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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누가 저들에게 옷을 입혀 다오

 

살냄새

분홍빛 살냄새

 

환각의 독을 마시지 않고서야

저럴 수는 없다

 

부끄럼도 없이

알몸으로 어쩌자는 것이냐

 

누가 저들에게 옷을 입혀 다오

 

나는 차마

눈을 감을란다

 

-이은숙 님 <북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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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9-0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주무시고 계셨군요...
^^ 님께 아직 부치지 못한 편지가 있는데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고 있어요...
매일 생각 날때 마다 채우고 있으니 이번주엔 부칠수 있으려나요?
연두, 물빛, 바람빛, 보라,회색톤의 갈색, ... 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빛깔들...
이 빛깔을 다 모아 편지에 넣어 보내드렸으면 좋겠는데..^^
허접하다 흉보지만 말아 주시어요...
추적추적 비가 드디어 이곳 인천에도 내립니다...
같은 비를 보고 있나요.....?

프레이야 2006-09-0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또또님, 여기도 비가 와요.. 촉촉해져요.. 9월이 벌써 닷새나 지나가버리고 있는데 왜 이리 마음만 동동거리고 있는지요.. 쓰고 싶은 글 써야하는데 요즘 머리가 꽉 막혀있는 것 같으네요. 님, 저에게 붙여주는 빛깔들이 얼마나 기분좋은지 아세요? 행복해요^^ 글구 뭘까? 기대돼요^^

프레이야 2006-09-0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자야겠어요. 머리가 띵하네요..

마노아 2006-09-0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차마 눈을 감을란다. 아... 어휘가 너무 좋아요. 제가 얼마 전에 뮤지컬에서 눈물 쏟으면 들은 노래 가사에도 이런 대목이 있었거든요. "나는 눈감고 있으려오. 그대 눈앞에 세상이 눈물뿐이니...."

꽃임이네 2006-09-0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저도 궁금해지는걸요 ^^&

전호인 2006-09-0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옷을 입혀줍시다. ㅎㅎㅎ, 생각을 하게 하는 시인 것 같습니다.

비자림 2006-09-0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살냄새
분홍빛 살냄새"


저는 살냄새가 좋아요. 잉, 아침부터 웬 야한 모드의 댓글을? ㅎㅎㅎ

씩씩하니 2006-09-0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옷 안입히고,,그냥 확~ 국 끓여 먹을까봐요,,히~
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기 모습을 완전 다 드러내는 이들 보면 저도 옷 입혀주고 싶다,이런 생각이 들드라구요...ㅎㅎ
 

<낙안읍성>

 

전생에 내 살던 곳인가

이생에서 꼭 한번 살고 싶은 곳인가

너무 낯익어

천연덕스런 동네

 

조붓한 토담길 돌아가면

그대 마주 보며 올 것 같아

복사꽃보다 더 먼저

붉어 오는 동네

 

- 이은숙 <북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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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6-09-0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붓한 토담길 돌아가면

그대 마주 보며 올 것 같아

복사꽃보다 더 먼저

붉어 오는 동네

너무 좋아요...^^

잉크냄새 2006-09-05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4년 봄날에 찍어온 낙안읍성의 모습입니다. 조붓한 토담길이 저기 어디에 있지요?




sooninara 2006-09-0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생에 내가 살던 곳은...궁궐??ㅋㅋ
낙안읍성 사진 보니 가보고 싶어지네요. 정말 초가집들이 정겨워요

또또유스또 2006-09-0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사꽃보다 더 먼저 붉어지는 그대..
조붓한 돌담길에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네...
이제나 저제나...

씩씩하니 2006-09-0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사꽃보다 더 먼저 붉어오는 마을..............
시인이란 정말 언어의 마술사,,,,,같애요~

프레이야 2006-09-05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인생님/ 몇해전 낙안읍성에 갔을 적, 정말 낯설어보이지 않는 그곳에 참 신기했어요. 그런 느낌~~
잉크냄새님/ 정겨운 사진, 고맙습니다^^
수니님/ 전생에 저 본 적 없어요? ^^
또또님/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게요..
씩씩하니님/ 언어의 마술사, 정말 그러네요^^
 

<도마>

 

기억하고 있지

 

칼날이 내는 길 따라

찍히고,

파이고,

움푹 들어가다

문득, 멈춘 거기

오래된 거울 속 애인 같은

낯익은 얼굴

한 쪽 귀가

찌긋 눌린 곳이 있어

날 선 칼날이

몸을 사려 멈칫거리기도,

 

싱크대 구석진 곳

조곤조곤 씹혀져 나간 시간들을 주우며

아무도 몰래 써 내려가는 나날

수많은 칼금 속에

지우면서 새기는 길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칼을 이겨낸 나무의 생이 있다니!

 

      - 이은숙 님 처녀시집 <북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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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9-03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얻어 갑니다.^^

소나무집 2006-09-0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이은숙 님이 누구신지 궁금합니다. 요즘 시인은 전혀 몰라서요.

프레이야 2006-09-0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넵^^
소나무집님, 문우회 회원인데 시인으로 2000년에 등단하신 분이에요..^^ 얼마전 시집을 보내오셨는데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가슴에 잔잔하게 와닿은 싯구들이 많더군요

진/우맘 2006-09-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곤조곤 씹혀져 나간 시간들.....
 

북어

 

속풀이에 그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시장에 들렀네

 

동해 깊은 물길 따라 떠돌다

강원도 산바람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하는 사이

꾸들꾸들 말라가며 속부터 텅텅 비어냈을

몸뚱이 명태, 동태, 황태... 몸이 바뀔 때마다

이름도 바뀌어 생각이 높아진 어족 하나가

죄도 없이 두들겨맞네

 

야윌수록 맑은 정신 들 듯

바짝 마른 북어 한 마리

세상 진구렁 부글부글 끓는 속으로

들어가면

오늘 저녁

속 풀어진 세상 하나

만날 수 있을까

 

      - 이은숙 / 2000년 <시와비평> 등단, 처녀시집 북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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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9-0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태

- 강 세환 -

어머니는 덕장 밑에 있었다.
시린 손으로 아가미 꺼내고
명태 뱃속에서
창난 명란 곤지를 뜯어낸다.
명태 배때기 가르는 어머니
머리 어깨 위에 내리는
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값비싼 명란은 주인 몫으로 두고
밤새도록 꺼내놓은 창난 곤지를
품삯으로 받아 머리에 이고
새벽길 눈을 밟으며 돌아온다.
밤새 쌓인 눈이 환하게 길 밝혀주는
그 길 따라 노동의 밤 저쪽에서
새벽 사이 어둠을 밀치며 온다.

북어보다도 생태국이 더 맛있지 않을까요?ㅎㅎ

프레이야 2006-09-0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저도 생태탕 무지 좋아해요^^ 얼큰하고 시원하니....
답시 감사해요^^

水巖 2006-09-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교동에 가면 실론티님 사무실근처에 북어국집이 있답니다. 점심 시간엔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집, 그 시절엔 술꾼들이 많었나봐요. 지금도 그런지 ...

씩씩하니 2006-09-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태탕,,먹구 싶다,,그쵸?
술을 안먹어도 그냥 입맛 없을 때 얼큰하니 먹음 좋은거 같애요..
유진 많이 좋아졌어요,,,걱정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2006-09-03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비자림 > 작은 戀歌

작은 戀歌

                               

                                              박 정 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 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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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6-08-2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즈음 파란여우님의 서재에서 박정만에 관한 글들을 읽으며 그의 시를 찾아 읽고 있어요. 참 지독한 사랑이고 슬픔이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