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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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하나만 말해주고 전부를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 하나가 아주 중요한 힌트였다고 여기면서. 하지만 상대는 그것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 그 이상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어떤 형체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다. 편혜영의 단편집 『어쩌면 스무 번』을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소설을 읽는 일과 마음을 읽는 일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편혜영의 소설에는 확연하게 실체를 공개한 적이 없는 듯하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말이다. 소설 전반의 분위기는 언제나 불안과 공포가 가득하다. 그것이 어디에서 오는지 무엇에서 시작되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독자가 모두 아는 알고 있다는 전제로 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려움과 공포는 우리 일상 곳곳에 포진되어 있으니까.



편혜영은 슬그머니 그것을 던질 뿐이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8편의 단편은 하나같이 불운하고 불행하다. 막연하게도 어떤 희망이나 행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저 살아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편혜영은 몇 개의 조각만 보여준다. 그 조각으로 퍼즐 전체를 상상하는 일, 인물의 과거나 상처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라고 할까.



표제작 「어쩌면 스무 번」에서는 한적하고 고요한 시골의 전원주택에 대한 평화로운 상상을 깨부순다. 치매에 걸린 장인을 돌보기 위한 마지막 선택지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수면제를 먹고 장인이 잠든 그 시간만이 화자인 ‘나’와 아내에게 휴식의 순간이라는걸. 부부에게 찾아온 방문객으로 인해 인지하는 현실적 문제. 한 폭의 그림처럼 여겨지는 전원주택은 안전한 곳도 독립된 곳도 아니었다. 그나마 화자에게는 모두를 피해 옥수수밭에서 숨어 혼자 바라보는 달이 유일한 위안이다.



이랑에 앉아 옥수숫대 사이로 서서히 해가 지는 걸 지켜봤다. 붉은빛을 띠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건 무시무시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조금 더 기다리면 하늘에 희미하게 달이 떠올랐다. 운 좋게 둥근 달을 보는 날이면 옥수수밭에 숨어서 이렇게 꽉 찬 보름달을 얼마나 더 보게 될까 싶어졌다. 어쩌면 스무 번. 기껏해야 그 정도라고 생각하면 눈가가 시큰해졌다. (「어쩌면 스무 번」, 27~28쪽)


막다른 골목으로 내쫓기는 기분,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편혜영의 소설 속 인물은 모두 그러하다. 바닥을 쳐야 일어설 수 있다는 그런 회복력이 아니라 끝도 없이 마주하는 막다른 골목. 「호텔 창문」속 ‘운오’는 사촌 형의 죽음으로 인해 살아남았다는 기억만으로도 살아가는 일이 힘겹다. 자신의 잘못이라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 기억의 늪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그런 부채감은 어디에나 있다. 「플리즈 콜 미」의 ‘미조’는 딸을 유학 보내고 모든 게 잘 될 거라 여겼다. 하지만 퇴직 후 무리하게 벌인 사업이 망하고 치매에 걸린 남편이 실종되고 공부 대신 결혼을 선택한 딸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남편의 실종 후 미조는 술에 의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딸과 사위가 있는 미국에 다니러 와서도 그들 몰래 술을 마신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미조는 알 수가 없다. 남편의 마지막 행선지에 대해 경찰과 딸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한 이유도 잘 모르겠다. 그건 딸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미조에겐 비밀이 돼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저 잘 살고 싶었고 잘 살기 위해 약간의 비밀과 가면이 필요했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가족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용실을 하며 홀로 아들을 키우는 「좋은 날이 되었네」 속 모자도 그랬다. 아들은 아들대로 어머니를 생각하고 어머니도 자신의 방식으로 아들을 대했다. 누구에게도 어머니는 양육에 대해 관심과 조언을 얻지 못한 채 아들을 키웠다. 사실은 서로에게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알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판단했다. 아들은 어머니의 건물만 믿고 대출을 하고 투자를 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많은 걸 묻지 않았고 자신의 형평에 대해서도 전하지 않았다. 자꾸만 늘어나는 아들의 빚처럼 어머니에게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 아들이 모르는 사이 건물은 남에게 넘어갔고 아이를 봐주는 일로 생계를 이어갔다. 심지어 그 아이를 학대하고 아이의 아버지에게 가위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와 나는 서로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지만 언제나 사이가 괜찮았다.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것으로 충분했다. (「좋은 날이 되었네」, 190쪽)


