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행복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일이다. 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아침에 일어나 한편씩 야금야금 읽었다. 매일 아침 축복의 꽃비가 침실에 내려왔다.  

고인이 되신 장영희 선생님의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올 5월에 발간되었다.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장애를 극복하고 암투병도 견뎌내신 선생님의 삶은 보통의 사람들이 감당하기엔 벅찬 삶이었단 생각을 했었다. 그 모든 불리한 것들을 이겨내고 늘 긍정적이고 희망을 노래하는 선생님의 글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세잎클로버, 네잎클로버가 행운이라면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라며 우리 주번에 늘 행복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신다. 정말 찾기 힘든 행운을 찾기 위해 찾기 쉬운 행복을 등한시하는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주는 글이다. 

우리들 일상의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 하나 하나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선생님의 글은 좀 더 신중하고 세심하고 겸손하며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 준다.  

죽음을 앞두고 요양원을 찾아가는 노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해준 택시 기사의 이야기는 그의 사소한 배려심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려준다. 더운 여름 짜증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미소짓고 자신의 일이 아니어도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있어 행복할 수 있다는 글은 가슴 뭉쿨하게 만든다. 숨어 있는 눈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는 글은 나도 모르게 진한 감동은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걸 깨닫게 한다. 

하루 하루 지친다고 생각할때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하루 하루가 행복했다. 아, 맞아. 인생의 모든 그 어떤 순간도 헛된 것들은 없는거야.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고, 나는 그것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할 가치가 있는 것이지. 소중하게 보낸 하루가 그 어떤날 나에게도 위대한 일을 해낼 어떤 순간을 만나게 할 것이야. 또 내가 옆 사람을 위해 웃어주면 그도 그 옆 사람을 위해 웃어주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하면 된다'라고 아무리 아우성쳐도, 안 되는 일은 안된다. 둥근 새의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라고 생각하는 지혜가 새롭다. 때로는 포기도 미덕이기 때문이다.(118쪽)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가볍게 포기할 수 있게 만든 글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 '내가 잘할 수있는 일은 무얼까'를 생각하는 일이 주어졌다. 오늘부터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를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따뜻하고 정감어린 글들도 좋았지만 이 글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육성 창작 추모곡 미니 CD가 수록되어 있다.  

낙엽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에 딱 좋은 책이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마음이 흐뭇해지고 따뜻해진다.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지 못하는 선생님의 그리움에 조금은 쓸쓸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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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침에 잠에서 깨는 게 고역이예요.
늦게까지 깨어있을 수는 있는데,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자신 없어요.
꼭 아침 일찍 일어날 일이 있으면,밤을 꼴딱 새곤 하죠~^^

전 장영희님 강의하시는 걸 몇번 들었는데 말이죠.
진짜 카리스마 작렬이었어요~^^

꿈꾸는섬 2010-11-01 01:00   좋아요 0 | URL
와~~강의도 들으셨군요. 전 책으로만 만나봤어요. 너무 부러워요. 나무꾼님.

저도 아침 잠이 많아요. 우리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 저를 깨워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때 내 몸을 숨겨줄만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행운이다. 모두에게 그런 장소가 나타날리는 없을테지만 내게도 가끔 그런 위로와 위안을 받을만한 장소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난 주인공처럼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 6살에 청량리역에 버려진 기억을 갖고 있는 아이, 수차례 자살미수에 급기야 죽어버린 엄마, 아빠의 재혼, 동화 속 계모와는 절대로 다를 것이라는 아빠, 하지만 아이의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새엄마와의 마찰을 피해 자신의 방에 숨어 들듯 살아가는 주인공, 게다가 여동생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다. 정말 끝까지 비참하게 만들었던 아빠, 여동생의 성폭행범은 다름아닌 아빠라는 사실. 이 모든 사실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이렇게 처참한 주인공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끔찍하다.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끝내 엄마는 자살을 하고 아빠는 아동성폭행범이고 새엄마는 동화 속 악랄한 계모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에게 위저드 베이커리가 있다는 사실,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함께 공존한다는 발상은 참 마음에 든다. 빵을 만들어내는 제빵사가 다름 아닌 마법사, 우주의 질서와 균형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가 매력적이다. 그의 옆을 지키는 파랑새 소녀.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빵을 주문한다. 마법사는 비싼 돈을 받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준다. 그것의 부작용은 늘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장난삼아 그런 일들을 헤치운다. 그리고 후회한다. 그게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좋고 나쁨을 분명히 알지만 우선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주인공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는 마법사,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 경우와 사용하지 않은 경우의 수가 주어진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시간을 지우고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내게 재생의 시간은 주어지지만 다르게 살아가야한다는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잘못된 인생을 또다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인 셈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모든 세상의 비참함이 똘똘 뭉쳐진 주인공에 대해서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불행해도 너무 불행한 아이, 이런 건 좀 작위적이지 않는가. 그래도 다행인건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갈 용기가 있는 아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날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아니다. 내 인생에선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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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0-1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랜만에 놀려 왔지요? 잘 계시지요?
이곳은 많이 추워요. 한국도 많이 춥겠지요?
감기 조심하세요.^^

