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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는 날 ㅣ 이원수 문학 시리즈 5
이원수 지음 / 웅진주니어 / 1997년 11월
평점 :
이원수 님이 쓰신 다양한 주제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슬며시 웃음짓기고 하고, 이야기가 주는 교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엄마 없는 날」을 보면서 아직 제 곁에서 잘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유치원 보낼 일이 걱정인 둘째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이제 곧 유치원에 들어가면 몇 시간씩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과연 영이처럼 의젓하게 잘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되네요.
영이는 가는 길에 신호등도 잘 건너고 집에 돌아올 때는 신호등의 파란 불이 깜박거릴 때 건너지 않고 기다릴 줄도 아는군요. 밤이 되면 아이들이 엄마를 찾게 되는 것처럼 영이도 엄마를 많이 생각하는데 그 열망이 달을 엄마의 얼굴로 변하게 만들기도 하죠. 이틀동안 엄마를 보지 못하게 된 아이의 일상을 잘 표현한 작품이예요.
가장 가슴에 남는 이야기는 '불새의 춤'입니다. 작가는 두루미 무용단을 이끄는 원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부르조아 사회에서의 지배계층의 논리와 억압받는 쪽의 고통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춤은 예술이라며, 먹이에만 마음을 쓰는 것은 좋지않다며 몸이 가벼워야 춤을 추기에 좋다는 구실로 두루미들의 배를 골게 합니다. 달아날 길도 없고, 먹이도 양껏 얻어먹지 못하고, 매까지 맞아야 하는 두루미들의 신세는 노예와 다를 바가 없더군요.
원장은 겉으로는 그럴듯한 말로 두루미를 현혹시키지만 그들이 열심히 춤을 추어도 약속 같은 것은 내팽게 쳐버리지요. 아, 28호가 온 몸에 불을 붙이는 장면에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전태일'이었습니다. 고통받는 노동자의 삶을 고발하기 위해 분신자살을 택한 전태일 또한 28호가 마지막으로 남긴 '얼음 같은 심장을 녹이시오."과 같은 말을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아직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전태일이라는 인물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지라 좀 더 큰 후에 이 이야기를 다시 읽어주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합니다.
장군의 화경이라는 단편에서는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어른들의 위선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하라고 하지 않아도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합니다. 장군님은 부하들에게 당당하게 폭격을 명령하면서 아이들에게는 개미들을 폭격하는 것이 잔인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동화책을 아이들뿐만 아이라 어른들도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동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고 반성하여야 할 점은 반성하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 나간다면 이 다음에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것 입니다.
-2004-02-22 에 쓴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