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볕이 참 좋네요. 눅진한 장마 사이, 잠깐의 소강상태... 학교도 조금 있으면 여름방학이라는, 조금은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으로 접어들 듯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충수업으로 반쪽짜리 방학을 나야하겠지만요. ^^

 

 지난 6월엔 달마다 부모님께 보내드리던 편지를 빼먹었습니다. '6월에 학교 일이 더 바빴나?' 생각해보니 지난 3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편지드렸던 걸 생각하면 제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나 싶어 혼자 부끄럽기도 합니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아이들도, 저도 이제 웬만큼 서로에게 적응이 되어 원만하고 무난하게 한 달을 무사히 넘긴 이유도 있을 듯 싶구요. '어 벌써 6월이 다갔네~' 이런식으로... ^^; 물론 지각, 청소, 보충, 야자 등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일상적인 일로 아이들이랑 늘 티격태격대긴 합니다만 이런 작은 다툼들도 거의 익숙한 습관처럼 흘러갔나봅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6월 7일 있었던 제 '수업연구'입니다. '수업연구'란 교과별로 돌아가며 수업지도안 등을 만들어 교장, 교감 선생님, 같은 교과선생님, 또 관심있는 다른 과 선생님들을 초대(?)하여 교사 자신의 수업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교사 연구활동의 하나입니다. 올해 국어과에서는 제가 하기로 하였는데 아이들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당연히 저희반 아이들이랑 해야겠다 생각했지요. 수업의 내용은 [절기 song]이었습니다. 24절기를 동요 '이슬비'  곡에 맞추어 노래하며 율동까지하는 모둠별 수행평가이지요. 늘~ 명랑쾌활, 생기발랄한 우리반 녀석들... 교장, 교감선생님등 손님들이 거의 15분 가량 교실 뒤에 포진하고 계셨는데도 하나 쫄지 않고 어찌나 평상시처럼 웃고 떠들며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지... 수업을 진행하는 저 역시  '손님'들을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다싶을 만큼 자연스러운 수업을 할 수 있었답니다. 한 분 선생님께 특별히 부탁하여 아이들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 동영상으로 찍어놓은 것이 있는데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솔직히 혼자보기 아깝거든요. ^^

 

 지난 6월 마지막주엔 꼬박 5일동안 아이들은 기말고사를 봤습니다. 학교에서는 하루라도 더 시간을 주면 공부할 시간이 많아 아이들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고, 사실 결과가 그렇기도 합니다만 아이들의 학습노동과 심리적인 부담이라는 건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하지요. 측은하고 안쓰러운 마음, 가득하지만 담임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야 아침 자습시간에 들어가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주고, 시험 마지막 날, 아침 굶었을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작은 빵조각 하나씩 나눠주는 것이 전부였답니다.

 

시험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이 토요일이라 4교시 HR시간에 '무서운 이야기'대회를 하면서 함께 재미나게 놀아보려했는데 성적확인하랴, 7월 자리 배정 다시하랴... 이런 저런 일들로 바빠 다음으로 미루어버렸답니다. 방학 전에 하루 날을 잡아 '무서운 이야기 대회'는 물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기회를 가지려고합니다.( 이 편지를 부모님들께 전할 즈음엔 이런 저런 학급 행사들에 대한 결과를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방학조차 쉽고 편안하게 보내도록 가만히 놓아두지 못하는 것이 담임의 노파심인지 요즘은 아이들 방학숙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름방학 43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다이어리 형식의 유인물을 나눠주고 짤막하게 정리해오도록 하는 숙제와 넉넉한 시간을 활용하여 아이들 감성을 깨울 수 있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활동을 제시할 생각입니다. 숙제를 잘 해오는 사람에게는  푸짐한 상을 주겠노라고 광고도 짱짱하게 할 계획인데... 글쎄 아이들에게 제 '당근'이 효과가 있을까요? ^^ 사실 담임의 숙제 말고도 애살 많은 여러 선생님들의 방학숙제와 수행평가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이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데... 불쌍해요~ ㅠ.ㅠ

 

