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시간. 중식 석식을 거르는 아이가 몇 있어서 먹거리에 대한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담임 말 자르기가 특기인  **이, "샘 근데요 오늘 지각한 거요 운동장 다섯바퀴 돌았는데 또 벌 받아야되요?" "그래서 오늘은 줄여줬잖아. 아까 샘이 교실에서 나간 게 40분인데 그때까지 느그들 안 들어왔으니까 25분 지각! 그러면 250번이제? 근데 마 100번만 해라." **이와 친한 ##이가 옆에서 거든다.  "억울한데요, 밖에서 벌 받았는데... 다리도 아프고... " "그래서 비오는 날은 봐주고 또 우리반은 15분에 지각 체크하잖아... 그래서 우짜자고?"  "정확하게 교문을 통과하는 시간으로 벌주지요."  "(발끈해서)그건 누가 체크할건데? 샘보고 맨날 교문에 서서 그거 체크하란 말이가? --+ 샘 출근시간은 8시 40분까지다." "양심에 맡기지요. 지가 오는 시간 스스로 체크하는 걸로.." "그건 객관적지 못하잖아. 모두가 수긍하는 기준이 있어야지" "샘 그래도 지금처럼 하는 건 너무한데요~" ##이 목소리가 앙칼지다. "뭐? 솔직히 지각하는 느그들만 맨날 지각한다 아이가. 느그가 지각 안 하면 될거 아니가? 차는 맨날 느그들만 막히고 사정은 맨날 느그만 있나?" 이야기하면서 자꾸 화가 났다. **이가 ##이를 말리는 눈치인데 이미 ##이도, 나도 마음이 상해버렸다. 아침부터...

참~ 또 일을 쳤다. 발끈하는 이 놈의 성질이 문제다. 나이 들어도 성질은 죽지도 않는다. 별일도 아닌 것을... 차분히 생각해서 조분조분 말하면 될텐데... 요가나 명상은 헛 일인지.. 아침에 그러고 나왔는데 부담스럽게 3교시가 또 우리반 수업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열심히 설명하면서 힐끔힐끔 두 녀석의 눈치를 살펴보니 뒤끝없는 게 큰 장점인 **이는 벌써 잊은 듯 대답도 잘하고 질문도 하고 졸기도 하는데 ##이 표정은 영 심상찮다. 캥긴다. 게다가 ##이는 지난 번 야자도망 2차 사건 때 내가 저희들을"차별한다"는 말을 한 녀석 아닌가!! 그치만 그건 아홉산 가서 다 풀어줬는데... 판서하면서 칠판 귀퉁이에 적어둔 지각생들 번호를 슬쩍 지워버렸다.

생각해보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하겠다. 앉았다 일어났다 100번이 쉬운 것도 아니고 또 그것 대신 주문한 한자 외워오기도 아이에 따라서는 정말 힘들 수도 있는데... 그리고 오늘따라 운동장 다섯바퀴씩 다 돌았다는데. 옆자리 샘의 조언으로 학생부 가서 물어보니 월수금은 교문지도를 해서 늦은 아이들 벌을 주고 화목토는 간혹 부장샘이 서있을 때도 있지만 거의 교문지도가 없단다. 아하! 그럼 교문에서 벌 주지 않는 날만 내가 벌주면 되겠구나. 근데 ##이는 어쩌지?

청소시간 올라갔더니 스쳐지나가는 녀석의 표정에 찬바람이 쌩쌩~. '칫, 웃기고 있네. 지는 뭐 예쁘게 말했나. 담임한테 말하는 품새가 그게 뭐꼬. 싸가지 없이. 나도 모른 척 해야지. 오늘 지나면 잊어먹겠지뭐.'  '... 가만, 오늘 야자감독인데 난중에 불러서 말을 함 해보까? ##아, 샘한테 니가 건의하는 건 좋은데 다음부터는 살짝 와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조례하고 있는데 말 자르고 니 얘기하는 것도 샘은 좀 그렇고 아이들 다 보는데 서로 마음 상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말해줄까? ... 칫 싫다 자존심 상한다. 초반부터 담임이 이렇게 약하게 나가면 저것들이 분명히 업신여길거야. 나도 말 안 하고 버텨야지. 끝까지!!!

야자 1차시까진 잘 참았다. 그러나 저녁 먹는 시간!!!  도시락을 싸들고 ##이 맞은 편에 앉아버렸다. "니, 삐짓제?" "(눈도 안 마주치며) 아닌데요" "에~ 거짓말하네~ 삐짓잖아. 아까 아침에 샘이 야단친 그 일 때메 삐져서 샘 쳐다보지도 않잖아. 어쨌든 오늘 지각한 놈들은 니 덕분에 벌 면했다" "(목소리가 부드러워지며) 무슨 일이요?" "에~~ 모르는 체 하기는... 샘이 잘못했다.?" "(완연히 싸그러든 목소리로)어~~ 진짜 무슨 일이요???" "별일도 아닌데 샘이 벌컥 화를 내제? 내가 좀 다혈질이라서... "맞아요!!" "--; 그러니까 ##아 다음부터 샘한테 건의할 일 있으면 개인적으로 조용히 얘기하자. 그리고 지각 벌은... 정문에서 학생부샘들이 벌 안주는 날만 샘이 줄게. 됐제?"

