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에 니가 준 편지 방금 막 읽고 왔어. 역시 재미있다. 아이들이 준 편지 곱씹으며 읽는 것.. 


편지에 니가 '추석이니까 용돈 달라'고 한 내용이 있더라. 흠~ 그것도 좋겠다 싶어서 내가 용돈 줬잖아. ^^ "선희가 용돈 달라고 해서 주는 거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기억나니? 거금 200원씩!!이나 줬더랬지!! ㅋㅋ 그날 생각난다. 사실 큰 돈도 아니고 우리반 전부해서 8천원 들었는데 그 돈으로 너희들이 누린 작은 행복과 그에 대해 내가 받은 감사가 훨씬 더 큰 것 같아서 기분 좋고 행복한 하루였단다. 근데 갑자기 궁금... 써니는 그 돈으로 뭐했니?


하고 싶은 것이 무척 많은 소녀, 우리 선희... 고민하던 꿈과 목표가 정해졌는지 미처 물어보질 못했네. 늘 상담해야지 생각은 하고 있는데 시간이 정말 안 나네. 학교 가면 어찌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지 시간이 금방금방 가버린단다. 일과 후에도 샘이 늘 좀 바빠서 말이야. 이놈의 인기는 나이를 먹어도 사그러들 줄을 모르네... ^^; 이렇게 살다보니 2학기 때는 상담을 한 번도 못했네. 솔직한 심정은 너희들 한 명 한 명이랑 무릎 맞대고 미소지으며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교정에 느티나무 예쁜 잎 남아있고 아직 햇빛 따뜻할 때.. 그러고 싶었는데 벌써 12월이야. 단체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는데 우짜지?


어떤 일을 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샘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줄래? 아마도 지금쯤은 대충 써니가 하고 싶은 일의 윤곽이 잡혀있지 않을까? 혹 그렇지 않더라도 조급해 하지는 말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지?"


돌아보니 지난 1년동안 우리 착한 써니에게 샘이 제대로 챙겨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 미안하구나. 진짜야. 사실이야~ 그래도 우리 써니 너무 착해서 늘 같은 자리에 성실하고 착한 모습으로 있어줘서 마음 속으로 고마와하고 있단다.  남은 시간동안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치? 


당부 하나.. 이건 모든 아이들에게 부탁하는 건데... 내년에 말이야~ 느그들 3학년 됐다고 복도든 교무실에서 샘 만났는데  쌩까고 가버리면 끝까지 쫓아가서 보복할거다. 알지? 나 집요하고 쫀쫀한 거!! ^^;  인사도 하고 맛난 것도 사달라고 앵기기도 하고 그렇게... 적당한 친한 척~ 알지?


마지막으로 사과 하나.. 10월이었나? 지영이 아파서 집에 갔을 때, 너도 야자 빼달라고 왔었는데 내가 매몰차게 거절해서  속상했지? 보내줄걸 생각하며 후회도 했단다. 그치만 그때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넘 많이 빠지겟따고 해서... 부담팍팍!! 이었지. 아이들이 그러는데 그때 너 울었다며? 에잉... 보내줄걸.. 미안해.. 그래도 요즘 지영이 보니 아프지도 않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건강하던데...  ^^


쌍둥이 너희 둘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예쁜 모습, 건강한 모습, 착한 마음... 쭉~ 알지?


2004. 11. 7. 0시 30분이네... 2-9 담임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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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답장

안녕하세요~^^ㅎㅎ 메일온지가 오래 됬는데도... 이제서야 읽고 답장드리네요~''죄송죄송!ㅋㅋ

제가  컴퓨터는 잘 안하거든요~ 티비는 광인데~ㅋㅋ

요새 시험이 끝나서 넘우 조아요^^  내려갔지만..

진짜  한만큼 나온거 같애요~  인정!ㅋㅋ 

아! 글고  생일수첩에 적은 말씀 잘 읽었어요~^^

너무 미안해하지마세요~  저도 미안하단말이에요...;;;ㅋㅋ

전  벌써  잊여버렸답니다...ㅋㅋ 썜도 어여~~!!

선물 받으면 저금통이 더 좋을줄 알았는데...

수첩이 훨씬~~~더 좋더라구요..!! 정말 좋아요~^^

빨리  방학됬으면 좋겠어요~ 이제부터 진짜 열공!!

이떄까지 한거는 아무것도 아닌거 같아요~!!

방학 끝나고 돌아올떈 꼭!!  달라져서 돌아올꺼에요~!!