산다는 건 모르는 것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일이다. 안다고 해서 그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질병이나 죽음은 곁을 내주며 살아가고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불운과 불행을 막을 방패는 항상 한발 늦게 준비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보험을 파는 아줌마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룬 「미래의 끝」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완벽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여전히 비밀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편혜영의 소설은 불편한 비밀을 하나 더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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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1-05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트북으로 자목련님 서재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네요
저 고양이는 항상 저 자리에 있나봐요
너무 예쁩니다.
당선 축하드려요

자목련 2021-11-09 09:42   좋아요 0 | URL
네, 얼마 전부터 고양이가 저 자리를 지켜요^^

새파랑 2021-11-05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자목련님~! 책과 표지가 자목련님하고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자목련 2021-11-09 09:41   좋아요 0 | URL
새파랑 님, 감사드리며 저도 축하드려요.
저와 잘 어울린다는 말씀에 이 소설집이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포근하고 다정한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1-05 1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자목련 2021-11-09 09:40   좋아요 1 | URL
^^*

초딩 2021-11-0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자목련 2021-11-09 09:40   좋아요 0 | URL
^^*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을 거라 생각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란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뭐랄까, 코로나 시국에 떠나지 못한 여행지에 대한 낭만 같은 걸 기대했다고 하면 맞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여성의 권리 옹호』를 썼고 너무도 유명한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셀리의 엄마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어쩌면 ‘길 위의 편지’란 제목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길 위라는 건 여행을 의미했고 낯선 곳에서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경험하는 삶에 대해 마냥 설레는 마음만 품었던 것이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이 책은 25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여행기가 맞다. 저자 울스턴크래프트가 여행한 경로를 따라 6월에서 10월 초까지 이어진 여행, 영국의 헐을 시작으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함부르크, 영국 도버로 마무리되는 여행이다. 배를 타고 떠나는 시점의 자세한 해상의 날씨, 그에 따른 저자의 솔직한 마음으로 편지는 시작된다.


여행하는 도중의 자연현상과 그것에 대처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사소함부터 여행지에 도착해 묵은 숙소의 면모와 사람들에 대한 인상까지 무척 섬세하고 자세하게 기술되어 독자는 마치 그 풍경을 직접 보는 듯하다. 각각의 장소에서 느끼는 아름답고 훌륭한 자연의 모습, 나라의 사람들의 말과 태도로 알 수 있는 그들의 사회적 관습과 문화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편지라고 할까. 저자가 묘사한 북유럽의 자연은 말 그대로 웅장하고 경이롭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특별한 점은 저자의 통찰력과 사유라고 할 수 있다. 각 편지마다 저자의 마음을 일기처럼 보여주는데 때로 외롭고 때로 고독하고 때로 슬픈 감정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다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추천하고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쓸쓸하고도 안타까운 건 그녀가 바라보는 시대의 단점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획일된 쪽으로 편향된 사회를 미리 알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나라가 자기네 나라를 닮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행자들은 집구석에 있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가 어느 정도 윤택해졌을 때라야 취향의 연마로 만들어지고 만들어지게 되는 개인의 청결과 기품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국민성을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습니다. 작가들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인간 정신을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나타내는 종이 지구본처럼 가상의 구(球) 안에 가둬놓기 위해 계산된 듯한 독단적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탐구와 토론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58쪽)


1796년에 출간된 책이라는 걸 생각하면 무척 놀랍다. 그 시기에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사업차 여행을 떠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싶어서다. 21세기인 현재에도 그리 쉬운 결정도 아니고 실행도 어려웠을 테니까. 그렇기에 이런 부분에서는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독을 견디며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고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어떤 이에게도 자신의 공포와 슬픔을 말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면의 진중한 고백이라고 할까.