꿈꾸는섬 2010-10-14 11:57   좋아요 0 | URL
후애님 잘 계셨죠?
어느새 가을인데 곧 겨울이 올 것 같아요.
여긴 많이 춥진 않고 조금 서늘해요.
후애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후애님 서재에 들러서 재미난 아이콘들 보며 한참 웃다 왔어요.^^

양철나무꾼 2010-10-1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작년에 아들 필독서여서 재밌게 읽었어요.

그쵸?
인생에서 가끔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도 좋겠지만,
그런 장소 따윈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0-14 11:58   좋아요 0 | URL
ㅎㅎ전 무스탕님이 선물하셔서 읽게 되었네요.
재밌긴 했지만 세상 어딘가에 주인공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참 많이 아팠어요.

ㅎㅎ위저드 베이커리를 모르고 사는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세실 2010-10-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이중, 삼중고가 있는건 참 마음 아파요.
얼마나 힘들까요....
전 그냥 시간이 날때 편히 쉴 수 있는 단골 카페 있는 것으로 위안 삼을래요.

꿈꾸는섬 2010-10-15 12:35   좋아요 0 | URL
단골 카페...저도 그런 곳이 있었는데...지금도 그곳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2010-10-14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10-1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의 삶이 참으로 어이없음이네요.
얼마나 비참함을 느낄까요?
그것도 반복되고 쌓이는 불행의 연속이라니......
자연스럽게가 좋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자연만 같아라, 자연을 좀 닮아라. ㅎㅎ

꿈꾸는섬 2010-10-15 12:37   좋아요 0 | URL
ㅎㅎ자연스럽게...그렇죠. 자연만 같으면 좋겠어요.^^

비극적인 주인공들이 참 많잖아요. 근데 요 녀석은 그 비극이 하나도 아니고 몇개가 똘똘 뭉쳐 있어요.ㅜㅜ 이런 아이가 세상에 있다면 정말 어찌 살아갈까 걱정이에요.ㅜ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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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아름답지 않았던 과거 속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과거들 속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상처와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들을 서로가 보듬으며 끌어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처투성이의 젊은 날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좋아해,라는 말을 하고는 내 십년 후를 생각할 때만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때의 그 기쁨만큼이라고도 한다. 또 그때의 그 슬픔만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때의 그 절망만큼이라고 그가 말한다.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로 미래와 기쁨과 슬픔과 절망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떠올리는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가 공허한 목소리로 어서 세월이 많이 흘러갔으면 좋겠다,......용서할 수는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 아주 힘센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 

한다. 그래, 세월이 많이 흘러야만 가능한 것들이 분명 있다. 용서는 할 수 없어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생겨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우리가 강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끊어버린 윤, 언니의 발레리나의 꿈을 좌절시키고 심지어 언니의 삶을 지켜내지 못한 미루, 세상과의 소통을 바라지만 뜻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명서, 윤을 향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의문사 당한 단, 젊은 네 청춘의 모습은 생기발랄하지도 명랑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우울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자신이 먹은 것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미루, 군에서의 외로움을 편지로 달래는 단, 하루 2~3시간 거리를 걸어다니는 윤, 시위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카메라를 늘 지니고 다니는 명서. 그들 나름의 몸부림은 그들의 우정으로 극복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도 그리 오래 가진 못한다. 단과 미루의 죽음으로 윤과 명서는 상처를 끌어안아야만 했고, 그 둘은 그것을 치유할 수 있을만큼 나이를 먹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힘도 세지 않았다. 그들의 상처는 고스란히 갈색노트와 그들이 부치지 못한 편지에 담겨 봉인된다. 봉인이 풀리게 되는 그날 그들의 상처가 아물었을지는 모르겠다.

