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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장·미국에 충성…절대적 국민 건강권 내버렸다”
울리히 벡 〈한겨레〉 특별기고
위험 예견, 역동성 창조…새 저항 연대 형성
정책 전반으로 불만 폭발…정부 강경진압만
 
 
한겨레  
 








 

» 울리히 벡/독일 뮌헨대 교수(사회학)
 
세계적인 사회학자 울리히 벡(64)이 <한겨레>에 최근 한국사회의 촛불시위에 대한 특별기고를 보내 왔다. 위르겐 하버마스, 앤서니 기든스 등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회학자인 그는 <위험사회>에서 서구 근대화의 진전과 함께 사회의 일상적 위험이 급증하고, 그 속에서 사회변혁의 동력도 있다고 주장했다. 촛불시위를 비상한 관심 속에 주시해 온 벡은 이 글에서 촛불시위가 한국사회에 내재된 위험과 사회변혁의 동력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위험을 평가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부정적인 측면, 즉 파괴적 에너지를 강조하는 게 첫째다. 둘째는 그 위험이 수반하는 공공성에 주목한다. 위험은 정치적 지형을 급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회적·정치적 권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최근 한국 동료들과 친구들, 독일 신문 등을 통해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의미 깊은 위기갈등이 불붙듯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의 현 갈등 상황은 내가 쓴 책 <글로벌 위험사회>(Weltrisikogesellschaft)에서 묘사한 체계의 모든 특징을 빼닮았다.

재난이 아니라 재난에 대한 예견이 문제다. 바로 이 예견이 거대한 정치적 역동성을 창조해 내고 있다. 시민사회의 각종 조직과 운동 진영, 일부 대중매체 사이에 새로운 연대가 형성된 것이다. 위기 갈등의 기폭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과 관련 있다. 이 모든 것은 초국가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 현상을 집단 편집증의 발병이라고 여기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다. 이는 그가 아직 유예기간이라는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물대포와 몽둥이를 동원했다. 1700여 운동가들이 저항운동을 호소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다른 지방도시에서도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시위대의 권력은 그들이 가진 우려의 정당성에서 나온다. 시위대는 소비자와 연대해, 국가기관에 맞서 소비자의 이해를 관철시킨다. 국가기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지만, 실상 국가기관은 시장우선주의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충성 때문에 가장 절대적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국민의 건강권을 내버렸다.

이에 걸맞게 시위자들도 쇠고기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통령이 국민의 건강기본권, 식품안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팻말에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들이 나타났다. 산발적인 위기갈등은 마침내 정치적·사회적 개혁의 전반적 방향을 놓고 고민하는 국면으로 발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공부문을 절반으로 줄이고, 수도와 의료를 민영화하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재벌과 대기업을 비호한다. 그는 또한 자신의 위신을 세워줄 사업이라 여기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관철시키려고도 했다.

그런데 이런 갈등 안에는 중요한 물음들이 숨어 있다. 신자유주의적 국가는 글로벌 위험사회 문제에 직면해 실패의 위협을 받고 있는가? 국가는 이런 갈등을 통해 국민이 점점 거세게 요구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가적 책임을 떠맡는 방향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이로써 전통적 좌우 대립이 새로운 양상을 띨 것인가?

시민들이 국가의 간섭과 통제라면 무엇이든 반대하던 미국에서도 문명적 위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세력들이 정치적 힘을 얻어가고 있다. 한편 또다른 유력한 세력들은 이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개별적으로든 연대를 통해서든 큰 국가적인 지원 없이 위기와의 싸움에 대비하고자 한다.

마침내 한국은 이 대안들 앞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즉 “시장이 알아서 조정할 것”이라는 이론과 “국가들은 지구적인 위기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이 변해야 한다”는 이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이명박 대통령이 실패한다면 그 원인은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꼭 필요한 능력, 곧 환경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신뢰를 얻어내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울리히 벡/독일 뮌헨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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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8-06-2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서재 펌
 

 




내부인이 본 KBS 문제와 촛불집회  
창비주간논평. Comments (0)

