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e  사이트입니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을텐데 그 중에서

오늘은 [2-34   2-35   2-36]을 꼭 보셔야합니다.

5.18에 관한 동영상으로 5분 조금 넘는 시간이지요.

어제, 오늘 수업 중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있는데

아이들도 모두 잘 봅니다.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죽음도 기록되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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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5-1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몰랐는데, 초등학생 사망자도 있더라구요...
 
 전출처 : 바람구두 > 오늘 당신에게 이 한 마디를 꼬옥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아, 광주 만세!!!
아, 해방 광주 만세!!!


너무도 선연하게 내 가슴에 맺힌 첫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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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5-1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ebs.co.kr/HOMEPAGE/index.asp
지식채널e 사이트입니다. 이번 주 방영되고 있는 것 중에 [2-34 2-35 2-36]가 5.18관련입니다. 짧지만 강한!! 꼭 보세요.
저도 어제 오늘.. 수업 중에 짬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봅니다.
아이들도 모두 숙연해져요

BRINY 2006-05-18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EBS봤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학교 분위기라니, 너무 부러워요!

해콩 2006-05-1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아직 5.18 자료를 금기시하는 학교가 있다니요. 정말? 진짜?

BRINY 2006-05-18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하면 민주화고 남이하면 독재야, 요즘 사회과 교과서 맘에 안들어! 이런 걸 애들에게 가르쳐야한다니!하고 대놓고 얘기하는 부장교사도 있습니다.. (그 부장교사는 영어과)

해콩 2006-05-1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사회 교과서를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유익할 것 같아요.. ^^
 

오늘, 소풍! 욕먹어 마땅하다.

그러니까 지난 주 토요일, '12일, 소풍계획이 잡혔으니 월요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결재가 가능하다'는 임무가 긴급하게 각 반 담임들에게 '하달'되었다. 여러 가지 학교 행사로 시간이 없어 화요일 일괄 결재를 받아야 한다니 아이들과 의논할 시간은 토욜 4교시 학급회의 시간밖에는 없을 듯했다. 그런데 11일 목요일은 또 체육대회가 잡혀있어서 그 시간에 아이들은 출전 선수 뽑고, 반티 디자인을 의논해야한다고 시간을 달란다.

체육대회에 관한 의논을 그럭저럭 마치니 2분 정도 남았다. '앗! 어쩌지?' 사실 이번만큼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자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동안 담임하면서 내 고집대로 하느라 늘 무리수를 두었고 따라서 불만있고 싫으면서도 억지로 끌려오는 녀석들도 많았기 때문에... 게다가 진지하게 의논할 시간도 없어서 그냥 바로 아이들 의사를 물었다. "소풍, 어디 가고 싶노?" 광안리 미월드(뭔 뜻인지도 모르겠는 놀이공원 이름이다.), 해운대, 화명동 DMC극장 등등.. 내 의견을 내 놓지도 않았다.  표결에 붙였더니.. 광안리 미월드 23표. 과반수 넘었다. "좋아! 광안리 가자"

그리고 어제 종례하면서 10시 30분에 모일 것과, 도시락 꼭 싸올 것, 그리고 쓰레기 줏을 비닐봉지 하나씩 들고 올 것 등을 강/조/했/다. 학생부에선 교복을 입어야한다고 공고?했지만 담임재량으로 선심 쓰 듯 '느그가 알아서 하라'하고. (사실 몇일 전부터 우리 반 아이들이 소풍 때 입을 옷 산다고 야자 빼달라는 것도 다 빼주었다. 새 옷 사줄 뻔히 아는데 교복 입으라곤 못하지..아무렴...)

그리곤 집에 돌아와서 밤에 잠을 설쳤다. 살짝 악몽도 꾼 듯하다. 왜? 도대체 내일 아이들과 무얼하며 시간을 보낼까? 에잇 몰라 될대로 되라지.

아침! 날씨? 좋다! 꾸물거리다 살짝 늦을 듯 했지만 가는 길에 김밥 3인분을 샀다. 담임샘, 그리고 같이 광안리로 소풍 오는 12반 담임샘 점심까지.

