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연극 을유세계문학전집 130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이 지음, 홍재웅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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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재연. 삶은 아픔. 아름다운 모든 것은 진흙탕 속으로 내려가나니… 인생는 어렵고 사랑으로 모든 것이 극복 가능하다고 스트린드베리이 희곡 속 인물들은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 인생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데 어쩐지 천국은 잠깐이고 지옥이 더 길어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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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12 0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유진 오닐, 당신이 더 천재야….

독서괭 2024-01-12 07:40   좋아요 4 | URL
울며 뛰쳐나가는 아우구스트

잠자냥 2024-01-12 08:46   좋아요 2 | URL
괜찮아 다른 사람들이 천재라고 해주니까 ㅋㅋㅋㅋㅋ 나한테 유진이 더 천재로 보일뿐

은오 2024-01-12 09: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잠자냥님의 사랑으로 극복중

잠자냥 2024-01-12 09:33   좋아요 2 | URL
뭘 곰탱아 ㅋㅋㅋㅋ

은오 2024-01-12 09:5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삶의 아픔... 인생의 어려움...

단발머리 2024-01-12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적으세요. 유진 오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도 안 읽은 유 진 오 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2 09:3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 유진 오닐이 스트린드베리이 천재라고 칭찬했다고 해서 읽었는데,
유진 오닐 참 겸손한 사람이네요. 그것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으로의 긴 여로>부터 시작!!

공쟝쟝 2024-01-13 19:36   좋아요 2 | URL
유진씨는 잠자냥이 하도 추천해서 나도 읽었는데 말입니다!! 일단 짧았고// 좋은 작품이었다..!!!

단발머리 2024-01-12 09: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 진지하게 ㅋㅋㅋㅋㅋㅋ 진지한 잠자냥님 글 읽고 싶은데, 읽다가 밑에 은바오님이랑 꽁냥꽁냥 댓글 읽다보면 내용을 다 잊어버려요.
인간적으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른쪽에 카테고리 하나 만들어줘요. 카테고리명 : 은바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2 09:3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하게 읽다가 지치면 댓글 보고 다시 올라가서 읽으세요. ㅋㅋㅋ
카테고리 은바오를 만들라고요?! 헐... ㅋㅋㅋㅋ 너무 티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4-01-12 15:56   좋아요 3 | URL
맞아요 ㅋㅋㅋ 진지하게 감동하며(어쩜 이리 잘 쓰실까) 읽어내려왔는데 댓글에서 ㅋㅋㅋㅋㅋ

은오 2024-01-12 16:10   좋아요 3 | URL
아니 단발님 쿨캣님
저도 진지한데 왜그러시죠?
얼마나 애절한데...... ㅠㅠ

잠자냥 2024-01-12 16:1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하게 읽고 나서 웃고 가고 좋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
리뷰도 읽고 드라마도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1-12 21:39   좋아요 2 | URL
아낌없이 주는 은잠나무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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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은 출판할 수 없습니다
“1880년 4월 어느 날 오후, 수위인 안드레이가 내 사무실로 들어와서 편집부에 어떤 신사가 와서는 편집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체호프의 <샤냥이 끝나고>는 자못 흥미로운 문장으로 시작한다. 편집부에 어떤 신사가 찾아왔다는 문장 자체에 나는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윽고 이 편집장은 귀차니즘과 불만에 쌓여 투덜대듯이 수위 안드레이에게 대답한다. “다음에 오라고 해주게. 오늘은 내가 바빠. 편집장 면담은 토요일만 가능하다고 하게.” 그렇지, 잘한다. 그래도 아무나 찾아와도 토요일에는 만나주는구나 싶은데, 다시 수위가 말한다. “그 사람은 편집장님을 뵈러 사흘째 오고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거의 울 것처럼 부탁하더군요. 토요일에는 시간이 없다고.”

사흘째라니 어허라. 이런 귀찮은 인간. 안 봐도 뻔하다. 자기가 쓴 글을 봐 달라고, 출판해 달라고 하는 것이겠지. 편집장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고 펜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들어오라고 하시겠어요?” 착한 사람이로군. 이윽고 편집장의 심정이 묘사된다. 나는 여기서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집의 비밀에 문외한인 초보 작가들이나 일반적인 사람들은 ‘편집부’라는 단어에 떨리는 외경심을 느끼고서 한참을 기다려야 모습을 나타낸다. 그들은 편집장이 ‘들어오라’라고 한 후에도 한참 기침을 하고, 한참 코를 풀고, 천천히 문을 열고, 그보다 더 천천히 들어오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다.”(7쪽)

나는 이 소설의 시작 부분, 체호프의 묘사에 빨려 들어가며 이 작품에 크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작품은 액자식 구조겠군, 편집실을 사흘 연속 찾아온 저 신사가 편집장에게 출판을 부탁하면서 놓고 가는 원고, 저 원고가 이 작품의 진짜 이야기겠군. 편집장은 문제의 이 원고를 읽고 출판하자고 결정할까 아닐까? 과연 어떤 원고이기에 저토록 간절히 출판을 원하는 것일까. 대작일까? 아니야 대작이면 이미 다른 곳에서 받아줬겠지.... 저렇게 무턱대고 찾아오는 인간들 진짜 싫다. 요즘에야 이메일로 투고하거나 편지를 보내지만 직접 찾아와서 생떼라도 부리면 정말 곤란하겠군. 거절하는 것도 큰일이다..... 소설 속 편집장에게 심정적으로 크게 공감한다. 거절했을 때 쌍욕을 퍼붓거나 품속에서 칼이라도 꺼내 협박하면 어쩐담? 그것참....

이것은 나의 기우만은 아니다. 최근 읽은 <하필 책이 좋아서>에도 이런 걱정을 하는 이가 나온다. ‘출판계는 충분히 안전한가’라는 글에서 소설가 정세랑은 자신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에 따르면 약속 없이 찾아와 자기 책을 내달라고 주장하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떠나지 않는 불안정한 사람들도 있었다는데 그렇게 받은 원고가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오던 욕설 전화와 성희롱 전화들에 대해서는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괴로워한다.

정세랑이 말했듯이 출판사는 방송국과 신문사 다음으로 문제적 인물들이 잘 찾아오는 곳이다. 방송국은 보안이 잘 되어 있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출판사는? 대다수 출판사가 아무나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이다. 내가 다니는 곳도 그렇다. 아무나 들어와서 몇십 분 동안 떼를 쓰기도 한다. 책을 직접 사러 왔다고 하면서 둘러보는 척하다가 본인도 책을 내고 싶다고 원고 이야기로 돌변하고는 나가지 않기도 한다. 범죄 경험을 출판하고 싶다고 재소자들로부터 끊임없이 편지가 오기도 한다. 이럴 때 잘못 대응하면 편지를 보낸 사람이 출소 후 출판사로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고 말하는 동료 편집자도 있다. 투고 원고에 제대로 코멘트를 해주지 않는다고 몇날 며칠 떼를 써서 참다못해 불쾌한 기분을 드러내며 차갑게 답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급기야 그 사람은 회사로 전화를 걸어 생떼를 쓰다가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9년 일본에서는 쿄애니 방화 사건으로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방화범은 쿄애니에서 주관한 공모전에 소설을 제출했는데 그 원고를 쿄애니측에서 표절했다며 불을 질렀단다. 그러나 쿄애니측에서 찾아보니 아무런 유사성이 없다고 한다. 정세랑의 글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에서도 자신의 책을 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 출판사에 시너를 뿌려 방화를 시도한 사건이 있다고 한다. “책은 느린 매체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첨예한 생각들을 담는다. 첨예함은 때로 폭력적인 이들의 주의를 끌고 만다. 상상하기 싫은 사람들이 상상하기 싫은 일들을 저지르려 할 때, 더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필 책이 좋아서>, 47쪽)라는 정세랑의 말은 출판사뿐만이 아니라 책을 좋아해서 읽고 쓰는 모든 이들이 생각해 볼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사냥이 끝나고>의 편집장도 어쩐지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문제의 신사를 편집실에서 맞이한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넣으며 준마처럼 품이 단단한 이 신사는 몸 전체에서 건강한 기온과 힘이 풍겨난다. 나이는 마흔 살쯤. 무엇보다도 편집장이 보기에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큼 굉장히 잘 생겼다. 큰 근육형 얼굴, 그리스인 같은 매부리 코, 얇은 입술, 그리고 아름다운 파란 눈의 그 얼굴…. 이 남자의 이름은 ‘카뮈셰프’. 작가 지망생으로 현재 특별한 직업은 없다. S현에서 예심 판사로 5년 넘게 일했지만 돈도 모으지 못하고 결백도 지키지 못했다며 이 원고를 출판해준다면 자신을 크게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봉투를 내민다. 그 원고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는 그 잘생긴 외모에 예심 판사로 일하면서 왜 돈도 모으지 못하고, 심지어 왜 결백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의 이 원고는 과연 출판될 수 있을까?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인지라
카뮈셰프의 원고는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그는 ‘세르게이’라는 인물로 불린다. 세르게이 또한 잘생겼고 직업이 예심 판사이다. 그런데 그는 대개의 러시아 작품 속 남성 인물들이 그렇듯이 심하게 술에 기대어 살고 있다. 그는 백작 ‘카르네예프’와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데 말이 좋아 허물없는 친구 사이, 절친이지, 둘 다 똑같은 술주정뱅이 알코올 중독자다. 사람들은 세르게이(즉 카뮈셰프)가 대체 왜 이 백작, 신분은 백작이지만 거의 쓰레기나 다름없는 방탕아와 가까이 지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하인 폴리카르프도 주인이 그 쓰레기와 어울리면서 항시 술에 취해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잔소리와 욕설을 퍼붓는다. 술에 젖은 세르게이는 폴리카르프의 욕설도 잘 들리지 않는지, 아니면 하인의 욕을 즐기는 마조히스트인지 그냥 내버려둔다(이 인간을 한국의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국밥집에 보내면 굉장히 즐거워할 것 같다).