강명욱 / KBS PD

촛불이 시청에서 여의도로 막 옮겨붙은 직후, KBS 기자가 쓴 한편의 글이 아고라에 실렸다. "요 며칠, KBS에 들어온 뒤 가장 부끄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이 글은, 진솔한 어조로 KBS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KBS를 위한 촛불을 조금만 더 켜달라"는 읍소로 끝을 맺는다. 글은 순식간에 온라인 공간으로 퍼져나갔고, 이 글을 통해서 국민들은 KBS가 구성원들간의 갈등으로 격심한 내홍에 휩싸여 있음을 개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하게 보면 KBS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권력 교체기에 어느 집단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적어도 4년여에 걸쳐서 이어져온 문제인만큼 사뭇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이명박정권이 온갖 불법, 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커졌고 그 결과로 수면 아래에 웅크리고 있던 세력들까지 죄다 모습을 드러내면서, 각축하는 각 주체들의 주장과 움직임이 더욱 또렷해졌다는 점이다.   

2003년 4월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KBS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팀제로의 조직개편이다. 팀제가 도입되면서 1,800여개에 달하던 간부의 직위 중 무려 1,100여개가 사라졌다. 연공서열식 위계질서가 해체되면서 조직은 훨씬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바뀌었지만 부작용도 심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졸지에 보직을 잃고 현업으로 돌아간 전직 간부들의 불만이었다. 여기에다 다음해인 2004년에 6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12월의 제10대 노동조합 선거에서는 '정사장 반대'를 기치로 내건 후보가 당선된다.

'反정연주'만을 외치는 KBS 노조 집행부

정사장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탄생은 사내 불만세력(전직 간부 중심)들에게는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고, 이들 중 일부는 회사와 법정공방까지 벌인 끝에 마침내 '공정방송노조'라는 제2의 노동조합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공정방송노조의 조합원 수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핵심 간부가 한나라당과 끈끈하게 유착되어 있는데다가 주된 활동방식이 '조중동'과 연계해서 정사장을 공격한다는 점 때문에 늘 KBS 전체를 흔드는 요인이 되어왔다.

국민들이 '어용노조', '뉴라이트노조'라고 부르는 현 11대 박승규 집행부는 2007년 1월에 출범했다. 현 집행부는 반(反)정연주라는 점에서 이전 집행부의 연장으로 볼 수 있지만 목소리와 태도는 훨씬 강경하고 분명하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의 집권이라는 외적 요인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물론 현 집행부는 자신들을 한나라당과 연계하는 시각이 불쾌하다고 말하지만, 이미 수많은 정황적 증거들이 드러나 있는만큼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는 않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KBS 내부에서 현 집행부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판단의 기준이 전혀 가치지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부언하자면 언론사 노조로서 지향해야 할 사회적 가치나 도덕적 기준보다는 특정한 당파성이 집행부를 관통하고 있다. 즉 정연주라는 구체적인 대상에 집착하면서 오직 '친정/반정'의 프레임 안에서만 선악을 판단하다 보니까 정작 더 중요한 가치를 외면하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예를 든다면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에 조정신청을 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면서도 그보다 더한 조·중·동의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아주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 또 KBS 이사회의 '보도본부장 인책' 시도 같은 언론자유와 밀접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정사장과 관련해서는 아주 작은 잘못조차 모두 비판의 도마에 올린다는 점 등이다.

심지어 KBS 앞에서 벌어지는 촛불집회와 보수단체들의 농성을 두고도, 가스통을 매달고 KBS로의 돌진을 시도한 보수단체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반대로 촛불집회 국민들과는 별 대수롭지도 않은 문제를 놓고 말다툼을 벌였다. 전국언론노조에 당연히 납부해야 하는 조합비도 '납부하라'는 내·외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1년 가까이 납부하지 않고 버티다가, 최근에는 언론노조와 정상화에 합의했음에도 6월 24일 현재까지 납부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명박정권의 언론장악 기도에 대응하기 위한 외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에도 사실상 결합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가 최근 사내에서는 정체가 불확실한(마치 급조된 듯한) ㅇㅇ모임, ㅇㅇ 일동의 이름을 가진 주체들이 갑자기 나타나 집행부와 사실상 한목소리를 내면서, 집행부와 다른 입장을 가진 PD협회와 기자협회를 집중 타격하고 있는데, 주로 동원되는 단어가 "정연주 추종 세력", "정치적으로 편향된" 등의 말들이다. 특히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광고를 낸 PD협회에 대한 공격은 더 집요해, 사실상 분열까지 시도하고 있다.

