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은 ebs fm 책읽어주는라디오는 베스트셀러 편이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 듣기를 완전히 우연에 맡기고 있는데, 그때그때 나에게 오는 어떤 우연이 설렌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The Big Picture], 나로선 처음 들어본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다. 흥미진진하다.

 

 

 세벽 네시, 조시가 또 울었다.

 

이런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주인공은 벤자민 브래드포드.

잘나가는 변호사에 아름다운 아내, 아이 둘(생후 4개월 된 조시 포함)과 함께,

겉보기엔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꾸려 살고 있는 벤자민 브래드포드는 사진가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은 우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그가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아내와 옆집 사는 사진가 게리와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게리에게 노골적인 질투심을

드러내는 언사를 아내앞에서든 어디서든 하는데...

시청자들의 문자메시지를 즉석에서 받아 소개하면서 스포일러가 될까봐 앞으로의 스토리는

자제하고 라디오는 내일 또 보자는 말로 맺는다. 내 마음대로 생각에는,

앞으로 벤의 삶은 놀라운 우연과 반전으로 전복되고 그것이 전화위복이 될 조짐이 보인다.

 

 

 

사회자(성우?)가 프로그램을 맺으며 이런 말을 한다.

사랑이 끝나는 건,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때 이미 사랑은 끝나는 것이라고.

 

 

얼마 전 '문장'에서 받았던, 무지하게 유쾌한, 손현숙 시인의 시, "공갈빵"이 떠오른다.

 

 

  

 공갈빵 / 손현숙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꽃구경하던 봄날, 우리 엄마 갑자기 내 손을 놓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걸음을 떼지 못하는 거야  저쯤 우리 아버지, 어떤 여자랑 팔짱 착, 끼고 마주오다가 우리하고 눈이 딱,

마주친 거지 “현숙이 아버......” 엄마는 아버지를 급하게 불렀고, 아버지는 “뭐라카노, 아주마시! 나, 아요?”

바바리 자락 휘날리며 달아나버린 거지
 
  먹먹하게 서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어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배가 고픈 건지, 아픈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서러웠거든

우리가 대문 밀치고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어디 갔다 인자 오노, 밥 도고!” 시침 딱 갈기고 큰소리쳤고

엄마는 웬일인지 신바람이 나서 상다리가 휘어지게 상을 차렸던 거야 우리 엄마 등신 같았어
 
  그러면서 오늘까지 우리 엄마는 아버지의 밥때를 꼭꼭 챙기면서 내내 잘 속았다, 잘 속였다, 고맙습니다,

그 아버지랑 오누이처럼. 올해도 목련이 공갈빵처럼 저기 저렇게 한껏 부풀어 있는 거야
 
 
  시_ 손현숙 - 1959년 서울 출생.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 등이 있음.

현재 문광부 파견 도서관작가, 〈동물자유연대〉를 통해 자료를 받아 숙성시킨 ‘버려진 동물들에 대한 에세이’

원고를 넘기고 출간을 기다리는 중.

 

 

 

이런 신간소개도 나오는 걸 듣고 차에서 내렸다. 한 권 더 있는데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ㅠ

 

 

  <외로워지는 사람들>(원제는 Alone Together) 은

지난 주 한겨레 토요판에서도 보고 찜해둔 책.

이메일과 문자메시지에 카톡, SNS 등 수많은 기계적인 매체를 이용해 소통을 시도하지만 소통은 더 불가해지고 더 고독해지고 진정 가슴을 나누고 어려움을 함께할 벗은 줄어든다. 이젠 더 말할 필요도 없는 현상이 되었는데, 이 책은 그런 걸 부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관계에서 무엇을 바라느냐"에 초점 둔다.  한겨레에서 본 기사(과학책 번역가 김명남) 중 일부를 옮기자면, 우리가 가상 연결망에 마음을 빼앗기는 까닭은 위험도가 낮으면서 늘 가까이 있는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거절과 마찰을 두려워해서든, 감정을 남에게 승인 받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타인지향적 자아감이나 게으름 탓이든, 우리가 계속 통제 가능한 약한 유대만을 원하는 이상, 로봇이 인간의 말상대가 되는 미래는 시간문제다.

 

 

 

어제 제주에 사는 친구와 카톡을 하다가 친구가 몹시 외롭고 힘든 마음 상태에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저번 수능 이후 그렇다는 걸 알았는데 쉽게 달려가 볼 수도 없는 거리라...

내가 아는 그 친구의 성격은 웬만한 난관에도 낙담하지 않고 현실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기반으로 꿋꿋한 쪽이었는데

그게 일부였다는 걸 알았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아이들 진학문제, 어른들 건강과 죽음의 예고 등

사실 그런 것들은 올리브 키터리지의 말을 빌자면, '유감으로 생각할 일이 전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것 또한 다 지나가는 고비 중의 하나다.