보충수업을 하지 않는 녀석들에게는 다른 숙제가 더 있답니다. (미리 예고하고 약속까지 받긴했지만 아이들의 저항이 있지싶어 쪼~끔 걱정됩니다.) 교과서의 수학문제 풀어오기와 영어단어 20번씩 써오기!! 문학과목 숙제도 내려고 했는데 수행평가로 독후감쓰기가 이미 계획되어 있더군요. 부모님께서도 바쁘시겠지만 아이들의 여러가지 활동들 함께 해주시고, 짬짬이 숙제도 챙겨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요녀석들에겐 방학공부 계획표와 개인적인 다짐, 각오를 따로 받아두려고 합니다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흐트러지는건 어른들도 당연한데 아이들에게 100% 실천하기를 요구하는 건 너무 가혹하겠지요? 담임의 부담스러운 눈째림 때문에 처음의 결심들이 조금이라도 더 단단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동봉해드리는 1학기 성적표가 대입자료로 활용될 것입니다. 중간고사/ 수행평가/ 기말고사를 합산 산출한 성적이거든요. 대학과 학과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과목의 등급을 요구를 합니다. 그러나 문학, 수학, 영어, 그리고 사회문화와 윤리 과목은 인문반 학생들에게는 거의 필수가 되는 과목이니 특히 꼼꼼하게 챙겨봐주시기 바랍니다. 걱정스러운 과목은 2학기엔 특히 더 신경써야합니다.

 

사실 공부나 성적보다 더 당부드리고 싶은 건 방학동안 아이들 건강을 추스려달라는 것입니다. 치과, 안과.. 과민성대장염, 변비, 요통, 빈혈 등등 요즘 아이들.. 참 아픈 곳도 많습니다. 학기 중에 아이들 병원 보낼 때마다 일일이 '담임 허락을 받아라'하는 상황이 참으로 민망스러웠답니다. 몸이 아픈데도 맘대로 하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더라도 방학동안만이라도 몸도 마음도 좀 편안하고 여유롭게 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집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정성어린 밥으로 반 아이들 모두 더 씩씩하고 단단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방학 중엔 저도 공부를 해야한답니다. 7월 18일부터 8월 22일까지 공주에 가서 제가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연수를 받기로 되어있습니다. 아이들보다 더 가혹한 보충수업이지요. 편지를 보내주면 답장을 하겠노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두었는데 과연 몇 통쯤 받을 수 있을까요? ^^ 부산에 내려오게 되면 아이들과 번개(갑자기 연락해서 만나는 것)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담임이랑 하루 정도 놀아도 괜찮겠지요?

 

방학을 일주일 정도 남긴 요즈음, 아이들은 우짜든동 수업 한시간 정도 띵궈보려고 애를 씁니다. 지각도 늘어나고 보충, 야자도 이런 저런 껀수로 빠지려고 애 쓰는 게 눈이 보이지요. 아이들 마음이 일면 이해가 되기도하여 시종' No'를 외쳐야 하는 야박스러운 담임 노릇이 힘에 부칩니다.^^;

 

여름 장마 마음만은 상쾌하게, 장마 후에 올 땡볕 더위에도 여전히 유쾌하게, 이 여름 잘 보내시고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면 다시 편지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06. 7. 7. 후덥지근한 교무실에서 10반 담임 드림.

 

 * 아참, 함께 넣은 읽기 자료 '아이와 통하시나요?'는  자녀와 대화하는 법에 대한 것입니다. 읽어보시면 아이들과 좀 더 부드럽게 대화하시는 데 도움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쪽에 '나는 자식과 얼마나 대화를 잘 하는 부모일까' 스스로 테스트도 해보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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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박기범씨가 쓴 [엄마와 나]라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주 소박하고 솔직한 일기형식의 글모음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삶과 글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샘들과 나누는 이 일기장과, 우리반 아이들이 돌리고 있는 일기장이 문득 떠올랐다. 특히 우리반 일기장! 지금쯤 어디를 헤매고 있을지.. 처음부터 아이들도 일기쓰기에 대해 시큰둥하여 별시리 챙기질 않고 학년 초 '이것만은 꼭 함께 써보자'며 애걸하던 담임마저도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산다.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을 우리반 일기장... 가출하거나 실종되지나 않았는지... 오늘 꼭 챙겨봐야겠다.


나도, 아이들도 기말고사를 다 끝내고 이제 학기말이다. 조금 있으면 방학(앗싸~)이고... 한 학기 돌아보는 학급활동을 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계속 생각이 맴을 돈다. 맴만 돈다. --;


엊그제 토요일은 '무서운 이야기'대회를 해볼까 했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조에 '매점 상품권'을 쏘겠노라고. 그러나 한 달에 두 번 있는 HR 시간엔 할 일이 너무 많다. 학생부에서 실시하는 흡연실태조사를 하고, 기말고사 교과목 성적 확인을 하고,  또..  7월 자리를 정하기 위해 제비뽑기를 하고... 간만에 녀석들을 일찍 보내주려고 틈틈이 교실이며 복도, 계단, 화장실 청소를 시키다보니 마치는 종이 치고 또 5분을 넘겨버렸다. 늘 이렇지...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 대회 안 해요?" 하며 조르고. 하는 수 없이 일과 중에 진도가 빠른 과목 한 시간을 빌려서 하자고 했다. 장마기간이니 으스스하게 비 오는 날 잡아서 다같이 소름 쫙쫙~끼치면 재미있겠다. 뭔가 주전부리도 있으면 좋겠는데... 무서운 이야기엔 어떤 군것질이 어울릴라나???  학교 앞에 강냉이 공장이 있긴한데...