어느 날, 백작의 초대를 받은 세르게이는 그런 썩을 놈과 어울리지 말아라, 그런 인간과 어울리는 네놈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등등의 욕을 하인으로부터 한바가지 퍼먹고도 백작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문제의 여인, 올가를 맞닥뜨리게 된다. 올가는 백작의 영지 산림 관리인 ‘니콜라이’의 딸로 이제 열아홉 아름다운 금발머리의 아가씨이다. 올가를 본 세르게이의 가슴속에 고상한 감정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는 숲과 5월의 저녁, 반짝이기 시작한 저녁별 속에서 올가를 시인의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었노라고 쓴다.

그런데 문제는 아름다운 존재의 그 아름다움은 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으니. 이 현장에 같이 있던 백작 카르네예프 또한 올가를 바라보면서 군침을 흘린다(진짜로 입맛을 다심-_-;). 침을 흘리다 못해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저렇게 앳된 얼굴에 저렇게 성숙한 몸매라니!” 세르게이는 이 말을 듣고 ‘어린 시절부터 여성을 존중할 줄 모르고 타락한 짐승의 관점에서만 그들을 봐온 백작’이라고 그의 벗을 묘사한다. 결국 올가라는 여성을 두고 절친-아니 보드카친구인 세르게이와 카르네예프 두 남자가 벌이는 한바탕의 치정극인가 싶은데 여기에 또 한 남자가 등장한다. 백작의 영지 관리인인 ‘우르베닌’이 바로 그. 이제 쉰 살에 접어든 이 늙은이는 두 젊은 남자가 올가를 보면서 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벌벌 떤다. 그는 왜 공포에 짓눌리는 것일까? 그 두려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눈 밝은 독자라면 이 늙은이 또한 열아홉의 이 아가씨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저마다 김칫국 한 사발씩 크게 들이켜고 있는 이 세 남자. 올가의 꽃다운 나이에 비하면 이 추잡한 세 늙은이들의 꿈과 야망(?)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이 작품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게 된다. 올가가 셋 중 가장 잘생긴 세르게이도 아니고 부유한 백작도 아닌 애 딸린 중늙은이 우르베닌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아니 대체 왜? 싶은데 올가는 올가 나름대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보드카친구 두 남자들은 올가에게 군침만 흘렸지 술에 젖어 나날을 보내느라 정신없었는지 그녀에게 이렇다 할 구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형국에 올가가 자신에게 마음을 내보인 우르베닌을 선택한 것은 당연........(하지는 않아, 올가야, 제발 구렁텅이에서 나와!)하리라.

헌데 더욱 흥미로운 일은 올가와 우르베닌의 결혼식 날 벌어진다, 기쁨에 겨울 신부가(그럴 리가 -_-) 신랑과 키스하라는 백작의 짓궂은 요청에 마지못해 중늙은이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이제야 자신이 현실을 깨달았는지(키스가 별로였던 게 틀림없어....) 연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새신랑 아니 헌 신랑을 비롯해 하객들은 당황하기 시작하고, 올가의 심리를 알아차린 세르게이는 신부를 찾아오겠다는 핑계를 대고는 그녀를 따라 나간다. 그러고는 정원 외딴 곳에서 거의 울상인 올가를 찾아내 갑자기 열렬히 구애를 하는 게 아닌가. 이 결혼은 잘못되었다! 너는 나와 결혼해야 한다! 나랑 살자! 엥? 그렇게 간절했으면 어제하지 그랬을까? 다른 남자와 결혼한 그날, 이런 고백을 퍼붓는 이 남자의 심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올가조차 어리둥절하다. 사실 세르게이만이 아니라 백작조차 올가가 우르베닌과 결혼하여 유부녀가 된 후로 더 눈독을 들인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고찰해보자. 정말로 똑같은 크기로 잘라 나눠준 떡인데도 인간이라는 욕심덩어리 존재의 마음속에서는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보다는 누군가, 임자 있는 사람, 타인이 먼저 찜해둔 사람이 더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남의 것이기에 더 탐이 나는 것일까? 진짜 보석이 길에 굴러다니고 있으면 그것은 모조품취급을 받기 십상이지만 가짜 보석이 휘황찬란한 백화점 진열창에 놓여 있으면 진짜라고 믿어버리는 그런 심리일까? 골키퍼 없는 골대에 골을 넣는 것은 재미도 없고 심심하므로 골키퍼 있는 골대에 공을 뻥뻥 차고 싶은 그런 심리인 것일까? 남의 것을 빼앗고 싶은 욕망에 불타는 이 두 남자는 그제야, 올가가 남의 여자가 된 후에야 강렬한 욕망에 불타오른다. 빼앗자!! 그래서 이 두 남자 중 누가 올가를 차지하게 될 것인가? 과연 빼앗는 데 성공할까?

