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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망가
강상준 지음 / 로그프레스 / 2014년 9월
평점 :
만화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다 - 위대한 망가 _ 스토리매니악
만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내가 어렸을 때도 좋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좋지 않다. 다행히 근래에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그 인식이 조금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단행본으로 나오는 만화에 대해서는 큰 인식의 개선이 없다. 만화를 접하기 쉬워진 젊은 세대는 그나마 이런 인식들이 나은 면을 보이기는 하지만, 사회 전반으로 볼 때에 만화는 여전히 푸대접을 받고 있다.
만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왜 부정적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단순하고 편향적인 시각으로 부정적인 점을 말하지만, 그 이유가 와 닿지는 않는다. 왜 이런 인식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내렸는지 이론적으로 사회적으로 내가 설명할 지식은 없지만, 이제 조금은 인식을 달리하여 만화를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부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화를 조금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왜 만화를 부정적으로 보는가에 대한 반박이나, 만화의 재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만화를 선별하고, 각 작품을 소개, 분석, 비평하고 있다. 만화를 소개함으로써 관심을 갖게 하고, 만화를 접하려는 이들에게 이런저런 만화를 추천해 주는 듯하다.
솔직히 말해 상당히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많다. 내가 아는 만화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내가 잘 몰랐던 만화들이기도 했다.저자가 들려주는 만화에 대한 소개와 만화가 담고 있는 의미들, 그리고 이를 자신의 생각으로 하나하나 평해 놓은 것을 보며,각 만화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 특히, 몇몇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만화에 이 정도의 깊이를 담을 수도 있구나 싶어 놀랬고,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각 만화에 대한 비평의 깊이나 저자만의 관점은, 이 글을 읽는 사람마다 평하는 바가 다를 듯 하다. 이론적인 비평에 치우쳤다기 보다는 저자만의 주관이 더 뚜렷이 투영된 부분도 있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그런 관점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점이 있었다. 내가 보는 이 만화에 대한 모습과, 저자가 보는 이 만화에 대한 모습이 다름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고, 몰랐던 부분을 채워주는 부분도 나름 유익하다.
작가의 작품 선별 기준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첫째, 지금 우리 시대 독자들이 찾아 읽을 수 있는 만화일 것. 둘째, 과거의 독자들이 아닌, 우리 시대 독자와 어울려 다음 세대 독자들에게 필요한 만화일 것. 셋째, 과거의 평가와 무관히, 우리 시대 독자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만화일 것.>. 저자는 이 같은 기준을 통해 '선별한 작품들이 고전으로 평가 받는 만화들로 도배된 고루하고 뻔한 리스트를 피할 수 있었다.' 고 말하고 있다. 이 말에 상당히 공감한다. 수록된 작품들을 보면 2000년대 이후의 작품들도 꽤 보이는데, 이를 통해 저자가 말하는 만화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이라는 의미가 충분히 이해 되었다.
만화를 단순한 오락거리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지만, 만화도 나름의 미디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만화를 보다 보면 그 철학적 깊이나 사회상의 반영 등에 놀라곤 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만화 특유의 장점으로 가볍게 풀어 낸다. 이는 다른 어떤 매체도 가질 수 없는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국내 작품 중에 <타짜>, <미생> 같은 작품만 보아도 이러한 장점을 충분히 담아낸 걸 볼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만화들이다. 그 만화를 즐기고 평가를 달리하기 위해 이 책을 좋은 가이드로 삼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리스트를 들고 하나하나 읽어 나가는 재미도 쏠쏠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