아무래도 한 학기를 정리하는 활동으론.. 이건 부족한 것 같다. 한 학기동안 열심히 생활한 아이들에게 상을 주고 싶은데... '청소' 말고 어떤 내용으로 결정해야할지 모르겠다. 상품은 벌써 주문해두었다. 대안생리대를 선물로 줄거다. 이거 나도 두어 개 사용하고 있는데 양이 적을 때는 참 좋다! 아직 '용기'가 안 나서(이걸 사용하기엔 나름대로의 결단이 필요하다) 100% 이걸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아이들도 한 번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암튼 고민 중이다.


ㅈㄱ샘의 '강렬한' 일기를 읽고.. 고질적인 반성이 도졌다. "나는 과연 스스로를 노동자라 자각하는가"라는 노동자로서 교사인 나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 사실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노동자가 맞는지.. 내가 교사는 맞는지.. 이건 '노동자'를 그리고 '교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쉽지 않다. 아무튼 우리 아이들에게 노동3권을 당연히 가르치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그래야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헤매는 나같은 얼치기 노동자를 줄일 수 있을테니까.


찌찔찌찔 비가 온다. 장마는 언제쯤 끝이 날까?

뭐 이런 날씨도 나름대로 좋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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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7-0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가 노동자가 아니었던 이유는 뭘까요?
노동자들은 이 사회에서 아웃사이드로서 천시당했고, 늘 해고의 위기에 직면했는데, 교사는 그렇지 않았죠. 교사는 기득권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존경받는 지위를 점했고, 철밥통이어서 아직도 인기랍니다. 노동자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죠.
그렇지만, 이제 사회적 멸시와 해고의 위기가 닥칠는지도 모를 세상이 되었습니다.
얼치기 노동자가 아니라, 정말 노동자가 될 날이 머지 않은 느낌.

해콩 2006-07-0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때가 되면 저도 정체성을 확실히 찾을 수 있겠군요.
그럼, 교원평가와 성과급 차등지급을 받아들여야하나? @.,@

글샘 2006-07-1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받아들이지 않아도... 오고야 말 것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란 것은, 질서가 흐트러지는 쪽으로 흐른단 것이지요.
철밥통은 흐트러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겠지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17주년 전국교사대회 7000여명 참여

“우리가 희망이야” 전교조 참교육 실현 결의 다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17주년 전국교사대회 7000여명 참여
 

  

△ 27일 전국각지에서 모인 7000여명의 교사들은 전교조 17주년을 기념하며 참교육의 얼굴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 창립 17주년을 기념하는 전국교사대회가 2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교사 7000여명이 참여해 참교육 의미를 되새기고 “공교육 정상화와 경쟁위주의 교육풍토 개선”을 다짐했다.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아이들이 있어 교사가 됐고, 전교조가 있어 동지가 됐다”며 전교조 17주년을 축하하고 “경쟁, 서열, 성공신화, 돈벌이, 투기 교육, 수천만원 사교육비 황제교육은 우리의 희망이 아니다. 사랑과 평화,인권과 자존,통일과 연대, 생태적 환경과 아름다운 공동체가 어우러져 인간이기에 행복해질 수 있는 교육, 그것이 바로 우리의 희망이다”라고 선언했다.
  
  충북지부 김상렬 교사는 투쟁사를 통해 “미순이 효순이 억울한 죽음을 등에 업고 미국에게 할 말 하겠다던 대통령은 WTO, FTA 평택에서 보여주었듯이 미국의 하수인 노릇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자립형 사립학교, 국제중학교 난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교육의 총체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며 투쟁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날 행사는 전교조의 관심과 당면 투쟁을 담은 내용이 퍼포먼스와 문화공연, 대형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한미FTA와 경쟁적 교육제도, 교육시장 개방의 상관성을 폭로하는 가면극은 청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교사들의 현장에서의 고민, 아이들의 고민 등 흔히 볼수 없는 학교 안의 이야기가 그들의 시선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날 전교조는 전국교사대회 요구사항으로 △교원평가제 저지 △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제도 개선 △ 사립학교법 개악저지 △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 교장선출보직제 법제화 △ 한미FTA 저지로 교육개방을 막자는 내용을 제시했다.
  