다른 친구와 전화를 하면서 그런 얘기들을 했더니 그 친구도 동감에 동감, 사실 예민해 보이는 나는 오히려

그렇지 않은 편이라는 말에도 동감한다. 감수성만 예민하다고.^^ 아이들 애 안 먹이는 것도 감사한 줄 알라고.

지금 사는 게 너무 허무하다고 세상의 슬픔은 모두 자기한테 와 있는 것 같다고 가라앉아 있는 제주 친구가 끝에는

보고 싶다는 말을 보냈다. 그런 말 잘 하지 않는 사람인데...  마음이 짠해져서 부산 오면 꼭 연락하라고 답했다.

정말이지 나는 늘 약한 유대만을 원하며 관계로부터 편안하게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덜 상처 받으려고 혹은 게을러서, 아니면 또다른 잡다한 그 무엇의 까닭으로.

아무튼 비겁하고 이기적인 태도가 아닐까.

그나저나 이탈리아 도시기행은 언제쯤 해볼까. 저 책 표지부터 근사하다!!!

 

 

빅 픽쳐, 낭독하는 중간에 막간곡으로 나온 노래^^

Mrs. 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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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6-2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 픽쳐>는 되게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재미지다고 소문이 아주 많이 퍼졌었어요. 저는 물론 읽어보진 않았지만 엄마가 소장 중이더군요. 언젠가는 그 책을 뺏어올테지요. ㅋㅋ

프레이야 2012-06-26 21:04   좋아요 0 | URL
우와~~ 소이진님 어머니께서요? 뺏어오세용~~
저도 검색 좀 해보니 엄청 재미나다고 유명한 책이더라구요.
흥미진진ㅋㅋ 알라딘에 완전 반값에 파네요. 히히~ 살까말까 고민중^^

아무개 2012-06-27 08:32   좋아요 0 | URL
전 빅 픽쳐를 시립도서관에 비치신청 했는데 왜인지 '거절'당했어요 췌....
근데 문광부 파견 도서관작가는 뭐에요? @..@

외로워지는 사람들 확~ 떙기네요

프레이야 2012-06-28 01:44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저도 '외로워지는사람들'이 땡겨요.
문광부 파견 도서관작가는 저도 잘 몰라요. 근사해 보여요.^^
근데 왜 '빅 픽쳐'를 거절했을까요, 시립도서관에서요..ㅠㅠ

비로그인 2012-06-26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갈빵이 시심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인가보군요. ㅎㅎ
전 이런 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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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빵이 먹고 싶다 / 이영식


빵 굽는 여자가 있다
던져 놓은 알, 반죽이 깨어날 때까지
그녀의 눈빛은 산모처럼 따뜻하다
달아진 불판 위에 몸을 데운 빵
배불뚝이로 부풀고 속은 텅- 비었다
들어보셨나요? 공갈빵
몸 안에 장전 된 것이라곤 바람뿐인
바람의 질량만큼 소소하게 보이는
빵, 반죽 같은 삶의 거리 한 모퉁이
노릇노릇 공갈빵이 익는다

속내 비워내는 게 공갈이라니!
나는 저 둥근 빵의 내부가 되고 싶다
뼈 하나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
몸 전체로 심호흡하는 폐활량
그 공기의 부피만큼 몸무게 덜어내는
소소한 빵 한 쪽 떼어 먹고 싶다
발효된 하루 해가 천막 위에 눕는다
아무리 속 빈 것이라도 때 놓치면
까맣게 꿈을 태우게 된다며
슬며시 돌아눕는 공갈빵,

차지게 늘어붙는 슬픔 한 덩이가
불뚝 배를 불린다.

프레이야 2012-06-28 01:46   좋아요 0 | URL
호호~~ 만치님, 이 시 좋으네요. 고마워요.
저 위의 시는 공갈빵도 공갈빵이지만 시침 뚝 떼고 벙글벙글 핀 목련꽃이 시심을
불러온 것 같아요. 우리야 뭐 목련꽃이든 공갈빵이든 그게 그걸까요? ^^

하늘바람 2012-06-27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빅 피처 이야긴 많이 들어보았어요.
아침 좋은 시 읽고 공갈빵 먹고파 하며 갑니다.

프레이야 2012-06-28 01:49   좋아요 0 | URL
공갈빵 먹고파요 저도.ㅎㅎ
몸 안에 바람만 장전하고..

진주 2012-06-2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갈빵, 세상 좀 살아본 사람의 시로군요~^^

저는 어제 커피번을 사이좋게 뜯어 먹으며 '살아야 함'을 이야기 했답니다.
비 묻은 바람이 아카시아 나무를 뒤흔들고 있었고요,
그 바람결에 커피 냄새,빵 굽는 냄새가 섞여 날아와
제 이야기에 힘을 실어 주었어요.

