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5. 27. 금
5:00 늘 그렇듯이 눈을 떴다. 머리 감고 주섬주섬 챙겨서 요가원으로.. 이번주는 한 번 결석, 한 번 지각이다. 5월 들어 한 번도 안빠졌었는데 엊그제 과음과 피로로 눈은 떴지만 그냥 다시 누워버렸다. 적당히 쉬어도 줘야한다. 마음을 비우고 호흡을 조절하며 참자아를 바라봐야하는데 너무 잡념이 많아서 혼몽 속이다. 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개운하다. 이렇게라도 나의 몸과 마음을 매만져주지 않으면 생활이 너무 거칠어질 것 같다.
8:00 교무실 도착. 남은 반찬으로 대충 도시락을 비우고 이빨 닦고.. 수업준비, 수행평가 채점 해야지 하면 앉았는데 미경샘이 왔다. 직원회의가 있는 날! 아, 그러고보니 샘들 자리에 나눠줘야할 유인물을 빠뜨리고 지금껏 놀았다. 현옥샘, 미경샘이 도와주어서 5분만에 후다닥.. 회의 직전에 겨우 끝냈다. 이번 한문 평균은 83.54 내가 생각해도 너무 쉬웠다. 기말 때는 난이도를 좀 냉정하게 조절해야겠다. 분회장님께서 교원평가 반대를 위한 활동 안내 (5.28. 상경 분회장 대회/ 6.10 시청앞 집회/ 6.25. 상경투쟁) 를 하시고 서명과 신문 광고 등의 활동비로 쓸 3,000원 가량의 성금을 걷는다고 발표하셨다. "~교무실 게시판 명렬에 금액을 적어주시면 저희 일꾼들이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일꾼! ㅋㅋㅋ 웃기지만 순남샘 말씀처럼 맞는 표현이다. 흠.. 챙겨야 할 일이다.
9:00 1교시 2학년 10반 수업이다. 오늘은 1,3,5 수업인데 모두 여학생 수업이라 부담이 덜하다. 그런데 오늘 1교시는 좀 힘이 든다. 아침시간에 영어듣기를 한다고 작년에 비해 등교시간이 빨라지면서 1교시에도 아이들이 늘어지고 존다. 판서를 하는데 자꾸 김윤아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몰랐는데 스스로 힘이 들 때의 내게 이런 버릇이 있었다. 아이들도 힘들어 하기에 필기 시켜놓고 노트북을 가져다가 노래를 들려주었다. girl talk! 다른 반은 개별 수행평가 마치고 남는 시간에 다 들려주었는데 이 반만 빠졌나보다. 가사도 나눠주었고 아는 아이들도 있어서 곧잘 따라부르기도 했다. 나도 흥얼흥얼... 그런 내 모습에 아이들이 비웃는다. --; 한 번 듣고 다시 수업. 두번 정도 더 들려주고 싶어 진도를 일부러 빨리 나갔다. 이 가사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겼으면 좋겠다.
11:00 3교시 수업. 늘 그렇듯이 뭘 했는지도 모르게 2교시가 지나고 또 수업이다. 6반 예쁜이들이다. 요즘 24절기 수업을 하는데 이젠 이 수업에 탄력도 좀 붙고 자신감도 생겨서 꽉 짜여진 진행으로 마음에 드는 수업을 했다. 구슬비에 맞춘 절기송으로 모둠별 수행평가를 할 생각이다. 시범으로 노래를 불러주고 세번 같이 부르고 평가계획을 일러주었다. 모둠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12:00 수업이 비는 시간. 쉬는 시간에 현옥샘이 연구부 샘들께 성금을 걷다가 내게도 달라했다. 그래 아침에 발표를 했으니 걷어도 지금 걷는 것이 낫겠다 싶어 유인물도 복사하고 명렬도 챙겨 교무실 정보실 제외한 다른 부서로 모금(?)을 다녔다. 5층까지 한 번 도는데 약 15분 정도는 소요된다. 많이들 계시질 않아 다시 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일을 조금 간편하고 쉽게 처리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없다. 5교시 마치고 쉬는 시간에 그냥 다시 돌자.
1:40 5교시 12반 수업... 5교시는 늘 힘이 든다. 휘파람도 불어보고 노래도 해보고 갖가지 오바로 점철된 수업을 해야한다. 유정이랑 현희..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두 녀석을 늘 견제해야하고 가끔 우리 영미도.. 다른 대다수의 아이들은 너무 얌전하고.. 그래도 오늘은 재미있는 수업이었다. 대답도 곧잘 하고 웃어도 주고... 수업 후 쉬는 시간에 교사를 다시 한 번 돌았다. 교원평가는 예민한 문제이니만큼 왠만한 샘들은 다 거절하지 않고 서명도 하시고 성금도 내주신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일에도 이렇게 마음이 척척 맞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젠 이 정도 일은 잘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샘들께 돈을 걷는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나도 많이 두꺼워졌나보다. 웃으며 "일꾼 왔습니다... (설명하고) 감사합니다."
