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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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별은 언제나 아프다. 잠깐의 이별이든 영원한 이별이든 그렇다. 원하지 않은 그것이라면 어떤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사랑하던 연인과의 이별 그 자체보다는 왜 헤어져야 하는지 원인을 알지 못할 때, 당혹스럽다. 해서 이별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떤 이는 헤어진 연인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어떤 이는 오랫동안 지난 시간 속에 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별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이도 있다. 사랑이 끝났음을 인정하고 그 터널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 있다. 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속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별은 앞으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실연은 언제나 뒤로 온다. 실연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 감각을 일시에 집어 삼키는 블랙홀이고, 끊임없이 자신 쪽으로 뜨거운 모래를 끌어들여 폐허로 만드는 사막의 사구다.’ p. 56~57

 

 주인공 사강과 지훈은 모두 이별했다. 승무원인 사강은 조종사인 유부남 정수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기업 교육 강사인 지훈은 동창인 오랜 연인 현정에게 통보를 받았다. 둘은 우연하게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에 참석한다. 아침 일곱시에 실연당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버리지 못한 사랑의 징표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실연이라는 감정을 견디는 이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이다. 한데, 과연 그럴까? 흔하디 흔한 사랑이라는 감정도 내게로 오면 혼자만의 그것이 되듯, 이별 역시 그러하다. 모든 감정이 그렇듯 함께 나눌 수 없고 함께 견딜 수 없다.

  

 책은 사강과 지훈의 이별 과정을 들려주며 이별 후에 시작되는 사랑에 대해 묻는다. 아니, 사강과 정수가 벗어날 수 없었던 맨 처음 상처와 이별하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사강과 정수에게는 언제나 어떤 이별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살아 온 사강에게는 아버지의 부재가 그러했고, 같은 날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 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유언으로 부탁한 아픈 형이 그러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강은 정수와 반드시 이별을 해야 했고, 정수와 현정에게 이별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백영옥은 내내 담담하게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과 제대로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조금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슬픔을 말하는 것이다. 소설 속 미도라는 인물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듯하다. 미도는 연인과 이별했지만 어떤 감정 소모도 하지 않는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삶은 이별의 연속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에 다니 미도가 현정의 의뢰를 받고 실연당한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커플을 맺을 수 있다는 기막힌 발상을 떠올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랬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란 모임은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때마다, 들리지 않는 것들이 들릴 때마다 사람은 도리 없이 어른이 된다. 시간이 흘러 들리지 않는 것의 바깥과 안을 모두 보게 되는 것. 사강은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p. 413

 

 ‘‘고마워’로 시작하는 사랑보다 고마워’로 끝나는 사랑 쪽이 언제나 더 힘들다. 상대보다 힘들어지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은 이별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로 새겨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지훈에게 그것은 운동장을 빠르게 뛰는 현정의 뒷모습으로 기억될 것이었다. 미안해’로 끝나는 사랑보다 고마워’로 끝나는 사랑 쪽이 언제나 더 눈물겹다.’ p.  417

 

 사강과 지훈은 이제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별한 후에 다가오는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 것이며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스스로가 낸 상처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누군가의 아픔도 제대로 안아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소설은 이별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별이라는 소재를 아름답게 담은 소설이다. 이별의 아픔을 통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간 동안 나눠야 할 인사는 이별이 아닌 만남의 인사라는 걸 잊지 말라고. 그래서 더 아프지만 이별의 그늘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소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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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7-17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강이 나와요?(주인공 이름이군요!) (뜬금없지만) 저는 그 감독 좋아해요.. 이사강.. 장편영화는 없지만요! 참 예쁜데 그래서 배우했어도 될 것 같은데 감독이 돼서 근데 장면영화가 없어서 10년이 지나가는데 아직도 배용준 전여친으로 알려졌어요. 그 감독이 사강을 좋아해서 사강이 됐다던가 여튼 그랬었거든요. 정작 지난 달엔가 읽은 <슬픔이여 안녕>은 별로 감흥이 없었어요.

