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지음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2주 전인가 3주 전, 금요일 밤에 길을 나섰다.
"겨울바다를 보러 가자"고 아이를 꾀었지만,
최종목적은 '겨울바다'가 아니라 대포항의 '회'와 강구의 '대게'였다.
회와 대게 여행이라니,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런 호사도 필요하다.

먹다남은 찌개에 물을 부어 새로 끓인 찌개처럼 만드느라,
그동안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식탁뿐 아니라, 가물에 콩 나듯 들어오는 일감도, 알량한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다행히 남편은 나의 그 모든 뻔한 수작을 모른체 눈감아 주었다.

집을 나서기 직전, 다시 신발을 벗고 들어와 한강의 책과 음반을 챙겼다.

서너 시간을 달려 새벽 두 시에 바닷가에 도착,
혹시 문을 연 횟집이 없을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그곳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새벽에 바닷가에서 먹는 회와 매운탕과 술은 기가 막혔다.

다음날 아침(이라 해봤자 정오 경) 눈을 뜨자마자 예쁜이 아줌마 노천횟집에 가서 
또 회를 시켜 먹었다.
따로 시켜야 하는 오천 원짜리 매운탕에 웬일로 우럭이 한 마리 통째 들어 있어 행복했다.
우노윤호를 닮은 금발의 청년이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매운탕 냄비, 빈그릇을 챙기려고
비닐 포장을 걷자 짙고 푸른 초록인지 진회색인지 울렁울렁한 바다가 다가왔다.
다가왔지만, 솔직히 바다는 뒷전이었다.

7번국도를 따라 차를 달리며 한강의 노래를 들었다.
연필조차 손에 들 수 없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에도 어떤 멜로디가 찾아왔다고 한다.
깊은 산골 점방, 노파의 외상장부처럼 그렇게 이 작가는 멜로디를
자신의 공책에 떠듬떠듬 옮긴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마침내 입을 열었을까.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은 것같은, 소설가 한강의 바람을 닮은 목소리.
그 목소리가 자신이 작곡한 어떤 노래에는 참 잘 어울리고
어떤 노래에는 좀 엉뚱하고 생뚱맞다 싶기도 했지만.
이 작가의 골수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일 듯.

이 책은 흥얼거리다, 귀기울이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그리고 (추신) 검은 바닷가 그 피리소리,
네 부분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그 중 두 번째는 임방울의 '쑥대머리'나 들국화의 '행진', 메르세데스 소사의 '인생이여, 고마워요'
자신이 한때 혹은 오래 귀기울였던 음악들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놓고 있는데
오래 전 메모지에 또박또박 적었던 나의 음악다방 신청곡과 여러 곡이 겹쳐 참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이 리뷰도 먹다남은  찌개에 물 부어서 끓인 것 같군요.^^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2-21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7-02-2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먹다 남은 찌개에 물 부어 끓인 게 더 진하고 맛있다구요.^^
삼탕까지는 괜찮아요.>.<

로드무비 2007-02-2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하하, 김지원 채원 자매가 어머니 최정희 씨가 끓인 삼탕사탕 찌개를
질색했다는 글을 언젠가 재밌게 읽었는데.
명절 뒤끝의 잡탕찌개가 전 또 그렇게 싫었거든요.
이젠 없어서 못 먹습니다.^^
(namu 님도 찌개 물 부어서 재탕 삼탕 끓이세요? 못 믿겠어라.=3=3)

주저리주저리 수다장이 님, 애인과 함께 저를 모시고, 불끈=3
꼭 그런 날이 오기를!^^

oldhand 2007-02-21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1월에 정동진과 울진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대게'를 먹으러 간거지요. 아, 진짜 맛있었어요. 아울러 7번 국도의 경치도 마음에 잘 담아 왔습니다.

