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선물받은 책. 프레이리의 책은 벌써 몇년 전에 읽은 [교사론]에 이어 두번째인데 역시나 쉽지 않다. 마음을 두드리는 구절이 여럿 있기 했는데.. 에휴...암튼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봐야할 책이다.

 

 

 

작년엔 정말 영화를 많이 봤다. 올해도 열심히 보고 그때 그때 느낌을 정리해놓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책은 영화를 철학적 관점에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덕분에 집에 사두었던 비됴, 동사서독, 메트릭스1, 일포스티노 등등 미뤄왔던 감상도 함께 끝낼 수 있었다. 특히 메트릭스1의 분석이 좋았다. 어차피 메트릭스 안의 삶. 삶은 선택과 믿음과 사랑이라는 화두로 귀결된다는... 그러나 도대체 나는 세 가지 모두에 젬병이다..

 

꾸밈없고 담백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빼먹지 않는 위화의 소설을 참 좋아한다. [살아간다는 것], [허삼관매혈기]에 이어 세번째로 읽은 소설. 삶이란 참 보잘 것 없고 허접하다. 중국인의 것이든 한국인의 것이든 그리 멀리 있는 것 같지 않다. 힘없고 못나고 가끔 비굴한.. 보잘것 없는 정도가 아니라 한심하기까지 한 삶.. 그러나 누가 그들의 그런 살아감을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하루저녁만에 다 읽어버린.. 정말 따뜻한 만화.. 간만에 울었다. 나는 만화보면서 자주 운다.  '바보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면 '바보처럼 살기는 힘들다'는 고백이 되겠지. 누군가에게 꼭 빌려주고 싶은 책이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좋은 책.

 

 

흠... 참고로한 단행본과 논문들이 아주 많은 책이다. 많은 책들을 고증하여 이덕무의 삶을 최대한 사실에 근거하여 고증하기에 힘쓴 흔적이 역역하다. 그러나.. 허전한 이 느낌은 뭘까? 사실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쓰다보니.. 너무 온건한 문체, 상냥한 문체들만으로 쓰여진 것 같다. 실학자들의 구도와 이 시대의 분위기를 일별하기에는 좋은 책같다.

 

 

벼르던 시집인데 같은 제목의 영화가 나왔길래 샀다.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도연명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놀라워라~ 나름대로 전공자인 나는 왜 그런 안목이 없는 걸까? 시편들은 대체로 짧막한 촌철살인의! 그의 전작 [삼천리호 자전거]도 좋은 것 같다.  사실 사랑영화는 별 흥미 없는데.. 조금 궁금하긴 하다.

 

 

문학비평가인 김윤식 선생이 쓴 기행기이다. 예사 기행기와는 사뭇 다르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기초해 자기중심적으로 풀어나간 그 곳의 느낌들... '책 속의 그와 함께, 그가 다녔던 그 길들을 언젠가 한번 꼭 다녀보리라' 결심을 하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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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2-10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이 쌓여만 간다.. 그에 비례하여 마음은 무거워지는데 방학은 벌써 끝이 나버렸으니.. 어떻게 보낸 방학인지 모르겠다. 거의 뒹굴며 보낸... 그러나 편했다.

로드무비 2006-04-1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 땡스투 누릅니다.^^
<가랑비 속의 외침>은 자꾸 까먹네요.
다음엔 꼭!^^
 

오늘 드디어 방학 시작..

그동안 있었던 암울한 일들 다 잊어뿌리고

방학 동안 재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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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5-12-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삼 ^^

글샘 2005-12-2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내일 방학인데요...
충전 만땅 하고 나타나시길...

심상이최고야 2005-12-2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방학~~ 므흣!!
 

작년 겨울방학... 연초부터 나라를 떠났었다. 인도로의 첫 여행... 그 기억들이 지금은 왜 이렇게 아득하기만 한 건지.. 묵혀놓고 있던 노트.. 여행기를 발견했다. 버리기엔 아까운 걸까? 아직 '무언가 기록한다는 것', 또는 '무언가 남겨두려는 것'의 이유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쨌든 지금은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것 없으니 그때의 기록에 충실하게 베껴두려 한다. 결국은 소멸하게 되더라도 내 삶의 부분이므로.. 역시 나는 그의 말대로 '삶에의 의지'가 강한 걸까?

1.5.(월)    밤 11시. 교대앞에서 버스 출발. 모레쯤이 보름일까? 달빛 환하다.

1.6.(화)    새벽 4시 밤을 줄곧 달려 인천국제공항도착. // 9:05 싱가폴(新加坡)로 날아오르다. // 2:30 싱가폴도착(시차1시간)  타자마자 승무원들 아점 준비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배식하는 데 2시간이나 걸리더니 결국 낑애, 나, ㅈㅊㅎ샘이 꼴찌로 밥을 받게 되었다. 근데 우리 차례에서 심지어 음식이 떨어졌다나? 냉동식품만 주더라. 이렇게 식욕왕성한 내가 입맛에 도저히 안 맞아하는 음식도 있구나. // 5:15 델리(德里) 향해 출발. 역한 향신료로 머무려진 인디아 식의 밥 으~~~ 시작이다.// 밤 9:00 델리 공항. 인도의 첫인상은 매연으로 숨을 쉴 수 없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들다. 어둠과 매연 때문에 버스를 타고 10:30 그랜드 호텔 도착. 내 생애 이렇게 화려한 호텔에서 잠을 다 자보네..그것도 인도에서..