표지가 참 예뻐서 그때 혹했지만.. 뭔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포스였거든요. 제목이 참 예쁜데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소설이에요? 저는 현대작가들의 특출남을 잘 모르겠어요. 막상 읽어보면 코드에 맞지도 않거든요. 아..그러니까 여기서 현대작가는 1970년대생 이상.. 2000년도 이후에 등단한..

자목련 2012-07-17 23:59   좋아요 0 | URL
주인공 이름이 사강이라, 사강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요. 알아요, 그 이사강. 분위기가 좋아요.

작가의 나이(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작가들)는 점점 어려지고, 그래서 때로 선택하기 어려워요. 저와 같은 세대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 혹은 그 이전의 작가들의 삶이 좋아요. 그럼에도 전 지조없이 신간을 먼저 읽고 있어요. ㅎㅎ

2012-07-18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9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특이해서 좋아요. 그리고 인용하신 구절들이 좋아서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나눠야 할 인사는 이별의 인사가 아니라 만남의 인사란 말도 좋습니다.^^

자목련 2012-07-20 09:35   좋아요 0 | URL
정말 특이하죠? 소설은 담담해요.
때문에 작가에 대해 칙릿소설을 쓰는 작가란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조금은 옅어졌어요. ㅎㅎ
 
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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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환경 속에서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는 건 꿈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건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의 모습이거나 차곡차곡 불어나는 적금통장 갯수 이거나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소망 리스트가 될 것이다.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이야 말로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그 꿈 때문에 좌절하기도 한다. 내게 너무도 소중한 꿈이 누군가가 비웃음을 받거나 실현 불가능한 일로 치부될 때 말이다. 그러기에 더 간절하게 꿈을 소망하는 건 아닐까. 

 

 단 한 번도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지 못한 암탉에게도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 엄마가 되는 것이다. 양계장 철망에서 알만 낳다 죽을 수 없었다. 매일 철망에서 바라보는 아카시아 잎사귀처럼 귀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잎싹’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어쩌면 그게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암탉이 아니라, 잎싹이란 특별한 이름을 가졌으니 앞으로 스스로를 더 사랑할 것이다. 

 

 더이상 알을 낳지 않아 쓸모 없는 닭이라 여겨 철망 밖으로 나온 잎싹은 새로운 세상과 마주한다. 족제비란 무서운 상대가 있었지만 뭐든지 헤쳐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 잎싹을 받아주지 않았다. 마당 식구들은 모두 잎싹을 거부했다.  친구가 되어준 청둥오리마저 사랑에 빠져 잎싹은 매일 족제비와 사투를 벌이며 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잎싹은 버려진 알을 발견하고 품으며 엄마가 될 준비를 한다. 여전하게 족제비는 잎싹을 노리고 이상한 건 청둥오리가 필사적으로 잎싹을 보호하는 거였다. 병아리가 태어나고 청둥오리가 죽고서야 자신을 보호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잎싹의 아기는 병아리가 아닌 오리였던 것이다. 

 

 상관없었다. 잎싹은 아가의 엄마이니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청둥오리가 그랬던 것처럼. 족제비를 커가는 아가는 잎싹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 족제비로 부터 자신을 보호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아기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다. 그런 아가에게 잎싹은  ‘초록머리’라는 고운 이름을 붙여준다. 물가의 오리들과 어울릴 수 없는 초록머리는 마당 오리들과 함께 살고 싶어한다.  

 

 잎싹은 절대 그곳에서 살 수 없음을 알지만 초록머리를 말리지 못한다. 자식이 원하는 건 뭐든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인 것이다. 양계장 주인은 잘 자란 초록머리를 묶어 두고 이를 본 잎싹의 마음은 너무 아팠다.  틈을 봐서 있는 힘껏 부리로 양계장 주인을 쪼아대고 초록머리는 도망친다. 자칫하면 죽을 수 있는 순간, 위대한 모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잎싹은 초록머리가 청둥오리 무리와 함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품에서 자식을 떼어 놓는 그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자신의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 초록머리를 보는 게 행복이고 즐거움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족제비는 여전히 잎싹과 초록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새끼를 먹여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족제비의 새끼를 발견한 잎싹은 족제비도 엄마였다는 걸 알게된다. 그 새끼들을 위해 엄마라는 이유로 족제비에게 잡혀 죽음을 맞이한다. 결코 두려운 죽음이 아닌 엄마의 희생이었다.

