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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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의 장편소설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은 좀 이상한 소설이다. 이상하다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묘하다고 할까. 그 이상함이 기억 속 시집을 펼치게 만들고 그 이상함이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건 그리움이며 사랑이다. 재밌고 기발하고 정신을 쏙 빼놓는 유머가 닿는 곳에 그것들이 있었다. 박상의 소설은 유쾌한 기억으로 남았는데 더욱 강력한 유머로 돌아왔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소설에서 이 부분이 제일 좋았다. 뭐든 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자신감과 순수함이 좋아서 나는 고양이가 될 거야.라고 따라 말해버렸다. 고양이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아, 요즘 나는 고양이에 꽂혀있구나.


“나는 시인이나 고구마가 될 거야.”

“그게 뭐야! 이원식, 네가 뭐가 되든 상관없는데 시인이나 고구마는 아니야.”

“왜? 뭐?”

“못 웃길 거야.”

“웃겨야 돼? 그리고 고구마가 안 웃겨?”

“시시해. 넌 이 좁아터진 지구의 뻔한 말장난만 이해하는데 만족할 수 있니? 나는 풍성한 우주의 언어를 이해할래. 그곳엔 스케일이 큰 유머 감각이 있을 거야.”

“흥, 시는 말장난이 아니야. 시아 우주를 더 많이 이해하면 어쩔래?”

“시끄러. 요리나 제대로 배워.” (89~90쪽)


소설은 좀 특이하다. 이상한 건 특이함과 같을 수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내가 이 소설을 잘 읽은 건가 싶은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읽으면서 즐거웠고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으니 충분하다. 어쩌면 박상 작가의 바람이 그럴지도 모르니까. 시인이 되고 싶었던 요리사 이원식은 이탈리아 옆 삼탈리아에 도착했다. 한국의 떠나 낯선 섬에 그가 온 이유는 단 하나 조반니의 레시피 때문이다. 아니 그건 핑계일지도 모른다. 번아웃의 현실이 아닌 낯선 곳으로의 도피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헌책방에서 유연히 발견했던 요리책, 주인이 시집이라고 말했던 책. 그 책이 과연 존재하는 책은 맞을까, 나의 의심은 시작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책을 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동행하는 과정은 즐거웠다.


이원식은 한국에서 유명한 요리 경연 대회까지 참가한 요리사였다. 마지막 결승까지 올라간 실력이었다. 요리사와 레시피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시라면 달라진다. 김밥 집을 하는 엄마의 영향이었을까. 화자인 나는 요리를 배우고 여러 스승을 만나고 요리사가 된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듯 소설은 두 공간을 이어간다. 조반니의 레시피를 찾아 떠나는 삼탈리아의 공간과 요리사로 보낸 한국의 공간이다. 전혀 다를 것 같지만 사람 사는 건 거기서 거긴가 보다. 사람들에게 치여 한국을 떠난 화자에게 결국 위로가 되는 존재 역시 사람이며 그가 사랑한 시라는 걸 보면 말이다.


소설에서 가장 독특한 건 삼탈리아 사람들, 그러니까 이원식이 조반니에 대해 알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 모두 시를 좋아한다는 거다. 그것도 죄다 한국시. 아, 우리의 문학이 세계를 지배하는 상상으로 이어진다. 심보선, 최승자, 진은영, 신영배의 시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이라니. 그러다 풀이 죽는다. 내가 모르는 시인의 시를 소설 속 그들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규승 시인의 『끝』이라는 시집이 나는 너무 궁금해졌다. 그 끝이 알고 싶어졌다.


이것은 끝 이곳은 끝 태어날 때 이미 끝 세상은 그날 이후 끝 끝이

계속되는 끝 나는 끝 시작도 끝 끝없이 끝나지 않는 끝 (최규승「#297」, 『끝』, 244쪽)


화자가 찾아낸 조반니의 레시피를 마주하는 순간에도 그랬다. 그것이 끝일까, 아니면 다시 시작일까. 혼자 생각했다. 누군가 이 소설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소설이 아닌 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할 것 같다. 우리의 곁에 있는 시에 대해서. 알려진 시, 유명한 시가 아니라 우리가 몰라서 그 참된 진가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시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인생은 찰나 같은 점들의 연속선이에요. 시공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는 그 소스 코드에 가끔 인식되고 가끔 연결될 뿐이잖아요. 만약 그 가끔 오는 순간들은 우리가 놓친다면 인생은 정말 찰나가 되어버리죠. 훅 가는 게 아니라 사라지고 마는 거예요. 나머지 모든 것에 드문드문하더라도 그 가끔 오는 연결에는 항상 간절해야만 해요.” (287쪽)


