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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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나 스릴러를 읽을 때 몰입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시체를 유기하는 첫 문장은 나쁘지 않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궁금하게 만드니까. 나름 범인을 유추하며 읽게 된다. 드라마 <유괴의 날>이 좋았던 탓일까. 범인을 유추하는 과정이나 동기에 대한 설득은 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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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매화가 다 폈다는 카톡과 함께 사진을 받았다. 봄이니까 당연한 일인데 한참을 보았다. 만개한 매화 사진을 보면서 벚꽃도 금방일 듯이란 답을 보냈다. 그러니까, 이제는 봄이다. 봄! 봄! 봄! 눈 닿는 곳에 눈의 흔적이 여전하지만 봄이다. 이제 내게 날아올 꽃들은 얼마나 많을까. 반갑고 예뻐서 꽃 사진을 찍을 내 친구들과 가까운 이들. 나는 벌써 작약을 검색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이런 봄을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기다렸다. 김지연의 신간 『꿈 목욕』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작가는 인기 있는 성해나와 위수정이 아닌 김지연, 예소연이다. 김지연의 짧은 소설과 어울리는 원두는 <니카라과 산 살바도르 카투라>다. 땡스투는 맛이 정직하다는 페넬로페 님께. 어쩜 이리 잘 어울리는 색인가.





김지연의 짧은 소설이 나왔다는 걸 안 건 알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김지연의 신간 소식을 알았고 구매했다. 음, 이걸 김지연 작가가 보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같이 구매한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는 충동적이었다. 어쩌다 이 책이 검색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유괴의 날>을 쓴 작가라는 걸 알았고 드라마를 재밌게 봐서 구매했다. 이 소설도 재밌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간 김지연 작가다. 김지연 작가의 소설이 좋아서, 많은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점점 더 좋아지는 작가 중 하나다. 좋은, 좋아지는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 그러니까 내가 그의 소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실은 황정은의 소설도 기다리고 있다.


좋아하는 걸 기다리는 일은 지루하지 않다. 기다리는 시간도 기쁨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것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작약이 피기를 기다리는 일. 그 대상이 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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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6-03-0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매화가 핀 곳이 많은가 보더라고요.
김지연 작가의 소설은 아직인데, 관심 가져 보겠습니다.
땡스 투 감사해요, 자목련님.

자목련 2026-03-10 09:28   좋아요 1 | URL
노란 개나리도 보이는 것 같아요!
김지연 작가, 괜찮은 느낌이면 좋겠습니다. 페넬로페 님의 100자평 제가 감사하고요^^
 
구름 사람들
이유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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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의 소설을 생각하면 화분이 된 아버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상상과 환상으로 현실의 슬픔과 고통을 잊게 만드는 힘. 그것이 유쾌하고 명랑한 상상이었다. 첫 장편소설<구름 사람들>에서는 다르다. 우울하고 슬프다.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 같아 아프고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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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같은 수요일이다. 입학식을 마친 이들에게는 두 번째 등교 일일 것이다. 처음이 아닌 두 번째는 안도일까. 쓸데없는 생각은 처음이었던 그 순간이 어렴풋이 떠올라서다. 설레면서도 두려워서 내심 괜찮은 척하며 서툰 미소를 연습했던 시절들.

아무튼 3월은 벌써 네 번째 날이다. 사용하는 보일러에는 온수 온도를 조정하기 위한 계절 선택이 있다. 어젯밤에는 겨울이었던 계절을 봄으로 바꿨다. 그리고 주말에는 그런 봄이 내게로 왔다. 근처에 볼일이 있던 친구가 다녀갔고 우리는 아주 기쁜 눈 맞춤을 시작으로 귀한 시간을 보냈다. 짧아서 더 귀했다. 과일과 간식으로 가득했던 박스에는 노란 튤립과 분홍 장미가 있었다. 장미는 친구가 고른 것이고 튤립은 친구의 남편이 고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친구는 장미를 좋아하고 그녀의 남편은 튤립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는 둘 다 마냥 좋았다.





그리고 반가운 작가의 신간 소식은 또 얼마나 좋은가. 바로 김연수 작가다. 김연수와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 『근접한 세계』와 장편은 처음이라 궁금한 이유리 작가의 장편소설 『구름 사람들』은 3월의 책이다. 읽기의 속도는 회복되지 않고 쓰기는 거의 멈춤과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책은 이어진다. 느리고 멈춘 모양새지만 끊어지지 않고 연결된다는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다. 알라딘에서 새로 나온 커피는 어떤 맛일까. 다음에 구매해야겠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계절은 계절을 부르고 계절은 계절과 인사한다. 계절을 오가는 바람의 인사를 상상한다. 안녕, 잘 부탁해라는 부드럽고 다정한 속삭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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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3-0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다 좋아요 꽃들이 참 탐스럽고 크네요😍

자목련 2026-03-08 09:29   좋아요 0 | URL
사진이라 꽃송이가 크게 나오긴 했는데, 정말 예뻐요!
그래도 망고 님 마당에서 피어날 튤립을 따라가지는 못하겠지요.

구단씨 2026-03-0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을 보니 정말 봄이 오나 싶어요.
예뻐요.