그 분이 힘을 내서 살아갈 희망을 얻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커피도 마시고 번도 먹고 공갈빵도 먹으면 얼마나 좋아요!
ㅎㄱ님도 부산 바닷바람 쐬면서 행복하세욥!

프레이야 2012-06-28 01:57   좋아요 0 | URL
진주님, 살아야함.. 어머니랑 나눈 이야기인거죠?
커피번은 저도 좋아하는 빵이에요. ^^
저도 그분이 살아갈 희망을 잃지않고 힘 내시길 바래요.

진주 2012-12-10 19:55   좋아요 0 | URL
앙...ㅎㄱ님 답글을 왜 이제사 봤을까요?
번을 먹으며 이야기 나눴던 그 사람은, 자살을 기도하던 알콜 중독자이시죠...
6개월 세월이 흘렀네요...지금 재활을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거예요..^^

라로 2012-06-2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빅픽쳐 읽었어요. 좋았지만 그런 소설의 단점(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허무감)은
결말 부분이 늘 미약하다는 거에요.
그래서 잘 안 읽게 되나봐요.
작가도 힘이 드는거지요,,암튼 이건 다 제 느낌.
하지만 의심이 시작되는 순간 관계가 끝나다는 말에는 심히 공감.
오늘 부산에 바람이 부나요? 비가 오나요??

프레이야 2012-06-28 02:01   좋아요 0 | URL
저도 저런 류의 베스트셀러를 잘 안 읽는 편이라 뭐라 말은 못하겠어요.
의심이 시작되는 순간 실질적으로 사랑은 끝난다는 말은, 의심 그 이전에 이미 사랑이 끝났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의심이 든다는 건 자신의 내부가 스스로 의심스러운 거지요.
오늘 이곳은 비가 오는 듯 싶더니 오후엔 오지 않고 바람만 좀 불었어요.
해운대 바다는 보지 못하고 무슨 강의만 실컷 듣고 맛있는 밥 먹고 그랬답니다^^

hnine 2012-06-2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현숙 시인의 시는, 시가 아니라 '소설'이네요...
공갈빵, 만들어본 적 있는데 부풀리게 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납작한 채 부풀지 않거나, 터져 버리거나.
즉, '공갈'도 어렵다고 결론을...^^

프레이야 2012-06-28 02:03   좋아요 0 | URL
빵 잘 구우시는 나인님도 공갈빵은 어렵군요.
잘 부풀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군요. 공갈도 제대로 해야 멋지지 어설프게 하면
서로 상처만 남을까요. ㅠㅠ 이왕이면 신명나는 공갈 한 판 제대로 갈기로
이 세상 떠야할텐데요.^^

순오기 2012-06-2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손현숙 공갈빵 속의 어머니는 보통 엄마들의 모습 아닐런지...
어쩌면 저렇게 사는 게 행복일지도요.^^
음악~~ 좋아요!^^

프레이야 2012-06-28 21:04   좋아요 0 | URL
언니, 어제 잠을 거의 못 잤더니 낮에 졸음운전으로 사고날 뻔 할 정도였어요.
정신없이 자다 일어났네요. 공갈빵의 속처럼 속 다 게워내고 허허실실 살 수 있다면 좋겠어요.^^
 

 몰락 (Der Untergang) Dawnfall, 2004 / 올리버 히르비겔

 

 

 

영화 <색,계>의 붉은 다이어몬드하고는 비교하기 어려운 버얼건(조야한 붉음) 책표지,

김두식의 [욕망해도 괜찮아]에는 두 개의 영화가 나온다.

하나는 저자가 전체로는 다섯번, 부분으로는 스무번쯤 봤다는, 너무 아름답다고 그가(나도) 생각하는

이안 감독의 <색,계>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위의 포스터 <몰락>이다.

전자는 나도 세 번 보았고 후자는 보지 못했다. 꼭 찾아볼 영화다.

 

지난 주, <후궁, 제왕의 첩>의 마지막 정사신을 보며 자연스레 <색,계>가 떠올랐다.

권력의 쟁취(사랑하는 자가 권력을 쥔 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는 생각도 드는, 애매한)를

위한 중요하고도 중요한 장면, 복잡미묘한 온갖 감정이 뒤섞여 표현되어야할 그 장면에서 나는 아쉬웠고,

<색,계>의 탕웨이와 양조위, 아니 왕 치아즈와 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김대승 감독도 여전히 '계'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구나. (혈의누,가 훨씬 나았다) 

 

 

 

 

 

 

 

 

 

 

 

 

 

 

 

 

계의 세계에서 오래 몸담고 살아왔다는 저자는 그 경계를 넘지 못할바엔 넓혀가기로 하고

조심스럽고도 도발적으로 그러면서도 여전히 착한 어조로 "욕망해도 괜찮아"를 말한다.

