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부터 서면 '흙 갤러리'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고 어제 저녁 (사실은 자정에 가까운 한 밤중) 현@샘, 주#샘에게서 연락이 왔다. 호주에서 돌아오는 신랑신부를 맞이도 해야해서 사정이 되면 가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아마 가게될 거라고 예감했다. 늘 예쁜 그 사람들을 보고싶으니까.

몸이 좋지 않아 아침부터 약의 힘을 빌어 하루를 버티고 5시쯤 씻고 준비해서 나갔다. 늘 듬직한 주#샘, 너무 착한 송&샘, 상큼하고 씩씩한 현*샘이 차례대로 오고 이런 저런 학교 일을 늘어놓았다.

나는 요즘 억울하다. (순전히 주관적 느낌으로, 그러나 객관적 근거가 있기도 하다) 더 힘든 반을 맡은 것 같아 억울하고 내가 맡는 아이들은 내가 하는 것 만큼 내게 돌려주지 않는 것 같아 억울하다. 사건 사고도 더 많고, 힘들고 불쌍한 아이도 더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은 내게 싸가지 없이 말하고 나는 늘 속고 기다리고 당하고... 심지어는 학생부장까지도 요즘 나를 건드린다. 그러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도 그다지 부드럽지 못하고... 그래서 늘~ 억울하다. 해주지 말고 억울해하지도 말란다. 맞는 말이다. 그치만.. 그게 잘 안 된다. 늘 그렇다. 나는... 왜 그럴까?

흙갤러리를 나오며 오뎅이 그리운 계절이라 소주도 곁들여 한잔 하고.. 또 이런 저런 이야기... 시시한 이야기도 재미난다. 흥얼흥얼 노래하며 집으로 왔다. 송창식의 '선운사', '새', '사랑이야', '상아의 노래', 다음에 노래방 가면 진짜 목청좋은 우리 샘들께 불러달라 그래야지.

지난 번 서부지회 연수 갔을 때 이모샘이 지나가는 말로 내게 '부럽다'고 했었다. 지금도 그 샘이 나를 부러워한 이유를 잘 몰르겠지만... 아직도(!) 이렇게 사는 내가 '행복하구나' 생각했다. 샘들과 같이라서 행복하고 기쁘다.

20일 토요일은 학급운영 모임이 있고, 22일은 논어모임, 23일은 독토모임이다. 학급운영 정리도 하고 논어 공부도 하고 안준철샘의 [그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도 다시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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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횟수..ㅋㅋ 

500번째 방문.. 누굴까?

혹시 내가 되어버리는 불행한 사태가...--; 내가 방문하는 것도 횟수에 포함되는 것 같던데..

작은 이벤트를 함 해볼까? 상품 걸고.. ㅋㅋ (님들.. 뭐 받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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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11-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87

이제 13번 남았네요. 좋은 일 가득하시기를~!


해콩 2004-11-1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명 남았다... 내일(아니 오늘..04년 11월 15일.. 월요일! 앗, 야자감독이다. --;)이면 가능할까? 흠... 500번째 방문하시고 누군지 글 올려 밝혀주시면 원하는 소원 한 가지를 들어드립지요. (나는야 지니..) 단, 제 힘으로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야 하겠지요~
 

2004. 11. 12. 금요일

늦잠 잤다. 눈을 뜨니 7시 5분.. 과일 몇 조각 주워먹고 대충 씻고 허겁지겁 집을 나와 헉헉 달려서 버스를 타고 다시 걸어서 교무실.. 8시 20분.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하다. 회의는 40분부터니까 아직 20분이나 여유가 있다.

