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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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닭죽을 먹으러 오라고 한 순간,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그리고 입안 가득 진한 닭죽의 풍미가 느껴지며 냄비에 가득 담긴 닭죽을 마구 퍼먹고 싶은 욕구가 맹렬히 솟구쳤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네'라고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 뭐라고?

 매번 거절만 당하던 엄마가 뜻밖의 대답에 놀라 다시 물었을 때, 나는 울컥 목이 메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 지금 간다고요, 엄마"

천명관의 소설을 처음 접한건 <고래>였는데 방대한 스토리와 파격적인 이야기에 쇼크 좀 먹었더랬죠. 그 이후에 천명관 님의 소설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그리고 이번에 영화화된다길래 책 내용이 새록새록 떠올라 다시 읽었습니다.

 

언제나 따뜻하지만 무언가 비밀을 안고있는 엄마, 영화 흥행에 대실패한 둘째아들,

그리고 감방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큰아들, 이혼과 바람경력 다수인 딸, 거기다 골때리게 막장인 딸의 딸(?) 까지

이들이 평균나이 49세, 고령화가족의 주역들이에요. 

그리고 그들은 서로 엄마의 집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으며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날은 점점 따뜻해졌다.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철길 옆으론 어느새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고 있었다. 집을 떠난지 이십여 년만에 우리 삼남매는 모두 후줄근한 중년이 되어 다시 엄마 곁으로 모여들었다. 일찍이 꿈을 안고 떠났지만 그 꿈은 혹독한 세상살이에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자식들이 장성해 머리가 희끗해져가는 중년이 되었어도 엄마 눈엔 그저 노란 주둥이를 내밀고 먹을 것을더 달라고 짖어대는 제비새끼들처럼 안쓰러워 보였을까? 그래서 비록 자식들이 모두 세상에 나가 무참히 깨지고 돌아왔어도 그저 품을 떠났던 자식들이 다시 돌아온게 기쁘기만 한걸까?

 

서로 다른 인생의 쓴 맛을 보고 엄마집으로 모여든 자식들을 따뜻한 품으로 안아준 엄마.

고달프고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팔을 벌려주는 엄마.

유쾌하고 가벼운 이야기 속에서 이 책이 감동의 무게를 잃지 않는건 이 '엄마 이야기' 때문인듯 합니다. 찡해져요.

천명관 작가는 전작 <고래>를 봐도 느낄 수 있지만 가족애와 여자의 인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소설속에서

 "목욕탕에 가서 여자들의 벗은 몸을 보면 그 몸의 주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아. 그 몸에는 그네들의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쓰여 있거든 나는 거울을 보며 혹독했던 지난시간들이 내 몸 어디에 흔적을 남겼는지 찾아보려고 했다. 뭔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고 아무 흔적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몸에 삶의 흔적을 더 뚜렷하게 남기는 존재인 것 같았다."

라고 전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야기는 희극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중간중간 헤밍웨이의 일대기와 '시'도 나와있어 그냥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들 사이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크게 공감이 가던 터라 더욱 재밌게 읽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부분들도 많았어요. 뭐, 대단한 무언가를 느끼게끔 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 소소한 매력을 전 좋게 느낀것 같습니다. 전작 <고래>가 어쩌면 방대한 이야기 속의 슬픔, 찝찝함 등으로 큰 감동을 느끼게 했다면(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고래>처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고령화 가족>은 상반된 느낌으로 가볍고 소소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하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한 능력 하시는것 같네요 ㅋㅋㅋ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찌질하고 비루한 삶이어도 포기하지 말아라. 상처가 남았어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가져라' 이러한 결심을 하게 만든건 무엇일까요. 고생속에서 손을 내밀어준 엄마의 전화였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이야기도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삶이 힘들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 자신이 LOSER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무엇이든) '엄마의 전화' 와 같은 도움의 손이 내밀어지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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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3
구현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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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엄청나게 재밌는 좀비물을 발견했네요. 작가 이름은 생소한데... 조금 가볍게 오락성으로 읽을만한 이북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어요. <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표지부터가 무서운 좀비떼들을 상상케 하는데요. 역시 글로 읽어서 그런지 공포는 시각적인 것들보단 덜하지만 스릴감과 속도감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내주는 작가의 솜씨는 대단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는 좀비의 갑작스러운 발생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역시 그들의 세력이 확장되어갑니다. 장소는 대학로.

