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다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은 옳았다. 미리 겁을 낼 필요도 없었다. 어떤 결과든 시작이 있어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난 것이다. 떠났다는 말은 과장된 게 아니다. 과장되었다 해도 좋았다. 그 날 나는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커피는 마시지 않았으며 창문을 열어 맑은 하늘을 확인했다. 출발하면서 문자를 보낸 순간 이미 나는 그 도시에 도착해있었다. 허락된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 욕심에는 그랬다. 그러나 충만했다.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다시 커피를 먹고 다시 길을 되돌아 집으로 오기까지 나는 내내 웃음을 지었고 피곤하지 않았다. 나의 오른발도 붓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몸은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던 하루였는지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나 혼자 실컷 떠들었다. 그 날 밤에 생각해보니 묻고 싶은 이야기는 더 있었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더 많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소중하지 않은 게 아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게는 보석같다. 불편할 수도 있었을 만남, 우리는(어쩌면 나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기뻤다. 그래서 즐거웠다. 고맙다는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좋았다는 말도 말이다. 더 자세한 단어로, 더 많은 문장으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여기까지만 쓰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제 더 자주 만날 것이고, 더 많이 서로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새로운 11월을, 새로운 가을을 새겨준 이가 당신이라서 좋다.

 

 시집을 읽고 있고 두 권의 시집을 기다린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모두 창비의 시집들이다.  문성해의 입술을 건너간 이름에서 처음 마주한 시는 <결이라는 말>이란 제목의 시다.

 

 결이라는 말은

 살짝 묻어 있다는 말

 덧칠되어 있다는 말

 

 살결 밤결 물결은

 살이 밤이 물이

 살짝 곁을 내주었단 말

 와서 앉았다 가도 된단 말

 

 그리하여 나는

 살에도 밤에도 물에도 스밀수 있단 말

 쭈뼛거리는 내게 방석을 내주는 말

 

 곁을 가진 말들은

 고여 있기보단

 어딘가로 흐르는 중이고

 

 씨앗을 심어도 될 만큼

 그 말 속에

 진종일

 물기를 머금는 말

 

 바람결 잠결 꿈결이

 모두모두 그러한 말 

 - <입술을 건너간 이름, 50~51쪽>

 

 남아 있는 11월의 날들에 나는 내내 행복할 것이다. 결벽증처럼 대했던 11월에, 연두빛 애정의 싹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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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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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젊은 남자가 한 젊은 여자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이 얼마나 눈부시고 아름다운 일인가. 한데 그 여자에겐 이미 정혼자가 있다. 부적절한 관계라 할 수 없는 삼각관계지만 18세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젊은 남자 베르터의 생은 환희와 고통의 세계를 오간다. 때문에 슬픔이 아닌 고뇌인 것이다. 로테를 사랑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기에 괴로워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베르터의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사랑이 전부라고,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내 사랑이 상대의 사랑에 비해 너무 크다고 생각했기에 사랑을 강요하는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활화산 같았던 그 감정들이 지속되는 시간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과 고통을 안다고 조금은 말할 수 있다. 한데 과연 그 고통을 아는 게 맞을까, 나는 그가 아닌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슬픔이 아니라 고뇌가 맞는지도 모른다. 한 여자를 사랑했기에 그녀를 원했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이렇게 가진 게 많지만, 그녀에 대한 생각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나는 이렇게 가진 게 많지만, 그녀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버린다.’ (144쪽 - 10월 27일 저녁 일기)

 

 스물다섯살의 청춘이 쓴 글이라 그럴까. 아니면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 그럴까. 괴테는 순수하면서도 여린 베르터를 온전히 책 속에 담았다. 닿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절함과 비통함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와 일기 형식은 비밀로 존재되어야 할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겨 로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베르터의 심경은 어땠을까. 죽음만이 그 사랑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은 건 분명 어리석지만 아무도 그를 탓할 수 없음이 더 슬프다.

 

 로테를 잊기 위해 그녀를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 일에 몰두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지만 그에게는 단 한 사람 로테만이 필요했다. 베르터에게 로테는 천사였고, 전부였다.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에게 어떤 결함도 없었기에 베르터는 더 좌절했는지도 모른다. 알베르트와 베르터, 그리고 로테는 한편으로는 우정이라는 이름의 가장 안정적인 삼각구조의 형태를 보여주지만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불안정하며 위태로운지 말이다.