오늘은 몇월 며칠? 비행기를 타고 서쪽으로 가면 해가  더디 진다. 그래서 보통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몰,  조금만 한 눈을 팔아도 놓치기 쉬운 일몰을 아주 천천히 감상할 수 있지. (돌아올 때는 반대다. 도대체 끝나지 않는 밤이라니...) 인간이 건설한 문명이라는 것도 이런 단 한 번의 일몰에도 그야말로 무색해진다. 진홍색부터 남색 쪽빛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세상이다. 현묘지도! 은현샘은 저 아래 세상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인간이 자연앞에 너무나 무색하다 했지만 그렇지만 그런 일상들이 있기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인 아닐지.. 어제밤처엄 달이 뜰까? 크고 환하고 동그란 보름달이?

1.7.(수)    호텔에서 뷔페식으로 무난한 아침 먹고 9:00 에 출발. 가이드 너윈과 고롭을 소개받았다. 공해 가득한 델리.. 폐차의 개념이 없는 오토릭샤 때문이란다. 다행히 가로수-님나무-가 많아서 좀 낫다. 이거룡 교수님 왈 "인도에 왔으면 포기하라" "시간과 공간에 저항하지 말라" 뉴델리의 대통령궁, 국회의사당, 국립박물관, 인도문(세계제1차대전 후 죽은 인도병사들을 위해 세운 42m의 위령비) 구경. 점심밥? 기억이 가물하지만 처음 맛보는 인도 식당 음식. 맛은 그런데로 괜찮았다. 차창에 매달리는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하다. 핑크 빛의 도시로 유명한 자이푸르로 출발. 저녁 먹고 다시 호텔.

나른해 보이는 인도 나무들.. 그리고 거리의 소떼들..  인도에서 특별 대우를 받는 소! 고기는 안 먹지만 식생활에 있어 중요한 수단이었다. 심지어 소똥도까지 중요한 연료로 쓰인다. 그러나 현재는 소의 경제적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도시에서는 연료를 천연가스가 대체하게 되어 소똥이 필요없게 되었고 소고기도 먹질 않으니.. 그렇다고 소를 도살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도시에 방치되어 교통을 방해하고 가게를 습격하기도 하는 소떼들이 이슈화 되었다. 원래 아리아인들은 소고기를 주식으로 했으나 불교와 자이나교의 아힘사(불살생)의 영향으로 소 도살이 금지되었다. 통일 왕국의 세번째 왕 아쇼카왕이 중앙집권으로 왕권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정치이념으로 불교를 채택하게 되면서 소의 사회적 신분(?)도 상승되었다나? 그러나 현재 인도 인구 중 불교도는 1% 미만이라고 한다.

하늘을 나는 건 매, 까마귀, 비둘기... 그리고 화려한 부겐베리아꽃.. 오후 5시 지는 해, 온화한 햇빛... 휴게소에서 그네도 타며 즐거운 한 때

인도 아이들..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할까? 외면하면 맘에 걸리고 그렇다고..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욕심, 욕망을 모르는 것이 아닌지? 모르는 데서 오는 편안함- 이 상태를 행복이라 할 수 있나?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인도 역시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관광지이며 그들의 모습 또한 관념일 뿐.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바라보기. 이렇게 단체로 호텔 따위에서 자며 자본의 냄새를 풍기고 싶지는 않은데...

1.8.(목)    아침 먹고 코끼리를 타고 엠버성(자이싱왕이 16세기에 세운 거대한 성), 바람의 궁전, 시티팔레스 등 시내 구경. 또 밥 먹고 숙박

15년 전만 해도 한 가정에 4~5명의 아이를 두었지만 지금은 2명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각 가정마다 신을 모시며 아침 6시에 기도를 올린다. 여자들은 집안일, 청소, 식사 준비 등을 하며 조부 조모는 아이들 교육을 시킨단다. 인도의 전통 풍습(인습이고 악습이다.)인 결혼시 지참금-인도말로 다오리하고 한다-이 요즘도 가끔 해외토픽에 오른다. 지참금이 적다고 신부를 때리거나 심지어 죽이기도 하는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고 한낮에는 따가운 햇빛. 5:40분 일몰.. 해탈하지 못한 , 삶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영혼들이 가득하다는 저 보름달... 환하다. 이 막막한 시간과 공간. 인도에서는 고대의 시간 속에 있는 듯하다. 아주 천천히 흐르는 태고적 시간.

1.9.(금)    아침 먹고 자이푸르 출발. 고도 파테퓰시크리성. 아그라 도착해서 점심 먹고 아그라 성 구경.

자이푸르에서 파테풀시크리성으로 가는 도중에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잠시 내렸다, 순박한 아이들. 70년대 우리나라 농촌과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신기한 듯 우리를 보는 할머니, 아주머니, 처녀들, 그리고 아이들.. 그런데 여기서도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무언가를 달란다. 낑애와 나의 뒤를 끊임없이 좇는 조금 덩치 큰 녀석. "뽈펜" "뽀르펜" 하며 지치지도 않는다. 점점 마음이 불편해온다. 미리 어떤 작정을 하고 왔으면 맘 먹은대로 행동할 수 있을텐데 미처 맘 단속을 하지 못한 나로서는 이런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마음이 고생스럽다. 미군들에게 "헬로우, 츄잉껌 기브미" "초코렛 기브미"하며 졸졸 따라다녔을 그 시절 우리 아이들이 오버랩되기 때문에. 알량한 동정심에서 내가 내미는 동전 한 닢, 과자 하나에 이 아이들 길들여지지 않을까?  뒷 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러나 이런 생각조차도 편견, 선입견, 나만의 관념인 것을 잘 안다. 저들은 그저 오며가며 낯 모르는 이방인이 주는 소박한 선물 하나에 마냥 행복할 것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대상 모를 '화'가 슬며시 인다.

