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테루는 내게 『환상의 빛』으로 각인되었다. 작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작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소설로만 만나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국내 작가가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고 나의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겨우 몇 권이 소설만 읽었을 뿐이지만 문학에 담긴 분위기, 쓸쓸한 고즈넉함이 좋았다. 그러나 소설과 다르게 산문을 읽고 나면 더욱 그 작가에 대해 끌리는 경우가 있는데 미야모토 테루도 그런 쪽에 속한다.


보통의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가 전부인 이야기. 에세이는 그런 것이지만 『생의 실루엣』이란 제목 때문인지 지나온 삶의 중요한 순간을 마침표를 찍듯 정리하는 고해성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정리하고 소중했던 이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그리운 이의 흔적을 찾는 일을 생각하면 왠지 숙연해진다. 그래서 생의 마지막을 앞둔 시점이 아니더라도 간간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생의 그림자를 따라 걷는 일이라고 할까.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온통 슬픔이거나 우울의 분위기에 갇혀 있는 건 아니다. 물론 기쁨과 웃음으로 채워진 것도 아니지만. 미야모토 테루가 들려주는 가족, 소설, 질병, 여행에서의 사유가 담담하게 이어진다. 어머니의 첫 번째 결혼과 이혼, 아버지가 다른 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들었던 시절, 그 세대만이 경험할 수 있는 시대적 고통과 아픔은 내 아버지와 그의 형제들의 고단한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어쩌면 모두 힘들었을 시대, 그때 자녀를 돌보는 일은 생계를 유지하는 일보다 우선이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헤아린다고 할까.


어떤 일들은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에 대해 제대로 볼 수 있고 알 수 있으니까. 미야모토 테루가 겪은 공황장애의 증상처럼 말이다. 당시에는 공황장애에 대한 개념도 없었으니 치료는커녕 이해받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과정에 나타난 발작으로 지하철을 탈 수 없어 직장을 그만둔 일(전업작가로 위해서라지만)도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미야모토 테루가 쓴 것처럼 지우고 싶은 경험도 언젠가는 큰 깨달음을 안겨주니 그게 인생이 아닐까 싶다.


내가 공황장애라는 병으로 얻은 수많은 보물에 대해 말하자면, 이제는 그것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늘어놓을 필요가 없을 듯하다. 타인의 아픔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하나 더, 마음의 힘이라는 것의 대단함을 몸소 깨달았다는 점도 덧붙여둔다.(87쪽)


때로 우리를 살게 하는 건 불확실한 기억과 그것을 향한 궁금증과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어린 미야모토 테루가 무허가 터널 연립주택에서 보았던 어처구니없는 죽음과 불화하는 타인들의 모습은 삶의 모순 투성이지만 그 안에서 웃고 울었던 순간이 있었던 것처럼.


어떤 만남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고 어떤 만남은 다음을 기약하면서도 먼 훗날 바람이 전해준 죽음의 소식으로 만난다. 생은 우리가 주관할 수 없는 그런 영역인데, 그것을 거부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12월이라서 그런 걸까. 괜히 마음이 분주하고 복잡해진다. 뭔가 더 채워야 할 것 같은데 나의 삶은 텅 빈 바구니처럼 썰렁하다. 1947년 생 노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산다는 게 별게 아니라는 확신은 언제쯤 올까 궁금해진다. 오긴 올까. 말로는 쉽게 내뱉지만 사는 일은 언제나 난해한 문제를 받아는 것 같으니 생이 다할 때까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도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는 그래 사는 건 그냥 그런 거지 하면서 저자의 아버지의 말을 따라 중얼거린다.


네 살부터 서른다섯 살 사이, 싫은 일도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기쁜 일고 잔뜩 있었고 나를 둘러싼 것도 크게 바뀌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중략) 나는 그때만큼 안녕한 마음으로 아버지의 말을 음미한 적이 없다. ㅡ 뭐가 어찌 되건 간에, 대단한 일은 없어.(139~140쪽)


2021년을 맞으며 품었던 기대가 물거품처럼 사진 것도 아닌데 2022년에 대한 어떤 기대도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그릴 수 있는 생의 실루엣은 어떤 모양일까. 지금의 나는 얼마큼의 실루엣을 완성했을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는데 12월은 유독 쓸쓸하다. 마치 한 해의 뒷모습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뒷모습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게 아닐 테니. 2021년을 떠나보내며 우리가 마주하는 뒷모습이 따뜻하면 좋겠다. 


