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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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재는 과거를 부정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그렇다. 누구나 지우고 싶은 과거의 실수와 잘못이 있다. 어떤 것들은 아무도 모르게 감추고 싶은 비밀에 속하기도 한다. 때로 비밀은 판도라의 상자가 되어 현재를 삼킨다. 그러므로 부정할 수 없는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현재의 삶을 달라진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속 한나에게 닥친 일이 그러했다.

 

 주인공 한나는 반전 운동에 앞장서는 교수 아버지와 유능한 화가 엄마를 두었다. 그러니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의대생 댄과 사귀면서 한나는 결혼을 결심한다. 졸업도 하기 전 결혼을 하고 곧바로 아들 제프리가 태어났다. 한나는 평범한 주부의 삶을 시작한다. 1970년대 여대생의 삶을 떠올리면 한나의 선택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한나가 정말로 원하는 삶이 주부였을까 궁금할 뿐이다. 

 

 댄의 공중보건의 근무를 따라 시골마을 펠험으로 이주한다. 그곳은 사생활이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모두가 한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쁜 댄과는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제프리를 돌보는 일로 지쳐간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숨을 쉬게 된다. 한나의 내부에는 어떤 열망이 자라고 있었다. 위독한 시아버지를 보러 댄이 고향을 떠난 사이 한나의 열망에 불을 지피는 일이 발생한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여행 중인 급진주의자 저슨에게 숙소를 제공한 것이다. 낯선 사람의 등장으로 마을을 술렁인다. 한나는 대화가 잘 통하는 저슨과 사랑을 나눈다. 자기 자신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저슨이 여행자가 아니라 FBI의 추격을 당하는 도망자라는 사실이다. 저슨의 협박으로 캐나다까지 그를 피신시키고 돌아온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간직한 한나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들에 이어 딸 리지를 낳았고 30년이 지난 2003년 현재 댄은 정형외과 의사로 입지를 굳혔고 한나도 교사로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변호사인 아들과 펀드매니저인 딸 누가 봐도 완벽한 가족이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했다. 유부남과 헤어진 딸이 실종되면서 언론에 노출되고 30년 전의 비밀은 저슨에 의해 책으로 출판된다. 언론과 사람들은 한나를 공격하고 댄은 이혼을 선언한다. 한나는 당당하게 나선다. 한나는 과거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부분을 말하고자 노력한다. 외면하는 아들과 남편 대신 마지의 도움으로 싸운다. 변호사를 고용하고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세상에 밝힌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한다. 한편으로는 우리 자신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우리는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자기 자신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568쪽)

 

 한나는 리지의 실종과 저슨의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길 원했던 엄마와의 마찰, 댄과 연애시절 프랑스 유학을 선택하지 않았던 일, 제프리와 리지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던 시절, 30년 결혼생활이 진정 행복했는지 말이다. 한나에게 일어난 사건을 보면서 생각한다. 누가 한나의 삶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 그녀를 질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한나 자신이 아닐까.

 

 ‘인생이란 일상의 사이사이로 섬광처럼 반짝이다가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했다.’(356쪽) 

 

 부정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해 피하지 않고 맞선 한나의 모습은 매우 멋지다. 소설을 읽는 동안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이가 많을 듯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영원하지 않은 생을 살면서 자기 자신의 삶을 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삶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찰나에 불과한 순간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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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정리한다. 가만히 책들을 바라본다. 몇 년 전에 환호하며 읽었던 책, 탐났던 문장들, 눈물을 닦아주던 문장들이 거기 있었다. 잊고 있었던 책들도 발견한다. 책날개에는 소중한 이의 손글씨와 내가 남긴 메모가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도 눈에 들어왔다.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에는 단정한 글씨로‘2008. 10.1 김연수’가 적혀 있었다.  

 

 책을 정리하면서 책 속에 숨겨진 욕망을 보았다. 내가 도서 정가제를 핑계로 사들이는(그렇다, 읽기가 목적이 아니라) 분야의 책은 시, 문학, 예술이 많았다. 철학, 인문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읽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멈춤에 이르렀다. 직접 마주할 수 없는 그림을 예술서를 통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주말을 전후로 구입한 책은 소설가 7인의 옷장이란 부제가 있는 『THE CLOSET NOVEL』, 착한 가격과 함께 호평으로 이어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 『개더링』,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리고 이 책 『ART 세계 미술의 역사』다. 갖고 싶은 책을 생각하는 일은 행복한 고통을 선물한다. 『백치, 『악령』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고민은 괴롭다. 그럴 때마다 지인의 추천으로 기운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추천을 더 잘 알려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도 함께 담았다. 몇 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언니를 위한 선물로 『소설가의 일』을 주문했다. 선물을 생각하니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이 떠오른다. 연말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누군가에게 이 책을 선물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선물을 받는 이는 김연수의 팬이 아니어야 한다.