썩 재미나고 유익하고 통쾌하기도 한 책이다. 대부분의 '나'와 '너'를 살살 건드리고 까발려주니까.

 

많은 부분 공감되는 저자의 말을 간단히 정리하면,

지랄(에너지, 청춘, 이드id, 색)총량의 법칙에 따라 사는 우리는 숨겨진(억눌린) 욕망을 발현하기 위해

어느 시점 '탈선자'가 되거나 '사냥꾼'이 된다. 일탈의 길이나 사냥꾼의 길이나 본질은 같은 것,

결국 같은 출발지에서 나온 길이다. 사냥꾼은 남의 행복을 감시하고 훔쳐보고 상스러운 시선과 언사도 서슴지 않는다.

 

내 생각은, 우리는 훔쳐보기를 당하고 싶은 욕망 또한 갖고 있지 않나 하는 거다.

드러내 보이고 싶은 노출증 환자랄까. 관음증적 욕망의 시선을 욕망하는...

욕망은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사이의 역학작용이 아닐까. 서로 닮았고 또 닮아가는.

 

저자는 (모방)욕망은 발전의 원동력이지만 심하면 경쟁과 폭력을 낳는다고 지적한다.

욕망이 가열되면 원래의 목표나 소망의 정체는 희미해지고 그저 경쟁만이 남아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애벌레들이 자신들의 몸으로 탑을 쌓고 정상을 향해 오르기만 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정작 정상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위해 정상에 오르려하는지 스스로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하나의 애벌레가 다른 애벌레를 밟고 쓰러뜨리고 또 짓밟고 오르기만 하는 모양새다.

욕망은 오욕칠정 중의 하나. 스스로 그걸 인정하고 들여다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욕망이 하는 말을 억누르려 하지말고 들어주란 말이 된다. 선택은 자기 몫이고 자기 책임의 범주에 드는 일일 터.

 

내면이 굳건하지 못한 건축물일수록 그 안에서 살려면, 그것을 지키려면 규범이 많이 필요한 법이다.

쿵쾅대지 말고 살살 걸어라, 문턱을 밟고 서지 마라, 문을 살살 닿아라, 문단속 잘 해라 등등. 

위의 포스터 영화 <몰락>은 "규범을 의심하라" 는 저자의 말에 뒷받침 되는 예시였다.

규범을 의심하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으면 규범의 몰락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몰락의 규범'이다. 몰락할 수밖에 없는 규범이랄까.

 

 

저자는 형사정책 강의에서 신정아 사건을 예로 들어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을

자주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모방욕망, 스캔들, 만장일치의 폭력, 희생양으로 이어지는

르네 지라르의 탁월한 이론들을 우리 사회를 분석하는 재미있는 틀로 본다. 

 

 

각각 <희생양>,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이 책들에서도 희생양 메커니즘은 강화, 반복되고 있다며

희생양 이론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데,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욕망은 타고난 본능이나 충동이 아니고 자기 고유의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모델)의 욕망을 흉내낸 것이라는 데서

출발하는 희생양 이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모방)욕망과 자기규범부터 의심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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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6-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몰락>이라는 영화의 포스터에 있는 히틀러와 <색,계>와 제왕과 그 첩의 이야기를 다룬 후궁..묘하게 연결되네요. <색,계>의 마지막은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마지막은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하고는 합니다. 암튼,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이 필요한 사회라..슬프고도, 불길하군요.

프레이야 2012-06-19 21:06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슬프고도 불길한 현상은 온라인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희생양 제물이 바쳐져야 평화가 찾아오는, 그 고기는 누가 먹을까요.
저자는 신정아의 <4001>을 들며 그 사건을 바라보고 처리하는 우리 사회의 욕망을
저 이론의 틀로 풀더군요. 술술, 유익하고 재미있어요.^^
왕치아즈의 마지막 선택은 너무 슬프지요. 가만 생각해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계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가 쉬운 것 같기도 하구요.

비로그인 2012-06-1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어발 독서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네요. 한 권의 책이 두 편의 영화와 연결되고 또 다른 책과 연결되고... 욕망을 생각하면 수도사들이 떠올라요. 그 사람들은 자기들의 욕망을 어떻게 해소할까? 누군가에게 물어봤더니, 욕망은 푸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알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정말 그럴까? 전 잘 모르겠어요.