그리고 좀비의 발생과 관계된 그들, 정치인들, 일상적인 사람들 (택배기사, 연지, 콜걸, 뚱보) , 경감과 형사 기자 등 많은 사람들이 얽혀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그는 다시 한 번 문제의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지지직, 하는 소음이 나면서 적외선 카메라가 야간모드로 촬영한 녹색 화면이 모니터를 메웠다. 여자가 좀비에게 물리고, 좀비가 된 여자가 카메라맨을 물고, 물린 카메라맨이 좀비로 변하는 5분 분량의 동양상. 이게, 가짜가 아니란 말이지. 그럼 도대체 저것들은 뭐지? 신종 독극물인가? 바이러스? 도대체 살인 동기가 뭐야?

 

이 책에서 신선한 충격을 느꼈던 장면은 여기서입니다. ↓

 

 남자가 연지의 낡은 스탠드를 들어올려 그대로 여자의 머리통을 갈겼다. 한때 미래와 비전과 사랑을 공유했던 여자의 머리통이 남자의 노골적인 구타로 모로 꺾였다. 그 모습에 남자가 또 한번 비명을 질렀다. 머리가 꺾였는데도 여자는 계속 몸을 움직이며 죄책감과 공포에 휩싸여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자를 덮쳤고, 그의 목덜미를 정확하게 물어뜯었다. 연지는 남자의 얼굴이 여자의 얼굴처럼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방금 전의 다툼을 깡그리 잊고 다시 친밀한 커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좀비가 물고 변해가고 같은 좀비가 생기는 '전염'의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있네요. 그밖에도 호피팬티를 입은 좀비, 목걸이 좀비 등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들도 그려집니다.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모습도 보였고 ..

그냥 재미로 보기에는 놀거리들이 너무나 가득한 좀비소설이었어요. 장면들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표현이 잘 되어 있었고 속도감도 있는게, 꼭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어요. 만약 영화로 만들게 되도 식상한 좀비영화는 안될 것 같아요. '모체' 와 '복제'라는 엄청난 소재가 숨겨져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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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그 삶의 세 이야기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5
헤르만 헤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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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크눌프>라는 제목으로 나오곤하는 헤르만헤세의 짧은 이야기책입니다. 지금 이 <크눌프, 그 삶의 세 이야기>는 Knulp: Drei Geschichten Aus Dem Leben Knulps 라는 독일어 원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부제까지 풀어낸 제목이 더 맘에 들어요. 책 내용은 이름 대로 크눌프의 세가지 이야기입니다.

1. 초봄 2. 크눌프에 대한 회상 3. 종말

이렇게 세가지 이야기이고 이 세 이야기는 독립적인 형태를 띄고 있어서 꼭 '크눌프'라는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만 같을 뿐 다른 이야기라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 특징은 이 세 이야기 모두 '크눌프'의 시선이 아닌 크눌프를 보는 시선들로 이루어져 있네요.

얇은 책이지만 참 옮겨놓고 싶은 말들이 많았습니다.