겨우겨우 시간 맞춰 약속 장소 도착.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출석점검을 반장에게 부탁한 뒤 생각해둔대로 관할 '경찰서'를 찾았다. 소풍 다녀온 뒤엔 의례적으로 봉사시간을 2시간씩 인정해주는데 사실 봉사도 전혀 하지 않고 시간만 인정해주는 것이 늘 찜찜했던 터라 오늘은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해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 경찰서장님은 이제껏 단체로 봉사활동을 신청받은 일도, 시간을 인정해준 적도 없기 때문에 곤란하단다. 에잉... 어쩌지?

돌아와서 둘러봤더니 부담임샘도 오셨고 아이들도 그럭저럭 다 모인 것 같은데 반장인 ㄷ원이 녀석이 안 보인다.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저기요"하며 길 건너편 31아이스크림가게를 가리킨다. 아, 열 받는다!  전화를 걸어 냉큼 나오라 하고 능글한 그 놈 얼굴에 대고 틀에 박힌 잔소리 한 판 늘어놓고.

아이들을 모아놓고 봉사시간 인정 운운하며 "모래사장에서 쓰레기 10개씩 줏어오면 봉사시간 두시간씩 인정해주겠다"며 내가 인정해주는 것 마냥 생색냈다. 그런데.. 어라? 귀찮아 할 줄 알았는데 좋아하며 고분고분 백사장으로 내려가는 아이들... 20개씩 줏어오라할껄... --; 

녀석들을 기다릴 곳이 마땅찮다. 부담임샘왈 "샘, 바람도 많이 부는데 우리 저기 가게라도 들어가서 기다리죠"  다른 부담임들은 소풍날을 휴일로 생각하는데 여기까지 와주신 예쁜 우리 부담임샘께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들어 아까 반장이 갔던 그 31가게로 들어섰는데... 아~ 실수다. 밖에서 쓰레기를 들고 녀석들이 우리를 보고있다. 마 같이 백사장 내려가서 같이 쓰레기나 줏을껄... 자꾸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해서 죽을 지경이다. 아이들은 쓰레기를 들고 우왕좌왕하다가 즈들끼리 알아서 사진 찍고 뛰어다니고 잘 논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하나??

녀석들이 줏어온 쓰레기가 화단 가에 소복히 쌓여있다. 그러면 그렇지.. 도시락도 한 놈도 안 싸왔는데 쓰레기 봉지를 챙겨왔을 리가 없지. --+ "이젠 뭐 할래? 광안리 오자며? 뭔 계획이 있을 거 아니가?" "집에 언제 가요? 12반은 벌써 갔는데요.." "미월드 갈래?" "거기 다 같이 가야되요?" "돈 없어요." "지금 마치고 가고싶은 사람만 가지요" "밥 먹으러 가지요" 으이그 내가 못살아.. 이럴 줄 알았으면서 왜 광안리로 왔을꼬.. 내 잘못이다 내 잘못!!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다. 사실 엊저녁부터 쥐어박았다.

"그럼, 우리 일단 단체사진이나 찍자! 이걸로 출석 체크할 거다. 사진에 얼굴 안 나온 녀석은 결과 처리할끼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하자마자... 우루루~ 녀석들이스탠드에 앉는다. 그 와중에도 무능한 담임은 사진 찍는 것 싫다는 녀석 없는 것이 살짝 흐뭇하다. ㅋㅋ "자 양껏 이쁜 척 함 해봐라" 어라, 몇 녀석이 안 보이네. 가보니 화단에서 열심히 아이들이 줏어온 쓰레기를 봉투에 담고 있다. 이쁜 놈들... ㅠㅠ 같이 쓸어 담고 같이 사진 찍었다. "자, 이번엔 바다를 배경으로 해서!" 다시 바닷가로 우루루...  그리곤 '결정'을 해야할 시점. "우짜꼬? 오늘 점심 쏘까? 아니면 학교 가서 아이스크림 사주까?" "학교 가서 사주지요오~" 다행이다. 이까지 와서 아이들 김밥 한줄씩만 우째 먹이노 싶었는데... ^^; "야~ 느그가 광안리 오자고 해서 왔더니.. 봐라, 재미 한 개도 없다 아이가. 2학기 때 소풍은 샘이 결정한다. 알긋제? 그럼, 각자 가고 싶은 길로 가라!! " 12시도 안 된 시간에 그렇게 우리는 째/졌/다. 남아서 우왕좌왕하는 몇 녀석과 사진 몇 장 더 찍은 게 다다.