프레이야 2012-06-19 21:14   좋아요 0 | URL
저 영화와 저 책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욕망..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변명을 늘어놓고 구실을 달고 타인만 탓하고 전가하는 게
문제가 아닐까싶어요. 자리 하나 내어줘도 좋을 듯한데 내치려고만 드는 것도 문제고요.
그치만 저도 잘 모르겠어요.ㅠㅠ 욕망 아닌 게 어디 있나요? ^^
이 책 잼나요, 수다쟁이님.^^

순오기 2012-06-2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후궁 내용은 괜찮았는데 정사 장면은 맘에 안 들었어요.ㅜ
남성이 생각하는 정사와 여성이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게 확 느껴지는...
색.계는 정말 굉장했잖아요.
욕망해도 괜찮아~ 작가 강연에 가고 싶지 않아요?

2012-06-20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0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06-2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욕망은 타고난 본능이나 충동이 아니고 자기 고유의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모델)의 욕망을 흉내낸 것" - 그러니까 얼마든지 우리가 마음먹고 단결하면 좋은 (사회)모델을 만들 수 있을 듯해요.

<꽃들에게 희망을>을 20대에 읽었는데, 잊고 있다가 오랜만에 보는 제목이네요. ㅋ

프레이야 2012-06-20 23:35   좋아요 0 | URL
어므낫, 페크님 어여 오세요. 덥석^^
동감이에요. 서로서로 거울이 되어주는 효과랄까요. 너는 내 거울이야, 그러면서요^^
<꽃들에게 희망을>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 같아요. 그림도 훌륭하구요.
나비생태관에서 애벌레와 번데기, 탈피한 고치를 본 적이 있는데
한 마리의 나비로 사는 생이란 게 참 사람의 그것과 다르지 않구나, 너희도 참 아니 사람보다 더
힘들고 고된 삶을 살구나,싶었어요. 나비 한 마리는 정말 대단한 생명의 힘이더라구요.^^

2012-06-2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몰락이라는 영화, 찜했습니다.
<욕망해도 괜찮아>의 주요 논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셨군요. 그나저나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 모르지만 왠지 나열하신 단어로 해석이 쫙 됩니다. 신정아 사건. 우리 모두 저열함이 내부에 있나 봐요. 누구 누구 할 것 없이.

프레이야 2012-06-20 23:39   좋아요 0 | URL
섬님, 그렇지요. 신정아 사건 이후 보여진 우리들 대부분의 욕망에는 저열함도
있었던 것 같아요. 사건의 본질과는 다른 이야기에 더 호기심이 일고 그걸 파고 들었으니까요.
'몰락'은 저 책에서 자세히 언급되는데요, 저도 꼭 봐야겠다 하고 있어요.^^

순오기 2012-06-2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미지 나무가 굉장하군요.@@

프레이야 2012-06-21 12:07   좋아요 0 | URL
히히~ 언니, 저 그림 너무 좋죠. 이파리들이 막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프랑스 여류화가 세라핀의 그림이에요.
영화 <세라핀> 아주 좋답니다. 거기서 나오는 이미지에요.^^

icaru 2012-06-2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동감하고요! 저는 같은 것을 느껴도 이렇게는 못 쓴다는 점에서 또 감동~~~!

프레이야 2012-06-22 07:32   좋아요 0 | URL
으아~ 이카루님, 히히~ 좋은 하루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12-06-2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카루님의 의견에 추천이에요.^^
저책을 부러 멀리 했었는데..
님의 글을 읽고 보니 정말 읽어야될 책이구나!싶네요.^^

사진 정말 이뻐요.알흠다운 눈은 바로 당신이 가지셨군요?^^

프레이야 2012-06-22 07:34   좋아요 0 | URL
히히~ 알흠다운 책읽는나무님, 저 책 술술 읽어보실 만해요.
저자 자신의 자서전적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고백' 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2012-06-22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2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반가운 책, 바람의아이들!

 

유월의 첫날, 날씨가 너무 좋아 어딘가 좀 걷고 싶었지만 그저 하늘만 보다 오는데

경비 아저씨가 건네주는 소포. 바람의아이들이닷!

오늘은 시리즈 별 골고루 한 권씩이네. 반가워~

 

 

 

알맹이 그림책 27 <행복한 학교> 이경혜 글/김중석 그림

 

  <유명이와 무명이>,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이경혜 작가가 글을 썼다.

첫장엔 "나의 첫 손자 강이에게 강물 같은 사랑을 담아" 라고. 

 60년 생 그녀에게 손자가 생겼나 보다. 하기야 빠르면 그럴 수 있겠네, 충분히. 

그린이 김중석은 <이찬실 아줌마의 가구 찾기>에도 재미난 삽화를 담당한 분.

<행복한 학교>의 그림도 재미나고 따스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이 학교가 예쁜이 학교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 예쁜이학교의 슬프고도

감동어린 이야기가 궁금해.

 

 

 

 

돌개바람 30 <명탐견 오드리>  정은숙 지음/배현정 그림

 

 돌개바람 시리즈는 초등 중학년 정도 권장 도서다.