  한 편 행사장을 찾은 상경 교사들의 자녀를 대상으로 어린이 학교도 열렸다. 150여명 가량의 아이들은 놀이기구 타기, 동물학교 관람, 민속박물관 체험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모처럼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자료집들이 배포됐다. 평택 사진전이나 영상자료등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붙잡았고 무료로 배포되는 교육자료나 교육 관련 월간지들에는 선생님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전교조 17년의 역사는 참교육 17년의 역사였으며 민주화 17년의 역사였습니다"

  
△전교조 17주년 기념대회 행사장 주변에서 길놀이가 한창이다. 행사장 주변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전시됐다 ⓒ민중의소리 맹철영기자

  
△교사들의 희망을 담은 다양한 선전물들이 알록달록 자리를 메우고 있다 ⓒ민중의소리 맹철영기자

  
△ 전교조 17년의 정점에 서 있는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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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해졌는지 귀찮아진건지..

봐야할 시험이 있어서, 그 핑계로 빠지긴 했지만 사실 무리하면 갈 수도 있었다.

돌아보고 추스릴 시점인걸까? ...

 

다녀오신 한 분회원 샘의 아침편지가 나의 '안주'와 '안일'을 자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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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분회원님들 안녕하세요.
지난 토요일 창립17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잘 다녀왔습니다.
후기로 몇 자 적어서 올립니다.

 

전교조가 출범한 89년도, 전 사범대 1학년이었죠.
그 해부터 참석했던 무수한 집회와 시위의 현장들이 떠오릅니다.
전경과 백골과 최루탄과 거리, 거리, 거리...
(제 목소리가 좀 걸걸해진건 이 집회와 시위들 때문입니다. ^^)
1500여명 선생님들의 해직과 복직...
이제 벌써 17년이 지났습니다.

 

토요일엔 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부산지부에선 5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200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우리 분회에선 박ㅅㅊ샘, 김ㅈㄱ샘, 저 이렇게 3명이 참석했구요.
(참, 모아주신 여비 감사합니다. ^^)

 

새로 만든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도착.
차 안에선 졸다가 깨다가, 이바구도 하다가 책도 보다가...
구름이 낮게 드리워 하늘이 무척이나 가깝게 보이더이다.
중간에 휴게소 들러서 커피도 한 잔하고, 점심도 먹고.
잠실운동장 학생체육관에 도착하니, 2시 정도 되었습니다.

 

풍물패가 길을 열고,
각 지부별로 학생체육관을 꽉꽉 채웠습니다.
민중의례를 하고, 여러 조직의 대표들이 지지와 연대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문화패가 흥을 돋구고, 조합원들의 투쟁사가 이어졌습니다.
치열하게 삶을 사시다가 먼저 가신 우리의 동지들 중 몇 분께 참교육상을 드렸습니다.
고인의 아들과 반려자, 동료조합원이 나오셔서 대신 수상하셨습니다.
대표 수상소견 말씀에 장내는 숙연해지고, 눈시울은 뜨거워지고, 마음이 뭉클, 싸~해집니다.

우리 앞에 당면한 여러 교육의 과제들에 대해 함께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저지
. 학교자치 실현
. FTA와 교육개방 저지
. 사립학교법 개악 저지
.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 교육과정 개악 저지와 참교육과정 쟁취
. 교사평가 저지
. 교장선출보직제 법제화 쟁취
. 아이들 살리기운동-학생인권 보장, 학생자치권 보장, 입시지옥으로부터 벗어날 권리 보장,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 보장,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보장, 자율적인 학습권 보장,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보장

큰 목소리로 함께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고,
희망을 봅니다.
단결 투쟁, 연대의 힘을 느낍니다.
부르지 않으면 노래가 아니고, 외치지 않으면 함성이 아니죠.
참교육, 민중교육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죠.
함께 노래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죠.
함께 꿈을 나누고, 희망을 공유하고, 척박한 교육 현실을 바꾸어갈 수 있는 동지가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내려오는 버스에선 지회별로 소개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즐겁게 내려왔습니다.
도착하니 11시 반 정도.
젤로 고생한 놈은 엉덩이였습니다.
오랬만에 긴시간동안 고속버스 좌석에 앉아있느라, 엉치뼈가 뻐근하더군요. ^^

 

오늘 아침 학교로 오니,
꿈을 깨고 이젠 다시 현실입니다.
당장 우리의 교장샘은 사설모의고사를 치고 싶어 안달이군요.허허...
그러나 현실 속에서 힘차게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왔으니,
이젠 아자아자~

우리 ㄴㄷ고 안에서 일어나는 비교육적, 반교육적 일들을 우리 분회의 힘으로 저지하고,
보다 멋진 ㄴㄷ고로 만들어 가는 일들을 우리가 많이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분회원들끼리 합심하면 안될 일이 없겠죠. ^^
ㄴㄷ고 분회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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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5-2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학여행 후유증으로 서울가는 버스 타기가 무서워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쌤네 학교는 여럿이 다녀오셨네요. 저는 혼자 가기가 더 불편했는지도...
아이들 살리기 운동... 말로만 하는 운동 말고 정말 뭔가 했으면 좋겠네요.

