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었고 추위는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전기장판의 뜨거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내 몸과 마음에 봄과 겨울이 동거를 하는 것이다. 3월은 괜히 분주하고 복잡하다. 작년 3월에도 그랬다. 마치 3월을 잃어버릴까 두려운 마음처럼 기억을 되살린다. 그래도 봄날은 따뜻하다. 어제 오후에 잠깐 외출을 했는데 투명하지 않은 하늘과 달리 바람은 투명했다.

 

 책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읽기에 대해서다. 읽지 못하면서 책을 받고 사는 일을 멈춰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멈춰야 할 때를 안다는 건 얼마나 현명한 일인가. 유명한 책의 제목처럼 멈추면 무언가 확실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책들이 궁금한 건 어찌해야 할까. 어떤 책은 읽지 못해서, 어떤 책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서 그렇다. 모든 게 나를 위한 변명일 테지만 말이다.

 

 주원규의 이름은 익숙하다. 하지만 소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광신자들』을 읽었는데도 그렇다. 그러니까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놀이기구를 타고 높이 날고 싶은 소망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너머의 세상을 보자 그 시절이 떠오른다. 로맹가리의 유럽의 교육과 이응준의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은 개정판이라고 한다.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의 느낌을 줄 것 같아 읽고 싶은 소설이다. 신경숙의 동화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표지 속 고양이의 뒷모습처럼 사랑스러울 것이다. 이웃의 글에서 김숨의 백치들을 보았다. 왜 이 책을 잊고 있었을까. 지금이 아닌 과거의 김숨을 읽고 싶다. 좋아하는 지인이 추천한 슬픔의 위안과 봄의 뒷모습처럼 노란 케빈 파워스의 『노란새좋아하는 출판사 책읽는수요일에서 나온 설, 여자의 인생에 답하다몽환적인 이야기라 단정하고 싶은 사폰의 마리나는 서늘하고 시원한 여름의 맛을 떠올리는 표지다.

 

 

 

 

 

 

 

 

 

 

 

 

 

 

 

 

 

 

 

 

 

 

 

 

 

 

 

 이 책들을 사게 될지, 읽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알 수 없기에 매력적이다.  알 수 없기에 어떤 계획을 세우고 기대한다. 알 수 없기에 꿈꾸고 알 수 없기에 오해하고 착각한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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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이 있던 주에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미용실에 다녀온 후 거울 앞에서 흰머리를 뽑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다시 흰머리가 나오지만 뽑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팔이 아플 정도로 뽑았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미용실에 갈 때는 퍼머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비가 내린다는 예보는 맞지 않으려나 보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점심으로 요리한 비지찌개는 실패했다. 레시피를 따라 했지만 완벽하게 실패했다. 그나마 썰어 넣은 김치가 맛있어 먹을 수 있었다. 일주일째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손에 잡고 있고 눈으로 보고 있으나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여 지인이 추천한 시집과 신간 시집을 둘러본다. 설레는 봄처럼 환한 빛깔의 시집과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한다. 이렇게 고운 색의 표지라니, 직접 보면 얼마나 눈부실까. 

 

 

 

 

 

 

 

 

 

 

 

 

 

 

 

 

 마음산책 블로그에 올라온 신간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완벽한 날들』과 복효근의 『따뜻한 외면』과 이영광의 『홀림 떨림 울림』의 표지에 반할 수밖에.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란 함민복의 시집도 그렇다. 봄을 알리는 씨앗을 담은 듯하다. 열병을 앓게 될지 모르지만 손에 닿는 봄, 이런 책들을 곁에 두면 아주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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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8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젯밤에는 폭설이 내릴 거라는 일기 예보를 듣고 커튼을 계속해서 들춰 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앵커의 말처럼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 싶었다. 곧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린 눈을 확인했다. 입춘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설날인 정월 초하루까지 자신의 존재를 보여줄 기세다. 연휴가 짧아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고생할 것 같다.  

 

 뚜렷한 이유 없이 불안하다. 얼마 전에는 잠들기 위해 수면제를 먹어야 했고, 어제는 꿈을 꾸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꿈이었다. 겨울과 봄이 힘 겨루기를 하듯 내 몸이 그러하다. 겨울이라는 어떤 기운과 봄이라는 어떤 기운이 충동한다고 해야 할까. 뭐, 그렇다는 말이다.

 

 저녁에는 반가운 이와 짧은 통화를 했다. 긴 겨울밤에 뭘 하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모니터를 붙잡고 있거나 텔레비젼을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때때로 책도 붙잡고, 전화기도 붙잡고 있는데 그 말은 하지 못했다. 건강에 대해(특히 어지럼증) 이야기를 나눴고, 2월이 끝나기 전에 만나자고 약속 아닌 약속을 하고 명절 인사를 주고 받았다.

