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다. 사실 7시 반쯤 도착했다. 어제 회식을 하고 EBS의 [지금도 마로니에는] 보고 1시에 잠들어서 아침 요가를 빼먹었다. 마음이 가는 데로 가리라 맘 먹었기에.

책상 위에 놓인 쪽지. 어제 8교시 보충 수업 담당 샘께서 올려 놓은 쪽지. 허락해준 녀석 말고도 10명이 보충을 빠졌다.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새벽 요가를 나가는데 맘 속 깊은 곳에서 조금씩 보글보글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부글부글한다. 어째야할까?

사정있는 아이들은 야자도 거의 빼주고, 아프다는 아이들은 보충수업도 빼고 병원 보내며, 매일 야자를 하는 아이에 한해서지만 한 달에 한 번 야자 조퇴할 권리도 인정해준다. 그런데도... 이건...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하는 걸까?

솔직히 어느 선에서 야단을 쳐야할지 모르겠다. 야단치다보면 제풀에 자꾸 성질이 올라 부글부글... 폭발하는 성격인데. 어쩌나..

"너희는 앞으로 보충이건 야자건 다 하지마라!" 해야하나? "너희에게 주었던 자율을 모두 회수한다"라고 해야하나? 또한 간수와 죄수처럼 옥죄고 감시하고 처벌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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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3-2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듣기 방송시간, 우리 반만 방송 꺼달라하고 일단 전체를 대상으로 '해당없는 너희들에겐 진짜 미안하다'고 하며 잔소리 시작~ 다시 그 녀석들만 밖으로 불러내서 또 한 잔소리~ 그리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성문! "6교시 한문 수업 전까지 써오너라. 수업할 때는 너희들 얼굴 보며 하고 싶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신기하게 밉진 않네. 왜? "양심에 손을 얹고 한 번이라도 보충, 야자 짼 적 있는 녀석들은 나오너라" 했더니 어제 도망간 녀석들 말고도 몇몇이 같이 나올 만큼은 정직?하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보충과 가끔은 죽도록 싫은 날도 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야자. 대한 민국 고등학교 체제 내에서 그렇게 늘 시달리는 아이들이 맘 속 깊이 측은하기 때문이며 그 속에서 '선생'노릇하는 나의 '원죄'때문이지.

이 아이들을 미워할 자격이 내겐 없는 것 같다.

BRINY 2006-03-2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죄인가요. 원죄...

해콩 2006-03-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수해야할 원죄! 사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합리적인 근거를 댈 수 있을까요? 보충수업과 야자에 대한..
 

"학급운영에 연수는 필요없다"

 

1. 기 죽거나, 기술적인 면으로 치우치거나.
올해로 저는 교직경력 8년차가 됩니다. 담임경력은 6년째 접어들었죠. 처음 실업계 학교로 발령받고 서툰 담임 노릇을 하게 되었을 때 이러저러한 학급운영 연수를 부지런히 쫓아다녔습니다. 그 즈음 시작된 ‘참실보고대회’에도 당근 참여했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전국의 노련한 선생님들이 선보이는 현란한 학급운영의 방법과 기술들을 대하면서 터져나오는 감탄과 동경의 눈빛 이면에 저는 숨이 막혔습니다.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저런 식이라면 교사에게 개인 시간이라는 것이 남아 있겠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는 못하겠다.’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아이들과의 관계가 맘처럼 부드럽지 못한 신규로서 저는 기가 죽다 못해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 그 방법과 기술들을 엇비슷하게 흉내 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딱히 할 말도 없으면서 가정방문을 시도했고, 억지로 우겨서 모둠도 꾸려봤으며, 의미 없는 말들과 감탄사의 나열인 모둠일기 강요에, 아이들의 손길이 배제된 나홀로 학급문집 만들기까지. 겉으로 보기엔 저 역시 노하우라는 이름의 현란한 기술과 방법들에 익숙한 노련한 교사가 되었습니다. 몇 번 ‘학급운영’ 연수라는 걸 맡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재작년 저희 반 아이들은 그런 제 가면을 홀딱 벗겨놓았지요. 아무리 다양한 기술로 다가가도 녀석들의 맘은 까딱도 하지 않았습니다.