블랙아웃 또는 믿을 수 없는 화자
주취감형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술에 취한 상태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벌을 감형한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고 만취하면 심신장애 상태가 되므로 정상참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블랙아웃, 즉 과음으로 인한 단기 기억 상실 현상을 가끔 경험해 본 자로서 고백하자면 블랙아웃 상태에서 저지른 행동에는 분명 의사를 결정하거나 책임 능력에서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아직까지도 내 인생에서 풀리지 않는 블랙아웃이 하나 있는데, 대학생 시절, 선배들의 부추김으로 술 빨리&많이 마시기 내기가 붙은 적이 있다(어리석은 자들이여 이런 거에 놀아나지 말지니....) 다들 떨어져 나가고 한 여자애만 남았는데 그 애를 이기려고 잔뜩 마셨고 결국 내가 이겼으나 거의 인사불성이 된 나.... 정신이 그나마 남아 있던 선배들이 분명히 나를 좌석버스에 태워서 보냈다는데(내 문제는 정신이 나갈 정도로 술에 취해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는 것), 눈 떠보니 1호선을 타고 종점에 가 있었단 말이지. 여전히 술에 취해 잠든 나를 지하철 내부를 청소하던 아주머니가 혀를 차며 깨워주셨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지갑은 텅텅! 여자저차 집에 오기는 했으나 대체 왜 어디서 1호선으로 갈아탄 것인지 왜 1호선을 탄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그 시절 살던 집이 1호선 라인에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보자면 실제로 블랙아웃이 된 상태에서 그가 저지른 행동을 정상적인 상태와 똑같이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자신이 불리한 행동이나 옳지 못한 행동을 해놓고 술에 만취했다고, 즉 블랙아웃 상태로 꾸며낸다면? <사냥이 끝나고>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작품 속의 화자(이자 소설 작성자)가 술에 절어 산다. 그뿐만이 아니라 백작까지도 보드카 없이는 살지 못한다. 목이 마르다고 보드카를 벌컥벌컥 마시는 인간들이니 혈중 알코올 농도 몇 %를 떠나서 혈액의 대다수가 알코올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애초에 이 작품을 쓴 카뮈셰프가 작품 속 자신의 분신인 세르게이를 일부러 그런 인물로 묘사했다면? 무언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려고 알코올에 젖어 살며 자주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인물로 그린 것이라면? 게다가 카뮈셰프의 소설 속에서는 자주 세르게이가 불리한 지점은 밑줄로 삭제해버리거나 알아보기 어렵게 지워낸다. 세르게이가 키우는 앵무새도 툭하면 “남편이 아내를 죽였다!” 말하는데, 앵무새는 인간이 하는 말을 따라하지, 어떤 현장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서 말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에는 “인간의 혀가 뱀보다 더 위험”(39쪽)다는 말이 나온다. 혀보다 펜은 더 그럴 것이다. 카뮈셰프의 이 작품은 과연 출판될 수 있을까.

참을 수 없는 허영의 가벼움
이토록 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이제 이 작품의 윤곽이 눈에 그려질 것이다. 범인도 대충 알 것 같고, 누가 살해당하는지도 그려질 것이다. 체호프의 <사냥이 끝나고>를 읽을 예정인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실눈 뜨고 이 리뷰를 대충 읽었거나 쓱 넘기거나 읽지 않았을 것이다(예: 술파랑). 그러나 여기까지 쭉 읽은 당신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예: 은오), 계속해서 툭 까놓고 이야기해보겠다. 이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남자 작가 쓴 작품 대다수가 그렇듯이 미소지니- 그러니까 여혐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작품에는 올가 말고도 나데즈다를 비롯한 여러 젊은 여성, 그리고 올빼미 노파까지 다양한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데 어떤 사람도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물론 남자 인물들도 거의 다 그렇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의사 ‘파벨 이바노비치’ 같은 인물은 세르게이의 비뚤어진 심성을 꿰뚫어보고 올바른 충고를 하기도 한다. 그는 세르게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병든 뇌 속에는 어떤 비열한 속임수라도 쓸 수 있는 작은 못이 튀어나와 있다.”라고.

그런데 그에 비하면 여성 인물들은 하나 같이 휘유...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체호프라 해도 이것은 참으로 한계요, 그 또한 19세기 러시아 남자인 것이다. 아무튼 그런 여성들 중 올가. 세 남자의 ‘사냥’의 대상인 올가는 허영의 끝판 왕으로 그려진다. 아니 끝판 여왕? 그렇지만 이 어리석은 여자의 인생-결혼 및 사랑을 좌지우지한 게 꼭 허영뿐만이었을까? 그녀가 단지 부유한 남자, 높은 지위를 가진 남자를 이용해 자신의 신분 상승만을 추구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뭔가 다른 강렬한 욕망, 한 사람에게만 안착할 수 없는 불안정한 심리, 자라온 환경에서 비롯된 한 집안 또는 한 남자에게만 속하는 갇힌 상태를 거부하는 심리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내면이 그녀를 그렇게 몰아간 것은 아닐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훨씬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152쪽)라는 구절이 이 작품의 핵심을 말해준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범죄가 일어나는지보다 이 복잡한 인간 심리의 풍경을 묘사하고 싶었던 게 체호프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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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10 15: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ㅁㅊ 뭐야 왜케 길어...ㅠㅠㅋㅋㅋ

은오 2024-01-11 03:28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리뷰는 장장익선입니다.

잠자냥 2024-01-11 06:56   좋아요 1 | URL
이러다 A4 20장 올라오고….. 이웃 다 떨어져나가고 ㅋㅋㅋㅋㅋ

은오 2024-01-11 15:00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독점 개이득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 아니고 잠자냥님의 글은 널리 퍼져야하니 흠.. 이정도 길이로 만족하는 법을 연습하겠읍니다ㅠ

망고 2024-01-10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술 빨리,많이 마시기 대회 1등 하셨어요?😱이 리뷰에서 제일 인상깊은 부분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0 15:2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주 500cc 원샷을 몇 잔씩 ㅋㅋㅋㅋㅋㅋ 휴... 제가 술을 잘 마시기는 합니다.
그것도 좀 소싯적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도 못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흠

단발머리 2024-01-1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는 저도 오래 연구해보았습니다만 그 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걸 아이들에게 적용할 때는... (항상 누나 빵이 더 크다고 하는 아이들 있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가 빵을 가르고, 네가 선택해! 라는 방법을 ㅋㅋㅋㅋㅋㅋ 쓰라고 하대요. 저희집도 그렇게 했더니 잠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올가를 나눌 수는 없는 법. 이건 그냥 경험해 보지 않은, 처음 본, 그리고 이제 영영 다른 사람의 것이 되어버린 존재, 특별히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욕망 같은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을 찾아 읽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은데, 잠자냥님 페이퍼 읽고 나니 넘 궁금하네요. 도대체 올가의 최종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잠자냥 2024-01-10 17: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누나 빵은 왜 더 커 보이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심리인지 알 거 같기도 합니다.

올가가 결혼하고 나서 더 이뻐보였을까요? 그들의 복잡한 심리는 단발 님이 올해 안에 직접 분석해보시는 것으로!! ㅎㅎ

독서괭 2024-01-10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첫 문장부터 편집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 그렇군요. 소설은 이렇게 시작해야겠군요? ㅎㅎㅎ
아니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출판사 잔혹사 무엇입니까. 사람들 참 너무하네요 ㅜㅜ 범죄자들이 범죄 경험 출판해달라고 하는 거 진짜 넘나 무서울 것 같아요...
그 와중에, 그렇다면 아무 출판사나 들어가서 ˝이 출판사에 잠자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오지 않으면 내가 쓴 글을 출판해달라고 매일 찾아오겠다!˝라고 외친다면? 하고 상상했습니다 ㅋㅋㅋ (오싹하시죠?)

올가의 선택, 아니 그렇게 선택지가 없었을까..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허영 끝판왕이었다면 애초에 늙은 관리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예요. 흥. 이 책이 출판될지 궁금하네요~ ˝남편이 아내를 죽였다!˝도 완전 흥미진진!

잠자냥 2024-01-10 17:4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재소자들이 저희한테만 보내는 건 아닌 거 같더라고요. 어느 분 편지는
겉은 우리 회사 주소인데 안에 내용은 다른 출판사에 보내는 내용이었어요(에세이 많이 내는 곳이었음) ㅋㅋㅋㅋ

저희 회사 찾아와서 잠자냥 소리해도 아무도 모른다는 함정. ㅋㅋㅋㅋ 고양이 키우는 사람!! 이래도 별 소용 없을 겁니다. 집사들도 많아서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10 18:07   좋아요 0 | URL
잠자냥이 누군지 다른 사람들이 몰라도 잠자냥님은 양심상 모른척 못 할 걸요 ㅋㅋㅋ

잠자냥 2024-01-10 18:10   좋아요 1 | URL
할 거야!!!!😹😹

Falstaff 2024-01-10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신이 그나마 남아 있던 선배들이 분명히 나를 좌석버스에 태워서 보냈다는데˝
이런 새끼들은 선배가 아닙니다. 부랄 뿌리를 확 뽑아버려야 마땅할 새끼들입니다. 아직까지 보는 일은 없겠지만 우연히 길에서 만나더라도 아는 척도 하지 마세요.

