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이라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은 싱그러운 5월! 아이들에게는 2학년 첫 시험으로 고통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나흘 동안 힘겨운 시험을 치르고 5일 어린이날 공휴일을 시작으로 학교에서도 각종 행사가 많기도 했지요.
저희반 아이들 성적이 예상외로(?) 좋다고 교과 선생님들 칭찬이 대단하답니다. 수학은 다른 반에 비해 평균이 10점정도 높고 다른 과목도 확인해보니 나쁜 성적은 아니네요. 제가 맡고 있는 한문도 문과반 여학생들 중에서는 평균점수가 제일 높구요. 담임과목이라고 대접을 해주나 싶어 살짝 흐뭇했답니다. ^^; 사실 걱정되는 과목도 있습니다. 수능시험이나 내신 성적에 모두 중요한 '영어'를 싫어라하는 아이들이 많고 또 일본어와 윤리 점수가 다른 반에 비해 떨어지네요. 아이들에게 이 과목들을 특히 신경 쓰라고 얘기는 해두었는데 귀담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체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이야기는 아이들 집중도도 떨어지고 쓸데없는 잔소리로 여겨지기 십상이랍니다.
6월 1일에 아주 중요한 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가 있구요, 1학기 기말고사는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입니다. 2008학년도부터는 대입전형에 '내신성적'도 중요해지는 만큼, 함께 보내드리는 중간고사 성적표를 확인해보시고 기말고사 때 특히 신경써야할 과목을 함께 짚어보시면 아이들도 조금 더 긴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공부는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수업을 들은 직후 바로 5분 정도 복습을 해주면 학습 내용의 50이상이 며칠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답니다. (중간고사 끝난 지 이제 보름 남짓 지났는데 다음 시험 계획을 알려드리려니 아이들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
지난 8일 어버이 날엔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하고 싶어서 예쁜 편지지를 준비해두었습니다만 당일은 겨를이 없어서 미처 못 하고 그 다음 날인 9일 제 수업시간을 할애하여 편지를 써보자고 열심히 꼬셨답니다. 그러나!! 다들 전날 이미 편지도 써드리고, 꽃도 달아드리고, 선물도 다 드렸다면서 '체육대회 예선으로 너무 피곤하니 딱 1시간만 쉬게 해달라'고 사정하기에 그 시간만 쉬도록 특별히 허락하였답니다. 체육대회 준비로 그날 하루만 3시간을 뛰고 달리고.. 하였다 하니 그 피곤함이 이해가 되기도 하여 이런 저런 것들 이야기하고 챙기면서 널널하게 그 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제가 준비해간 편지지를 활용해준 한 녀석을 제외하고 모두 곯아떨어지더군요. ㅠㅠ (늘 순~한 우리 소연이. 가져간 편지지에 열심히 편지를 쓰더군요. 무슨 사연인지 눈물까지 글썽이던데... 부모님, 소연이 편지 받으셨나요? ^^ 에그.. 쫄쫄이-소영이 별명-이에게 혼날라~)
11일! 체육대회!! 학년 초부터 저희 반 아이들은 이 날만 목이 빠지게 기다렸답니다. 모든 아이들이 체육과목을 선택한 반으로서 우수상은 당연히 우리 반 차지라고 생각했지요. 그날, 파김치가 되어 돌아간 아이들에게 저희 반 활약상에 대해 이야기 많이 들으셨지요? '10반 1등'은 다들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온 몸을 던지며 열심일 줄은 몰랐답니다. 그날은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피구...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는 이 종목들은 마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저희반 아이들 누구도 힘들어하거나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너무나 열심히 해주었지요. 다른 반 아이들이 '10반 무서워요~'라며 제게 투정을 부릴 정도였으니까요. 저도 '그러게. 내가 저 녀석들 담임이라니... 나도 무섭다' 능청맞은 대답으로 너스레를 떨었답니다.
