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마왕과 이반왕자 - 웅진그림동화 4 작은 책마을 11
이현정 옮김 / 웅진주니어 / 199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는 네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하나 하나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 속에 실린 삽화가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올가 콘다코바'는 이 책으로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고유의 의상도 눈에 띄는데,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체로 옷을 입은 모양새가 두툼한 것이 그림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어렸을 때 언제가 한 번은 본 듯한 내용들이라서 나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초등학교 일학년인 아이의 학교에서 2학년 권장도서로 지정되어서 이른감이 있지만 올 해에 구입했다. 내용이 제법 긴 편이라도 아이 혼자서 보곤 하는 걸 보면 아이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이는 제목에 나오는 '폭풍마왕과 이반왕자'가 가장 재미있단다. 그 이야기에서 피를 나눈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공을 다투어 동생을 버리는 형들을 보고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의 '은쟁반과 사과'에서도 두 언니가 막내딸을 죽이는 장면이 나왔다. 형제들이 등장하는 옛이야기 대부분을 보면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핍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다.

-2003-11월에 쓴 리뷰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6-12-15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표지를 볼 수 없어 아쉽네요

마노아 2006-12-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림이 궁금했는데 이미지가 안 떠요ㅠ.ㅠ

아영엄마 2006-12-16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오래 된 책도 아닌데(아, 한 십년 됐네요..^^;;) 이미지가 없네요.
 
엄마 없는 날 이원수 문학 시리즈 5
이원수 지음 / 웅진주니어 / 199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원수 님이 쓰신 다양한 주제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슬며시 웃음짓기고 하고, 이야기가 주는 교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엄마 없는 날」을 보면서 아직 제 곁에서 잘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유치원 보낼 일이 걱정인 둘째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이제 곧 유치원에 들어가면 몇 시간씩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과연 영이처럼 의젓하게 잘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되네요.

영이는 가는 길에 신호등도 잘 건너고 집에 돌아올 때는 신호등의 파란 불이 깜박거릴 때 건너지 않고 기다릴 줄도 아는군요. 밤이 되면 아이들이 엄마를 찾게 되는 것처럼 영이도 엄마를 많이 생각하는데 그 열망이 달을 엄마의 얼굴로 변하게 만들기도 하죠. 이틀동안 엄마를 보지 못하게 된 아이의 일상을 잘 표현한 작품이예요.

 가장 가슴에 남는 이야기는 '불새의 춤'입니다. 작가는 두루미 무용단을 이끄는 원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부르조아 사회에서의 지배계층의 논리와 억압받는 쪽의 고통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춤은 예술이라며, 먹이에만 마음을 쓰는 것은 좋지않다며 몸이 가벼워야 춤을 추기에 좋다는 구실로 두루미들의 배를 골게 합니다. 달아날 길도 없고, 먹이도 양껏 얻어먹지 못하고, 매까지 맞아야 하는 두루미들의 신세는 노예와 다를 바가 없더군요.

 원장은 겉으로는 그럴듯한 말로 두루미를 현혹시키지만 그들이 열심히 춤을 추어도 약속 같은 것은 내팽게 쳐버리지요. 아, 28호가 온 몸에 불을 붙이는 장면에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전태일'이었습니다. 고통받는 노동자의 삶을 고발하기 위해 분신자살을 택한 전태일 또한 28호가 마지막으로 남긴 '얼음 같은 심장을 녹이시오."과 같은 말을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아직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전태일이라는 인물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지라 좀 더 큰 후에 이 이야기를 다시 읽어주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합니다.

 장군의 화경이라는 단편에서는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어른들의 위선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하라고 하지 않아도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합니다. 장군님은 부하들에게 당당하게 폭격을 명령하면서 아이들에게는 개미들을 폭격하는 것이 잔인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동화책을 아이들뿐만 아이라 어른들도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동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고 반성하여야 할 점은 반성하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 나간다면 이 다음에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것 입니다.