해콩 2006-05-2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쪽지를 보내주신 샘께 '가을에 서울 갈 일 있으면 그땐 샘의 옆자는 제 차지'라고 '그땐 우리 분회 역량으로 10명 정도 함께 하자'고 답쪽지 보냈답니다.
글샘샘과도 나도 모르게 만나게 되면 좋겠어요. ^^

waits 2006-05-2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래 편지 읽고 울컥 눈물이 날라 그러네요. 잘 읽었습니다..^^

해콩 2006-05-2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나 어릴 때 님도?

waits 2006-05-2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뇨, 전 그냥 아무꺼나(?!) 보고 울컥하는 감동중독자랍니다...ㅎㅎ

해콩 2006-05-2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러시구나.. 저도 그런데.. 감정오바증이라고도 하지요.
 

2006년. 5월 23일. 날씨? 흐렸다가 좋아졌다.


  아직도 '선생'이라는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나름대로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하다가 안 되면 고함부터 냅다 지르는 못된 버릇이 여전히 남아있다.


장면 1] "우리도 전교 등수 알려주지요~ 다른 반은 다 알려줬다던데요" 종례시간 들어가자마자 제일 앞에 앉은 녀석이 졸라댄다. 예상했던 일이다."00아, 그거 그 반 샘들이 일일이 작업하셔서 뽑은 거거든.(아시다시피 이건 거짓말! 사실 학년 기획샘께서 일괄 작업하셔서 보내주셨다. 나도 우리 반 아이들 전교 등수, 가지고 있다) 원래 학교생활기록부나 성적표에는 반 등수도 못 올리게 되어있다." "왜요? 다른 반은 담임샘이 다 해줬다던데요. 샘도 해주지요" "아이들 등수내서 한 줄로 세우는 거 비교육적이라고 못 하게 되어있단 말이야. 그리고 샘은 그 일 하기 싫다" "왜요? 등수, 궁금한데요 해주지요" "사실 그거 알고 나면 기분 좋은 아이들이 몇이나 되겠노? 전교 1,2등 빼고, 아니 걔들도 부담스러워서 결국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을 거다. 아이들 대부분이 의기소침해지고 기가 죽는단 말이다. 그런 부정적인 기분은 공부에도 더 나쁘단다. 그래서 샘은 하기 싫다" "그래도 학생이 원하면 해줘야하는 거 아니예요?" (결정적으로 이 말에 또 뚜껑이 열렸다) "뭐라고? 그럼, 학생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샘이 다 해줘야한단 말이가? 느그가 원한다고 해서 샘이 그걸 다 해줄 의무는 없다. 그건 샘의 업무도 아니고! 또 느그가 샘한테 요구할 권리도 없다. 그런 일을 하고 안 하고는 샘이 결정할 문제이고 샘은 그게 느그한테 좋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서 하기 싫단 말이다."


얼굴이 벌~개져서는 또 흥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녀석이 설득될 리 없다. 그냥 몇 마디 하다가 말이 잘 안되면 묵비권 행사할걸... 그렇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도대체 교사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 걸까? 더도 덜도 말고 딱 즈들이 원하는 일'만' 척척 알아서 해주는 사람? 이율배반적이고 이기적이다. 가끔 가슴이 답답하다.


장면 2] 6교시, 우리 반 수업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또 시작이다. "더운데 아이스크림 사주지요~" "배고픈데 빵 사주세요~" 지난 체육대회 이후 수업시간마다 겪는 고역이다. 체육대회 하던 날,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언제든지 즈들이 원할 때 '쏘겠다'고 했더니 수업시간마다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졸라댄다. '모두들 원할 때 의견 모아서 오고 수업시간에 방해되게 이러지 말라'고 지난 시간에 이야기해 두었는데도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모양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다스러운 이 놈들과 입씨름하며 수업하기엔 한 시간도 늘 빠듯한데 이런 식으로 시작하자마자 무슨 빚쟁이 마냥 독촉을 해대니 슬슬 짜증이 난다. 그것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사달란다. "야~ 샘이 무슨 빚졌나, 느그한테? 기분이 살짝 나빠지려고 하네... 그리고 오늘은 ㅅ지랑 쫄쫄이가 없잖아. 다같이 있을 때 사주고 싶은데" "걔들은 따로 사주면 되지요~" "그래도 나는 같이 있을 때, 다음주에 더 더워지면 그때 아이스크림 먹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오늘은 별로 덥지도 않잖아" "진짜 더운데요. 그리고 많이 더워지면 에어컨 틀어주니까 그땐 괜찮아욧. 지금 사주세요" 물론 몇몇 녀석이지만.. 햐.. 참 맘 상한다. 그리고는 즈들끼리 치사하다느니 어쩌느니하며 궁시렁대기까지 하고! 결국 '수업 열심히 하면' 사주기로 했다. 아구 내참 치사해서 내가 사주고 말지.