2. 기성복같이 매끈매끈한 자료들! ‘내’ 고민의 계기를 박탈한다.
‘즐거운 학교’나 ‘구글’을 검색하면 내가 원했던 여러 가지 학급운영 자료들이 이미 잘 만들어져 올라와 있습니다. 경험 없는 신규로 담임을 맡았을 때는 그런 요령이 없어 밤늦게까지 뭔가 준비하느라 잠 못 들곤 했는데 이젠 별로 그럴 일이 없는 것이 요즘의 제 모습입니다. 필요한 것이 생각나면 검색하고 복사하여 나눠주거나 자료 좀 보내달라는 전화 한 통하는 것도 사실 드물게 성실을 발휘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직접 만든 자료보다 훨씬 세련된 자료들, 활동들…. 자료의 양에 비례해서 또 제 욕심에 비례해서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활동과 결과물의 분량도 계속 늘어납니다. 그러나 요즘의 제가 밤늦게까지 잠 못 들고 뭔가 퉁탕거리며 만들던 신규시절 만큼 학급운영에 관한‘생각과 고민’을 할까요? 아울러 자료 자체만으로는 그 자료를 만든 선생님들의 고민이나 느낌이나 감동들을 모두 알 수는 없었습니다. 스스로 충분한 고민이나 명확한 목표가 없는 시도였기에 학년 말까지 꾸준히 유지되는 학급활동은 가물에 콩 나듯했고 또 방만하고 산만했죠. 한 가지 학급활동을 해도 그에 대한 확고한 목표와 깊은 고민이 필요한데 인터넷에 올려진 여러 선생님들의 세심한 자료는 제 고민보다 늘 한 발 앞서가더군요. 설익은 학급활동은 저나 아이들에게 ‘부담’일 뿐이었습니다.


3. 천편일률적 자료, 천편일률적인 학급운영?
크고 작은 학급운영에 관한 연수를 맡아본 것이 서너 번 되는 것 같고 작년엔 ‘학교에서 행복해지기’편집팀으로 일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엄청 뿌리고 다녔습니다. 올해 저희학교로 옮겨오신 선생님이 담임을 맡으신 반에 수업 들어갔더니 사물함 이름표, 좌석배치표, 주번 주의사항, 사물함이용 주의사항 등 낯익은 자료들로 교실을 꾸미셨더군요. 심지어 몇 년 전 제가 반 아이들에게 날린 ‘부끄러운’멘트까지 그대로 --; 순간 갑자기 드는 생각! “교실이 비슷해지고 있다”물론 드러나는 모습만 가지고 담임교사의 학급운영이 비슷해진다고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표현되는 형식이란 고민이 드러나는 하나의 양상이거나 최소한 고민의 깊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비슷비슷한 학급운영 자료,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소박하더라도, 다소 촌스럽더라도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충분히 연구한 후 실천하는 학급활동, 담임과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고 만들어본 활동자료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 있는 것 아닐까?’등으로 이어지는 상념의 끝자락에, 신규 때 연세 지긋하신 샘들이 보여주시던 거칠지만 소박하고 간단한 자료가 그리워졌습니다. 새 학년, 백지 한 장을 나눠 주며 자기소개를 써보라고 하더라도 어떤 눈빛으로 어떤 말을 하면서 전할까 고민하는 모습이 더 아름답던….

 