 

 잎싹도 나그네 청둥오리도 족제비도 모두 부모였던 것이다. 나 역시 한 아이의 엄마라서 그럴까. 자식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고 희생하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양계장의 철망 속에서 그저 주는 먹이 먹고 알을 낳는 삶에 만족하며 살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던 일들이다. 용기를 갖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랐던 소망을 이뤄 낸 잎싹의 삶이 정말 멋지다. 모든 시련에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헤쳐 나간 잎싹. 그랬기에 초록머리도 자신의 꿈을 찾아 비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시작하게 도와준 잎사귀, 정말 위대하다. 

 

 “잎사귀는 꽃의 어머니야. 숨쉬고, 비바람을 견디고, 햇빛을 간직했다가 눈부시게 하얀 꽃을 키워 내지. 아마 잎사귀가 아니면 나무는 못 살 거야. 잎사귀는 정말 훌륭하지.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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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을 만나기 전에,

 

 수국을 보고 왔다. 가뭄으로 인해 수국은 한 달 가량 늦게 피었다. 그 사이 나는 문의 전화를 세 번이나 해야 했다.  전화할 때마다 ‘수국이 피었나요?’ 라고 물었다. 레스토랑과 펜션을 겸한 그곳에 오로지 나는 수국을 보러 간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마음은 온통 수국을 향해 있었다. 수국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흰 수국, 보라 수국, 자주 수국, 파란 수국까지 다양하다. 어린 시절 마당에는 흰 수국만 떠올렸는데 막상 마주한 수국은 화려했고 아름다웠다.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수국을 보았으니 그걸로 됐다.

 

 여름엔 자귀나무도 멋지다. 가는 내내 길 가에 나비처럼 춤추고 있었다. 소가 잘 먹었던 나무로만 기억했는데 그 이름은 자귀나무였다.

 

 

 

 

 

 

 

 

자귀나무 (silk tree)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을 담고 찍은 수국이다. 수국은 알까, 내가 그토록 너를 그리워했다는 걸.  길었던 여름 날의 하루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풍경은 언제나 아련하다. 또다른 하루를 품은 저 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어제 수국을 보았고, 내년엔 작약을 보러 갈 것이다. 짙은 여름이 오기 전에 5월에 말이다.

 

 

 

 

 

 

 

 

 수국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이 책이 생각난다. 후지와라 신야의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와 조중의의 『사는 게 참 행복하다』다. 두 책에서 모두 수국을 만날 수 있다. 후지와라 신야의 책은 표지부터 수국이 반긴다. 비오는 날에 마주한 수국은 더 황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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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1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지와라 신야의 저 책, 자꾸 만나게 되네요. 아무래도 여기서 담아가요. 인연인 것 같아요.
청춘의 구루,라는 말이 들어옵니다. 저는 몰랐던 작가에요.
자목련님 수국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나 봐요. 일부러 수국을 만나러 차를 몰고 가신 거 보니요.
저는 그렇게까진 아니지만요.
근데 자귀나무의 영어명이.. 그렇군요.^^ 실제로 보진 못했는데 이쁘네요.

자목련 2012-07-10 21:29   좋아요 0 | URL
이 책으로 처음 만났어요. 표지에 끌려 만났는데 내용도 좋았어요. 그리고 제 곁에 <인도방랑>이 진즉부터 있었다는 사실에 괜히 미안했지요. 아직도 그 책을 읽지 못했어요..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인지 작약과 수국을 특히 좋아해요. 수국 무리를 보고 싶었어요.
자귀나무는 요즘 한창 고운 꽃을 피워요. 참 예쁘죠?