 

 

 

1. 나는 친구가 한 말을 회상했다. 그중에서 불꽃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여러 번 내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올려진 은은한 매력적인 불꽃, 올라가자마자 꺼지는 그 광경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빨리 꺼지는 모든 인간 관계의 사랑의 상징같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크눌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크눌프는 거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응, 그래."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참만에 아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하고 깊이 생각해 본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네. 사람은 실제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란 하나같이 생각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하게 마련일세. 하지만 우정이나 사랑은 아마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일세. 결국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세계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 결코 다른 사람과 공통의 것을 지닐 수 없는 거야.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잘 알 수 있네 하루 동안, 아니 한 달, 더 길게는 일년을 두고 슬퍼하겠지. 그러나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고향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어린 직공이 관 속에 누워 있는 거나 다를 것이 있겠는가 말일세" -66p

 

2. 나는 지금 고독하다. 크눌프의 견해로는, 모든 사람이 고독 속에 산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 자신이 그것을 맛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고독의 맛은 쓰다. 첫날 뿐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나아지는 때도 있었으나, 그 이후 고독이 아주 가시는 날은 없었다. - 84p

 

3. 이 작은 세계를 그는 친밀감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키 작은 나무, 모든 울타리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와 감정과 역사를 지닌 것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눈이 내릴 때마다 그에게 말해주었고, 하늘도 땅도 그의 꿈과 희망 속에 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와 같이 숨쉬었다. 아니, 오늘도 역시 그렇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나 정원의 소유자로서 그 어느 누가 그보다 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며, 그것들과 대화하며, 여러가지 회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크눌프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110p

 

4. "그럼 모든 것이 좋은가?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는가?"

"네,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습니다." -124p 

 

 

1. 나는 친구가 한 말을 회상했다. 그중에서 불꽃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여러 번 내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올려진 은은한 매력적인 불꽃, 올라가자마자 꺼지는 그 광경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빨리 꺼지는 모든 인간 관계의 사랑의 상징같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크눌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크눌프는 거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응, 그래."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참만에 아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하고 깊이 생각해 본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네. 사람은 실제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란 하나같이 생각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하게 마련일세. 하지만 우정이나 사랑은 아마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일세. 결국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세계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 결코 다른 사람과 공통의 것을 지닐 수 없는 거야.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잘 알 수 있네 하루 동안, 아니 한 달, 더 길게는 일년을 두고 슬퍼하겠지. 그러나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고향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어린 직공이 관 속에 누워 있는 거나 다를 것이 있겠는가 말일세" -66p

 

2. 나는 지금 고독하다. 크눌프의 견해로는, 모든 사람이 고독 속에 산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 자신이 그것을 맛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고독의 맛은 쓰다. 첫날 뿐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나아지는 때도 있었으나, 그 이후 고독이 아주 가시는 날은 없었다. - 84p

 

3. 이 작은 세계를 그는 친밀감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키 작은 나무, 모든 울타리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와 감정과 역사를 지닌 것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눈이 내릴 때마다 그에게 말해주었고, 하늘도 땅도 그의 꿈과 희망 속에 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와 같이 숨쉬었다. 아니, 오늘도 역시 그렇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나 정원의 소유자로서 그 어느 누가 그보다 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며, 그것들과 대화하며, 여러가지 회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크눌프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110p

 

4. "그럼 모든 것이 좋은가?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는가?"

"네,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습니다." -124p 

 

 

1. 나는 친구가 한 말을 회상했다. 그중에서 불꽃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여러 번 내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올려진 은은한 매력적인 불꽃, 올라가자마자 꺼지는 그 광경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빨리 꺼지는 모든 인간 관계의 사랑의 상징같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크눌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크눌프는 거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응, 그래."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참만에 아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하고 깊이 생각해 본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네. 사람은 실제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란 하나같이 생각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하게 마련일세. 하지만 우정이나 사랑은 아마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일세. 결국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세계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 결코 다른 사람과 공통의 것을 지닐 수 없는 거야.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잘 알 수 있네 하루 동안, 아니 한 달, 더 길게는 일년을 두고 슬퍼하겠지. 그러나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고향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어린 직공이 관 속에 누워 있는 거나 다를 것이 있겠는가 말일세" -66p

 

