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농담 말들의 흐름 7
편혜영 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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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의 산문을 읽은 기억이 없다. 어디선가 읽었을지도 모르는데. 술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마구 취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술을 마시고 읽었다면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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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최석규 지음 / 좋은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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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오늘에 만족하면서 다른 오늘을 살기를 바란다.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은 다른 삶, 조금은 의미 있는 삶을 갈망한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저마다 추구하는 게 다르겠지만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삶인지도 모르겠다. 최규석의 단편집 『소설이 곰치에서 줄 수 있는 것』를 읽으면서 소설 속 인물이 원하는 삶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표제작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의 주인공 곰치는 떼인 돈을 받아주거나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한다. 상대에게 욕을 하거나 위압하는 게 일상이다. 그런 그가 우연하게 소설 합평에 참여한다. 소설을 쓰는 이들의 모임에서 그는 학상시절을 회상한다. 심부름센터의 곰치가 아닌 문예반에서 자신의 글이 일등이었던 때가 있었다. 곰치는 그때의 스승을 찾으면 다시 책을 읽는다. 곰치가 아닌 ‘차석주’로 살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 이제라도 ‘차석주’로 살고 싶은 간절함인지도 모른다.


곰치가 살아온 세상은 늘 이랬다. 아픔의 이유를 생각하는 것도 부질없었다. 그러는 동안 심장은 밤 껍질처럼 단단해졌다. 발목에 숨겨 놓은 잭나이프로도 그것은 베어지지 않았다.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20쪽)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 그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놓치고 잃어버렸다는 걸 인식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돌이킬 수 없는 삶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뿐이다. 사라진 아내를 찾는 과정을 담은 「회전초」 속 남편과 아내가 그러하다. 앞만 보고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삶을 행복하지 않았다. 아내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었다. 사람을 찾아주는 사설업체에 의뢰를 하고 아내에 대해 알아가는 동안 남편은 그제야 느낀다. 아이를 잃은 상처를 위로하기는커녕 서로를 힐난하고 회피했던 지난 시간을. 처음 아내를 만났던 순간, 함께 그림을 보고 아내의 글을 읽고 감상을 말해주던 순간의 감정들. 어쩌면 우리도 소설 속 아내와 남편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척, 나아지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언젠가 지금보다 나아지면 다 잘 될 거라고 미루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럼, 어제만큼만 살아도 충분하다고 말해도 괜찮은 걸까. 하긴 어제만큼 살기도 힘든 세상이다. 코로나19의 시대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모든 걸 통달한 이들을 찾는다. 그들에게 뭔가 특별한 가르침이 있을 것 같으니까. 「할슈타트에서 온 절대 무공」속 ‘나’가 스스로를 고수라 말하는 노인에게 반하는 것처럼. 틱장애가 있는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낸다. 어릴 적부터 잘 알던 형의 운영하는 태권도 도장에서 절대 고수를 만난다. 노인은 형에게 대결을 청한다. 노인의 사상에 빠진 나는 그 대결을 성사시킨다. 고수는 진정한 고수였을까. 자신을 믿었던 노인에게는 그럴지도.


고수는 절대 튀지 않는다. 진짜 절대 무공은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사이에 숨어산다. ( 「할슈타트에서 온 절대 무공」, 40쪽)


이 단편은 노인과 형의 대결의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큰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가 우연하게 만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챙기는 혜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혜영 역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한다. 동네 사람들은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그저 고양이들이 사라지기만을 바란다.


난 진실을 말하는데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어요. 하지만 이해는 해요. 진실이란, 사실이 아니잖아요. 각자 믿고 싶은 것을 말하는 거지. ( 「할슈타트에서 온 절대 무공」, 58쪽)


각자 믿고 싶은 것들을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좀 나은 삶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다가 우리는 믿고 싶은 것들을 감추거나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제목의 ‘곰치’ 대신 나의 이름을 넣어 보았다. 소설이 나에게 주는 건 무엇일까. 더 많은 삶, 더 많은 이야기, 그것들을 통해 때때로 안도하며 숨겨두었던 감정들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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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5-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수, 절대 무공은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사이에 숨어 산다는 말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소설이 여러 사람한테 도움이 되고 잠시라도 위안이 되면 좋을 듯합니다 그런 게 없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받아들여야겠지요