뭐야 이거, 누가 알까 무섭고 쪽팔린다 쪽팔려. 그동안 내가 '욕'해오던, '좋은 게 좋은 것'인, '자본에 아이들의 영혼을 빼앗기'는, 전형적인 '그런' 소풍이잖아. 다음부터는 아이들의 불만을 감수하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고집부려야겠다.

* 사실 이번 봄 소풍,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ㅇ주네 할머니가 딸기 농사를 지으시는데 부모님께 양해를 얻도 "딸기 따기"를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몇 주 전에 ㅇ주랑 싸운 것이 사단이었다. 녀석이 교무실에서 너무 조심성 없게 막말하는 버릇을 정색하고 야단쳤더니 녀석이 완전히 내게 삐져있었다. 3주나 그렇게 대치하고 있던 터라 말도 못 꺼내봤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소풍지를 결정하고 결재를 받던 바로 그날, 녀석이 내 말에 대꾸를 해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늘은 사진까지 여러 장 같이 박았다. 에잉... 일이 꼬일려니... 다음부터는 아이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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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5-1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애들 원하는 대로 하자하고, 학급회의 결과 과반수라기 보다는 목소리 큰 애들이 내놓았을 거 같은 '롯데월드'안을 받아들였다가 엄청 후회했습니다. 근처 시골에서 사슴농장하는 *원이네 집에 가자는 안이 있었는데, 그걸 그냥 밀어붙일걸하구요. 올해는 농사짓는 집 아이도 없지만, 절대 작년처럼 안할겁니다.

해콩 2006-05-1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아~" 위로가 됩니다. ㅋㅋ
우리 다음부터는 확실히 독단적인 담임이 되어보아요~ ㅋㅋ
목소리 큰 놈들... 참~ 해마다, 반마다 늘 있는 모양입니다. ^^;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체육'선택이다. 활달하고 명랑쾌활 왕 목소리 큰 소녀들이다.

지난 4월 중순, 어느 날 무슨 이야기 끝엔가 아이들이 걱정하는 소릴 들었다. "샘 올해는 체육대회 안 한다면서요?" "엉? 무슨 소린공?"  "꼭 해야되는데... 왜 안해요??"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여기저기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질문들....그 질문과 항의에 일일이 답을 해줄 기력이 부족할 정도다. "응? 글쎄 몰라. 설마 안하겠나? 체육대회용으로 반장 부반장 뽑은 우리는 우짜라꼬?" "푸하하하~ 맞다 맞다 "(이어지는 왁자지껄... --;) 사실 속으로는 '뭐 체육대회 따위...' 하며 건성건성 대답했다.

그/러/나/그/랬/다 우리 반 아이들은 반장 부반장을 뽑을 때부터 '체육대회'를 염두에 둔 듯하다. 우리반 반장 부반장은 작년 체육대회 때 피구, 팔씨름, 줄다리기 등등을 휩쓸었던 바로 그 주역들이다. 게다가 얼핏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도 각자 주종목이 있다. 당/연/하/지 100% 체육선택인데! 반장 부반장뿐만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체육대회용'이었던 것이다.

오늘! 우리반 아이들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바로 그 체육대회가 있었다. 어제 흠씬 두들겨주던 비의 여파가 오늘 아침까지 남아 꿀꿀한 날씨였지만 끝내 비는 오지 않았고 적당한 바람이 쌀랑쌀랑 불어주었다. 체육대회 하기 딱인 날씨! 흠~ 예감 좋다. 승리를 예감하는 자의 여유로움으로 아이들에게 "져도 상관없어. 우리가 다 같이 즐거우면 되잖아? 다치지 않게 살~살~해라 알았쩨?"라고 누차 이야기해두었지만 아무래도 최고로 우수한 성적을 거둘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이 놈들을 뭘 좀 먹이나?'하며 빵집이며 과일가게며 학교 앞 슈퍼를 기웃기웃하며 학교로 갔다.

