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리커버 특별판, 양장)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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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판은, 지나치기 힘들다. 요 며칠 첫눈이 내릴 것 같았던 날씨 때문에 더욱 끌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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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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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일 것만 같은 소설. 얼른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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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정말 결실의 계절인가 보다. 아니, 열매의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수북한 밤을 보며 든 생각이다. 무언가를 획득하는 일은 성취감이 크다. 작은 노동의 수고로 비어있던 자루가 차오르는 건 즐거운 기쁨일 것이다. 그 기쁨의 주체는 내가 아니다. 나는 그저 그것들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밤의 상태는 살펴보지 않고 씻어서 냄비에 삶았다. 지난번 먹은 밤보다 맛이 없었다. 모든 밤이 맛있을 수는 없으니까. 하룻밤이 지나고 밤이 들어있던 자루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알맹이들이 가득하다. 그것은 벌레가 밥을 먹은 흔적이었다. 온전한 밤을 고르는 일이 시작되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벌레가 먹은 밤을 고르는 건 쉬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고른다고 고른 밤을 씻어 물기를 빼고 얼마 후 다시 작은 알맹이가 나타났다. 도대체 벌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떻게 이 단단한 껍질을 뚫고 밤을 먹는 것일까. 똑같이 생긴 밤을 바라보면서 겉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게 밤이구나 생각했다. 찐 밤을 갈라 보고서야 썩거나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얼마 안 되는 밤의 내면을 마주한다. 누군가의 내면을 아는 일도 그렇겠지. 겉으로는 그의 내부를 알 수 없고. 몇 번의 만남과 대화로 안다고 착각하기도 하니까. 그럼 밤 껍질은 위장일까. 아니 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막일지도 모른다. 쉽게 웃으면서도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할아버지 추도 예배를 드린 어제, 홀로 참석하신 작은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지난봄 입원과 시술, 그리고 계속되는 약 복용으로 부은 얼굴로 등장하셨다.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통증은 없고 약 때문에 붓는 얼굴 때문에 속상하시다고만 하셨다. 몸이 보내는 신호였지만 부은 얼굴이 작은아버지의 상태를 다 알려주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그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의 외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내부를.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그의 소설에 대한 글을 많이 접한다. 내게도 두 권의 책이 있다. 읽지 않은 채 구매만 한 책. 조만간 읽으면 좋으련만. 장담은 어렵다.  그럼에도 소장하지 않은 소설 『나를 보내지 마』를 구매해야 하나, 혼자 생각한다. 충동구매로 이어지면 안 되는데. 관심이 가는 책은 첫 소설과 첫 시집. 장수진의 『사랑은 우르르 꿀꿀』, 박사랑의 『스크류바』.

 

 

 

 

 

 

 

 

 

 

 

 도망치듯 성큼성큼 걸어가는 가을이다. 고개를 들어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을과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착각에 빠진다. 떠나는 가을을 붙잡을 수 없겠지만 가을과 행복한 이별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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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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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은 대체로 나쁜 것일 확률이 높다. 좋은 기억은 언제나 꺼내볼 수 있게 잘 정리해 둔 사진첩의 사진 같다. 그러나 나쁜 기억은 정리하지 않는다. 그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힘들었던 시절, 상처로 채워진 날들, 원하지 않았던 이별 같은 것들. 하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기에 우리는 그것과 함께 살기도 한다. 분리되었다고 믿으면서,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말이다. 공지영의 소설은 내게 그런 다짐이기도 했다. 아니, 격려였을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출간된 공지영의 소설집은『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어떤 다짐을 하는 나는 발견한다. 공지영은 소설집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생을 들려준다. 유명 작가로 살아가면서 감당해야 할 삶의 몫, 엄마와 작가 사이에서의 내적 갈등, 과거의 상처에서 온전히 떨어져 그것과 거리를 두려는 노력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은 공지영의 픽션이자 논픽션인 것이다.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하는 가족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글을 쓰는 삶에 대한 사유가 곳곳에 놓여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이라는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를 잡아 하는 수 없이 핀으로 고정시키고 상자에 넣는 일, 죽어 핀으로 고정된 채 상자 속에 넣어진 나바에게 다시 숨을 불어넣는 것은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의 숨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 185쪽)

 

 도전적인 열아홉 화자의 목소리로 묘사하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꿋꿋하게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할머니와 그녀가 죽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소리 없는 전쟁 같은 날들을 담은 표제작「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다른 색채를 지녔다. 피할 수 없는 가난과 절망의 현실에서 작고 희미한 생의 빛을 놓치 않는 「부활 무렵」은 공지영의 이전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나머지 3편의 단편에서 화자인 ‘나’는 작가 공지영이다. 「월춘 장구(越春裝具)」는 글을 쓰기 위해 시골집으로 온 ‘나’는 막내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왜 하필 이때 아픈 건지, 화를 내면서도 엄마로의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는다. 나를 위한 시간은 없는 삶, 그러나 그것이 나를 존재하게 만든다는 걸 알고 다시 글을 쓰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하여 산다는 건 결국 누구에게나 같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분명 작가로의 삶은 나의 그것과 다를 것이다.