결국 내 잘못을 인정했다. 우짜겠노 내가 잘못한 거 맞는데... 먼저 사과하고 나니 마음은 훨~ 편하다. 내일 아침에 (노래로 여는 우리 반 조례 - 한곡뽑자)도 해야하는데 이렇게 꿀꿀한 기분으로 시작할 수 는 없으니까...

에구.. 초반부터 아이들에게 꽉 잡혀서는...  우짜꼬? 올해도 계속 이렇게 잡혀 살아야하는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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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4-1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ㅎ

해콩 2006-04-14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이러구 삽니다. OTL ㅠㅠ
 

예령, 예린, 정주, 승연, 은주, 현주, 유빈, 그리고 12반의 향*이!! 지난 주부터 반아이들을 '열심히' 꼬신 결과 8명이 오늘 아홉산에 다녀왔다. 소라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일이 있어서 못간다고 어젯밤에 문자를 넣어두었고.

배추김치, 무김치, 콩잎이랑 파무침에 현미밥까지 소박한 도시락을 싸고 쑥 캘 칼도 챙겨넣고 아이들과 먹을 사과 5알도 씻었다. 일찍 일어나 목욕 하고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서 범어사역에 도착한 시간이 9시 50분. 예령이에게 조금 늦을거라는 전화가 왔다. 즈들은 함께 있단다. 2번 출구로 나가 마을버스 근처를 서성이다 정차해 있는 2-2번 기사님게 물어보니 미동마을은 10시 25분에 출발하는 2-3번 마을버스를 타면 되는데 여기서 30분가량 걸린단다. 10시 10분쯤 아이들이 뛰어왔다. 25분 마을버스 출발~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여기가 부산이가? 싶을 만큼 한적하고 좁은 도로와 쪽파에 마늘을 심은 밭, 새잎이 막 올라오는 나무와 진달래 꽃 만발한 숲들이 번갈아 지나간다.

은주와 승연, 예린, 향마이는 버스 바닥에 아예 주저앉아 본격적으로 수다를 떤다. 아슬아슬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 옆옆자리 아주머니께 한 소리 듣고 만다. "이 딸아들아, 시끄릅따. 좀 조용히해라" 은주 왈"너무 웃겨서요~ 크하하하" --;

11시에 산행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55분쯤 겨우겨우 미동마을 입구에 도착, 지난 번 오던 길과 달라서 넋을 놓고 있다가 지나칠뻔 했다. 후다닥 뛰어 기사아저씨께 내려달라 부탁하고 아그들 내려라 하고 있는데 늦게 내린 정주가 내 지갑을 내민다. 입산요금도 내야하는데 지갑 잃어버릴 뻔 했네.. 덤벙대긴.

현주,정주가 아침을 못 먹었다고 하길래 디저트로 준비해간 사과를 꺼내 반쪽씩 입에 물고 사람들과 함께 관미헌으로 걸어갔다. 여기저기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아랫마당에서 등록하고. 저그들은 안준다고 징징거리던 녀석들 성화에 주최측 친절한 선생님들이 만들어주신 이름표 척하니 달고 산책을 시작했다. 모두 80여명. 함께 움직이긴 많은 숫자라 두팀으로 나누어 동래지역은 ㄱㅎㄹ샘께서 인솔하시고 비동래지역은 또 다른 샘(성함을 잊어먹었다)께서 인솔.. 아이들이랑 나는 뒤에 쳐져서 설명도 잘 안들리고... 내가 아는 지식으로 나름대로 설명하다가 결국은 "칼 꺼내라~ 쑥이나 캐자" 아이들이 이렇게 쑥 캐는 걸 좋아할 줄 몰랐네. 녀석들과 나는 조용히 엄숙하게 쑥을 캐느라 정신이 없었다. 들꽃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쑥캐러 온 듯한.... 그래도 가끔 보이는 예쁜 제비꽃, 양지꽃, 산자고 등등 들꽃과 대나무의 정취에도 감동스러워했다. 귀여운 놈들이다.