조례시간, '樂'이라 쓰여진 문제의 반티(주1)를 입고 교실로 살랑살랑 올라갔다. 왕 에너제틱한 녀석들을 겨우겨우 자리에 앉히고 열심히 오늘 일정을 칠판에 쓰고 있는데... 부반장 말이 줄다리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미끄러지지 않는 특수한 장비- 목장갑이 필요하단다. 다른 반도 그 장비를 구입했다면서.그래? 근데 지금 어떻게 구하지? 매점에 판단다. 목장갑을!! 매점아저씨 정말 발 빠르시다. 샘 이름대고 가져와라. 겨우 스무켤레 정도 남았더란다. 흠.. 한짝씩 껴야지뭐.

"애들아~ 9시 반부터 시작이거덩~ 너무 애쓰지 말고 살살해라. 져도 된다. 그냥 우리끼리 즐거우면 된데이" 자만스러운 멘트 한 방. 그리고 "샘이 11시부터 회의있는데 샘 없어도 잘 할 수 있쩨?" "그러믄요~ ㅋㅎㅎㅎ" --; 흠흠...

교무실에서 중간고사 성적 관련 업무를 좀 보고나니 회의 전에 30분 정도 시간이 있다. 벤취에 올망졸망 앉아있는 녀석들을 나의 낡은 삼성케녹스 필름카메라로 몇방 찍어주고..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아아 이런... 유일하게 우리 반보다 숫자가 많은 43명에 또한 전원 체육선택인, 12반과 4강에서 겨루다니.. 아이들 말이 이건 거의 결승 수준이란다. 그러나 이/겼/다. 펄쩍펄쩍 좋아하는 아이들을 뒤로 하며 바로 회의실로.. 학운위 회의가 있다. 안건은? '스승의 날 일정-오전 수업 or 휴업'을 결정해야한다.

회의 후, 점심 먹고 담임회의 하고... 물병에 찬 물을 챙겨서 운동장에 나갔더니 12반과 피구 결승 중이다. 우리 반 아이들 눈에서 빛이 난다. "샘반 아이들 무서운데요" "글쎄 말이다. 저 눈 좀 봐라... " "황ㅇㅂ이 신들린 것 같지요?" "그래... 우와 저 공잡는 거 좀 봐라. 내가 저것들 담임이라니.. 나도 무섭다" 2:0 바로 이겨버렸다. 한덩어리가 되어 좋아한다..

그리곤 바로 줄다리기 결승! 이번에 6반이다. '흠 이과반쯤이야' 그러나 우리반이 불리한 것이 좀전에 피구를 하느라 힘이 다 빠졌을텐데 쉬지도 못하고... 전원 29명인 6반에 맞추기 위해서 11명이나 빠져야했다. 반장ㄷ원이 말이 "힘 약한 아이들이 빠져줬으면 했는데요... 그냥 하고 싶은 사람 하자고 했어요. 사실... 좀 걱정이 되지만.." "잘했다, 진짜~ 잘했다. 지면 어때?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지. 하면서 즐거우면 된다." 우리 반의 독주를 시기질투하게 된 다른 반 아이들의 일방적 상대편 응원 속에서도, 또 이/겼/다.

다른 반 아이들은 벤취에 앉아 음료수며 하드며 먹고 쉬는데 우리는 또 곧바로 '팔씨름'장으로 가야했다. 우리 반 '선수'들은 그저 담임이 부지런히 날라오는 '찬 물'로만 목을 축여야했고.. 그러나 팔/씨/름도 우리반이 이길 것이 뻔하다. 왜냐? 작년에 우승한 아이들, 다 우리반이다. 불법적인 장소-체육관 2층에서 몇몇 남학생들과 경기를 관람했다. ㅈ주만 6반 괴력의 신ㅁ경에게 버티다가 졌을뿐 나머지 세 명, ㅎ영, ㄷ원, ㅎ주는 가뿐하게 상대방을 넘겨버렸다. 사실 녀석들의 적수들은 이미 눈빛에서 전의를 상실한 듯 보였다. 아아~ 져도 되는데 자꾸 이긴다.