2:40 6교시 ca시간. 지난 주부터 드디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조용히 책을 읽는 습관도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하다 싶어 서성장소설 - 돼지가 한마리도 죽지 않는 날/ 19세/ 나는 아름답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나는 공부를 못해/ 문제아/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도록 했다. 처음 계획은 조별로 같은 책을 읽도록 하고 서재를 만들어 독후감을 쓰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서재 만드는 것이 너무 번거로울 것도 같아 그냥 내 서재에 들어와 한 달에 한 번 독후감을 남기라 했다. 매달 돌아가면 책을 바꿔볼 생각. 34명 전원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다음 ca시간 전까지 내 서재에 들어와 500자 이상 독후감을 남기면 모두에게 500원 상당의 아이스크림을 쏘기로 했다. 과연 얼마나... 일단 시작했으니 이 8권만이라도 다 읽도록 꼬셔봐야겠다. 그런데.. 이 책들.. 성장소설이지만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것도 같다. 벌써 5명이 엎드려잔다. 사탕으로 꼬시는 건 너무 약한가보다.
3:30 ca도 끝나고 청소 지도를 하기 위해 5층 도서실로 갔다. 내가 꼬박꼬박 올라가야 아이들도 꼬박꼬박 청소를 한다. 리모델링이 끝나서 환경은 다소 좋아졌는데 책을 여전히 엉망으로 꽂혀있다. 인력을 구해서 정리를 한다나 뭐래나.. 좋은 책들도 많은데 얼렁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나 나나.. 5층까지 올라간 김에 다시 한번 교사를 더 돌았다. 3번 정도 돌아서 10분 정도 만났다. 성과는 있다. 월욜쯤에 내가 맡은 샘들은 다 찾아뵈어야지.
3: 50 교무실로 돌아왔더니.. 메세지가 날아와있다. "의주샘 입원했답니다." 놀라서 인터폰을 해보니... 아이들이랑 축구하다가 쇄골뼈가 나가서 오늘 오후 부민병원에 입원했단다. 다행히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일 상경 계획이 잡혀있는데 이게 왠 날벼락! 가까운 병원이니 연수 끝나고 가봐야지.
4:00 동아대로 출발할 시간이지만 오늘 배울 내용을 전혀 보지 않아서 앉아서 예습을 잠시 했다. 중국어는 정말 늘지 않는다. 단어를 찾아보고 20분에 학교를 나섰다. 126번 타러 가는 길에 의주샘에게 전화를 해서 입원실을 알아보고 또 필요한 물건들도 물었다. 수저와 물통... 수술도 해야하고.. 입원이 장난이가... 맘이 쓰인다.
6:00 중급중국어 마지막 수업. 예습을 해온 덕인지 해석도 쉽고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그래도 어찌나 잠이 오는지... 샘들이 힘들어 하시니 교수님은 언제나 8:00시에 마쳐준다. 에궁.. 이제 샘들 차를 얻어타고 병원에 가봐야지.
8:40 병실에 도착. '뼈로 가는 칼슘 두유'와 '초코하임'을 사가지고 병실에 들어섰다. 한쪽팔을 고정대로 밀착하고 아프지는 않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고통이 없으니. 이런 저런 이야기... 연로하신 어머니께 아직 알리지도 않았단다. 내일 수술 끝나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씀드릴 거라는 효자다. 10시 10분쯤 이제 가라는 의주샘 말을 듣고 일어섰다. 환자가 병문안 온 사람을 1층 현관까지 바래다 준다... ^^
11:00 집! 오는 길에 ㄱㅇ랑 계속 문자를 주고 받다가 결국 수화기를 잡았다. 고민이 있을 때는 수다가 끝나질 않는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도 만만찮고.. 두어번 끊으려고 하다가 계속 대화가 지속되어 수화기를 놓고나니 3시다. 내일 서울도 가야하는데 너무 심했다.
2005. 5. 28. 놀토
5:00 요가로 다져진 생활습관 덕분에 몇시에 잠들어도 5시엔 눈이 떠진다. 바로 챙겨서 목욕하러 갔다. 1시간 만에 얼렁 다 씻고 올라와서 필요한 물건도 챙기고 준비했다. 박샘이 문자로 '비가 올것이니 우산을 준비'하라신다. 가면서 읽을 책도 챙기고 모자랑... 썬글라스는 필요없겠다.
7:00 전교조 타임도 옛말! 작년에 20분 정도 늦었다가 마지막으로 차에 오르는 쪽을 판 경험으로 갈등없이 바로 택시를 탔다. 칼 도착이다. 종기샘도 보이고 박샘도 계시고 서상태 샘도... 경선샘이랑 나란히 앉았다. 이렇게 올해 서울행도 시작이다. 처음 교사대회 따라갈 때는 정말 나들이였다. 5월이라 차창 풍경도 좋고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라도 떠나온 서울이 보고 싶어서... 지금도 그런 의미가 젤 크다. 그러나.. 인사말로 했던 것처럼 관성같은 것일까? 반작용인 것일까? 분회장 대회라는 명칭 때문인지 버스안이 썰렁하다. 책에는 집중되질 않고 계속 잠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