라로 2012-07-10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은 참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꽃이에요, 물론 예쁘지만, 그거에 뭔가가 있어요!!^^;
자목련님 수국을 보러 차를 타고 가시다니!! 꽃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닉네임도 자목련, 나무나 꽃에 대해 많이 아실 것 같아요!!^^
예쁜 책을 잘 찾으시는 자목련님 덕분에 저도 책 한 권 보관함에 담아가요,^^

자목련 2012-07-10 21: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뭔가가 있어요!!
제 친구는 차가움이 있다고 말했고 저는 신비스러운 비밀 같은 게 있다고 말했어요.

맨 처음 닉네임은 선인장(가시를 품고 꽃을 피우는 그 단단한 무언가)을 좋아해요. 다른 블로그의 이름을 바꾸면서 알라딘도 같이 자목련으로 쓰게 되었어요.

나무나 꽃은 좋아하지만 알지는 못해요.ㅎㅎ

2012-07-1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두 책 다 표지가 너무 예뻐요! 전 표지 예쁜 책을 좋아합니다.
수국... 예쁜 꽃이죠. 근데 올해 여름엔 수국 좋다는 사람을 유난히 만나게 되는데, 자목련님도...
자귀나무. 소가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소가 한 입 먹기엔 너무 높이 있을 것 같은데?!^^

자목련 2012-07-13 19:03   좋아요 0 | URL
저도 표지 예쁜 책이 좋아요. ㅎ
어린 시절 추억이 없었다면 수국을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자귀나무는 가지를 베어다가 소를 먹였어요.꼴을 베듯 지게에 가득 꽃과 가지가 있었어요.
아, 그때는 그 꽃이 이리 고운 줄 몰랐어요..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창문을 열였다 닫기를 반복한다. 비가 오는 날엔 라면을 먹는다. 어제 저녁에 라면을 먹었다. 점심으로 또 라면을 먹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ㅅ라면은 유통기한은 한참이나 지났다. 그런 라면이 아직 많이 있다. 버리지 않고 먹을 것 같다. 왜 이렇게 라면이 많이 남았을까.  익숙한 라면이라 순서에서 밀린 것이다. 냉면과 ㄲ면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유통기간이 짧은 ㅅ라면을 먼저 먹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책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구매하거나 곁에 둔 책들을 차례대로 읽지 않으니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부탁을 받은 책, 선물받은 책, 리뷰를 써야 할 책으로 분류한다고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가장 빨리 읽은 책은 리뷰를 써야 할 책일까? 아니, 꼭 그렇지는 않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해도 다시 연장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게 정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말을 건네는 표지가 있다. 내가 알아보기 전에 먼저 나를 알아봐 달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다, 이 말은 그럴듯한 말이고  눈에 띄는 표지가 있다는 거다.) 백영옥의 소설이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로 만난 『스타일』을 비롯해 그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산문으로 만난 느낌이 좋아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란 제목의 소설도 궁금했는데 표지부터 말을 건넨다. 처음엔 장미꽃인 줄 알았다. 풍선이었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생각난다. 그 책에도 풍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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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금없지만, 노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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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반한 표지(누구라도 반했을 것이다)는 모던 클래식인데 단연 녹턴이다. 유통기한이 있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했다. 책장에서 고요히 숨을 쉬고 있다. 미안한 일이다. 그리고 이 책,  김이설의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르동의 ‘베일을 쓴 여인’이 표지다.

 

 

 

 

 

 

 

 

 

 

 

 

 

 

 

 

 

 비는 잠시 그쳤다. 다시 창문을 열고 점심을 먹어야 겠다. 라면을 먹을지, 김치찌개랑 밥을 먹을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 매콤한 쫄면이 먹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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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0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갈등하시다 점심은 뭘로 드셨어요?^^ 여기도 지금 비는 그쳤어요.
저는 노란 장미를 무지하게 좋아해요.^^ 서재지붕도 늘 참 이쁘다 생각했답니다.

자목련 2012-07-07 08:1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어제는 남은 김치찌개를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먹었어요.ㅎㅎ
저도 노란 장미 좋아요.
지붕 이미지, 넘 좋아서 바탕화면에 핸드폰까지 점령했어요.