소멸에 대한 공포는 제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거랍니다. 실존이 종종 불행만을 고통스럽게 의식하는 것이라 해도 저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를 잃는다-는 생각을 견딜 수 없습니다. 아니, 저로서는 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기쁨과 슬픔에 똑같이 민감한 이 활달하고 들썩대는 정신이 한낱-용수철이 툭 끊어지거나 불꽃이 사라지는 순간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먼지가 되고 만다는 사실도요. 제 영혼을 붙들고 있는 것이 한낱 먼지라니요. 우리 마음에는 소멸할 수 없는 것이 살고 있고, 인생은 꿈 그 이상입니다. (88쪽)


쉽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한없이 다정한 책이다. 내게는 사는 동안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사유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인생 대 선배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현재에 우리 곁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삶의 가치와 진리에 대해 좀 더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읽어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환경은 인간의 성격이 형성되는 거푸집 같습니다. 제가 최근까지 관찰한 바를 토대로 환경의 영향을 추론해 볼게요. 제가 지난번에 왜 성직자들은 대체로 교활하고 정치가들은 기만적일까라고 물었을 때만큼 심각하진 않습니다. 상업에만 전념하는 인간은 심미안과 정신의 위대함을 전혀 습득하지 못하거나 모조리 잃어버립니다. 기품이 빠진 부의 과시와 정서가 빠진 탐욕적 쾌락은 인간을 짐승같이 만들어, 급기야 그들은 영웅적인 성향의 모든 미덕을 우리의 본성 너머 무언가에 대한 낭만적인 도전이라 부릅니다. 사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을 걱정하거나 불행을 탐색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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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는 하루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냈다. 연휴의 끝이라 도로가 혼잡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조금 게으름을 부린 탓에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수많은 차들과 마주했다. 마치 모든 차들은 다 서울로 향하는 듯 보였다. 이 차들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날씨도 흐리고 빗방물이 내리기 시작하니 조급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평온의 표정이라는 가면을 쓰고 말이다. 그러다 생각했다. 예약은 했고 도착 시간이 늦어진다고 하여 그 예약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아주 당연한 생각을.

운전자에게 천천히 가자고 했다. 어차피 늦었고 우리가 속도를 내다고 해서 도로 상황이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 안내를 도와주는 기기는 도로 상황을 판단해 새로운 길을 안내했으나 우리는 더 늦었다. 이번 서울 여정은 2년 전 예약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해야 하는데 그 간격이 이제는 2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실은 대체공휴일이라 진료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문의를 했었다. 정상 진료를 한다는 답을 받으며 서울행을 미루고 싶었던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2년 만의 방문은 어색 그 자체였다. 코로나 이전의 예약이니 코로나 이후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병원에서 키오스크로 진료 예약 확인을 하는 시간이 있어 제시간에 왔더라도 얼마 정도 예약에는 늦기 마련이었다. 거리 두기를 표시한 대기 의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그래도 낯설게 느껴졌다.

10월의 첫날에도 병원에 다녀왔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였다. 전날에는 저녁부터 금식을 했다. 배고픔을 안은 채 병원에 도착했다. 아픈 사람들이 모인 곳, 아픈 이를 돌보기 위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 건강해진 모습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 병원에 올 때마다 묘한 감정들과 만난다. 문진과 채혈을 시작으로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돌아왔다. 나이를 먹고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10월은 그렇게 숙제를 마친 것 같은 기분으로 시작하였다. 검진 결과는 아직 받지 않았고 어제 검사는 바로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나를 담당하는 의사 선생님께 여러 가지 질문을 했고 담담한 의사의 답변을 들었다. 다시 또 2년 후를 기약하며 예약을 했다. 2년 전에 2년 후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듯 아마도 앞으로 2년 후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삶이란 그런 것이니까. 


