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 적어도 44권을 읽었어야 했는데. 하루가 더 있었더라면.

실제로 하루가 더 있었다. 올해 2월이 29일까지인 걸 몰랐다.

28일이 2월의 끝이라 여기고 지레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기를 쓰고 40권을 읽으려 덤볐을텐데. 서른 여섯 권에서 일찌감치 포기했었으니......


 

이 달에 읽은 38권의 책 중 서유미 작가의 <끝의 시작>만은 리뷰를 쓰지 않을 작정이다.

지인의 작품에 호평을 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혹평을 하는 건 비윤리적이다.

 

<판타스틱 개미지옥>수상으로 축하주를 마신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서유미 작가는 중견작가가 되었다. 부지런히도 쓰는구나.

자랑스럽고 대견한다는 말만은 하고 싶다.

(미안하다. 유미야. 빌려봤어. 돈 많이 벌면 사서 볼게.^^;;)

 

이달엔 휴...... 이달의 책으로 뽑을만한 책이 무더기다.

읽는 인간, 시의 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토너, 사피엔스, 사회학의 쓸모,

생각의 시대, 인생에 화를 내봤자, 사는 게 뭐라고, 직언, 위험한 자본주의, 가능성의 중심,

과학은 반역이다,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라면을 끓이며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의 책을 뽑으면서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밤새 이 책을 읽은 아침에 철학 선생하는 친구에게 카톡을 날렸다.

 

읽어라

친구는 뭐야, 자음과 모음이네.....’ 했지만

 

이런 미친 책은 실로 오랜만이다. 20대 때 쇼펜하우어나 니체를 읽었을 때만큼의 충격.

일본의 니체라고 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 이 달의 책으로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 손을 들겠다.

책을 읽으며 내내 영화 <>이 떠올랐다. 사다코의 비디오를 본 여주인공 레이코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봐 버리고 말았어.”

 

읽어버리고 말았다. 돌이킬 수 없다. 비디오를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듯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까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게 되는 셈이다.

사사키 아타루 책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

어느 쪽이 행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아니,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불행해질 확률이 더 높다.

(그러니까 되도록 읽지 마세요 ^^;;)

 

읽어버리고 말았다.

좆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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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6-03-01 0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많이 읽으셨네요. 불행해질 확률이 높은 책은 읽지 말아야겠어요. ^^;;

시이소오 2016-03-01 08:31   좋아요 2 | URL
감히 추천할수 없네요^^;;

[그장소] 2016-03-01 0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 1권을 더 줄여야하나...하는중 ㅡ^^;
서점측에선 달갑지 않을 테지만..
암튼 ㅡ천천히 읽기 ㅡ하려고.
그래도 하루 여러권을 같이보는데..
참 성실하시네요!^^

시이소오 2016-03-01 08:58   좋아요 3 | URL
허걱 3331권이라니!!
그장소님 일주일에 한 권으로 줄이세요. 그래야 따라잡을듯. 대단하시네요^^

[그장소] 2016-03-01 09:03   좋아요 1 | URL
어..ㄹ ~저 체크 상태를 고치자니 번거로워 둔건데..
이미 읽은 것들 ㅡ이랑 겹쳐서 그런거예요.
제가 서재시작한지 오래되지않아서.
1년차 새내기 ㅡ니!
1년에 읽는 권수로는 평균 하루 1.5권.. -..
아닐까...싶은.

시이소오 2016-03-01 09:05   좋아요 3 | URL
아무리 겹친다한들
아무튼 따라잡도록 읽겠습니다
그장소님은 도망가세요 ㅋ

[그장소] 2016-03-01 09:09   좋아요 2 | URL
아...전 주로 소설 쪽 인데 속도가 ..괜찮으신지..
철학서나 인문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양적.질적으로 좀 무거워서 저와 다른 시간운용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골고루 읽으시는 분 같아서...ㅎㅎ
저는 갈지자로 걸을거니까..
맘편히 오셔요.^^

시이소오 2016-03-01 09:19   좋아요 3 | URL
갈지자로 가시는 겁니다. 치사하게 엉덩이 흔들면서 경보로 가면 반칙이에요!!^^

[그장소] 2016-03-01 09:42   좋아요 3 | URL
우핫 ㅡ경보 ㅡ갈지자 경보 ㅡ대회 준비위원회인거...들킨거임?^^
ㅎㅎㅎ
예~~썰!^^

깜장앨리스 2016-03-01 0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40권이라니요. 읽는 속도가 빠르시네요. 부럽습니다. ^^

시이소오 2016-03-01 09:18   좋아요 4 | URL
절대로 빠르지는 않아요. 하루종일 책만 읽는데 한달 40권이면 울고 싶어져요. 흑^^;

징가 2016-03-01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시이소오 2016-03-01 09:47   좋아요 1 | URL
지금은 비록 대단하지 않습니다만 대단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징가 2016-03-01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방법 좀 알려주세요 한꺼번에 여러권 보십니까? 아님 한권씩 다이다이 하십니까? 전 도저히 속도가 안나서

시이소오 2016-03-01 09:54   좋아요 1 | URL
한때 저도 10권을 돌려봤는데 저한텐 너무 많더라구요. 3~5권 정도가 적당한것 같아요. 읽다 지치면 바꿔읽고 안 지치면 끝까지 달리는거죠^^ 항상 옆에는 읽어야 할 책 20권 정도가 있는 편이에요 ^^

징가 2016-03-01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충고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3-01 09:59   좋아요 2 | URL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세요 ^^

시이소오 2016-03-01 10:04   좋아요 1 | URL
아, 너무 재밌는 책은 일부러 야금야금 읽는 거 아시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1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ㅎㅎㅎㅎㅎㅎ 너무 많이 읽으시는 거 아닙니까 ?

