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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무엇이 있다. 누군가는 영화를, 누군가는 운동을, 누군가는 음식을, 누군가는 책을 좋아할 것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즐겁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은 언제나 반갑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읽지 못했던 책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설렘 때문이다.
『침대와 책』으로 처음 만난 정혜윤은 내게 거대한 존재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책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색다른 방법으로 책을 소개한다. 그러니까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은 독서 에세이가 아니라 자기계발을 위해 책이 왜 필요한지 말하는 책인 것이다.
왜 책을 읽냐고,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냐고, 그렇다면 무슨 책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성실하게 답한다. 그녀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삶을 바꿔준 책의 힘을 말해준다. 그녀가 만난 이들은 유명하거나 특별한 이들이 아니다.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해 군대 간 남편이 보낸 편지에 답장을 보낼 수 없었던 할머니, 직장에서 해고 된 근로자, 한 평생 택시 운전을 하신 할아버지, 이혼 후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아주머니, 중고 거리에서 라디오를 수리를 하는 아저씨처럼 그저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다.
‘책은 우리에게 대놓고 무엇을 가르쳐 주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책은 자꾸 자신을 만나게 합니다. 돌아보게 합니다. 이 돌아봄의 의미는 큽니다. 우린 어떤 일을 완성하기도 전에 그 결과부터 그려 보곤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순간에 우린 인생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로 돌아봄이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돌아봄을 통해서 우리의 현재는 책 속의 챕터가 됩니다. 우리는 그 새로운 챕터에서 뭔가 새로 시작할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p.100~101
삶은 다채롭지만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다. 우리는 살고 있는 세상의 표정은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모습이다. 이러한 시대에 책은 얼마나 위로가 될까. 책을 통해 만나는 삶은 때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 비루하며 처참하다. 책은 때로 우리에게 분노를 가르치고, 용서와 화해를 제시한다. 그녀의 말처럼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대로 살고 있는지 묻게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책 하나하나가 우리를 부르는 영혼이고 인간 하나하나가 서로를 부르는 영혼입니다. 내 옆에 가까이 있는 것, 내가 가까이 두고자 하는 것, 나와 연결되어 있는 것, 나와 협력하는 것,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나를 무한히 창조합니다. 우리 삶은 무한히, 끝없이 갈라지는 길과도 같습니다. 그 갈림길마다 책들이 놓여 있을 수 있습니다. 목마른 나그네를 위한 하나의 이정표처럼, 하나의 쉼터처럼.’ p. 157~158
그녀가 소개한 책들이 모두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누군가에게는 이별을, 누군가에게는 용서로 다가오기도 하니까.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녀의 리스트엔 여전히 그렇듯, 읽지 못한 책들이 많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책을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되거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분명 그 책들을 통해 변화할 것이다. 나를 변화하는 책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감격적인 일인가.
책을 읽는다. 어제도 읽었고 오늘, 그리고 내일도 읽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읽었던 책이, 점점 좋아지고, 알고 싶어서 읽는다. 세상의 모든 것을 책으로 다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다고 그 책들을 다 읽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그저 나와 인연이 닿은 책들, 원하지 않았지만 내게로 와 준 책들을 읽을 뿐이다. 그들과 마주하는 일은 살아가는 일이며, 삶의 비밀을 만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