 

 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변하는 베르터의 감정 묘사가 탁월하다.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이라 지금까지 사랑받는 건 아니겠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폐부를 찌르는 소설이다. 그렇게 때문에 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에게는, 사랑이라는 덫에 빠진 이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설사 그들이 죽음 그 이상의 고통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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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1-0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픔과 고뇌는 그 깊이가 다르게 느껴져요. 이 책으로 새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담아가요.
자목련님, 차분하게 초겨울아침 시작해요, 우리^^

자목련 2012-11-10 08:21   좋아요 0 | URL
베르터의 맑고 투명한 사랑보다는 그가 겪었을 수많은 불면의 밤들의 시간을 담고 싶은 제목이 아닐까 싶어요.
날카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겨울을 차분하게!!
 
우선권은 밤에게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3
이신조 지음 / 작가정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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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낮보다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때문에 밤은 새로운 세상의 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밤을 소유하며 즐길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누군가는 밤에도 일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밤을 지켜야 하며 누군가는 밤의 그늘에 속해 숨어버린다. 소설 『우선권은 밤에게』의 스물 두 살의 주인공에게 밤은 거대한 안식처이자 불안의 공간이다.  

 

 주인공 나는, 미혼모였던 엄마 대신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엄마의 재혼으로 잠깐 아빠가 존재했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다시 시골로 돌아왔다. 스물 두 살의 나는 서울의 어느 전문대 근처의 한 부동산에 근무한다. 할아버지와 할어니가 차례로 죽고 혼자 남은 나를 그가 서울로 불러들인 것이다. 죽은 엄마의 남편이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계부가 아닌 전 계부가 운영하는 부동산에서 매물로 나온 집들을 원하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1년 넘게 편의점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 뚱뚱해진 몸은 계절마다 같은 옷, 같은 신발로 지낸다.

 

 작은 읍에서 혼자 지낸 나에게 서울은 연극무대와 같았다. 나의 감정을 숨긴 채 다른 나로 사는 것이다. 누군가 남기고 간 먼지 가득한 살림살이, 당장이라도 들어와 살 수 있는 최신 유행의 원룸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사람들의 속내를 읽는다. 밤은 나에게 잠을 허락하지 않았다. 불면의 밤은 나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잠들지 못하는 밤, 나는 주인을 찾지 못한 집들을 청소하고 들의 이야기를 듣다 그곳에서 잠들기도 한다.

 

 누군가 나를 본다면, 나는 그저 하나의 검은 덩어리로 보일 것이다. 나는 그저 하나의 검은 덩어리로 보이는 커다란 검은 외투를 입고, 그 외투에 달린 커다란 검은 모자를 덮어 쓰고 밤의 거리를 걷는다. 커다란 주머니에는 언제나 편의점의 음식들. 그것들을 만지작거려 차갑거나 따뜻하거나 끈적이거나 가슬가슬한 손가락. 그저 하나의 검은 덩어리로 보이는 까닭인지, 밤의 거대한 반죽에서 떨어져 나온 한 점 부스러기로 보이는 때문인지, 반년쯤 이어진 밤의 산책길에서 내게 위협을 가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45쪽

 

 소설은 단조롭다. 나의 일상이 단조롭기 때문이다. 부동산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거나 편의점에서 사온 단 음식들으로 끼니를 때우고 밤이 되면 매물로 나온 빈 집을 기웃거린다. 부동산은 찾은 신입생에게 여러 집을 보여주면서 나는 그에게서 자신을 본다. 움츠러들고 두려운 모습을 숨기며 방어하는 자신을 말이다. 그러다 집을 구하러 온 쌍둥이 여사가 장독대집의 주인이 되고 그들이 운영하는 나이트룸을 만나면서 달라진다. 그 방에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고 단 한 번도 내놓지 못한 상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동안 혼자 외로웠던 시절에 대해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에 대해서 말이다. 쌍둥이 여사가 드려주는 말은 가장 기본적인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되는 대로 살아온 삶, 나를 돌보지 않고 살아온 이들에게 따끔하면서도 따뜻한 조언인 것이다.