시이소오 2016-03-01 14:58   좋아요 0 | URL
그동안 너무 안 읽은 탓이죠^^;;

깊이에의강요 2016-03-01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굉장합니다^^
부끄러움은 저의 몫ㅠ

시이소오 2016-03-01 18:16   좋아요 0 | URL
굉장한 거 아닌데요 ^^;

지니 2016-03-0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ood👍🏻

시이소오 2016-03-01 18:1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스텔라 2016-03-01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40권이라니..대단하시네요. 전 새내기라 이번달 겨우 12권 읽었는데..그것도 가벼운 책이랑 섞어서 말이죠 ㅜ.ㅜ
출퇴근 시간에 읽으면 좋겠는데... 차만 타면 졸려서여 ㅋㅋㅋ
암튼 너무너무 대단하십니다. 부럽~~

시이소오 2016-03-01 21:24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도 저처럼 회사 안 나가면 읽을 수 있어요. 단 굶주려야한다는 단점도 있답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6-03-0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년 걸려 2만권의 책 읽은 작가 한명 알고 있습니다. 긴가민가 했는데 이 속도라면 현실이었네요... 확인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
화이팅입니다. ^^

시이소오 2016-03-01 21:26   좋아요 0 | URL
허걱 40년 동안 2만권이라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책만 읽고 살면 좋을텐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을 해야하니, 그게 관건일듯 하네요^^;

북다이제스터 2016-03-01 21:31   좋아요 0 | URL
네, 그 분도 번듯한 직장 갖고 있는 투자 애널리스트입니다. ^^ 동시에 책도 쓰는 작가구요. ^^

시이소오 2016-03-01 21:35   좋아요 1 | URL
일하면서 이만권 읽는게 과연 가능한건지. 저는 일종의 프리랜서라 일할땐 한권읽기도 힘들어요. 일 없을때 죽어라 읽어놔야죠^^;

2016-03-0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대단하십니다 👍

시이소오 2016-03-01 21:47   좋아요 0 | URL
대단하긴요. 백수라 책 읽는거 말고 할게 없어서요^^;

cyrus 2016-03-0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이 쓴 책에 대해서 호평을 할 수 있고, 혹평을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렇게 심하게 나쁘게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은 점을 좋다고 말하고, 아쉬운 점은 솔직하게 밝히는 게 왜 나쁜 겁니까? ㅎㅎㅎ 독자의 위치에 서서 지인의 책을 평가할 수 있어요. 지인이 자신의 책을 제대로 혹평하면 거부하고, 귀를 막는 작가야말로 비윤리적인 자세입니다. 서유미 작가님은 이런 사람이 아닐 거라 믿습니다. ^^

시이소오 2016-03-01 22:23   좋아요 0 | URL
서유미작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난감하네요 ㅋ ^^;

VANITAS 2016-03-0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운 독파 권 수네요. 계속 건승 기원합니다. 좋은 책 많이 올려주세요.

시이소오 2016-03-05 17:14   좋아요 0 | URL
격려 감사합니다 ^^

이정동 2016-03-0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단들 하시네예!!~~저 나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어휴우~~~~님들께는 명함도 못 내밀겠어예!!~~
알리딘은 이주일에 한번 이용을 해서 갈 때마다 4~5권씩 사와서 보구 있는데~~~~

열심히 읽어야 겠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 나름, 인생에서 크나큰 진정한 용기가 무언지 알게 되었고예, 저도 그것을 가지려 안간힘을 쓰고 있읍니데이!

시이소오 2016-03-06 17:50   좋아요 1 | URL
많이 읽는다고 좋은건 아닐겁니다. 님처럼 진정한 용기를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면 많고 적고에 상관없이 그게 진정한 독서가 아닐까요? ^^
 


뉴턴의 전기들도 많은데, 그중 표준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리처드 웨스토폴의 <결코 쉬지 않는>이다. 이 책은 무려 900쪽이 넘는다. 요즘에는 제임스 글릭이 쓴 전기가 각광을 받는다.

 

뉴턴의 종교적 연구들을 더 호의적이고 더 섬세하게 다룬 책을 읽고 싶다면 프랭크 마누엘의 <아이작 뉴턴의 종교>를 추천한다.

 

갤리슨의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 시간의 왕국>은 두 사람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인생을 섬세하고 웅장하게 그린 두 장의 초상화다.

 

푸앵카레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라면 벤저민 얀델이 쓴 짧은 전기를 일독하길 권한다. 얀델의 <명사들 :힐베르트의 문제들과 그 해결사들>1900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다비트 힐베르트가 제시한 그 유명한 23개의 수학난제를 해결한 사람들의 전기 모음집이다. 푸앵카레는 이 대회에서 22번 문제를 풀었다.

 

개념을 강조한 쿤파 역사학자들과 도구를 강조한 갤리슨파 역사학자들 간의 논쟁은 지금까지도 시들해진 적이 없다. 이론적 과학에 단련된 역사학자들은 쿤 쪽에 기울고, 실험적 과학에 단련된 역사학자들은 갤리슨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 논쟁에서도 각 파의 지도자보다 그들을 따르는 신봉자들이 훨씬 더 독단적이다......일전에 역사학자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쿤의 신봉자들이 쿤의 견해를 심하게 과장하고 있었다. 쿤은 회의실 뒤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치며 신봉자들을 제지했다. “여러분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전 쿤파가 아닙니다.”

 

갤리슨은 임계혼탁critical opalescence’이라는 용어로, 상대성 이론이 발견된 1905년의 상황을 요약하고 있다. 임계혼탁은 물이 고압에서 섭씨 374도로 가열될 때 나타나는 아름다운 효과를 말한다. 374도는 물의 임계온도라고 불린다. 달리 말하면, 물이 끓지 않고도 끊임없이 증기로 바뀌는 온도다. 임계온도와 임계압력에서는 물과 증기를 구분할 수 없다. 이때의 물과 증기는 기체라고 해야 할지, 액체라고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단일 유체 상태다. 임계 상황에 이르면 이 유체는 끊임없이 기체와 액체 사이에서 상전이를 일으키고, 이 상전이는 다채로운 빛깔의 반짝임으로 가시화된다. 이때의 반짝임이 유백색 보석인 오팔의 다채로운 빛과 비슷하다고 해서 ‘opalescenc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푸앵카레는 철학적 사유를 담은 <과학과 가설>에서 지식의 근원을 더 깊이 연구하면서 절대 시공간이라는 뉴턴의 개념을 비판했다. 아인슈타인도 그 책을 읽고 연구했다. 그러나 철학 역시 두 사람의 발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상대성이론의 탄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사고방식이었다. 도구와 개념과 철학적 사유가 한데 뒤섞여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융합되는 그 순간, 상대성이론이 탄생한 것이다. 갤리슨은 쿤파와 갤리슨파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던 모양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중도의 입장을 견지한다. ‘임계혼탁의 순간에 이르면, 역사를 궁극적으로 개념에 대한 것으로 보느냐, 근본적으로 물질적 대상에 대한 것으로 보느냐 하는 변덕스러운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길이 열린다.’