 

"왈왈 왈왈왈. 이게 부슨 개 소리냐고? 그래 맞아, 개 소리야." 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핑구와 오드리 커플의 주된 내용이다.

탐정추리 소설이 어린이 책에선 드물어도 간혹 있는데

<명탐견 오드리>는 개가 주인공이라 더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표지 그림 좀 봐. 느무 귀엽잖아^^ 

오드리 헵번에서 딴 오드리, 공주병에다 내숭에다

탐정 노릇까지 하는 미모의 명탐견! 호기심 생겨.

 

 

 

 

 

 

바깥바람 06 <뭐가 되려고 그러니? > 최윤정 지음

 

 어린이책과 그림책 공부를 시작할 때 찾아 읽었던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어른>,

<슬픈 거인>, <그림책> 등의 책과 다수의 덜 알려진 그림책 번역으로 내겐

신뢰감이 쌓여 무조건 좋은 최윤정 작가가 쓴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들'

 

작가 스스로 이 책은 육아 에세이일 뿐, 자녀교육서가 아님을 밝혀둔다.

'내가 지난 8년간 우리집 아이들의 말을 두서없이 받아 적어놓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다.

이 일을 통해서 나는 흔들리는 엄마 노릇을 버텨낼 수 있었다. 그동안 내게 힘이 된 것은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이 아니라 동화책이었고 청소년 소설이었다.' - 서문 중

 

그리고 그녀는 이 책을 "손주 사랑이 각별하신 내 어머니께" 라고 쓰며 친정어머니께 헌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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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06-0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낯 엄청 가리는 저는) 이것은 댓글달기가 좀 수월할까 싶었는데... 음 역시 전혀 모르는 쪽이네요. --
이리와요 바람돌이~ 우리의 친구~, 뭐 이런 바람돌이가 생각난다는 엉뚱 댓글 달고 저는 도망이요.

p.s. 저는 오늘 점심시간 즈음해서 좀 걸었어요. 낙엽사진 한 장도 찍고 했는데, 보내드리고 싶다. ^^
좋은 주말요, 프레이야님. (댓글에 p.s.달린거 처음 보시죠? ^^)

프레이야 2012-06-02 09:29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라 하시니 예전에 어느 서재 닉네임 생각나요. 바람돌이님 계셨거든요.^^
연초록 한창인 이곳에 낙엽사진 보내주세요 ㅎㅎ
댓글에 p.s 좋아요좋아 ㅎㅎ
댈러웨이님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2-06-02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윤정 님의 글은요, 읽어보면 감성적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매우 이성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감정의 절제를 잘 하고, 걸러서 글을 쓰기 때문일까요?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것들...너무 너무 많지요 ㅠㅠ
명탐견 오드리는 말씀하신대로 표지 그림부터 '느무' 귀엽네요 ^^

프레이야 2012-06-02 09:3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나인님^^ 최윤정님 글 참 좋아요. 번역도요.
<뭐가 되려고 그러니?>도 표지 이쁘죠^^ 펭귄 식구.ㅎㅎ

BRINY 2012-06-0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되려고 그러니'라는 말, 전 별로 맘에 안드네요. 대개 '넌 변변치 않은 것이 될거야'이런 소리로 들리니까요.

프레이야 2012-06-02 21:16   좋아요 0 | URL
그래요 브리니님, 저도 저런 말 맘에 안 들어요.^^
아직 내용을 다 읽지 않아서 저자가 저 말을 제목으로 쓴 이유를 모르겠지만요.
중학 1학년 때 담임샘이 말썽부리는 아이한테 저런 말을 잘 쓰곤 했는데
그때 기억으로도 참 별로다라는 생각했었지요.

희망찬샘 2012-06-0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아이들 저도 참 좋아하는 출판사예요. 저도 이번에 푸른숲주니어 책을 선물받았는데, 프레이야님의 이 좋은 기분 그대로 느껴지네요. 가끔 들어와도 쓰시는 글들이 어려워서(제가 어려운 글을 잘 못 읽어요.ㅜㅜ) 댓글도 못 달고 사라졌는데, 오늘은 한 마디 남길 수 있어 기뻐요. 화창한 날이에요. 같은 하늘 아래~

프레이야 2012-06-02 21:17   좋아요 0 | URL
그죠? 희망찬샘님. 저도 바람의아이들 책 모조리 좋아해요.
선물 받으면 기분 좋지요. 이렇게 댓글 주시니 기뻐요. 자주 주세요^^
화창하고 밝은 유월이에요, 샘^^