(이렇게 말해놓고 안 바뀌면;;;;ㅎㅎ)

썜 말대로 열공도 하고 놀러도 갈꼐요~ 제가 노는곳엔 안빠

지거든요..ㅋㅋ 썜도 열공하시고~ㅎㅎ 데이트도 하시고~ㅎ

짜자자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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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하루에 두 명씩 꼬박꼬박 편지를 쓰기로 했다. 그 첫날!  강지 얼굴이 살짝 스친다.


내게는 가끔 말도 못걸게 새침하지만 친구들과 까불 때는 더없이 밝은 표정... 눈빛... 다정함.. 그게 니 진짜 모습이지?


너를 본 처음 기억은 이것이었어.. 너희가 막 2학년 올라왔을 때, 내가 너를 보고 '아~ 저 녀석이 울 반 1번이구나. 성이 나랑 같네. ' 이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 어느날.. 니 친구-12반 현주이지 싶은데-가 우리반에 놀러와서 너랑 교탁앞을 지나가며 너를 갈구고 있었거든... 내가 장난 건다고 "우리 강지 괴롭히지 마라야~"이렇게 한마디 했더니 니가 *꼴이라는 표정으로 이랬지. "장난치는 건데요.. " 그러고는 팩~ 가버렸단다. 휘이잉~ 썰렁한 바람이 불고 민망해져서는 누가 봤을까봐 두리번 두리번..  치 기집애 이쁘면 다가? 쌀쌀맞기는.. 원망... ㅠㅠ



그 후로도 비슷한 경험 두어번..  그 후론 솔직히 네게 편하게 말 걸기가 쉽지 않더라. 아이들에게 교사는 너무 먼 존재이거나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거나 단순히 명령하고 지시하는 대상이기 쉽상이라 친해지기 정말 어렵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늘 먼저 다가서는 용기가 필요했어... 그건 정말 용기란다.



그러던 어느날 너의 그 편지를 받았단다. 언제쯤이었더라.. (한 번 뒤져봐야겠다. ㅋㅋ 지금 막 찾아서 다시 읽고 왔다. 내 생일 축하 기념 멜이었더구나. 6월 23일이군.. 다시 봐도 행복하다. 너는 기억도 안나지? 내 답장은 어땠더라.. 자세히 기억은 못하지만 어쨌든 니가 보낸 편지에 비해 아~~주 긴 답장이었어. 보관해둘걸..없다..보내줄래? 보내줘!!) 그때 정말 행복했단다. 아~ 강지는 이런 성격의 아이구나. 특별히 내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선생'한테는 쉽게 맘을 못 여는, 아주 솔직한 그런 아이구나!! '선생'한테 쉽게 맘을 못 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 나도 그랬거든.. 그 후로는 네게 일부러 친한 척 앵기는? 짓을 안 하게 되었단다. 그냥 지켜보는거지. 다행히 너는 워낙에 스스로를 잘 단도리하는 스타일이라 내가 뭐 특별히 챙겨줄 것도 없이 지금껏 혼자 잘 해내고 있지. 샘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늘 그렇게 묵묵히 니 길을 열심히 가는 니가 대견하고 듬직하다.



니가 언제 젤 이쁜 줄 아니? 친구들이랑 까불고 놀 때야. 내가 개입?하지는 않지만 다 보이거든. 그때 니 표정이 진짜 표정이지? 사실 처음엔 걱정을 좀 했지. 저렇게 뾰족한 성격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서로 상처주고 받고 그러지 않을까? 그런데 아니더구나. 그래서 나는 빠져도 되겠다 생각했어. 조금 섭섭하지만.. 너희랑 늘 함께하는 그런...  '선생' 아닌 '샘'이 되고 싶거덩..  '교사의 몸'으로 아이들과 맘을 주고 받는 인간적인 관계를 바라는 것, 나의 과욕일까?



지난 달 축제 때, 니가 공연 못해서 맘 상하면 어쩌나 걱정했단다. 그렇지 않아도 어른에게 적개심( 특히 교사에게ㅋㅋ)가지고 있느 우리 강지가 이번 공연 못하면 교사 쳐다보지도 않겠다 생각했지. 다행히 공연은 올릴 수 있었고 나는 니가 연주하는 모습을 처음이자 마지막(아니길 바라지만..)으로 볼 수 있었네. 미안해.. 나도 꽃 한송이라도 준비해서 주고 싶었는데 그 날은 교사공연에 넋이 나가서(연습을 너무 못했거덩...그래도 나 잘 했지? ㅋㅋ)  다른 생각을 전혀 못했지 뭐야. 우리 반 애들 공연 꽤 올라갔는데. 그 공연을 다 공짜로 보다니.. 미안하다. 점수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 안타깝고... 에잉...