흥분이 올라오다가 말았다. 5분 정도 남겨서 하드/빵/음료수 주문 받고 ㅇ령이에게 사오도록 했다. 수업마치고 매점 가서 지불하고. 이것도 담임 노릇에 들어가는 건가? 내참... 이런 저런 일들로 자꾸 아니꼬운 마음만 든다. 그래도 예쁠 때도 있으니까 참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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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5-24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 키우는 거랑 비슷한 가봐요.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가도 대개는 내 인내심 테스트라는 생각이 드는.

해콩 2006-05-2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반 놈들.. 가끔 이뻐죽겠다가도 이기적인 모습 보이면 미워죽겠어요. 평정심을 찾고싶은데 말이죠... 흠흠..
'내 인내심테스트', 정말 맞는 말예요.
 

가정의 달이라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은 싱그러운 5월! 아이들에게는 2학년 첫 시험으로 고통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나흘 동안 힘겨운 시험을 치르고 5일 어린이날 공휴일을 시작으로 학교에서도 각종 행사가 많기도 했지요.


저희반 아이들 성적이 예상외로(?) 좋다고 교과 선생님들 칭찬이 대단하답니다. 수학은 다른 반에 비해 평균이 10점정도 높고 다른 과목도 확인해보니 나쁜 성적은 아니네요. 제가 맡고 있는 한문도 문과반 여학생들 중에서는 평균점수가 제일 높구요. 담임과목이라고 대접을 해주나 싶어 살짝 흐뭇했답니다. ^^; 사실 걱정되는 과목도 있습니다. 수능시험이나 내신 성적에 모두 중요한 '영어'를 싫어라하는 아이들이 많고 또 일본어와 윤리 점수가 다른 반에 비해 떨어지네요. 아이들에게 이 과목들을 특히 신경 쓰라고 얘기는 해두었는데 귀담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체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이야기는 아이들 집중도도 떨어지고 쓸데없는 잔소리로 여겨지기 십상이랍니다.


6월 1일에 아주 중요한 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가 있구요, 1학기 기말고사는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입니다. 2008학년도부터는 대입전형에 '내신성적'도 중요해지는 만큼, 함께 보내드리는 중간고사 성적표를 확인해보시고 기말고사 때 특히 신경써야할 과목을 함께 짚어보시면 아이들도 조금 더 긴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공부는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수업을 들은 직후 바로 5분 정도 복습을 해주면 학습 내용의 50이상이 며칠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답니다. (중간고사 끝난 지 이제 보름 남짓 지났는데 다음 시험 계획을 알려드리려니 아이들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


지난 8일 어버이 날엔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하고 싶어서 예쁜 편지지를 준비해두었습니다만 당일은 겨를이 없어서 미처 못 하고 그 다음 날인 9일 제 수업시간을 할애하여 편지를 써보자고 열심히 꼬셨답니다. 그러나!!  다들 전날 이미 편지도 써드리고, 꽃도 달아드리고, 선물도 다 드렸다면서 '체육대회 예선으로 너무 피곤하니 딱 1시간만 쉬게 해달라'고 사정하기에 그 시간만 쉬도록 특별히 허락하였답니다. 체육대회 준비로 그날 하루만 3시간을 뛰고 달리고.. 하였다 하니 그 피곤함이 이해가 되기도 하여 이런 저런 것들 이야기하고 챙기면서 널널하게 그 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제가 준비해간 편지지를 활용해준 한 녀석을 제외하고 모두 곯아떨어지더군요. ㅠㅠ (늘 순~한 우리 소연이. 가져간 편지지에 열심히 편지를 쓰더군요. 무슨 사연인지 눈물까지 글썽이던데... 부모님, 소연이 편지 받으셨나요? ^^ 에그.. 쫄쫄이-소영이 별명-이에게 혼날라~)