지난 번 서재에 올린 벚꽃(미끄럼틀 사진, 정말 황홀했어요. 어떻게 그런 사진을 담을 수 있는지..

달사르 2012-07-06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오늘도 비가 왔나요? 여긴 비가 주룩주룩 장대같이 왔어요. 비 내리는 날엔 정말 라면이 땡기는 거 같애요. 힛. 메콤한 쫄면도 완전 맛있잖아염. 비 오는 날은 라면과 쫄면에게 양보하세요~ 뭐 이런 식으루다. ㅎ

유통기한 말씀하시니..왠지 유통기한에 얽매이지 않고 막 책 읽고 싶어지고 그래요! 꼭 읽어야되는 그런 책은 이상하게 자꾸 뒤로 미루고 싶고, 갓 받은 따끈한 책부터 먼저 막 보고 싶고 말이죠.

자목련 2012-07-07 08:08   좋아요 0 | URL
어제 내린 강한 빗줄기는 사라지고 이 아침에 미칠듯이 더워요.
유통기한은 잊어버리고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잠시 덮다가 다른 책을 읽다가, 또 책장을 뒤지다가, 그러고 싶어요. ㅎㅎ

신간 알림 문자나 메일을 오늘도 유혹의 손길을 날리네요. ㅋㅋ

2012-07-13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표지 예쁜 책! 근데 정말 이건 멋지군요...
그나저나 영주 시내에 진짜 맛있는 쫄면집이 있대요. 이번에 만난 친구말이, 영주 시장 가서 쫄면집 물어보면 다 알려준다는군요. 담에 부석사 가게 되면 팁으로~ 알고 계시라고~~.

자목련 2012-07-13 19:02   좋아요 0 | URL
오늘도 하늘은 흐리니 조만간 비가 내릴 것 같아요. 아, 쫄면은 아직..
부석사 = 쫄면으로 기억될 듯^^
 

 

 알라딘에 들어올 때마다 13이란 숫자와 마주한다. 그리고 흔들린다. 주문을 해야 할까, 정성스럽게 선택된 단편과 에세이를 담은 사랑스러운 책과 텀블러가 자꾸 유혹한다. 아직은 유혹을 참아내고 있지만 장담은 못 한다. 그래도 지난 달에 멋진 작가들을 나는 가슴에 품었으니까(BORN TO READ 티셔츠), 자제해야 한다. 

 

 13년 전, 나는 알라딘을 알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당시 내 삶에 책은 없었다. 한 남자가 있었고, 나른한 오후가 있었고, 조성모의 뮤직 비디오가 하루 종일 나오는 유선 방송이 있었다. 13년 전에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13년이 지난 지금, 알라딘을 알고 있다. 책을 다시 읽고 리뷰를 쓰고 이 공간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알라딘은 내게 그 이상의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13이라는 숫자가 행운의 숫자로 보인다.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 중 이벤트 도서도 있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은 아니지만 가장 요염한 자태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들은 바로,

 

 

 

 

 

 

 

 

 

 

 

 

 

 

 

 

 좋아하는 작가들이 참여한 포맷하시겠습니까?, 요즘 가장 핫한 책이라 할 수 있는 『로맹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 편혜영의 『서쪽 숲에 갔다』. 나는 곧 그들과 만날 것이다. 어쩌면 고급 스텐 텀블러도 함께 만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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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7-04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편혜영 신작 골라놨어염. 13이란 숫자에 이리도 혹하다니요. >,<
저 텀블러는 색상 선택일까요. 무작위일까요. 아..주문해봐야 알겠지요. ㅎ

13년 전이라..음..저는 일단 학생일 때네요. 자목련님은 남자가 있었군요. 으히히히. 좋은거~ ^^

자목련 2012-07-04 21:4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13일이 행운의 숫자처럼 여겨져요.
텀블러 색상은 선택할 수 있는 듯해요.
조만간 주문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안되는데...
달사르님은 산뜻한 학생이셨군요. 음, 저는 올드한 사람이라서, ㅋㅋ

이진 2012-07-0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혜영 신작이 이벤트 도서지요?
아싸. <태백산맥> 세트하고 합해서 이번에 질러야 겠어요. 그럼 간단하게 오만원도 넘고 좋고.
알라딘 이런 이벤트 할때마다... 하, 버티기 힘드네요.

