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 우리의 기억은 왜 끊임없이 변하고 또 사라질까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이미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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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위해 망각이 필한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소중한 기억을 위해 아픈 기억은 망각이란 폴더에 넣고 싶다. 신비롭고 놀라운 우리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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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어둔 현관문에 붉은 기운이 스민다. 여름의 끝에 마주한 노을은 펄떡이는 생선처럼 생기가 가득하다. 어제도 보고 그제도 본 노을인데 누군가는 이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서럽고 서럽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거나 기록하지 않고 보낸 날들에게 미안하고 안부를 전하고 싶다.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는 멀리 달아났다. 삶이라는 게 이러하다는 걸 알면서도 살아 있는 나는 여전히 입구를 알 수 없는 미로를 헤매는 듯하다.

 

 하나의 여름이 사라지는 시간, 하나의 여름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한 여름이 된다. 불을 꺼도 거실을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이 뜬 밤, 가만히 소리 없는 목소리로 당신을 불러본다. 하루하루 습관처럼 닿을 수 없는 당신과의 거리를 측정하며 그것을 인식하며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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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2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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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2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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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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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 - 호스피스에서 보낸 1년의 기록, 영화 [목숨]이 던지는 삶의 질문들
이창재 지음 / 수오서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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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죽음을 산다. 삶은 죽음이라는 문을 열기 위한 여정이다. 이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하지 않을 뿐이다. 잘 죽어야 한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만 정작 그것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곧 잊고 만다. 자만과 오만으로 나에게는 결코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라 외면하며 살기도 한다. 그만큼 죽음은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라진다는 것,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 아니면 대체 언제 할 것인가. 실상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내일이란 그저 달력에만 존재할 뿐이다. 오늘, 이 순간의 호흡에 다음 호흡이 닫히면 삶은 뚝 끊어지고 만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걸 망각하고 자꾸만 내일, 내일로 미룬다.’ (36쪽)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낸 1년을 고스란히 담은 이창재 감독의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는 죽음을 말한다. 아니, 삶을 말한다. 이미 다큐멘터리 <목숨>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이야기다. 직접적으로 죽음과 대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의 호스피스 병원을 방문하고 6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모현 호스피스에서 촬영 허락을 받은 후 1년 동안 죽음과 동행하는 삶을 지켜본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숭고한 울림을 준다.

 

 저마다의 사연은 아프고 가슴이 시리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슬픔은 책을 잠시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 두고 떠나야 하는 비통함, 행복이라는 걸 만져볼 시간에 닥친 암 선고, 삶의 절반의 병마와 싸워온 외로운 삶, 혼자만의 골방에서 문을 닫고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견뎌야 하는 시간, 밤이 무서워 밤새 병동을 서성이다 새벽이 올 때 안도하며 잠에 빠져드는 두려움, 평온해진 영혼 때문에 육체도 나을 거라는 희망에 반하는 사실을 전해야 하는 의료진. 남은 시간을 고통과 절망이 아닌 기쁨과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다는 걸 말하는 사람들을 통해 나의 삶을 생각한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허투루 살지 말고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삶이란 내게 잠깐 맡겨진 선물이라고 한다. 이 말처럼 우리는 유한한 생을 살아간다. 언젠가 이 선물을 되돌려줘야 하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선물을 얼마나 소중히 가꾸고 있는가? 질문하는 것조차 머뭇거리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145쪽)

 

 어떤 삶을 살았든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이제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할 때다. 어쩌면 많이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빠르다는 말과 같다. 이 한 권의 책이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가슴에 새기게 만들 것이다. 징글징글한 삶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라는 걸 말이다.

 

 ‘삶이라는 여행은 한 번에 끝이 나는 단속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지는 영적 여행이다.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현세에서 내세로 다시 내세에서 현세로 반복하는 여행. 그 여행을 하며 우리의 영혼은 점점 성숙해진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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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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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크게 착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가족에 관한 것이다. 가족이니까 다 알아야 하고 안다고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이 좋아하는 색깔, 싫어하는 음식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때로 의사를 묻지 않고 임의대로 결정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함께 참여하게 만들고 어떤 의무감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겉모습만 단란한 가족이 늘어나고 가족 간 분쟁과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돌아보면 부모나 형제를 탓할 일이 아닌데 그들 탓으로 돌리고 화풀이를 한 적이 있다. 가족이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다.