 

푸앵카레는 보수적인 성향이었던 반면, 아인슈타인은 혁명적이었다. 이것은 두 사람의 중대한 차이다. 새로운 전자기이론을 찾았을 때도 푸앵카레는 가능하면 옛 이론들을 고수하려 했다. 그는 에테르를 사랑했다. 심지어 에테르가 관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으로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에테르에 대한 믿음을 접지 않았다. 푸앵카레의 상대성이론은 조각천을 기워놓은 꼴이었다. 그는 관찰자의 이동에 따라 달라지는 지방시라는 새로운 개념을, 완고하고 요지부동한 에테르로 규정된 절대 시공간이라는 낡은 틀에다가 기워놓은 것이다.

 

개념이 바로 결정적 요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낡은 개념을 버리고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데 적극적이었던 탓에 상대성이론의 세계로 엄청난 도약을 했다. 하지만 푸앵카레는 벼랑 끝에서 머뭇거리느라 도약하지 못했다. 적어도 이 경우에서는 쿤이 옳았다. 1905년의 과학혁명은 도구가 아니라 개념이 추동한 것이다.

 

그린은 거시적 대상과 미시적 대상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양자중력이론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즉 거시적 대상에서는 일반상대성 이론처럼, 미시적 대상에서는 양자역학처럼 작동하는 통합이론을 의미한다....그 후 끈이론이 등장했고, 최초로 일반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성공적으로 통합했다. 이 성공으로 발견자들은 끈 이론이 만물의 이론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할 타당한 근거를 얻었다.


물리학의 세계를 분할하는 개념을 고안한 사람은 양자역학의 탄생을 주도한 닐스 보어였다. 그는 아인슈타인과 동시대인이었다. 또 한 명의 동시대인 로런스 브래그는 보어의 개념을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했다. ‘미래의 모든 것은 파장이고, 과거의 모든 것은 입자다


 

만일 초끈이론이 맞다면 물리학은 기념비적인 성공을 거둘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이론은 공간의 구조에 관해 아인슈타인조차도 대경실색할 정도로 황당한 가정을 저변에 깔고 있다......이 우주의 시공간이 3차원 공간과 1차원의 시간으로 이뤄져 있다는 기존의 관념을 폐기하고, 9차원 공간과 1차원의 시간이라는 황당무계한 가정을 받아들여야 한다......초끈 이론은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는 진정한 실체가 아니라 실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우주의 구조>

 

오펜하이머는 편지에서 아버지처럼 의젓하게 동생에게 조언을 한다.

 

시련이 우리에게 주는 장점들이 많고 많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영혼을 단련시켜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는 당장의 목표보다 시련을 통해 얻는 보상이 더 크다고 믿는다. 부디 시련이 부질없다고 여기진 말거라. 원래 시련이란 영혼을 지키게도 하지만 고의적인 시련이 아닌 한, 모든 시련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미세한 원자핵의 발견은 대성당안의 파리에 빗대어 설명되었다. 파리는 원자핵을, 대성당은 원자를 말한다. 그의 실험으로 원자의 거의 모든 질량과 에너지가 원자 부피의 1/1조에도 못 미치는 원자핵 안에 있음이 증명되었다.

 

월턴은 혼자 실험실에서 경금속 원자인 리튬으로 이뤄진 표적에 수소원자핵을 충돌시키는 최초의 실험을 했다. 그 결과는 굉장했다. 리튬 원자핵들이 둘로 쪼개지면서 여러 쌍의 헬륨 원자핵으로 분리된 것이다. 헬륨 원자핵들은 입사된 수소원자핵보다 무려 30배가 넘는 에너지를 갖고 방출되었다. ..바로 그날, 테이블 핵물리학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루빈은 조지 가모프가 미국으로 건너온 후에 그의 제자로 천문학에 입문했다. 그녀는 은하 내부의 운동속도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어떤 물질이 은하들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의 망원경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은하들 구석구석을 암흑물질이 메우고 있다고 추정했다. 암흑물질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암흑물질은 탐구해야 할 또 하나의 심오한 미스터리다. 우리는 단지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안다.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물질보다는 무겁다는 사실만 알뿐이다.

 

위너는 응용수학자로서 제어 시스템과 되먹임 기작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정립하고, 그 이론을 사이버네틱스라고 불렀다. 사이버네틱스는 일종의 복잡성의 이론이다. 쉽게 말해, 잘 이해되지 않는 매개들과 불확실한 사건들로 가득 찬 세계를 최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찾아주는 이론이었다.

 

19471, 위너는 <애틀랜틱 먼슬리>에 발표한 과학의 반역자들이라는 논평에서 정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나는 앞으로 무책임한 군사전문가들의 손에서 훼손될 우려가 있는 연구는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이 논평이 발표되자마자, 52세의 위너는 어린 신동이었을 때만큼 유명인사가 되었다.

 

내가 아는 한 <정보 시대의 우울한 영웅>은 노버트 위너의 세 번째 전기다. 제일 먼저 출간된 전기는 1980년 스티브 하임스의 <존 폰 노이만과 노버트 워너: 수학에서 기술로, 삶과 죽음>이다. 그리고 1990년에는 페시 마사니의 <노버트 워너, 1894~1964>가 출간되었다.

 

마거릿은 그 일을 훌륭히 수행했다. 검소하게 가정을 꾸리고, 위너를 위해 편안한 가정환경을 제공하고, 아이들을 낳고 길렀다. 결혼 초기에 그녀는 친구에게 노버트는 수학을 하고, 나는 계산을 하지라고 말했다.

 

위너는 사이버네틱스를 기계와 동물을 막론하고 모든 분야를 통합하는 제어와 소통이론으로 정의했다. 이 소통이론의 언어는 수학이다. 아날로그 소통은 직접적인 측정이 가능한 전압과 전류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량의 용어로 세상을 설명한다. 디지털소통은 01이라는 용어로 세상을 설명한다. 01은 두 개의 대안 사이에서 내릴 수 있는 논리적 선택을 대표한다. 한마디로, 아날로그 소통은 분석의 언어이고, 디지털 소통은 논리의 언어다.

 

위대한 과학자엔 두 부류가 있다. 이사야 벌린은 기원전 7세기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표현을 따서 이들을 여우와 고슴도치라 불렀다. 여우는 재주가 많고, 고슴도치는 재주가 딱 하나뿐이다. 여우는 만사에 관심이 있고, 이 문제에서 저 문제로 쉽게 옮겨간다.

