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도미노 오늘의 젊은 작가 15
최영건 지음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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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묘하게 빠져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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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08
안미옥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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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집과 시간을 보내는 건 참 달콤하다. 당신에게도 이 시집이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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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특별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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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단처럼 깔렸던 동백을 기억하는 시간, 한강의 내밀한 숨소리를 읽는 시간, 그리고 고독과 당신과의 관계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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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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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생을 전부 알 수는 없다. 부모와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삶도 그러하다. 누군가의 삶의 궤적을 알 수 있는 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거나 곁에서 지켜보는 것뿐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생을 듣는다는 건 그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말이다. 그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온전히 감옥에서 보낸 시대의 스승 고 신영복(1941~2016) 선생이다. 이미 내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거대한 울림을 주었기에 안타까운 일이지만 유고집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을 통해 선생의 다른 글을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책은 어린 시절, 대학 시절, 감옥 시절의 이야기부터 1988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 후 강연과 강의,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글을 모은 에세이집으로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절실한 삶의 조언이라 할 수 있다.

 

 20년이라는 시간은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성인이 되는 시간이며 세상이 두 번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신영복 선생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사형을 언도받고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신념을 굽히지 않은 대가는 참으로 가혹했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을까? 놀랍게도 그는 그 시간을 ‘나의 대학시절’로 부른다. 감옥에서 무엇을 배웠단 말인가? 그것은 ‘사람’이었다. 유고집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에서 들려주는 그 시절은 이전과 다른 관계의 정립이며 인생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그곳이 아니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통해 배우는 삶이라고 하면 맞을까. 내게는 특별히 집을 그리는 그림에 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지붕을 시작으로 집을 그린다. 그러나 집을 직접 짓는 이는 터를 그리고 기둥을 세운다는 것이다. 지붕부터 만들어지는 집은 어디에도 없는데 우리는 그것이 정답인 양 자신 있게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읽고 생각한 것, 심지어 내가 온몸으로 겪은 것에서마저도 껍데기만 얻고 있을 뿐이었고 껍데기로 누각을 짓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나의 메마르고 비정한 연상 세계에 사람의 얼굴을 하나하나 심어 나가기로 작정했습니다. 관념적인 연상 세계를 풍부한 구체성으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181쪽)

 

 그런가 하면 감옥에서 다른 이에게 전해 들은 이응노 화백의 이야기는 먹먹한 감동을 안겨준다. 죄목과 형량으로 구분하는 재소자에게 이응노 화백은 “뉘 집 큰 아들이 징역 와 있구먼”이라고 하셨다고 한다.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숫자로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인간 그 존재로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옥이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무섭고 삭막한 곳이 아닐까 싶지만 그 안에서 맺어지는 관계는 참으로 아름답고 귀했다. 감옥에서 여름과 겨울 중 어느 때가 더 힘들까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일반적으로 더위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옆 사람의 체온을 감사하는 겨울이 더 낫고 옆 사람의 온기를 증오하는 여름이 더 힘들다는 글에서는 가슴이 저려왔다.

 

 스물여덟의 청년이 중년이 될 때까지 감옥에서 보냈지만 그는 그 안에서 진짜 삶을 만났다. 제한된 공간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시간을 공유하면서 진정한 삶의 가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나오고 대학에서 강의를 한 그였지만 그가 가진 지식은 아주 작은 것이며 현장에서의 경험이야말로 진짜 지식임을 배웠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삶을 이해하고 세상은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본질을 말이다. 내부의 내부로 들어가는 경험이라고 하면 맞을까. 그러니 그가 감옥에서의 시간을 배움의 시간인 대학 시절이라 명한 것이다.

 

 ‘가장 귀중한 삶의 가치란 바로 사람으로부터 건너오는 것임을 깨닫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까마득히 잊었던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들과 함께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진지(陣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참다운 삶의 가치를 지켜 주는 따뜻한 진지를 만들어 내고, 막강한 국제 금융자본의 한파에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진지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229쪽)

 

 물질과 자본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사람의 가치를 아느냐고 호통치는 듯하다.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는 데 필요한 톱니바퀴처럼 자본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회의 비전은 없다는 걸 말이다.  부끄러움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사회, 양심을 저버린 세상에 필요한 게 무엇일까. 제대로 된 가르침이 아닐까.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신영복 선생의 유고집에서 만나는 참다운 관계, 사람의 가치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책에 수록된 글은 1~2년 전의 글이 아닐진대 지금 현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투영하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과 미래를 향한 희망을 언급한다.