 

 “사람은 잘 먹지 않고 잘 입지 않고 잘 자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잘 살 수는 없어요.” 159쪽

 

 서울의 밤이라는 공간은 얼마나 화려한가. 그러나 그곳의 삶이 모두 편안하지는 않을 터. 소설은 집을 보러 다니는 스물 두 살의 여자를 통해 밤을 견디는 다양한 사람들의 상처와 삶을 이야기 한다. 어둡고 깊은 밤이 지나야 밝고 환한 아침이 오듯 그 상처를 이겨내야 한다고 나즈막하게 말한다. 지친 육체와 영혼이 온전하게 쉴 수 있는 집이 없는 그들의 밤을 위로하고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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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에 보라색 표지로 나를 설레게 만든 박연준의 시집에 이은 자주빛 표지의 이승희 시인의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과 신동옥 시인의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시집을 들일 것이다. 이승희 시인의 시집은 만난 적이 있지만 신동옥은 낯설다. 풍성하게 11월을 채워 줄 『나우 이즈 굿』『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는 이미 곁에 있다. 포근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이런 책이 나와 함께 11월을 보낼 것이다. 오전에 주문한 이제하님의 소설 『코』, 제목이 독특한 김중일 시인의 『아무튼 씨 미안해요』, 문학동네 세계문학 외로운 남자. 그러나 정작 11월을 채울 책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내가 기다리는 책은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시옷의 세계』와 제목을 알지 못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도언의 산문집이다. 두 권의 책이 11월에 나올 거라는 소식만 들었을 뿐이다. 두 작가의 산문집 『마음사전』『불안의 황홀』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다. 때문에 아직 만나지 못하는 두 권의 책에 대한 기대도 크다.

 

 내일은 입동이고 모레는 수능시험이 있는 날이다. 수험생이 없으니 수능은 남의 일이 되었다. 11월은 근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달이다. 단 하루의 휴일도 없는, 빈틈없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달이다. 11월처럼 근면한 사람이면 좋겠다. 11월처럼 빈틈없는 사람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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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2-11-0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불안의 황홀, 보관함에 던집니다.^^
아직 못 읽었는데 새로운 산문집이라니...
11월은 제 개인적으로도 그야말로 휴일 없는 근면의 나날들입니다. 휴~

자목련 2012-11-06 17:09   좋아요 0 | URL
보관함이 경쾌하게 받아줄 것 같아요!!
근면과 함께 휴식과 웃음의 날들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2012-11-06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06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목수의 연필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6
마누엘 리바스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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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단순하게 뜻을 같이 하고 동참하는 경우라도 그 순간, 삶을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선택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겁내지 않는 이가 있다.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 새겨진 붉은 색연필의 표지 목수의 연필에서도 그런 사랑을 만난다. 한 치의 균열도 찾을 수 없는 견고한 철옹성같은 사랑이라고 하면 맞을까.

 

 소설은 에스파냐 내전을 배경으로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삶에 대한 것이다. 의사인 다 바르카와 그의 연인 마리사, 그녀를 흠모하는 간수 에르발이 들려주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다. 책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 다 바르카를 취재하기 위해 신문기자가 그를 방문하면서 시작한다. 혁명가이자 의사였던 그의 생은 항시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에르발이 감시하게 된 이유는 마리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마리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에르발은 사랑에 빠졌고 그녀가 다 바르카의 연인이라는 건 그에게 거대한 상심과 분노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다 바르카가 감옥에 있을 때 마리사의 면회나 물건을 전달해주는 일을 거부할 수 없었다.

 

 혁명가를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 바르카와 신념이 달랐던 마리사의 집안에서는 그를 반대했고 그녀는 자살을 시도하면서 사랑을 굽히지 않았다. 함께 한 시간보다는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았을 사랑이다. 소설은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에브발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담아낸다. 다 바르카가 감옥에서 만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에스파냐의 역사와 정치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조금 지루했고 어려웠다. 감히 내가 감옥이라는 공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동질감을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진 생의 마지막 순간을 집행해야하는 에르발에게 환청이 들리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살아남은 자가 된 에르발이 자신이 죽인 화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다 바르카와 마리사가 결혼에 이르기까지 에르발의 도움이 있었다. 다 바르카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랬다. 사랑하는 여자의 남자를 감시하면서 그녀의 행복을 빌어줘야 하는 그 마음은 어땠을까? 세월이 흐른 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그들의 사랑을 전하는 일이다.

 

 난 그전에도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무도 그 둘을 떼어놓지 못했어. 내가 마리사 마요와 다니엘 다 바르카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안 건 그때였지. 사실 그때까지 두 사람이 부부가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어. 소설에선 그럴 수 있어도 그 시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 그건 마치 향로에다 화약을 뿌려대는 짓이나 다름없었으니까.  164쪽

 

 신념대로 살아 온 남자와 그를 지지하며 사랑한 여자가 함께 늙어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못해 그들의 주변을 벗어나지 못한 한 남자의 삶은 얼마나 쓸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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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2-2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았습니다.

혁명과 로맨스, 거의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만 보니 제 리뷰는 전자에
더 비중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