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다. 나 역시 3~4년 전에 이 증세로 무쟈게 고생했고 지금도 과식하거나 기름진 음식에 조금만 방심하면 '증세'를 보이는데 **는 나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일단 야자를 뻬주고 공부 때문에 너무 흐트레스 받지 말아라 얘기해주었지만 내년이면 고3 되고 이 증세 때문에 1학년 때부터 거의 공부를 못했을테니 신경을 안 쓸 수 없을 것이다. 한창 외모에 신경쓸 나이에 배에서 자꾸 꾸루룩 소리가 나고 뭘 조금만 먹어도 시도때도 없이 지독한 방귀에 설사가 나니 아예 학교에서 점심 저녁을 굶는단다. 하루 걸러 한의원에 다니며 치료하지만 하루에 한끼 정도 먹는데도 배가 아프고 불편하니 저도, 부모님도, 나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뿐만 아니라 소아당뇨나 저혈당증, 비만, 아토피 등등... 요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질환은 잘못된 식생활습관에서 오는 것이 많단다.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침은 거르고 점심, 저녁 하루 두끼를 급식으로 해결하고 사이사이 입이 궁금할 때마다 매점에 간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오물거리는 빵과 과자와 빙과류... 대기업 상표를 달고 있든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이든 색소에 방부제에 화학조미료까지... 당연히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차라리 굶어라' 수업 들어가서 틈 날 때마다 얘기하지만 한창 식욕 왕성한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 공염불이되기 일쑤.
**에게 약속한데로 몇 가지 식생활에서 유의해야 할 점을 정리해서 적어주어야겠다. 비슷한 증세로 고생할 때 한의사가 일러준 유의점 + 내 몸을 통한 임상실험 + 건강에 관심이 많은 남동생이 열심 독서한 후 얻은 '결론' 이다. 물론 이런 증세 없는 평범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식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내용!
= 올바른 식습관 기르기 =
1. 흰 쌀밥은 피한다. 섬유질을 다 깎아내고 남은 도정미는 소화 후 그 찌꺼기가 장 내부에 흡착되어 변비를 유발하기 쉽고 탄수화물 외의 영양가도 별로 없단다. 섬유질이 많은 현미밥이 좋은데 도정정도에 따라 알맞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2. 밥을 먹을 때는 정해진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입에서 충분히 소화를 시킨 후 위나 장으로 보내면 위나 장이 느끼는 부담이 훨 줄어들기 때문에 복통, 설사, 변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따라서 쉰에서 백번쯤 꼭꼭 씹은 후에 삼킨다. 이렇게 하려면 백미보다는 현미가 적당하고 과식도 피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3. 찬은 가급적 물기가 없는 것이 소화에 좋다. 그리고 섬유질이 많으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나물'이나 '채소' '해조류' 종류가 좋다. **이의 경우는 증세가 좀 심각하므로 아직은 날 것 보다는 익힌 것이 좋을 듯 싶다. 된장은 위나 장의 염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단다. 그러니 나물을 된장에 무친것이나 채소를 된장이나 쌈장에 싸먹는 것이야말로 환상적인 식단이다. 물론 김이나 다시마도 좋을 것이다. 찬은 가지 수나 양이 많을 필요는 없다
4. 그외 일상생활을 하면서 군것질 등은 모두 피하는 것이 좋다. 입에 자극적인 것은 위나 장에도 자극을 준다. 찬 것, 뜨거운 것, 매운 것, 짠 것, 단 것 모두 피해야하고 특히 육류나 유지방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다. 장에 공기를 많이 들어가게 하는 탄산음료, 껌, 흡연등도 당연히 피해야한다. 결국 하루 세끼 밥이외의 모든 군것질은 당분간 피해야한다. 허기를 느낄 때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5. 증세가 호전되면 식초를 물에 타서 마시면 장 속의 나쁜 균이 죽는단다. 감식초도 좋지만 현미식초가 맛도 좋고 소화를 돕는 것 같다. 변비가 있는 사람은 마늘도 좋다. 그냥 먹기 곤욕스러우면 안 깐 마늘을 한통을 통째 전자렌지에 넣고 익혀서 먹으면 숙변제거에 좋다. 그리고 식사 전후 30분은 가급적 피해서 하루 1.5~2리터 정도의 물을 마셔준다.
**는 증세가 심각하기 때문에 음식을 받아들이는 연습부터 필요한 것 같다. 조금 증세가 나아지면 과일이나 고구마 감자 등 섬유질 많고 부담없이 소화할 수 있는 간식을 먹어주는 것도 좋다. 말하자면 **이는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당분간 '절밥'처럼 소박한 밥을 먹어야한다. 이렇게 6개월 정도 노력하면 장이 몰라보게 건강해진다. 단 아차 방심하면 곧 원래 상태처럼 나빠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은 언제 '신호'가 올 지 모르기 때문에 늘 예민할 수 밖에 없고 장시간 차를 타고 나들이 갈 일이라도 있으면 더 예민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는 공부해야한다는 스트레스까지 있으니... 암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치료의 지금길인 것 같다.
나는 한의원에 다니면서 의사의 지시에 100% 따랐다. 한약을 먹으면서 절밥처럼 먹으면서 일체의 군음식을 먹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 나를 진맥했을 때 "반 아이가 40명이라고 하면 님의 건강상태는 지금 38등 정도입니다." 말했던 한의사는 6개월쯤 후에는 이제 거의 정상을 회복했다고 하면서 "약은 도와주었을 뿐이고 님의 노력이 70%입니다"라고 했다. 결국 내 의지가 아니면 과민성대장증후군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반만 해도 **처럼 이러저러한 건강상의 고통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몇 된다. 눈에 띄는 아이들만 곱아도 두 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고 디스크가 있는 아이도 있다. 생리통은 너나할 것 없이 심하다. 아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싶어 약간 두렵다. 먹거리가 나의 몸과 정신을 만든다는 사실을 늘 이야기해주고 틈이 나면 집중력을 높이는 '명상'과 요가에 있어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가르쳐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