4. 학급 활동의 범람으로 인한 ‘마음’의 실종.
원치 않는 읽을거리 -시나 훈화자료 등- 각종 자료 떠맡기기, 억지로 꾸려가는 모둠활동, 강제로 쓰는 학급일기, 담임 혼자 열심히 만들고 혼자 즐거워하며 나눠주는 학급문집…. 실업계는 실업계대로, 인문계는 인문계대로 삶의 무게 때문에 가끔은 숨쉬는 것 자체도 힘이 들고 학교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할 그 아이들에게 내 빤질빤질한 학급운영이라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가끔 부끄럽고 민망하고 또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실속 없이 겉으로만 부풀어버린 제 겉모습에 사람들은 노력하는 열성적인 교사라는 훈장을 붙여주더군요. 그런 기대에 부합해야한다는 의무감 비슷한 것이 저를 더 부추겼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렇게 용을 쓸수록 제 영혼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가끔 들려주던 ‘우리들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좋은? 샘’이라는 칭찬도 ‘지나치게 옭아매는 귀찮은 샘’이라는 평가에는 귀를 막고 자신을 기만하는 데 일조했을지도. 간혹 아이들이 제 마음을 몰라준다고 불평 했지만 사실 아이들 삶과 마음을 몰라준 건 오히려 내 쪽이 아니었을까요? 아이들의 진심어린 속내를 들여다볼 기회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런 각종 번잡한 학급행사, 이벤트보다 따뜻한 눈길한번, 말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는 훨씬 힘이 되지 않았을까 돌아봐집니다. 강단 있게 자신을 드러내는 법도 알려주어야 했고 아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되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했을 것입니다.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학급운영은 아니었는지, 정신없는 학급 활동들 속에서 서서히 처음의 그 마음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5.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학급운영은?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기고 나서 참 혼란스러웠습니다. 아이들과 교사들의 ‘삶’에 대한 기준이 많이 달랐으니까요. 생존 자체를 고민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속에서 빠져나오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가는 것이 ‘학교’에 다니는 이유가 되는 사람들도 있더라는 빤한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아침 보충수업은 텅 빈 교무실에 저를 유배시켜 버렸습니다. 동료교사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는 데 익숙했던 제게 오후시간 역시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일과가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수업 때문에 회식 잡기도 힘든 상황에 ‘같이 놀러 가자’는 주문은 욕심인 듯 했습니다. 인문고 1년을 근무하면서 이전에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신규교사의 실업계 발령’이 다행으로 느껴졌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면 아무런 회의 없이 아이들을 숫자로 환산하여 보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듬해 드디어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는데 실업계에서 하던 담임 노릇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담임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학급운영이라고 늘 뭔가 붙잡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누구를 위한 건지 또 무엇을 위한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한 목표를 잡고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리저리 흔들리던 배는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에서 맴을 돌며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그해 학급운영에 있어 제 목표는 ‘행복한 학교생활’이었습니다. 공부와 입시에 지쳤을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 그게 제 소박한(?)목표였지요. 그러니 저는 애초에 야자나 보충을 잘 시키는 담임일 수 없었고 아이들을 잘 잡아주는 교사는 더더욱 아니었던 겁니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아이들의‘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담임이 마련한 이런저런 이벤트, 그 1회성의 ‘기쁨’에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오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반 운운하며‘반 등수’ 알려달라고 찾아온 아이를 ‘나에겐 그런 권리와 의무가 없다’는 말로 매정하게 돌려보내고 ‘사설 모의고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아이들에게 ‘원치 않는 아이들이 들러리 서는 것에 대해서 최소한 미안한 마음은 가져야한다’는 식의 마음 불편한 잔소리를 늘어놓는 담임이었던 저는 아이들 공부를 챙겨주지 못한다는 자책감 때문에 여러 가지 잡다한 ‘즐거움’을 주느라 허덕거렸지만 그건 아이들을 돌고래로 만들고 저를 지치게 하는 무의미한 행사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늘 혼란스러운 담임이었고 아이들도 저의 관심이나 사랑이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뭐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은 그런 뻘쭘한 관계로 멀찌감치 서있었습니다. 서로에게 마음이 닿지 않는데, 그걸 서로가 뻔히 아는데 겉으로만 즐거워 보이는 그런 행사들은 스스로와 아이들을 기만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그해 제가 꾸려나갔던 ‘학급운영’은 아이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사실 제일 무서운 건 자기검열인 것 같습니다. 올해 저는 또 2학년 담임을 맡았습니다. 동학년 담임샘들이 참 좋은 분들이라 다른 학년에 비해 아이들의 자율을 많이 보장해주시지요. 그런데 지금까지 저는 아파서, 혹은 다른 개인적인 이유로 야자를 빼달라는 아이들과 학부모님의 말을 다 들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적과 공부라는 핑계를 늘 준비하고 있지만 실은 자기검열이지요. ‘그래도(?) 인문계인데 이렇게 다 보내버려도 되나, 반 전체가 공부 안하는 분위기가 되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나, 한 명 두 명 보내다가 나중에 거의 다 빼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땐 또 어쩌나, 내년에 내신 나빠서 원하는 대학 못가면 어쩌나, 그때 나를 원망하면 어쩌나, 다른 반 담임샘들께 우리 반의 분위기가 누가 되면 어쩌나’ 지독한 이 검열을 깨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에서 내 스스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가 쉬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지금까지 자질구레한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학급운영’은 기술만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건 기술이나 방법적인 측면보다는 ‘마음’ 그 자체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음만 있다면 자료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들이 만들어 둔 자료가 오늘도 인터넷 자료실에 넘쳐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그 많은 자료들이 낳는 부작용에 대해서 한 번 짚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방법이나 기술적인 측면으로 기운 학급운영을 하게 되거나, 교사가 진지하게‘고민’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죠. 고민의 부재로 마음이 담기지 않은 학급운영이 되거나, 천편일률적인 학급운영으로 흐르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구요, 간혹 아이들의 입장은 소외된 교사의 자기만족에 그치기도 하지요. ‘작고 소박한 자료라도 교사 스스로 고민해서 진행하는 학급운영이야말로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무리 하거나 욕심 부리지 말고 나와 아이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식의 학급운영연수 -여러 가지 자료를 소개하고 나누는 것-는 진지하게 고려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점을 세우고 담임의 교육관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녹아들게 하는 전문적인 연수가 마련되어야합니다. 구체적인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담연수나 심리치료연수 같은.