1.10.(토)   6시 기상. 일찍 아침을 먹고 8시쯤 인도를 대표하는 세계 7대 불가사의 건축물, 타즈마할에 갔다. 건물의 네측면 어디에서 보아도 똑 같은 모양이라는 대리석 건물.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샤 자한왕이 세운 아내의 무덤이다. 실제로 건물 아래쪽이 시신을 안장했다는데... 건물 내부엔 신을 신고 들어갈 수 없다. 문화재 보호차원이겠지? 햇빛에 반사된 대리석. 온통 대리석.. 그래서 눈이 무지 부시다. 정원도 산책할 만하다. 시간이 빠듯해서 11:20쯤에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11:50분에 아그라 칸드역으로 이동하여 13:00에 잔시로 가는 특급열차를 탔다. 4:30  도착. 다시 버스로 오차로 이동. 해가 뉘엿한 가운데 오차성 등 옛 사원을 돌아보았다. 6:00경. 이미 깜깜해진 후 호텔 Amar Mahal에 투숙했다. 저녁 먹고 이 호텔의 정원에 다들 모였다. 하늘엔 조금 이지러진 보름달. 술이 몇 순배 돌고 노래도 돌고.. 잊지 못할 밤.

1.11.(일)    어젯밤... 회포를 푼다고 너무 늦게 잠들었다. 그러나 4:30에 일어나 새벽밥 먹고 6시에 카쥬라호로 출발했다. 인도의 새벽.. 자지 않고 창밖을 보기 위해 노력했다. 울퉁불퉁 한적한 도로... 어느 시골 마을에 차를 멈추고 다 같이 급한 일(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그 일!)을 보았다. 적당히 숨을 곳을 찾았지만.. 좀 힘들었다. 차도 마시고 인도 담배도 피면서 웃고 떠들고. 카쥬라호! 인도 조각 예술의 걸작으로 꼽히며 에로틱한 미투나상으로 너무나 유명한 서쪽 사원군과 자이나교 사원이 있는 동쪽 사원군을 둘러보았다. 성을 통해 무아지경의 해탈로 들어간다고 믿었단다. 어찌나 적나라하든지.. 사트나 도착 후 야간 열차편으로 바라나시로 출발. 열차는 8:30에 출발했는데 기다리는 사이 고럽이 샘들이 가르쳐주는 진도 아리랑을 열심히 연습한다. '쓰레기 통 없냐'는 질문에 그동안 많이 친해진 우리의 잘생긴 인도 귀족출신 가이드 너윈은 "인도 전체가 쓰레기장예요" ???!!!

1.12.(월)   새벽 5시 너윈이 깨웠다. 6시 도착이라고. 일어나서 짐 정리하고 화장실가서 아쉬운데로 가글하고 오두마니 앉아서 기다렸지만... 여기는 인도다. 정시에 도착하기란 하늘에 별따기! 다시 슬슬 잠이 들었다. 7:00 승무원 아저씨가 5분 후 도착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진짜로 깼다. 낑낑거리며 배낭을 매고 버스에 올랐다. 드디어 바라나시에 도착한 것이다. Radisson Hotel로 가서 짐풀고 샤워하고 아침 먹고.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시간!. 10:30 호텔 로비에서 현주샘, 낑애랑 동네 한 바퀴 돌며 재미삼아 몇가지 물건도 샀다. 담뱃대 5개 20루삐. 은팔찌 250루삐. 호텔 쇼핑아케이트에서 팬던트 2개 7달러. 12시, 점심 먹고 1시에 호텔을 나섰다.부처님 초전법륜지 사르나트(녹야원) 보고  박물관 들러서 저물녁에 드디어 갠지즈강(강가). 한번에 시체 아홉 구를 태울 수 있단다.

여기서 화장하는 것이 일생의 소원이라는 강가. 스산한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다. 어쩔수 없이 여기에서는 삶과 죽음을 직면하게 된다. 빨래하는 사람, 목욕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 그리고 영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강가엔 여기 저기 소똥이고 물건 팔려고 너무나 참을성 있게 뒤쫓아 오는 아저씨들... 안 살 수가 없게 만든다. 그 웃음과 친절함에!  배를 탔다. 이 곳에 초를 띠우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단다. 그래서인지 강물 위엔 여러 가지 소원과 마음으로 밝힌 불꽃들이 환하다. 인간의 바램은 이렇게 아름다운가! 정말 아/름/답/다/ 키크고 잘생긴 힌두교 사제들이 매일 밤 거행하는 의식도 정말 장관이다. 나도 아주 질긴 인연을 이제는 제발 끊을 수 있게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1.13.(화)    인도 와서 디게 일찍 일어난다. 오늘은 5:00. 7시에 다시 갠지즈강(인도에서는 Gangga라고 부른다)으로 갔다. 보트유람. 어제 제대로 보지 못했던 화장터를 스쳐지나갈 것이다. 사진을 안 찍기로 약속을 하고서야화장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봐 버렸다. 채 타지 못한 시체의 발, 두개골, 팔... 무심한 듯 늙은 개 한마리 지나간다. 동행들의 표정이 너무 가라앉았는지 너윈이 이제 그만 가자며 "이거 오래 보면 몸 아파요"한다. 그래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파지겠지. 두통을 느꼈다. 돌아나오는 골목. 그야말로 사람과 소가 뒤엉겨 산다. 손목, 손가락, 발... 사지가 비틀어진 사람들... 이것이 삶이냐? 그냥 이 모습 이대로가 삶이라고? 그런데 왜 속은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는 거냐. 배도 아프다. 어지럽다 어지럽다. 이 도시는, 이 골목은 사람을 가라앉게 한다. 우울하게 한다. 더 이상 인도를 못 견디겠다. 바라나시, 갠지즈는 감당이 안된다.