 

 ‘기대는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얼마든지 기대를 해도 좋다. 이런 경우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자기 탓이요, 그  책임은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그러니 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도전할 수도 있다.’ (48쪽)

 

 그렇다면 우리는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처음부터 내 곁에 존재하는 사람들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엄마, 아빠, 언니, 할머니 개인이란 단위가 아닌 가족이란 단위로 말이다. 희생을 강요하고 적당하게 필요한 거리의 존재를 무시하고 쉽게 상처를 준다. 상처받았다는 걸 알아도 가족끼리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무시해버린다. 책은 이런 가족은 진정한 가족이 아니며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을 말한다. 저자의 경우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크게 실망하고 관계를 단절했다. 암 투병을 할 때에도 아버지를 찾지 않았다.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다. 딸을 향한 어머니의 애정이 부담스러워 거리를 두었다. 대화의 주제가 가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과는 관계를 지속하지 않았고 결혼을 했지만 남편을 반려자라 부르며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간다. 결속의 관계가 아닌 동행하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보통의 부모 세대가 부모와 형제를 무조건 이해하라고 한다면 저자는 단호하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가족도 변하는 게 당연하다.

 

 ‘마음이 먼저 있고, 그다음 가족이라는 틀을 만들어가야 진정한 가족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DNA 따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111쪽)

 

 머리로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여전히 복잡하다.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을까. 가족에 대해 더 많은 걸 알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저자 역시 그런 생각을 피할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책의 말미에 고인이 된 아버지, 어머니, 오빠에게 긴 편지를 통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독립적 자아로 서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부모와 형제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면 가족을 이해할 수 없다. 혼자임을 즐길 수 없으면 가족이 있어도 고독은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늘 혼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고독을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상대의 기분을 가늠하고 이해할 수 있다. 가족이나 사회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다. 가족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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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5-08-13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어려운 주제입니다, 가족은

자목련 2015-08-13 17:32   좋아요 0 | URL
네, 힘겨운 주제입니다. 가족이 늘어날수록 더 어려워요. ㅠ.ㅠ
 
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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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나는 읽는 인간에 속한다. 그건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는 말로 대신할 수도 있겠다. 이런 이유로 독서 에세이를 외면하기라 참 어렵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지배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인생의 책이라 추천하는 책은 어떤 책인지, 그것들과 겹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과 맞닿는다. 왜 책을 읽는가? 

 

 나는 왜 책을 읽는 걸까? 무엇을 위해 책을 읽는 걸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장애인 아들을 둔 아버지란 수식어로 익숙한 오에 겐자부로의 책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란스럽다. 그에게 책은 인생의 목표를 제시해주었고 친구였고 유일한 안식처였다. 누구나 살면서 체념과 비탄의 시기를 지나지만 그것을 어떻게 뚫고 나오느냐에 따라 생은 달라진다. 오에 겐자부로는 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순히 그가 추천하는 책에 대한 궁금증은 책을 덮고 난 후 내게 남은 건 열여덟 살에 의식하고 시를 읽기 시작했다는 문장과 비탄(탄식, 절망)이란 단어였다.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은 단순한 독서 에세이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소설 강의이자 문학 강의라 할 수 있다. 그에게 영국 시인이자 화자였던 월리엄 브레이크가 어떤 의미였는지 명확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이해하지 못하면 통째로 외우고 번역서, 비평서를 찾아 읽었다고 한다. 읽는 것은 곧 쓰는 것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하나의 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읽고 치열하게 매달렸는지 놀랍고 감탄한다.

 

 ‘외국어와 일본어 사이를 오가면서요. 이렇게 언어의 정복, 감수성의 정복, 지적인 것의 정복을 끊임없이 맛보는 작업이,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문체를 가져다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번역을 하게 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소설을 썼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 소설의 세계가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67쪽)

 

 책과 더불어 그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나와 닮은 사람, 그러니까 나를 이해하고 나를 알아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건 삶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으니까. 오에 겐자부로에겐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가 있었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속에서 작가의 분신과 함께 ‘수상한 2인조’가 되었던 사람. 오에 겐자부로에게 ‘랭보의 시를 프랑스 원문으로 소개하고 번역이 아닌 원문으로 느낄 수 있는 언어의 느낌에 대해 알려준다. 하나의 시와 시인을 주제로 밤새도록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완벽한 일이다. 그런 존재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오에 겐자부로는 아나 자신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감히 이 한 권의 책으로 오에 겐자부로를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여전히 왜 책을 읽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비틀거리는 삶을 바로 세워줄 수 있는 책이 존재한다는 명확한 사실을 전한다. 대단한 책이다. 그것을 고스란히 전할 수 없는 글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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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탑 2015-08-1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 놓고 못 읽고 있는데 빨리 읽어봐야 겠습니다.

자목련 2015-08-13 10:05   좋아요 0 | URL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치료탑 님 즐겁게 만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