서울에 다녀온 날은 조금 울적하다. 나를 확인하는 순간이라고 할까. 그것도 정확하게 말이다. 아주 나쁜 말을 들은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을 듣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 예상한 것보다 힘겹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들었던 하루였다. 도로 위에 수많은 자동차를 보면서 저마다 제 속도를 내는 그것들을 보면서 어쩌면 살아가는 일은 그 속도를 유지하려 애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제일 빠른 속도를 원하고 누군가는 더 빨리 가려고 주변을 살핀다.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좋겠지만 그건 더 달리고 스스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울적함을 제거할 책으로는 문학과지성사의 소설보다 가을과 문진영이란 이름이 반가운 김승옥 문학상수상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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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06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건강 기도합니다. 점점 나아지고 있을 거에요.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요 정말.

자목련 2021-10-08 09:37   좋아요 1 | URL
반가운 프레이야 님!
가을의 빛이 가득합니다. 염려해주시는 마음 감사합니다.

가을 건강하고 풍성하게 채우세요^^

책읽는나무 2021-10-06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덤덤한 의사의 소견을 들으셨다는 건 그래도 유지를 잘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이제 나이를 먹으면서 몸의 신호에 예민해지고 덜컥 겁이 나곤 합니다.아마도 더 좋아진다는 느낌은...그래도 유지를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함이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어요.저도 두 곳 정도 정기검진 받으러 다니면서...문득 그쪽으로 생각을 바꿔 먹기로 했죠^^
모쪼록 건강 관리 열심히 잘 하시길 기원합니다.그러니 올 가을도 건강히!!!^^

자목련 2021-10-08 09:38   좋아요 2 | URL
유지가 중요하다는 걸 안식하면서도 그게 참 어렵고 그렇습니다. ㅎ
말씀처럼 점점 더 체크하고 확인해야 하는 곳이 늘어납니다. 우리 건강하게 잘 지내요!!

막시무스 2021-10-06 19: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시는 자목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오늘밤 기도드리겠습니다! 힘 내시구요!

자목련 2021-10-08 09:39   좋아요 2 | URL
에고, 이렇게 귀한 댓글을 주시다니요.
아름답고 싶은 아침입니다. ㅎㅎ
막시무스 님의 기도 덕분에 평온한 날들일 이어갈 것 같아요.
향기로운 금용일 이어가세요!!

scott 2021-10-06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우리의 모든 삶의 변화가 급작 스러워서 더더욱 자목련 님 맘이 심란 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자목련님 별 탈 없을 겁니다.

좋은 결과 나오시길 기도 할께요. ^^

자목련 2021-10-08 09:41   좋아요 2 | URL
네,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체험했다고 할까요.
시골 병원과는 다른 어떤 체게는 생소하면서도 안도를 주기도 했어요.
스콧 님 감사드리며 행복한 하루와 주말 보내세요^^*

붕붕툐툐 2021-10-06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년의 한 번으로 정기검진을 받으시면 그래도 잘 관리되고 계신거 같아요! 자목련님의 여유 있는 마음이 아마 몸에도 여유를 줄 거 같아요~ 오래 오래 함께 읽어요~🙏

자목련 2021-10-08 09:42   좋아요 2 | URL
여유를 오늘의 단어로 기억할게요.
오래오래 함께 읽자는 붕붕툐툐 님의 말씀에 뭉클합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내요!!

희선 2021-10-07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해 전 예약한 병원에 가셨군요 다시 두해 뒤에 가야 한다니... 다시 두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두해 두해 늘려가시기를 바랍니다


희선

자목련 2021-10-08 09:42   좋아요 2 | URL
네, 예약할 때는 2년이 멀게만 느껴지는데 막상 2년 후에는 너무 짧게 느껴져요. ㅎ
희선 님도 건강하고 즐거운 가을 이어가세요^^

mini74 2021-10-07 0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글보면 참 따뜻하고 좋으신 분이라는 게 느껴져요. 자목련님 좋은 결과 있길 저도 기도드릴게요. ~

자목련 2021-10-08 09:44   좋아요 2 | URL
미니 님의 말씀처럼 따뜻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감사드리며 평온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1-10-08 1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고, 선하고, 차분하고,

자목련님, 이 따뜻한 플친님들의 말씀에 저도 마음 올려서 같이 보내드립니다.