뒷모습에는 아무래도 ‘떠나간다’는 인상이 늘 따라붙겠지 하고 납득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나는 사람의 뒷모습에 끌리게 되었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반드시 그 사람의 뒷모습을 마음속에 되살리는 것부터 시작한다.(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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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12-07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쓸쓸˝이라는 발음이 쓰게 입에 걸리면서도, 또 찾고 싶어지는 맛일 듯 합니다. 쓸쓸을 통해 같이 살고, 살아 있음을 더 강하게 느낄지 모르겠구나...하는 혼자 생각도 하면서요.

˝쓸쓸˝이라는 말씀 때문에 그런지, 나란히 놓인 네 권 책 표지도 한결같이 가라앉아 차분해 보입니다. [생의 실루엣] 표지 정말 아름답네요

자목련 2021-12-08 15:13   좋아요 1 | URL
저도 ‘쓸쓸‘을 입에 달아봅니다.
제가 만난 저자의 책들인데 정말 표지가 하나로 통하는 듯해요.
표지도 책의 일부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박주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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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기자이자 앵커인 박주경의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를 읽기도 전에 나는 ‘구원’이란 단어에 사로잡혔다. 현재 복잡한 내 마음 때문이다. 그러면서 거창한 제목이 아닐까 혼자 심통을 부렸다고 할까.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구원이구나,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살려는 사람과 살리려는 사람들. 안아주는 마음과 견뎌내는 용기. 언제 누가 희생양이 될지 모르는 재난재해와 사건사고, 범죄, 참사 현장의 아비규환 속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맞잡아 생명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들어가며 중에서, 8쪽)


책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뉴스를 통해 놀라고 분노하고 감동하는 이들의 진짜 이야기. 짤막한 꼭지로 소개되는 그들의 사연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팬데믹의 시대를 살면서 기뻐할 일을 찾을 수 없어 불운과 불행 사이를 헤매는 우리에게 위험에 처한 이를 구하는 이들의 진심은 가장 큰 위로로 다가왔다. 나의 안위보다는 위기에 빠진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의 시작은 어디일까. 1장 ‘인간의 시간’에서 소개하는 위인들은 보통의 우리 이웃이었다. 먼저 그 자리에 있었고 발견했고 도움을 줄 수 있었기에 달려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2장 ‘분노의 나날’에서는 모두가 울분을 토했던 사회 전반을 흔든 사건을 언급한다. N번방 사건과 차마 이름을 부르는 것도 미안한 정인이 사건. 매번 사건이 발생했을 때 뒤늦은 진단과 방법을 강구하는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한다. 어쩌면 모두 방관자는 아니었을까. 뉴스에서 다룰 때에만 반짝 관심을 갖고 이후에는 내 일이 아니라고 잊어버리는 우리의 습관을 반성하게 만든다. 관련 지자체와 정부의 미흡한 대책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이기에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을 저자는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통해 함께 사유하기를 권한다. 그저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분노하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가 묻는다.


3장 ‘상실의 계절’과 4장 ‘역병의 시절’에서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과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들려준다. 구할 수 있는 목숨을 구하지 못한 세월호,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인명 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가 그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올바른 판단력과 실천에 대해 묻는다. 2005년 발생한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세월호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다시금 통탄하고 만다.


재난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귀한 목숨들이 경각에 달렸고 1분 1초의 판단이 생사를 가른다. 무엇보다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 방법이 엿보이면 일단 시도해 보는 결단, 움직여야 할 때 빨리 움직이는 적극성이 조금이라도 살릴 가능성을 높인다. 그 증거를 세월호와 카트리나 등에서 우리는 역으로 목격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오판의 결과는 매번 참극이었다. (#25 “가만히 있으라” 중에서, 195쪽 )


그가 전하는 사연은 하나하나 우리의 이야기였다. 29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치킨을 배달하는 배달기사의 사연, 코로나19로 단절의 시대를 연결해 주는 사람들의 노고, 도움과 돌봄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홀몸노인과 장애인들의 고충까지 사회가 두루 살펴야 함을 언급한다. 누구 하나 예외가 있을 수 없는 바이러스의 전염처럼 각계각층 모두의 삶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안전한 거리 두기조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확진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진들, 격리자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 감염자가 폭증하는 나라에 고립된 교민과 유학생들, 확진자 방문 장소를 쫓아다니며 조사하는 공무원들, 환자를 옮겨야 하는 구급 대원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 주는 택배기사들, 음식 배달 라이더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대면과 접촉을 감수하면서 우리 생활을 떠받치고 있다. (#36 ‘거리 두기’의 역설 중에서, 256~257쪽)