 

고슴도치는 스스로 기본이라고 여기는 소수의 문제들에 매달려 몇 년 또는 몇 십 년을 파고든다. 위대한 발견은 대개 고슴도치들의 몫이고, 사소한 발견은 대개 여우들의 몫이다.....고슴도치들은 사물의 본질을 파고, 여우들은 경이로운 우주의 세세하고 복잡한 내용들을 파헤친다. 그런면에서 아인슈타인은 고슴도치였고 리처드 파인만은 여우였다.

 

<세상, 육체 그리고 악마 : 이성의 세 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존 데즈먼드 버널이 28세였던 1929년에 처음으로 출간한 책이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두 가지 미래가 있다. 원하는 미래와 운명적 미래.

인간의 이성은 이 둘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대단한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청소부로서 인공유기체의 효율성을 예측할 수 있다. 강이나 호수의 유기수은을 무해한 불용성 고체로 전환하는 미생물도 생각해볼 수 있다. 폴리염화비닐을 왕성하게 먹는 인공유기체라면 현재 지구상의 모든 해안가에 널려 있는 플라스틱류들을 말끔히 청소해줄 것이다. 어쩌면 폐기된 자동차를 먹어치우는 동물 종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겠다.

 

사실 태양계 주위의 우주에는 생명에 꼭 필요한 화학물질들과 물을 충분히 가진 직경 몇 킬로미터 정도의 혜성들이 무수히 많다......태양계가 형성된 지 수십 억 년 동안 혜성이 지속적으로 날아왔다고 본다면, 태양에 느슨하게 묶여 있는 혜성은 수십억 개에 이를 것이다. 이런 혜성의 표면적들을 합산하면 지구 표면적의 천 배, 아니 만 배나 된다. 나는 이런 근거에서 행성이 아니라 혜성에다 생명의 둥지를 틀어야 마땅하다고 확신한다.

 

인간 정착에 필수적인 요소 중 단 두 가지가 부족할 뿐이다. 온기와 공기다. 이제 생물공학이 우리를 구할 때다. 혜성에 나무가 자라게 하는 방법만 알면 된다.

 

우주공간에서 잎의 피막은 네 가지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생체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원자외선을 투과시키지 않아야 한다. 내수성도 필수다. 그리고 광합성 기관에는 가시광선을 전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적외선 복사율은 극히 낮아야 열의 손실을 막아서 얼어죽지 않는다.

 

나무껍집은 단열성이 뛰어나야한다. 혜성의 표면을 파고든 뿌리는 얼어붙은 내부재료들을 녹여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 한다. 잎이 생성한 산소는 허공이아니라 뿌리쪽으로 방출해, 둥치 주변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공급되어야 한다.

 

나무는 혜성에서 얼마나 높이 자랄까? 그 대답은 놀랍다. 직경이 약 16킬로미터가 채 안되는 천체에서라면 중력이 약해 나무는 한없이 성장한다. 이 나무는 수백 킬로미터까지 높게 자라면서, 자기가 차지한 혜성 자체의 단위면적보다 수천 배 더 큰 단위면적에 해당하는 태양에너지를 모은다.

 

세포의 두 기능인 유전물질(DNA)과 효소 역할을 하는 기계(단백질)는 자기증식 기계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기능에 정확히 상응한다.

 

미래를 긴 안목으로 내다볼 때, 나는 태양계가 두 영역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햇빛이 풍부하고 물이 부족한 내부 영역은 거대한 기계와 정부주도 사업체가 차지할 것이다. 이곳에서 자기증식 기계는 충직한 노예이고, 인간은 거대 관료체제로 편성된다. 태양이 미치지 않는 외부 영역은 물이 풍부하고 빛이 희박하다. 이곳에는 나무들이 띄엄띄엄 자라고 인간들이 소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혜성들이 드문드문 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올 때 보물처럼 간직했던 책이 하나 있었다. 존 더버 윌슨의 <셰익스피어의 참모습>이다.

 

존 리틀우드는 내가 학생이었을 때, 케임브리지에서 수학을 가르친 유명한 수학자였다. 그는 이 법칙을 제안하기 전에 이미 기적을 정확하게 정의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기적은 일어났을 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어떤 한 사건을 의미하는데,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1/100만이다.


리틀우드의 기적의 법칙은 평범한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대략 한 달에 한 번 꼴로 기적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우리가 보통 하루에 활동하는 시간은 약 8시간이고, 그 시간동안 약 1초에 한 번꼴로 무언가를 보거나 듣는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하루에 약 3만번, 한 달에100만 번 정도의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스테이플던은 과학자가 아닌 철학자다. 그는 철학이 오랫동안 매달려왔던 고질적인 문제를 참신하고 우앟게 풀기 위해 <스타메이커>를 썼다. 그 문제란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악과 전능하지만 완전히 사악하다고 할 수는 없는 창조주를 화해시키는 것이다. 그가 찾은 해법은 우리 우주가 여러 우주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 우주가 생명에 우호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철학적 문제는 결국 미세조정(우주의 물리상수들이 생명 유지에 적함하게끔 특정한 방법으로 미세조정되었다는 것)문제로 귀결된다. 우주학자 리 스몰린은 미세조정 문제에 최초로 다중우주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이렇게 가정했다. 우리 우주는 여러 우주들 중 하나다.

 

아기들이 태어나듯, 늙은 우주들 안에서 새로운 우주들이 태어나고 있다. 아기 우주들은 부모 우주를 닮았으나 무작위로 갖가지 종류의 물리법칙과 화학법칙들을 타고난다. 이러한 가정을 전제로, 다윈의 진화론 과정을 따라서 수명이 긴 우주들이 선택된다. 따라서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수명이 긴 우주 중 한 곳에 존재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천문학자 마틴 리스는 자연이 미세조정 문제를 해결했음직한 또 하나의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면, 그중 몇몇 우주는 우리보다 정신작용에서 훨씬 더 진보한 생명체의 진화를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초지능 생명체는 어쩌면 자신의 두뇌로 또는 슈퍼컴퓨터로 복잡성 수준이 조금 낮은 또 다른 우주의 역사를 완벽하게 모의실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리스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와 이 우주는 초지능 생명체의 뇌 안에서, 물질적 재료가 전혀 없이 오직 정신적 구조로 모의실험된 것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 개념은 새로운 종류의 가상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진보된 존재들이 창조한 모의실험은 사실상 과거를 재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창조한 모의실험이란 고전적인 개념의 시간고리가 아니다. 자기들의 역사를 탐구하기 위해 과거를 복원한 것이다. ’

 

<스타메이커>는 단테의 <신곡>에 비견할 만한 책이 분명하다.