사람들이 칭송해마지않는 고수의 삶도 마찬가지다. 원식의 스승이 전하는 말처럼 인생은 찰나 같은 점들의 연속선이다. 아, 이런 통찰은 언제쯤 가능할까. 살면서 수많은 위기와 고비를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 숨은 고수는 우리 곁에 있다. 이원식의 스승이나 엄마가 그런 것처럼.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많다. 그들을 향한 애정과 시를 흠모하는 작가 박상의 마음이 전해진다. 어딘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통로가 있다면 박상이 그려낸 삼탈리아는 아닐까. 모든 걸 잊고 싶은 그대여 유머와 시심(詩心) 충만한 삼탈리아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를 펼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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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H를 만났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그녀는 먼 도시에 살고 있다. 먼 도시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 나를 보러 왔다. 우리의 만남은 2016년 가을에 만난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 사이 서로에게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삶을 이동하는 일, 삶을 다시 정비하는 일이라고 하면 맞을까. 그건 회복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에 들러 한 바구니의 빵을 사 왔다. 밤이라 그랬는지 사람도 없었고 빵도 없었다. 늦은 밤에는 술을 마셨다. 아니, 술은 나 혼자 마셨다. H가 술과 커피에 대해 민감한 편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러니까 그동안은 제대로 몰랐다. 잘 모른다는 걸 알았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으니 더 좋았다. 내가 맥주를 마시는 동안 H는 사이다를 마셨다.


우리의 시간에는 말이 넘쳤다. 말이 둥둥 떠다니고 거실 바닥과 식탁 위에 말이 나뒹구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상상이었다. 그만큼 우리의 말들은 다양했다. 하고 싶었던 말, 주저했던 말, 고민으로 뭉쳐진 말, 모든 말들이 다 그곳에 있었다. 그 말들이 다 우리의 것이었다.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게 뿌듯했다. 자주 만나지 못하기에 그랬을까. 아니, 나의 말을 모두 들어주는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맑은 하늘과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좋다”는 말을 자주 하며 사진을 찍는 H가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감탄은 양이 적다는 걸 발견했다. 나이가 드는 탓일까.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픈 몸에 대해, 늙은 몸에 대해 두려움이 아닌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그런 대화는 책으로 이어졌다. H가 영화로 보고 나는 책으로 읽은 『밤에 우리 영혼은』에 대해 서로의 느낌을 말하면서 같은 작가의 『축복』도 좋았다고 추천했고 조남주의 소설집 『우리가 쓴 것』속 여성 서사와 황정은 소설에 대해 환호하면서 『백의 그림자』 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우리로 채워진 시간은 지나갔고 각자의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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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2 11: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밤에 우리 영혼은> 이 책 정말 좋더라구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영화도 있군요~! 친구와 책 이야기하면 정말 즐거울거 같아요^^

자목련 2021-06-23 09:22   좋아요 2 | URL
그쵸? 참 좋아요. 저도 영화는 몰랐어요.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하죠.
이곳 알라딘의 서재도 그렇고요^^

잠자냥 2021-06-22 14:1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자목련 님이 술 이야기 많이 하셔서(심지어 좋아하신다고 해서) 매우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 글을 하도 정갈하게 쓰셔서 술은 입에도 안 대실 줄 알았던 1人.... ㅋ

자목련 2021-06-23 09:21   좋아요 3 | URL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요, ㅎ 이제는 저질 체력이라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요.
잠자냥 님의 짬뽕과(맞나 모르겠네요) 맥주 사진을 넋놓고 바라보았지요. ㅎㅎ

coolcat329 2021-06-22 14: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하하 어쩜! 저도 이 글 읽고 이 분이 술을 드시네? 그것도 친구는 사이다마시는데 혼술을...참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ㅋㅋㅋ
맞아요. 글이 참 차분 정갈하셔서...드셔도 다소곳이 사케를 드실거같은데 맥주를 ㅎㅎ
의외의 모습 발견했을 때 더 호감도가 상승되시는거 아시죠? 😅