-2004-02-22 에 쓴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퀴즈 왕들의 비밀 동화 보물창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이현숙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팀을 이루어 뉴욕 주 퀴즈 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네 명의 아이들의 내면의 심리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성장 동화. 지역 예선전에서조차 우승한 적이 없던 중학교 학생, 그것도 6학년임에도 불구하고(8학년까지 있음) 퀴즈 대회 결승전에 오르는 파란을 몰고 온 팀인 '영혼들'에 관한 이야기다. 관계가 서로 맞물려 있는 네 명의 아이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각각 들려주고 있는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흩어져 있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이 네 명의 관계를 연결시킬 수 있게 된다. 퀴즈 대회를 앞두고 올린스키 선생님은 반 아이들 중에서 출전할 학생 네 명을 뽑아 한 팀을 이루게 되는데 이들이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쉽지만은 않다.

 흔히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표현을 하는데 아이들은 이런 저런 난관에 부딪히거나 좌절을 겪는 등 나름대로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가족을 떠나 색다른 경험을 하기도 하고, 가족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변 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조금씩 자라나게 된다.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와 지식들은 이후 퀴즈 대회에서 빛을 발한다. 

 노아는 여름 방학 때 조부모가 계신 마을에서 마을의 노인들이 주도하는 결혼식 준비에 동참하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다. 반면 부모의 이혼으로 한차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나디아는 할아버지의 재혼 상대인 마가렛 할머니와 그녀의 손자를 만나면서 자신이 몰랐던 사실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의 새끼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에탄은 뛰어난 형과 비교되며 지내온 탓에 말 수가 적은 아이로 실링턴 저택으로 이사 온 줄리안을 도와주면서 다과회 초대를 받게 된다.

 에탄이 줄리안에게 선물한 퍼즐처럼, 퍼즐은 한 조각이라도 빠지면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줄리안이 바로 그 한 조각으로 퀴즈 대회에 나갈 팀에 합류하면서 '영혼들'이 비로소 완성 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닌 상처를 우정, 친절, 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치유해 간다. 한편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가진 올린스키 선생님도 이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한다. 6학년인 노아, 나디아, 에탄, 줄리안이 한 팀이 되어 계속 우승하자 팀원을 어떻게 뽑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선생님 역시 완전한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실링턴 저택의 다과회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얽혀 있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 가는 느낌이 든다. 실링턴 저택에 모인 아이들이 생각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하고,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던 자아를 펼쳐 보이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 다과회에 초대받아 보았으면 싶어진다. 원제 "The view from Saturday"인 이 책의 저자 코닉스버그는 뉴베리 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고 하는데 이 작품도 그 중의 하나이다. 제목이 풍기는-흥미진진한 모험 같은-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퀴즈 왕들의 비밀>은 '영혼들'이 대회에 참석하여 상대 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며 그 과정에서 역사, 자연 등 여러 분야의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짱꿀라 2006-12-12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근데 퀴즈라는 것이 재미 있기도 하지만 저는 왠지 경쟁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아서...... 그래도 흥미로운 책 같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또또유스또 2006-12-12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 가서 함 봐야겠어용 아 궁금해라..

아영엄마 2006-12-12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이 책에서는 퀴즈가 주가 되지는 않아요. ^^
유스또님~ 그림책 아니고 5학년 이상 대상의 동화책입니당~

행복희망꿈 2006-12-1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어요. 몰랐던 상식도 같이 배울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아영엄마 2006-12-1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희망꿈님~ 저도 아이들 책 보면서 많이 배운답니다. ^^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 1 - 위인들의 숨겨진 독서 비법을 공개한다 세상을 바꾼 벌레들 3
김문태 지음, 이량덕 그림, 고정욱 기획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서양의 유명한 인물들 중 책벌레로 꼽을만한, 세종 대왕을 비롯하여 총 일곱 명의 위인의 삶과 그들의 독서 비법 등을 담은 책. 학동(생) 앞에서의 강의, 주변인과의 대화 또는 가상 인터뷰 등 각 인물마다 형식을 달리하여 읽는 느낌을 달리 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무수한 난관에 부딪히고 이를 이겨내거나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위인들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의 삶도 평생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으나 책을 통해 얻은 지혜를 통해 그런 점들을 이겨냈던 일곱 명의 책벌레들의 일면을 엿보게 해주며 그들이 어떤 책들을 가까이 했는지도 알려 주고 있다. 