사회를 읽는 올바른 눈을 통해 우리는 제대로 사는 방법을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주경 앵커의 글은 좋은 지침서다. 적확하며 부드럽고 차갑고도 안온하다. 2020년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진행 중이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간다. 현재 5천 명을 넘나드는 확진자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뉴스로만 보는 먼 일상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견디는 삶이다. 힘겨운 일상이지만 그래도 힘을 보태야 하는 한다. 터널은 끝이 있고 우리 삶은 계속되니까.


세상 모든 터널에는 끝이 있는 법이니까. 어둠 다음에는 반드시 빛이 오는 것이 순리이니까. 그렇게 믿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현실을 어찌 버티겠는가. (#48 그로부터 1년 중에서,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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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03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아침마다 만나는 박주경 앵커로군요. 글도 쓰네요. 몰랐습니다.
근데 29층까지 걸어서 치킨 배달을 했다구요? 이거 실홥니까?
왜 얼리베이터를 못 타나요?
그걸 시켜 먹는 사람은 사람은 누구죠?
암튼 생각할게 많은 책 같네요. 읽어 봐야겠습니다.

자목련 2021-12-03 17:28   좋아요 1 | URL
네,그 앵커가 맞습니다. 이미 다른 책도 두 권이나 있더라고요.
치킨 배달은 실화입니다. 갑질 이파트의 이야기지요.
다양한 사회이슈에 대해 우리가 무엇 놓치고 생각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고 할까요.
뉴스 이면의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사유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른 아침 병원에 다녀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부 발진 때문이다. 항생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고 돌아오겠지 싶었다. 그 과정은 틀리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친절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의사는 간단명료하게 진료를 마쳤다. 약을 먹지 않고 연고를 바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의 불안을 견딜 수 없었다. 병원엔 가기 싫지만 병원에 다녀오면 이상하리만치 편안한 마음. 여전히 몸에는 발진이 많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어쩌면 병원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그런 희망 부여가 아닐까.


약을 먹어야 하니 잘 먹어야 하고 이렇게 찐빵을 먹는다. 유명한 그 지역의 찐빵이다. 알록달록 고운 색깔이다. 친구가 보낸 마음까지 더하니 더욱 곱다. 친구가 보낸 찐빵을 먹으면서 몸을 생각한다. 옷 속에 숨겨진 나의 발진들, 갈피르 잡지 못하고 흘러간다. 가려움에 대응을 하는 나의 손톱은 짧게 잘랐고 처방받는 연고도 발랐다. 하지만 바로 좋아질 리는 없다. 발진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시간이 있었듯 사라질 때까지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갈피는 못 잡는 건 내 마음도 그러하다. 옷을 들추고 확인해야 볼 수 있는 발진의 형태와 크기처럼. 마음의 옷은 너무도 두껍고 단단하여 쉬이 들춰보기도 어렵다. 어떤 날은 들춰보려다 포기하고 어떤 날은 마음과 대면하기가 두려워 포기한다. 한 겹, 한 과정만 더 나아가면 마음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갈피를 못 잡는 일은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읽으려는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봄에 온 책을 이제야 꺼낸다. 겨울과 잘 어울린다고 여기면서 책장을 넘기는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이 그렇다. 막상 주문하고 보니 읽었던 단편이 보이는 김초엽의 단편집 『방금 떠나온 세계』, 뒤늦게 발견한 시집으로 무척 기대가 되는 박은지의 첫 시집 『여름 상설 공연』, 아직 읽지 못한 이유리의 단편집 『브로콜리 펀치』, 제목만으로도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두 권의 책들로 김혜남의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프레이야 님의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까지.