죽음의 막바지에 이른 윤교수를 찾은 윤,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명서를 보며 함께 아파한다. 그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모습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얼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그둘이 함께 그들의 청춘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오히려 그 둘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지는 않겠는가 말이다. 명서는 함께 하자는 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짐을 옮기지는 않고 만나면 포옹을 한다. 포옹하는 젊은이들, 그들 스스로의 상처를 누군가의 가슴으로 받아 안는 것도 서로에게 치유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을 한다. 그러니 윤이 그가 있는 그곳으로 얼른 찾아갔으면 좋겠단 생각도 하게 된다. 

시대의 우울함-민주화투쟁, 실족사, 군 의문사-을 관통하는 그들의 청춘은 더 우울하고 상처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답 지어지는 것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방황은 그들만의 포옹으로 끝마쳐야할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만 할 것이다. 

젊음은 그런 것 같다. 끝없이 사유하고 행동하지만 한없이 약하고 부러지기 쉬운 그래서 상처가 잘 나는 그런 시절인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강해지고 단단해지며 상처가 나도 잘 아무는 그런 시절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젊은 날의 상처와 아픔의 기억들도 아름답게 우리들에게 울려올 것 같다. 맑고 투명한 종소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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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3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이 별 다섯개 꽉꽉 눌러채운 평점을 보라~^^

꿈꾸는섬 2010-08-31 23:42   좋아요 0 | URL
저 아직 리뷰 못 썼었어요. 이제 다시 쓰려는데 나무꾼님 언제 오셨어요?
에고...부끄러워요. 근데, 전 별 다섯개를 줘도 안 아깝더라구요.^^

같은하늘 2010-08-3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쓰려다 말았다는...ㅎㅎ

꿈꾸는섬 2010-09-01 00:00   좋아요 0 | URL
앗, 저는 지금 쓰는 중이에요. 같은하늘님도 읽으셨군요. 전 좋았는데 어땠어요?

yamoo 2010-09-0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자, 읽으신 분들 어여어여 리뷰를 쓰자구요^^

꿈꾸는섬 2010-09-02 02:35   좋아요 0 | URL
ㅎㅎㅎ8월31일이 이벤트 마감 아니었나요?

yamoo 2010-09-02 23:16   좋아요 0 | URL
이벤트 어디서 하는지도 몰라요..ㅎㅎ 리뷰 쓰신 분 글읽고 싶어서요..ㅎㅎ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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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푸른책들 네버엔딩 스토리 19번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를 읽으며 중2때 담임선생님을 떠올렸다. 

책을 읽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또 중2에 걸맞는 책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닥치는대로 책을 읽던 시절이었다. 그때 담임을 맡았던 최선생님의 담당과목은 도덕, 도덕 선생님하면 사실 엄청 지루하고 고리타분할 거라는 생각을 할 것 이다. 하지만 최선생님의 경우, 나의 사고나 가치관 형성에 참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이셨다. 최선생님 덕분에 나름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도 생겼고, 우리 역사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최선생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참혹하게 살아왔는지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하셨었다. 나라를 빼앗긴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말과 글도 쓰지 못하게 했고 창씨개명, 마루타 그리고 위안부. 

사실 어느샌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었다. 몇해전까지만해도 종종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 요구 등을 보도하는 시사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어디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도통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우리들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수줍은 꽃처녀들을 함부로 짓밟았던 일본을 잊어가고 있었던 것은 목소리 높여 외치던 할머니들 한분 한분이 떠나가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모래 시계를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처럼 점점이 흩어져 가고  그렇게 모래 한알 남지 않은 모래 시계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황을 강연하시던 황금주 할머니를 모델로 쓴 글이라 더 실감이 나지만 한편으로 가슴 한켠이 아리고,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리 높여 자신들을 짓밟은 일본을 향해 소리를 지르던 당당한 할머니가 더이상 그럴 힘이 없어지고 현실의 세계에서 자꾸만 발을 빼고 달아나려고 하시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그렇게 할머니들은 더 나이가 들어가고 병에 걸리고 또 죽음을 맞이하신다. 