하루(春) 2007-02-2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X5
마지막 줄... 정말 요점정리 잘하셨어요. 사고 싶군요.

nada 2007-02-2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인네는 무슨 재주가 그리 많답니까. 항상 가만가만, 평온해 보여서 좀 정이 안 가요. 리뷰, 전혀 먹다 남은 찌개 같지 않아요~

로드무비 2007-02-2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 님, 하하, 좀 그렇죠?
그런데 글을 읽어보면 그 평온해 보이는 모습 뒤에
많은 것을 겪고 있더라고요.
남 모르는 방황과 고독도 멸치국물처럼 우려서
글이나 노래로 풀어내다니, 정말 놀랐어요.^,.~

하루 님, 하x5가 뭡니까요?
그리고, 지가 또 요점정리라고 하면 일가견이 있습지요.=3=3
(사시는 것 찬성!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또 모르지요. '')

올드핸드 님, 하하, 반가워라.
울진 후포항에도 잠시 들렀는데
대게가 좀 신통치 않더라고요.
다음엔 주문진과 태백에서도 노닐고 싶어요.
콩주가 냠냠짭짭 대게살을 잘도 받아 먹었겠군요.^^

진달래 2007-02-2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가만 따스해지는 글인데요... ^^
아무튼 맛은 새로 끓인 찌개처럼 산뜻합니다. ^^

치니 2007-02-2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 작가가 노래도 잘 하나보네요. 어찌된게 한가지 재주가 출중한 사람들이 다른 재주도 가진 경우가 주변에 허다한거 같아요, 무재주 상팔자라나 뭐라나, 헤헷.

에로이카 2007-02-2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이 드디어 판을 냈군요... 옛날 '검은 사슴'을 보고 먹었던 충격 때문에 가리왕산 하얀 자작나무숲, 태백 그 동네 일대를 갔던 적이 있었어요... 폐광 전이었는데... 그 소설과 계속 겹쳐서 참 마음이 무거웠던 걸로 기억하네요.

맛있고, 즐거운 나들이길이셨겠어요... 부럽습니다. ^^

로드무비 2007-02-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우와, 소설 정말 많이 읽으셨군요.
천지간에 이어, 작품 속 지명 따라 여행까지......
이번 여행길에 태백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어요.
행선지를 좀 바꿔볼까 하다가 다시 강구 쪽으로......
대게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었답니다.
가리왕산 하얀 자작나무숲이라니, 텔레비전 디지털미술관에서
언제 그림이나 사진으로 본 것 같기도 하고.
한 번 가보고 싶네요.
2년 만의 먹자판 나들이였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언제 님도 꼭!^^

치니 님, 노래라기보다 허밍 같기도 하고......묘한 분위기였어요.
재주 많은 사람 보면 별로 안 부러우시죠?(그럴 것 같아요.)
전 부럽습니다.=3=3=3

카페인 님, 페이퍼로 올릴까 리뷰로 올릴까 잠시 망설였는데,
그리 말씀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2007-02-23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3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니앤 2007-04-23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신간소식이네요_ 2개월이 지났지만: - )
저는 어제 바다가 너무 고파서(?) 춘장대 해수욕장 다녀왔어요
갯벌이 무한대~ 좋았어요
 
느낌으로 아는 것들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노후에 대비해 개인연금을 따로 부을 용의가 없냐는, 어느 날 걸려온 모르는 이의 전화에 
이 책의 주인공은 능청맞게 대꾸한다.

--노후에 대해 왜 걱정을 해야 하는데요? (220쪽, 에필로그)

상인이나 여호와의 신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바쁘다며 인터폰으로 따돌리는 데는 이력이 났지만
"왜 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사람을 돌려보내느냐?"는 딸아이의 질문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건 이미 내가 세상에 대한 불신과 의혹으로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서운 세상이니 함부로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고, 그렇게 가르칠 수도 없고......

호어스트 에버스는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를 쓴 사람이라는데
난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모두가 좋다고 하면 왠지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도 내 병폐.

어제 오후, 불량한 자세로 드러누워 이 책을 읽다가 나는 프롤로그만 읽고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잡았다.
커피메이커와 거미와 자기자신을 엮은 대수롭지 않은 얘기만으로도 사람을 홀딱 빠지게 하다니......