12월의 책들이다. 혼자만의 13월을 만들어 몇 권을 추가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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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2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보내준 찐빵이 참 고와요. 자목련님 다 괜찮아지시길 *^^* 브로콜리 펀치 제목 넘 재미있네요. 아떤 내용일지 궁금해집니다 ~ 곧 있음 저녁이네요 ~맛나게 드세요 ~

자목련 2021-12-03 10:55   좋아요 1 | URL
네 색깔이 참 예뻐요.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으니 괜찮아지겠지요.
감사해요.
이유리의 소설집은 평도 나쁘지 않아서 기대하고 있어요.
구매하고 바로 읽겠거니 했는데 여전히 미룸입니다. ㅎㅎ
미니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1-12-02 17: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병원갔다 오셔서 그래도 마음의 안정을 가지셔서 다행이네요~!! 그것때문이라도 병원에 가는가봐요~건강 잘 챙기세요

자목련 2021-12-03 10:56   좋아요 3 | URL
맞아요, 병원에 도착하면 마음이 편해지지요. ㅎㅎ
새파랑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이어가세요^^

coolcat329 2021-12-02 2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찐빵 표면처럼 피부도 매끈해지시길요~~피부과 약 독하니 잘 드시고 잘 쉬셔요~

자목련 2021-12-03 10:57   좋아요 2 | URL
피부는, 당분간은 울긋불긋입니다. ㅠ.ㅠ
약 핑계로 마구 먹고 있어요
쿨캣 님도 건강하고 포근한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1-12-02 2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환자에게 불친절한 의사라니!
자목련님 잘 챙겨 드셔서 몸안에 면역력 키우셔야 합니다
쿨켓님 말씀처럼 피부과 약은 내성이 강해서 치료 잘 받으셔야 합니다!


자목련 2021-12-03 10:57   좋아요 2 | URL
저만 불친절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몸안에 면역력 키우기 기억할게요^^
감사드리며 스콧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책읽는나무 2021-12-02 2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피부 발진도 이렇게 덤덤한 듯 그러나 좀 골똘히 생각에 잠겨 발진을 바라보았을 자목련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찐빵!!!! 안흥 찐빵인가요??유명한 곳이라고 하시니 한 번 찍어 봤어요^^ 찐빵 색깔이 이뻐 한 번 먹어볼까?생각 했는데 자목련님은 친구가 찐빵을 보내주셨다니...아 나도 친구랑 나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자목련님의 친구분들도 다정하십니다.늘 곁에 있는 것처럼 먹을 것을 챙겨 주시는군요..찐빵이라 더욱 따뜻하고 달달해 보이네요~^^

자목련 2021-12-03 11:00   좋아요 2 | URL
넵, 진빵은 안흥 쌀 찐빵입니다!
화면보다 실제로 더 예쁩니다. 맛도 나쁘지 않고 크기도 적당하고요. 안흥 찐빵 전도사 된 기분입니다. ㅎㅎ
곁에 살뜰하게 저를 살피는 친구가 있어 감사하지요. 알라딘 서재의 이웃 님들, 나무 님도 그렇고요.
나무 님, 따뜻하고 환한 하루 이어가세요^^

2021-12-0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3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2 2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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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3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3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3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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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삶은 거칠게 없었다. 간섭하는 이가 없으니 자유롭다. 외롭거나 쓸쓸한 때가 오면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라는 걸 인정하면 그만이다. 주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는 이가 있지만 서로 구속하지는 않기로 했다. 경제적으로도 부족하지 않았다. 사라 헤이우드의 소설 『캑터스』의 주인공 마흔다섯의 수잔이 그랬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지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다른 방향을 불러온다. 수잔도 예외는 아니었다. 뇌졸중을 앓던 엄마의 죽음과 유언장, 그리고 계획에 없던 임신이었다.


런던이라는 큰 도시에서 살며 나는 혼자만의 이상적인 삶을 꾸렸다. 내게 딱 알맞은 집과 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 직장, 그리고 문화생활에 접근성까지. 회사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내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었다. (35쪽)


일흔여덟 엄마의 죽음은 의외로 받아들이기 쉬웠다. 문제는 유언장의 내용이었다. 엄마가 남동생 에드워드에 종신 재산 소유권을 증여한 것이다. 마흔세 살의 에드워드는 사고뭉치였고 언제 철이 들지 알 수 없었다. 분명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법을 전공한 수잔은 잘못된 유산 분배를 바로 잡기로 결심한다. 가족 간의 분쟁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수잔과 에드워드는 매번 만날 때마다 갈등을 빚었고 둘 사이에 에드워드의 친구 롭이 중재 역할을 했다. 수잔은 그런 롭을 의심했다. 에드워드의 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롭은 친구와 수잔이 잘 지내기를 바랐다. 임신한 수잔을 도와주려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혼자 잘 해내고 있다고 믿었던 지나 삶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기분마저 느꼈다. 엄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자책, 알코올 중독으로 돌아가신 아빠에 대해 생각들, 때때로 그들을 만나면서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거나 추억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쩌면 수잔이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를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지도 모른다. 무조건 에드워드만 사랑했던 엄마, 술을 제어하지 못한 아빠로 인해 창피했던 기억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임신한 사실을 알고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자신이 이상할 정도였다.