결국 우린 그렇게 위안부 할머니들을 잊고 말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수치심에 고향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내내 숨죽이고 숨어 살아야만 했던 할머니들 한분 한분을 생각하면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든 보상해드려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그리고 그 일을 우리 다음세대에게도 알리는 일일 것이다. 그들의 만행을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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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2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계절에서 나온 꽃할머니는 그림만 봐도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권윤덕님의 그림이죠.

꿈꾸는섬 2010-08-25 01:33   좋아요 0 | URL
사계절에서 나온 꽃할머니도 찾아봐야겠네요.^^

양철나무꾼 2010-08-2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보단 좋은 샘이 조금 위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아들이 지금 중2인데,학교만 갔다오면...
국어선생님 얘기를 해요.
국어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국어가 일주일 내내 들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대요~
책도 이 선생님이 언급하시는 건 꼭 찾아읽고~
이 선생님이 언급하시는 책을 거의 다 가지고 있어,아들에게 줏가가 마구마구 올라가요~^^

그 선생님이 요즘 이 책 말씀하셨다길래 눈여겨 봅니다~^^

꿈꾸는섬 2010-08-25 01:35   좋아요 0 | URL
아직 안 주무셨어요? 내일 출근하시려면 피곤하실텐데......그래도 반갑네요.^^

아드님이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다행스럽네요. 좋은 선생님의 좋은 영향을 듬뿍 받으니 잘 자랄 것 같아요.^^ 물론 엄마부터 좋은 엄마죠.ㅎㅎ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네요.^^

책가방 2010-08-25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꽃할머니)는 갖고 있는데 이 책은 없네요.
절대 잊으면 안되는 역사이기에 아이들에게도 꼭 읽혀보고 싶어요..^^

꿈꾸는섬 2010-08-25 01:47   좋아요 0 | URL
11세 이상 권장도서라네요.^^
전 꽃할머니를 찾아봐야겠어요.^^

책가방 2010-08-25 01:59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은 13살, 15살인걸요...ㅎㅎㅎ

같은하늘 2010-08-25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절대로 잊으면 안되는 일이예요.
하지만 너무 아파서 잊고 싶은 일이기도 해요.

꿈꾸는섬 2010-08-25 12:12   좋아요 0 | URL
네 절대 잊지말고 우리 다음세대에까지 계속해서 알리도록 함께 노력해요.^^

마녀고양이 2010-08-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 모래시계가 되신거죠?
지난번 순오기 언니네 서재에서 본 책 같긴 한데...

꿈꾸는섬 2010-08-25 12:14   좋아요 0 | URL
모래시계 속 모래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듯 할머니들 한분한분 이세상을 떠나가고 계시기때문이죠. 리뷰가 너무 엉터리죠.^^ 읽은지는 좀 됐는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거 집어 들어 쓰는데 글이 잘 안써지더라구요. 죄송^^

마녀고양이 2010-08-26 08:44   좋아요 0 | URL
아,,,, 모래알처럼 한분한분 떠나가시는.
더 슬퍼지네요. ㅠㅠ
 
토이스토리 3 - Toy Story 3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벌써 며칠째 토이스토리3를 보러 가자고 조른다. 

어찌어찌 미루다보니 아들은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갔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 약속이 미루어졌고, 남편은 남편대로 볼 일을 보러 나갔다 오겠단다. 그래서 무작정 애들 데리고 극장으로 향했다. 

일요일 아침 극장엔 사람들로 복잡하다. 일요일 아침 조조 영화는 사람들이 무척 많구나. 예약을 하고 올걸 그랬다. 그러고보니 할인카드로 할인도 못받았다.ㅜㅜ  시간에 쫓게 카드 한장 달랑 내밀어 결제하고 바로 올라가 팝콘사서 들어갔더니 극장 안에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맨앞자리를 제외한 자리가 가득찼다. 

그바람에 현수는 내랑 함께 앉아 보았고, 나는 거의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팝콘은 줄줄 쏟아지고 음료수는 내 바지 위로 뚝뚝 흐르고 정말 그곳이 극장이 아니었으면 싶었다. 현준인 게다가 큰소리로 질문하고 내 옆자리 아줌마의 날카로운 눈빛이 3D안경 너머로 보이는 듯 했다. 