13년 전이라..음..저는 일단 응애응해 하고 있을 때는 지났고, 한창 장난이 심했을 때네요.(따라하기... ㅎㅎㅎ)

자목련 2012-07-04 21:48   좋아요 0 | URL
할아버지와의 관계는 괜찮나요? 지난 번 페이퍼를 보니...
소이진님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악동이었군요. 그 시간이 그립지 않나요, ㅎㅎㅎ
열공하시고, 좋은 책도 많이 읽는 밤이길 바라요^^

2012-07-05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5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7-0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13년 전 나는??
결혼하기 전 해였네요.ㅋㅋ
미쓰시절 기울어져 간다고 아쉬워 하면서 열심히 친구들과 수다떨고 그랬던 것같아요.
몇 달 전 그친구들을 만났었는데 친구네집 앨범에 우연히 경주가서 찍은 사진이 한 장 발견되었다고..
연인들만 탄다는 그 2인용 자전거에 자기신랑이랑(고등학교 동창이거든요.^^) 나랑 타고 있었다고,왜 그랬냐고? 묻던데..기억나질 않아 멍 때리고 있으니...기억력 좋은 친구가 내가 시집가기 전이어서 추억 만들어 준다고 경주로 모두들 떠났는데..자전거를 타려니 내가 자전거를 못타 친구네 신랑이 대신 태워준 것이라고 서로 기억을 억지로 끼워맞춰 사건을 일단락시켰네요.휴~
제가 지금도 운전도 못하고,자전거도 못타는데 친구는 그걸 모르고 있었더라구요.ㅎㅎ
자전거 안배워두길 잘했어요.오해살뻔 했어요.
13년 전의 일을 떠올리니 갑자기 그일이 떠올라 발그레 했네요.ㅋㅋ

텀블러 멋지군요.유혹당하지 않으리라~ 심지를 굳히고 있다는~~
머그컵도 색깔별로 다 모아놓고 결국 두 개 다 깨트려먹고 하나 겨우 남겨놓고 열심히 쓰고 있어요.
참고로 텀블러 하얀컵에 자꾸 눈길이 가네요.ㅋㅋ
검은색에는 시가 적혀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마트에서 우연히 보냉컵을 봤는데 딱 저러한 스타일의 보냉컵인데 시가 적혀 있더라구요.
시로 된 물을 마신다?? 정말 물이 절로 맛있을 것같지 않나요??
어찌나 멋지고 고급스럽던지 사고 싶어 죽겠는걸 겨우 참았어요.
가격이 너무 쎄더라구요.ㅠ
지금도 마트가면 눈에 아른거려 죽을지경입니다.ㅠ

자목련 2012-07-05 20:15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우리를 13년 전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네요.
기억력 좋은 친구분이 없었더라면 큰 오해를 살뻔했네요.
저도 자전거를 타지 못해요.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알라딘 덕분에 13이라는 숫자가 주위를 맴돌아요,ㅎㅎ
어떤 시가 적혔을까, 궁금해져요.
컵을 좋아해서 걱정이에요. 아직까지는 마음은 단단히 먹고 있는데(이제 겨우 하루 지났으니...)

라로 2012-07-0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3년이 되었군요.
저도 13년 전에 알지 못했어요,,,저는 그때 미국에 있었고 한국을 많이 그리워 했고,,,
좋은 직업이 있었고,,,젊었고,,,ㅎㅎㅎㅎ
저는 지금도 제 30대가 가장 좋았어요. 가장 예뻤을때였어요,,라고 기억해요,,,ㅎㅎㅎ
덕분에 13년전을 돌아보고 올리신 책 중 몇 권 보관함에 또 담고,,ㅠㅠ

2012-07-06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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