늘 어지러운 내 책상... 내 머리 속같다. 야자자유권 세장이 놓여있다. 도*양, 지$양, 수@양.. 세명.. 어제 나한테 말도 안하고 전화도 없이 그냥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 야자를 빠진 것이다. 특히 도*양은 어제도 그제도 빠졌다. 아프다고.. 사실 몸 아플 때 야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양은 좀 심하다. 지각, 결석, 병원... '이번이 마지막이지? 아픈 건 샘도 이해하는데 도*아, 니가 아픈거 핑계로 자꾸 그럴까봐 걱정이다. 담번에 조금 아픈 건 꾹 참아보자..'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이젠 의미가 없다. 녀석은 늘 아프다고 보충수업을, 또 야자를 빠지겠다고 나를 찾고 어제처럼 내가 없는 날이면 한 달에 한 번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때 쓰라고 만들어준 야자상품권마저 써먹고 간다. (사실 아픈 거 포함해서 한달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아이들... 도데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 아이들은 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늘 순환되는 일상..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어제 몇시간 걸려 만든 축제 '가정통신문' 결재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례를 가야하는데 깜님은 '가정통신문' 내용의  토씨까지 읽고 있다. 오타발견! '고쳐서 인쇄하겠습니다~', '코스튬플레이가 뭐요? 프라모델은 또 뭐요?'  '네 이건 이런 것이고, 저건 저런 것입니다.' .... 기다리다 못한 내가 '깜님, 저 조례 가야하는데요' '갔다 오이소'

내 자리로 돌아와서 교무수첩을 챙기는데 학생부장이 부른다. 지난 일요일 생일 잔치한다고 덕천로타리 모 소주방에서 친구 다섯이서 거의 육만원 가까이 술을 퍼마신 우리반  *름이... 월요일 학교와서 속이 너무 아파 술약(!)을 사먹다가 학생부장샘께 걸렸다. 그것도 다른 반 남자친구가 *름이를 위해 몰래 외출해서 사다준 약이라나.. 나보다 낫군. 어제 녀석의 언니가 다녀갔다. 어머니의 도장을 들고 와서 각서를 쓰고 갔다. '차후로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사회봉사, 전학 등 학교에서 주는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습니다.' 이렇게... 그 각서를 달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아름이를 학생부로 보내달란다.

교실.. 조례... 어수선.. 내가 들어와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니고 떠들고... 앉아라~ 조용히 해라~ 고함쳐도 녀석들 앉히는데만 5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아침마다 이렇다. 차라리 일제식 '차렷, 경례'가 필요한 거 아닐까? 수업시간표 바뀐 것 적어주고.. 아직 등교하지 않은 도*양, 울반 반장.. 출석부에 체크하고.. 야자자유권에 대해 한잔소리... '최소한 점심시간까지 내려와서 샘한테 이야기해라. 그리고 하루에 이거 사용할 수 있는 숫자는 선착순 두 명이었잖아... 어쩌구 저쩌구...수업 열심히 하고!'  나오면서.. '아침마다 아이들을 저절로 주목시킬 기발한 방법 없을까? 조례 시간에 전달말고 뭔가 재미난 이야기 해줄 것 없을까?' 생각했다.

다시 교무실... 다행히 1교시 수업이 없다. 다시 깜님 앞! 결재판. (조례시간 운영에 대한 고민은 벌써 저만큼 날아나버렸다.) 깜님 말씀하시길..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나가는 문서인데 오타는 고쳐야지.. 근데 오타난 거 고쳐서 다시 결재받으면 안될까?'  '깜님.. 제가 꼭 오타 고쳐서 인쇄하겟습니다. 부장샘, 지금 수업가셨고 저도 2교시 수업해야하고...깜님을 자리에 잘 안계시고...바쁘고...' 마지못해 결재해주며 중얼거리길  '점심시간까지 받으면 되지..' 결재해주는 마음 변할까 결재판을 얼렁 챙겨넣으며 돌아보고는 '감사합니다' 못을 박는다.. 속으로는 '교사가 뭐 맨날 노는 줄 아나! 고쳐서 인쇄하겠다는데...궁시렁..' 깜빡할세라 오타난 거 얼렁 고쳐서 다시 출력해서 인쇄요구서 써두고 다시 교장실로.. 아! 나보다 먼저 와서 결재를 받는 사람이 있다. 행정실서 기다리란다. 10분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감감무소식.. 수업준비 해야되는데... 다시 교무실로 올라왔다.