강지... 거의 올해도 마무리 되는 이 시점.. 1년동안 별로 샘 애먹이는 일 없이 열심히 생활해줘서 고맙단다. 지금 이런 당부, 너무 빠른 것도 같지만 3학년이 되어서 우연히 나를 만나면 '남'보듯이 그냥 스쳐지나가지는 않겠지? 그러면 정말 맘이 아플 것 같아. 짝사랑.. 그것도 40명을 대상으로 하는.. 사랑.. 정말 힘들거든.. 조금만 내게 앵겨주면 안될까?  맛난 것도 사달라고 하고 투정도 부리고.. 물론 니 스타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이런.. 교사가 학생에게 앵기는 모양이라니.. 추하다!! 추하니? ㅋㅋ



아마도 너는 니가 원하는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거야. 내년에도 올해 만큼만!! 지금도 너는 충분히 예쁜 학생이니까!! 올해 만큼만!! 아자!! 늘 건강하고 행복하거라.



2004. 12. 6. 11시 50분에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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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의 답장

ㅋㅋㅋㅋㅋ

학기초에요???????제가그랬나요;ㅎㅎ

아참;ㅋㅋ 부끄럽네요;

(그래서 건방지단 소리도 꽤 들었어요;ㅎ)

 

한문셤공부하다가  잠시컴앞에앉았어요 이놈의한문시험은 벌써4번째면서도 어떻게 나올지 아직도 감이 안잡히네요 ㅋ;

솔직히,,, 샘에 대한 제 태도,,눈빛,,(눈빛에 민감한 쌤 ㅋㅋ)

요즘도 학기초나 다름 없지않나요?

그게 잘 머 생각대로 안되네요^^; 

언제부터 성격이 이래 모가 났는지 ㅋㅋ

 

그래도 쌤 말대로 2학년 끝나고,,반이바껴서 3학년 되도

복도에서 쌤보면 반가운척(ㅋㅋㅋㅋㅋ)인사할게요ㅎ

인사했는데 쌩까시면 상처받아서 그담부턴 몬해요~!!ㅋ

 

ㄱ럼 이만 다시 한문공부하러갑니다

프린트 4장 외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쥐선생?

아 쥐 이야기 싫어요

다외워야할까요?

안외워야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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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월요일 야자 감독하면서 틈틈히 너희들에게 줄 편지를 썼거든. 근데 너무 겉도는 이야기로 공간 메우기에 연연해한 것 같아서 말이야, 이 밤에 다시 컴 앞에 앉았단다. 무슨 말을 할까? 결국엔 편지 내용이 비슷해지는건 아닐까? ^^; ㅋㅋ


마지막 시험이로구나. 장난 삼아 너희들을 "어이 3학년~" 이렇게 부르는 내가 얄밉고 가끔 원망스럽지? 공부하라는 말도 요즘은 잦아진 것 같다. 공부를 해도, 또 공부를 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그 스트레스가 어떠할지 아는 나로서는 너희들이 너무 안쓰럽고 이런 교육체제가 또한 안타깝다. 자유롭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누군가가 잡아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 잘 알기에 너희들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땅에 사는 성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 또한 교사로서 죄짓는 마음...  이 다음에 너희가 자라면 알 수 있을까?


나는 너희가 소박한 꿈을 소중히 키울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단다. 오늘 수업시간에 말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돌아가게 될' 그런 존재이고 그렇기에 우리 앞에는 크게 두 가지 삶의 방식이 놓여있는 것같다고... 한 가지는 '언젠가 죽을 목숨, 욕망이나 가득 채우면 살자!' 또 한가지는 '언젠가 죽을 목숨, 다른 사람을 위해 가치있게 살자!' 너무 단순하게 일반화했나? (내가 워낙 단순하잖니?..)솔직히 나는 너희가 '위대한 삶'을 꿈꾸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아니, 작고 소박하지만 가치있는, 그런 '위대한 삶'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붕어빵 장사를 해도 붕어빵을 먹는 인간의 행복?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씀을 가진 그런 위대한 삶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검소하지만 당당하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줄 아는 그런 위대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면 너희 모두가 학교 공부를 다 '잘'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지만 '열심히 하는 성실함'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자긍심과 자신감 역시 아주 소중한 가치란다. 무엇엔가 몰두하고 최선을 다하는 너희들의 모습은 분명 핑계대고 게으름 부리고 투덜거리는 너희들 모습에 비해 스스로도 만족스러울거니까. 걱정스러운 건 최선을 다했음에도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올 경우, 너희들이 스스로에게 줄 상처, 그것이 가장 걱정이란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이미 너희는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자신을 못미더워하고 미워하지 말길...