힌두대학을 둘러보았다. 농업을 전공한다는 잘 생긴 두 남학생과 한 컷! 실크가게 등을 들러 스카프 몇 장을 사고 델리로 이동하기 위해 역으로 갔다. 7시경 출발한다던 야간열차는 9시가 되어서야 출발했다. 공기가 너무 나빴기 때문에 차안에서 기다렸는데 그동안 많이 친해진 샘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또 노래도 부르고... 즐거웠다. 지금부터 12시간을 내리 달려 내일 오전, 정오쯤에 델리에 도착할 계획이란다.

1.14.(수)    침낭 속에서 편히 잘 자고 아침 8시에 눈이 떠졌다. 12시간 걸린다더니 아직 멀었단다. 길고 긴 이 시간 동안 너무나 예쁘게 생긴 인도 아이도 만나고 이야기도 하고... 현주샘이 '서른즈음에'를 가르쳐 달란다. 막상 생각하니 가사가 헷갈린다. 오후 4:30에야 델리에 도착했다. 거의 20시간 동안의 기차여행!! 기차가 너무 많이 늦어진 탓에 바쁘다. how much 팀과 문화탐방팀으로 나누어 돌기로 했다..

낑애와 나는 문화탐방팀. 시간이 너무 없어서 간디의 묘소만 참배했다. (원래는 올드델리도 둘러보려고 했다는데 아쉽다.) 별로 청결하지 않은 인상의 인도, 델리엣 이 묘소는 비교적 깔끔하게 다듬어져있다. 그는 마하트마(큰 마음을 가진 사람)가 아닌가! 화장한 후 나온 그의 사리와 뼛가루를 인도 전역에 골고루 뿌리고 이 묘소에 조금 안치했다고 한다. 힌두교의 한 종파인 비슈누교에서는 그를 비슈누의 10번째 화신으로 섬기고 있다고도 한다.

6시 반에 공항에 도착했다. 어제 기차 탄 이후로 세수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머리도 못감고... 몰지각한 짓이지만 도저히 더 참을 수가 없어서 공항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았다. 손말리는 기계에 머리 갖다대로 말린 사람은 나밖에 없을걸...ㅎㅎ 머리숱이 적어서 금방 말랐다. 앞으로 인천까지 가자면 또 하루쯤 걸릴텐데 도저히..도저히... 공항의 작은 우체국에서 기념으로 우표도 몇 장 샀다. 남은 돈 탈탈 털어서. 여행사측에서 준비한 김치 곁들인 한식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고 9:30쯤에 탑승했다.  10:00 탑승완료. 그러나 너무 짙은 안개로 모든 비행기가 이륙 실패다. 시간은 11시, 12시, 새벽 1시로 흐르고. 기내식까지 먹고 너무 목이 말라 물 한 잔, 오렌지 쥬스 두 잔. 결국 비행기는 뜰 수 없단다. 다시 하루를 더 묵어야했다. 1:30! 비행기에서 내려 너윈이 급하게 알아본 호텔로 이동했다. 너윈의 형님과 친척들이 여행사와 연관되어 있어서 겨우 호텔을 구하 수 있었단다. 한 시간쯤 차를 달려 호텔 도착. 방 배정 받고 잠자리에 든 시간이 3시 30분. 이빨만 닦고 잠이 들었다. 추운 인도의 겨울 밤.. 여행 처음으로 잠을 설쳤다.

1.15.(목)    7:00 일어나서 샤워하고 밥먹고 8시에 호텔 출발. 공항에 도착하니 어제의 결항으로 가득한 인파들.. 오후 2시쯤에서야 인도를 뜰 수 있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고럽이 돌아서며 눈물을 보였다. 짠하다. 한국어를 전공하는 고럽. 열심히 공부해서 너윈처럼 꼭 유학 오기를... 어디가 올드델리이고 어디가 뉴델리인지 자욱한 안개 때문에 알 수가 없다. 3시 드넓은 인도 북부 어느 지역을 날고 있다. 흐릿한 도시, 점점이 보이는 구름 아래로 '피' 빛의 강물이 흐른다. 거의 3일을 제대로 못 먹고 못 자고 못 씻어도 그렇게 마냥 기다려도 뾰족해지지 않는다. 인도인에게 물든 것일까? 문명의 더러운 딱지를 조금 떼어낸 듯도 한데 이렇게 떠난다.