2. 나는 지금 고독하다. 크눌프의 견해로는, 모든 사람이 고독 속에 산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 자신이 그것을 맛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고독의 맛은 쓰다. 첫날 뿐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나아지는 때도 있었으나, 그 이후 고독이 아주 가시는 날은 없었다. - 84p

 

3. 이 작은 세계를 그는 친밀감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키 작은 나무, 모든 울타리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와 감정과 역사를 지닌 것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눈이 내릴 때마다 그에게 말해주었고, 하늘도 땅도 그의 꿈과 희망 속에 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와 같이 숨쉬었다. 아니, 오늘도 역시 그렇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나 정원의 소유자로서 그 어느 누가 그보다 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며, 그것들과 대화하며, 여러가지 회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크눌프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110p

 

4. "그럼 모든 것이 좋은가?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는가?"

"네,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습니다." -124p 

 

1. 나는 친구가 한 말을 회상했다. 그중에서 불꽃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여러 번 내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올려진 은은한 매력적인 불꽃, 올라가자마자 꺼지는 그 광경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빨리 꺼지는 모든 인간 관계의 사랑의 상징같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크눌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크눌프는 거기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응, 그래."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참만에 아주 소리를 죽여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하고 깊이 생각해 본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네. 사람은 실제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란 하나같이 생각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하게 마련일세. 하지만 우정이나 사랑은 아마 내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일세. 결국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세계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 결코 다른 사람과 공통의 것을 지닐 수 없는 거야. 누군가가 죽었을 때 잘 알 수 있네 하루 동안, 아니 한 달, 더 길게는 일년을 두고 슬퍼하겠지. 그러나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고향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어린 직공이 관 속에 누워 있는 거나 다를 것이 있겠는가 말일세" -66p

 

2. 나는 지금 고독하다. 크눌프의 견해로는, 모든 사람이 고독 속에 산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 자신이 그것을 맛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고독의 맛은 쓰다. 첫날 뿐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이 나아지는 때도 있었으나, 그 이후 고독이 아주 가시는 날은 없었다. - 84p

 

3. 이 작은 세계를 그는 친밀감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키 작은 나무, 모든 울타리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와 감정과 역사를 지닌 것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눈이 내릴 때마다 그에게 말해주었고, 하늘도 땅도 그의 꿈과 희망 속에 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와 같이 숨쉬었다. 아니, 오늘도 역시 그렇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나 정원의 소유자로서 그 어느 누가 그보다 더 이 모든 것을 소유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며, 그것들과 대화하며, 여러가지 회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크눌프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110p

 

4. "그럼 모든 것이 좋은가?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는가?"

"네,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습니다." -124p

 

 

자유로운 방랑자, 크눌프. 책은 그의 자유로운 인생처럼 흘러가는 듯 담담하게 풀어냈기에 감동은 조금 덜했지만 마음속에 여운은 은근하게 남았습니다. 헤세가 가장 아꼈다는 크눌프라는 인물. 저에겐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보다는 감동이 덜했지만 헤세의 향취를 조금 더 느껴보고 싶게 만든 짧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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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열린책들 세계문학 54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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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문학사에 대하여, 그리고 계몽주의에 대해서 강의시간에 조사를 했을 때 '볼테르의 캉디드' 라는 책을 접하고 참 신기한 제목이네 하고 넘어갔었는데 이번에 눈에 들어오게 되었네요. 알고있던 제목에 '혹은 낙관주의'라는 설명이 또 붙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난해할 것 같은 제목에 겁을 먹었었는데 의외로 읽기 쉬운 책이었어요. 읽기 쉬울뿐만 아니라......... 전 이거 보면서 어이없어서 헛웃음 몇번 때렸습니다.. ㅎㅎㅎ 그렇게 어이없어하며 웃으며 읽었지만 그 속에 품은 의미마저 가벼운 것이 아니었어요. 이 책은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가 쓴 철학적 콩트 소설인데  '철학적 콩트'라는 것을 볼테르가 새로운 분야로 창조해내었고 책 속의 아이러니한 이야기 속에서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콩트 : 단편 소설보다도 짧은 소설. 대개 인생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리는데 유머, 풍자, 기지를 담고 있다. - 네이버 백과사전]

 

 

캉디드 [Candide] 프랑스어로 순수한, 고지식한, 유순한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이 순수한 이름을 가진 청년이 자기가 살던 남작의 성에서 남작의 딸을 사랑한 죄로 쫓겨나고 나서 세상을 떠돌게 되는 내용인데요. 

