치니 2022-12-13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흐테르 저도 읽고 싶어요! 음반도 다 들어 볼래요!

라로 2022-12-14 14:27   좋아요 0 | URL
나도 읽고 싶어!! 예전에 나온 책 <리흐테르>도 아주 좋았는데 풍월당에서 나온 책도 기대된다. 자기가 먼저 읽을 것 같아. 읽고 얘기해주길!!^^

dollC 2022-12-13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필름카메라, 폴라로이드 엄청 좋아해요. 그 나름의 매력 때문에 한번 빠지면 깊이 스며들게 되더라고요.
단란한 라로님 가족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 한 폭의 그림같네요~ 아아 따숩☺️

라로 2022-12-14 14:29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 매력, 특히 폴라로이드는 넘 신기하고요. 늘 찍자마자 볼 수 있는 것에 신기했어요. 두 가지가 성격이 다르지만 매력이 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가 이만큼 드니까 오래 남는 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