학교에 와서 두시간도 채 안 되 나를 지나간 일들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 거의 매일 이렇다.

아이들에게 조금 다른 시선을 던지고 싶고 녀석들도 나에게 그랬으면 좋겠다. 근데 내가 매일 하는 말이란 고작.. 이거 하지마라, 저거 하지마라.. 그리고 늘 우리반만 더 힘든 일이 많은 것 같아 억울해하고.. 아이들은 내 마음을 여전히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다. 우리반만 경제적으로 힘든 아이가 더 많은 것 같고 (사실.. 각종 공납금을 못내는 녀석은 여학생 반 중에 우리 반이 젤 많다. 적으면 두명 많으면 다섯명... 늘 행정실에서는 나를 찾는다) 아픈 아이도 더 많고, 결석도 많고, 사고도 많고... 늘 꼴찌다.. 우리 반은 그.렇.다. 그렇다고 다른 반에 비해 담임이랑 사이가 더 좋거나 살갑거나 하지도 않다. 내가 보내는 멜에 답장을 해주는 아이도 거의 없고 야자자유권도 책상에 틱 던져두고 가버린다. 담임이 '나'라서 그런걸까? 1년 동안 비교적 자유롭게 반을 운영했던 결과일까? 아니면 원래 아이들이 처음부터 좀 그런걸까?  내가 기대치가 너무 큰 걸까?  늘? 아이들이 나랑 맞지 않은 걸까?

美的 距離... 근데 사실 아이들에 대해 거리를 유지할 필요를 느낄 만큼 아이들을 잘 알지도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화요일 모의고사 치르는 반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이 아이들의 무엇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가..

내일도 이런 하루의 연속일까? 내가 바라는 건 일상의 잔잔한 기쁨.. 행복... 그런건데 아이들은 기쁨, 행복 느끼고 있을까? 1년 동안 우리 반에서 느꼈을까? 나는 이제 더 뭘 해야하는걸까? 학년초엔 그 무엇도 하지 않겠다고, 억지로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지금 나는 여전히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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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11-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힘내세요!!

해콩 2004-11-1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6년차 신규.. 정말 제 마음과 행동은 신규 때랑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부끄답니다. 투덜거리고 쫑알거리고 토라지고... 혼자서 이러고 있는 제 모습... 변덕이 죽 끓 듯하죠. 그래도 가끔 마음이 안 잡히고 힘에 부칠 때는 글을 쓰며 욕(!)도하고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되어요. 샘의 응원도요. 캄사..
 

가을비 엄청시리.. 04. 11. 10. 수욜. 
- 2004-11-10 22:59

야자감독인데 저녁때부터 가을비가 엄청온다. 아침에 교문 앞에서 은혜를 만나 교문옆으로 나란한 은행나무가 아래쪽에 서 있는 것부터 조금씩조금씩 노랗게 변해간다고, 신기하다고 수다떨며 들어왔는데 야자감독 끝내고 학교서 나올 때는 예뻤던 그 잎들, 안쓰럽게도 바닥에 흥건히 떨어져있었다. 내일 아침 등교하며 몇장 주워놓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40장 주워서 반 아이들에게 한장씩?.. 병산서원 갔을 때 그 예쁘던 단풍잎 한 장씩 주워다줄껄 생각했다. 은행잎 줏어서 짧은 글 적어서 줄까? 왠지 조금 부끄러울 것 같다.

