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데리러가면 늘 집에 돌아가기 전에 유치원 놀이터에서 잠깐씩 놀다가 간다. 며칠 아파서 차량으로 등하원을 시켰더니 놀이터에서 노는게 더 애닲았던 것 같아 오늘은 날도 좋아 신나게 놀게 놔두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늘 정해져 있는데 6살 한성이, 동생 4살 한강이, 6살 다은이, 6살 예은이, 그리고 5살 현준이, 3살 현수.
아이들이 늘 사이좋게 놀 수만은 없겠지만 한성이가 자기 엄마에게 달려와서는 현준이가 얼굴을 꼬집어 아프다며 우는 것이다. 그걸 본 난 당연히 현준이에게 화가났고, 얼른 미끄럼틀에서 내려와 엄마한테 오라고 했는데 현준이는 그자리에서 얼어붙었었다.
한성이 말이, 파란색 미끄럼틀을 타려고하는데 현준이가 비키지 않아서 빨리 타라고 말했는데 자기 얼굴을 꼬집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구 울었다.
현준이에게 화가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혼내진 않는데도 현준이가 우선 겁을 먹은 것도 같고 뭔가 억울한듯 삐죽거리는 것도 같았다. 그래서 다가가서 물어보는데 현준이 말은 이렇다.
한강이가 타고 그다음에 현수가 타고 그다음에 자기가 기다리는데 한성이가 빨리 안탄다고 엉덩이를 먼저 때렸단다. 그래서 얼굴을 꼬집은거라고......내가 아는 현준이는 그렇다. 누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먼저 때리지는 않는다. 황급하게 아이들 데리고 가는 한성이네 불러세워 한성이에게 확인하는데 한성이는 자긴 때린 적없고 말로만 했단다. 그런데도 현준이 굽히지 않고 형이 먼저 엉덩이 때렸잖아. 그런다. 그러니까 한성이 한다는 말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러더니 운다. 이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한성이 엄마는 무조건 화해를 시키려고 하는데 나는 아이들이 이해하는 선에서 화해가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한성이는 엄마가 하라는대로 다음부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자고 하는데 현준인 여전히 화가나있어서 화해가 될리가 없었다.
우선 보내놓고 다시 현준이와 얘기하며 엄만 현준이 말을 믿는다. 현준이가 먼저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다음부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형을 꼬집은건 잘못한거니까 미안하자고 하자. 그랬더니 선뜻 그러겠단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내려오며 바로 한성이네 들러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음부터 사이좋게 지내자고 마무리를 지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마음이 편지않은건 혹시 현준이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현준이가 현수에게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겐 함부로 하지 않는데, 아무 이유없이 나쁜 행동을 하진 않는데......생각이 들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지어낸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어서 조금은 미안하기도하고, 그런데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아들, 엄마가 아들을 믿어야하는거지? 지금 이순간부턴 이 일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을게. 미안. 그냥 너를 믿을게. 너도 엄마가 믿는만큼 잘 자라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