다수 조합원은 '공영방송 지키기'를 요구한다

명분에서든 실천가능성에서든 이들의 주장이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지난 6월 17일, KBS 내 기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미디어리서치 의뢰) 결과가 입증한다. 이 조사에서 집행부의 노선에 동의하는 주장(정사장 퇴진)이 37.8%, 반대 주장(공영방송 지키기)이 53.9%의 지지를 얻었다. 집행부는 내외적으로 KBS 전체 구성원의 80%가 정사장 퇴진에 동의한다고 줄곧 선전해왔지만, 지금 이런 주장을 믿는 내부 구성원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법적 기구인 노동조합이 중심에서 실질적인 힘을 행사하고, 그 힘이 여타 기회주의 세력들이 활동하는 데 보호막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은, 지금 상황에서는 정사장을 지키는 것이 권력의 방송장악 음모에 맞서는 것이라고 믿는 많은 구성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아고라에 글을 올린 기자가 "부끄러움", "무력감"을 드러내면서 "더 많은 촛불"을 호소한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KBS 문제를 이해하는 데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인으로는 정사장 후임으로 KBS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가지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30여년을 근무하면서 내부에 적지 않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사장이 올 경우, 그가 낙하산이든 아니든 구성원들의 갈등은 지금보다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사장을 밀어내려는 내부의 움직임이 중단되기 어렵다는 것이다다. 특히 현 집행부가 있는 한은 더 그럴 것이다.

지금 방송통신위원회에서부터 국세청, 감사원, 검찰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모든 손들이 KBS를 깊숙이 더듬고 있다. 정권이 언제 교체됐는데 아직 KBS만은 접수하지 못했다고 보는 탓이다. 그들의 눈에 공영방송 사장 자리는 챙겨야 할 전리품에 불과하고, 따라서 법으로 보장된 임기(2009년 11월)조차 하찮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들의 목표는 하루라도 빨리 KBS를 도구화해서 세상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개조하는 것이지만, 이는 상식에 대한 무모한 도발일 뿐이다.

단 하나의 촛불이라도 남아 KBS를 지켜준다면

분노한 국민들은 여의도에서 매일 밤 촛불을 밝히고 있다. 국민들은 우리에게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키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안에서 잘 싸우라"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것이다. 촛불의 응원은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조합이 정사장 퇴진 투쟁을 잠시 접고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제도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차기 사장 선임절차를 논의하는 것도 결국 정사장의 임기내 퇴진을 전제한 것이므로 큰 의미는 없다. 오히려 현 집행부가 줄곧 견지해온 행태를 놓고 볼 때, 지금의 후퇴는 정사장을 목표로 현재 진행되는 감사원 감사와 국세청, 검찰의 조사를 '일단 지켜보자'는 시간 벌기의 의미가 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KBS 앞에서는 촛불집회와 보수단체들이 충돌하는 살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6월 23일에는 아고라를 대표해 1인시위를 하던 한 여성이 보수단체들의 폭행으로 크게 부상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KBS는 이런 국민들의 응원과 희생에 부응할 만큼 충분하게 내부역량을 결집해내지 못하고 있고, 단기간에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나 역시 부끄럽고 무력감을 느낀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개인적으로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정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정사장이 최소한 올해말까지는 버텨주고, 그 상태에서 오는 12월에 제12대 노동조합 정·부위원장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언론독립과 공영방송 사수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내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고, 새로운 노조를 중심으로 내부단결이 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까지 단 하나의 촛불이라도 남아서 KBS를 지켜준다면 그것은 우리들에게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2008.6.25 ⓒ 강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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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만 봐선 알 수 없는 신문의 속사정
<영남일보> 매월 2회, '신문 숨은 편집전략' 공개

허미옥 (pressangel)


 



 

"기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신문의 숨은 편집전략'"

"종이 신문은 1면~마지막면까지 하나의 유기체, 해당 신문사 색깔 있는 전략이 곳곳에 숨어있다."