잠자냥 2024-01-10 17:55   좋아요 1 | URL
ㅋㅋ 사실 그 내기도 그들이 시켰어요. 제가 집에 간다고 글케 우겼답니다(이게 또 제 술버릇인데 집에는 꼭 가야 함). 암튼 그날
저랑 내기한 그 친구는 동방에서 재웠다는데… 이거도 딱히 좋은 방법 같지는 않아요. 당시 동방 학생회실 이런 데서 성추행 사건이 많았어서 -.- 제가 직접 목격하고 추행하던 남자애를 두들겨 팬 적도 있는데 ㅋㅋㅋㅋㅋㅋ 오히려 제가 나중에 무자비하게 폭력휘두른 인간으로 낙인 찍힌 적도 있습니다. 에휴 암튼 술은 적당히…

미미 2024-01-10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소자들도 편지를 보낸다니 황당하네요! 그나저나 잠자냥님 1호선 종점ㅋㅋㅋㅋㅋㅋ
저는 4병까진 끄덕 없었는데 (지금은 끄떡) 친구들과 양주 마시고 노래방에서 화장실 어딧냐고 12번인가 물어봤대요.
직원이 ˝지금 13번째 물어보시는 거 아세요?˝라고 물었을때부터 기억나는ㅋㅋㅋ
한 인지심리학자가 그러더군요. 아무리 술에 취해도 맨 정신일때 할만한 일을 한다고요.
범죄자들은 술마시면 감형이 아니라 두 배로 늘리면 좋겠어요.

잠자냥 2024-01-10 17:52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많이 옵니다. ㅋㅋㅋ 저희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요. 1호선 종점 미스터리는 진짜 풀고 싶네요…. 음 미미 님의 화장실 집착담도 재미납니다! 4병까진 끄덕 없었다고요?! 내기하고 싶네🤣🤣🤣🤣

은오 2024-01-10 2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턱대고 결혼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책을 내달라고 하다니 쯧쯧... 아니 근데 출판사가 은근 위험한 곳이었네요? 몰랐는데... 잠자냥님 살려ㅠ 괴롭히지마 내꺼야!!!!!
그렇게 과음하시고 종점까지 가신 것도 너무 위험합니다. 결혼해서 잠자냥님을 집에 가둬야겠어요. 안되겠읍니다.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

아 예: 은오 적중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0 21: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글케 조심하라고 한 거야 ㅋㅋㅋㅋㅋ 이불 밖은 위험해!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1-10 21:11   좋아요 1 | URL
서로 위험하다고 나가기만 하면 걱정하는게 완전 연인그자체ㅋ❤️

페넬로페 2024-01-10 21:13   좋아요 1 | URL
은오 님!
책을 씁시다
그럼 잠자냥님 만날 수 있을듯요
무턱대고 졸라봐요^^

잠자냥 2024-01-10 21:14   좋아요 1 | URL
은오가 꾸준히 쓰면 좀 지켜보려고 했는데 안 써요!!!🤣🤣🤣🤣

은오 2024-01-10 21:17   좋아요 2 | URL
그냥 무턱대고 졸라서 잠자냥님이랑 술마시고 결혼하려고요..

망고 2024-01-10 21:38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술대회 1등 하시는 분인데 술 먹여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접는게 좋을듯 합니다 은오님!ㅋㅋㅋ

은오 2024-01-10 21:41   좋아요 2 | URL
아 그러게요 망고님ㅠ 몰래 버리면서 뱉으면서 마셔야할까요?? 흑흑..
잠자냥님은 언제 제 떡이 될까요???? ㅠㅠ

잠자냥 2024-01-10 22:00   좋아요 1 | URL
2093 꽁꽁 언 떡 🥶

은오 2024-01-11 03:29   좋아요 1 | URL
얼빵은 맛있지만 얼떡은 먹을게 못되는데.... 떡 말고 빵으로 할게요ㅠ
잠자냥님을 얼른 제 빵으로...😋🤤

잠자냥 2024-01-11 11:03   좋아요 1 | URL
얼빵 은바오.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1-11 14:59   좋아요 1 | URL
진짜 프사... 너무얼빵하게 생겼어요ㅠ

페넬로페 2024-01-10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턱대고 자신의 책을 출판해 달라고 오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얼마나 자신이 있을까요?
아!
저도 그러고 싶네요~~

잠자냥 2024-01-10 21:15   좋아요 1 | URL
제가 보니까 글을 잘 쓰는 분일 수록 자기 글에 자신이 없고요 못 쓰는 사람일 수록 자부심 넘치더라고요!!!🤣🤣🤣

다락방 2024-01-11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미미 님 댓글에 대한 댓글을 여기에 달자면, 그 인지 심리학자가 말했던 것처럼,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그 사람이 전혀 그럴 법하지 않은 일을 하진 않는다, 그 사람이 평소에 그 성향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화가 나 있는 상태로 마셨다면 술 마시고 더 화가 나고 우울한 사람이 술을 마시면 그 우울이 더 극에 달하듯이 말이지요. 그래서 주취감형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술 마시고 (성)폭력을 저질렀다, 술김에 그랬다면, 그 사람은 그 안에 그런 성향을 가진 겁니다. 술은 자제력을 무너뜨려 그걸 강화시켰을 뿐이지요. 그래서 그런 놈들은 자기들이 술을 안마셨어야 하는 겁니다!! 게다가 폭력적 범죄는 더 말이 안되는게, 저희 엄마도 그러셨지만, ‘그렇게 기억 안날 정도로 취했다면 어떻게 발기가 되냐‘고 하셨습니다. 술핑계 대는 범죄자들 때문에 술을 사랑하는 저는 너무나 화가 납니다!!

아니 그런데, 저는 이 책 너무 재미있겠는데요?
젊은 올가가 남자들을 이용해 자기 허영을 채우려고 한건 너무 이해되고요. 왜냐하면 당시에 여자 스스로의 능력으로 뭘 얼마나 할 수 있었겠어요? 허영은 없다면 좋았겠지만 그러나 인간이란 무릇 자기만의 허영을 다 가지고 살지 않습니까. 여자가 그런 입장에 처했다는 걸 아니까 저 늙은이 세 명이 감히 달려드는 거겠지요. 으 정말 싫다 늙은 남자들... 그렇다고 젊은 남자들이 좋은 건 아니지만.....

저는 술파랑 님도 아니고 은오 님도 아니기에 ㅋㅋㅋ이 리뷰 다 읽고 이 책을 사기로 결정합니다. 저는 결정적 스포를 밟고 싶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스포 밟아도 책을 읽는 건 또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땜시롱. 저는 이 이야기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아요!! 중늙은이의 입술에 입맞추는 장면 상상돼서 너무 싫으네요. 우엑- 아아.. 입맞춤이란 무엇인가. 하아- 으 너무 싫어 중늙은이랑 입맞춤.. 으.....

잠자냥 2024-01-11 09:37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블랙아웃되고 나서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그런 상태에서 나쁜 짓을 했을 거 같지는 않거든요. ㅋㅋㅋㅋ(나름 스스로 선한 인간에 속한다고 생각함 ㅋㅋㅋ) - 다락방 님의 어머님 말씀대로 그 지경 되도록 마셔놓고 발기되는 것도 웃기고요. ㅋㅋㅋㅋㅋ 주취감형/심신미약으로 형 감량해주는 거 정말 반대입니다. 저 위에 폴스타프 님 댓글에 제가 댓글로 단 사건(성추행)을 저지른 그 남학생도 술에 취해서 자기도 모르게 그랬다고 해서 저한테 더 두들겨 맞았어요. 그런 중에도 평소 자기가 호감 느끼던 여학생 옆에 가서 누워서 술취해 자는 척하다가 그런 짓을 했다니 말이 되나요? -_-? 휴.......

ㅋㅋㅋㅋㅋ 이 책 100자평으로는 지루하다고 해놓고 리뷰로는 재미나 보이게 쓴 잠자냥...ㅋㅋㅋㅋㅋ 뭐야 닫힌교회열림도 아니고 ㅋㅋ 이 출판사에서 어처구니 없어할 듯. 저는 추리소설이라는 소개 보고 기대를 너무 했던 거 같아요. 그런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자목련 2024-01-1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 찾아오는 사람, 놀랍네요. 과거에나 그런 줄 알았는데, 어디든 외부인은 무섭습니다. ㅎ
아, 인간의 마음이란...

