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뭐 좋아했느냐마는,
비가 오면 즐겨듣는 노래가 있다.
Jack Johnson의 Banana Pancakes이다.
흥겨운 리듬에 어깨가 들썩일 정도인데 선한 이 노래가 나는 참 좋다.
잭 존슨은 저 외모로 어쩌면 이렇게 다정다감한 감성을 지녔는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팬케이크가 아닌 부침개를 부쳐 먹어야 하는데,
쩝(게을러서,,)
오늘 아침엔
오랜만에 해든 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다.
요즘 남편이 계속 데려다 주는데 아침에 말다툼하기도 했지만 해든 이가 늦게 일어나서
운동까지 하고 와서 준비가 다 된 남편이 기다리긴 그랬는지
오늘은 나보고 데려다 주란다.
그래서 비가 오니까 우비에 우산에 장화까지 신겨서 데리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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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었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ㅎㅎㅎ
우산으로 칼싸움 하는 흉내를 내면서 나보고 동영상을 찍으라고 했는데 그냥 사진만 찍었다.;;;
낮잠 시간에 늘 안고 자는 곰돌이가 비에 맞을까 봐 가슴에 꼭 안고 가는 모습에 갑자기 울컥.
저 어린것도 소중한 것은 아끼는구나, 뭐 그런,,,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누가 먼저 저 계단을 올라가나 경주하자고 했는데 당연히 내가 늦었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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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갔을 때 얻어 온 된장을 쌈에 싸서 먹어야겠다.
이번 장은 너무 잘 담궈졌다시며 꼭 가져가라셨는데 정말 최고다!!
타임캡슐에 넣어놓고 죽기 전에 한 번 더 맛보고 싶은 맛이다.
나는 엄마를 오해했었다.
엄마는 돈 버는 기계인 줄 알았는데
얼마전 엄마의 텃밭에서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내 엄마가 얼마나 감성이 풍부하시고 상처 받기 쉬운 사람이신지 알게 되었다.
텃밭에 나오면 너무 좋으시단다.
모든 생각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우울증까지 치료가 되셨다며 비 온 다음날 쓰러진 아이들 일으켜 세우시느라 허리가 굽는 줄도 모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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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네 텃밭 입구. 길가에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밥해먹고 쓰레기도 안 치우고 가는 일이 잦아져서
저렇게 문을 해 달으셨다.
지금까지 지나쳐 왔는데 저 빨간 우편함을 달아 놓으신 걸 보면 우리 엄마도 웬디양님 같은 감성이 있으셔! ㅎㅎ
완전 농부가 다 되셨다.
저 빨간 장화는 아버지 고향에 성묘가셨다가 사셨단다.
"달라는 대로 주고 살 텐데 그 순박한 사람들이 8천 원 달라고 하지 않겠니? 만원을 달라고 해도 샀을 텐데,"
절대 물건값을 깎는 법이 없다 엄마는.
본인이 어렵게 돈을 벌어 보신 경험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엄마는 자주 부르는 값보다 더 주고 사오신다.
저 신발도 8천 원 부른 상인에게 만 원을 주고 사 오신 거다.
텃밭 가운데 옮겨 심으신 소나무. 잘 자랄 수 있을까???
배병우 작가가 따로 없다. 저렇게 찍으니 이 사진도 배병우 작가님 사진 비스름하게 보이니까!!
(그럴 리가 없지요, 당연히, 죄송합니다. 배 선생님. 꾸벅.)
이건 가녀리게 생겼는데 향이 아주 좋다. 이름은 모른다시며 이름 알아놓으시겠다셨다.
텃밭 주위에 꽃을 아주 많이 심으셨다.
한때는 길가에 해바라기를 심으셔서 해바라기 장관을 이뤘었고
(사람들이 와서 사진도 많이 찍어갔단다. 문을 열어줘야 안으로 들어가니까 어떤 사람은 음료수까지 사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ㅎㅎ)
지금도 봄이면 엄마네 텃밭 앞에는 교통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난단다.
엄마네 텃밭에 핀 꽃을 보려고 하다가 사고가 나는 거라시며,
그래서 내가 깔깔 웃으며, "엄마 과장이 너무 심했다." 라니까
"아니야, 정말이라니까."라며 소녀처럼 웃으신다. ㅎㅎㅎ
꽃이 너무 좋다는 엄마.
언제부터 좋아했느냐고 하니까 어렸을 때부터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머릿속에 꽃 생각밖에 없으시단다.
"엄마, 원예공부를 하셨어야 하는데, "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코스모스가 벌써 피어있었다. 가을이 아니라도 이제 볼 수 있는 코스모스...참.
사과나무도 몇 그루 있는데 아주 작은 사과는 처음 본다. 앙증맞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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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도 많이 따 주셨다. 오이도.
상추도...
다 어떻게 먹을지 모르지만, 열심히 먹어야 한다.
살구나무도 있다시는데 그건 따서 말려 먹자고 하니까 건조기가 어딨니? 라신다.
맞다. 건조기가 없구나, ㅎㅎㅎㅎ
뭐든 뚝딱 만들어 낼 것 같은 엄마.
나는 엄마에게 받은 게 너무 많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내 아이들에게 저렇게 아낌없이 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비가 오니 별생각을 다 한다.
씻고 나갈 준비 해야지, 하루의 1/3이 벌써 지나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