동전을 넣어도 제멋대로인 커피 자판기를 보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나는 자판기를 이해한다. 늘 이건 무리다 싶고 어딘가 고장난 것 같은 그 상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내가 그러니까.
지난해만 해도 나는 거의 항상 망가진 상태로 마냥 퍼져 지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그런 세월들도 있달밖에.
물론 가끔 상태가 좀 나은 날도 있었다.
('망가지는 거야 순간이지' 40쪽)

이를테면 그는 공원 같은 곳을 산책하다가 아이들이 차던 공이 자기 앞으로 굴러오면
제깍 돌려주는 법 없이 나름대로 온갖 현란한 묘기를 선보이다가 도리어 웃음거리가 되는 타입.

--이 황당하고 생뚱맞은 공연은 흔히 아주 길게 이어지곤 했다.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은 땅거미가 드리울 무렵 공을 돌려보낼 주소를 적어 내게 찔러주고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러 집으로 갔다.
('더이상 우리의 능력을 세상에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된다고?' 66쪽)

나는 이 책에 나오는 황당하고 생뚱맞은 이야기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개인연금  권유하는 전화를 걸어온 이를 잘 구슬러 휴대전화가 잘 터지게 하는 여행가방
팔아넘기는 데 성공할 정도이니, 그 능청이라니!

전화나 인터폰으로 사람을 따돌릴 때 희미한 가책을 느끼는 내가
세상에서 단 한 가지  배우고 싶은 게  바로 그 능청. 독창적인 처세술!
<느낌으로 아는 것들>이란 이 책의 제목과 유니크한 그림의 표지를 보는 순간
나도, 느낌으로, 딱, 알았다.

호어스트 에버스는 역자(김혜은)를 정말 잘 만났다.
내용에 어울리는, 산뜻하고 도발적인 문장이라니......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옮긴이의 멋진 말도 몇 줄 소개한다.

--물론 순 '뻥',  십중팔구 지어낸 얘기겠죠. 하지만 호스트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
(유치원생)아이의 공작 준비물 챙겨주는 일, 누가 대신해줬으면 싶은,
그러나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어른애진짜 애를 거두는 일의 신산함을.
떠밀려 무늬나마 어른이 되어가는 일의 난감함을. 천근만근 무거워진 구두를.
역시 후생後生은 가외可畏입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224쪽)

(독일 지명 중심의, 책 맨 뒤에 있는 '찾아보기'도 무지 웃긴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장수 2007-02-1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긴이의 말 때문이라도 읽고 싶어지네요.
능청스럽다는 말을 가끔 듣지만, 정말로 능청 부릴 자신이 없는 저로선
끌리는 책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7-02-1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 님, 능청도 학습이나 부단한 연습으로 가능할까요?^^

나비80 2007-02-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넉살이나 능청이라면 제가 대표급입니다.^^
고로 식당에서도 아주머니들에게 가장 양 많은 식판을 선사받곤 했죠.
그러나 그게 어른들에게만 약발이 듣는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애인이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게 들켰겠지요ㅋㅋ)

로드무비 2007-02-11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부답 님, 열 아주머니에게 인기 있으면 뭐하겠습니까. 하하.=3=3=3
(사실은 부러워서용.^^)

nada 2007-02-1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옮긴이의 말이 혹하게 만드네요. 무비님 리뷰도 참으로 탐스럽고요. 으윽...신산한 자판기 인생.

로드무비 2007-02-1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 님, 와락.=3
요즘 많이 바쁘십니껴?
(지난주 울진을 잠시 차로 지나쳐 오느라 사투리가!ㅋ)
이 책 제 취향엔 맞았어요.
옮긴이의 말은 정말 최고였고요.^^

sudan 2007-02-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보기'가 재미있다는 말씀에 궁금해져서 저도 모르게 장바구니에담기 단추를 클릭해버렸어요.(요즘 긴축재정 모드인데. ^^;;) 로드무비님은 읽으신 책들에서 좋은 점을 잘 찾아내시는 것 같아요. 책이 실망스러웠다던가 하는 말은 잘 못들어봤어요. 재미없는 책은 아예 리뷰를 안 올리시는건가요?