1시쯤 산소근처에서 밥을 먹었다. ㄱㅎㅇ샘께서 김밥이 남는다고 나눠주셔서 미처 밥을 못챙겨왔다는 정주와 현주도 챙겨주고 은주와 예린이가 싸온 김밥이 너무 푸짐해서 모두 배불리 잘 먹었다. 산 것이 아니라 '싼 것'이라고 하길래 도대체 몇 시에 만나 싸왔냐고 예린이에게 물어봤더니 6시에 은주네 집에서 만났단다. 물론 김밥은 즈들 싸는 거 갑갑해하시던 은주 어머니께서 대부분 싸주셨지만. 암튼 간식으로 바나나에 파인애플까지!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다. 맘에 쏙~ 든다. 올해는 요녀석들 데리고 이리저리 양껏 놀러다니면 되겠다 싶어서 빙그레~ (필리핀산 바나나에 대해, 또 수입 농산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다음 기회에~' 생각하며)

대나무에 물오르는 소리도 듣고 댓닢에 가려진 푸른 하늘도 보고 진달래 잔뜩 핀 분홍색 길도 걸으며 천천히 내려왔다. 칼을 미처 준비못한 정주만 빼고 모두들 틈틈히 캔 쑥을 소중이 들고. ("산 구경하러 왔으면 구경만 해야지 남의 산의 쑥을 함부로 캐면 됩니까?"하는 산지기 아저씨의 억울한 야단도 들어야했다. 이건 진자 억울하다. 주최측에 물어보고 캔건데... 게다가 꽃 안 다치게 캐려고 아이들이나 나나 얼마나 조심했는데.. ㅠㅠ)

예상시간보다 30~40분쯤 지난 시간에 마쳤다. 함께 한 여러 샘들께 인사하고 화장실 갔다가 마을버스 정류장에 서니 4시. 자가용 타고 온 사람들 거의 다 떠나고 다리 위에 덜렁 우리만 남았다. 얼마나 기다려야할 지도 모르겠고. 좋아! 내가 아이스크림 쏜다. 사오는 사람 정하는 게임할까? 했더니 즈들끼리 가위바위보를 열나 하는 중에 마을 버스 도착!! 정신없이 타고보니 쓰레기 봉지를 다리 난간 위에 두고 왔단다. 승연이랑 예린이가 봉지를 가져오려고 내렸는데 어어~~ 아저씨가 차를 계속 몰아가신다. 녀석들은 깜짝 놀라 뒤에서 계속 차를 쫓아 달려오고 슈퍼앞에서 버스는 마을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잠시 멈췄다. 흠 여기서 조금 틈을 주나보지? 얼렁 현주에게 하드 아무거나 9개 사오너라 심부름 보냈는데 이게 왠걸 현주가 내리자 버스는 바로 출발~ 안돼요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새 승연이랑 예린이는 무사히 탔는데 이번에는 현주가 안 온다. 예린이에게 수퍼가서 현주 빨리 데려오라 하고 기사아저씨께 부탁부탁~~ 아저씨 좀만 더 기다려주세요~~ 결국 모두 무사히 승차. 아슬아슬한 상황은 벌써 다 잊고 하드 나누어 먹기에 바빴다.

창밖은 여전히 평화로운 봄날, 따뜻한 시골풍경. 조불조불~~ 범어사 역에 도착한 후 헤어졌다. "배고프나? 빵 사줄까?" 다들 별무반응. 혹 즈 담임 부담스러울까봐 사양하는 마음? 마지막까지 흐뭇하다.

약속시간 안(못) 지키면 어쩌나? 버스에서 너무 떠들면 어쩌나? 작은 들꽃, 산속 풍경을 별로 안 좋아하면 어쩌나? 즈들끼리 어색해하면 어쩌나? 나만 왕따시키면 어쩌나? 이런 저런 걱정들, 그야말로 기우였다. ㅋㅋ 내버려둬도 아이들이 다 알아서 한다. 또 조금 서툴거나 조금 폐를 끼치면 어떠랴? 한창 그럴 나이인 것을.. 담임인 나는 오늘처럼 아이들을 '그저 내버려두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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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2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참세상 2006-04-1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홉산

얋기는 하나 아홉구비 마루와 골짜기가 어우러져 아홉산이랍니다

우리의 삶처럼 얋지만 아름다운 둔덕

그곳에서 행복하였다니 무릉이외다


해콩 2006-04-1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세상님, 참... 여기서 뵈니 어찌 민망스러운지..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그건 내 실수였다.

지난 금요일 야자 1차시, 그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은 3월이 채 다가기도 전에 우리 반 아이들 13명이 작게는 한 번, 많게는 세 번씩 짬날 때마다 담임 눈을 피해 야자는 물론 보충을 도망간 사실을 알게 되어 즈들 담임이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본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도 않은 시점이었고, 다음 다음 날인 수요일, 바로 즈들 담임 야자감독 당번 날, 전과? 때문에 간신히 겨우겨우 허락받은 외출에서도 늦게 돌아와 다 늦은 저녁을 먹는다고 식판을 덜그럭거리며 옆반 아이들이랑 달콤한 수다를 떨다가 딱 걸려 야단맞은 지 겨우 이틀이 지난 시점.