'이젠 좀 쉴 수 있으려나? 음료수를... ' 궁시렁거리고 있는데 아이들이 다시 운동장으로 내려간다.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 릴레이가 바로 시작된단다. 이거 안 볼 수 없지!  출전선수인 ㄷ비, ㅇ빈이, ㅇ정이, ㅈ화가 운동장에 보인다. 얼른 가서 다리와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샘 너무 떨려요" 1번 주자인 ㄷㅂ가 울상이다. "맞제? 져도된다, 넘어져서 다치지 않게 살살 뛰어라. 다른 아이 넘어질 때 걸려 넘어질 것 같으면 마 천천히 뛰어라. 그게 낫다" 그런데 나의 이 이야기가 씨가 되었는지 우리 ㅇ정이가 넘어진 7반 아이에게 걸려 넘어졌다. 아이쿠.. 저를 어째... 괜찮다며 어깨를 감싸고 ㅇ정이를 반 아이들에게 데려가려니 녀석은 자꾸만 몸을 뺀다. 그러다가 보게 된 녀석의 무릎! 심하게 까졌다. 에구... 치료부터해야겠네 싶어서 양호실로 데려가 과산화수소수를 발라주는데 마사에 무릎이 생각보다 깊게 갈렸다. 쓰리고 따갑고 무지 아플텐데.. 녀석은 신음조차 없이 앉아있다. "우짜노, 우짜노..  마이 아프제? 참지말고... 울어도 된다." 분하거나 억울해서가 아니라 아파서 울어야하는데 녀석은 그저 앉아있다. "ㅇ정아, 니 내일 팍 생리해뿌라. 너무 힘들면 내일 생리공결 써도 된다" 반장인 ㄷ원이와 민주가 왔다. 소독하고 종합치료연고는 발랐는데 가제와 반창고가 없다. 양호샘도 안 계신다. 이ㅁ주샘 말대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상풍이라도 걸리면 큰일이니까. 마침 곁에 있던 친절한 우리 부담임샘이 도와주신단다. 샘 차에 타고 ㅇ정이는 ㄷ원이의 부축을 받아 병원으로 갔다.

길고 긴~ 시상식. 볼 것도 없이 우승! 변변한 간식도 없이 순전히 밥씸으로 오후 내내 땡볕에서 결승전을 치른 우리 반 아이들, 우승 발표하는 순간....  어라~ 덤덤하네? 사실 우리반 운동장 모임하는데 그렇게 조용한 거 처음봤다. 단상의 체육샘께서도 "오늘'은' 2학년 여학생들이 제일 안떠드네" 떠들 힘이 없거든요. ㅋㅋ

이것 저것 챙겨서 교실로 올라가니... 분주하게 옷만 갈아입을뿐 그다지 시끄럽진 않다. 그럼 그렇지 즈들도 사람인데... "샘, 배고파요. 뭐 빵같은 거 안줘요?" "맞제? 음... 지금 사주까? 사오고 먹고 치우고 그럴려면 시간이 좀 걸릴낀데... 다음에 느그가 원하는 때 사주까?" "에구... 다음에 사주세요." "그래, 지금 빨리 집에 가고 싶제? 내일 소풍이라 시간이랑 만날 장소랑 정해야하니까.. 이거만 전달하고 빨리 가자. 내일 느그 다 병결석할라"... "그라고 월요일-스승의 날, 4교시까지 정상수업하기로 결정됐다. 8시 10분까지 등교! "........."그라고 이 말하기 참 쭈글시럽다마는... 샘은 아무것도 안받는데이.. 다 되돌려보낼거니까 함부래 뭐 사올 생각하지 마라. 흠.. 편지 한 통씩은 받으께" "샘, 초코파이도 안되요?" "몽쉘통통은요?" "엥? 쵸코파이? 그래 마, 그까지는 받으께. 200원 이상은 절대 안되다. 알긋제? 그럼 빨랑 집에 가서 샤워하고 푹 쉬어라~ 오늘 진짜 수고많았다. "

담임 경력 6년만에 체육대회 우승, 처/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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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1등하세요^^

BRINY 2006-05-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는요? 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체육대회에 시큰둥한 애들 맡았습니다. 뭐, 저도 체육하고는 담쌓고 사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그냥 참가에 의의를 두고 응원 열심히하면서 다함께 즐기는 시간 가지려구요.