 

<영남일보>가 지난 4월부터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신문에는 없는 뉴스'라는 당소 생뚱맞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했다. '기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그 신문만의 숨어있는 전략을 분석'하겠다는 것. 예를 들어 완전히 성격이 다른 사진과 기사를 절묘하게 배치함으로써, 색다른 의미를 유발하는 아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편집 노하우를 찾아본다고 한다.

 

이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백승운 기자는 지난 2004년부터 <영남일보> 홈페이지 기자클럽 '어이! 편집 초보(秒報)'를 연재해오고 있다. 그는 "편집 전술을 파악한다면 신문을 보는 재미는 2배, 신문을 보는 눈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과 제목의 절묘한 조화, 1면의 '노림수'

 





   
▲ 조선일보 05년 8월 13일 “‘김정일, 왜?’라는 제목 텍스트와 ‘트로이 목마’라는 사진이미지가 결합해 발생하는 ‘맥락적 암시’. 즉 김정일의 속셈이 트로이목마 속셈과 같은 맥락이니 ‘절대 속지말라’는 경고성 메시지.. 이것이 기사가 아닌 '편집'으로 말하는 <조선일보>의 노림수라고 백 기자는 설명했다.
ⓒ 조선일보
조선일보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일보>05년 8월 13일 기사를 제시한 백기자. 그는 "2005년,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한 북한대표단이 갑자기 남한의 국립묘지를 참배한다는 내용이 13일 조간 1면을 장식했고, 대부분 신문은 '금기를 깬 화해의 상징'으로 해석"했지만, <조선일보>는 달랐다고 한다.

 

진보와 보수언론이 그 경계를 깨고, 북한대표단의 국립묘지 참배를 '전향적'으로 해석한데 대해 노골적으로 '딴지 걸기'가 힘들었던 <조선일보>는 절묘한 편집을 통해 북 대표단을 비꼬았다는 것.

 

'신문에는 없는 뉴스' 첫 회에 실린 그의 글을 인용한다.

 

"'김정일, 왜?'. 제목부터 도발적이고, 도발적인 만큼 불신감도 역력하다. '총칼을 겨누고 있는 적에게 느닷없이 절을 하다니, 대체 무슨 수작이냐'며 제목에 딴지를 건다. 그러면서 '북한 대표단의 참배가 6.25 책임 털기의 포석일 수 있다'며 추측성 제목 하나를 덧붙인다. '갑자기 국립묘지에 와서 절까지 하고 가겠다는 김정일의 진짜 속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백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주목할 것은 제목뿐만 아니라 사진"이라며 "제목위에 편집된 '터키 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식에 등장한 트로이목마'. U대회 장소가 터키인데다, 1면 톱사진으로 쓸만큼 가치가 없는 사진이지만, 그 사진이 여기에 편집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왜?'라는 제목 텍스트와 '트로이 목마'라는 사진 이미지가 결합해 발생하는 '맥락적 암시'. 즉 김정일의 속셈이 트로이목마 속셈과 같은 맥락이니 '절대 속지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기사가 아닌 '편집'으로 말하는 <조선일보>의 노림수라고 밝혔다.

 

화제가 되었던 '盧가 그립다', 편집 전술은?

 





   
▲ <영남일보 4월 25일>'신문에는 없는 뉴스' (2) ‘盧가 그립다’는 제목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TK가 당신을 뽑아줬는데 당신이 지방에 이러면 안된다’라는 현재에 대한 강력한 분노와 함께 미래에는 그러지 말라는 경고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 영남일보
신문에는 없는 뉴스

 

한편 <영남일보>1면이 전국적으로 입길에 오른 적이 있었다. 4월 16일 "지역혁신도시, 盧가 그립다". 새 정부가 혁신도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날, <영남일보> 1면 제목이었다. 백 기자 측에 따르면 "기사보다 제목이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MBC9시 뉴스데스크에서 제목을 클로즈업해 전국방송을 타더니 <한겨레>와 <문화일보>에서는 이 제목을 중심으로 기사를 쏟아냈고,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이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영남일보>옴브즈만 칼럼에서 '다급한 상황에 걸맞지 않고 다소 시니컬하면서 나른한 느낌을 준다'고 강도 높게 비판받았던 제목의 '숨은 전략'은 무엇일까? 백 기자의 두 번째 시리즈 '盧가 그립다'에서는 해당 제목을 편집한 변종현 기자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변종현 기자는 "이명박 정부의 심장을 겨눈 칼날 같은 제목"이라며 "이명박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인 지역, 그 TK에서 나온 목소기가 TK가 그토록 싫어했던 노무현 정권을 그리워하다니, 이 얼마나 강렬하고 섬뜩한 역설인가?"고 설명하고 있었다.