라로 2007-02-1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그 방대한 독서량과 글빨에 주눅들었는데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를 읽지 않으셨다니 갑자기 룰루 랄라
물론 읽지 않으신 이율 들었지만 서도~~~으쓱~~.ㅋㅋ
한심하죵?ㅋㅋㅋ
단순한게 무기랍니다. 능청엔 사실 한심과 단순이 기술이거든요~~.ㅋㅋ

로드무비 2007-02-1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i 님, 방대하긴요, 저야말로 편향적인, 가벼운 독서만 하는 사람인데.
다음 주문 때 <세상은~>도 넣을려고요.
그리고 한심하긴요, 귀여우십니다.
한심과 단순이 능청의 기술이라는 말씀도 이해가 됩니다.^^

수단 님, 내일 몇십 원 들어오겠군요. 히히~
읽고 별로 느낌이 안 좋은 책에 대해 쓰는 건 시간이 아까워서요.
그 리뷰 보고 혹여라도 누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그것도 신경 쓰이고.
그리고 제가 선택한 책은 대체적으로 괜찮더라고요.
취향 따라 고른 것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제 리뷰 보고 책 샀다가 낭패스러운 분도 더러 계시겠지요?
수단 님은 어떤지 문득 궁금합니다.^^
(긴축재정이 풀리도록 보너스 많이 받으시길 기도.^^*)

라로 2007-02-1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몇백원 들어오실거야요~.
제가 몇권 주문했걸랑요~.ㅎㅎ
(꼭 밝혀야 직성이 풀리는 못말리는 성격!!흑)

로드무비 2007-02-12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i 니임~ 돈 몇백 원에 절로 콧소리가 나오는군요.
자신의 선행은 꼭 밝혀야 직성이 풀리는 못 말리는 성격, 바람직합니다.
저도 그런 경향이 있거든요.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2007-02-13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16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7-02-2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듯 합니다. 책을 보면 제목은 읽은게 기억나는데 왜 작가 이름은 생각이 안나는지.. 저도 세상은.. 이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그 재미에 다시 빠지게 생겼습니다. 내일 월급날인데 제대로 지름신이 내려옵니다..^^ 연휴는 잘 보내셨지요? 저는 아주 앉지도 못해요.. 3일동안 불어 버린 뱃살이 같이 춤추자고 합니다.

프레이야 2007-02-2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좀 '능청'을 배워야겠어요.
리뷰가 아주 재미있어요.^^

2007-02-21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2-2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물게 솔직하고 힘찬 님, 헤헤, 뭐 잠시 그런 충동을
희미하게 느꼈던 거고요.
'불편한 자의식'이라는 표현에 잠시 멈칫했답니다.
자의식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언제 이야기 좀 나누어요.^^

배혜경 님,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
원하시는 만큼 능청을 획득하시길요.^^

인터라겐 님, 오늘이 월급날이군요.
장바구니 터지게 담으세요.ㅎㅎ
덕분에 연휴, 잘 보냈고요.
뱃살과 함께 블루스를, 저와 같은 형편이시군요.^^


반딧불,, 2007-02-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추천수에 놀라고 있습니다.
설 잘 쇠셨죠??

로드무비 2007-02-2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 님, 님도 설 연휴 잘 보내셨지요?
추천수는, 이런 책의 경우 먼저 쓰는 사람이 몰아서 받는 것 아닌가요? 히히^^*

비로그인 2007-02-2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를 쓸 줄 아는 것은 -
분명 재능이지요. 문장력과 '끌림'을 가지고 있달까. 문장력이 이쁘고 멋진 꽃이라면
'끌림'이 아주 달콤하고 영양많은 꿀이겠지.
꽃이 이쁘다고 모든 곤충이 오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로드무비'님의 글에는 꿀이 발라져 있어요. 하지만 무슨 색일까?

로드무비 2007-02-2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 SHIN 님, 혹시 된장이 발라져 있는 건 아닐까요? 하하~~
 
제비를 기르다
윤대녕 지음 / 창비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자신 엄청 감상적인 주제에, 소설가  윤대녕의 감상주의를 고운 눈으로 보지 않았다.
예를 들어 패션에 대한 너무 세세한 묘사와, 그림이나 음악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소설 속에 걸핏하면  등장시키는 짓이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쓸쓸함도 어쩐지 포즈 같았다.
지나치게 우연이 남발하고 폼만 잡는 것으로 보이는 연애 행각도 시덥잖았다.
윤후명의 초기 소설에 열광하다가 어느 때부턴가 그의 소설이라면 아예 읽지도 못하게 된 것처럼
윤대녕의 소설들도 내게 그랬다.