평소에 일찍 가게 되면 "나 오늘 일찍 가야하니까 샘한테 볼 일 있는 사람은 지금 말해라" 등등의  대한민국 인문계 담임으로서는 간도 크게 '담임의 부재'를 공표하고 당당히 퇴근하는 무책임한 행위를 종종해오던 내가 우연히 늦게 남게 된 금요일이었다. 아이들의 토론을 지켜보기 전에 교실에 잠깐 들러 불시의 점호를 시작하는데 한 눈에 머리수가 부족한 것이 느껴졌다.

어디보자 누가 없나.... 어라 월요일 반성문 쓰고, 수요일 야단맞은 녀석들 네 명이 또 없네. 게다가 반장에 우리반 얌순이까지.. "샘, 반장은 아파서 병원간다든데요~" "뭐? 어쨌든 나한테 말한 적 없다" 슬슬 오르는 '화'를 느끼며 칠판에 이름을 써두고 팽~ 도서실로 갔다.

석식시간 지나고 교실에 잠깐 들렀는데 네 녀석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당근 복도로 호출. "야단 맞은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이러냐? 느들만 상처받는 거 아니다. 샘도 인간이다. 상처 받는다. 이렇게 뒤통수 칠 수 있나? (^$%%%*& 모르겠다. 이제 느들은 마음대로 해라. 정말 실망했다. %*($%^*( 언제 샘이 느그 조퇴, 외출한다고 하면 안 보내준 적 있었나? 왜 도망가는지 모르겠다. 물론 쉽게 빼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도망을 가? 그건 거짓말이랑 같은 것이고 그것이 왜 나쁜지는 이미 느그들한테 충분히 말했다. 느그들이 죄수가? 샘이 늘 간수처럼 느들을 감시하고.. 그래야되나? 이젠 진짜 느그들은 맘대로 해라. 들어가라. 반성문도 쓸 필요 없다. 느그 맘대로 해라!!" 등등의 요지로 잔소리를 한 바가지 퍼부었다. 1차 잔소리가 끝날 즈음 올라온 두 녀석. 흠찔 놀라는 눈치. 다가가서 예의 그 잔소리를 또 퍼부었다. 왜 그랬냐? 무슨 일이냐? 이렇게 물으면 또 감정에 치우쳐 놈들을 이해해버리게 될까봐서 일부러 물어보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도망간 반장이란 얌순이 녀석에게는 조금 약하게 퍼붓으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같은 잘못을 한 녀석들에게는 찬바람 슁~

그 다음 날, 토요일. 녀석들이 잘못했다고 먼저 인정하고 들어오기를 은근히 기다렸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그럴 기미는 전혀 없이 즈들끼리 마구마구 만우절과 토요일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이런~~ 괘씸한!!! 게다가 4교시 HR시간에 반장이 피자를 쏘는 바람에 반 아이들 모두 즐거움에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이 놈들이!! 에이~ 이번에도 마 반성문 써오라고할 걸 그랬나? 우짜지? 내 쪽에서 먼저 제스쳐를 취하기엔 자존심 상하는데...

일요일밤. 생각다 못해 문자를 넣었다. '지금부터 책상앞에 앉아 반성문 써서 내일 샘 책상위에 올려놓을 것'

오늘 월요일. 조례시간 들어가서 재범인 네 녀석들에게만 반성문을 요구했다. 1교시 후 쉬는 시간. 마지못해 써온 듯한 짧은 반성문!...? 아주 직설적으로 내게 섭섭하다는 글귀! 엥 이건 뭐야. 그냥 '잘못했습니다' 하면 넘어가줄랬더니...쩝! 요는 즈들과는 달리 초범인 반장과 얌순이에게는 반성문을 요구하지 않았고 그날의 자세한 사정을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화를 낸 담임이 사람 차별하는 것 같다는 것! 뭐야 이건~ --; "좋다, 그럼 그 두 녀석에게도 반성문 쓰게 할까?"했더니 두 번 생각지도 않고  "네! 쓰게 하지요!!" 아, 나는 이런 말에는 정말 꼭지가 돈다. 잠시 후 내 머리 속에서 뚜껑이 날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다시 시작되는 잔소리....잔소리... 잔소리들... 그나만 2교시 수업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잘못한 거 맞다. 아이들 입장에선 충분히 억울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의 네 명 중  두 명은 학교 앞 분식점에서 떡뽁이를 먹다가 9교시 야자시간에 10분정도 늦은 거였고 약국에 다녀온 반장과 얌순이 보다 훨 일찍 돌아와 자리에 앉아 있었단다. 나머지 두 녀석은 친구 생일을 챙겨준다고 후문쪽에서 잠시 지체를 하고 그 때 돌아오던 장면이었던 것이다. 물론 마음 속 깊이 "그래도 그렇지"라는 생각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10분이건 몇 분이건 늦는 행동은 공부하는 다수의(사실 우리반은 소수다)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 그걸 생각 못하는 건 명백히 녀석들의 잘못이다. 그치만 아이들의 책임을 묻기 전에 보충이니 야자니 하는 것들이 생래적으로 지닌 문제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보충도 야자도 100% 아이들의 자율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 담임이 아이들에게 '믿음의 토대' 운운하는 건 우습다. 쪽팔린다. 아이들이 표현 못(안)해서 그렇지 이건 명백한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 담임들의 원죄가 아닌가?