고등학교때 나는 그랬단다. 머리 나쁜 나 자신을 미워하고 머리 좋은 친구를 질투하고.. 그런 감정들 때문에 친구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아. 너희는 나처럼 그렇게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도 사랑하고 친구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그런 고등학교 생활이었으면 좋겠다.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거라. 그렇지만 공부량에 비해 성적이 못나왔다고 자신을 미워하지는 말거라. 그리고 앞서 실망하지 말거라. 늘 소박하게 자신을 사랑하거라.. 기도할께.


                                                                                                                            2004. 12월 첫날 한밤중에.. 샘이.


* 가끔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샘이 끝까지 너희들 사랑하는 것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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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엊그제 야자감독 하며 쓴 편지...




  신나고 즐거웠던 축제도 끝나고 이제 남은 건 기말고사… 그리고 조금 있으면 설레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연말이 오겠지? 너희들은 보충수업으로, 나는 중국어 부전공 연수로 방학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어느새 2월… 그리고 봄방학…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렇게 손가락 꼽아가면서 글을 쓰려니 벌써 너희가 3학년이 된 것 같아 맘이 조급해지고 아쉽다. 너희들의 스트레스 수치도 알게 모르게 점점 올라가겠지?  



  고 3 때 내 모습을 돌아보면 공부는 안 해도 늘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야했는데, 그래서 그런 생활이 너무 싫었는데 이제 조금 있으면 너희가 그런 고 3이 된다는 것이 너무 안쓰럽다. 하지만 나무에 하나씩 늘어가는 나이테도 춥고 힘든 겨울을 이겨낸 흔적이듯이 너희도 때론 좌절하고 때론 절망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힘든 일들 하나하나 스스로 겪어 나가면서 자라겠지?



  2학년 마지막 시험, 기말고사로구나. 말 안 해도 너희들 스스로 이것이 내신 성적 올리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테고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들 할 테니 담임으로서 따로 할 말이 없네. 그저 밥 잘 챙겨먹고, 잠도 푹~ 잘 자고 깨어있는 순간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공부방법이라는 것을 일러주는 말 외에는 말이야.



  공부 방법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기말고사 기간이라 어떤 선생님은 자습을 주실 거고 또 어떤 시간엔 시험범위를 정리해주시는 샘도 계시지? 1학기 때부터 샘이 계속 하는 말이지만 그때 그때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수업내용에 팍~ 집중하는 것이지.



  우리에게 정말 공평하게 주어진 것 중의 하나가 ‘시간’인 것 같아. 그저 딩굴딩굴 보내도 시간은 흐르고 또 뭔가에 열중해도 시간은 흐르지. 딱히 공부가 아니더라도 말이야. 내 경험으로는 딩굴딩굴 보낸 시간은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되더라!! 인간이 후회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겠지만 후회할 일을 조금 덜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 내년에 너희들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후회하기를 바란다.



  마지막 시험, 우리 모두 힘내서 열심히 공부하자.



2004. 12. 2. 2학년 9반 담임


 


* 솔직히 가끔 투덜거리긴 하지만 "내 안에 느그 있다는 사실,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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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2-0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보니.. 먼저 쓴 편지가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엊저녁 쓴 편지는 너무 감상적? 공부를 하라는 말인지, 하지말라는 말인지 아이들이 헷갈릴 것도 같고..솔직히 어렵다. 밑에 편지로 복사해서 주었다. 아이들이 내 편지보다는 시험시간표를 먼저 읽길래 "아~ 진짜.. 샘 편지를 먼저 읽어줘야징~" 했다. 아이들은 '샘 안에 느그? 우리, 있단다' 하며 비웃었다. 연지는 "어~~ 뭐예요, 샘! 저는 빼주세요.^^" 하길래.. "그래? 그럼 교실에서 나가! --;" 하고 웃으며 "열심히 공부하세요~" 하고 나왔다.
 

3교시가 2반 수업이었다. 2반 이과 남학생들은 너무나도 이쁜 녀석들이다. 즈들끼리도 너무 친해서 개구지게 '막' 논다. 아이들 인사시키려고 서 있는 반장 욱태를 또 무안하게 앉히려니 미안해서 "오늘은 욱태 인사 함 시켜주자. " 했더니 어라~ 녀석이 엉거주춤 앉아버린다. "욱태가 너무 부끄럼이 많아서 그냥 앉는다" 하자 다른 아이들이 "부끄럼이 많기는요, 쉬는 시간에 계속 라마리오 춤 췄는데요~" 이런다. "라마리오춤? 그게 뭔데? 욱태, 니 내일 축제때 춤 발표하나?" .... "그게 아니고요, 샘 웃찾사 안봐요? 거기 보면... 억수로 느끼한 춤 있는데요~ 욱태 라마리오 춤 함 시켜보지요~ 진짜 잘 추는데요~" "아! 그거? 나도 봤다. 그래 욱태야, 그 춤 함만 보여줘~" 한동안 시뤘지만 끝까지 개기면서 안 나왔다.