<제비를 기르다>는 십여 년 만에 읽는 윤대녕의 소설집인데
맨 앞의 '연'부터  매력적이고 분위기 있는 단편들이 몇 눈에 띈다.

북한산 초입의 노천식당에서 등산을 마치고 혼자 두부김치와 막걸리를 마시던 '나'는
구멍가게에서 생수를 사고 운동화 끈을 고쳐 매는 한 여성(정연)과 시선이 마주친다.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기 직전인 백마의 한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셨던 게 6년 전.
그때 그 주점의 주인이었던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던 정연의 언니 미선은 건대사태 때
함께 구속되었다 풀려난 친구 사이.

그로부터 얼마나 세월이 흘렀나.
그들이 가는 인사동의 술집이며 광화문의 밥집이며 야반도주로 살림을 차린
절 밑 동네 진관외동의 허름한 골목이 어느 시절 나의 동선과 거의 비슷하게 겹친다.
여차하면 술판으로 변하는 '상회'라는 이름이 붙은 가게의 평상만큼
거나하고 좋은 술자리를 나는 알지 못한다.
스니커즈를 벗고 운동화를 꺾어 신은 소설가가, 그 평상 한 귀퉁이에 궁둥이를 걸친 느낌.

해마다 제비들이 떠나고 첫눈이 내릴 때쯤이면 입은 옷대로 가출,
돌아오면 뒤란 헛간 속으로 끌려가 아버지에게 매를 맞는 게 연례행사인 어머니.
그 어머니를 닮은 듯한 애인의 이야기 '제비를 기르다'는
이 소설가의 18번 철지난 유행가를 듣는 느낌이었고.
(그의 여성관은 내 눈에 고루하고 진부한 감이 있다.)

'연애'가 중심이 아니고, 존재의 시원(始原)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고,  
살아가는 각자의 구체적인 쓸쓸함에 방점이 찍힌  이번 그의 소설들은 꽤나 재미있게 읽힌다.
여주인공들의 미모와 개성도 묘하게  조정되어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고.

'남과 대면할 때는 방금 익모초즙을 마시고 나온 듯한 얼굴'로,
'누구한테나 남이었고 어쩌면 자신에게조차 평생 남으로 살아온'  윤대녕 소설의 주인공들.
서먹한 얼굴의 그들이 오늘은 정답다.

중국의 비단길을 함께 여행하고 온 무리가 광화문에서 오랜만에 만나 맥주를 마시는데
각자 사진을 교환하고 맥주 두어 잔을 마신 후 훗날 또 만나자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긴 채
뿔뿔이 흩어진다.

--고작 이건가? 그 추운 사막의 먼짓구뎅이에서 보름을 함께 지냈건만 그래,
두 시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다들 허둥지둥 내뺀단 말인가
?('낙타 주머니'  198쪽)

이상하게 나는 이런 사소한 구절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옛날 옛날 최인훈의 소설 구보 씨의 이런 독백에도 좍좍 밑줄을 그었던 기억.

--의사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고의적으로 무의식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심리적인 이유야 각기 다르겠지만 개중에 그런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편백나무숲 쪽으로 160쪽)

병상에 누워 고의적으로 무의식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라니
'고의적인 무의식 상태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고독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라고 말하려는데, 가슴 철렁하게도 뭔가 짚이는 것이 있다.

--삶을 완수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는 건 얼마나 갸륵하고 오묘한 사실인가.('고래등', 188쪽)

윤대녕의 소설이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다니,  이것도 세월의 선물인가?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春) 2007-02-0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윤대녕 소설집을 읽으셨군요. ^^;