그/래/서/

녀석들을 슬그머니 용서해주기로 했다. 이건 그야말로 슬그머니 해야한다. 드러내고 사과하고 싶은 욕망을 꾹 참아야 인문계 담임의 쥐뿔같은 카리스마가 그나마 유지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달부터는 원하는 녀석들은 야자를 거의 다 빼주기로 했다.(보충은? 이런 거 불문율이다. 물으면 실레다.그럼에도 굳이 답하자면 당근 이것까지는 감당이 안 된다. 돈과 관련된 문제는 정말 예민한 것이다.)  물론 제출해야할 서류는 있다. 1학년 진급성적, 지난 모의고사 성적을 부모님께 공개하고 부모님으로부터 야자동의서를 받아오게 했다. 아울러 한 달 동안의 공부계획서도 받았다. 착한 이 아이들은 너무나 감사해하며 이 모든 불편을 감수했다. 지금 내 책상서랍 속엔 22장의 부모님동의서와 공부계획서가 서류의 주인들 마냥 아주 얌전하게 구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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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4-0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생각해보니 '실수'라는 말은 '실수'다. '그건 내 실수였다'를 '그건 내 잘못이었다'로 정정한다. 그러나... 그러나....말이다, 똑같은 상황이 재연된다면 나는 의연하게 이유를 물어보고 이해하고 뭐 그럴 수 있을까? 세월이 흘러도 왜 그 덤덤함이 이다지도 안 되는지 모르겠다. 이건 사랑은 아닌 것 같고.. 집착이나 신경증의 일종이 아닐까? 스스로의 자기검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짜꼬?

느티나무 2006-04-03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환한 오늘이라는 카테고리엔 어울리지 않는 글 내용. 그럼 반어인가? ㅋㅋ 난 교환일기 쓸 사람 여섯 명 모았는데...(우리 학교에서 놀라운 성과 아니오?) 정말 같이 안 하실라우?

해콩 2006-04-0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런 상황이 다 '환'하게 느껴지니... 나이를 먹은 탓일까요?
교환일기는 손으로 쓰는 글에 서툴러서 말이죠. 그 여섯분이 누군지 궁금하네요. 사실 반 아이들 쓰고 있는 일기장도 아직 한 번도 안보고 있다는... 컴으로 쳐서 부쳐도 된다며 함께 하지요... 저의 글씨, 못 알아보실걸요~
그나저나 우리반 아그들 일기장을 함 보긴 봐야하는데...

느티나무 2006-04-0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는 걸로 알겠어요. 같이 한다고 하신 최ㅈㄱ 샘도 글씨 못 쓴다고 하시던데...새로 오신 윤ㅇㅈ 샘, 저, 국어과의 조ㅇㅅ샘, 샘의 짝지 샘, 김ㅈㄱ 총각샘 이상 여섯 명이죠. 근데 한 명 더 늘었네. 아마 정ㅎㅊ 샘도 하실 것 같은데...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너무 자주도 아니고 한 열 명 정도면 적당하겠구만요.

해콩 2006-04-0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ㅅㅊ샘은 우찌 안될까요? 또... 정ㄱㅁ샘은? ㅋㅋ..아이구 생각해보니 같이 할 사람 많으네~
 

우리 반 **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다. 나 역시 3~4년 전에 이 증세로 무쟈게 고생했고 지금도 과식하거나 기름진 음식에 조금만 방심하면 '증세'를 보이는데 **는 나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일단 야자를 뻬주고 공부 때문에 너무 흐트레스 받지 말아라 얘기해주었지만 내년이면 고3 되고 이 증세  때문에 1학년 때부터 거의 공부를 못했을테니 신경을 안 쓸 수 없을 것이다. 한창 외모에 신경쓸 나이에 배에서 자꾸 꾸루룩 소리가 나고 뭘 조금만 먹어도 시도때도 없이 지독한 방귀에 설사가 나니 아예 학교에서 점심 저녁을 굶는단다. 하루 걸러 한의원에 다니며 치료하지만 하루에 한끼 정도 먹는데도 배가 아프고 불편하니 저도, 부모님도, 나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뿐만 아니라 소아당뇨나 저혈당증, 비만, 아토피 등등... 요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질환은 잘못된 식생활습관에서 오는 것이 많단다.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침은 거르고 점심, 저녁 하루 두끼를 급식으로 해결하고 사이사이 입이 궁금할 때마다 매점에 간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오물거리는 빵과 과자와 빙과류... 대기업 상표를 달고 있든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이든 색소에 방부제에 화학조미료까지... 당연히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차라리 굶어라' 수업 들어가서 틈 날 때마다 얘기하지만 한창 식욕 왕성한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 공염불이되기 일쑤.