 

결국 '盧가 그립다'는 제목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TK가 당신을 뽑아줬는데 당신이 지방에 이러면 안 된다'라는 현재에 대한 강력한 분노와 함께 미래에는 그러지 말라는 경고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 지난 4월부터 <영남일보>주말섹션에 월 2회 게재되는 <신문에는 없는 뉴스 <신문에는 없는 뉴스>는 <영남일보>목요일 주말섹션(위클리포유)를 통해서 볼 수 있다.
ⓒ 허미옥
영남일보

 

'신문에는 없는 뉴스'는 <영남일보> 목요일 주말섹션(위클리포유)를 통해서 볼 수 있으며 현재 ▲ 트로이목사 사진의 비밀(4.11) ▲ 盧가 그립다(4.25)▲ 크로스미디어(5.9)▲ 함정훈 그리고 '반역의 편집'(5.23) 등이 보도되었다. 6월은 백 기자 개인 사정으로 시리즈를 이어가지 못했고 7월부터 다시 게재된다.

 




[인터뷰] '신문에는 없는 뉴스' 담당 백승운 기자





   
▲ <영남일보> 백승운 기자 지난 2004년부터 <영남일보>홈페이지 기자클럽 '어이! 편집 초보(秒報)'를 연재해오고 있다.
ⓒ 허미옥
백승운

 

- 이 코너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 반응이 많다. 특히 2회 '노가 그립다'에 대해서는 내외부의 반응이 꽤 많았다. <영남일보>본지 옴부즈맨 칼럼에 대한 반박의 성격도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고 옴부즈만 칼럼을 반박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 칼럼과 다른 관점의 차이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2회가 나간 이후, 사내 일부에서는 지면 성격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비평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주말섹션보다는 본지 오피니언면에 1주에 한번 꼴로 싣는 것이 좋지 않냐고 제안이 왔다. 하지만 이 코너는 비평적 성격과 더불어 신문매체의 흐름 등 전 영역을 다루려고 하기 때문에 현재 지면이 맞는 것 같다."

 

- '기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신문의 숨은 전략'이 의미하는 바는?

"말 그대로 숨은 전략이다. 특히 신문은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1면부터 끝면까지 고유의 숨은 전략들이 있다. 이런 사례는 기사보다는 특히 편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수신문이든, 진보신문이든 그들만의 전략이 있다. 1회째 '트로이 목마' 사진의 비밀이 좋은 사례가 된다."

 

- 이 코너 기획의도와 대상 매체, 기대효과는?

"기획의도는 1회째 편집자주에서 밝히고 있다. 신문지면 곳곳에 있는 그 신문만의 전략을 전문가가 아니지만 기자의 관점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다. 아침에 그냥 펼치면서 넘겼던 신문지면에 ‘이런 전략이 있었구나’는 것을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대상매체는 중앙일간지뿐만 아니라 내가 근무하는 영남일보, 경쟁매체인 매일신문을 포함한 전 매체가 된다.

 

기대효과는 독자들이 스스로 신문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신문을 텍스트 위주로 읽기 보다는 왜 이 기사가 1면에 편집되었는지, 왜 사진이 이 위치에 배치되었는지 꼼꼼히 살피면서 신문을 읽기 바란다. 신문읽는 재미가 배로 증가할 것이다."

 

- '신문의 숨은 전략'을 읽기 위한 독자의 노력은?

"신문은 1면~끝면까지 하나의 유기체나 다름없다. 1면과 해설면, 사설면이 연관성을 가진다. 신문을 읽을때 지면의 연관성을 염두해서 읽기 바란다. 그리고 신문을 스크랩하는 습관을 길러라, 스크랩할때는 특정기사만 하지 말고 그 날짜 신문 전체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허미옥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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