잠자냥 2024-01-11 11:05   좋아요 0 | URL
저희 회사한테만 그러나 싶었는데 아닌 게 더 놀라웠어요! ㅋㅋㅋ
정세랑 작가는 도심에 있는 출판사보다 파주 출판단지가 더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럴 거 같기도 하고, 아닐 거 같기도 하고.. 근데 거기까지 마음먹고 가는 사람들이라면 더 무서울 거 같기도 해요.

coolcat329 2024-01-11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 조금 당황했어요. 글을 꼼꼼히 다 읽었는데 누가 살해당하고 범인인지 모르겠어서...ㅋㅋㅋ
저는 이제 스포 알고 읽는 게 더 재밌더라구요.
이 책 안 읽으려고 했는데 리스트에 올려놔야겠어요. ㅋ

근데 우리나라가 참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한 거 같아요. 술마시고 낯선 곳에서 자도 무사한 사람들 주변에 많거든요. 잠자냥님 술도 세고 못하시는 게 뭔가요? 👍

잠자냥 2024-01-11 16:08   좋아요 1 | URL
ㅋㅋㅋ 다행입니다. 그럼 이 책을 더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술마시고 낯선 곳에서 자도 무사한 사람들이 쿨캣님 주변에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수학이나, 숫자, 기계 앞에서 멍해집니다 ㅋㅋㅋㅋ

구단씨 2024-01-1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궁금했던 책이라 리뷰를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출판사의 출판 거절을 하는 일이 정말 스트레스일 것 같기는 해요.
일상에서도 거절하는 일이 생기는 게 정말 불편하고 괴롭거든요.
예전에 나온 책, <소설 거절술>이라는 책도 있는 걸 보면, 정말 출판 거절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네요.
 
여자의 빛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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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죽을 여자와 실어증에 걸린 남자, 이들을 사랑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두 남녀가 만나 빚어내는 하룻밤 이야기. 믿고 살 만한 것, 붙들고 살 그 무엇은 여자의 빛, 사랑의 빛인가 싶지만 그 사랑은 이토록 불안정하니 생이 쓸쓸하구나. 오랜만에 로맹 가리의 우울&섬세한 문장에 흠뻑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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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10 07: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14년에 읽고 이 문장에 밑줄 그어놨네요.

˝상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마련이라오.˝ -p.107

˝미셸, 인공호흡으로 급할 때 목숨은 구할 수 있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숨을 쉴 순 없어.˝
˝그다음에 살기 시작하는 거야. 지금으로서는 기회에 기회를 줘보자고. 모두들 고독하다고 외치는 시대야. 아무도 사랑을 외치지 않는다고. 고독을 외친다는 건 곧 사랑을 외치는 건데 말이야.˝ -p.130


책 내용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런 문장들을 보면 여전히 좋아요. 역시 기록은 의미가 있습니다.

잠자냥 2024-01-10 10:45   좋아요 1 | URL
밑줄 그을 문장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포기.........ㅋㅋㅋㅋㅋㅋㅋ
주인공들이 우리 또래라 더 공감 푸하하.... 근데 왜 흰머리 많은 걸로 묘사해..ㅠ.ㅠ

자목련 2024-01-10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카테고리 냥이들 넘 귀여워요!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알려주셔도 못할 것 같기는 한데...

잠자냥 2024-01-10 10: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발견하신 분 등장!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이거 은오 서재 보고 오잉? 해서 연구해서 바꾼 거랍니다.
은오 서재 보셨어요? 거기엔 판다가... ㅋㅋㅋㅋ

관리자 모드 카테고리관리에서- 그룹명 넣는 곳에 텍스트 대신 이모지를 넣는 것인데요, 이 이모지는 인터넷에서 ˝이모지˝를 검색해보세요. 그래서 원하시는 이모지를 복사해서 그룹명 자체에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지금 해보세요. ㅋㅋㅋ 자목련 님은 뭘로 하실지?! ㅋㅋ

잠자냥 2024-01-10 10:54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이나 브라우저 환경에 따라서 이모지가 조금씩 달라보이는데요. 그것도 재미납니다...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0 11:0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맞혔다! 커피로 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1-10 11:00   좋아요 2 | URL
친절한 잠자냥 님^^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스마트폰으로 변경했어요. 책으로 하고 싶은데 책은 없고.
딸기로 했다가 커피로~~
종종 바꾸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자목련 2024-01-10 11:02   좋아요 2 | URL
앞으로 은오 님 서재를 예의주시 ㅋㅋㅋ

은오 2024-01-10 14:14   좋아요 1 | URL
자목련님 서재에 지금은 푸딩이! ㅋㅋㅋㅋㅋ 귀여워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저희 너무 서로 약혼자다 티내는거 아니에요?! “놀이기록”도 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잠자냥님께 관심 보이는 경쟁자들이 커플서재 보고 포기하겠군요ㅋ 만족스러운 은바오

잠자냥 2024-01-10 15:03   좋아요 1 | URL
바꾼 지 오래되었다... 방학 후 은바오 노트북 안 켠 거 다 티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이기록 ㅋㅋㅋㅋ 알아차리는 은바오.

독서괭 2024-01-10 17:03   좋아요 1 | URL
오오 그런 게 있었다니, 신기하네요!!

은오 2024-01-10 20:15   좋아요 2 | URL
근데 노트북 켜도 제 페이퍼 쓸때 제 서재에나 접속하지 알라딘은 거의 폰으로만 해서...ㅋㅋㅋㅋ 말 안해주셨으면 퀴즈대회 때문에 본격적으로 노트북 켜고 잠자냥님 서재 뒤질 때에야 발견했을지도....🤣 약혼자가 이 정도도 못 알아차리면 되겠습니까!

괭님/ 저는 그냥 아이폰(맥북)에 있는 기본 이모티콘으로 바로 했어요! ㅎㅎ 별거 아니었다는 ㅋㅋㅋ

은오 2024-01-10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제 사랑은 불안정하지 않은데.... 영원을 보장하겠읍니다.

잠자냥 2024-01-10 21:08   좋아요 1 | URL
ㅋㅋㅋ 1년 뒤에 보자…. ㅋㅋㅋㅋㅋ
서재에서도 사라질지도?! 🤣🤣🤣🤣

은오 2024-01-10 21:11   좋아요 1 | URL
2025년엔 인정해주실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0 21:13   좋아요 1 | URL
으음…🤔

은오 2024-01-10 21:14   좋아요 1 | URL
은바오 은근 순애보예요
전에 말한 가수 거의 10년을 좋아했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0 21:19   좋아요 1 | URL
인터넷(온라인)의 빛과 공백을 아는지라… 😹

은오 2024-01-11 03:08   좋아요 0 | URL
주소 알려주시면 옆집으로 이사가겠읍니다.

잠자냥 2024-01-10 22:03   좋아요 1 | URL
아 이거 아까 비밀 글 잘못 눌렀던 건데 ㅋㅋㅋㅋㅋ

은오 2024-01-11 03:2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귓속말 하시는 줄 알고 이어폰 빼고 귀 갖다댔잖아요

은오 2024-01-11 03:25   좋아요 1 | URL
아니 근데!!!!!!!!!!!
갑자기 좀 화나는데
잠자냥님 지금까지 이렇게 온라인에서 알콩달콩하신적이 많습니까?????
그러다 누가 떠나가서 허전해하셨고요????????
질투나서 잠못자겠어요

잠자냥 2024-01-11 07:51   좋아요 1 | URL
눈 뜨고 자는 거 다 보인다 자하르야
 
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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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범죄소설을 읽은 것에는 만족하지만, 그가 범죄소설까지 잘 쓴다고 동의하기는 어렵구나. 초반부터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범인이 누구일지 다 알 수 있다. 인간 심리를 꿰뚫어보는 문장들은 빛나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루하다. ‘폴리카르프‘처럼 독특한 캐릭터를 발견한 것은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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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1-09 0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미 잠자냥님을 발견한 기쁨을 누리는중ㅋ

이거 출간된거 저 오늘 보고 잠자냥님 생각했는데 100자평이 딱 올라오다니! ㅋㅋㅋ

잠자냥 2024-01-09 07:03   좋아요 1 | URL
여기 약간 자하르 같은(?) 하인 등장하는데…. 사이코패스 주인에 사디스트 하인 ㅋㅋㅋㅋ 주인한테 툭하면 욕 퍼부음. (저 인상 깊다는 캐릭터)

암튼 어여 자라 자하르야.