 

 주전자 가득 보리차를 끓였다. 입맛이 촌스러워 그런지 나는 보리차가 제일 좋다. 한 번은 올케 언니가 연잎을 넣고 끓인 물을 마신 적이 있는데 좋았던 기억이 있기는 하다. 고종석의 『해피 패밀리』를 주문하면서 읽지 못한 『어루만지다』도 같이 주문하려고 한다. 유안진 시인의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와 정지아의 『숲의 대화』, 김선영의 특별한 배달,현의 번역으로 만나는 『어린 왕자』도 읽고 싶다.  새로운 표지로 나온김선우의 사물들』도 천천히 다시 읽고 싶다. 내가 가진 책은 이제 구간이 되었다. 나는 이 책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읽고 있는 책은,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서간』이다. 『고백』, 『속죄』에 대한 평을 듣기만 했는데 직접 소설을 읽기는 처음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주보고 할 수 없는(소설에서는 어떤 사건들) 이야기를 편지로 주고 받는 내용이다. 표정을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안다. 때로 글은 맨얼굴 그 이상으로 선명하게 주름과 잡티를 보여준다. 글은 때로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는 물이며, 무작정 화내고 쏘아대도 좋을 친구이며, 글은 조각 조각 비밀을 숨겨 놓기 좋은 숨은 그림 찾기라 할 수 있다. 그런 글이 있어 좋다. 글이라는 위로가 있어 좋다. (이렇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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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3-02-07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글이라는 위로가 있어서 저도 좋은걸요!!! 그런데 자목련님 정말 일관되게 책 많이 읽으세요!!!!!
그런데 그런데 어디 아파요??????아프지 말기에요!!!!

자목련 2013-02-07 20:27   좋아요 0 | URL
읽기 보다는 쭉 책을 사고 있어요. ㅎ
<어지럼증>으로 힘든 건 지인이구요.
저는 부실하고, 저질 체력입니다..

2013-02-07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7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러니까 월요일에 나는 두 사람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게는 아주 중요한 메일이었다. 한 사람은 월요일에 메일을 읽자 마자 바로 답장을 보내주었고 전화로도 이야기를 나눴다. 메일로 질문했던 것에 대한 답을 주었고 연락을 못했던 10여 개월에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도 나눴다. 안부를 묻고 나중에 또 연락하자며 통화를 끝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오늘 오후에 답을 주었다. 그 역시 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었다. 두 사람에게 같은 내용의 질문을 한 건 아니다. 차마 부끄러워 이곳에 밝힐 수 없지만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원했던 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일까. 울적하고 울적하다.

 

 이런 기분을 전환시키려면 뭔가 사야 하는데 자제 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그냥 책을 담기만 한다. 곁에 두었으므로 곧 읽게 될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그치지 않는 비』, 창비에서 나온 『덧없는 환영들』은 제목과 표지가 이 저녁의 나를 위로한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지만 여기까지. 소설가 이혜경의 산문집 『그냥 걷다가, 문득』은 왠지 다정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읽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은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읽는 강성은의 시집 『구두를 싣고 잠이 들었다』와 박연준의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그리고 좋은 리뷰를 쓸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 장승리의 시집 『무표정』, 과 박준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다. 나열한 시집은 아주 오랜 시간 내가 아끼게 될 것 같다. 당신들의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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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왔다. 먼 길을 떠났다 돌아온 것처럼 내 방, 내 책상이 낯설다. 넓은 공간에 있다가 와서 그런가, 이 공간이 아주 작에 느껴진다. 어젯밤 도착하자 마자 싸들고 온 옷가지들을 세탁기에 넣고 큰 주전자 가득 물을 끓였다. 집을 비운 사이 도착한 책을 보고 내가 올 때를 맞춰 친구가 보낸 상주 곶감을 먹으며 익숙한 소파에 기대어 드라마를 보고 읽히지 않는 책을 읽다 잠이 들었다.

 

 병원과 은행에 다녀왔다. 은행에서 사은품으로 건네는 상자가 무릎 담요라는 사실에, 치약으로 교환해 달라고 말했다. 내게 필요한 건 치약이니까.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였더니 무릎 담요를 받아올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스친다.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는 무릎 담요들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아침이다. 메일을 확인하고 이웃 서재의 글을 읽는다. 아직 읽지 못했던 책과 알지 못했던 책 소식을 듣고 몇 권을 고른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왔다. 김애란의 수상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우수상 수상작은 책 소개를 보고서야 알았다. 나의 시선은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보다 김이설 , 승숙, 천운영의 이름에 멈춘다. 김애란은 최연소 이상문학상 수상작가가 되었다. 『비행운』 은 몇 편만 읽었다. 구보 미스미의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사이먼 밴 부이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 리디아 플렘의 『수런거리는 유산들』은 제목에 이어 표지도 멋지다.

 

 

 

 

 

 

 

 

 

 

 

 

 

 

 

 

 

 

 

 이상 문학상 수상작품에 실린 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이설, 염승숙, 천운영, 이장욱도 소설집도 생각난다. 김이설의 <흉몽>은 문지웹지의 1월의 소설로도 선정되었다.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기다리는 시간은 연인을 대하는 듯 떨리고 설렌다. 천운영의 소설집은 문학동네에서 새단장으로 나왔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장욱의 소설집도 곧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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