팔씨름은 특히 볼만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둘러싸인 속에 시작된 경기는 누가 보아도 저희 반의 압승으로 순식간에 끝나버렸답니다. 은주, 다원, 현주, 희영, 정주.. 우리 반의 찬란한 '팔뚝'들이지요. 정주의 대결이 가장 처절했는데 6반의 어떤 힘센 녀석과 맞대결!! 팔목이 거의 꺽였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주를 보면서 고맙고 대견하기도 하고 저러다 다칠까 걱정도 되고.. '마 그냥 대충 넘어가지...' 라는 혼잣말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단비, 유빈, 윤정, 지화가 출전한 체육대회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릴레이!! 아이들 심장 콩딱이는 소리가 제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긴장하더군요. "마 살살 뛰어라. 넘어져서 다치면 우짜노~'라고 했는데 제 말이 씨앗이 되었던지 윤정이가 앞에 넘어진 아이에게 걸려 그만...! 무릎이 깨져 피가 많이 났답니다. 양호실로 가서 과산화수소로 소독을 하는데 쓰리고 따갑고 많이 아플텐데도 신음소리도 안내며 잘 참는 윤정이... 녀석을 보면서 그 어른스러움에 마음속으로 참 대견했지요. 무릎에 흉이 남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죠. 부담임샘께서 종례해야 하는 저 대신 승용차로 병원까지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해주셔서 참 고마웠답니다.
체육대회 다음 날, 12일은 늦은 봄소풍이었습니다. 이번 소풍은 그냥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곳으로 가자 맘먹고 있었기에 광안리 미월드로 결정했지만 거기 가서 뭐하나 싶어 사실 그 주 내내 생각이 무성했답니다. 광안리 해변 청소로 봉사시간이라도 인정받게 하자 싶어서 경찰서까지 찾아갔는데 경찰서에서는 그렇게 봉사시간을 인정해준 일이 없다며 퇴짜를 놓더군요. 그래도 모래사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며 쓰레기 줍도록 하고 학교 내에서 적당한 절차를 거쳐 두 시간씩 인정해주기로 했답니다. 사실 녀석들이 청소한 시간이래봤자 10분 남짓일텐데... 담임이 앞장서서 이래도 되는걸까요? --; 2학기 때, 혹 가을 소풍을 가게 된다면 우리반 아이들 모두와 잘 놀 수 있는,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가을 소풍만큼은 담임인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다짐을 받아두었답니다. 기억하고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
지난 금요일 19일엔 개성고등학교에서 있었던 홍세화씨 강연에 윤정, 예령, 예린, 혜인, 혜명, 은영, 지희, 소라, 정주, 민경, 혜영, 다혜, 승연, 현주, 소희, 희영, 다원, 민정, 민주, 유빈 20명의 아이들이 다녀왔습니다. 홍세화씨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빨간 신호등] 등의 책을 썼고 TV 토론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는 등 지명도 높은 언론인 겸 작가입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서도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하는 것이 제 욕심이지만 하루쯤 그렇게 저희들끼리 낯선 학교를 찾아가보기도 하고 강연을 들어보는 경험도 소중할 것 같아 8교시 보충수업을 빼주는 커다란 아량(?)을 베풀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같이 보러가자고 지난 주부터 계속 조르다가 지난 토요일 결국은 저희 반 은주, 예린, 수지, 다른 반 아이들 세 명, 그리고 졸업한 아이 한 명, 저까지 모두 8명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국제영화제 때에도 상영된 [린다린다린다]라는 일본영화였는데 ‘배두나’라는 한국 배우도 출연하지요. 일본 고등학교를 무대로 여고생들이 스스로 뭔가 열심히들 하는 그 모습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조금 섭섭하지만 다음 번엔 더 많은 아이들이랑 더 좋은 영화를 볼 기회가 있겠거니 하며 만족합니다. 토요일은 같이 간 우리끼리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보고 수다 떨고 김밥이랑 라면도 먹고! 영화 보면서 이번 축제 때 우리 반 아이들 모두 뭔가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하다면 고교시절의 멋진 추억거리가 될텐데 말이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저 재미있고 그저 신나게 흠뻑 빠질 수 있는 그 무엇!!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아야겠습니다.