희선

자목련 2021-05-12 08:56   좋아요 1 | URL
맞아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이 고수 같아요
희선 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나는 딸이다. 엄마와 딸이라고 쓰면서 엄마와 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는 엄마랑 몇 가지나 했을까 기억을 더듬는다. 굳이 엄마와 딸이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구분하지 않더라도 나는 엄마랑 함께 한 게 거의 없다. 어린 시절 목욕탕에도 큰언니랑 갔고 속옷을 사준 것도 여름용 샌들과 원피스를 사준 것도 큰언니로 기억한다. 우리 엄마는 왜 그랬을까.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까. 먹고사는 일에 바빠서, 논으로 밭으로 갯벌로 일하러 다니느라 셋째 딸에게 필요한 게 뭔지 살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제는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날이 아니더라도 엄마는 항상 그립다. 그래도 대놓고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어버이날일 것이다. 여기저기 어버이날과 함께 자동으로 떠오르는 카네이션과 용돈, 감사편지 같은 글들이 있었다. 사랑이 가득 담긴 글이었다. 살짝 부럽기도 했고 살짝 우울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제 낮에는 낮술을 마셨다. 지금 생각하니 한 캔으로는 부족했다.


엄마와 딸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엄마가 등장하는 소설, 5월에 읽으면 더 좋을 소설을 하나씩 꺼내본다. 백수린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강진아의 『오늘의 엄마』, 가장 최근에 만난 제시 버튼의 『컨페션』이 생각난다.


대부분의 일하는 엄마는 자신의 엄마에게 어쩔 수 없이 돌봄을 부탁한다. 돌봄은 끝이 없다. 백수린의 장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에서 화자의 엄마가 유학을 하는 동안 화자는 할머니와 지낸다. 그 시간을 짐작하는 이는 그런 유년시절의 간직한 사람들이다. 여전히 육아는 어렵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의 기관은 적다. 할머니의 돌봄에서 자란 화자가 하는 말, 엄마가 되어서야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엄마가 되고 엄마의 삶이 궁금하지만 곧 그 모든 것은 아이를 향한다.


엄마, 엄마도요. 내가 생겼을 때, 이런 마음이었어요? (『친애하고, 친애하는』 중에서)


어른이 되고 점차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과 마주하지만 엄마의 삶을 고단함을 알기엔 충분하지 않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없이 엄마는 떠났다. 엄마와의 이별을 순차적으로 기록한 강진아의 소설 『오늘의 엄마』는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머문다. 이별을 예감하며 살아가는 일상은 자칫 무겁고 어두울 것 같지만 아니다. 사는 일은 벼나지 않기에 그저 아픔을 지켜보고 때로 웃고 때로 울면서 살아간다. 이 소설은 엄마보다는 암으로 떠난 큰언니가 더 겹쳐졌다.


엄마의 시간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대학을 졸업시키고 독립까지가 끝이라고 여겼지만 소설이나 현실에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딸을 외면할 수 없다.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를 보면 더욱 실감 난다. 스스로를 부양하는 일도 버거운데 딸이 일상을 침범하는 것 같다. 딸의 선택을 인정할 수 없고 지지할 수도 없다. 딸과 엄마 사이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물론 소설에서는 딸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조금씩 다가가며 응원과 연대를 보내지만.


‘엄마’란 말에는 존재보다는 역할이 앞선다. 나의 존재의 근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걸 희생하도록 강요했던 시대가 지났지만 엄마를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 자신을 떠난 엄마를 찾는 과정을 다룬 제시 버튼의 『컨페션』을 읽다 보면 엄마가 아닌 한 사람의 삶에 대해 바라보게 된다.