**에게 약속한데로 몇 가지 식생활에서 유의해야 할 점을 정리해서 적어주어야겠다. 비슷한 증세로 고생할 때 한의사가 일러준 유의점 + 내 몸을 통한 임상실험 + 건강에 관심이 많은 남동생이 열심 독서한 후 얻은 '결론' 이다. 물론 이런 증세 없는 평범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식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내용!

= 올바른 식습관 기르기 =

1. 흰 쌀밥은 피한다. 섬유질을 다 깎아내고 남은 도정미는 소화 후 그 찌꺼기가 장 내부에 흡착되어 변비를 유발하기 쉽고 탄수화물 외의 영양가도 별로 없단다. 섬유질이 많은 현미밥이 좋은데 도정정도에 따라 알맞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2. 밥을 먹을 때는 정해진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입에서 충분히 소화를 시킨 후 위나 장으로 보내면 위나 장이 느끼는 부담이 훨 줄어들기 때문에 복통, 설사, 변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따라서 쉰에서 백번쯤 꼭꼭 씹은 후에 삼킨다. 이렇게 하려면 백미보다는 현미가 적당하고 과식도 피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3. 찬은 가급적 물기가 없는 것이 소화에 좋다. 그리고 섬유질이 많으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나물'이나 '채소'  '해조류' 종류가 좋다. **이의 경우는 증세가 좀 심각하므로 아직은 날 것 보다는 익힌 것이 좋을 듯 싶다. 된장은 위나 장의 염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단다. 그러니 나물을 된장에 무친것이나 채소를 된장이나 쌈장에 싸먹는 것이야말로 환상적인 식단이다. 물론 김이나 다시마도 좋을 것이다. 찬은 가지 수나 양이 많을 필요는 없다

4. 그외 일상생활을 하면서 군것질 등은 모두 피하는 것이 좋다. 입에 자극적인 것은 위나 장에도 자극을 준다. 찬 것, 뜨거운 것,  매운 것, 짠 것, 단 것 모두 피해야하고 특히 육류나 유지방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다. 장에 공기를 많이 들어가게 하는 탄산음료, 껌, 흡연등도 당연히 피해야한다. 결국 하루 세끼 밥이외의 모든 군것질은 당분간 피해야한다. 허기를 느낄 때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5. 증세가 호전되면 식초를 물에 타서 마시면 장 속의 나쁜 균이 죽는단다. 감식초도 좋지만 현미식초가 맛도 좋고 소화를 돕는 것 같다. 변비가 있는 사람은 마늘도 좋다. 그냥 먹기 곤욕스러우면 안 깐 마늘을 한통을 통째 전자렌지에 넣고 익혀서 먹으면 숙변제거에 좋다. 그리고 식사 전후 30분은 가급적 피해서  하루 1.5~2리터 정도의 물을 마셔준다.

**는 증세가 심각하기 때문에 음식을 받아들이는 연습부터 필요한 것 같다. 조금 증세가 나아지면 과일이나 고구마 감자 등 섬유질 많고 부담없이 소화할 수 있는 간식을 먹어주는 것도 좋다. 말하자면 **이는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당분간 '절밥'처럼 소박한 밥을 먹어야한다.  이렇게 6개월 정도 노력하면 장이 몰라보게 건강해진다. 단 아차 방심하면 곧 원래 상태처럼 나빠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은 언제 '신호'가 올 지 모르기 때문에 늘 예민할 수 밖에 없고 장시간 차를 타고 나들이 갈 일이라도 있으면 더 예민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는 공부해야한다는 스트레스까지 있으니... 암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치료의 지금길인 것 같다.