수잔은 임신으로 인한 변화를 감당하면서 차근차근 엄마가 될 준비를 하면서 유언장에 관해서도 다양하게 알아보았다. 이모와 엄마의 친구, 목사님을 만나면서 유언장의 효력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법적 효력을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마다 롭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의 친절을 의심하고 경계했다. 롭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고 다가와도 밀어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케이트가 있었다. 수잔의 이웃으로 가끔 귀찮을 정도로 찾아오는 두 아이의 싱글맘. 임신에 대한 모든 과정을 경험자로 알려주고 도움을 주었다. 스스로 가시를 내세우고 닫혀있던 수잔에게 롭에 대한 마음을 열게 하고 다양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끌었다.


인생은 항상 다른 길을 안내한다. 수잔에게도 그랬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밝혀진 진실과 아이를 갖고 가족에 대한 다른 생각을 품었고 케이트로 인해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배웠다. 고집스럽고 완고한 삶 대신 유연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알려준다. 뽀족한 가시로 자신을 감싸는 선인장 같았던 수잔에게 단호하고 까칠한 말투 뒤에 숨겨왔던 외로움과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라는 걸 말이다.


소설에서 롭이 선인장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마치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말 같다. 각박하고 치열해진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선인장을 닮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내가 알던 가시가 아닌 수분을 간직한 가시를 생각한다. 소설의 제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손가락으로 커다란 선인장을 매만지며 그는 선인장이 수분을 간직하기 위해 잎이 아니 가시로 진화했다고 했다. 그리고 변형된 줄기가 식물에 약간의 그늘을 드리우기도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적에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시가 생겼다고 믿지만 사실은 아니라고도 했다. 또 선인장의 두꺼운 표면과 잘 발달한 뿌리, 넓은 다육질의 줄기가 수분을 저장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화한 거라고 했다. (250쪽)


서로가 잘 몰라서 시작된 작은 오해는 알려고 하지 않을 때 봉합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에드워드와 수잔의 관계는 모든 가족의 그것과 닮았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노력해야 한다는 걸 소설은 말한다. 어른이지만 여전히 성장해야 하는 수잔처럼 우리의 모습도 그렇다. 읽는 내내 분노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하며 수잔의 성장통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리즈 워더스푼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는 즐거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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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의 소설리뷰는 언제나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요. 도입부부터 콰과과강!!!! 아.. 게다가 성장통이라니 ㅜㅜ 읽고 싶다.....

자목련 2021-12-08 15:14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이 소설은 뭔가 특별한 것 없는데 또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주인공이 중년 여성이라는 점도 흥미롭고요^^
 
마음의 심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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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 어떤 순간에 우리의 영혼을 사로잡는 것일까. 사랑이 아니라고 부인해도 결국엔 그 안에서 살고 있다는 걸 고백하는 일, 사랑의 힘이다. 때로 사랑은 무자비하여 감당할 수 없는 상대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프랑스아즈 사강의 미발표 유작 『마음의 심연』에서 그런 사랑을 만났다. 사위와 장모의 사랑이라니. 누가 봐도 부적절한 관계다.


그러나 프랑스아즈 사강에게 있어 사랑은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만의 사랑, 그것이 주는 고요와 평안, 안정이라고 할까. 세상의 통념이나 관습에서 벗어나 개인이 느끼는 최적의 행복 같은 것 말이다. 끔찍한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 앞에서 돌아온 ‘뤼도빅’을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은 유령처럼 대했다. 아내 ‘마리로르’에게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경제적 여유였다. 화려하고 사치로 채워진 삶이 전부였다. 아버지 ‘앙리’도 다르지 않았다. 아들을 향한 진정한 보살핌이나 사랑이 아니라 사회적 명예와 지위가 중요했다. 뤼도빅이 회복되었음을 알리는 파티를 열기로 한다. 파티 준비를 위해 사돈인 뤼도빅의 장모 ‘파니’를 초대한다. 앙리의 두 번째 아내 ‘상드라’는 병약했고 처남 ‘필립’은 도움이 안 되는 존재였다.