시차로 인해 하늘이 빨리 물든다. 인도로 갈 때는 오랫동안 노을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인도와 싱가폴의 시차는 2시간 정도. 그 차이 만큼 노을이 빨리 혹은 천천히 지는 것이다. 축지법처럼, 타임머신처럼 시간이 훌쩍훌쩍 뛰어넘어 미래로 가버리는 듯 하다. 아득한 저 곳으로 주홍빛 보라빛 색깔로 노을이 진다. 해가 빨리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삶도 이럴까? 너무나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원망하는 순간, 삶의 황혼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까?

아침에 신샘께서 손금을 봐주셨다. 한 말씀 "아직 형성되고 있는 단계! 자신감, 결단력이 필요하다. ... 그래도 된다"

뱅골만의 아름다운 해변 위를 날고 있다.

창밖이 어두워져온다. 저 아래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 몇 개의 불빛만이 반짝일 뿐. 창밖이 완전히 어두워지면 그땐 오히려 창에 비추어진 내 모습만 보인다. 세상이 어두울수록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한다.그냥 관광은 싫었다. 늘 반성만하는 내 자신이 때론 애처롭지만 그래도 '나를 만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인도에 가면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았다. 그런 여행을 기대했다. 편견, 선입견, 아집과 고집.. 내 안의 이런 것들,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무엇보다도 끝없이 이어지는 관념들... 그저 관념들.. 어찌하면 떨쳐낼 수 있을까? 언제쯤 숨기고 있는 나를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1.16.(금)    델리와 싱가폴의 시차는 2시간 30분 정도된다. 9시에 싱가폴에 도착해서 11시 탑승 수속을 끝내고 12시에 이륙했다. 아침 6시 20분 인천 도착.엉덩이 허리가 다 아프다. 여행이 거의 끝나간다. 점심때 쯤엔 집이겠군. 이제 인천에서 김해로 가는 비행기만 타면 되니까. 여기서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를 떠나왔지만 인도는 항상 거기에 있고 또 내 마음 속에도 무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오로지 배낭 하나 짊어지고 다시 올 수 있을까? 오줌 냄새, 변 냄새 넘치는 거리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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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8-2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을 먼저 기록할까 하다가 같은 노트에 남겨진 인도여행기를 봐버렸다. 몇 년 동안 뭉치째 던져놓은 사진도 기록을 부추기고... 여행 당시에도 쓰다말다해서 참으로 허접한 여행기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기억이 안나니... 단편적으로 생각나는 장면들을 어디에 어떻게 꿰어 맞추어야할지..

해콩 2005-08-2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지마할[Taj Mahal]

인도 아그라 교외의 야무나 강(줌나 강) 남쪽 연안에 있는 영묘(마우솔레움).

무굴 제국 황제인 샤 자한이 아내인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을 기리기 위해 지은 이 영묘는 뭄타즈 마할('선택받은 궁전'이라는 뜻)이라고도 하는데, 이 이름이 전와되어 타지 마할이라고 한다.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은 1612년에 황제와 결혼한 뒤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는 반려자로 지냈으나 1631년 부란푸르라는 도시에서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타지 마할은 인도, 페르시아, 중앙 아시아 등지에서 온 건축가들의 공동 설계에 따라 1632년경에 착공되었다. 매일 2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동원되어 1643년경에 영묘가 완공되었고, 1649년경에는 모스크·성벽·통로 등 부속건물이 완공되었다. 타지 마할 전체가 완공되기까지는 22년의 세월과 4,000만 루피의 비용이 들었다.

이 복합 건물은 너비 580m, 길이 350m인 직4각형으로, 남북으로 늘어서 있다. 이 중앙에는 한 변이 305m인 정4각형 정원이 있고, 그 북쪽과 남쪽에 그보다 약간 작은 2개의 직4각형 구역이 있다. 남쪽 구역은 타지 마할로 들어가는 사암 출입구와 거기에 딸린 부속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북쪽 구역은 야무나 강가까지 뻗어 있고 거기에 영묘가 있다. 영묘의 동서 양쪽에는 완전 대칭을 이루는 2개의 건물이 붙어 있는데, 서쪽에 있는 것은 모스크이며 동쪽의 것은 미학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세운 이른바 '자와브'이다. 모퉁이에 8각형 탑이 솟아 있는 높은 벽이 북쪽 구역과 중정을 둘러싸고 있으며, 남쪽 울타리 밖에는 마구간과 경비병 숙소가 있다. 무굴 제국의 건축 관행은 나중에 증축하거나 개축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건축가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통일체로서 타지 마할을 구상하고 설계했다. 이 복합체의 북쪽 끝에는 영묘·모스크·자와브 등의 가장 중요한 건물들이 모두 모여 있다. 붉은 시크리 사암으로 지은 모스크와 자와브에는 대리석을 두른 돔과 아키트레이브(평방)가 있으며 일부 표면이 단단한 돌(pietra dura)로 장식되어 있어, 순수한 하얀색 마크라나 대리석으로 지은 영묘와는 색깔과 감촉에서 대조를 이룬다. 영묘는 높이 7m의 대리석 대좌 위에 지어졌으며 사방이 똑같은 모습으로, 모서리는 정교하게 깎여 있고 각 면마다 높이 33m로 우뚝 솟은 거대한 아치가 있다. 높은 원통형 벽(drum)으로 떠받친 양파 모양의 2중 돔이 이 건물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영묘의 각 아치 위에 있는 난간과 각 모서리 위에 있는 장식 뾰족탑 및 돔을 덮은 원통형 정자는 영묘의 스카이라인에 율동감을 준다. 대좌의 각 모서리에는 3층 미나레트가 서 있는데, 대좌와의 대리석 접합부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영묘의 대리석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영묘의 내부는 8각형 방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얕은 부조 무늬와 아름다운 돌로 장식된 이 묘실에는 황제 부부의 기념비가 있다. 이 대리석 무덤은 아름다운 돌로 장식되어 있으며, 여기저기에 보석을 박은 투각(透刻)한 대리석 막이 둘러처져 있다. 정원과 같은 높이에 있는 지하 납골당에는 진짜 석관이 있다. 타지 마할은 무굴 제국 최고의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의 하나로 여겨진다.