자목련 2021-06-23 09:19   좋아요 3 | URL
음, 제가 한때는 술을 잘(?) 마시기도 했어요. ㅎㅎ
더 다양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6-22 2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전 이런 친구가 없는 거 같아요. 대화하고 나면 왠지 공허한 느낌.. 이건 제 문제겠죵?^^;;

자목련 2021-06-23 09:18   좋아요 2 | URL
너무 많을 말을 하면 공허하지요, 저도 그래요. 근데 그 순간에 충실하려고요, ㅎ
H는 동생이지만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가 되었어요.
친구가 많지는 않고 소수의 소주한 인연을 오래 지속하고 싶어요.

하늘바람 2021-06-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책속 한 부분 같았어요

자목련 2021-06-25 18:26   좋아요 0 | URL
ㅎ 감사해요. 하늘바람 님, 시원하고 환한 주말 보내세요^^
 
술과 농담 말들의 흐름 7
편혜영 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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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기억을 꺼낸다. 냉동실에 살짝 얼린 컵에 캔맥주를 따른다. 캔맥주처럼 차가운 밤이었다. 혼자라는 게 조금 아쉽지만 괜찮다. 취기가 도는 밤, 그런 밤은 수다스러워진다. 괜히 혼잣말이 늘고 드라마 속 대사에 답을 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농담에 속하는 게 아닐까.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여겼다. 절대로 마셔서는 안된다고. 우습지 않은가. 술이 뭐라고. 그게 뭐라고. 대학에 입학하고 신입생 환영회에서 마신 맥주는 살짝 시시했다. 긴장을 해서 그랬을 것이다. 맥주의 맛을 즐기는 시간은 곧 도착했으니까. 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학교 앞 골목과 몇몇 이름이 따라온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 한 기억.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다. 술을 마시고 퇴근하는 길에는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아쉬움. 술 한 잔 같이 마시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술과 농담』이란 제목에서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가. 막연하게 특정 소설가의 산문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술에 관한 에피소드. 그들만의 술자리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룰까 하는 기대 같은 것. 일정 부분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술에 대한 그들의 생각, 술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나에게 술은 무엇일까, 나는 왜 술을 마시는 걸까,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진다.


마시지 못하는 것과 별개로 종종 술 마시는 일에 대해 생각을 한다. 그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고, 떨리는 손을 감추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조금 더 마시려 애쓰고, 술 마시는 일을 자책하고 숨기려다 남몰래 마시며 불안한 안도감을 느끼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술 없이 부끄러움에 맞서기 싫을 때, 세계가 짐짝 같은 무게로 업혀올 때, 오래된 관계를 내가 다 망쳤다 싶을 때, 아무리 달리 보려도 해도 내 마음이 하찮을 때, 가까운 사람에 대한 연민과 실망으로 마음이 그을릴 때, 한마디로 제정신인 걸 참을 수 없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 (26쪽, 편혜영「몰(沒)」 중에서)


나를 견디기 힘들었을 때 무작정 술을 마시기도 했다. 좋아하는 맥주가 아닌 소주를 마시고 스스로 너덜너덜해진 나를 원했다. 돌이켜보면 미련하고 부끄럽지만 그땐 그게 나를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지독했던 미움과 슬픔을 잊을 수 있다고 여겼으니까. 누군가 매일 술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 그의 상심과 절망이 얼마나 큰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음에 대해서 말이다. 고통에 대해 말할 수 이는 이가 없었기에 술에게 무언의 대화를 건넸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술과의 관계는 현재진행형이고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도 부담 없는 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타인과 술과의 관계도 그렇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항상 술이 있는 삶을 살고, 살고 있고, 때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술의 자리에 저녁이라든가 주말이라든가 취향이라든가 다른 것들을 가져다 놓아보기도 하지만, 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복잡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술은 술술 넘어가면서 그때의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함께 이동시킨다. 내 안에서 밖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미래로. 그렇게 이곳을 무겁고 복잡하게 만드는 무엇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단순한 힘으로 술은 우리를 잠시나마 가뿐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한다.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는 아이처럼,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서 별 눈치 보지 않고 떠드는 아이처럼 단순해질 수 있게 한다. (76쪽, 김나영 「술과 농담의 시간」 중에서)


나는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안주를 앞에 두고 수다를 떠는 일은 즐거우니까. 매일 술을 마시는 게 아니니까. 때로 술은 특별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술기운을 빌어 속엣말을 꺼낼 수도 있으니까. 그 시간이 지나 쓸어 담고 싶은 말들이라도. 그러니 술에 취한다는 말을 무조건 나쁜 말로 치부할 수 있을까. 김나영의 말처럼 현재진행형인 관계. 끊을 수 없고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아닌 바로 옆에 있는 관계. 친근하고도 솔직한 표현이다. 그러니 술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술은, 유일한 존재이자 관계가 된다.


