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틀 스타일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
배명훈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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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은 이제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로봇은 태어난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로봇의 정의다. 인간을 돕기 위한 존재, 인간의 명령어에 따라 행동하는 대상일 뿐이다. 그런 로봇에게 마음이 있다면 그건 단순한 로봇이 아닌 그 이상이 되는 걸까? 배명훈이 상상하는 세계에선 로봇은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가마틀 스타일』은 인간을 공격하고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가마틀의 이야기다. 그 로봇을 만든 건 인간이다. 그러니까 가마틀은 미치광이 과학자의 무서운 야욕이 가져온 결과물인 것이다. 539대의 가마틀은 도시에 침투해 인간을 공격했다. 사태가 진압되고 수사팀은 한 대의 가마틀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다. 오른팔에 장착된 LP13 레이저포의 위력을 생각하면 빨리 찾아야 했다. 특별수사팀의 민소는 인공지능기술자인 은수에게 자문을 구한다.

 

 민소는 사라진 가마틀을 찾으며 왜 가마틀이 무리에서 단독으로 사졌을까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사라진 가마틀의 자아에게 대해 생각한다. 인간을 공격하는 목적을 지닌 로봇이 일탈을 했다면 인간에게 위험을 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가마틀을 목격했다는 제보와 피해자의 등장으로 민소는 혼란스럽다. 그러던 중 은수가 납치되는 일이 발생한다.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은수는 무사히 돌아온다. 은수의 증언으로 민소는 가마틀이 오른손을 소중하게 다룬다는 걸 알았다. 결코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는 확신도 말이다.

 

 가마틀의 위치는 노출되었고 포획을 위해 병력이 출동했다. 가마틀은 LP13 레이저포를 발사하지 않았고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가마틀과 전투로봇의 충돌이 이어진다. 하지만 가마틀은 여전히 오른팔을 사용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런 가마틀이 자유롭게 떠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건 당연했다.

 

 ‘마음이니까 저렇게 버텨내지, 기계라면 저게 가능하겠어? 저게 인간이야. 아니, 그보다 더 훌륭한 무언가야. 신이라고 불러도 좋고 아니라고 해도 좋아. 다만 당신들도 그런 생각이 들 거야. 어떻게든 저 존재와 내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다면. 그래서 딱 저 아름다운 영혼이 끌어올려준 만큼 내 존재도 그렇게 숭고해질 수 있다면.’ (109쪽)

 

 정말 가마틀에겐 마음이 있던 걸까? 있다면 어떤 마음일까? 어쩌면 가마틀은 형제라 할 수 있는 수백 대의 로봇과는 다른 오직 자신만의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는지도 모른다. 배명훈은 언제나 독자에게 색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로봇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쾌한 인간애로 갈무리하다니. 마음을 지닌 로봇 가마틀을 통해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결국 배명훈이 말하고 싶었던 인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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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문학동네 시인선 57
윤희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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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편안한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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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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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서늘하고 아프지만 이전보다는 환한 느낌의 소설이라고 할까요. 김이설과의 첫 만남으로 추천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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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2-0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첫이면 괜찮을 듯.

자목련 2014-12-09 14:26   좋아요 0 | URL
네, 김이설 작가의 처음은 이 소설이 좋을 듯해요.
 
숲 속의 빈터 작가정신 소설향 7
최윤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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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전나무가 가득한 황홀한 숲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숲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숲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다. 최 윤의 <숲 속의 빈터>에서는 악몽으로 존재한다. 동거를 결정하고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온 젊은 연인에게 짙은 녹색은 점점 공포로 다가온다.

 

 서울 근교에서 직장에 다니는 민구와 진희는 지나치게 복잡한 도시를 떠나 살기 위한 집을 찾는다. 마을과 조금 떨어졌지만 전망이 좋은 집을 얻고 애완견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목욕탕만 있다면 완벽한 삶이라 믿은 그들은 직접 목욕탕을 짓기로 한다. 도시에서 벗어난 한적한 삶, 그들을 방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그러다 건너편 숲 이층집에서 벌거벗은 남자의 등장으로 그들의 일상은 흔들린다. 남자의 기분 나쁜 행동으로 진희는 점점 혼자 집에 있기가 두렵다. 진희의 말을 믿지 않았던 진구도 직접 목격하고서야 사태를 파악한다. 이상한 건 마을 사람 누구도 이층집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집을 구해준 복덕방과 이장집에서도 잘못 본 것이라고 말한다. 택시 기사도 숲 근처까지는 오려 하지 않고 목욕탕 배수관공사 업자도 방문을 꺼리는 것이다. 마치 모두가 어떤 사실을 함구한 듯 말이다.