에로이카 2007-02-0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친구들이랑 남도여행을 다녀온적이 있었어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해남, 땅끝, 고창을 둘러보며, 유홍준 선생이 책에 소개한 화려한 풍광과 맛집들에 감탄한 후, 완도 쪽으로 방향을 잡고 윤대녕의 '천지간'에 나오는 구계등에 갔었지요. 소설들에서 상점이나 술집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한동안 유행했었잖아요?.. 윤대녕이 거기 한 몫 한 것 같긴 해요.. 어쨌든 구계등 풍경은 괜찮았으나, 그가 거기서 소개해놓은 횟집을 겸하는 여관은 그저 그랬어요... 유홍준 선생 책들에 나오는 집들은 정말 맛있었는데, 윤대녕 글빨에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하긴 천지간 소설에 그집 음식맛이 훌륭하다는 말은 없었지요... 헤헤..

waits 2007-02-0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받아놓고 며칠째 아쉽게 표지만 쳐다보고 있는데, 벌써 읽으셨군요.
게다가 좋다는 말씀이시라 더 반가운 걸요!
급한 일 끝나면 저도 '택일'해서 읽어야겠어요. ㅎㅎ

2007-02-02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2-0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한 느낌 님, 아까 급히 써서 올리느라(주하와 약속한 시간이 되어ㅠ,.ㅠ)
표현이 거칠었답니다. 빼먹은 구절도 있고요. 다시 읽어주시길! 헤헤~
몇 단편은 참 재밌게 읽었답니다.
스니커즈와 운동화가 쓰면 느낌이 참 다르잖아요.
그런데 어쩐지 운동화를 꺾어서 신은 모습으로 다가왔어요.
아마 그동안 이 작가의 소설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세월의 선물은 제가 보내드릴게요.

평택, 나어릴때 님, 안 그래도 이 책 받고 님은 사셨을까 궁금했는데.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말 중 택일하여 읽으시고 리뷰 올려주셔요.ㅎㅎ
궁금합니다.^^


에로이카 님, 저는 수덕사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읽고.
땅끝마을이나 다산초당도 빠트릴 수 없네요.
윤대녕의 '천지간'은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맛집이나 술집이 세세하게 묘사되면 글이나 화면이 갑자기
생생하게 살지 않아요?
그 냄새와 소음까지 그대로 들려오는 듯하고요.
밥집과 술집이라면 눈을 빛내는 에로이카 님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요.^^

하루 님, 윤대녕 하면 또 하루 님이 떠오르지요. 헤헤~


건우와 연우 2007-02-0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너무 미끈하고 감상적인것 같아 자꾸만 꺼리던 윤대녕의 신간이 나왔단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젊고 재능있는 작가들 이름사이로 이젠 그의 작품이 저도 반가워지기 시작하더군요.
로드무비님의 리뷰를 보니, 이젠 읽어야겠구나...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드무비 2007-02-0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 님, '연'은 정말 좋았어요.
진관외동의 허름한 길가 셋방 묘사에 자지러졌답니다.
아마 님도 그러시지 않을까.^^

2007-02-02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2-0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핫, 전 별 다섯 개 님,
저도 재밌게 읽었는데요, 갑자기 별 다섯 개를 주려니
뭔지 낯간지러워서......
(이런 걸 이른바 본처기질이라고 하던가?ㅋㅋ)
옷, 그분들, 안목이 보통 아니군요.
즐거운 소식입니다.
가끔 속삭여 주세요.^^

2007-02-02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2-0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향'이라는 표현이 여성의 외모를 내맘대로 재단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암튼 샤프하시다니까요.^^

2007-02-03 0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2-0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성이 산들산들 님, 절로 몰입이 되던데요?
아마 님도 펼치기만 하면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작가도 작품도 만나는 때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2007-02-0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06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달래 2007-02-0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책읽기... 반갑습니다~ 재밌게 읽은 것도 비슷하나 리뷰 느낌은 사뭇 다르네요. 님의 시각이 참 흥미롭습니다. 은근히 윤대녕의 무덤덤한 매력을 닮은 듯도... ^^ 윤대녕에게도 우리에게도 세월의 선물 같아요...

로드무비 2007-02-1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 님, 무덤덤한 매력은 제가 갖고 싶은 것인데, 하하.
카페인 님을 윤대녕의 리뷰로 만나는군요.^^
 
무소유보다 더 찬란한 극빈 나남포에지 1
김영승 지음 / 나남출판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난'과 '술'이 이름 앞에 늘 따라다니는 시인 김영승.
제목에 이끌려 진작부터 사고 싶었던 그의 시집을 이제서야 읽었다.
'무소유보다 더 찬란한 극빈'이라니, 그의 시 '극빈' 중의 한 구절이다.
 이문재의 해설을 보니, 이 시집 제목이 어느 날 자신에게 영감처럼 왔다고 한다.

