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현준이의 비염과 중이염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다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던 듯 요새 병원과 약만 생각했던 것 같다. 현준이에게 내가 너무 소홀했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아침에 문득 현준이가
"엄마, 난 싸움놀이 하기 싫은데 친구들이 자꾸 건드려."
그럼 "하지마"하고 얘기해.
"그래도 자꾸 건드려. 싫은데 하지 말라고 몇번을 얘기해도 자꾸 해."
그럼 "선생님께 말씀 드려. 친구가 귀찮게 한다고."
"엄마, 일르면 안돼. 일르면 나쁜 사람이 된대."
뭐라고. "누가 그래?"
"선생님이 그랬어. 일르면 안된다고. 그럼 나쁘대."
이 얘기는 벌써 여러번 반복되던 얘기였는데 오늘은 내가 예민해서였는지 아니면 이런 반복된 얘기가 싫어서였는지 선생님을 만나면 한번 얘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아침에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일르면 안된다고 하면 현준이는 누구의 보호를 받아야하는건지" 또 아이들 상황에 선생님은 어떻게 대처해주시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솔직히 "일르면 안돼. 나쁜 사람돼."라는 말이 나는 너무 싫었다. 아이들 스스로가 감당이 안될때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고, 매번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때 아이는 귀찮고 싫어도 매번 자기가 감당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지 않는가.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아이인데......
선생님에게도 나름의 교육관이 있고,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해야할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길 바란다는 건 알겠지만 다섯살 아이에겐 무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론 선생님이 개입하는 걸 꺼리는 것이 왠지 방치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매번 반복되는 얘기였는데 이 얘길 오늘 처음 들은 사람마냥 흥분을 했었는지, 나도 좀 조리있게 차분하게 말했다면 좋았을 것을......선생님에겐 좀 미안하다.
여하튼 선생님이 바뀌고 아이가 혼란스러워하던 시기는 조금 지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생님 속을 알 수도 없고 전 선생님이 계속 했다면 좋았을거라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본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오후에 만난 선생님 자신도 생각을 많이 했다고 아이들을 너무 큰 아이들 대하듯 했던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앞으론 중재를 잘 하겠다고 얘기해주셔서 고마웠다.
유치원에 보내면서 너무 많은 것들에 예민하게 굴지 말아야지, 너무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보지 말아야지, 선생님을 믿어야지 했는데 너무 아이에게 치중해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나도 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래도 아이가 스트레스 받는 게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