해콩 2005-08-2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즈음에
- (Featuring 박학기, 권진원) - 김광석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살고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잃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가사제공 : MUZ.CO.KR)

해콩 2005-08-2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도 갈 때 마음 준비
1. 동정하지 말기
2. 비교하지 말기
3. 편견으로 보지않기
4. 외면하지 말기
5. 과장하지 말기
6. 문명의 결벽증 드러내지 말기

글샘 2005-08-2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저는 인도를 가지 않는 편이 좋겠군요. 위의 여섯 가지가 몽땅 제 특기니 말입니다. 불편해 지러 여행을 떠나기는 조금 싫거든요.
서른 즈음에... 참 슬픈 노랩니다. 서른은 아무 것도 아닌 나이면서, 이미 많은 것을 깨달아 버린 나이지요. 지금의 제 나이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정말 숫자란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애요.

해콩 2005-08-2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 늘 조금은 불편하던데...그런데 여행만 다녀오면 살이 찌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심지어 도보여행을 다녀와서도 살이 쪘더라구요. ^^;
서른도 훌쩍 지나버렸어요. 서른은 벌써 저만치 가버렸는데 불혹의 나이라는 마흔은 너무나 두렵고.. 여전히 흔들리는 나를 발견할 것 같거든요. 아~ 영원히 철들 것 같지 않은 나를 어쩌지요?

코마개 2005-08-2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마지막에 서른 즈음에가 가슴을 때립니다. 죽지도 못하고 이대로 살기도 억울하고...서른 즈음은 넘어섰는데 아직도 서른병을 앓고 있습니다.

해콩 2005-08-2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도 그러시구나.. '죽지도 못하고 이대로 살기도 억울하다'는 말이 너무나 맘에 와 닿네요.. 쓰립니다. 오늘은 쐬주 한 잔 할랍니다. 계속 병만 앓으며 병만 찾으면 (쐬주병) 어떡하지요? ㅋㅋ

너윈 2018-04-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너윈 입니다.
뭐 하다가, 갑짜기 사이트에 너윈 치면서 , 위 끌 봤는데,,
기억이 아락 가락 하면서 생각이 났어요.
보고 싶어졌어요.
참 아름다은 여행 과 경험 이였습니다.
벌써 14년 지났네요 .
너윈
 

아들같은 조카녀석.. 방학 중 일부를 할애해서 꼭 같이 놀아주고 싶었다. (언니 얘기로는 조카가 나랑 놀아주는거라지만.. - -;) 중국에서 돌아온 다음 날, 녀석이 갑자기 추리소설에 관심을 보이며 책을 사달라하였다. 순간 해운대에 있는 추리문학관이 생각났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 가보지 못한.. 추리 소설가 김성종씨의 개인 도서관(문학관)이다. 달맞이 고개에 있다니 아마 바다도 보일 것이고 입장료를 내면 차도 준다고 하였고 교통이 다소 불편하니 북적대지도 않을거고.. 책구경도 하고.. 가봐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은 하늘도 너무 맑고 별다른 일도 없고.

학원 다녀온 조카를 얼렁 밥 먹이고 설겆이 하고 그 짧은 시간에도 컴앞에 붙어있는 녀석을 떼어내서 길을 나섰다. 초딩 1학년인 둘째 조카가 같이 가겠다고 떼 쓸까봐 '형아 병원간다~' 뻥도 치고.. 간식도 준비했다. 녀석의 만성적인 비염 때문에 병원에 들렀다가 31번을 탔다. 해운대 전신전화국 앞에서 마을버스 10번을 타고 내렸는데 바로 추리문학관 앞! 입장료 지불하고 1~3층을 둘러본 후 3층에 자리잡았다. 우리 말고 손님?은 한 명 뿐! 일 도우시는 분께 여쭤봤더니 하루 이용객은 30명(그나마 요즘 방학이라 많은 편이란다. ^^;) 책은 기증 받은 것도 있고 '선생님' 개인 것이란다. 그 '선생님'은 4층에서 자료를 모으며 소일하고 있었다. 으아~ 소설가의 자료라는 것은 어찌나 방대한지 유명한 중앙지를 다 받아보고 지방지도 두 종류가 눈에 띄였다. 스크랩을 했는지 어떤 기사는 잘려나가있었고...

수줍음 많고 조금 내성적인, 그 시절 내 모습을 영판 닮은 우리 조카는 [반쪽이 딸 학교 가다]를 빌려와서 내 앞에서 ㅋㄷㅋㄷ거리며 열심히 보고 있다. 속독법인지 뭔지로 읽는다면서 내가 반 권 읽은 사이에 한 권을 다 읽었다. "꼼꼼하게 읽어야죠!" 잔소리 한 판 하고..