김영승 시인은 自序에서 태어나 자신을 한 번도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데,
그의 친구들은 내내 지지리도 가난하고 사는 데 요령이라곤 없는 이 시인의 존재가
뭔지 미안하고 무거운 돌덩이처럼 가슴에 탁 걸렸던가 보다.

술취해서 자고 있을 때
부엌에서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뭐, 씹는 게 먹고 싶어서요..."

다락에 두었던
먼지 쌓인
어머니가 갖다주신
北魚를 방망이로 두들겨
뜯어먹고 있었다

이제 아내는
나와 함께 늙어
몸도 아프고

"그럼 오징어라도 사다먹지..."
말이 없었다.

"돈이 없어요."
(詩  '北魚'  중, 80쪽)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되어 몸이 허한 아내가 한밤중에 북어대가리를
뜯어먹고 있는 걸 본 시인은 그 아픈 마음을 시로 썼고,
이문재는 해설을 쓰기 위해 친구의 원고를 읽으며 이런 시를 볼 때마다
달려나가 술을 퍼마셨다고 한다.

시인은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인천광역시 문화상 시상식에 수상자의 신분으로 참석해서
진행자로부터 '奇人'이라고 소개를 받았나 보다.

奇人?  奇人이라고?
(......) 내가 어쩌다가 奇人이
되었을꼬... 나는 운다

Elephant Man처럼

사는 날까지 살자
죽는 날까지 살지 말고
(詩  '奇人' 중에서, 114쪽)

십몇 년 전, 천상병 시인 추모행사장에서 직접 만나본 시인은
누구보다 눈빛이 맑고 여리고 수줍은 사람이었다.
행사 후 원고 때문에 잠시 찻집에 들렀는데 우리는 차 대신 술을 한잔 마셨다.
일 관계로 만나면 밥값이든 찻값이든 담당자가 내는 건 세상의 불문율.
그런데 시인은 계산대 앞에서 어쩔 줄 몰라했다.
몇푼 안되는 돈이었고 경비로 처리하면 됐는데.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소한 일조차 그에게는 어색하고 죽을 맛이었나 보다.

-- 너무 오랫동안 무슨 마른 '北魚대가리'같은 삶을 살아서 그런지 어떤 부드러움,
부드러운 육체와 영혼과의 스킨십이 조금은 그리웠나 보다.
좌우지간 7년 만에 일곱 번째 시집이라니... 폐일언하고 눈물겹다.
시집을 냄으로써 나는 겨우 이런 式으로 내가 그리워(?)한 이 세상과의 스킨십을 할 뿐이다.
"잘 먹고 갑니다..."
음식을 먹고 각자 음식값을 지불하듯 이 地上에 머무는 동안 나는,
아니 나도 겨우 이런 式으로 스킨십을 하며 이런 式으로 더치페이를 한다.
나는 堂堂하다.(시집 앞의 自序 중에서)

이렇게 영롱한 글과 시들을 읽으며 세상은 왜 그에게 자꾸
'기인'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못해  안달을 하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멀쩡하고 당당하다.
이런 말을 덧붙이는 게 웃길 정도로......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니 2007-01-2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던 시인이라, 반갑게 보관함에 넣습니다.

로드무비 2007-01-2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님께 다소간의 여윳돈이 생기기를!=3=3=3
시집이 좀 비싸죠?^^


건우와 연우 2007-01-2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써 세상에 내보내는게 시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더치페이라면 제 몫은 사서 읽는 것이겠지요.^^
꼭 사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보관함에 담으며 살펴보니 로드무비님 말씀처럼 좀 비싸긴 합니다.^^

로드무비 2007-01-29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 님, 그래도 전혀 아깝지 않답니다.^^
(댓글이 예술입니다그려.)