 

 진희의 계속되는 부탁으로 배수관공사를 하러 온 사람은 왜 이 집을 얻었냐고 묻는다.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무서운 사건에 대해 들려준다. 군인이었던 이층집 남자가 총으로 마을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갔다는 이야기다. 마을 토지의 대부분을 소유했던 남자는 그 사건으로 토지를 돌려주었다. 하지만 남자는 정신분열로 감옥에서 나온 후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 그것이 아무도 그 집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던 이유다.

 

  “일 빼기 일은 얼만지 알아요, 젊은이들? 일을 뺏겼다가 일을 다시 얻으면 얼마나 될지?”

  “네……?”

  “다들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영이라 할 테지. 그렇지만 아니야. 마이나스 일이야. 여기서는 그렇게 셈한다구. 결코 메워질 수 없는 마이너스 일이지……” (78~79쪽)

 

 배수관공사 업자의 말대로 이제 민구와 진희에게도 마이나스 일이 되었다. 정말 그 숲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과거 사건으로 사람들은 이층집과 남자가 나타난 숲과 빈터에는 발길을 끊었지만 그곳이 삶인 민구와 진희는 달랐다. 여관과 친구집을 전전하다 돌아올 수밖에 없다. 남자의 존재는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숲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로 한 것이다. 그저 하나의 빈터에 불과했다.

 

  ‘몸이 노곤해지는 걸 느끼면서, 우리는 봄이 되기 전에 빈터에 전나무를 심어버리는 것은 어떤가, 그런 얘기를 했다. 늦은 가을 쯤에. 빈터에 나무를 심겠다는데 반대할 사람 있으면 나오라지. 마을사람들은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곳에는 늘 빈터가 있었으니까. 숲 속의 빈터란 수도 없이 널려 있으니까.’ (84쪽)

 

 최 윤은 90쪽 안팎의 아주 짧은 소설에서 우연이 일상을 어떻게 와해시키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그 우연은 과거의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전나무 숲이 간직한 과거는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현재나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민구와 진희처럼 빈터를 메우면 과거는 사라질 수도 있다. 한 번에 메워지지 않으면 두 번, 세 번 더 메우면 될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일상을 지키려는 의지와 지속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 삶에서 채워야 할 빈터의 존재를 확인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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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디바 2014-12-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윤 작가님을 참 좋아합니다. 깊이 있는 문장과 섬세함...

자목련 2014-12-04 17:11   좋아요 0 | URL
말씀처럼 최윤 작가 님 고유의 섬세함을 저도 좋아해요.
 
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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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편린이 모여 만들어지는 삶, 그 삶의 내밀함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만난 건 정말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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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2-0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가슴 뭉클하게 하는 글이네요^^
집에 전시만 해놓았는데 당장 읽어야겠습니다.

자목련 2014-12-04 17:12   좋아요 0 | URL
세실 님도 행복하게 만나시길 바라요^^

라로 2014-12-0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얼마전에 이 책 사왔는데!!!기대기대

자목련 2014-12-04 17:12   좋아요 0 | URL
완전 좋았어요. 기대 이상으로 좋았으면 좋겠어요^^

댈러웨이 2014-12-0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단편집 읽고 다른 두권의 단편집

댈러웨이 2014-12-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 샀어요. 아C, 잘못 눌러서 두 개로 올라가요. ;; <아문센> 좋았어요. ^^

자목련 2014-12-04 19:40   좋아요 0 | URL
단편집 <런어웨이>도 좋아요.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아직 읽지 못했어요.
여긴 세상이 하얀색으로 변해버렸어요. 나흘째 이어지는 폭설이라 이젠 좀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