나는 한의원에 다니면서 의사의 지시에 100% 따랐다. 한약을 먹으면서 절밥처럼 먹으면서 일체의 군음식을 먹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 나를 진맥했을 때 "반 아이가 40명이라고 하면 님의 건강상태는 지금 38등 정도입니다." 말했던 한의사는 6개월쯤 후에는 이제 거의 정상을 회복했다고 하면서 "약은 도와주었을 뿐이고 님의 노력이 70%입니다"라고 했다. 결국 내 의지가 아니면 과민성대장증후군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반만 해도  **처럼 이러저러한 건강상의 고통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몇 된다. 눈에 띄는 아이들만 곱아도 두 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고 디스크가 있는 아이도 있다. 생리통은 너나할 것 없이 심하다. 아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싶어 약간 두렵다. 먹거리가 나의 몸과 정신을 만든다는 사실을 늘 이야기해주고 틈이 나면 집중력을 높이는 '명상'과 요가에 있어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가르쳐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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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4-0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민성대장증후군..
이는 일종의 기능적인 소화관 이상으로, 여러 가지 검사는 정상이면서 만성적 반복적으로 복통, 변비 또는 설사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소화기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으로 전체 인구의 15-30%에 해당하고 이 증상들은 여자가 남자보다 2배 가량 많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장의 운동이상, 내장과 장체벽의 감각기능 이상, 심리적인 원인(스트레스), 자극적인 식사 등이 원인으로 생각되어 지고 있습니다. 장 운동이상의 증상으로 식사 직후나, 배변 전에 복통이 일어나며, 배변 후에 통증이 계속되는 수도 있으나, 보통은 배변을 하면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배변 후에 계속되는 수도 있으나, 설사는 하루 수회에서 10회 이상 볼 수 있으며, 오전 중에 많습니다. 점액이 배출 되는 수도 있으며 환자는 여기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혈변은 없으며, 변비가 심할 수도 있으며, 전신 피로, 두통, 불면, 어깨결림 등의 자율신경증상이 나타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
임상적으로 세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첫째는 주로 만성 복통과 변비를 호소하며, 두 번째는 만성적이며 간헐적인 설사를 호소하나 통증은 없는 경우입니다. 일부 환자들은 양쪽 증상 모두 나타내어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젊거나 중년의 성인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자에게 네 배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된 증상은 만성 변비나 설사 또는 두 가지가 몇 개월 혹은 몇 년간 부정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설사는 아침에 일어나서 또는 아침 식사 후에 심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과다한 점액을 포함한 묽은 대변을 3,4차례 본 후 환자는 좋아지며 그 후 하루 동안 편안한 경우가 많습니다. 설사는 몇 주간이나 몇 달간 지속되다가 부정기적인 기간 동안 자연적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변비나 변비와 설사가 동반되는 만성복통 또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흔한 증상입니다. 이 경우 좌하복부의 경련성 통증을 호소하는데 방귀나 배변 후 호전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치료
치료는 변통이상이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 제일의 치료입니다. 환경이나, 자신을 변화시켜야하며 약물치료를 병행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상태는 만성적이며 없어진다 하더라도 치료되지 않으며 정신적 스트레스와 질환의 정도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비정상적인 대장 운동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약물 치료의 경우 심한 복통이나 배변습관의 변화, 복부 팽만의 증상 등에 약물치료를 하여 장의 운동을 정상화 시켜 증상을 개선시키며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1-3개월 정도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

◈생활 가이드
기능적 장애이며 만성적이지만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아니며 수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을 확신하고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당한 운동과 함께 규칙적인 식사와 배변습관을 갖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좋습니다. 식이 요법으로 섬유소가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하고 장내 공기를 증가시킬 수 있는 행동 및 음식물은 제한합니다.

고칼로리 음식의 과식, 탄산음료, 흡연, 껌 등을 피해야 하며 식사를 급히 하는 것 역시 좋지 않습니다. 콩류, 양배추류, 유당, 과당, 지방질의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며 장관을 자극할 만한 음식, 음료를 금하고 향신료도 제한하면서 사용합니다. 과식을 하게 되면 장관을 자극하여 복통의 원인이 됩니다.

◈FAQ
Q: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과 평상 시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의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A: 치료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에 자신을 가지는 것입니다. 설사나 변비가 자신의 기분에 따라 변동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서의 안정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과민성 대장염이라는 병이 지극히 만성적인 병이어서 완치하기는 힘들지만 어느정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집중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매우 좋습니다.

또는 치료의 방침은 환자의 주증상, 증상의 정도,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 동반된 정신질환의 유무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경한 증상의 환자는 질병에 대한 교육과 확신, 식생활 교정만으로 치료될 수 있습니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으로는 유당, 우유, 카페인, 알코올, 고지방식이, 탄산음료, 과식 등이며, 변비를 주증상으로 하는 환자에서는 섬유소가 도움이 되나 섬유소 섭취에 따른 가스 생성의 증가가 복부 팽만감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중증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음식물, 스트레스, 약물 등의 악화 요인이 있는 지를 먼저 고려하게 됩니다. 약물 치료로는 식사 후에 악화되는 복통이 주증상인 경우에는 진경제를 식전에 사용할 수 있고, 증상이 심하거나 자주 발생하는 경우에는 항우울제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설사가 주증상일 경우에는 ‘로페라마이드’를 사용할 수 있고, 변비가 주된 증상인 경우 섬유소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그 효과가 적은 경우에는 삼투성 하제를 사용하고, 장운동항진제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담즙산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소수의 환자에서는 담즙 흡착제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미적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녀석들의 선한 일은 차곡차곡 맘에 쟁여두고 맘속으로 이뻐하더라도 행여 잘못한 일이 생기면 그것은 또 그것대로 분리해서 엄격하게 아이들을 대해야한다는 것과 일정한 상관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여전히 '미적 거리 유지'가 잘 안 되는, 안 세련된 선생이다.