2007-01-29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1-2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들은 참 해맑더군요 님, 시인이라고 뭐 모두 그럴라고요. ㅎㅎ
해맑은 소설가도 있겠죠.
요즘 이모저모 바쁘시군요.
그 너구리굴 속에서 님의 화사한 자태가 빛났을 듯.^^

waits 2007-01-30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예요. 십 년도 더 전에 '아름다운 폐인'이었나... 무지 심란하게(?) 읽으며 어줍잖게 황폐의 공감에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세상 팍팍해도 다들 제 나름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주제넘는 안심이 새삼.
로드무비님 아니면 시집 들춰 볼 일도 없는데 좋은 시, 시인 얘기 자주 써주세요.^^

로드무비 2007-01-3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 님, 맞아요, 그런 제목의 책도 있었죠.
제목이 좀 웃겼어요.
'황폐함'의 정서가 예전에는 매력적이었는데 요즘은 무서워요.
끝장과 바로 연결이 된달까.
나이 탓일까요......

님의 그런 안심은 절대 주제넘지 않습니다.
얼매나 미더운데요.^^

라로 2007-02-0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보는 반가운 <시>리뷰군요~.^^
소설 리뷰가 대세인걸 보면
시 읽기가 쉽지 않아서겠죠~.
느리게 음미하며 읽어야 하니,,,,그런 시간이 어딨어지요...
<너무 오랫동안 무슨 마른 '北魚대가리'같은 삶을 살아서 그런지 어떤 부드러움,
부드러운 육체와 영혼과의 스킨십이 조금은 그리웠나 보다.> 라는말에 괜시리 눈물지어지네요...

로드무비 2007-02-10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i 님, 반갑습니다.
시집은 자주 읽는데 리뷰를 쓸만큼 흥이 나진 않아요.
북어대가리는 씹기보다 국물로 오래오래 우리는 게 훨 나은데 말이지요.^^
 
산 2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시즈카 신이치의 만화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가벼운 만보객이 아니라
대부분 인생의 조난자들이다.
'조난'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사업에 실패했다거나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거나 하는 등의
극적이고 어마어마한 사연들의 주인공인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멀쩡한 얼굴로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눈앞이 아득해지며 길을 잃는다.

<산>의 주인공, 시마자키 산포는 일본 알프스 기슭에 천막을 치고 살며
조난자들을 구조하는 자원봉사가.
누구보다 산의 엄격함과 근사함을 잘 알고 있다.

젊은 날 그와 뜻을 함께했던 스캇이라는 친구는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 더이상  산에서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만은 없겠구나.
건강에 뭔가 이상이 온 것이다.
그가 산포에게 하는 말.

"이렇게 되고 보니까 알겠어. 낮은 산도 즐거웠다는걸!"

이기적으로 자신의 예술활동에만 매달리다 오래 전 아내를 떠나 보낸 화가는
어느 날 홀로 산에 오르며 중얼거린다.

"우리 둘의 로프를, 인연을 끊은 것은 나야. 그런데 산이 남아 있었구나!

그는 산의 정상에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무릎을 굻는다.

--산에 오기 잘했다.
산포를 만나 좋았다.

등반 중 길을 잃고, 미끄러져 떨어지고, 눈사태에 휩쓸리고,
피로동사(눈보라 속에 피로와 동사가 동시에 진행되는)를 하는 등
산에 오른 인간들의 갖가지 사연과 긴박한 에피소드에 빨려들어가
두 권을 단숨에 읽었는데.
2권 뒷표지의 헤드카피가 눈에 들어왔다.
산에 오기 잘했다, 산포를 만나 좋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갑자기 이 텁수룩한 사내를 눈앞에서 실제로 만난 듯
가슴이 설레는 것이었다.

Visibility?
None.  Complete white - out.(2권 161쪽)

외국인 등반가나 친구들이 등장하여 대화를 나눌 때는 영어를 함께 실어
극의 리얼리티를 살린 것도 좋았다.

당신의 시계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1-28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1-2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술이나 님, 실컷 마시세요.=3=3=3
그때그때 올인했던 순간들이 그나마 남는 건데요.
만화 읽고 좋아서 리뷰 썼어요.
이나마의 흥이 고갈되지 않기만 바란답니다.
님은 주말, 맘껏 청춘을 구가하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