자목련 2021-10-08 09:45   좋아요 3 | URL
아, 오늘부터 차분하고 선해지고 아름답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북사랑 님의 마음이 제게로 꼭 안겨서 행복합니다!!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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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좋다고 하는 소설을 읽고 정말 좋구나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때로 어떤 분위기에 휩싸여 책을 구매하거나 읽는 경우가 있다. 공감에 동참하고 싶거나 정말 좋은가 직접 확인을 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에 대한 마음도 그러했다. 얼마나 좋길래, 진짜 괜찮은 소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소설에 놓는다. 명랑하면서도 예리하고 무거우면서도 발랄하다. 그러니까 어떤 균형이 잘 잡힌 소설이라고 할까.

가까운 미래,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인간을 닮은 로봇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기대했던 미래지만 아직 경험하지 않았기에 그 삶에 대한 걱정도 크다. 모두가 그 편리한 기술을 다 접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도 그런 로봇이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경주마 투데이와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일, 그게 콜리의 삶이었다.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콜리는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콜리는 한눈에 알아본 이가 있었다. 로봇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고등학생 연재였다. 연재에게 콜리는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재기할 수 있는 상대였다. 그리하여 콜리는 C-27이 아닌 콜리가 되었다. 폐기 직전의 콜리를 엄마 보경이 운영하는 식당 2층으로 몰래 데려온다. 아무도 몰라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엄마 보경과 장애를 가진 연재의 언니 은혜에게 곧 발각되고 만다. 콜리는 그렇게 연재의 가족에 스며든다. 기술적인 능력만 있을 뿐 감정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콜리는 지친 보경과 은혜에게 조금씩 활력을 안겨준다. 보경과 콜리가 나누는 대화에서 보경의 슬픔이 느껴진다.

“그리움이란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204쪽)


한때 배우였던 보경은 과거를 잊은 채 살아간다. 소방관이었던 남편이 죽고 아픈 큰 딸 은혜와 연재를 돌보며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세상과 단절하듯 살아가는 은혜에게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의족을 포기하고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은혜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은혜가 다칠까 외출을 하는 게 무섭다. 하지만 은혜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 그런 은혜가 자주 찾는 곳 역시 콜리가 있었던 승마장이다. 무조건 빠르게 달려야 하는 곳, 그래서 투데이는 안락사를 당해야 하고 콜리는 폐기가 수순이었다. 어쩌면 은혜는 투데이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했을지도 모른다. 경주마가 아닌 다른 삶을 투데이가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인간은 왜 그런 계획은 세우려고 하지 않는 걸까.

휴머노이드와 인간은 어떤 사이일까. 휴머노이드만이 인간을 위한 존재일까. 인간은 휴머노이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선 안 되는 걸까. 그건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이 아닌 경주마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동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오직 인간의 편리만을 위한 것일까.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적용되는 그런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고 해도 그것을 사용하고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무용지물이다. 소설 속 은혜에게 의족을 해주지 못하는 보경처럼. 그럼에도 우리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연재의 말(“살아간다는 건 늘 그런 기회를 맞닥뜨린다는 거잖아. 살아 있어야 무언가를 바꿀 수 있기라도 하지.” (264쪽))처럼 우연처럼 찾아오는 기회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재와 콜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에는 숨겨진 기회, 아직 발견하지 못한 기회가 무궁무진한 건 아닐까. 어쩌면 너무 빨리 달려서 그 기회를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349쪽)

슬프면서도 따뜻한 소설이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렸다. 과학이 삶을 지배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막연하지만 인간과 동물, 휴머노이드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그리는 일은 구체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끝에는 어떤 형태로든 분명한 이별이 존재할지라도. 콜리가 그러했든 우리 미래의 모든 삶이 빛나고 반짝이는 삶이 되기를 희망한다.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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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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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는 세상이 전부이자 최고라고 믿는 이들이 있다.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삶의 모든 것이 하나의 세상에서 이뤄진다면 다른 세상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테니까. 그 세상은 환경과 경험이다. 내가 접한 환경과 경험한 것들이 나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순례 주택의 수림이는 그런 면에서 두 개의 세상을 지녔다. 하나는 할아버지와 순례 씨가 사는 순례 주택과 수림이 1군이라 부르는 부모님과 언니가 사는 고급 아파트다. 아파트의 실 소유주는 할아버지였다. 그런데도 대학 강사인 아빠, 주부인 엄마, 공부만 잘하는 미림은 순례 주택 사람들을 무시했다.