 


데닛은 사회학자로서 미국의 종교단체들과 관행들을 연구한 앨런 울프의 말을 인용한다.

 

복음주의의 인기는 교리에 대한 확신뿐만 아니라, 대중의 욕구에 영합하는 경향(신도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간파하고 그것을 제공하는 경향)에서도 비롯된다. 교회는 강력한 종교적 함의를 갖고 있는 성소라는 말을 원치 않는다. 성서의 문장들을 정확하게 해석하기보다는 더 큰 주차장과 더 쾌적한 육아실을 제공하는 데에 더 신경을 쓴다.


데닛은 물리학자 스타인 와인버그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한다. ‘착한 사람들은 선한 일을 하고, 나쁜 사람들은 나쁜 일을 한다. 하지만 착한 사람이 나쁜 일을 할 때도 있다. 바로 종교를 갖는 것이다.

 

나카오 타카노리에게 지면을 할애하려고 한다. 그는 밤의 적막을 깨는 시계 초침소리마저 고독하여라라고 시작하는 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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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소울메이트 고전 시리즈 - 소울클래식 8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정윤희 옮김 / 소울메이트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 있는가? 혹은 당신을 화나게 만드는 사람이 죽기를 원하는가?

이 책에는 때려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아주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실려 있다.

, 책 끝부분에 소개하고 있어 본 리뷰에서도 맨 마지막에 공개하기로~~


세네카는 알려져 있다시피 스토아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사상가다. 그는 그 유명한 폭군 네로 황제의 최측근으로 활동하지만 네로가 거의 실성할 무렵 네로 곁을 떠나 은둔생활을 한다. 결국 황제암살을 모의했다는 모함에 의해 독약을 마시고 세상을 떠났다.


불교가 열반, 니르바나를 추구한다면 스토아학파는 평정, 아파테이아를 추구한다.

동양으로 치자면 중용이다.


누구는 화를 내라고 하고, 누구는 화를 참으라고 하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난감하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화를 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화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내 육체와 정신을 갉아먹었으니.

오호통재라. 화를 냈다 병원 신세를 졌던 게 무릇기하였던가! 부러지고 째지고 깨지고.

돈은 또 얼마나 깨졌던가. 수 천 만원이 날라 갔다.

 

세네카는 화를 초기에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가 난 이상 제어하기는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영화 <레버넌트>처럼 자신의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서도 화를 내지 말아야 할까? 세네카에 따르면 그렇다. 화는 성급하고 광기에 가까운 것이라 목표를 성취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

 

인간들이 저지르는 죄악에 대해서도 화를 내지 말아야 할까? 예를 들면 세월호 유가족 단식하는 옆에서 짜장면, 치킨을 쳐 먹는 것들을 보고도 화를 내지 말아야 하나? 그렇다. 왜냐하면 온 사방이 악덕과 죄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경우에 화를 낸다면 우린 분노로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차분하게 대안을 생각해야지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의 우매함을 인정하고 용서하려는 아량을 지녀야 한다. 숲에 과일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화를 내야 하나? ‘배부른 돼지들이 꿀꿀댄다고 화를 내야할까? ‘개새끼들이 컹컹 짓는다고 화를 내야 할까. 그들은 오로지 꿀꿀대고 짖기 위해 태어났다.

타고난 자연의 결함 때문에 화를 낼 순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참아야 한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화가 났을 때 거울에 비춰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또한 화가 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너무 과중한 일이나 중요한 일에 휘둘린다면 화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소크라테스는 화가 나면 억지로 목소리를 낮추고 말수를 줄였다고 한다. 화를 자극할 만한 사람들과는 아예 어울리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그리고 가장 공감한 문장. ‘애꿎은 물건을 향해 화풀이를 하지 말라게임에서 졌다고 핸드폰을 던져 버린 게 몇 번 이던가. 세네카의 말대로 이건 미친 짓이다. 핸드폰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심지어 누군가 우리에게 화를 내더라도 오히려 친절함으로 대해야 한다.

연약한 생물들은 건드리기만 해도 공격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연민을 가져야한다.

 

결정적으로 화를 내면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 우리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 죽기를 원한다면?

세네카의 방침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 역시 곧 죽음을 맞을 테니까. 당신이 애쓰지 않아도 이루어질 일이라면 괜스레 고통스러워하며

우리의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돼지, , 말라리아 같은 인간들도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하니 행복하다.

웃으며 잠들겠다.

 

밑줄 그은 문장.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상처를 입었을 때 곧바로 화가 나는 것인지, 아니면 먼저 마음의 동요가 일어난 후에 화가 나는 것인지다. 스토아학파의 일반적인 견해는 화는 그 자체로 야기되지 않으며 마음의 동요가 있어야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리도 긴 호흡을 유지하며 끝없이 밀려오는 끈질긴 악덕에 맞서야 한다. 악덕을 뿌리 뽑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떻게든 사악한 격정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언제나 우리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사건이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하라. 배를 조종하는 사람은 절대로 자만하여 돛을 활짝 펴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언제든 밧줄을 짧게 당겨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미와 쥐는 누가 손만 내밀어도 이빨을 드러낸다. 연약한 생물들은 건드리기만 해도 공격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아테네의 폭군으로 알려진 피시스트라투스의 만찬회장에서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만찬회에 온 손님 중 한 명이 피시스트라투스의 잔혹성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고 들었고 사방에서 그를 가만히 두면 안 된다는 불만이 들끓었다. 그런데도 피시스트라투스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화를 돋우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실수로 나와 부딪혔다고 해서 화를 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는 가능한 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유가 궁금한가? 일단 화가 나면 그 순간에는 어떤 짓이라도 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로마의 사상가 섹스티우스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매일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스로 이렇게 자문했다. ‘오늘 나는 어떤 나쁜 습관을 고쳤는가?’ 악덕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는가? 어떤 점에서 발전을 이루어냈는가?‘

 

지금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소중한 시간들은 얼마 후면 사라질 것이다. 그때까지 최대한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타인을 위협하거나 공포를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엄청난 손해를 입거나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경멸을 당하고 비웃음을 듣더라도 덧없는 인생사를 초월해 인내하자. 세상사에 휘둘려 살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앞에 죽음이 다가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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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16-02-2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때에 따라 화를 내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2-29 21:56   좋아요 0 | URL
세네카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저는 동의합니다^^

PRAUTES 2016-03-0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네카의 가르침도 네로를 어떻게 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합니다.