희망찬샘 2012-06-05 06:46   좋아요 0 | URL
제가 이말 썼었는지 모르겠는데요, 프레이야님 제 서재 가끔 와 주셔서 저도 너무 기뻐요. 그래서 저도 프레이야님 서재엘 오는데, 제가 끼어들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아시는 것도 너무 많은 것 같고, 그래서 너무 어려워 보이고... 그리하여 어리버리 김샘은 쫄다 간답니다. ㅋㅋ~

프레이야 2012-06-05 23:02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님 그러시지 말고 부담없이 댓글 주세요.
늘 희망차고 밝은 글 잘 읽는답니다. ^^
여기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들과 지내시는 걸로 짐작하는걸요.^^

책읽는나무 2012-06-0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아이들 저는 첨 보는 출판사네요.
아직 전 갈길이 많이 멀었나봅니다.^^
<뭐가 되려고 그러니?>책에 조금 눈길이 갑니다.최윤정님이 쓰셨다고 하니..^^
근데 제목이.... 시시콜콜 적힌 그수첩속에 적혀 있던 말들중에 선택해서 제목을 택한 것일까요?ㅋㅋ

그리고 댈러웨이님이 혹시 바람돌이님 그분이 아닌가? 순간 의심했었어요.
아~ 안그래도 바람돌이님 생각 좀 했었더랬는데...ㅠ

프레이야 2012-06-02 21:44   좋아요 0 | URL
ㅎㅎ 댈러웨이님은 바람돌이님은 아니에요^^
바람돌이님은 귀여운 두 공주님이랑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바람의아이들'에서 나오는 책들 아주 좋아요. 그림책도 특이한 게 많구요.
동화와 청소년소설도 좋고 신인 등용의 기회도 많이 주고요. 제가 이거 홍보대사 같아졌네요.ㅋ

희망찬샘 2012-06-05 06:48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저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때문에 바람의아이들을 강하게 기억한답니다. 이 책 한 번 읽어보시면 많은 생각을 하시게 될 거예요.
 

 

 

 

 

 

 

 

 

 

 

  - 말 많은 세상에서 말하지 않는 즐거움

 

 

131쪽 옮겨적기

 

 

불교에서는, 사람은 결국 '오온五蘊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때 '오온'이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이라는 다섯 가지 작용을 말한다.

마치 다섯 개의 구슬을 엮어 만든 염주처럼 인간을 파악한 것이다.

 

'색'이란 물질, 곧 신체이다.

'수'란 감각을 받아들여 '락, 고, 불고불락', 이 세 가지 반응을 느끼는 마음의 작용이다.

'상'이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개념의 색안경으로 사물을 보고 변형해서 이해하는 것이다.

'행'은 거의 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잠재의식의 밑바닥에 쌓였다가 결국 마음을 선동해 몰아간다.

'식'은 다섯 개의 감각장치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작용이다.

 

색을 통해 나머지 네 가지 작용이 실제로 일어나는 순서에 따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식 : 눈, 귀, 코, 입, 피부감각으로 정보를 얻어낸다.

2. 상 : 자신만의 '개념'이라는 색안경을 통해 정보를 구분한다.

3. 수 : 락, 고, 불고불락을 느낀다.

4. 행 : 락의 '수'에는 탐욕의 업이, 고의 '수'에는 진에의 업이 생겨나 쌓여간다.

 

 

----------

 

나를 지나치게 내세우지 말고 '자기 농도'를 엷게 하라고 조언하는 류노스케 스님은

욕망과 속도는 같이 간다고 했다.

예를 들어, 말을 빨리 하는 것도 자기가 하고픈 말을 많이 내뱉고 싶은 심리,

음식을 빨리 먹는 것도 더 많이 먹고 싶다는 욕망이 관여한 행동이란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비난을 받았을 때나 불쾌한 느낌을 받았을 때

우리의 마음도 무서운 정보처리 속도로 '오온'의 다섯 가지 작용을 동시에 모두 가동시켜

불쾌감의 눈금을 높여 화를 낸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마음이라는 시스템이 품고 있는 스피드의 노예"가 된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마음의 정보처리 속도에 대응하는 방법은 마음의 연쇄과정을 멈추고,

불쾌감을 아직 아무런 의미를 띠지 않는 '처음에 들었던 단순한 소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그 소리 자체로 의식을 집중하여 "소리, 소리, 소리..." 하고 의식에 주입 반복하여 집중하면 그 소리는 어느새 사라진다.

<생각버리기 연습>에 이어 <침묵입문>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늘 의식하여 실천에 붙여야 할 구체적인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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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판 한겨레를 오늘 봤다. 신간소개란부터 펼쳤는데,

어린이 청소년 새 책란에 '박수근이 그린 동화, 박수근을 그린 동화'라는 표제어가 눈에 든다.

<박수근의 바보온달>과 <꿈꾸는 징검돌>

 

 

가난 탓에 아이들 그림책을 직접 그리고 부인 김복순이 글을 써서 주었던 화가 박수근.