해콩 2006-05-1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덧 잠이 달아나서.. 정신차리고 보니 저렇게 긴 글을... ^^;
만두님/ 결과는 위에... 담임경력 6년만에 처음으로 ㅠㅠ
브리니님/ 담임은 시큰둥한데 아이들끼리 신나하는 체육대회, 오늘 경험했답니다. 브리니님도 언젠가는!!! 사실 우리반은 응원준비도 못했는데, 준비했으면 억울할뻔했어요. 응원할 시간도 없었거든요. 모든 결승전 다 치르느라 벤취에 거의 앉아있지 못했다는... 그나저나 내일 소풍인데 오늘 온 몸을 던져 고갈한 아이들, 몸살없이 무사히 출석할 수 있을까요? ㅋㅋㅋ

조선인 2006-05-12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져도 되는데~에요? 자랑이 뚝뚝 넘쳐나는구만. ㅎㅎㅎ

여울 2006-05-1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미있네요^^. 한참을 웃었네요. ㅎㅎ.
정말 대단한 반인데요.......축하합니다.!!!

물만두 2006-05-1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읽을때보다 보강되었군요^^ 축하드려요^^

sooninara 2006-05-12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실감나게 읽었습니다. 우승 축하드려요^^

해콩 2006-05-12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그게 말이죠~ 참말 져도 되는데.. 아이들 덕분에 저도 다른 반 아이들에게 미움 받았다는... 근데 사실 우리반 아이들 팔뚝이 진~짜 굵어요. 담번에 우리반 아이들끼리 팔씨름 경기를 한 번 해보아야겠어요. 상품걸고! 1등부터 43등까지! 당근 담임도 같이!! 저도 힘 좀 쓰거든요.
만두님/ 감쏴~
수니나라님/ 방가방가 너무너무 간만예요.그쵸? 우리 반 애들, 진짜 웃겼는데.. 비됴로 찍어두기라도 할껄..

저 긴 글을 읽어주시고 아낌 없는 축하를 보내주신 님들께 모두 만땅 감사드려요~
 

좀전 2교시, 내 수업 시간에 말로만 듣던 '전통 액션 활극'을 눈 앞에서 목도했다.

순한 ㅇ반, 평소 수업에는 별 관심이 없는 몇몇 녀석들... ㅈ빈, ㅅ명, ㅇ준, ㅅ한 에게 자전찾기를 따로 지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3분단에서 우당탕 쿵탕.. ㄷ원이가 간만에 학교에 온 ㅅ기를 손으로 발로 때리고 차고.... 놀랄 새도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쳐다보고만 있는데 그래도 반장은 열심히 말리고 있다. 흥분한 ㄷ원이를 다행히 덩치 큰 반장과 힘을 합해 겨우겨우 복도로 끌어왔지만 녀석은 아직도 분이 덜 풀린 듯 씩씩거리며 '표적'을 향해 돌진하려고 했다. 손을 잡고 반은 달래고 반은 위협해서 교무실로 겨우겨우 데리고 내려왔다. 교실은 반장에게 부탁하고.