농담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그 말에 대해서 거리를 둘 때 발생한다. 거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농담 속에서 여유와 숨 쉴 공간을 갖게 된다. 웃기도 하고 릴랙스를 할 수도 있다. 농담은 거리감에 의해 발생하지만, 그래서 곧 잊히고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189쪽, 이장욱 「술과 농담과 장미의 나날」 중에서)


누군가는 술에 취했을 때 평소와는 전혀 다른 자신을 보여준다. 숨겨둔 자아일 수도 있고 애써 노력해서 꺼낸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럼 점에서 농담은 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인지도 모른다. 농담이 주는 어떤 위안, 농담을 건넬 수 있는 사이야말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사이는 아닐는지. 단편소설처럼 느껴지는 이주란과 한유주의 글도 인상적이었다.


술에 대한 사유, 술에 대한 작가들의 경험, 상상,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편안했다. 술이 아닌 커피였어도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술이라서 가능한 글은 아니었을까. 치킨과 캔맥주가 생각나는 오후다. 낮술의 맛을 흠뻑 즐기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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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6-21 18: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취중진담이란 노래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는데 이런 우연이!^^
술은 마시지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자목련 2021-06-22 11:15   좋아요 3 | URL
와우 정말요?
술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사유가 좋았던 책이었어요^^^

mini74 2021-06-21 18: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인들이 마시면 어떤 비밀이든 술술 말하는 홍상수영화 속 초록병을 그렇게 궁금해 한다던 생각이 납니다. 저도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조촐하고 소박한 술자리를 좋아합니다 *^^*

자목련 2021-06-22 11:16   좋아요 3 | URL
주량이란 말을 쓰던 시절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말씀하신 그런 술자리는 참 좋아요^^

새파랑 2021-06-21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들의 흐름 시리즈는 항상 관심이 가더라구요~!! 술과 농담 가장 좋아하는건데, 이런 제목이라니 ~! 역시 술은 낮술(해가 떠있을때)이 가장 좋더라구요^^

자목련 2021-06-22 11:1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술과 농담!!
제목 때문에 더 읽고 싶었지요. ㅎ 눈이 오는 날의 낮술은 진짜 최고에요!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게 맞다. 어린 시절 부뚜막의 고양이를 미워한 적이 있으니까.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내가 자란 집에는 일정 시간 동안 부뚜막이 있었다. 내가 예뻐하는 강아지는 올라가지 못하는 따뜻한 부뚜막에 고양이는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먹는 밥의 내용도 달랐다. 고양이가 좀 더 고급(?)스러웠다고 할까. 시골에는 쥐가 많았기에 어른들은 고양이가 하는 일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잘 먹여야 한다고. 정작 내 기억에는 고양이가 쥐를 잡는 광경을 본 적이 없다.


고양이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건 아파트의 길고양이와 오빠네 집으로 들어온 고양이들 때문이다. 아파트 주변에는 고양이가 많다. 캣맘도 있는 걸로 안다. 그분들이 고양이를 위해 지어준 집도 있다. 그래도 사랑받지 못하고 상처가 가득한 모습으로 주차장을 배회하는 고양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오빠네 집고양이들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 5월 말에 오빠네 집에서 본 고양이는 우리가 아는 그 고양이가 아니었다. 항상 문 입구에서 우리를 반기거나 멀찍이 떨어져 우리를 관찰하던 고양이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가 우리 주변을 서성였다. 신발을 벗는 내 곁에서 호시탐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 것이다. 어찌 된 일인가 물으니 이웃집 고양이란다. 우리 고양이, 그러니까 오빠가 ‘비실이’라고 이름을 지어준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이웃집 고양이는 아주머니를 따라 우리 집에 자주 왔고 어느 순간 혼자서 우리 집에 와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비실이’는 어디로 간 걸까? 이름처럼 몸이 아파서 ‘비실이’라고 했는데 잘 지내고 있는 걸까? 문득 ‘비실이’가 생각난 건 이 고양이 때문이다. 사진 속 고양이를 찾는 이에게 기쁨이 있을 것이다. 눈 밝은 이들만 고양이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처음엔 나도 고양이를 보지 못했으니까. 편안한 쉼, 그 자체다. 눈부신 햇살과 배롱나무 그늘과 고양이라니.