그래도 뭔가 불안하고 허전하다면 제 경험으로는‘마음’을 나눌 동료를 찾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학교 내에서 마음 맞는 샘들이랑 의논하며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여러 학교를 걸치는 모임을 만들어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첫 마음을 잃지 않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고민을 나누어 가질 수 있지요.

처음 교사가 된 이듬해, 우연히 함께 하게 된 ‘@@@’는 연령대가 다양한 샘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지 배우게 되었죠. 인문계로 옮긴 후 지금까지 비교적 ‘젊은’ 북부지역 샘들을 중심으로 하는 ‘###’에 나가고 있는데 일년에 한두 번 신규샘들을 위한 연수, 여름방학 야영을 꾸리기도 하고 일상적으로는 생활나누기, 독서토론, 학급운영 고민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모임은 흔들리는 저를 붙잡아 주는 뿌리가 아닌가 싶네요.

학교 내에서 소모임의 훌륭한 예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몇 년 전 ooo고에 있었던 ‘ㅁㅁㅁ’입니다. 당시 1학년 담임교사 몇 명이 주축이 되어 모임을 만들고 여러 가지 학급, 학교 행사들을 추진하고 축적된 자료들을 소개하며 공유했습니다. but 공립학교는 몇 년이 지나면 다들 헤어져야하기 때문에 계속 유지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올해도 저는 담임을 맡았습니다. 그 나이 때 저 역시 그러질 못했으면서 입시에만 너무 매이지 말고‘인간다운 삶’을 아이들이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큰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사회전반의 현실적인 필요와 담임의 이상적인 주문 사이에서 우리 반 아이들은 많이 힘들지도 모릅니다. 야간타율학습, 보충수업, 사설모의고사 등등 검증되지도 않은 학습능력향상을 빌미로 학교가 아이들의 결정권을 무시할 때, 아이들 스스로 타율을 선택하며 주어진 자율을 비웃을 때, 저는 여전히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 헷갈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교사로서 여러 가지 기술이나 방법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고민과 아픔에 공감하고 연민하는 능력, 그리고 그들이 때로 실수하고 방황해도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임을 믿으려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교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 역시 행복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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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3-23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수를 마친 후 원인 모를 두통, 허무, 우울... 원인 모를?

여울 2006-03-2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정말 그럴 때..., 무엇인가 맘을 준 것이 쏘옥 빠져나가 남의 것이 되버린 듯. 나만의 것에서 우리들의 것이 될 때? 맘주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느끼지 못하는 그 허전함은 아닐까요? 꽃봉오리가 개화가 될 때의 허전함은 아닐까요? ... 글 즐감하고 갑니다.