포기하고 돌아서서 판서하는데 아이들이 자꾸 떠든다. 이 녀석, 저 녀석에게 라마리오 춤을 주문했지만 아무도.. 나눠준 유인물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없다고 또 달라고 나왔다. 라마리오 춤 추면 주겠다 했지만.. 아무도..



그러다가 늘 뒷북 치는 성준이가 나왔다. 제주도 수학여행 갔을 때, 우리반 엄아랑 함께 한밤중에 응급실 가서 두르러기 치료받은 녀석이다. 왠지 마음이 싸한 녀석... 성준이 너는 춤 안 추면 안 줘~ 춤은 못추겠단다. 아이들이 노래를 시켜보란다. 칠판 귀퉁이에 my mp3라고 적혀있고 몇몇 아이들 이름과 숫자도 함께 적혀있다. 선미샘의 아이디어라는데 수업시간에 떠든 아이들 이름을 그렇게 적어놓고 다른 선생님들 수업 시간에 노래를 주문하도록 하는 거란다. 우와 선미샘 진짜 머리좋다. 하성준 4. .. 이렇게 적혀있었다. :한 곡 부르면 3으로 지워준다." 부끄럼이 많은 성준이는 교탁에 머리를 푹~ 파묻고 아이들을 보지도 않고 중얼중얼? 노래를 불렀다. 세곡을 집적대기만 하더니 끝까지 부른 노래는 한 곡도 없다.  그래도 기특하고 가상해서 유인물 줘서 들여보내고 4.5라고 적었던 my mp3에 3이라고 다시 고쳐주었다. 너무 이쁘니까... ^^



그렇게 기분 좋게 수업을 했다. 물론 수업도 했다. 2반 아이들 너무 예쁘다. 늘 너무 조용하고 소심한 *희가 조금 걱정이  되어 마음이 쓰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억압하지 않고, 담임이 개입하지 않아도 그렇게 즈들끼리 하루하루가 즐거운 학교생활...



참! 발표한 '야서혼' 주제 중, 즈들 조가 제일 참신하고 기발하다고 우기며 쉬는 시간까지 나를 쫓아온 지환이.. 야서혼 주제는 별로 맘에 안 든다고 라마리오 춤을 춰보라고 주문했더니 복도에서 췄다. 그 춤을... 웃겨죽는 줄 알앗다. 녀석에게만 키세스 쵸코렛을 쥐어주려했는데  즈들 조 다른 아이들 것까지 다 줘야한단다. 그 마음이 예뻐서 4개를 주어 보냈다. 그리고 다음 수업시간에 4명이 동시에 느끼한 그 춤을 춰보게 할거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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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1-2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마리오 춤이 아니고... "'리' 마리오" 라는군..^^ 쩝!
 

너희들 말대로 EBS 홈피에 오늘부터 365라고 적혔겠구나. 내년 이맘 때까지 하나하나 지워질 시간들인가? 시험이 끝나자 마자 또 다른 시험을 일깨워주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 우리는. 숫자로 하나하나 지워가며.. 아마 너희들 스스로도 조금은 그럴 것이고 또 학교에서도 그렇고... 이젠 너희들을 3학년 대우(취급? 어떤 단어가 맘에 드니?) 한단다.

늘 환한 너의들의 꿈과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현실은 안락한 내일을 위해서는 오늘을 희생하고 참으라 말만 하게 되는 것 같아서 늘 미안해~

그렇지만 나는 너희들이 스스로의 마음들을 잘 단속하는 것이 늘 우선이라고 생각해. 주위에서 잡아주어서 하는 공부가, 그 마음가짐이 결국 자기 것이 될까 하는 회의 때문이지. 별로 오래 살진 않았지만(당연하쥐~) 나의 경험으로는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그냥 주는 법은 없더라고. 간혹 재수가 좋아서 얻게 되는 공짜라는 것들도 말이야 결국은 댓가를 요구하게 되더구나.  

편지가 길어질 것 같은데 수능 감독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온다. 내일 정신 차리고 계속..

오늘도 피곤해서 글이 잘 안된다. 빨리 잠들고 싶다. 11. 23.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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