엄마와 딸, 친구 같은 사이. 주변에서 그런 모녀를 볼 때면 마음이 환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엄마와 딸은 막역해지는 것 같다. 조카와 올케언니를 봐도 그렇다. 엄마를 생각하는 작은 배려들이 예쁘고 대견하다. 한 사람의 딸로 태어나 그 우주에서 유영하고 사라지는 일, 축복받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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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5-10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엄마가 나이가 많으셨어요. 그래서 초경이니 뭐니 다 언니들이 챙겨줬어요. 제게 엄마는 엄마와 할머니의 중간쯤 ㅎㅎ요즘 아이들은 정말 엄마랑 친구처럼 지내고 일상을 공유하더라고요. 부럽다가도 우리 엄마도 저렇게 예쁘고 젊게 입고 나랑 다니고 싶었을텐데하며 ㅠㅠ 엄마가 짠해지더라고요. 자목련님 옆에 계심 제가 찐하게 한 분 안아드리고 싶네요. 자목련님 축복받은 인생 저도 응원합니다

자목련 2021-05-11 09:07   좋아요 2 | URL
엄마의 마음을 조금 빨리 헤아렸더라면 싶어요. 고모와 사촌동생이 같이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는 걸 보면 참 좋아보여요. 쇼핑몰에서 옷을 사고 조금 크다 싶으면 고모에게 안겨(?)주더라고요. 미니 님의 품에 쏙 안기는 아침,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화장한 화요일 보내세요!!

지유 2021-05-10 17: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애어른이라 엄마와 딸을 소재로 한 글은 다 남 이야기 같지 않더라고요. 세상의 모녀 이야기가 다 제 이야기로 깊숙이 다가와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자목련 2021-05-11 09:0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지요.
지유 님, 어머님이랑 소소한 일상을 즐겁게 나누는 하루 이어가시길 바라요^^

붕붕툐툐 2021-05-10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셋째딸! 저희 엄마는 지금도 딸이라면 벌벌 떠시는 딸바보. 그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데, 어떨 땐 내가 그 사랑에 전혀 못 미치는게 너무 죄스럽고 그렇습니다.

자목련 2021-05-11 09:00   좋아요 2 | URL
딸바보 어머님이 계시니 정말 부러워요.
붕붕툐툐 님도 어머님바보 같은 걸요. 어머님이랑 좋은 시간 많이 보내세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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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 잠, 그리고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 (32쪽)

꿈을 꾸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원하는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이 꿈에 등장한 적이 없다. 돌아가신 엄마는 선명한 얼굴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어떤 형체가 있었고 엄마라는 걸 확신하고 그게 전부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꿈을 주문할 수 있다니. 나는 당장 엄마와 나의 어린 시절의 일상이 나오는 꿈을 주문하고 싶다.

꿈을 판매하는 도시, 도시 전체가 꿈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도시가 있다. 잠옷을 입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고, 숙면에 도움을 주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있다. 꿈을 파는 백하점이라니. 꿈에 관련된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를 한다. 층층마다 꿈은 다르다. 1층은 가장 인기가 많은 꿈을, 2층은 편안한 일상의 즐거움으로 채워진 꿈을, 3층은 현실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판타지, 4층은 동물들과 아기 손님을 위한 꿈을, 5층은 손님들이 다양한 이유로 찾지 않는 꿈들(할인 코너)이 있다.

주인공 페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꿈의 도시에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은 달러구트뿐이라 여겨서다. 꿈 백화점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았다. 배워야 할 게 많았고 손님들의 원하는 꿈을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다양한 꿈을 원하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 후불로 지불되는 꿈의 값도 이상했다. 소설에서 꿈을 구매한 이들이 지불하는 건 감정이다. 설렘, 자신감, 허무함, 신기함, 자부심, 상실감 등이다. 이런 독특한 설정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꿈 제작자의 등장도 흥미롭다. 주제별의 꿈을 만든다고 할까. 아름다운 꿈이 있는가 하면 무겁고 무서운 꿈도 있다. 가장 싫은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꿈을 과연 구매하는 이가 있을까. 그런 꿈 대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꿈을 구매하는 이가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소설에서 악몽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계속 군대에 가는 꿈이나, 기억조차 하기 싫은 시험을 보는 꿈을 통해 그 모든 게 현실이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어느 순간 지나간 과거일 뿐 현재를 지배할 수 없다는 자신감 회복을 위한 꿈이라는 것이다. 싫다고 피하는 대신 정면승부를 하고 직시하라는 조언 같다고 할까.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라면 어떨지 잘 모르겠다. 기발하고도 독특한 상상을 통해 사람들이 현실에서 겪는 고민과 걱정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하는 소설이다.