이렇게 완성된 책에는 고구려 이야기 일곱편이 실렸다. 아이들에게 이만한 유산이 더 있을까

싶게 대단한 일화다.  <박수근의 바보온달>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일곱편 중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아버지를 찾는 유리 소년',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세편을 골라 한권으로 엮은 책이다.

그림은 원본을 살리고 글은 딸 박인숙씨가 다시 썼다고 한다. 박인숙은 현재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이다. '아버지가 머리맡에서 조곤조곤 읽어주던 그때의 느낌이 책에

그대로 담겼을 것이'라고 기사는 전한다.

표지그림만 봐도 우리가 기존 보아온 박수근의 그림과는 다른 느낌이다.

 

 

 

 

사계절출판사에서 함께 펴낸, 화가의 어린시절을 동화로 재구성한 그림책.

작가 김용철은 화가의 고향 양구에서 40여년 뒤 태어난 그림책작가다.

올해는 박수근미술관을 개관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란다.

미술관은 사계절출판사와 함께 7월 15일까지 고구려 이야기 원화 등을 전시하는

'동화로 보는 박수근'전 을 연다고 한다. 조금만 가까우면 가보고 싶은 전시회다.

 

 

 

 

나무숲 출판사 어린이미술관 시리즈의 <나무가 되고 싶은 화가 박수근>도 참 좋다.

꽂아둔 책을 다시 꺼내보았다.  먼지가 좀 앉아있다.

속표지에 2002년 5월 11일자 신문기사도 오려서 붙여놓았네. 딱 10년 전이다.

 

 

기사는 소설가 박완서님이 쓴 글인데, 당시 박수근이 5월 '문화인물'고 선정된 것을 기념해

그의 기일인 6일 100여명의 미술인과 애호가들이 강원도 양구, 그의 고향을 답사하고 와서

적은 글이다.

'뭔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우두커니 앉아있는 사람들, 짐을 이거나 아이를 업고 어디론지 총총히

가는 아낙들, 젖 먹이는 엄마, 이런 사람들의 극도로 단순화됐으면서도 속마음까지 비칠 것 같은 섬세한 선이 마치 어느 무욕한 마음이 화강암에 정성껏 경건하게 새겨놓은 부처님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 박완서의 기사내용 중

 

 

당시에도 '박수근의 달을 기념해 서울 갤러리현대에선 19일까지 '한국의 화가 박수근' 전이 열리고 있다고 적혀있다.

2002년 3월 29일자 신문기사도 오려 붙여뒀는데,

박수근 유화 '초가집'이 4억 7500만원에 낙찰되었다든 내용이다. 한국 현대 미술품 중 최고가.

 

살아생전 화가는 몹시 가난했고 제대로 평가 받지도 못했다. 

덩치는 컸지만 겁많고 여린 성품의 화가는 착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돌의 느낌을 빌어 표현했다.

"천국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너무 멀어..." 쉰한 살의 삶을 마감하며 남긴 말이다.

 

박수근의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하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다채롭지 않습니다. 나는 그들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립니다."

                                                                               - [나무가 되고 싶은 화가, 박수근]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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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5-0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근의 그림에 대한 박완서 작가의 말씀이 콕 와닿네요.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고 싶은 책들이에요. 전시회도 직접 가보면 좋을텐데 가깝지 않으니 원 ㅠ ㅠ... 저 사람 그림은 왜 저렇게 볼품없고 투박할까 싶었는데, 그런 깊은 뜻이 었었군요. 선한 사람, 돌 같은 형상...

프레이야 2012-05-08 19:13   좋아요 0 | URL
조금만 가까워도 가보고 싶은 전시회죠.^^
수다님, 돌처럼 묵묵히 서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어요.

2012-05-07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8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5-08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가 되고 싶은 화가 박수근만 있어요, 사계절에서 나온 책 사고 싶어 나도 광고에 올렸는데... ^^
막내 이모가 양구에 사는데 한번도 못 가봤어요.ㅜㅜ

프레이야 2012-05-08 19:15   좋아요 0 | URL
양구에 친척이 사시니 언젠가는 가보실 수 있겠네요.
나무숲, 어린이미술관 시리즈 중 박수근 것이 참 마음에 들어요.^^

水巖 2012-05-0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책도 나왔군요. '나무가 되고 싶은 화가, 박수근' 은 예전에 사주었는데 손주의 책 목록이 늘어나게 되겠네요.

프레이야 2012-05-08 19:17   좋아요 0 | URL
진석이는 정말 복이 많아요. 수암님같은 분이 할아버지니까요.^^
오늘 꽃은 다셨어요? 진석이가 가만 있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저 신간 둘 참 탐나는 책이에요. 전 이제 아이들이 다 자라서 덥석 사게 되진 않을 것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