홍차를 홀짝거리며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과 [식객]을 번갈아 가며 읽었다. 6시면 폐관이다. 챙겨서 나오니 바로 버스가 온다. "00아 바다 너무 예쁘다아~~"  "(시큰둥하게)어디?"  "- -" 남자아이들은 너무 무덤덤하다. 하늘이 저렇게 높고 바다는 또 저렇게 넒은데.. 그 색깔은 또 어떤가? 하긴..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기에는 좀 이른 나이긴하다.. 해운대 전신전화국 앞에 다시 돌아온 시간이 6시 30분경.. 영화나 같이 볼까 하다가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바로 집에 오려고했다. 그러나 요놈이 오늘 내가 물주인 걸 아나보다. 저녁을 먹고 가잔다. 나는 집밥이 좋은데... 31번 종점 근처에 그 옛날부터 있었던 가마솥국밥! 그렇지 않아도 올 때부터 그걸 맛보이고 싶었다. 그 국밥집.. 추억이 많다. 나도 언니도 초등학교 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국밥집이다. 대학 다닐 때도 가끔 들렀던.. 주인이 바꼈는지 어떤지는 몰겠지만 어쨌든 내게 익숙한 무엇이 아직 그 자리에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소고기 국밥 둘을 시켜 [식객] 흉내내는 대사를 해가면서 맛나게 먹었다. 정말 00이는 어릴 때부터 못먹는 것이 없다. 이것도 나를 닮았다.

다시 31번 탔다. 타자마자 녀석은 잠이 들고.. 내려서 시장통을 통과하면서 뭔가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00이도 "이모, 우리 저거 사먹자" 핑계김에 찐빵이랑 찹쌀모찌랑 더 먹어버렸다. 그러고도 이 녀석은 집에 와서 버섯국에 밥도 말아먹었다. 왜 여전히 3번인지 이해가 안 간다.(얘네 학교는 키 순서대로 번호를 정한단다.)

요가 빼먹고 조카랑 데이트!! 즐거운 하루였다. 조금 더 크면 이 녀석, 친구들이랑 놀러다닌다고 나는 완전히 찬밥 취급할텐데 더 열심히 놀아줘야지.. (놀아달래야지.. - -;)

아무래도 새벽에 요가하러 가야지 자꾸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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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마지막날 (2005. 8. 21. 일)

알람용 음악소리..^*&%&*)*& 7시 30분!! 오늘은 ㅈㅎ샘 핸드폰이 울었다.. 어제 밤엔 도보여행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켄터키 한 마리에 맥주 세 캔을 사서 잔치를 벌이고 늦게 잤다. (서로 별 말도 없이 타이슨 권투경기를 보면서 열심히 먹기만 해서 1시간만에 다 먹어치우고 1시쯤엔 잠자리에.. ) 늘 그렇듯이 베개에 머리를 붙였다 싶으면 바로 아침이다.

핸드폰을 끄고 돌아봤더니 ㅇㅈ샘이 없다. 화장실 갔겠지..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좋아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나머지 한 동행은 쿨쿨~ 여전히 잘 주무신다.. (사실..나보다 더 잘 자는 사람들.. 처음 본다. - -;) 상쾌한 바람~ 가을이구나!! 30분정도 지난 것 같은데 ㅇㅈ샘이 안 오네. 목욕탕을 힘끗 들여다봤는데 없다! 흠.. 산책이라도? 나도 같이 갈껄..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돌아온 ㅇㅈ샘.. 피씨방에서 내려갈 기차표 예매하고 왔단다. 부지런도 하여라~ 꼼꼼하고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랑 여행하니까 정말 좋다.. 난 그냥 "이거 먹어요~ 저거 먹어요" 이런 말만 하면 되고..ㅋㅋㅋ 천안역에서 5시 24분. 출발 10분전에 표를 찾아야한단다.

오늘 아침엔 ㅈㅎ샘 잠이 보다 막강하다. 아마 일요일임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지. 같이 청소년 성장드라마 반올림# 보고 9시쯤 일어나서 대충 씻고 정리하고.. 방 정리 할 동안 나랑 ㅇㅈ샘은 아침 거리를 준비해오란다. 뭐 별거 있나 농협마트 가서 빵이랑 우유 사서 아침 때웠다. 일요일이면 즐겨보는 프로, 퀴즈 대한민국!! 오늘 상금은 6천만원이 넘었는데 퀴즈왕 탄생은 또 실패다. 우리 모임의 브레인, ㅈㅎ샘이나 ㅈㅎ샘 (실수 아님.. 두 사람의 이니셜이 같다는 사실, 나도 지금 알았네.)이 나가면 성공할 수도 있을것 같은데.. 꼬셔봐야겠다. 혹시 고물이 좀 떨어질지도...

어제 계획한 대로 서산마애삼존불을 뵙고 천안으로 시외버스 타고 가서 기차로 이 여행을 마무리 하기로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부처님을 뵈러가는 길.. 초가을 같은 정말 쾌청한 날씨. 노래가 절로 나온다. 뒷 자리에 앉은 여중생들의 끊임없는 재잘거림이 어찌나 경쾌한고 재미난지.. 기사 아저씨께서 야단치시는 바람에 아이들 소리가 쑥 들어가버렸지만.. 기사아저씨의 승객 배려에도 여중샘들의 재잘거림에도 미소가 절로.. ^^ 백제의 미소..ㅋ

저수지 발견!! 아마 부처님께서 근처에 계신듯하다. 내려서  1.7km  계곡을 낀 산을 조금만 올라가면 마애불이 계신다. 여전히 계신다. 천오백년 동안 여전히 그렇게 웃으며 서 계신다. 아둥바둥 거려봐도 사람의 목숨이란 얼마나 유한한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조명이 없어 그 후덕한 미소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지만 아기 젖살처럼 통통한 부처님의 살맛은 여전하시다. 어허 버릇없게!! 