글샘 2006-03-2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급 운영이 힘든 것은, <구조적 모순> 앞에서 <개인적 대응>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제 홍세화 선생님 강연을 들었는데요,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배계급의 물신적 이데올로기>에 저항할 수 있는 <생각할 줄 아는 능력>과 <민중성을 배반한 자기 의식>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독서>하게 만들고, 서로 토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기에 적합한 공간이 알라딘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에게 서재를 만들게 하고, 독서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허탈해도 힘 내세요. It's Friday. 놀토 아닙니까?ㅋㅋ
수고 많으셨습니다.^^

해콩 2006-03-2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 꽃이 확 피어버린 후 느끼는 허무. 우울.. 그런 느낌도 있는데 준비하는 내내'이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아주 어렵게 어렵게 쥐어 짜내듯이 쓸 수 밖에 없었던. 연수 들으러 오셨던 샘들이 해주신 말씀들이 오히려 제게 위로가 되었어요.. ^^;ㅋ

글샘샘~ 옳으신 말씀! 그래서 토욜, 일욜은 제가 가진 책들 목록 뽑아와서 아이들에게 빌려줄까 싶어요. 저희 학교 멋진 샘 한 분이 지도하시는 아이들 <독서토론> 동아리에도 구경가볼까 싶구요. 저희 반 녀석도 세명이나 참여하거든요. 그 샘도 참 대단하신 분이죠. 어쩌면 샘께서 아는 샘일지도..ㅋㅋ 그리고 보내드릴 자료에 연수 원고는 없는데 이렇게라도 보여드려서 다행스러워요. 다행? 사실 좀 부끄럽지만... 이건 연수 원고라기 보다는 무슨 '참회록' 수준이라. 그치만 '실패한 경험'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겠죠? 흠~ 자료 더 빵빵하게 모아서 다음 주 쯤에 보내드릴게요. 이ㅅㅅ샘께도 보내드리고..
 

학교운영위원회의가 끝나는 날이면 잘 마시지도 못하는 그 술이 고팠다. 보충수업, 특별보충, 여름방학 보충.. '보충'이나 '수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안건, 그에 대한 논의가 있는 날이면 더 그랬다. 1년에 두 세번은 서너시간에 걸쳐 결론이 빤한 회의를 해야했고 끝날 즈음이면 목에서는 쉰내가 나고 얼굴에 열이 오르고 다리에 기운이 쭉 빠지는 그런 날도 많았다.

오늘 아침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했던 유세의 내용처럼 첫 해는 정말 암것도 모르고 지나갔고 작년엔 또 어설프게 알아서 갑갑하고 한심하고 슬프고 괴로웠다. 이건 면역이 생기는 게 아니라 점점 무거워지는 그런 느낌. 그래서 다시는~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마음.

"한 번 더 하면 이번에는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는 말로 샘들의 마음을 샀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닐까..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이 말을 내뱉고 나서도 맘 속으로 쓴웃음이 났다. 최선을 다한다... 내가 최선을 다할수록 싫어할 사람들도 많을텐데.. 善이란 누구를 위한 것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일 수도 있는데.. 결국 바라보는 사람이 서 있는 자리-관점과 입장에 따라 판단기준이 달라지는 것이겠지만...

내 스스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의견을 말 할 때나 회의장을 나와서는 개인적 감정을 배제해야한 다는 것, 그런 것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물론 여전히 행동으론 잘 안되다)이제 학운위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접어들 것이고 그 자리에서 더 많은 것들을 위해 노력하고 배우는 일만 남아있다.

고백하건데... 사람들 앞에서 "꼭! 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해본 건 오늘이 태어나서 처음이다. 사람들이 '나'를 믿어준다는 사실,  '나'의 진심이 그 누구에겐가 전해졌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고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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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2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03-2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 주신 님.. 원고는 어젯 밤 겨우겨우 마무리했구요.. 그냥 쭉~ 읽으려구요. ^^ 워낙 말 주변이 없어서... 운영위원은 같이 회의 들어가실 샘들이 든든해서 저야 뭐 이제 배우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암튼... 응원, 감사합니다. ^^
 

정신 없는 일주일이 또 지나간다.