은오 2024-01-09 19:3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운 자하르는 그래도 욕은 안했는데 ㅋㅋㅋㅋㅋㅋ 매운 자하르닼ㅋㅋㅋㅋ

다행히 7시엔 자고 있었읍니다.
잠자냥님 생각에 잠이 안 와서 늦게 잤는데
책임지세요

잠자냥 2024-01-09 20:38   좋아요 1 | URL
😹 나 닮아가서 점점 거짓말도 잘함…

은오 2024-01-10 14:07   좋아요 1 | URL
사랑하면 원래❤️

새파랑 2024-01-09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호프도 지루하긴 하군요. 나의 희망 체호프! 제목이랑 표지는 멋진데...

잠자냥 2024-01-09 07:04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재미있게 읽을 거 같아요. 저도 초반은 웃기고 재밌었는데……. 12월 말에 시작해서 이제 끝나다니(중간에 막 다른 책 읽음 ㅋㅋㅋㅋ) 체호프치고는 좀 의외였어요. 그에겐 너무 길었나 ㅋㅋㅋ

coolcat329 2024-01-09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체홉이 범죄소설을 썼다니 놀라워요. 초반에 범인을 알 정도라니 왜 그러셨을까요?ㅋㅋㅋ

잠자냥 2024-01-10 10: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사실 이 작품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리뷰를 곧 올릴 것 같은데, 읽고 판단해보세요. ㅋㅋ

독서괭 2024-01-1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완전 흥미진진인데요. 지루하다니. 흠.

잠자냥 2024-01-10 18:11   좋아요 1 | URL
범죄에 방점을 두지 않으면 괜찮아요. ㅋㅋㅋㅋ

케이 2024-01-1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체호프님에게도 흠이 있었군요...별로라고 쓰셨지만 궁금하네요. 어떨지.

잠자냥 2024-01-18 20:29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래도 재미나니 어깨 좀 나으시면 꼭 읽으세요!
 

‘윤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은 이 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윤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바보 같고 어리석은 시대 같다. 이 땅에서 인간으로 태어나 윤리적으로 살아갈 것을, 즉 인간답게 살아갈 것을 고민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현대의 대다수 사람들은 잘 사는 것은 곧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 생각한다. 돈이 많은 것이 결국 성공의 지표이다. 그런데 잠깐만 생각해 보자. 인간으로 태어나 한평생 돈벌이에만 집착하고, 재물을 많이 쌓았지만 결국에는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하는 생이 과연 행복한 삶, 아니 괜찮은 삶일까? 탐욕적인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 정치인이 피습을 당했다, 그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충격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아무리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싫은 사람이라지만 죽이려고 계획을 짜고 그것을 실제로 행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덕 기준이 망가진 것이다. 한편으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범죄를 저지른 사람, 허구한 날 유튜브만 본 게 아닐까? 나는 유튜브를 싫어한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싫지만 대게는 2차 가공한 정보를 말하면서 그것이 진리/진실인 양 주장하는 게 싫다. 무엇보다 그 모든 떠듦과 주장이 돈으로 환산되어 방송 운영자에게 꽂히는 구조가 혐오스럽다. 구독자수, 조회수, 좋아요, 후원 등등 사람들의 주의를 끌수록 돈이 몰린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탐욕적인 인간들이 몇 푼이라도 더 벌려고 자극적인 말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일단 질러보는 것이다. 그 탐욕의 절정, 결정체가 먹방이다. ‘Mukbang’이라는 영단어가 한국어 그대로 옮겨 썼다는 점도 참 의미심장하다.