버스에서 같이 내려 화장실에서 말을 튼 음암중학교 여학생들!! 사회숙제로 온 거란다. 사진 찍고 감상문을 써야한다는데..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와서는 후다닥 사진 찍고 줄행랑이다.  "느끼셔야죠?" 배시시 웃으며 한마디 했지만 ㅇㅈ샘 말대로 아이들이 다 그렇지뭐~ 사실 마애불에 대한 설명이나 감상은 인터넷에 천지다. 보고 베끼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 방학숙제 한다고 여기까지 와준게 어디고.. 기특하고 기특하다. 내려가는 길에 다시 만난 이 아이들, 사온 삼각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그래그래.. ^^ 인사들도 잘하지~

입구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안 온다. ㅈㅎ샘이 히치를 하고는 딴짓하느라 바쁜 나를 불렀다. 00 교회 봉고차. 거의 드러누워서 하늘과 자연을 만끽했다. 너무 좋다~ 계속 갔으면 싶은데 버스정류소에 내리란다.. --; 아맛나, 바카스, 비타500을 먹고 있다가 갑자기 들어온 버스에 허겁지겁 올랐다.

다시 서산 시외버스터미널.. 1시 45분도착. 55분 차가 있다. 화장실 갔다가 간식거리도 사고.. 바쁘게 줄을 섰지만 자리 하나가, ㅈㅎ샘 앉을 자리 딱 하나가 부족해서 천안 가는 직행 버스를 포기해야했다. 바로 온 완행버스.. 설마 늦을까? ㅇㅈ샘은 간발의 차로 놓쳐버린 '배'의 악몽을 자꾸 떠올리는 눈치! 기사아저씨께 우리의 급한 사정을 나름대로 설명하고 좌석에 앉아 대충 요기하고 각자 쿨쿨 잠이 들었다. 천안역에 도착한 시간이 4시 30분.. 넉넉한 시간이다. 기차표를 찾고 압구정 김밥에 가서 치즈, 김치, 참치 김밥을 먹었다. 오늘 처음 먹은 '밥'!!

커피 한 잔씩 하고 열차에 올랐다. 나는 무조건 창가자리.. (창가 자리 중독이 어딜 가겠나..) ㅇㅈ샘은 이번엔 혹시 미모의 여성이 앉을까 기대하며 따로 떨어져 앉겠단다. "그럼 나는 이미 미모의 여성 옆자리네"라고 말해준 ㅈㅎ샘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미모'의 내가 이런 접대성 멘트에 일일이 감사하고 그러면 안 되는데..  도도하게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늘 느끼는 거지만 나는 결정적인 순간엔 그게 안 된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아주 다양한 날씨를 즐겼다. 첫날은 구름이 조금 낀 듯 하긴 했지만 햇살이 따가왔고 둘째날은 엄청난 폭우도 맞아봤고 세째날은 가랑비와 살살 부는 가을 바람데 덤으로 만난 무지개.. 오늘은 쾌청 그 자체..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와서 기차를 타자마자 신발도 벗은 채 창쪽으로 돌아앉았다. 졸다가 눈을 떴을 때 갑자기 떠오른 주홍색 보름달이라니!! 다이나믹하고 버라이어티한 이번 여행.. 짧은 시간에 즐길 건 다 즐긴 것 같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 세상, 시인의 말대로 '소풍 온 듯'이 아름답게 살다가 어느날 문득 그렇게 훌쩍 갔으면 좋겠다.

9시 40분.. 구포역에 떨어졌다. 대장이 사주는 삼겹살에 소주 두잔씩.. 된장찌게에 밥까지 푸짐하게 먹고 집! 이렇게 나의 첫 도보여행이 완전히 끝났다. 삼박사일... 다소 짧은 일정이 여전히 아쉽지만.. 나의 두 다리로 줄창 걷는다느 것이 그렇게 두려운 일이 아님을 알았고, 비에 흠뻑 젖어도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음을 알았고, 짜다라 높은 산이 아니라도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알았다. 속도 속에서 우리가 얻는 것 만큼 잃는 것 또한 많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고, 속도가 죽여버린 생명들이 도로 가에 그렇게 널브러져 있다는 사실도 눈으로 보았다. 속도!! 과연 인간은 빨리 가는 것만큼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이젠...백두대간 종주를 어떻게 하는 건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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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5-08-22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오늘은 특히나, 더 훌륭한데요. 특히 마지막 문단이 제 마음에 쏙 들어요 ^^ 그래요, 너무 높은 곳이 아니어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기엔 충분한지도 모르지요. 거듭, 감사 ^^

해콩 2005-08-2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대장님... ㅋㅋ 근데 퇴고를 거치기 전의 다소 난삽한 글을 읽으신 듯 하니 다시 한 번 읽어주시옵소서.. 나흘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원수를 다음번에 꼭 갚도록하지요~

글샘 2005-08-22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다라... 높은 산이 아니라도 아름다운 걸 깨닫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요...
고생들 하셨네요. 이제 넓어진 마음과 지친 몸 잘 달래시고, 개학 준비 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