11일! 체육대회!! 학년 초부터 저희 반 아이들은 이 날만 목이 빠지게 기다렸답니다. 모든 아이들이 체육과목을 선택한 반으로서 우수상은 당연히 우리 반 차지라고 생각했지요. 그날, 파김치가 되어 돌아간 아이들에게 저희 반 활약상에 대해 이야기 많이 들으셨지요? '10반 1등'은 다들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온 몸을 던지며 열심일 줄은 몰랐답니다. 그날은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피구...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는 이 종목들은 마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저희반 아이들 누구도 힘들어하거나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너무나 열심히 해주었지요. 다른 반 아이들이 '10반 무서워요~'라며 제게 투정을 부릴 정도였으니까요. 저도 '그러게. 내가 저 녀석들 담임이라니... 나도 무섭다' 능청맞은 대답으로 너스레를 떨었답니다.


팔씨름은 특히 볼만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둘러싸인 속에 시작된 경기는 누가 보아도 저희 반의 압승으로 순식간에 끝나버렸답니다. 은주, 다원, 현주, 희영, 정주.. 우리 반의 찬란한 '팔뚝'들이지요. 정주의 대결이 가장 처절했는데 6반의 어떤 힘센 녀석과 맞대결!! 팔목이 거의 꺽였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주를 보면서 고맙고 대견하기도 하고 저러다 다칠까 걱정도 되고.. '마 그냥 대충 넘어가지...' 라는 혼잣말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단비, 유빈, 윤정, 지화가 출전한 체육대회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릴레이!! 아이들 심장 콩딱이는 소리가 제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긴장하더군요. "마 살살 뛰어라. 넘어져서 다치면 우짜노~'라고 했는데 제 말이 씨앗이 되었던지 윤정이가 앞에 넘어진 아이에게 걸려 그만...! 무릎이 깨져 피가 많이 났답니다. 양호실로 가서 과산화수소로 소독을 하는데 쓰리고 따갑고 많이 아플텐데도 신음소리도 안내며 잘 참는 윤정이... 녀석을 보면서 그 어른스러움에 마음속으로 참 대견했지요. 무릎에 흉이 남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죠. 부담임샘께서 종례해야 하는 저 대신 승용차로 병원까지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해주셔서 참 고마웠답니다.


체육대회 다음 날, 12일은 늦은 봄소풍이었습니다. 이번 소풍은 그냥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곳으로 가자 맘먹고 있었기에 광안리 미월드로 결정했지만 거기 가서 뭐하나 싶어 사실 그 주 내내 생각이 무성했답니다. 광안리 해변 청소로 봉사시간이라도 인정받게 하자 싶어서 경찰서까지 찾아갔는데 경찰서에서는 그렇게 봉사시간을 인정해준 일이 없다며 퇴짜를 놓더군요. 그래도 모래사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며 쓰레기 줍도록 하고 학교 내에서 적당한 절차를 거쳐 두 시간씩 인정해주기로 했답니다. 사실 녀석들이 청소한 시간이래봤자 10분 남짓일텐데... 담임이 앞장서서 이래도 되는걸까요? --; 2학기 때, 혹 가을 소풍을 가게 된다면 우리반 아이들 모두와 잘 놀 수 있는,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가을 소풍만큼은 담임인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다짐을 받아두었답니다. 기억하고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


지난 금요일 19일엔 개성고등학교에서 있었던 홍세화씨 강연에 윤정, 예령, 예린, 혜인, 혜명, 은영, 지희, 소라, 정주, 민경, 혜영, 다혜, 승연, 현주, 소희, 희영, 다원, 민정, 민주, 유빈 20명의 아이들이 다녀왔습니다. 홍세화씨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빨간 신호등] 등의 책을 썼고 TV 토론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는 등 지명도 높은 언론인 겸 작가입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서도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하는 것이 제 욕심이지만 하루쯤 그렇게 저희들끼리 낯선 학교를 찾아가보기도 하고 강연을 들어보는 경험도 소중할 것 같아 8교시 보충수업을 빼주는 커다란 아량(?)을 베풀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같이 보러가자고 지난 주부터 계속 조르다가 지난 토요일 결국은 저희 반 은주, 예린, 수지, 다른 반 아이들 세 명, 그리고 졸업한 아이 한 명, 저까지 모두 8명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국제영화제 때에도 상영된 [린다린다린다]라는 일본영화였는데 ‘배두나’라는 한국 배우도 출연하지요. 일본 고등학교를 무대로 여고생들이 스스로 뭔가 열심히들 하는 그 모습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조금 섭섭하지만 다음 번엔 더 많은 아이들이랑 더 좋은 영화를 볼 기회가 있겠거니 하며 만족합니다. 토요일은 같이 간 우리끼리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보고 수다 떨고 김밥이랑 라면도 먹고! 영화 보면서 이번 축제 때 우리 반 아이들 모두 뭔가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하다면 고교시절의 멋진 추억거리가 될텐데 말이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저 재미있고 그저 신나게 흠뻑 빠질 수 있는 그 무엇!!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아야겠습니다.