시이소오 2016-03-06 07:23   좋아요 0 | URL
독재자들은 현명한 말도 안 통하죠^^

PRAUTES 2016-03-06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세네카보다는 아우렐리우스를 더 좋아합니다.

시이소오 2016-03-06 07:31   좋아요 0 | URL
리스본행 야간열차 읽고 저도 아우렐리우스 읽고 싶어졌어요^^

PRAUTES 2016-03-06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은 한 사람을 망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화를 돋운다.˝

시이소오 2016-11-01 13:51   좋아요 0 | URL
이글을 지금 읽었네요. 허걱 죄송해요^^;

마음대로대왕 2016-11-0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는 정말 본능에 충실하면 큰일나죠. 다스려야합니다.

시이소오 2016-11-01 13:52   좋아요 0 | URL
마음대로대왕님, 맞는 말씀입니다 ^^
 

아랍의 위대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오마르 하이얌에게 과학은 이슬람의 지적 구속에 저항하는 반역이었다.


저 엎어놓은 사발을 하늘이라고 부른다.

그 아래 갇혀 우리는 한생을 살다 간다.

하늘을 향해 도움을 구하는 손을 내밀지 말지니,

하늘도 그대와 나처럼 무력하게 돌고 있을 뿐이다.

 

현 세기에도 우리는 소련의 감옥에 수감되었던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와 목숨을 걸고 스탈린에게 란다우의 사면을 호소한 표트르 카피차를 기억하고 있다.

 

수학자 앙드레 베유와 그를 구해준 수학자 라르스 알포르스도 알고 있다.

 

수학자 챈들러 데이비스. 동료를 밀고하라는 요구를 거절한 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수감됐다.

 

힐베르트는 이 보편적 과정을 발견하는 문제를 결정문제라고 명명했다.

그는 결정문제를 풀게 되면 수학의 유명한 난제들도 모두 풀 수 있다고 믿었다.

 

힐베르트가 70세가 되었을 때, 쿠르트 괴델은 탁월한 분석을 통해 힐베르트의 방식으로는 결정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일반적인 산술규칙들을 포함해 모든 수학의 공식화에는 명제들의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과정이 존재할 수 없음을 입증한 것이다. 동시에 그는 참이나 거짓을 증명할 수 없는, 유의미한 산술적 명제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괴델의 정리. 괴델의 정리는 순수수학에서 환원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은 생애 마지막 20년 동안 물리학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방정식들을 찾는 일에만 매달려 무익하게 보냈다.

 

노년의 아인슈타인과 노년의 오펜하이머는 블랙홀의 수학적 아름다움에만 눈이 멀어서, 그것의 실제 존재 여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은 환원주의 철학에 빠져 길을 잃었다. 그들은 모든 물리적 현상들을 몇 개의 기본 방정식들로 환원하는 것을 물리학의 유일한 목표로 삼았다.


 

프랜시스 크릭은 금세기 최고의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말년에 자신이 주동했던 미생물학 혁명에 대한 개인적인 해설을 책으로 출간했다. 존 키츠의 시구에서 제목을 빌린 <열광의 탐구What mad pursuit>가 그것이다. 그 책에서 크릭이 참여한 두 가지 발견, DNA의 이중나선구조와 콜라겐 분자의 삼중나선구조를 비교, 설명한 부분이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기념비 중 하나는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알라모에 있는 새뮤얼 곰퍼스의 석상이다. 석상 아래에는 곰퍼스가 했던 연설의 한 구절이 적혀있다.

 


노동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는 감옥보다는 교사를

총보다 책을

범죄보다 배움을

탐욕보다 여가를

복수보다 정의를

우리의 훌륭한 본성을 배양시켜줄 기회를 더 원한다.

 

새뮤얼 곰퍼스는 미국노동총동맹을 설립하고 초대회장을 역임했던 사람이다.

 

과학이 최근 수십 년간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게 된 까닭은 두 가지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순수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인간의 현실적 요구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현상이 한 이유요, 응용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점점 더 즉각적인 이윤에 집착하고 있는 현상이 또 한가지 이유다.

 

토머스 제퍼슨이 자명한 이치라고 주장했던 말이 있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창조되었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그 권리에는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수백만 명이 실질과 빈곤에 내몰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원자력발전소들 버금가게 이 지구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것도 자명한 이치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위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귀가 미세조정공명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공명기는 무음 간격 동안에도 끊임없이 진동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골드의 실험은 음의 고저 구분이 뇌가 아니라 주로 귀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골드가 옳았던 또 다른 이론은 청각이론보다 더 오랫동안 학계로부터 배척당했다. 바로 지구의 자전축이 90도 뒤집힌다는 이론이었다. 1955년 골드는 지구 자전축의 불안전성이라는 제목의 매우 혁명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요약하자면, 지구의 자전축이 100만 년에 한 번꼴로 90도 각도로 회전해 이전의 북극과 남극이 적도가 되고, 적도의 두 지점이 각각 양극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암석자기학의 대가였던 조셉 커시빙크는 한 편의 논문에서 캄브리아기 초기에 지질학적으로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지구의 자전축이 실제로 90도 회전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것은 생명의 역사에서도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 발견이었다. 왜냐하면 자전축의 90도 회전이 일어난 시기가 캄브리아기 폭발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골드가 제시한 혁명적인 이론은 그의 저서 <깊고 뜨거운 생물The deep hot biosphere>의 주제이기도 하다. 골드는 지표의 수 킬로미터 아래에도 생물들이 서식하는 또 다른 생물권이 있다고 설명한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먹이>는 무책임하게 응용된 생물학적 지식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 세상이 그 메시지를 듣기를 바란다.

 

두 번째로 빌은 나노기술의 선도자 에릭 드렉슬러의 말을 인용한다. 드랙슬러는 나노기술의 활용을 장려하는 동시에, 오용을 경고하기 위해 포어사이트 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다음은 드랙슬러의 말이다.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합성박테리아는 진짜 박테리아를 압도할 수도 있다. 이것들은 꽃가루처럼 바람에 날려 퍼질 수도 있고, 빠르게 복제해 수일 내에 생물권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이 위험한 복제자들은 아주 작고 억세고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다.



 

나노기술은 한마디로, 기능면에서는 생물세포와 비슷하나 구성성분이 달라서 세포보다 훨씬 강인하고 다재다능한 미시 규모의 기계를 만드는 기술이다. 어셈블러도 그중 하나다. 어셈블러는 쉽게 말해 스스로를 복제할 뿐 아니라 다른 기계를 제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공장이다.