나는 아무래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집사가 될 자신은 없으니 이렇게 멀리서 고양이를 흠모한다. 그나저나 저 우아한 고양이의 이름은 뭘까? 오늘부터 나는 ‘우아한 준’(june)라고 부르고 싶다. 언제 다시 볼지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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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17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한 준, 예쁘네요. ㅎㅎ

자목련 2021-06-18 16:32   좋아요 3 | URL
냥이 집사님이 예쁘다 하시니 넘 기쁩니다. ㅎ

coolcat329 2021-06-17 1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나무가 베롱나무군요. 저 찾은거 같아요. ㅋ
보도블럭 옆 나무 가장자리 잔디 밑 아닌가요? ㅎㅎ
아휴~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적당한 나무그늘 밑 명당을 차지했네요.

자목련 2021-06-18 16:33   좋아요 2 | URL
뭔가 잘 아는 냥이구나 싶었어요. ㅎ

새파랑 2021-06-17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저히 안보이네요 ㅜㅜ 스마트폰을 바꿔야할거 같아요 ㅜㅜ

잠자냥 2021-06-17 21:52   좋아요 3 | URL
책 일주일에 일곱권 넘게 읽는 사람 눈엔 안 보인대요! ㅋㅋㅋ

scott 2021-06-17 22:07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말씀에 동감! 합니다
이정도 크기 사진이 안보이시다니
활자에 눈을 넘 ㅎ
새파랑님 휴식이 필요 합니다.
༼ ◔ ͜ʖ ◔ ༽

새파랑 2021-06-17 22:15   좋아요 2 | URL
전 아직 2권째 읽고있는데 그럼 보여야 하는건데....제가 글자는 읽는데 사진은 좀 약한거 같아요ㅡㅡ 뭔가 하얀게 있는거 같긴 한데 ㅎㅎ

자목련 2021-06-18 16:34   좋아요 3 | URL
사진의 오른쪽에서 찾아보시면...
아마 지금쯤은 찾으셨겠지요.
새파팡 님, 책을 너무 많이 보시는 게 맞는 듯합니다. ㅎㅎ

mini74 2021-06-17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매직아이를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 윌리를 찾아서도 영 소질이 없는데 ㅠㅠ 역시 사진 속 고양이 못 찾고 해메는 중. 우아한 준~ 어디있니. 야용야옹~~

자목련 2021-06-18 16:35   좋아요 4 | URL
못찾아도 괜찮습니다. ㅎ 저도 매직아이는 어려워요. ㅠ.ㅠ

scott 2021-06-17 2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찾았어요
빛에 반사 되어도
냥이 찾음요 ㅎㅎ

ค^•ﻌ•^ค

자목련 2021-06-18 16:35   좋아요 3 | URL
처음엔 저도 바로 알아보지 못했어요. ㅎ

붕붕툐툐 2021-06-18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바로 딱 보이는데, 뭐죠? 이거 운명인가요? 저도 고양이 좋아해요~ 키울 엄두는 1도 안나지만... 좋아해요^^

자목련 2021-06-21 16:27   좋아요 1 | URL
집사가 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냥이, 그냥 이렇게 바라만봐도 좋은 존재^^
 
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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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 있고 책은 그곳으로 출발했다. 출고 문자를 보고 확인했다. 정신이 없는 거다. 그러니 펠리시아의 여정을 만나기 위한 여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상하게 마냥 좋을 것 같다. 먼저 읽은 이들의 평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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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6 19: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기도 전에 별 다섯개군요^^ 책을 찾는 여정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자목련 2021-06-17 10:27   좋아요 2 | URL
넵, 우선 백자평은 별이 다섯개입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6-16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대기대~ 설렘설렘~

자목련 2021-06-17 10:27   좋아요 3 | URL
저도 기대가 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