3D영화라 관람료도 비쌌지만 현수 덕분에 3D영화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안경은 썼다 벗었다 에고 귀찮아라. 다음부턴 3D영화 보러 가기 싫은 지경에 이르렀다. 

개구쟁이 소년 앤디가 어느새 17살 대학생이 되었다. 이제 장난감과 안녕, 장난감들은 앤디와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뿐인데, 앤디는 그럴 시간이 없다. 대학교 기숙사로 떠나야하는 앤디의 짐을 정리하는 도중 엄마의 착오로 버려지게 되고 장난감들은 앤디를 오해한다. 그래도 역시나 우리의 해결사 우드, 멋지게 장난감들을 구출한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 그들을 사랑으로 아껴주며 놀아줄 소녀 버디, 이제 우리 아들에게도 그런 애착을 갖는 장난감이 생길 것이고 앞으로 아들도 장난감과 함께 성장해나갈 것을 생각하니 역시 즐거운 영화였다. 게다가 장난감들에게 생명력이 있다는 걸 믿는 눈치다. 장난감들도 상처를 받는다는 걸 생각한다면 아마도 소중하게 잘 다루어줄 것 같다. 

엄마에겐 정신없는 극장 나들이가 애들에겐 즐거웠던 듯, 집에 돌아와서도 즐거워보인다. 장난감 놀이에 한창 정신이 팔려있다. 애들은 애들답게 놀아주어야 하기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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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0-08-2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욜엔 솔트보고 토욜엔 토이스토리 봤네요.
솔트는 15세 관람가 였지만 6학년 작은딸도 함께 봤어요.
아이들이 어릴땐 여러가지 힘든 일이 많죠.
오죽했으면 애들 둘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외출하느니 차라리 완전군장을 하겠다고 했을까..ㅋ
그래도 힘든 일이 많은 만큼 웃을 일도 많잖아요...^^
아이들이 크면... 정신적으로는 공허해지고 육체적으로는 많이 편해진답니다..ㅎㅎ

꿈꾸는섬 2010-08-23 09:26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그나마 전 자가용으로 외출했으니 덜 힘들었던거죠.
아이들 크면 정신적으로 공허해지고 육체적으로 편해진다는 말이 와닿네요. 품안에 있을때 더 많이 놀아줘야겠어요.^^

순오기 2010-08-2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애들 어릴땐 영화보러 못 다녔어요. 셋을 키우다 보니 육아기간이 10년이었다는...
하지만 지금은 그때 못 본 걸 보상하듯 맘만 동하면 갑니다.
현수와 현준이가 재밌게 보고 돌아와 장난감 놀이를 했군요.ㅋㅋ
요건 지난 주말 학교 아이들 18명 데리고 가서 봤어요.
다행이 어머니 한분이 인솔자로 따라와 주셔서~ 아이들 원하는대로 3가지로 나누어 봤어요. 3D 아니어도 좋았어요. 햇살마을 아이들이 장난감을 함부로 다루는 설정만 맘에 안 들었지만...
아~ 같은 글이 두 개 올라왔어요. 아래에도...

꿈꾸는섬 2010-08-23 09:30   좋아요 0 | URL
애들 셋...정말 대단하셔요.^^
그나마 전 애가 둘이니 6년...요새는 둘 데리고 외출도 간혹하고 영화도 보러 다니니 제가 훨씬 나은 상황인거죠.^^
3D가 오히려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저희 동네에선 3D 상영만 하거든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맞아요. 햇삿마을 아이들...꼭 그럴 것 같진 않은데 말이죠.

먼저 등록했을때 에러가 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재등록을 했는데 두개가 올라왔군요. 아래글은 삭제했어요.

마녀고양이 2010-08-2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현수는 헤이리의 <딸기가 좋아> 쪽이 아직은 훨씬 어울리네요. ㅋㄷㅋㄷ
일산이랑 남양주랑 가까우면 참 좋을건데.... 그져~

꿈꾸는섬 2010-08-23 14:4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좀 멀어요.^^

같은하늘 2010-08-25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큰 아아이게 보여준다고 약속했는데...
언제까지 상영하려나...

꿈꾸는섬 2010-08-25 12:22   좋아요 0 | URL
워낙 토이스토리는 인기가 많으니 오래하지 않을까요? 앗, 그래도 벌써 한참 되긴 했네요. 얼른 가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