지난 주 화요일 반장, 부반장을 뽑고 나서부터는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수요일 부랴부랴 학교운영위원에 다시 출마(?)했고, 금욜 토욜은 방통대 수업도 들어야했다. 이번 학기에는 수업이 오전부터 잡혀 있어서 무척 곤란하다. 여러 선생님께 폐를 끼치며 시간표를 일일이 조정해야했으니.. 게다가 5월 있는 3학년 두 과목 수업에도 다시 한번 이리 해야한다니...

금요일 조퇴하고 두시부터 여섯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나의 '정신적 지주'인 ㅂㅅㅊ샘께서 운영위원 건으로 이야기를 좀 하자고 하셔서 여러 샘들이랑 자리를 가졌다. 흠... 모두 여섯 명이 춮마했는데 교장은 투표없이 2:2정도로 조정하자고 하는 모양. 지난 번 교장도 그러시더니... 무얼 두려워하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니고 내 생각엔 낯가림 심한 내가 당선되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한데... 이런 저런 계산, 협상 말고 그저 축제처럼 신나고 재미있게 이 자체를 즐길 수는 없을까? 물론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우리에겐 '나'를 돌아볼 계기도 필요한 것 아닐까? 제일 위험한 건 토끼가 스스로를 사자나 호랑이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던가?

내일 아침에 유세를 해야하는데 여직 학교에서 수욜 있을 연수자료만 굽고 있다. 유세.. 무슨 말을 하지? 솔직히 나는 당선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다. 두번 다시 하지 않겠다 생각했던, 그 스트레스 심한 일을 마다하지 않은 건 누가 되더라도 같이 활동하게 될 선생님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또 배우고 싶어서였다. 그러니 되도 좋고 안되도 좋을 일이다. 그러나 유세를 이렇게 할 수는 없고... "부족한 능력이나마... "운운해야하나?

어제,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왔다.  11시까지 출석수업을 받고 10분이면 걸을 거리를 택시까지 나고 출근했더니 학교에선 난리가 났다. 내가 바꿔놓은 시간표를 일과가 다시 손을 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한 시간이 펑크가 났고 ㅎㅇ샘이 내 대신 2반에 앉아있었단다. 아이들도 클럽활동 조직 때문에 교실로 복도로 우왕좌왕이다. 게다가 학부모 간담회까지 있었으니... 용케 시간에 대어 전체 인사를 하고 교실에 들어가 클럽활동 조직도 무사히 마치고.  청소. 종례까지 다 끝내고 교무실로 와서 한숨 돌리며 오시기로 한 학부모님을 기다렸다. 비를 맞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더니 스타일 엉망이었다. 학부모님께 예쁘게 보여야되는뎅... ^^;

두 분!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오붓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주 평범한 아이들이라 그저 일상생활이나 품성에 관한 이야기.. 오로지 공부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넉넉한.. 생각해보면 간담회에 부모님이 다녀가신 아이는 그래도 심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는 느낌을 어쩔 수 없다. 물론 아이들을 알아 가는 건 시간 문제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너무 많고 주어진 시간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한 영혼을 알기에도 1년은 턱없이 부족하거늘... 그나마 보충 야자 학원 과외.. 이렇게 저렇게 빼고나면 상담할 시간조차 제대로 내기 힘든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부모님도 가시고 오후 간담회가 잡혀있어서 늦게까지 학부모 상담을 하던 옆자리 3학년 샘도 돌아가고 9시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다. '학급운영에 연수는 필요없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서 사실 원고 자체보다 자료정리에 시간과 공을 더 들이는 아이러니... 일을 하면서 동시에 얼마간 회의를 느낀다. 천편일률적인 학급운영에 또 이렇게 한 몫하는구나. 똑 같은 자료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옳은 맘인지 모르겠다. 것도 안하는 것보담은 나을까?