 

 공지영은 담담하게 힘들었던 지난 삶을 글로 녹아낸다.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 생활, 폭언과 폭행, 책 속으로 도피할 수밖에 없던 상처로 얼룩진 시간을 말한다. 그것을 글로 쓰는 것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소설의 형식을 빌린 일기 같다고 할까. 혼자만을 위한 기록이 세상을 향한 목소리가 되기까지의 통증을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을 믿는다고 말할 뿐이다. 내가 공지영의 글을 읽고 위안을 얻었든 그녀 역시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견딘 이들의 글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프리모 레비와 빅터 플랭클의 생을 언급하고 그들의 글을 소설에 인용한 것이다. 어떤 잘못도 없이 갇힌 고통의 시간을 살고 생존자가 되어 그것을 기록하는 일, 공지영의 상처가 그것과 같을 수 없지만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건 확실하다. 그러므로 공지영의 소설에서 화자인 ‘공지영’은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려 글을 쓰는 것이다.

 

 독자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해 ‘나’가 막냇동생 일지도 모른다는 여자와의 기묘한 인연을 들려주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공지영의 정체성과 삶 전반을 흔들 수 있는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여자가 들이대는 증거는 얼핏 자신이 그녀의 막냇동생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형제들과 닮지 않은 외모, 어머니와의 관계, 유년 시절의 추억까지. 그러나 ‘나’는 유전자 검사를 확인하지 않으므로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로 한다. 제목 그대로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순간을 살아가는 건 아닐까.

 

 어느 날 갑자기 납북되어 이십 사 년 동안 북에서 산 일본인 번역가 H와의 만남을 들려주는 「맨발로 글목을 돌다」는 특별하게 다가오는 단편이다. H의 책 출판으로 모인 자리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책이 아닌 H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위안부 할머니를 생각한다.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삶에 대해, 그리고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지난 과거가 인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말이다.

 

 풍랑을 만난 배가 물결을 헤치고 그저 앞으로 갈 수밖에 없듯이 온몸으로, 온몸으로 물결을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아무 방법이 없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리하여 그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그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쓰나미처럼 우리를 덮치는 불행이라는 것이 생의 한 속성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우리는 늪 같은 운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 200쪽) 

 

 작가의 말을 대신하는「후기, 혹은 구름 저 너머」에서 잔잔하게 퍼지는 공지영의 따뜻한 목소리를 듣는다. 혼자 글을 쓰는 삶에 대해, 책과 하나가 되어야 하는 독서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공지영의 소설을 읽는 시간은 아팠지만 아프지 않았고 상처가 떠올랐지만 어루만질 수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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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움츠린다. 이대로 가을과 이별하고 겨울과 만나는 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에 누군가는 여행 가방을 챙기고 누군가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정보를 알려주는 방송에서는 묻지도 않는 식용유 사용법(전, 무침, 튀김에 적절한)을 상세히 알려준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거나 여행을 계획하지 않은 이에게는 그저 보통의 날들과 같을 것이다. 외지에서 오는 차량으로 도로가 조금 막힐 것이고 친구나 친척들과 안부 문자를 나누고 제법 긴 전화통화를 하겠지.

 

 9월은 어떻게 지냈던가. 10일은 다른 곳에서 보냈다. 서울에 다녀오기도 했다. 어영부영했던 8월과는 어떻게 다른가. 매번 후회가 더 많은 날들이다. 그러고 보니 2017년이 90 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니. 숫자는 왜 이리 정확한가. 숫자는 왜 이리 흔들림이 없는가. 부정을 저지른 숫자마저 당당하다. 정확한 날짜에 들어오는 월급은 흔적 없이 사라진다. 적립금도 마찬가지. 숫자를 지배할 수 있을까, ㅎ 가을이 열매의 계절이 맞나 보다. 맛있는 고구마와 밤을 쉽게 얻는다. 씻어서 냄비에 삶기만 하면 된다. 밤을 먹는 시간은 최대한의 게으름이 필요하다.

 

 

 

 

 연휴에는 게으름이 쌓일 것이다. 책읽기도 마찬가지겠지.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고 싶다. 박솔뫼의 두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김혜진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장편. 읽을 수 있을까. 아니, 읽지 않을 거야. 그냥 빈둥거리겠지. 그래도 한 권 정도는 읽지 않을까.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ㅎ 

 

 

 

 

 

 

 

 

 

 

 

 9월이 지나고 10월이 쌍둥이처럼 겨울을 불러올 것 같다. 회색빛 겨울이 싫다고 했던 언니의 말이 생각난다.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는 건 당연한 일. 고장 난 시계처럼 겨울이 천천히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냥 쓸데없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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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9-2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자목련 2017-09-30 17:14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 님도 건강하고 평온한 연휴 보내세요^^

에디터D 2017-10-01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만 겨울을 특히 좋아하는 저 역시 올 겨울은 천천히 오길 바라고 있어요. 역시나 쓸데없는 바람일테지만요. 즐거운 추석 되시길! ^^

자목련 2017-10-02 16:22   좋아요 0 | URL
어쩌면 그 기다림은 첫 눈을 기다리는 그것과 같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라제 님도 따뜻한 추석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7-10-02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이 오기 전에 조금 남은 따뜻하고 좋은 시간이예요.
자목련님 추석인사 드리러 왔어요.
즐겁고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세요.^^

자목련 2017-10-10 11:27   좋아요 1 | URL
길고 긴 연휴가 끝나버렸어요. ㅎ
좋은 시간으로 채우셨나요?
서니데이 님, 감기 조심하시고 활기찬 한 주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