나와 달리 집사2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그래야 현실의 고통을 잊는다나). 공포영화나 공포방송을 즐겨 보고/듣다가 요즘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 폐인이 되어서는 이 프로그램을 정주행하고 있다. 나는 이 방송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인간의 온갖 추한 모습만 나열되어서 보고 있으면 괴롭다) 그래도 가끔 집사2 때문에 옆에서 볼 때가 있다(그렇지만 얼마전 내가 “김상중하고 셋이 같이 사는 거 같아.........”라고 말했더니 그 이후로 내 앞에서는 안 보려고 자제). ‘그알’에서 다루는 사건의 대다수도 결국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살인/강간/사기이다. 돈과 치정이 주된 살인 동기인데, 치정도 결국 인간이 다른 인간을 소유하고 제 마음대로 하려는 의지에서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면 일종의 탐욕에서 비롯된 악행이다. 사기를 치는 인간은 물론이고, 대체 왜 저렇게 당하는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들여다보게 되는 사람들도 결국은 탐욕에 눈이 멀어 사기를 당한다(작은 돈을 투자해서 큰돈을 벌려는 욕심/ 신에게 작은 돈을 헌사하고 현세 또는 내세에 잘 살아보려는 욕심 등등). 방송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욕심이 많아서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질 정도이다. 허영, 허세, 욕심 많은 인간이 싫다. 재미나게도 이 3종은 떼려야 뗄 수 없이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는 너는 욕심이 없냐고. 물론 나도 있다. 책을 많이 더 사고 싶고, 요즘에는 그 많은 책들을 짊어지고 이사 다니는 게 피곤해서(고양이들도 포함 ㅋㅋㅋ)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한다. 그렇지만 꼭 그 집이 내 소유일 필요는 없다. 책과 술에 월급을 탕진하는 나보다는 집사2가 가능성이 많아 보여서 니가 빨리 집을 장만하고 나는 이사 안 다니면 개꿀! 이런 정도의 마음가짐이다. 어차피 우리는 물려줄 자식도 없을 터라 집을 소유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장남한테 집과 땅을 물려준다고 하니 분노한 막내가 부모를 살해한 사건도 있더라. 이것도 탐욕이 아닌가. 그 재산은 부모가 평생 노력해서 마련한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장남도 막내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부모가 전 재산 기부하고 죽어도 불평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사람들이 선망하는 이른바 좋은 동네에서 좋은 차를 끌고 다니고 값비싼 음식을 먹으면서 인스타에 자랑하면서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보다는 인생에 더 가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피터 싱어의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에는 이렇게 탐욕에 절어 살면서도 그것이 성공이라고 착각하는 수많은 유명인사와 갑부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월스트리트나 IT 업계의 부자들만이 그칠 줄 모르는 탐욕에 시달렸던 것은 아니다. ‘정신의 지도자’라 명성을 얻었던 ‘오쇼 라즈니쉬’는 장난감을 수집하듯이 롤스로이스를 무려 90대 넘게 수집했다. 취미라고? 기행이라고? 탐욕이다. 그렇게 부를 쌓은 삶이 그래서 행복한가? 이 책에서는 이토록 탐욕스럽게 부를 쌓았지만 궁극적으로는 대체 자신이 왜 살고 있는지 방향을 잃은 사람들의 사례도 등장한다. 싱어는 루소의 말을 빌려온다. 루소는 일찍이 “우리가 이 같은 자연 상태에서 쫓겨난 것은 사유재산 제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둘 수 있게 되면서 내가 가진 것을 남이 가진 것과 비교하고 내가 가진 것으로 남을 이기려는 욕망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루소는 “욕망의 확대가 불평등뿐 아니라 증오와 사회 갈등, 노예제, 범죄, 전쟁, 사기를 비롯하여 현대 생활의 온갖 폐단을 낳았다”(71쪽)고 말했고 싱어는 이 말을 빌려와서 흥청망청의 끝은 결국 비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대다수 현대인은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고 이를 탐하느라 인생을 소진한다. 그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소비사회의 사고방식에 하루에도 수천 번씩 세뇌당하여, 쾌락이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목표라고 믿고 계속해서 철학자들이 ‘쾌락주의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인 고대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싱어는 이처럼 윤리와 개인의 이익이 맞설 때 대부분의 인간이 개인의 이익을 선택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질문한다. 개인 이득과 윤리는 항상 상충할 수밖에 없는 문제일까? 이때 많은 이들이 윤리적 삶의 실천이 세상 전체에는 이롭지만 자신의 삶에는 해롭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싱어는 말한다. 그러나 그는 관점을 좀 달리해보자고 제안한다. 자기 이익을 폭넓게 바라보면 지구 환경을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변화를 환영할 것이라고 예컨대 꽉 막힌 도로에서 에어컨을 틀어놓은 자가용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쪽이 자원을 덜 소비하지만, 자원을 덜 쓴다고 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의 전반적 만족도가 줄어들까? 자기 이익에 대한 통념을 바꿔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남보다 부자가 되는 것, 전보다 부자가 되는 것 말고 어떤 삶의 목표가 있을까? 물질적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성공을 거둔 뒤 자신이 무얼 위해 그토록 땀을 흘렸나 하고 허탈감을 느낀다고 싱어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이익의 관점에서 본다면 좋은 삶에 대한 통념을 바꿔야 할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돈돈돈 하는 세상에서 윤리를 말하는 사람은 지나친 이상주의자 취급을 받거나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긴다고, 바보라고, 멍청이라고 주위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기도 한다. 싱어는 이런 것들이 두려워서 윤리적 선택을 해야 함을 알면서도 결국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게 되는 인간의 속성도 언급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윤리적 선택을 일종의 기만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어떤 이익이나 보상 없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하는 진화생물학자들도 있다. 이 명제에 싱어는 반박한다. 차 한잔, 비스킷 한 조각 말고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생판 낯선 사람에게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나눠주는 헌혈자들이야말로 인간 본성을 냉소적 비판자들의 경멸에서 구해낸다고. 게다가 싱어는 무형의 보상이 있다고 해서 개인의 이타주의적 동기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는 그가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서 한 개인의 기부 행위가 순수하지 못한 의도(기부 행위 자체를 전시하거나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한, 또는 개인적 만족감에서 행하는 기부 등)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기부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한국 사회에서는 윤리적으로 행동하거나 타인을 위해 기부하는 행위를 폄하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도 많다. 위선이다, 이미지 세탁(홍보)이다, 기부(또는 선행)할 거면 조용히 하지 왜 이름을 알리고 하느냐 등등.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기부(선행)부터 하고 투덜대야 하지 않을까. 싱어는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지 않는 것부터 아이 학교에 가서 봉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의 윤리적 삶은 공동체에 대한 작은, 그러나 무수한 희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 보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상을 함께 추구하는 동지애일 수도 있고 단지 사회에서 비난을 사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타적 행동을 장려하는 보상이 무엇이든 이는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달리 보자면 ‘윤리망moralnet’이기도 하다. 윤리망이란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그들의 행동에 윤리적 배경 역할을 하는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 관계를 일컫는 것으로 윤리망은 사람들이 윤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뉴욕주립대학의 라울 나롤은 이 윤리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튼튼한 윤리망을 구축하려면 사회적 유대, 공동체 구성원의 정서적 온기, 힘든 시기에 낙오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이나 ‘보험’, 사회를 하나로 묶는 공통의 상징, 의식, 전통, 신화, 이념이 필요하다. 고립된 개인들이 이기적 소유욕으로 뭉친 집단은 튼튼한 윤리망을 구축할 수 없다. 나롤은 윤리망이 취약하면 범죄, 약물 및 알코올 남용, 자살, 가정 폭력, 정신 질환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피터 싱어는 사회 전체의 윤리망이 윤리적 삶을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해진 첫 사례로 미국을 꼽았는데 현재의 한국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싱어는 물질적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윤리적 입장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급진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제대로 된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윤리를 첫째에 놓고 정치를 둘째 자리에 놓으면 누구에게 투표하는가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하는가를 잣대로 사람들을 판단할 수 있다. 그는 묻는다.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자원 불균형에 반대한다면(그리고 당신이 부자나라 국민이라면)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또 개발도상국의 극빈층을 돕는 단체들에 소득의 몇 퍼센트를 기부하고 있느냐고, 만일 인구 증가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산아제한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느냐고, 종이를 만들려고 나무가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 쓴 종이를 재활용하고 있느냐고. 걷지도, 다리를 뻗지도 못하게 가축을 가두어두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이렇게 생산된 베이컨과 달걀을 사며 공장식 축산에 일조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이렇듯 “윤리적 삶을 산다는 것은 올바른 태도를 취하고 올바른 견해를 표명하는 것 이상을 요구”(332~333쪽)한다.

가치 있는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싱어는 더 뜨겁게 말한다. “소말리아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처지에 비하면, 프랑스의 일류 포도원에서 생산한 포도주를 맛보겠다는 욕망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고, 또 “토끼를 옴짝달싹 못하게 결박하고 눈에 샴푸 방울을 떨어뜨릴 때 토끼가 당하는 고통에 견주면, 샴푸의 품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무가치한 목표”라고. “오래된 숲을 보전하려는 욕망은 일회용 키친타월을 쓰려는 욕망보다 중요”하다고. 물론 생명을 윤리적으로 대하라는 말이 인생을 즐기거나 음식과 포도주를 음미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우선순위를 바꾸라”는 것이다. 그는 더 높은 차원의 윤리 의식이 널리 전파되면 이 세상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희망도 놓지 않는다. 인구의 10퍼센트가 의식적으로 윤리적 입장에 서서 행동한다면 이로 인한 변화는 정부의 어떠한 변화보다 의의가 클 것이라는 싱어의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101가지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들은 탐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개와는 좀 많이 다른 지점). 물론 녀석들도 동물이기에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딱 자기 양만큼만 먹고 더 먹지 않는다. 집고양이나 길고양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 길에 있는 녀석들은 굶주렸기에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다 먹어치우고도 남을 텐데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99퍼센트의 고양이가 자기 먹을 양만큼만 먹고 유유히 제 갈 길을 간다. 고양이도 이럴진대 인간으로 태어나 나만 배불리(배가 터지도록) 먹고, 나만 더 부자가 되는 것을 꿈꾼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이런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지,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좀 더 나은 생을 사는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싱어의 이 주장에 한번쯤은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윤리적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사회라면, 이런 인간들이 많다는 사실-‘선(善)의 희미한 가능성’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살게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게 된 것이 로렌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도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끝없이 상기시켜준 어떤 가능성 때문이다.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수용소 밖에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부패하지 않고 야만적이지 않은, 증오와 두려움과는 무관한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을 수 있었다.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것, 선의 희미한 가능성,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 로렌초는 인간이었다. 그의 인간성은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았다. 그는 이 무화無化의 세상 밖에 있었다. 로렌초 덕에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236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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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1-08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상중ㅋㅋㅋㅋㅋ 저는 유튜브를 잘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고양이 덕배를 아시나요?ㅋㅋ)
말씀하신 부분에는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그 사람 종이신문도 구독한대요. 보수신문들...
저는 그 테러행위도 적지않게 충격이었지만 거기 대응하는 보수 지지자들과 언론,정치계의 반응에
어질어질 하더라고요.

잠자냥 2024-01-08 16: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집에만 가면 김상중 목소리가 흘러나와가지고 ㅋㅋㅋㅋ
˝그런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덕배는 몰라요.. ㅠㅠ 가끔 길고양이 돌보는 유튜브는 집사2가 볼 때 본 적 있지만;;; ㅎㅎ
으음... 지방병원에서 서울로 헬기로 이동한 거 갖고 문제 삼는 사람들도 문제 있다고 봅니다....(지방병원 차별/헬기특혜 운운)
휴... 그 사람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한국에서 미움받으면서 정치하고 싶나 싶어질 정도. ㅎㅎ

다락방 2024-01-08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사야겠습니다,
라고 쓰면 이 페이퍼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겠죠...