 

 

 

 

 

 

 

 

 

 

 

 

 

 

 

 

 

 

 

 

 

 마지막을 위한 마지막 리스트는 끝났다. 목요일 이후에 나는 어떤 책을 마주할 것인가? 어떤 책을 살 것인가? 아니,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어쩌면 여전히 책을 정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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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엔 강한 바람이 불었다. 16년 만에 수능 한파가 찾아온 것이다. 진짜 겨울이 시작되었다고 중얼거렸고 아침에는 쌀가루처럼 내리는 눈을 보며 첫눈이구나 생각했다. 내가 사는 소읍엔 수능이라 해도 출근을 늦추거나 등교 시간에 대한 변경이 없었다. 공무원이나 은행원들은 달랐겠지만 말이다. 주변에 고3이나 수능에 관련된 사람이 없다 보니 그저 춥다는 말이 지배한 하루였다.

 

 저마다 11월 13일을 기억하는 방법은 달랐다. 누군가에게 오늘은 첫눈이 내린 날이며, 누군가에는 평범한 목요일이며, 누군가에게는 김장을 담근 날이며, 누군가에게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를 떠올리는 날이다. 물론 내가 전태일 열사의 기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건 아니다. 덕분에(부끄럽지만) 이런 책을 펼쳐보는 날이다.

 

 

 

 ‘머리채를 잘랐던 어머니는 흉한 머리를 감추기 위해여 한여름 내내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일했다. 태일은 이른 새벽에는 여관을 돌아다니며 구두를 닦고,낮이면 평화시장·남대문시장·중부시장 등에서 시다나 미싱보조로 노동을 하고, 밤에는 껌과 휴지를 팔러 다녔다. 이렇게 하여 그해 가을 모자가 돈을 보태어 2,500원으로 헌 천막 하나를 샀다. 그 당시 남산 중턱에는 골격만 세워놓고 공사가 중단된 큰 아파트형의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그 건물 뼈대에다가 집 없는 사람들이 합판으로 각각 칸막이를 해놓고 그 안에 들어가 살고 있었다. 빈터라고는 옥상밖에 없었는데, 어머니와 태일은 옥상에다 천막을 쳤다. 밤이 되니 관리인이란 사람이 올라와서 철거하라고 하여 그날 밤만 사정사정하여 새우고, 그 다음날 새벽에 철거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모자는 또다시 헤어져 돈을 조금 더 모아서 판잣집을 세내기로 하였다. 김장철이 되었을 무렵 어머니는 남산동 50번지의 한 판잣집을 사글세로 얻었고 오랜만에 어머니, 태일, 태삼 세 모자가 함께 살게 되었다.’ (87쪽)

 

 

 

 그 시절을 몰랐던 혹은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누군가의 삶은 소설이나 영화처럼 다가온다. 나 역사 다르지 않다. 이런 책을 통해서 그들의 시간을 불러올 뿐이다. 천막에서 살아야 하는 삶은 여전히 비닐하우스로 이어지고, 발끝이 닿지 않는 방 한 칸에서 살림을 사는 삶은 줄어들지 않았다. 진실이 아닌 것들이 진실로 보도되고, 권력과 부가 휘두르는 칼에 서민들은 깊고 큰 상처를 입는다.

 

 우리가 바라는 삶은 어떤 것일까? 부자가 되는 것, 명예를 갖는 것,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은 극소수가 바라는 삶이다. 아니 바란다고 될 수 있는 삶이라면 좋겠다. 그저 내 식구가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게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을 꿈꾼다. 아프면 참지 않고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는 세상, 잘못된 부분을 바로 인정하고 시정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맨 먼저 달려온 사람들은 늘 차별과 소외가 있는 곳에서 함께해온 헌신적인 사회단체 사람들과 고통받는 노동자들이었다. 이랜드-뉴코아 여성 노동자들, 코스콤 비정규자들, 며칠 전 고공농성을 마친 GM대우 비정규직들, 재능교육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전국해고노동자투쟁위헌회 회원들, 그리고 시청 앞에서 성람재단 비리 해결을 위해 끈질기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우들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자신의 권리를 넘어 전체 차별받는 이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이었다.’ (189쪽)

 

 

 

 

 

 

 수능은 끝났고 출제경향에 대한 이야기가 끝이지 않을 시간이다. 시험을 치른 아이들이나 그렇지 않은 아이들 모두 특별한 하루가 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멋진 꿈을 꾸며 잠드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눈물을 삼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2014년 11월 13일을 기억하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분노나 절망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평범한 하루를 마치며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에 작은 감사와 평안의 조각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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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 한림아동문학선
김종렬 지음, 신은숙 그림 / 한림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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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은한 달빛이 물든 밤을 떠올리는 표지의 동화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 를 읽으면서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린다. 어렸을 적 개는 나의 소중한 친구였다. 학교에 갔다 올 때면 저 멀리서 나를 보고 가장 먼저 달려왔다. 그에 반해 고양이는 곁을 내주지 않았다. 여전히 개를 좋아하지만 개를 키울 계획은 없다. 어렸을 때와 달리 예뻐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동화는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다. 사람들에게 버려진 개와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신문배달을 하는 아이는 우연히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이란 이름의 레스토랑을 발견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요리사와 뒤를 이은 개와 고양이의 무리를 본다. 바깥에서 살펴보니 요리사를 중심으로 개와 고양이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늘은 달 없는 밤~

  은밀한 시간이 시작되지이~.