아뭏튼 지금도 학교에 있다. 일요일 이시간까지!! 자료는 시디로 굽기만 하면 되니까 이제 집에 가서 원고 써야지. 수업준비도 덜 됐는데... 내일 아침 유세도 생각해야하고. 아이들 학비감면상담도 해야한다. 보충수업비 감면자도 정해주어야되는데...게다가 내일은 야/자/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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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3-1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세요? 운영위원? 선거도 하는 건가요?

해콩 2006-03-1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학교에는 학교의 중요한 일을 심의하는 기구인 학교운영회가 있거든요. 교장은 당연직이고 교원위원, 학부모위원, 지역위워으로 구성된답니다. 숫자는 학생수에 비례하구요. 임기는 2년! 올해가 그 선거가 있는 날인데 교육위원선거까지 있어서 (교육위원에 대한 투표권은 학교운영위원들에게 있지요) 아주~ 중요하답니다. 저희 학교 교원위원은 모두 4명을 뽑아야하는데 6명이 입후보했구요, 내일이 그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아 참! 재작년에 저는 무투표로 당선 되었지요.
"무엇 투표할 것 있느냐? 학교 분위기 쑥쑥해진다. 마 교총에서 두 명, 전교조에서 두 명, 그렇게 가자." 이런 말들이 오갔다나요. 그때도 저는 반대했지만..
사실 교원위원보다 학부모위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말이죠. 특히 진보적인 학부모 한 분만 계셔도 학교 분위기가 많이 바뀔텐데...
암튼, 누가 되든 올 해는 그만 투덜거리고 열심히 받쳐드릴랍니다.

조선인 2006-03-20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글쿤요.

글샘 2006-03-2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한한 학교네용. 여섯 명이나 입후보하다닝...
일반계는 깨끗하지 못한 구석이 있어서 자꾸 저런 짓들을 할 겁니다.
백년하청일까요?

해콩 2006-03-2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교총이 두명, 전교조 조합원이 네 명 입후보했지요. ㅋㅋ 4명까지 쓸 수 있는 연기명 투표방식!
오늘 아침에 유세도 했답니다. 저는 그냥 가볍게 '이번에 시켜주시면 정말 잘 할 자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도로 이야기했는데 다른 샘들은 정~~ 말 말씀들을 잘하시더라구요. 평소 낯을 가리고 뾰족한 면도 있고 유세도 별로였기 때문에 제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유세하고 투효하고.. 이런 분위기 재미있고 좋아요. 나만 그런가??? 누가 선거운동은 좀 안해주나? 직접나서는 건 그야말로 나서는 것이 될 것이고...ㅋㅋ

글샘 2006-03-2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총 두 명, 칵 떨어졌으면 좋겠네요.
운영위원에 별로 관심도 없고, 안건도 안 내면서... 제일 중요한 교장이 교총 회원 비슷한 놈들이란 거죠. 빨리 교보선 되어야 되겠습니다. 그래야 해콩님이 교장하는 학교에 가서 조합원 노릇 해 보죠. ㅋㅋㅋ

해콩 2006-03-2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는 흠흠... 저희 쪽에서 세 명 당선... 그 쪽에서 한 명. 이렇게 되었지요. 네 명 다 우리가 되는 건 보기 좀 그렇다고 하시던데.. 좋은 결과랍니다.

그리고 글샘샘.. 제가 교장하게 되면 샘을 교감시켜드릴게요..
그리고 귀찮은 일은 몽땅 교감 시키고 나는 맨날 샘들이랑 애들이랑 놀러다녀야지~ ㅋㅋ
벌써 인사비리 저지를 궁리.. ㅋㅋ

느티나무 2006-03-2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자리 끼고 싶당~!