5월 모범학생으로 아이들이 추천한 박수지(효행상)와 신은비(봉사상)가 상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소라(소라는 자기자신을 추천했지요. ^^ ), 단비(역시 스스로 추천), 소연, 지화(사실 지화가 제일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마는 작년에 이미 모범상을 받은 학생들은 다시 시상할 수 없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지화 착하고 성실한 건 반 아이들이 다 알지요), 다원, 예령, 희영, 수지가 추천을 받았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러면 차별한다는 항의가 들어올 것 같아서 꾹~ 참았습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제 편지가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드시지요? 좀 줄여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5월에는 행사가 많아서 이런 저런 아이들 자랑을 늘어놓다보니 이렇게... 자! 이제 몇 가지 중요한 사항만 알려드리면 끝~입니다. 아래의 내용들, 꼭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알림 하나 - 수학여행] 지난 번 설문 조사 결과 수학여행은 제주도로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다만 일정과 교통편이 조금 달라져서 10월 25(수)에서 28(토)까지 3박 4일 동안 왕복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로는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배-비행기를 가장 많이 원하시는 걸로 나타났습니다만 여러 경로로 알아보니 비행기 왕복이 아니면 교통편을 마련하기 힘들답니다. 학교 측의 안내가 먼저 있은 후에 학부모님들의 동의를 구하고 일정을 확정해야하는데... 이렇게 짧게 양해를 구하려니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혹 좀더 자세한 상황을 알고자하시는 부모님께서는 학교로 전화 주시어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경비는 작년의 경우, 왕복 비행기로 3박4일에 217,000원이 들었답니다. 올해는 항공비가 약간 올라 22만원으로 산정되어있습니다. 부담스러운 액수이기에 세 번으로 나누어 납부하실 수 있도록 행정실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마 2학기가 되면 이에 대한 가정통신문과 고지서가 발부될 것 같습니다.


[알림 두나 - 생리공결] 먹거리와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생리통이 심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이들의 정당한 권리로 한 달에 하루, 생리공결을 쓸 수 있게 되었답니다. 부모님께서 제게 직접 전화로 확인해주시고 그 다음날 결석계를 제출해주시면 결석하더라도 출석으로 인정됩니다. (생리공결 하루 = 생리조퇴 세 번 or 생리지각 세 번)이 되기도 합니다. 시험기간에 생리공결을 사용해서 시험을 못 본 경우에는 이전 시험점수의 80%를 인정받게 됩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 거의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지경인데도 결석처리 될까봐 억지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참으로 잘 된 행정절차라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도 출결은 안심하시고 아이들을 하루 정도 맘 편히 쉬게 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담임의 노파심으로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수업결손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루 수업을 못 들으면 그 다음 수업에 적응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러나 저로서는 이에 관한한 부모님과 아이들의 결정을 믿겠습니다.


[알림 세나 - 지각, 챙겨주세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지각생 숫자나 빈도가 저희 반이 전교 1등이랍니다. ^^; 부모님께서 아이들이 조금만 일찍 나서도록 신경써주시면 아침부터 아이들이 운동장을 돌며 진을 빼는 일도, 담임에게 눈째림을 당하는 일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제가 따로 벌을 줄 수도 있는데 운동장 뛰고 온 아이들에게 담임이 또 벌을 주게 되면 '이중처벌'이라는 아이들 예리한 건의가 일리가 있기도 하거니와 아침부터 이렇게 지나친 벌을 받으면 맥이 다 빠져서 그날 하루 공부하는데도 지장이 있을 것 같아 담임이 벌주는 건 자제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이렇게 점점 지각이 늘어나면... 담임으로서 대책을 강구해보아야 하겠지요?

(4월 지각쟁이들은 성적표에 있는 가정통신문 난에 따로 횟수를 기록해두었습니다. 부모님들, 함께 지도해주세요.)


휴~ 드디어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길고 지루한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참! 함께 보내드리는 성적표 확인하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음... 제 경험으로는 성적에 관해 지나친 꾸중을 하기보다는 잘한 과목에 대해 많이 칭찬해주시고 공부하는 방법 등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듯이 저 역시 늘 아이들의 좋은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6월 편지 드릴 때까지 건강하십시오.


2006. 5. 24. **고등학교 2학년 *반 담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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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2 2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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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5 1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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