소설은 앙리의 저택 ‘라 크레소나드’를 배경으로 그곳에 거하는 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들려준다. 프랑스아즈 사강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각자의 공간을 묘사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상황과 성격을 소개한다. 가족 구성원으로 연대나 애정이 아닌 저마다의 목적과 욕망으로 채워진 관계 안에서 뤼도빅은 혼자였고 고독했다. 그런 뤼도빅에게 장모 파니만이 눈물을 보인 이었다. 그런 이유였을까.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저택의 서재 속 피아노 소리에 뤼도빅이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한순간 그 얼굴은 ‘아득하고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그 테마를 한차례 또 한차례 치는 동안, 절망감이 그를 압도했다. 그는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 음악 안에 있는 것, 그의 주위의 대기 속에 떠돌던 그것을 경험한 적도, 포착한 적도, 누린 적도 없었다. (163쪽)


파니가 치는 슈만에 빠져들었다기 보다 그 순간의 파니에게 빠져든 것이다. 아니, 그게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았고 그녀가 누구이든 상관없었다. 그 순간 사랑은 시작되었으니까. 뤼도빅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알았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파니에게 사랑은 전 남편뿐이었다. 하지만 파니 역시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진입한 순간 그들의 삶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들은 두려움도 호기심도 부끄러움도 없는 또 다른 영역에서 서로를 발견했다. 그것은 운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194쪽)


권태와 우울에서 벗어난 뤼도빅에게 세상은 다시 아름다운 곳이었고 운전대를 잡게 만들었다. 아버지나 아내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고 파니는 고민하고 고뇌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외면할 수 없다. 거대한 저택 안에서 그들의 사랑은 나를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들킬지 모를 밀회의 순간, 온전한 쾌락의 기쁨을 누리는 대신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움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사랑은 이런 것이었던가.


어쩌면 그런 둘 사이를 모르고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파니와의 미래를 상상하는 앙리, 둘 사이를 진즉 알아채고 관망하며 즐기는 필립, 아무것도 모른 채 파티를 기다리는 마리로르가 있어 그들의 사랑은 더욱 은밀하게 빛을 발했는지도 모른다.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지금의 사랑은 눈부시고 찬란하다.


프랑스아즈 사강은 현재의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사랑이고 삶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미완의 소설이기에 더욱 그 사랑과 삶의 궁금해진다. 한편으로는 미완이라 다행이지 싶다. 살아가는 동안 사랑도 삶도 모두 미완의 상태이기에 우리는 완성을 향해 나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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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25 1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구매해서 실눈뜨고 읽으려고 했는데 부적절한 관계를 봐버렸어요 ㅋ 알고읽어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사강 작품은 다 좋은거 같아요. 특유의 감정도 좋고 ^^

자목련 2021-11-25 12:09   좋아요 4 | URL
네, 알고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어요!!
즐겁게 만나세요^^

잠자냥 2021-11-25 12:52   좋아요 3 | URL
헉 전 일부러 그거 안 드러나게 썼는데!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1-25 1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이 작품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하고 썼다는데, 영화로 만들었다면 파니 역할 배우 누가 했을지 궁금해요.
지금 생각하기엔 왠지 중년의 카트린 드뇌브가 떠오릅니다만. ㅎㅎㅎ

자목련 2021-11-25 14:03   좋아요 3 | URL
초반에 마리로르와 필립을 의심했다가, 며느리와 시아버지인가 싶었어요.
저 혼자 답답했나 봐요. ㅎ
파니 역할도 궁금하지만 남주도 궁금해요. 언젠가는 영화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mini74 2021-11-25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글도 자목련님 글도 넘 좋잖아요 ㅠㅠ 읽어보고 싶은 마음, 쌓이는 책. 갈피를 잡지 못하는 카드 그리고 갈등 ㅎㅎㅎㅎ

잠자냥 2021-11-25 17:28   좋아요 2 | URL
갈피를 못잡는 카드 ㅋㅋㅋㅋㅋ

자목련 2021-11-26 15:16   좋아요 1 | URL
조금 더 고민하시고 결정하세요. 그 쯤에는 카드도 갈피를 잡겠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