비바람 맞으면 정류장까지 걸었다.  스쳐가는 아이들 초코렛 하나씩 쥐어주고... 정류소에서 우리 반 혜진이랑 민주 만나 짧게 인사하고.. 차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이다.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차가 있다면 비에 젖는 느낌, 바람에 날리는 느낌, 아이들 집적대기...  잃어야 할테니까.. 장단점이 있다. 아직은 걷는 것도 좋다. 아침엔 책도 읽을 수 있고 아이들 만나 이런 저런 얘기도 할 수 있고.. ^^

이렇게 하루하루가 간다. 특별한 건 없지만 자세히 보면 매일이 특별하다. 오늘은 흔치않은 가을비도 엄청시리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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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11-1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녀= 해콩!!
 

청소년 축제 '반' , 피해보려고, 피해보려고 애를 쓰다가 어찌어찌 아주 작은 한 코너를 맞게 되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유형 중 1.현대중공업 생산직 노동자, 2.비정규직 노동자, 3.백화점 판매원, 4.화이트칼라-대리,과장,부장급 간부 그리고 5.백수, 이 다섯 유형의 인물을 아이들이 인터뷰해서 정리하도록하고 그것을 다시 우드락에 예쁘게 꾸미는... 뭐 그런 작업이었다.

처음 하는 일을 워낙에 겁내는 스타일이라 일주일쯤 전 이모(!) 샘이 이 일을 맡기려고 했을 때 정말 외면하고 싶었다. 어쩌면 분회참실 강사도 맡아야할 형편인데 더 이상 어떤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심신의 부담이 너무 컸다. 그치만 어쨌든 그 다섯 경우를 한 사람이 모두 맡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싶어서 많으면 둘, 가능하면 하나 정도는 내가 할 수도 있겠다 각오했다.

지난 월요일.. 출근길에 '반' 축제를 꾸리는 장김샘께 이 일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듣고 나머지 다섯 유형을 맡은 석포여중 샘께 연락을 해보니 의외로 일이 간단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인터뷰할 인물유형 섭외하고 또 봉사시간 받고 그 일을 할 아이들 섭외하고... 뭐 그러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니 어찌어지 백화점 판매원이랑 비정규직 노동자 섭외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수업들어가는 아이들에게 봉사시간 필요한 녀석은 내게 오라 했다. 일단 우리반 공략... 평소 나를 따르는 아이들에게 미끼를 확 던졌다. 일은 쉽고 주어지는 봉사 시간은 노력에 비해 많은 편이며 또... 일요일 나랑 같이 축제 가게 되면 점심밥은 샘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그리고 다른 반은 안모샘, 최모샘 반 반장들을 좀 보내달라 부탁했다.

그런데.. 하겠다고 나선 아이들이 세팀.. 어라~ 아이들 섭외하는 것도 인터뷰 인물 섭외하는 것도 의외로 쉬울 것 같았다. 결국 우리반 두 팀, 현옥샘반 두팀, 희숙샘반 한팀.. 이렇게 다섯 팀이 꾸려지고 다섯가지를 몽땅 내가하겠다고 말해버렸다. 한두 팀을 꾸리나 다섯 팀 모두를 꾸리나 들어갈 노력은 비슷한 것 같아서... 묻힌 김에 내가 마~ 다 하지 뭐~

토요일... 다른 반 녀석들은 다들 즈들이 알아서 일을 척척 하는데 우리 반 두 팀은 토요일 오후까지 남아서 일을 해야한단다. 내 컴퓨터를 대여하겠다고 했으니 나도 바로 집에 갈 수는 없었다. (내 컴은 노트북.. --; 쓰고 나서는 서랍에 넣어서 보관해야한다.) 점심은 먹여야겠다 싶어서 교직원 식당으로 함께 가서 샘들용 점심을 함께 먹고 (녀석들 입이 쩍~ 벌어지며 이색체험이라 감탄 연발..) 작업 시작...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글씨체 정해서 인쇄해주고 교실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 곁에서 봐주고.. 5시쯤.. 나는 다른 샘이랑 '주홍글씨'보러 갔다.