 

 

버나드스키는 생물권이라는 용어를 고안하지 않았지만, 생물권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지구과학과 생명과학을 최초로 통합한 러시아의 과학자다. 바츨라프 스밀은 프라하에서 교육받고 캐나다에 살면서 스스로 동서양을 잇는 가교임을 자처했다. 그는 자신의 책을 통해 버나드스키를 새롭게 조명하고 서구에 그의 이론을 소개하고자 했다. 스밀은 <지구의 생물권 : 진화, 역학 그리고 변화>에서 거의 모든 장에 걸쳐 버나드스키의 <생물권>을 인용한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핵전쟁의 결과를 철저하고 솔직하게 묘사한 톰 스토니어의 <핵 재앙>을 읽었다.

 

일종의 직업으로서 군인의 소임을 다하는 것과 광신적인 군인의식은 엄연히 다르다. 너무 진지한 타입이 아니었던 발크는 호감가는 인물이었다. 그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전쟁에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종교를 빙자한 허세나 자만심도 없었다. 발크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대단히 훌륭하고 고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전투는 단지 임무였을 뿐이다.

 

하지만 군인의 소임을 인간성보다 더 높이 둔 요들은 호감 가는 인물이 아니었고, 결국에는 악당이 되었다. 그는 군인의 맹세를 신성한 서약으로 여겼다. 군인의 의무는 히틀러에 대한 충성이라고 확신했고, 결국 자신도 히틀러의 광기에 전염되고 말았다.

 

전략폭격이라는 복음을 전파한 것은 1920년대 이탈리아의 줄리오 듀헤였으나, 그 복음을 처음 실천한 사람은 영국의 휴 트렌차드 경이었다. 트렌차드는 중폭격기들을 제작해 독일의 민간경제를 공격하자고 정부를 설득했다. 그 순간, 영국은 과거 특정한 적만을 공격했던 19세기 전쟁의 전통에서 완전히 돌아서버렸다.

 

퀘이커교가 이룬 불멸의 위업은 노예제 폐지였다.

 

오늘날 평화운동에 필요한 교훈도 이것이다. 평화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쟁의 완전한 금지다. 모든 전쟁이 악이지만, 핵무기 사용은 더 악랄한 악이다. 핵무기 폐지가 전쟁을 금지하는 것보다 정략적 목표로서 실현 가능성이 더 크다. 18세기의 퀘이커 교도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의 평화주의자들은 보다 무너뜨리기 쉬운 악을 첫 번째 표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핵무기 폐지에 성공하면, 다음 세대들이 전쟁금지를 공략하기가 수월해 질 수도 있다.

 

간디는 사티아그라하(진리의 힘이라는 뜻의 힌디어로, 비폭력 저항철학을 담고 있다)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그것은 비폭력주의 그 이상을 의미했다......사티아그라하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저항하거나 폭력적 행동을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다. 사회적, 정치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무기로서 도덕적 압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자는 의미다.

 


필립 할리는 <무고한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은 히틀러에 대항해 비폭력 저항의 길을 선택한 프랑스의 한 마을에 관한 이야기다.....유대인을 숨겨주면 추방이나 사형이 구형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르 샹봉쉬르리뇽마을은 수백 명의 유대인을 숨겨주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개신교 목사 앙드레 트로크메를 따르고 있었다.

 

르 샹봉쉬르리뇽 마을 이야기는 훌륭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 바로 1987년 피에르 소바주가 제작한 <영혼의 무기Weapons of the Spirit>.

 

조지프 로트블랫은 지구상에서 핵무기를 없애기 위해 생애의 대부분을 헌신했던 과학자다. 19391월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물리학자 회의가 열렸을 때, 불행히도 그는 폴란드에 있었다. 그 회의에서 핵무기의 가능성이 처음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로트블랫도 그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공개토론에서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만약 그가 그 자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지도 모른다. 1939년에 그 엄청난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생물학자들이 히포크라테스 윤리의 전통으로 생물학 무기개발을 중단시켰던 것처럼, 물리학자들이 핵무기에 반대하는 윤리적 전통을 세울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그 기회는 물거품이 되었고, 그때부터 역사는 무정하게 히로시마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1944년에 독일에 핵폭탄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졌을 때에도 로스앨러모스의 과학자들 중 단 한 명만 연구에서 손을 뗐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그가 바로 조지프 로트블랫이었다. 로트블랫은 로스앨러모스를 더난 후 퍼그워시Pugwash(조지프 로트블랫과 버트런드 러셀, 아인타인 등이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 기구)운동의 지도자가 되었다.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노벨 평화상이 수여된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며, 로트블랫이 노벨 평화상을 받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때 학생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직 소식 못 들으셨나요? 오늘 아침에 로트블랫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그 말에 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만세!” 학생들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헤이스팅스는 <아마겟돈>에서 동부 유럽에서 전쟁이 어떻게 끝났는지를 마지막 둘째 장에 묘사한다. 스탈린은 19454월에 베를린에 대한 최후 공격을 개시했고, 3주 만에 35만 명을 잃었다. 독일군은 전체 병력 중 약 1/3을 잃었다. 영국군과 미국군은 엘베 강에서 전쟁을 멈췄고 살아서 귀환했다.

 

우리는 두 배로 운이 좋다. 통찰력과 감성이 넘치는 유리 마닌의 <수학과 물리학>이 있는 것도 행운인데다가 섬세하고 꼼꼼하게 영어로 번역되어 있기 때문이다. 100
쪽 남짓 된 이 작은 책에 실린 문장들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인용할 가치가 있다.

 

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기계와 같다. 그 기계를 움직이는 나사들과 기어들의 작동방식이 밝혀진다면, 새로운 대형으로 조립되고 정렬될 수 있다. 그 결과 이 세상은 활과 직기를 얻거나 집적회로를 얻는다.’

 

20세기 과학의 위대한 혁명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혁명과 쿠르드 괴델의 혁명이다. 두 혁명은 기존의 과학 개념을 뒤집고 새로운 과학 개념을 만들어냈다. 하이젠베르크는 고전물리학을 전복시켰고, 쿠르트 괴델은 수학의 토대를 전복시켰다.


 

 

역사적 차원에서 간결하고 탁월하게 과학을 파고든 책이 또 한 권이 있다. 바로 폴 포먼의 <바이마르 문화, 인과성과 양자이론1918~1927: 적대적인 지적환경에 대한 독일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의 적응>이다.