  셋째로 태어나 왕위에 오르게 된 세종대왕은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면서 학식과 지혜를 다져왔기에 성군으로 나라를 잘 다스려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책에 관한 위인으로는 이덕무가 빠질 수 없을 듯 하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로 잘 알려진 이덕무는 서자라는 설움과 가난의 고통을 잊기 위해 책을 읽었다. 특히 머리가 나빠 열 살이 되어서야 간신히 글을 깨쳤던 탓에 바보라 놀림을 받기도 했던 김득신이 좋은 글이나 책을 무수히 되풀이해서 읽은 유명한 일화 또한 아이들에게 놀라움과 큰 감동을 주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서를 한 나폴레옹, 어렵고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실망하지 않고 책을 읽으며 힘을 얻어 대통령으로까지 당선된 링컨, 책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나간 에디슨, 신체적인 장애를 지녔지만 책이라는 통로를 통해 세상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된 헬렌 켈러 등이 들려주는 그들의 삶과 책에 관한 이야기, 즐겨 읽은 책 등은 아이들의 독서 목표나 방향에 많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 현재 읽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청미래>란 작품에도 보면 마리아 테레지아가 딸인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부디 네 머리를 훌륭한 독서로 채우도록 하여라. ..." 라고 주의를 준 대목이 나온다. 불행하게도 마리는 독서시간을 잡담으로 보내 배우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대학 진학에 '논술'이라는 커다란 관문이 등장하면서 독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공부나 논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책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삶의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다. 책과 독서는 우리에게 지식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와 용기, 어렵고 힘든 환경을 이겨나가는데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원천이다. 가끔은 주변에 책이 너무 넘쳐나서 아이들이 책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이 요즘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그 집에 있는 책을 보느라 노는 것이 뒷전이었던 기억이 난다. 책이 비싸고 귀하던 시절에는 책 한 권 한 권이 소중하였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어렸을 때 가난한 탓에 책을 살 수 없었던 링컨 대통령은 빌린 책의 내용을 베껴서 읽곤 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을 본 우리 집 초등 4학년, 큰 아이는 눈병이 나서도 책을 읽고 싶어한 세종대왕과 <백이전>을 억만 번(현대 숫자로는 11만 번)이나 읽은 김득신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한창 자라나고 있는 우리 꼬마 책벌레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좋하고 가까이 하며 이를 통해 살아가면서 겪게 될 힘든 순간이나 어려운 일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지혜와 힘을 얻기 바란다. 참고로 독서 연령을 가늠해보자면 -작은 아이의 반응을 봐선- 초등3학년 정도는 되어야 할 듯 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크아이즈 2006-12-0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책을 읽으면 세상을 이해하게는(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되겠지요. 아영엄마님이 책벌레이니 아영이도 당근 책벌레겠다, 그쵸?^^*

아영엄마 2006-12-09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크아이즈님~ 댓글이 늦었습니다. 님의 말씀처럼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이라도 더 밝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라고 알라딘에 워낙 책벌레들이 많아서 저희집은 명함도 못 내밀지 않을까 싶네요. ^^*

달아이 2006-12-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던가요? 학교 바자회때 이 책을 팔긴 했는데, 정작 읽어보지는 못했어요. 미판매책이 남아 있었으면 학교 도서실에 넣었을 텐데, 다 팔려나가는 바람에... 내용이 괜찮다면 한 권 구입해볼까 싶은데, 아영엄마님, 어때요?

아영엄마 2006-12-1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아이님/동화가 아니니 재미를 찾기 보다는 위인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호기심을 가지면 읽어볼 만 하지 싶습니다. ^^ (독서를 강조하는 시류이다 보니 이런 책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분위기인 듯...)
 