오늘... 일요일 아침.. 평소에는 9시, 10시까지 푹 밀린 잠을 보충하는데 오늘은 새벽같이 (8시!) 일어났다. 아이들이랑 10시에 부산역 맞은 편 롯데리아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해두었다. 집 근처 시장에서 김밥 스무줄을 샀다. 날이 날이니만큼 민주공원 내 식당에는 사람들이 버글버글 할 것이다. 소풍 때처럼 따뜻한 햇빛아래 둘러앉아 김밥 먹으면 좋겠다. 아침도 거르고 왔다고 해서 길거리에 서서 아이들이랑 사간 김밥을 먹으며 아직 안 온 아이들을 기다렸다. 민주공원 가는 버스 43번!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 버스는 코스가 예술이다. 거의 롤러코스트 수준!! 전망도 쥑인다. 멀리 8부두, 해운대... 바다.. 아스라한 수평선이 보이는 그런 코스다. 나는 민주공원 갈 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택시를 타지 않는다. 샘들도 함 타보시길....강추..

도착! 아직 이른 시간인지 한산하다. 아이들이랑 가지고 간 작품(아이들이 만든 것은 내가 볼때 정말 '작품' 수준이다. 사진기로 찍어올 걸... 후회막심)을 이젤에 올려두고 축제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둘러보니... 아는 샘들이 꽤 많다. 다들 축제 전에 뭔가 챙기시느라 분주했는데 처음엔 이방인의 눈으로 준비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 '얼떨결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뭐~ 주최측도 아니고 이 정도로 나는 내 역할은 다 한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그저 어쩔 수 없이 곁다리 낀 이방인이고 손님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 늘 그렇듯 일손이 많이 부족해보였다. 에그... 또 밀려오는 미안함... 뻘쭘해 하는 아이들 챙겨가며 달래가며 꼬셔가며 아주 사소한 작업이나마 도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거기 계신 샘들.. 휴일 그렇게 몽땅 반납하고 가족들 개인사 다 팽개치고 바람 쌩쌩부는 그곳에서 바들바들 떨어가며.. 그럴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눈 한 번 딱 감고 들어오는 부탁 거절하면 그만인데 그걸 못해서 그러고 있는 거다. (사실 그중에는 돈 안 되는 그런 일을 스스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부탁까지 해가며 행사진행하는 샘들도 있다. 참 이해 안 되는 사람들이다. 고생을 사서한다는 표현이 딱!이다.)

그 와중에 같이 간 아이들 대부분이 핫바지에 뭐 세듯이 살짝살짝 빠져나가고 우리반 얌전이 둘과 옆반 범샘이 둘이 남았다. 어설퍼서 정감있는 개회식(?)에 같이 참석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떼써서 커피 한 잔 얻어 마시는 사이에 옆반 아이 둘을 잃어버렸다. --; 갔나보다했는데 인형 만드는 코너에 가보니 그 귀여운 두 녀석이 앉아서 열심히 바느질을 하고 있다. 우리 다섯명은 한 시간 정도 그 자리에 서서 그 쬐끄만 인형을 열심히 만들었다. 다리가 아프다고, 바느질이 힘들다고 조금 투덜거렸지만 평소에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우리 반 두 녀석...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한시쯤에는 출발해야 가족들이랑 약속한 두시에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면 생리대 재료를 얻어주겠다고 꼬셔서 그 부스를 찾아갔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아는 샘이 앉아계시길래 부탁해서 내 것 하나 퍼뜩 챙기고 아이들 돌아보면 당연하다는 듯 '이제 갈래?'했더니 어라... 녀석들은 즈들끼리 더 놀다가 오겠단다. 뿌듯... 즈들끼리 저쪽으로 달려간다. '샘 내일 봐요~' ^^ 주위 샘들께 인사하고 올 때와는 달리 진심으로 미안한 발걸음을 떼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여전히 내가 그 일을 맡고 싶지는 않다. 하라고 하지도 않겠지만서리... ^^;)

2004. 10. 31. 아침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제 4회 청소년축제 '반'에 참가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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