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Simon - All Around the World or the Myth of Fingerprints
1. 우선 할 얘기가 너무 많다. 일단 제목부터.
내 글의 제목은 Paul Simon의 노래 I know what I know에서 가져왔다.
2. 나와 남편이 사귀기 시작할 때 남편은 음악을 그 옛날 테이프에 녹음해서 나에게 선물을 많이 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나에게 알려주려고. 남편이 선물한 노래들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나는 특히 폴 사이먼의 이 노래를 너무 좋아했다. 지금도 가끔 들으면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뭣보다 그냥 행복하다.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 전환이 되고 참 좋다.
3. 나쁜 소식부터,,,나에게.
나는 Cal State L.A.에 갈 수 없게 되었다. 마가 씌었는지 1월 10일까지 서류 마감이었는데 나는 1월 10일 룰루랄라 하면서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김치전까지 만들어서 먹고, 낮잠을 자고, BLS수업을 들어러 6시에 집을 나가서 밤 11시 30분쯤 자격증을 따서 오는 데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학교는 다 컴퓨터로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칼스테이트 엘에이는 우편으로 보내거나 직접 가져가야 하는데 나는 15일이라고 생각하고 여유를 부렸다. 사실 처음에 마감일이 15일었다. 나중에 다시 학교에서 마감일을 10일로 변경했는데 나는 10일이라고 생각했으면서 15일이라고 또 생각한거다.
이미 내 성적표랑 추천서는 학교로 보낸 상태였지만, 정식 신청서를 써내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나는 입학 담당 교수의 이메일을 알아내서 이메일을 보내고 그 원서를 들고서 학교에 찾아갔다. 결과는 거절이었다. Cal State L.A.가 15개월로 ABSN과정이 짧아서 꼭 그곳에 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일을 그르쳤는지....
방금 이메일을 열어보니 입학 담당 교수로부터 메일이 와있다.
앞 내용은 생략하고,
I hope that you also understand that I cannot extend our ABSN application deadline for you, under the circumstances. To do so would mean I would have to then allow other applicants to apply after the stated deadline that is in our ABSN procedure instructions. That would not be fair to all of the applicants who did meet our deadline of January 10th.
If you end up being interested in applying for our ABSN summer 2019 program, please stay in touch. If another nursing program would be better for your timeline, I certainly understand.
생각보다 TEAS시험도 잘봐서 가능성이 조금은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너무 자만했던 내가 한심하다.
내 운이 여기까지겠지...어차피 가능성 30%(50%라고 한 건 좀 흥분해서 과장했던 것)정도 밖에 없었으니까.
이제는 어디가 되든 상관없다.
4. Cal State L.A. 간호학과 마감날 나는 늦잠을 자고 늦게 일어나서 점심에 김치로 만들 수 있는 대표 음식 3가지를 만들었다. 분명 앞치마를 하고 만들었는데 어떻게 김칫 국물이 내 옷에 묻었는지 모르지만, 약속대로 해든이에게는 김치볶음밥을 김치는 안 먹어도 김치찌개는 좋아하는 남편과 엔군에게는 김치찌개를, 그리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김치전을 만들었다.
4. 내가 읽고 좋았던 When Breath Becomes Air
을 시어머니께 읽으시라고 드렸다.
그랬더니 시어머니는 A Gentleman In Moscow 가 재밌다 시며 읽으라고 주셨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책을 추천하고 읽는 관계 너무 좋잖아!
도서관에서 빌린 에드 용의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데 어머니가 주신 A Gentleman In Moscow가
처음부터 너무 재밌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 번역이 되면 인기 많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5. 한 달에 한 번 목요일마다 교회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배우거나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오늘은 아프리카 소녀들을 위해서 생리대를 만드는 봉사 활동을 했다.
나는 재봉틀을 잘 한다고 시어머니가 적극 추천하셔서 재봉질을 하게 되었고,
시어머니는 오늘 거기 모인 30여 명이 먹을 저녁을 준비하셨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맡은 임무대로 다림질하거나, 재단하거나, 포장하거나 했다.
우리가 사는 길에 두 명의 우리 시 전직 시장들이 살고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시부모님께 크리스마스 때 선물한 햄을
오늘 저녁에 사용해서 샌드위치를 만드시고
수프를 여러 가지(5가지 종류) 만드시고, 아티초크 딥도 만드시고, 암튼 우리 시어머니 대단하시다는!!
참!! 시어머니가 입고 계시는 앞치마는 내가 한국에서 사다드린 것인데 오늘 칭찬 많이 들었다!
생리대의 재료는 융이었다. 나는 융을 어렸을 때 무척 좋아했는데 저렇게 현란한 색깔의 융을 생리대로 사용하면
물이 부족한 나라의 아이들이 빨아서 사용하기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생리대 교체용 10장, 본체 2장, 생리 팬티 3장, 몸을 씻는 수건 한 장, 그리고 작은 비누. 그것을 담은 작은 가방.
어차피 붙을 가능성이 거의 없긴 했지만, 그래도 심사는 받아보고 싶었는데,,,,,,오늘 정말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이 상황이 좌절스러웠지만,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아프리카 소녀들을 위해 몇백 장의 생리대를 만들면서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폴 사이먼의 저 추억의 노래를 들으니 내 멍청함 때문에 생긴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남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것은
노래의 가사처럼, Well that's one way to lose these walking bl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