자목련 2026-03-08 09:30   좋아요 0 | URL
엊그제 눈이 와서 다시 겨울인가 했는데 오늘은 햇살이 참 좋습니다^^

책읽는나무 2026-03-06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도 예쁘고 튤립도 예쁘네요.
거기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도 좋구요.
근데 김연수 작가님 얼굴을 왜 저렇게 표지로 실었을까요?ㅜ.ㅜ

자목련 2026-03-08 09:32   좋아요 1 | URL
꽃과 책은 다 좋아요!
<근접한 세계>는 책을 읽고 나니 의도한 표지구나 싶어요^^
 
별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미 지음, 수하 그림 / 마음산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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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의 『별일』속 11편의 짧은 소설은 별일 아닌 이야기로 여길 수도 있고, 정말 별일이 다 있네로 기억할 수 있다. 몇 편은 재미있게 읽었고 몇 편은 자꾸만 마음에 남았고 몇 편은 만약에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보통의 일상을 담은 그러니까 평범한 이야기인데 왜 이리 짠하고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될 에피소드들이 아파서 울컥한다. 변화무쌍한 나의 호르몬이 문제인가. 이 모든 걸 나이 탓으로 돌려야 할까.


사람 사는 일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둘러보면 다들 웃을 일만 가득한 것 같지 않은데 나와 가까운 이들에게만 안 좋은 일이 생기고 걱정이 늘어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그냥 별일 아닐 거란 말로 위로하기엔 우리는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알안다. 속상함을 삼키고 일부러 표정을 숨기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어떤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일면식 없는 타인, 이웃도 친구도 아닌 누군가에게. 『별일』 은 그런 만남의 이야기라 봐도 괜찮다.


표제작 「별일」을 보면 화자 중희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담배 냄새의 범인을 찾으러 나섰다. 담배 냄새를 따라 도착한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주민 여자를 만난다.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처음 보는 여자였는데 어쩌다 보니 담배 냄새에서 시작해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고 서로의 이름까지 알게 된다. 범인을 못 잡고 돌아오면서 그곳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여자의 이름과 대화는 오래 기억하지 않을까.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받은 이상한 위안을 말이다. 공동주택에서 담배 냄새는 별일이면서도 별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고통스러운 냄새가 누군가에게는 일상일 테니.


현금인출기에서 남의 만두를 훔친 「이상한 이야기」속 나와 만두 주인의 만남도 그렇다. 주인이 오기를 30분간 기다렸다가 만두 봉지를 집어 들었을 때 주인이 등장하다니. 타이밍이 기묘하다. 돌려줘야 하지만 나는 그 만두를 고집하고 그곳에서 나온다. 그 만두의 맛을 정말 잘 알기에, 그 만두가게에서 보낸 시간과 추억이 있어서. 만두가게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그건 내 사정이고 만두는 내 것이 아닌데. 만두 주인도 만두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나를 계속 따라온다. 마치 내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것처럼.





빨리 집으로 가야 하는데 그토록 기다렸던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이 오고 답장을 하느라 시간은 지체된다. 휴대폰이 고장 났다고 부탁을 하는 내용이었다. 뭐 이런 일이 다 있을까. 왜 이런 타이밍에 연락이 오고 만두 주인은 돌아가지 않는 걸까. 심지어 가까운 사람한테 연락 온 거 아니냐고, 그거 피싱이라고 말한다. 이상하고 낯선 친절을 선뜻 믿을 수 있을까. 무서운 세상이라서 이런 일은 별일도 아닌가.


그러가 하면 「모르는 이야기」속의 만남은 타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어진 필요한 만남이다. 내 집을 마련한 기쁨으로 화장실을 공사를 맡긴 인테리어 시공업자와의 만남은 기대로 가득했다. 얼마나 신중하게 고르고 선택한 업체인데 사장에게 사기를 당했다. 고소를 진행하고 일상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주인공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남편인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사장의 형이 피해액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하라고 했을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과 통화하고 집으로 방문했던 과정이 진심이라고 여겼는데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 일을 계기로 아내와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도 그 사장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일은 얼마나 허다할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모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모임 1」과 「이야기 모임 2」의 만남은 신선하다. 뭔가를 얘기하고 싶어서 ‘못 배길 때’ 소집되는 모임이라니 흥미진진하면서도 가족, 가까운 친구나 이웃과는 나누지 못하고 다른 상대를 찾아야 한다는 게 씁쓸하다. 이 짧은 소설을 읽으면서 한 번 만나고 헤어진다는 ‘티슈 친구’가 생각났다. 처음 본 타인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름과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는 관계. 정말 별일인데 별일이 아니라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들으러만 가서는 안 된다. 각자 준비해온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는 반드시 같이 밥을 먹고 헤어진다. 닉네임은 색깔 이름 하나로 정한다. 복잡할 것은 없다.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때그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가를 먹는 것뿐이다. (「이야기 모임 1」, 91쪽)


세상에나 이런 일도 있어 하며 호들갑을 떨 수 있는 상대는 얼마나 될까. 그러다가 나는 그런 상대인가 싶다. 통화보다는 카톡이나 문자에 익숙한 시대. 긴 영상보다는 짧은 몇 초의 영상에 빠져드는 이런 세상에 ‘이야기 모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작가 최은미는 살다 보면 아무나 붙잡고 속상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별일 아닌 일도 별일이 되어 서로의 마음에 내려앉아 살아있기를 바라는. 별일 아니니 괜찮다고 신경 쓰지 말고 툭툭 털어버리라 말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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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2-2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최은미 작가님 소설이로군요.
덕분에 눈에 담고 갑니다.
찻잔도 눈에 담았구요.^^

자목련 2026-03-04 09:48   좋아요 1 | URL
이번 짧은 소설은 색다른 느낌이라고 할까요. 나쁘지 않았어요.
피어나는 봄, 만끽하시길 바라요!

다락방 2026-03-0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찻잔 너무 예뻐요!!

자목련 2026-03-10 11:26   좋아요 0 | URL
봄마다 꺼내는 잔인데 예쁘다 칭찬하시니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