5월 모범학생으로 아이들이 추천한 박수지(효행상)와 신은비(봉사상)가 상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소라(소라는 자기자신을 추천했지요. ^^ ), 단비(역시 스스로 추천), 소연, 지화(사실 지화가 제일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마는 작년에 이미 모범상을 받은 학생들은 다시 시상할 수 없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지화 착하고 성실한 건 반 아이들이 다 알지요), 다원, 예령, 희영, 수지가 추천을 받았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러면 차별한다는 항의가 들어올 것 같아서 꾹~ 참았습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제 편지가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드시지요? 좀 줄여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5월에는 행사가 많아서 이런 저런 아이들 자랑을 늘어놓다보니 이렇게... 자! 이제 몇 가지 중요한 사항만 알려드리면 끝~입니다. 아래의 내용들, 꼭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알림 하나 - 수학여행] 지난 번 설문 조사 결과 수학여행은 제주도로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다만 일정과 교통편이 조금 달라져서 10월 25(수)에서 28(토)까지 3박 4일 동안 왕복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로는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배-비행기를 가장 많이 원하시는 걸로 나타났습니다만 여러 경로로 알아보니 비행기 왕복이 아니면 교통편을 마련하기 힘들답니다. 학교 측의 안내가 먼저 있은 후에 학부모님들의 동의를 구하고 일정을 확정해야하는데... 이렇게 짧게 양해를 구하려니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혹 좀더 자세한 상황을 알고자하시는 부모님께서는 학교로 전화 주시어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경비는 작년의 경우, 왕복 비행기로 3박4일에 217,000원이 들었답니다. 올해는 항공비가 약간 올라 22만원으로 산정되어있습니다. 부담스러운 액수이기에 세 번으로 나누어 납부하실 수 있도록 행정실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마 2학기가 되면 이에 대한 가정통신문과 고지서가 발부될 것 같습니다.
[알림 두나 - 생리공결] 먹거리와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생리통이 심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이들의 정당한 권리로 한 달에 하루, 생리공결을 쓸 수 있게 되었답니다. 부모님께서 제게 직접 전화로 확인해주시고 그 다음날 결석계를 제출해주시면 결석하더라도 출석으로 인정됩니다. (생리공결 하루 = 생리조퇴 세 번 or 생리지각 세 번)이 되기도 합니다. 시험기간에 생리공결을 사용해서 시험을 못 본 경우에는 이전 시험점수의 80%를 인정받게 됩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 거의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지경인데도 결석처리 될까봐 억지로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참으로 잘 된 행정절차라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도 출결은 안심하시고 아이들을 하루 정도 맘 편히 쉬게 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담임의 노파심으로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수업결손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루 수업을 못 들으면 그 다음 수업에 적응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러나 저로서는 이에 관한한 부모님과 아이들의 결정을 믿겠습니다.
[알림 세나 - 지각, 챙겨주세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지각생 숫자나 빈도가 저희 반이 전교 1등이랍니다. ^^; 부모님께서 아이들이 조금만 일찍 나서도록 신경써주시면 아침부터 아이들이 운동장을 돌며 진을 빼는 일도, 담임에게 눈째림을 당하는 일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제가 따로 벌을 줄 수도 있는데 운동장 뛰고 온 아이들에게 담임이 또 벌을 주게 되면 '이중처벌'이라는 아이들 예리한 건의가 일리가 있기도 하거니와 아침부터 이렇게 지나친 벌을 받으면 맥이 다 빠져서 그날 하루 공부하는데도 지장이 있을 것 같아 담임이 벌주는 건 자제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이렇게 점점 지각이 늘어나면... 담임으로서 대책을 강구해보아야 하겠지요?
(4월 지각쟁이들은 성적표에 있는 가정통신문 난에 따로 횟수를 기록해두었습니다. 부모님들, 함께 지도해주세요.)
휴~ 드디어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길고 지루한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참! 함께 보내드리는 성적표 확인하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음... 제 경험으로는 성적에 관해 지나친 꾸중을 하기보다는 잘한 과목에 대해 많이 칭찬해주시고 공부하는 방법 등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듯이 저 역시 늘 아이들의 좋은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6월 편지 드릴 때까지 건강하십시오.
2006. 5. 24. **고등학교 2학년 *반 담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