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잘 먹고 돌아앉는데 둘째 조카 성재가 밑도 끝도 없이
"나 할아버지 되서 죽으면 어떻게 해?" 한다. '엥??? 이 무슨 철학적인 질문이냐.'
시무룩해지더니 바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군다. 귀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성재만 그런거 아니고 우리 모두 다 죽을 거야.. 사람은 모두 다 언젠가는 죽잖아."
"성재 너 태어날 때 기억나니? 그것과 똑같아서 너는 너의 죽음을 모를텐데.."
"... 그러니까 살아있을 때 더 즐겁게 놀자~"
그러나 이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계속 시무룩. 큰 조카 선빈이는
"우리 중에서 니가 제일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뭐가 걱정이고?"
언니, 그러니까 녀석의 모친은
"착하게 살면 이 다음에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꺼야~"
했으며 성재 외숙모, 우리집 며느리인 나의 올케는
"그러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께 잘해드리자~"
하는 사랑스러운 제안을 하는데...
정작 성재 본인은 계속 우울한 표정이다. 내가 다가가서 무릎 위에 앉혀서 안아주니 하는 말이
"죽으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아. 벌레들이 내 몸을 다 파먹을 거잖아"
또 눈물 뚝뚝!!
참.. 해줄 말은 없고 어떤 위로도 대안도 없고.. 이런 철학적인 고뇌에 몸부림치는 여덟살이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죽음'이라...
오늘은 세상에 난 지 이제 만 8년이 되어가는 이 아이에게 죽음이라는 심각한 화두가 절실하게 다가간 의미있는 날이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거니까 행복하고 즐겁게 '내 마음대로' 살아야해.
기분 전환을 시켜주려고
"성재야, 우리 토토로 볼래?" 했더니 금방 표정이 바뀌더니 테입을 찾으러 간다.
오늘 저녁은 성재 덕분에 오래간만에 '토토로'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