검정 연필 선생님 신나는 책읽기 13
김리리 지음, 한상언 그림 / 창비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학년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 열세 번째 작품. 동화 세 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이 세 편 모두 현실에 판타지를 가미하여 주인공들의 고민이나 소원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어려운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줄만한 도깨비 방망이나 요술 펜 같은 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지 싶다.  고민거리나 갈등 요소 같은 심적인 괴로움을 한 번에 털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는 이런 상상을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을 법한 일과 결합시켜 재미나게 풀어나감으로써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이불 속에서 크르륵>는 맏이라는 이유로 엄마에게 동생들보다 더 꾸중과 핀잔을 많이 듣는 수민이의 이야기다. 거기다 이불에 실례를 하는 탓에 엄마에게 눈총을 받고 동생에게 놀림을 당하는 등 나름대로 설움이 많다.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갔다가 어떤 할머니에게 이불을 사오게 되는데 이 파란 별무늬 이불 속에는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면 소원을 들어주는 꼬마 도깨비가 들어 있지 뭔가~. 수민이는 도깨비에게 소원을 빈 덕분에 가족들에게 예전과 다른 대접과 인정을 받게 되고, 이 이불로 인해 가족들 또한 조금씩 변해 가는데...

  나도 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본의 아니게 나이가 조금 더 많다는 이유로 첫째를 둘째보다 조금 더 나무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언니가 되어 가지고 먼저 모범을 보여야지."라며 아이를 타박하는 수민이 엄마처럼 나도 큰 아이에게 종종 비슷한 말을 하게 된다. 사실 부모는 자신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을 생각지 않고 첫째 아이에게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강요를 하다 보니 아이로서는 서운한 부분도, 속상한 점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창 밖으로 날아간 도깨비가 만약 우리집에 온다면 아이들은 어떤 소원을 빌까 궁금해진다. 부모에게, 혹은 언니/동생에게 서운했던 것, 바라는 점이 각자 있을 터이니 따로따로 속닥거려 볼 참이다.

  <검정 연필 선생님>은 짝인 수연이보다 시험을 잘 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바름이가 새로운 학습지 선생님을 통해 검정 연필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답을 썼을 때만 써지는 연필을 선생님께 건네 받은 바름이는 이 연필 덕분에 수연이에게 신경이 쓰였던 이유를 알게 되지만 기분이 나빠지고 만다. 이 작품에서는 내 자식의 성적을 위해서는 편법도 마다 않는 부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고액을 지불해야 하는 과외선생을 쉿쉿~거리며 수소문하고, 상위권 진입을 위해 아이의 성적을  비밀리에 조작하게 하는 등 내 아이의 앞날을 위해 불법을 가리지 않는 부모들에게서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배우게 될까? 이 책에 나오는 것 같은, 정답만 쓸 수 있는 연필이 있다면 아이의 인생은 순탄하게 술술 풀릴 수 있을까? 인생은 객관식도,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할머니를 훔쳐 간 고양이>는 다른 가치관을 지닌 세대간의 충돌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아들 못 낳는다고 구박받은 것이 한으로 남아 손녀를 사랑하시면서도 툭하면 '고추' 타령, 동생 타령을 하시는 할머니와 이런 할머니가 야속한 사랑이. 엄마에게까지 심통을 부리는 할머니가 미워진 사랑이는 도둑고양이가 무엇이든 훔칠 수 있다는 말에 할머니의 옛날 기억을 몽땅 훔쳐 가달라고 한다. 그렇게만 하면 옛날 타령을 해가며 자기와 엄마를 괴롭히지 않을 것 같았는데 기대와 달리 할머니는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시는데... 

  저자는 다른 가족(여섯 고모네 식구들)들의 기억을 조금씩 훔쳐 할머니의 기억을 되찾는다는 설정을 통해 아이를 하나라도 더 낳길 바라는 할머니의 마음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기억이 사라진 부분에서 조금 어색한 감이 있지만..) 세대마다 조금씩 다른 그 시대의 삶과 가치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쪽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각자의 가치관과 신념, 고정관념 등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비판만 해댄다면 다른 한 쪽과의 갈등이 커지거나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는 가족도, 이 사회도 공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원 들어주는 도깨비, 뭐든지 훔치는 도둑 고양이, 정답만 쓸 수 있는 연필 등의 판타지적인 소재를 현실과 적절하게 엮은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던지 초등2학년인 작은 아이가 잠시라도 이 책을 덮어두는 걸 아쉬워하며 재미있게 보았다. 이 세 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도 상대의 입장과 생각을 수용하고 서로를 조금씩 더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12-02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