오늘, 우리 반 12명의  '보충 야자 도망 사건'으로 종일 번갈아가며 반성문 써온 아이들을 야단치고 잔소리했다. 드뎌 6교시 내 수업. 일단 화난 척 하며 수업을 시작했지만 헤벌레~ 하며 끝맺고 말았다. 이유는?

어제, 그러니까 월욜 조례시간. 학급함에 들어있던 '사랑의 도시락 보내기' 운동 봉투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급식비가 없어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한 거라네. 할 사람은 봉투 게시판에 붙여둘테니 가져가거라" 조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소희가 나와서 봉투 한 자 챙겨가더니 '돈'을 넣고는 내게 묻는 말,  "이젠 어떻게 해요, 샘?" 기분 좋아진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다른 아이들도 낼지 모르니까 샘이 모아서 진로상담부에 갖다 낼께" 했다. 그리고 오늘. 혜리가 그 봉투를 내미는데 슬쩍 보니 거금 이천원이나 들어있다. 칠판에 '사랑의 도시락'이라고 쓰고 '소희, 혜지, 담임'이라고 썼다. 그리고는 나도 봉투가 필요해서 게시판을 뒤졌봤지만 이미 남은 봉투는 없다. '어라~ 아이들이 다 가져갔나? 다른 반은 몇 명 정해서 억지로 내라고 했다던데...^^ 녀석들, 좀 예쁜 걸~'  친한 샘이랑 점심을 먹고 교무실로 돌아오니 책상 위에 반성문 5장과 함께 보이는 '사랑의 도시락 봉투'! 어라~ 이름을 안썼네. 이름 쓰는 칸에는 '수빈(급식비가 없어 밥을 굶는다는, 안내문에 소개된 아이 이름)친구'라고만 씌여있고. 잔잔한 감동이 솔솔~

영어샘께서 부탁한 [7차교육과정 영어과 설문지] 학생용 10장과 학부모용10! 일 맡은 영어샘 입장이 곤란한 것 같아 '우리 반 애들한테 부탁해서 내가 해줄께'했지만 이 귀찮은 걸 누구에게 맡길 것이냐.. 살짝 고민스러웠다. 보충야자도망녀들에게 '벌'로 주려니 죄 지은 놈은 모두 12명...2명이 남네.. 흠.. 어쩌지? 수업 들어가서 에라~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별 설명도 없이 "영어과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설문조사인데.. 느그하고 부모님하고 해주면 되는거다. 선착순 10명!! 누구 해줄 사람~" 했더니.. 한 명 두 명.. "샘 저요, 저요~" 하더니.. 10장이 슬금슬금 사라져버렸다. 요놈들.. 도망사건으로 화나고 우울한 내 눈치를 본걸까? 아니면 원래 이렇게 따뜻하고 깊은 걸까? 무엇이면 어떠리.  또 한번 대견하고 고마운 맘 솔솔~

그렇게 그렇게 아이들에 대한 '화'와 '걱정'이 풀려버리고 다시 '헤벌레'해진 담임은 오늘도 야자 1차시에 세탁소 보내주고, 안경집 보내주고, 독서실 보내주고.. 감동의 여운이 남아서는 아이들의 '나쁜 짓'을 까먹어버렸다.  착한 일 하는 아이와 나쁜 일 하는 아이가 각각 서로 다른 아이라 할지라도 엄격한 구분 없이 마냥 헤벌레~ 인 것이다. 그러고도 나는 내 스스로가 엄격한 교사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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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3-29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어디가 엄격한 데요? 구체적으로 짚어주세요. 못 찾겠사와요.

BRINY 2006-03-29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못찾겠습니다.

해콩 2006-03-2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야단칠 때, 저의 표독스러운 '눈'과 매몰찬 '말투'이지요. 뚜껑 열릴 때가 간혹 있는데 (요즘은 그것도 힘에 딸려서 일년에 한두 번이지만... 쿨룩--;) 그때 보면 엄격을 지나쳐 이성을 상실한다는... ㅋㅋ 오죽했으면 아이들이 저를 '정색'이라 부를까요...
암튼 요건 말로는 안 되고 직접 경험해보셔야하는데...어째 한번 경험해보시것습니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