어떤 이는 힘든 현실에서 잠시라도 도피하기 위해 잠을 잔다. 어떤 이는 충천을 위해 잠을 잔다. 어떤 이는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잠을 최소로 줄인다. 잠드는 순간 꿈은 어떤 의미일까. 현실의 연장처럼 이어지는 꿈이 아닌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보내는 꿈, 좋아하는 것들을 맘껏 할 수 있는 그런 꿈이면 행복할 것이다. 그런 꿈을 구매하고 싶다면 우선은 잠을 자야 한다. 하루의 일과를 끝마치고 잠을 자는 일, 그것을 지켜달라는 말은 바쁜 현대인에게 하는 간절한 당부 같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그건 확답 드리기가 어렵습니다만, 주문한 꿈을 제대로 수령하시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지켜주셔야 할 일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죠?”

“매일 밤 꼬박꼬박 최대한 깊은 잠을 주무세요. 그게 전부랍니다.” (69쪽)


내일을 위해 잠드는 시간, 꿈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환상의 마법의 세계로 초대하는 소설이라고 할까. 한 편의 동화 같은, 한 편의 판타지 영화 같은 소설이다. 해서 아이들과 읽어도 좋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바쁜 일상의 즐거운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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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5-10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대로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자목련 님께서도 이야기 속 주인공들처럼 원하시는 꿈 꾸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21-05-11 08:59   좋아요 1 | URL
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파이버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1-05-1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면 어떤 꿈을 사고 싶을까 생각해 볼 듯하네요 잠을 자야 꿈을 꿀 텐데... 잠을 잘 안 자는 사람도 나왔나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꿈은 잠이 깊이 들지 않았을 때 생각나기도 해서, 여러 가지 꿈을 꾸면 더 피곤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꿈꾸는 게 더 좋은 듯해요 안 좋은 꿈은 싫지만...

자목련 님 좋은 꿈 꾸세요


희선

자목련 2021-05-12 08:57   좋아요 1 | URL
다양한 꿈들이 등장해요. 마치 영화을 만드는 것 같다고 할까요. 말씀처럼 일에 쫓기고 바빠서 잠을 못 자는 사람도 있고요. 안 좋은 꿈은 꾸지 말아아 하는데...
 
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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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만나고 알아간다는 건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일이다. 거기에 사랑이 더해지면 그 세계는 더욱 단단해진다. 한 번 진입한 세계를 빠져나오는 일은 어렵다. 어떤 세계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갇히거나 흠모한다. 이전의 세계는 단숨에 무너진다. 태어남과 동시에 발 들이는 세계는 가장 가까운 이들과 연결된다. 부모, 형제, 친구, 선생님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그게 전부라고 여긴다. 그랬던 전부가 사라지고 다른 전부가 생기는 계기는 저마다 다양하다.


제시 버튼의 장편소설 『컨페션』의 ‘엘리스’에게도 그런 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었다. 스무 살 엘리스가 운명처럼 이끌린 ‘코니’와의 만남. 이성이 아닌 동성, 거기다 또래가 아닌 자신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은 유명 작가였다. 엘리스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어떤 확고함. 둘은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고 같이 살기로 한다. 서로가 서로의 일부가 되어 모든 걸 다 공유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어쩌면 그건 스물의 엘리스에게만 해당되었는지도 모른다. 1980년 엘리스의 사랑은 뜨거웠다.