순례 주택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남매 병하와 진하를 키우며 미용실을 운영하는 조은영 씨, 순례 씨의 친구 부부, 직장이나 나이는 모르고 이름만 아는 영선 씨, 대학 강사를 하는 모두가 박사님이라 부르는 허성우 씨, 그리고 할아버지와 집 주인 순례 씨.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쓰레기를 줄이고 공동사용 공간인 옥탑방과 옥상정원을 가꾸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연년생으로 미림과 수림을 낳았는데 산후 우울증으로 인해 미림은 친가로 수림은 외가의 도움을 받았다. 수림은 할아버지가 사는 순례 주택에서 할아버지의 여자친구 순례 씨의 손에서 자랐다. 울고불고 엄마를 찾는 미림은 곧 집으로 돌아왔지만 수림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1군에 합류했다. 그러니 수림에게는 순례 주택이 집이나 다름없었다. 양쪽으로 오가며 지내는 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할아버지가 돌아시고 나서였다. 할아버지가 사기를 당하셔서 아파트에서 나와야 했다. 세상 물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할아버지를 원망했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친가에 도움을 받고자 했다. 수림이는 가족에게 할아버지가 살았던 순례 주택 201호로 이사를 제안했다, 순례 씨의 도움이 있었다. 수림은 1군과 순례 주택 입주민의 마찰을 걱정했지만 그 방법이 최선임을 알았다.


엄마는 여전히 순례 주택 사람들을 무시했다. 아들이 미용사가 되겠다는 걸 말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직업에 대해 함부로 말했고 아빠는 마치 모두가 대학을 나온 것처럼 몇 학번이냐고 물었다. 자신밖에 모르는 미림은 계속 화를 내며 순례 주택에 사는 걸 창피해했다. 오직 수림만 가정 경제를 걱정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순례 주택 사람들에게 미안해했다. 수림은 순례 주택의 구성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성장하며 세상을 배웠다. 순례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특히 그랬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글쎄.”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53쪽)


엄마와 아빠는 아직 어른이 아니었다. 고모들의 도움을 기대했고 일의 가치나 소중함을 몰랐다. 수림은 엄마와 아빠에게 살짝 거짓 정보를 흘렸다. 순례 씨의 유산이 수림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엄마와 아빠는 순례 씨에게 잘 보이려 노력했다. 순례 주택의 규칙을 따르고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애썼다. 엄마는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었다. 수림이 꾸민 일이라는 걸 안 후에도 엄마는 일을 계속했다.


순례 주택에는 많은 어른들이 등장한다. 모두 열심히 살고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 아파트와 빌라촌을 구별하지 않고 학력, 직업, 집의 평수, 자동차 같은 걸로 사람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수림의 부모만 그랬다. 삶의 가치를 숫자로 매겼다. 우리는 어떤 어른일까. 제대로 성장한 성숙한 사람들일까. 유은실은 16살 수림의 시선을 통해 질문한다. 어떤 어른이냐고 말이다.


『순례 주택』은 무척 재미있다. 등장인물은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자신만의 캐릭터가 살아 있다. 특히 수림과 순례 씨의 대화는 유머가 넘치고 정겹다. 수림의 성장기처럼 보이지만 정작 수림의 부모의 성장기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우리는 진정한 삶의 순례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소설을 읽는 이라면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이제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관광객으로 살았더라면 이제부터 순례자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나도 그러하다.


나도 순례자가 되고 싶다. 순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 인생에 관광객은 되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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