잠자냥 2024-01-08 17:05   좋아요 1 | URL
읽고 재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ㅋㅋㅋ

꼬마요정 2024-01-09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옷 열심히 읽다가 마지막 고양이 이야기에서 생각나는 일화가 있네요.
와, 20년 전이네요 벌써. 그 때 저희 집에 노란 꿀냥이가 한 마리 자리를 잡더니 새끼를 두 마리 낳았거든요. 한 마리는 노랗고 한 마리는 까맣고. 그런데 노란 새끼 고양이가 확실히 사람을 덜 무서워해서 밥을 주니 잔뜩 먹은 뒤에 형제인 까만 냥이에게 토해주더라구요. 보고 감동했어요. 결국 세 마리는 저희 집 마당에 자리 잡고 살았죠. 복죽, 갈쑹, 겁겁이라는 이름을 달구요. 보고 싶네요 ㅎㅎㅎ 고양이 최고!!!

잠자냥 2024-01-09 09:04   좋아요 2 | URL
맞아요!! 고양이들은 남의 밥그릇 탐내지도 않고 양보도 잘해요… 오구 착한 것들! 고양이 만세!!😺

은오 2024-01-09 0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은 물론 없는 것보단 많은 게 좋지만 저도 이미 넘치는데도 악착같이 계속 모으는 사람들이 좀 신기했거든요?! 근데 <불안>에서 이 부분 읽고 이해가 좀 되더라고요. ㅋㅋㅋㅋ 아 이것도 일종의 인정/관심/사랑 중독이구나.

마찬가지로 높은 지위가 주는 유익은 물질적 부에 한정되지 않는다. 부자들 가운데는 다섯 세대가 써도 남을 만큼 돈을 축적해도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모으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은 놀랄 일은 아니다. 부의 창조를 경제적인 이유만 가지고 설명하려 할 때에만 그들의 노력이 이상해 보일 뿐이다. 그들은 돈만큼이나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존경을 추구한다. 탐미주의자나 쾌락주의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존엄은 거의 모두가 갈망한다. 만일 미래 사회가 조그만 플라스틱 원반을 모으는 대가로 사랑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오래지 않아 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으로 인해 열렬한 갈망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에 떨기도 할 것이다. (p. 17)

잠자냥 2024-01-09 07:14   좋아요 2 | URL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죠. 할 게 많아지니까. 책도 더 살 수 있고. 은바오 대나무도 왕창 사주고 특식으로 당근도 트럭으로 넣어주고…. 그것도 제주 구좌 당근으로… ㅋㅋㅋㅋㅋ

오잉 <불안>은 귀차니즘 극복하고 옮겨 적어놨군!!! 적절한 사용!

은오 2024-01-09 19:43   좋아요 2 | URL
근데 전 다 필요없고 잠자냥님만 있으면 되는데....
구좌당근이 몰까 하고 검색. 구좌읍? 거기 당근이 유명한가요?? 첨 알았따 ㅋㅋㅋㅋㅋ

너무 많이 꽂아놔서 옮기는 데 좀 힘들었습니다... 적절한 사용! 😆 헤헤

잠자냥 2024-01-09 20:36   좋아요 2 | URL
구좌읍 당근 진짜 유명하고 얼마나 자부심이 강한지 그 동네 가면 당근 동상 있어요….🤣

은오 2024-01-10 14:08   좋아요 2 | URL
저는 집에 잠자냥님 동상을 놔야겠읍니다.

은오 2024-01-09 0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튜브랑 그알 싫어하시는 이유 읽고.... 저번에 투비에서 마스크걸 얘기 하실 때도 느꼈지만 잠자냥님 너무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님이 편안하게 살아가시기엔 세상이 너무 저급하고 드럽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런 잠자냥님이 인간혐오하시는 거 너무나 이해됨. ㅋㅋㅋㅋㅋ
저 같은 사람한테는 별 신경 안 쓰이는 것들도 잠자냥님한테는 다 불쾌한 자극이 될 것 같음......ㅠ

오늘도 잠자냥님 덕에 죠금 성장한 은바오. 이 책 저도 읽겠읍니다.

잠자냥 2024-01-09 07:07   좋아요 2 | URL
엥? 나도 드럽고 저급해 ㅋㅋㅋㅋㅋ 아 그건 아니지만 암튼 저도 비루합니다…. 단지 스트레스에 좀 더 취약할뿐…

어제 대나무 많이 먹더니 드뎌 100키로 넘었구나!!!

2024-01-09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9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4-01-09 0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ㅜ잠자냥님 너무멋있어서 또결혼욕구ㅜ차오르는중

잠자냥 2024-01-09 07:08   좋아요 2 | URL
밤을 새니 정신이 집을 나가지….😮‍💨

은오 2024-01-09 19:50   좋아요 2 | URL
안새도 맨날......
차오르기만하고 내려가지는 않는 결혼욕구

새파랑 2024-01-09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봐도 왠지 찔립니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잠자냥님 독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군요~!!!

잠자냥 2024-01-09 07: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술만 좀 줄입시다 ㅋㅋㅋㅋㅋ 저 장르 가립니다…. 자기계발//과학/수학 못 읽음 ㅋㅋㅋㅋ

coolcat329 2024-01-0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중에서 뿜었지만 글 읽으면서 내내 저 자신을 돌아보고 더욱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나라가 마약에 조금씩 망가져가는 것도 윤리망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증거네요.
저는 유툽 잘 안봤는데 요즘 남몰래 먹방을 자주봤네요. 뭔가 자극적인 게 필요했나봐요. 에휴

잠자냥 2024-01-10 10:51   좋아요 0 | URL
ㅋㅋ 뿜음 포인트를 잘 아셨네요! ㅋㅋㅋ
마약은 자기만 파괴하면 그만인데.... 얼마전에 애들한테 마약 들어간 음료를 집중력 향상하는 음료라고 속여서 먹인 사건은 진짜 윤리가 와장창 무너진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해요. 돈 벌려고 무슨 짓이라도 다 하는... 경복궁에 10대 시켜서 낙서하게 한 일당들도 그렇고요. 에휴.....
ㅋㅋㅋ 먹방 보신다고 자책하실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전 제가 안 볼 뿐이지 집사2가 보는 것도 걍 둡니다. 나한테 보라고만 안 하면 됩니다. ㅋㅋㅋ 물론 피터 싱어는 먹방을 찍기 위해 산더미처럼 쌓는 그 과한 음식들을 살 돈과 먹방을 보면서 응원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부디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라고 하겠지만요.....

독서괭 2024-01-10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끄아악 토끼 눈에 샴푸를 떨어뜨린다고요?? ㅠㅠㅠㅠ 흐잉 ㅠㅠㅠㅠ 샴푸 살 때 동물실험 하는 곳인지 아닌지 확인해야겠네요..
집사2님이 그알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저희 남편도 종종 보는 것 같던데, 저도 그런 프로그램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영상 자체를 점점 더 안 보게 되고요.
저도 위선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선에 대한 감각과 선함을 추구하고픈(보여주기식일지라도) 욕망은 있는 거니까요. 정치인들이 보호시설 같은 데 가서 장애인 목욕시켜 주고 사진 찍고 이런 건 대놓고 목적이 ‘선‘이 아니라 ‘당선‘이기 땜에 싫지만요. 상대를 수단화하는 것도 그렇고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장애, 질 병, 빈곤 등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자신의 목적을 실 현할 수단으로 삼아 철저히 익명화(기호화)하는 방식으로 연출하는 공연은 결국 이들을 실격당한 존재로 만든다.˝는 내용이 떠올랐어요)
저도 욕망이 적은 편인데,, 특히 물건에 대한 욕망은요. 거의 유일하게 책에 대한 욕망이 자제가 어려웠는데 최근 성공적 자제중 ㅎㅎ 먹는 게 젤 어려운 듯 합니다.
좋은 리뷰 잘 읽고 가요~!

잠자냥 2024-01-10 18:13   좋아요 1 | URL
우아 좋은 댓글이다. <실격> 그 책은 저 아직 안 읽었는데 올해는 읽어야겠어요!! 위선에 대한 괭 님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괭 님은 어쩜 책 욕망도 잘 눌러요?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