 

 유고집의 제목은 동요「시냇물」의 한 구절이다. 감옥에서 출소를 하는 이들을 위한 조촐한 타피에서 그가 부른 노래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감옥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세상을 향해 나가는 형상을 비유한 것이라 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물이 모여서 냇물이 되고 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어 바다라는 거대한 세상으로 나가기를 희망하는 상징적 이미지가 아닐까. 하나의 물이 아닌 하나의 나무가 아닌 그것들이 모인 강물과 바다, 그리고 숲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영복 선생이 독방에서 혼자 부른 「엘 콘도르 파사」도 같은 의미다.  ‘길보다는 숲이 되고 싶다’는 구절에서 그는 제일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갇힌 공간인 감옥을 떠날 수 없지만 그에게 숲은 만들 수 있다는 위로였고 가능성이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때로 주어진 환경을 탓하며 희망이 아닌 절망을 택한다. 무엇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까? 감옥에서 20년 20일을 보낸 그가 희망은 아닐까. 참 스승 신영복 선생이 남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하고 다짐한다.

 

 독서는 만남입니다. 성문(城門) 바깥의 만남입니다. 자신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서는 자신의 확장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마치 바다를 향해 달리는 잠들지 않는 시내와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모이고 모여 어느덧 사회적 각성으로 비약하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와 우리 시대가 갇혀 있는 문맥(文脈)을 깨트리고, 우리를 뒤덮고 있는 욕망의 거품을 걷어 내고 드넓은 세계로 향하는 길섶에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253쪽)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하여 사람의 가치를 아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 소통과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 나만의 행복이 아닌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것. 그리하여 더불어 숲이 되어 살아가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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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첫날에는 꽃을 보고 왔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안개가 남은 산속 도로를 지나 작은 사찰에 오래된 왕벚꽃을 보고 왔다. 이른 시각에서 사진기를 챙겨온 이들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그곳을 찾았을 때는 제법 넓은 곳이라 여겼는데 이번에 마주하니 아주 작고 아담한 사찰이었다. 만개한 꽃들은 꽃잎을 떨어뜨렸고 봄은 지고 있었다. 반짝이는 햇살 대신 안개를 안은 꽃은 몽환적이었고 우리는 내년 봄을 기약했다.

 

 

 

 

 

 

 어제는 연두와 초록을 만났다. 아파트 바로 옆에 작은 숲이 있다. 숲으로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 울창하다고 말해도 좋을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름을 모르는 나무들, 그들이 뿜어내는 초록와 연두는 눈이 부셨다. 아름다웠다. 내 안에 더러운 것들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산책로에는 많은 이들이 걷고 있었다. 맨발로 빠르게 걷는 아주머니, 마스크를 쓰고 산길을 달리는 아저씨, 둘이서 셋이서 걷고 걷는 모습을 길이 다정하게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오늘은 투표를 하고 왔다. 예배를 드리고 근처 투표소에 갔다. 6시 전에 도착해서 조금 기다렸고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투표를 하기 전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내가 투표한 후보가 대통령이 될까. 알 수 없다. 결과는 9일이 되어야 알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만나게 될까. 우리는 조금 희망을 가져도 될까. 5월은 빠르게 흐른다. 벌써 4일이다. 징검다리 휴일이 있어서도 그렇고 다음 주에 잠깐 집을 비울 예정이라 그렇다. 5월에는 부모님과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난다. 주말에는 부모님 추도 예배를 드릴 것이다. 바쁜 철이라고 매년 시간을 조율하기가 어려웠다.

 이제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될 것이고 밭에는 초록이 무성할 터. 5월을 위한 책을 고른다.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설레는 한강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다시 만나고 싶고 나희덕의 산문집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과 박영의 『위안의 서도  궁금하다. 5월의 시집으론 짙은 연두색 표지가 예쁜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가 좋겠다. 초록초록한 5월, 눈부신 햇살이 가득한 5월, 건강한 날들이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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