  싸움과 다툼은 사라지고~

  슬픔과 눈물도 사라지네~.” (32쪽)

 

 아이 눈에 비친 풍경은 마치 축제가 시작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갔고 개와 고양이의 시선을 받는다. 인간은 들어올 수 없는 곳, 개와 고양이들만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라 아이를 환대하지 않는다. 아이가 신문배달을 하는 소년이라는 것과 다친 고양이를 보살펴준 이야기가 나오고서야 아이는 그곳에 함께 한다.

 

 옥탑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는 할머니의 반지를 찾기 위해 고양이를 따라왔다고 말하고 개와 고양이는 반지를 훔친 고양이를 몰아세운다. 그리고 시작된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 인간들에게 버림받은 상처와 잊고 있던 개와 고양이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인적을 피해 골목길을 돌아다녀야 하는 슬픈 생활. 일 년에 단 한 번 달이 없는 밤, 이곳에 모여 만찬의 시간을 갖는다.

 

“인간들에게 버려진 고양이가 갈 곳은 황량한 거리뿐이겠지. 집을 지키던 개가, 애완견으로 살아가던 개가 유기견이 되면 가야 할 곳도 차가운 거리밖에 없어. 인간들에게 잡혀 보호 시절에 들어가면 결국, 죽음과 만날 뿐이니까.” (72쪽)

 

 개와 고양이가 들려주는 인간들의 모습은 참으로 비정하다. 한때는 가족처럼 지냈던 동물을 유기하고 학대하는 인간을 고발하는 듯하다. 낮이 아닌 밤에만 활동할 수 없는 개와 고양이. 옛날 동화처럼 서로가 미워하는 사이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개와 고양이의 시간. 그들 사이에 다정한 인간의 손이 있기를 바라는 동화가 아닐까 싶다.

 

“도시와 마을을 만든 것은 인간이야. 하지만 인간과 가까운 곳에, 그 거리에, 비좁은 골목과 높은 담벼락 너머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어. 인간들이 그걸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우리에게는 개의 자부심과 고양이의 품위가 있으니까.”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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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들지 않는다 -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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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련과 싸움의 연속이다. 아무리 윤택한 환경에 있는 자라도 시련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인간이란 그렇게 살 운명이다. 그 또한 인간 역시 야생동물의 일원이라는 증거다. 야생동물이라면, 자신이 지닌 모든 능력을 발휘해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인생의 길을 걸어야 생명은 그 빛을 발하고, 진정한 젊음도 획득되는 것이다.’(50쪽)

 

 아직은 자신 있게 마루야마 겐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단호함과 당당함에 끌리는 정도가 맞겠다. 자신의 글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작가인 것 같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라는 제목처럼 말이다. 길들지 않는다는 말은 자유롭다는 말이라 생각한다. 자유롭다는 건 책임을 질 줄 아는 삶으로 확대된다. 그러니 마루야마 겐지는 자신의 삶에 책임지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는 말이다.

 

 시류에 휩쓸려 사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규칙대로 생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모든 상황에 있어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건 어렵다. 물론 마루야마 겐지가 주장하는 바는 독립적으로 살아가라는 게 아니라 세상의 지배가 아닌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진정한 젊음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가족, 직장, 지배자에게 길들지 말라고 강력하게 직언한다. 태어나면서 필연의 관계가 되는 가족에게 길들지 말라는 이상하게 들리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언제라도 편안하고 쉽게 기댈 수 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는 건 옳다. 특히 그의 말처럼 어머니라는 존재는 가장 위험하다. 그러니까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직장에서 대해서도 그는 단호하다. 직장인이라는 삶에 안주하지 말라고 말한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어려운 시대, 과연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떤 이는 비전을 보라는 말로 해석할지도 모른다. 마루야마 겐지는 하나의 대안으로 농업을 제시한다. 자신의 손으로 가꾼 땅에서 얻은 수확물로 생활하는 삶을 통해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산 자에게 유일무이한 보물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아무도 지배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고 진정한 자립이며 진정한 젊음이다. 하지만 무수한 욕망과 무수한 정념이 그 길을 가로막아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자는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192쪽)

 

 재산, 명예, 지위라는 욕망에 눈 돌리지 않고 자신의 목표대로 정진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나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면서도 안주하고 만다. 생애를 치열하게 살아내는 야생동물처럼 살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가슴이 뜨끔거린다. 우리의 삶은 어떤 삶인지, 살아 있는 자인지, 살아 있지 않은 자인지, 질문이 뜨거운 화살처럼 박힌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자는 진정 살아 있는 자이고, 타인에 기대 살아가려는 자는 가짜 산 자이다. 전자는 ‘살아 있는 자’이며 후자는 ‘살아 있지 않은 자’이다. 요는 살아 있을 것이냐, 살아 있지 않을 것이냐이다.’(207쪽)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 책은 아주 멋진 젊음 처방전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무기력해지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세대에게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발점이 되고 경제적 독립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이든 확고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삶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루야마 겐지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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