그런 엘리스를 찾는 한 여자가 있다. 2017년 9년을 사귄 남자친구 조와 동거를 하는 서른다섯 살의 로즈. 자신을 낳고 사라진 엄마를 찾기로 한 것이다. 어린 시절 항상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엄마의 흔적을 더듬는다. 엄마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오직 한 권의 책 「초록 토끼」뿐이다. 엄마에 대해 함구했던 아빠는 이제야 책을 쓴 작가가 엄마와 긴밀한 사이였다고 알려준다. 그게 자신이 아는 전부라고. 딸이 엄마의 삶을 닮을까 걱정했던 아빠는 조와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안정된 삶을 이어가길 원했을 것이다. 로즈를 낳은 엘리스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로즈는 「초록 토끼」의 작가 ‘코니’에 대해 수소문한다. 그녀의 다른 책 「밀랍 심장」을 읽고 현재의 정보를 찾는다. 엄마 엘리스를 아는 유일한 여자, 코니. 로즈는 그녀를 반드시 만나야 했다.


소설은 1980년 엘리스와 2017년 로즈의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준다. 과거와 현재, 그 둘을 이어주는 건 코니뿐이다. 엘리스는 코니의 모든 걸 공유하고 싶다. 하지만 코니가 글을 쓸 때는 혼자여야 한다는 걸 안다. 더 많을 시간을 보내고 싶기에, 뭐든 함께해야 하기에 코니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미국행에 동행한다. 그곳에서 엘리스가 견뎌야 할 시간은 너무도 길고 힘들었다.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과 코니의 친구들과의 모임에 항상 엘리스가 있었지만 코니는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서로를 사랑했지만 확인이 필요했던 엘리스에게 코니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일 때문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스물셋의 엘리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멋진 코니에 비해 엘리스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엘리스에게 전부였던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럼 2017년 현재의 로즈의 세계는 어떤가. 부모의 재정 지원으로 백수나 다름없는 삶을 사는 남자친구는 조는 엄마를 간절하게 찾아야 하는 로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엄마에 대해 단 한 가지라도 알고자 신분을 속여서라도 코니의 비서가 되겠다는 로즈를 이상하게 여긴다. 로즈에겐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로즈가 아닌 로라가 되어 관절염을 앓는 노 작가 코니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원고를 대신 타이핑하면서 엘리스에 대한 질문을 할 기회를 엿본다. 로즈가 아닌 로라는 자유로웠고 객관적으로 로즈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조금씩 코니와 가까워질수록 로즈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이유를 잊은 채 이대로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코니가 삶을 마주하는 태도는 아름다웠고 어느덧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이 지난 삶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소설은 끝내 엘리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코니가 로즈가 엘리스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로즈가 태어난 상황에 대해 알려주지만 엘리스의 행방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로즈를 두고 떠난 엘리스의 마음을 짐작할 뿐이다. 로즈를 낳고 우울증에 힘들었던 엘리스는 코니가 그리웠고 화해하고 싶었다. 그건 코니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기분이 들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 지나갈 것이라고 말해주는 대신 항상 엘리스에게 어딘가를 가 보라고 제안했다. (436쪽)


인생은 참 이상하지 않은가…… 전 남자친구가 코니를 데려오다니. 그리고 인생은 기적이 아닌가, 코니가 오고 싶어 하다니. 할 이야기가 너무 많고 서로 용서할 일도 너무 많았다. (455쪽)


그러나 둘의 만남은 영원한 이별로 이어졌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사랑했던 기억을 품고 엘리스는 떠났다. 그녀의 선택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녀의 삶이니까. 로즈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조와의 이별과 그 이후 로즈가 결정한 모든 것들에 대해. 어떤 결정도 후회는 남는 것이다. 엘리스와 로즈는 코니를 만나면서 다른 세계로 진입했다. 이전과는 다른 삶,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기쁨을 느꼈다. 설령 그 세계가 춥고 쓸쓸하더라도 괜찮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막연하게 로즈가 엘리스를 찾기를 바랐다. 엄마와 딸 사이에 흐르는 어떤 뜨거움을 기대했던 것 같다. 소설을 다 읽고 둘이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느꼈다. 로즈는 엄마가 어떤 생을 살았는지 알았고 그걸로 충분했을 것이다. 엘리스의 인생에서 엄마는 일부일 뿐이고 전부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생을 살든 누구를 사랑하든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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