 

포먼은 클라인의 괴팅켄 연설을 이용해 바이마르 독일의 지적 대반전을 극적으로 묘사하려고 한다. 새로운 시대는 파멸과 우울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상징하는 주제곡은 오스발트 슈펭글러가 쓴 묵시론적 세계사 <서양의 몰락>이었다.


 

각각의 문화는 발생하고 무르익고 타락하고 완전히 사라지는 자기 현시의 가능성들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 하나의 문화에는 조각, 그림, 수학, 물리학이 하나씩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깊은 본질적 측면과 존속기간, 독립성이 각기 다른 것들이 다수 존재한다.’

 

오늘, 과학의 시대가 저물고 회의주의가 승리하고 있다. 이 무대에서 구름은 흩어지고, 조용한 아침의 경관은 명료하게 다시 나타나고......고투 끝에 지친 서양 과학은 영적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에드워드 텔러의 <회고록 : 20세기 과학과 정치 여행>은 재밌으면서도 아주 독특한 역사기록이다.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그리고 에르빈 슈뢰딩거가 심오한 사색가로서 임루를 완수한 후, 문제해결사들은 새로운 개념들을 이용해 실용적 문제들을 해결하려 했다. 텔러와 그의 친구 한스 베테, 레프 란다우, 조지 가모프 그리고 엔리코 페르미가 그런 문제해결사였다. 그들은 새로운 개념들을 이용해서 물리학과 화학을 기초부터 깡그리 다시 세웠다.

 

보통 달은 지구 둘레를 일정한 방향으로 공전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오로지 앞면만 보인다. 그런데 달이 그 공전궤도를 아주 살짝 벗아나 뒤뚱거릴 때가 있다. 그때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지역이 가시적인 앞면 가장자리로 슬쩍 드러난다. 무어는 달이 고전궤도를 최대로 이탈하는 그 순간을 포착했다.

 

무어는 달이 공전궤도를 최대로 이탈하는 그 순간을 포착했다. 그리고 달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충돌 크레이터 마레 오리엔탈을 발견했다.

 

이런 관점은 원자핵을 발견한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말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물리학만이 진정한 과학이다. 나머지는 나비 수집에 불과하다

 

과학에는 크게 두 종류의 학파가 있다. 흔히 역사학자들은 베이컨 학파와 데카르트 학파라고 부른다. 베이컨 학과의 과학은 세부적인 것들에 주목하고, 데카르트 학파의 과학은 개념에 관심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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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28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있는 내용을 직접 옮겨 쓰신 건가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내용을 입력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

시이소오 2016-02-28 18:08   좋아요 0 | URL
워낙에 머리가 안 좋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 잊어버릴까봐서요.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과학은 반역이다 - 물리학의 거장, 프리먼 다이슨이 제시하는 과학의 길
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학영 옮김 / 반니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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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의 거장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프리먼 다이슨 전작을 했다고 자랑했었다. 오늘날 프리먼 다이슨을 물리학자 혹은 과학자라고 말하는 건 그의 행적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게 아닐까. 이제 그는 사상가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프리먼 다이슨의 과학에 대한 서평, 서문, 여러 주제에 대한 논평들을 엮은 것이다. 요약이 불가능한 책이다. 나에겐 금시초문인 과학자들, 그들이 저술한 책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세상에! 이런 과학자들을 모르고 잘도 살았다.) 그렇다고 과학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과학을 축으로 정치, 역사, 문학을 가로지른다.

 

다이슨에 의하면 과학은 반역이어야 한다. 권력에, 국가에, 부자들에게 봉사하는 과학은 과학으로서 가치가 없다. 과학은 가난한 이웃에게 봉사해야 하고 지구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 또한 과학자는 언제나 이단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토머스 골드는 대표적인 이단자다. 그는 끊임없이 기존 과학에 반대되는 가설을 주장했고 그가 틀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의 주장들이 대부분 정설로 인정받았다. 예를 들어 그는 1955년에 지구 자전축이 100만 년에 한 번꼴로 90도로 뒤집힌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과학계에서는 미친 소리로 취급했다. 1997년이 되어서야 그의 이론에 대한 증거가 제시되었다.

 

최근에 그는 지표면 수 킬로미터 아래에 또 다른 생물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의 이론이 또 다시 맞을까. 안타깝게도 골드 자신은 이론의 증거를 더 이상 눈으로 확인할 순 없다. 토머스 골드는 20046월 운명했다.

 

반역자로서의 과학자의 대표적인 인물은 조지프 로트블랫이다. 조지프 로트블랫은 독일에 핵무기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로스앨러모스 프로젝트를 제 발로 걸어 나간 유일한 과학자로 남은 생을 반핵운동에 헌신했다.

 

신동으로 유명했던 노버트 위너는 도덕적 이유로, 정부와 기업에 관련된 모든 일을 거절한 위대한 수학자다. 다이슨은 <생물권>을 강조해 지구 환경의 보호를 강조한 러시아 과학자 블라디미르 버나드스키, 버나드스키를 널리 알린 바츨라프 스밀에 관해, 그의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일화도 들려준다.

 

 

이밖에도 다이슨은 수 십권의 흥미진진한 과학 도서들을 소개한다. 왜 아인슈타인과 거의 같은 시기에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푸앵카레는 잊혀졌는지, <스타메이커>가 왜 단테의 <신곡>에 버금가는 책인지, 오팔 빛을 발하는 임계혼탁이란 무엇인지, 브라이언 그린의 초끈이론은 과연 만물의 이론인지 등등 (내가 여태까지 읽은 과학책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은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였다. 너무 재밌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중에서도 존 데즈먼드 버널이 28세였던 1929년에 출간한 <세상, 육체 그리고 악마 : 이성의 세 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가장 눈에 띈다. 다이슨이 읽은 모든 책 중 최고의 문장으로 시작한다고.

 

두 가지 미래가 있다. 원하는 미래와 운명적 미래.

인간의 이성은 이 둘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인공유기체의 아이디어 (예를 들면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유기체), 행성이 아닌 혜성으로의 이주 (이곳에서 나무는 수백킬로미터까지 위로 자랄 수 있다) 등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학 이야기들이 우주에 떠도는 별처럼 널려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구는 아랍의 위대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였다.

 

저 엎어놓은 사발을 하늘이라 부른다.

그 아래 갇혀 우리는 한생을 살다 간다.

하늘을 향해 도움을 구하는 손을 내밀지 말지니,

하늘도 그대와 나처럼 무력하게 돌고 있을 뿐이다.

 

유레카! 하늘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문도 모른 채 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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