"자, 선택해라. 1. 학생부에 가서 처리한다. 2. 담임샘과 의논한다. 3. 내 수업중에 있었던 일이니까 샘이랑 이야기해서 벌받고 끝낸다" 당연히 녀석은 3번을 선택하라는 내 의도를 간파했다. 들어보니 ㅈ대와 ㅅ기가 자기를 집요하게 놀렸단다. 더 참을 수 없을 만큼 놀려서 그랬단다. 뭐 별다른 이유도 없다. 그저 열받아서 흠씬 패준거란다. 수업시간이었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니가 지금 한 짓은 '학교 폭력'에 해당하고 그건 학교 차원에서도 흡연보다 더 가중한 벌을 받아야한다. 이 반성문에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각서 쓰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가중처벌 받아야 할거다" 일장훈시를 하고는 필기구와 반성문을 주고 교무실에서 막 나오는데, 또한 맞은 분을 못 참고 교무실까지 따라 내려온 ㅅ기가 길길이 날뛰며 소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그 뒤에서 ㅅ진이와 ㅈ대, 그리고 반장이 그 녀석 하나를 말리느라 안간힘이었다.

ㅅ진이와 반장은 교실로 올려보내고 분이 덜 풀린 ㅅ기와 옆에서 눈치보기 바쁜 ㅈ대를 불러 언성 높여가며 들은 자초지종은.. ㅈ대가 ㄷ원이를 '평소처럼 심하게' 놀리고 있었는데 그걸 ㄷ원이는 ㅅ기가 한 건줄 잘못알고 ㅅ기를 흠씬 두드려준 것이다. 셋이 골고루 잘못했다. ㅈ대는 ㄷ원이를 심하게 놀려댔고(그것도 수업 중에), ㄷ원이는 교과담임도 있는데 수업 중에 친구를 폭행했고(그것도 아주 심하게), ㅅ기는 교무실까지 따라내려와 ㄷ원이를 폭행하려했다. (그것도 소화기로!!)

보다 못한 학생부 담당샘께서 개입하셨다. 결국, 내 손을 떠나 지금 세 녀석은 학생부에서 취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샘께서 은밀히 나를 부르시더니 "세 녀석을 징계를 줄까요? 아니면 샘께서 심한 징계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하고 그냥 겁만 줄까요?" 하신다. 처음 결심대로 "두 번째가 좋겠어요."했다. 물론 나도 따로 불러 뒷수습을 해야겠지만...

처음 봤다. 역시 내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열혈남아들이다. 그나저나 뒷수습은... 어쩌지?

 

[뒷수습]

학생부 샘들께 혼쭐이 난 녀석들은 줄줄이 내게로 와서 반성하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맹세에 맹세를 하고 갔다. 가지고 온 반성문에 '차후에 이런 일이 있을 때에는 이번 일까지 가중하여 처벌함'이라고 별 효력도 없는 협박성 문구를 한 줄 기입하고 거기에 공신력을 더하기 위해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3일 정도 학교 청소를 하게될 거란다.

그나저나.. 그 일 때문인지 아침 운동을 과하게 한 탓인지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사지가 흐물거린다. 지금 이 순간 맥이 탁 풀렸다는 말은 나를 위한 표현이다!  괜히 상기되고... 에고에고.. 내가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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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6-05-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놀라운 일이 벌어졌네? 전통 액션 활극이라면 나도 예전에 주연 겸 조연이나 까메오로 잠깐 출연했던 적이 있었죠 ㅎㅎ 그 녀석들 골고루 말썽이네. 그 반 두 녀석도 흡연으로 걸려서 지도받는다고 하던데ㅎㅎ

느티나무 2006-05-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저러나 무척 놀라셨겠네요~! 이제 마음에 진정이 좀 되셨는지요? 낼 점심 먹는 날이지요? 괜찮으신지 옆자리 샘께도 여쭤 봐 주세요 ^^

BRINY 2006-05-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다친 아이들이 없고,말리는 반장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해콩 2006-05-0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내게도"랍니다. 샘들 걱정보다 놀라거나 쫄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그저 힘이 없어요. 배도 고프고.. ^^;

느티나무님/ 내일 점심 맛있는 거 사주세요. 보신이 필요한 시점!!
브리니님/ 그렇죠? 덩치크고 힘 좋은 그 반장에게 따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답니다. 혼자서는 감당 못했을 거예요. =3333

조선인 2006-05-0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장 멋져요. 소개 해줘요.

해콩 2006-05-1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멋진남'에 대한 독점욕! 소유욕!! 아시죠? 일단 저에게 잘보이셈~ ㅋㅋ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소개시켜 드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