해콩 2006-03-22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 제가 교장되는 학교에? ㅋㅋ 그렇다면 부장을 시켜드리지요. 참실부장!!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기면서 느낀건데... 새학년 학급 임원을 선출할 시간이 너무 촉박하게 잡혀있다. 우리 학교도 늦어도 내일까지는 학급조직표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휴일 빼고 나면 열흘 남짓한 기간에 아이들과 나는 반장과 부반장을 점지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격 요건이 학생회 규정에 나와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성적이지 싶다. 40%이내! 그래도 우리학교는 많이 완화된 거다.  물론 성적이 아이의 성실성을 측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하나의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번 담임했을 때 성적 제한을 두지 않고 반장을 뽑았다가 1년 내내 내가 반장 노릇까지 해야했다. 다른 교과 샘들이 심심찮게 무시했던 그녀석 맘 상하지 않게 신경쓰랴, 서툰 반장 치닥거리하랴, 불만 많은 다른 샘들 눈치보랴 에구.. 많이 힘들었다. 가끔 그 때 결정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힘겨움은 나와 아이들이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그 무엇'을 키웠을 거라고, 우리를 알게 모르게 성장시켰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하긴.. 그렇게 자위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힘으로 버틸까 ^^;)

아뭏튼 오늘도 많은 일이 있었다. 조례시간에 선거관리 도우미 4명을 뽑고, 도우미에게 반장 부반장 자격조건을 게시하도록 하였으며, 입후보를 원하는 아이들에게 반 아이들 10명의 추천을 받아오라하였다. 한 명 두명 부족하다며 교무실까지 와서 추천서를 받아가기에... 어라 전달이 잘 안 되나? 갸우뚱 하고 있었는데... 종례시간에 올라갔더니 모두 8명이 입후보하였다. 반장 후보 3명, 부반장 후보 5명. 아이들과 의논해서 반장 후보, 부반장 후보를 따로 입후보하도록 하고 각각 최다득표자를 선출하자고 했다. 홍보용 선거 벽보를 만들어 나눠주고 유세도 준비해오라 했다. 도우미들을 불러 투표용지를 주며 도장 찍고 잘라오라고도 했고.

잠깐 아이들에게 성적제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실은 애들아 40%이내라는 제한이 있는데 너희들 의견을 듣고 싶구나. 자 눈을 감고... 성적도 아주 중요한 자격요건이기 때문에 그것을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봐~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거기 때문에 다른 사람 신경 쓸 것 없단다. 그냥 자기 생각대로 손 들면 돼! 결과는? 5명쯤 손을 들었다. 결국 아이들이랑 합의하기를 반장은 다른 샘들 눈에 잘 띄니까 40% 정도에 얼추 맞추고 부반장은 성적 무시하고 뽑자! 반장 입후보자들의 성적이 다행히(?) 모두 조건을 만족하고 있었다. 상처받을 일이 없어서 다행!

유세와 투표는 내일 6교시, 내 수업시간을 잘라먹고 --; 하기로 했다.

 

2006학년도

2-10 반장, 부반장 후보자 추천기준 및 자격 조건


1. 앞으로 1년간 무단결석, 사고지각, 사고조퇴, 사고결과가 없어야 합니다!

2. 이왕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려고 노력하면 좋겠죠?

3. 남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눈빛, 사려 깊은 마음!!

4. 자신을 사랑하고 우리 반을 사랑하며 친구들을 아낄 줄 아는!

5. 성적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늘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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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3-1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게시판에 8명의 추천서를 붙여놓고 어젠 홍보용 벽보를 부착하라고 했다. 6교시 드뎌 투표시간. 올라갔더니 선거관리 도우미들이 반장, 부반장 유세순서를 정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제한시간 2분. 한명 한명 나와서 맘속으로 준비했을 말들을 풀어놓았다. 약간은 부끄럽고 약간은 민망한 듯.. 그러나 모두 당당하게 '하고싶다'는 의견을 풀어놓았다.
결과는? 반장의 표수는 엇비슷하게 나왔고 부반장도 두 명만 좀 많았을 뿐 나머지는 비슷했다. 마지막으로 당선소감을 발표하면서 마무리하고.. 담임의 잔소리를 좀 하고 그렇게 올 해 우리반 반장 ㅈㄷㅇ과 부반장 ㄱㅇㄹ, ㅇㅎㅈ가 탄생했다.
"꼭 하고 싶다"는 말... 참 듣기 좋았다.
학창 시절, 몇 번 안 되는 반장, 부반장 추천을 받았을 때 늘 '저는 못합니다. 사퇴합니다'로 일관했던 즈들 담임보다 훨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