캉디드, 이 순수한 청년은 세상을 떠돌면서 '어떤 세상이 최선의 세상인지'에 대하며 계속 의문을 가집니다. 그는 정말 수많은 우여곡절의 여러 면의 세상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여러 사상들에 대하여 충돌합니다.

 

 

 

1. 낙관주의 (by. 라이프니츠)

 

캉디드는 초반부터 그의 스승 '팡글로스'의 영향을 받아 낙관주의적 성향을 띄게 됩니다. 그의 스승은 모든 것에 대해 너그럽습니다.

온갖 풍파를 겪은 캉디드는 그의 스승에게 묻습니다. "아, 팡글로스 선생님, 이 얼마나 이상한 계보입니까! 그래도 악마가 근원이 아니란 말입니까?" 그의 스승 팡글로스는 대답합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건 최선의 세계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야. 필수적인 요소지. 만약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의 섬에서 생식의 근원을 오염시키고, 때때로 생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따라서 자연의 위대한 섭리에 반하는 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오늘날 초콜릿도 붉은 양홍염료도 없었을 것 아닌가?" -27p

'뛰는 놈도 언젠가는 날 수 있는 때가 온다'라는 말을 한 라이프니츠의 낙관론과 비슷한 경계에 있는 인물인 팡글로스. 팡글로스 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캉디드도 물론 소설의 초중반 낙관주의에 해당됩니다. 그는 계속 묻습니다 혼자. 스승님, 이것이 최선의 세상입니까... 하고요 

 

 



2. 비관주의

 

그러던 그의 사상이 잔혹하고 비정한 (?) 세상과 '마르틴'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점차 바뀌어 갑니다. 그가 만나는 인물들은 수도없이 많지만 대비되는 두 인물들만 생각해보았습니다. 마르틴은 팡글로스와는 달리 '비관주의자'에요. 그는 세상을 '미쳐 돌아가는 혐오스런 곳'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세상이 우리의 화를 돋구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그의 말은 대단히 비판적이네요.

 

 


 


 

and 계몽주의에 대한...

 

작가인 볼테르는 계몽주의자로도 잘 알려져있는 사상가입니다. 계몽주의는 어두웠던 중세를 밝히기 위해서 이성과 자유 행복을 추구한 지적운동인데요.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으며 유용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곳에 대한 이상. 그런 것들을 저는 계몽주의 사상이 투영된 부분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으악, 제가 레포트를 쓰는지 리뷰를 쓰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확실한 중요 포인트는 이성! 입니다. 이성만 가지고 안될게 없다 이 얘기죠.

그럼 여기서 결론, 선과 악,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중 우리는 무엇을 따라가야 하느냐고요? 이 책은 사실 작가가 라이프니츠의 '낙관론'을 비판하기 위해 쓴 책이라네요. 작가는 책 속에서 낙관주의의 시선이 점점 흩어져가는 모습을 통해 조금의 힌트를 주었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노인의 입을 빌려 최종 해답을 내려줍니다.

 

"그리고 또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우리의 밭을 일궈나가야 한다)

세상이 나쁘건 좋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우리의 밭(일)만을 바라보라.

 

 

가볍게 읽었지만 분석하려고 들면 골치 아파지는 책입니다. 작가가 종교, 정치, 생활 등의 엄청난 분야에 대한 풍자를 해놓아서 더욱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기 어렵네요. 그렇다고 분석을 안해볼 수도 없고 허허허.... 이런 비루한 뇌가지고선..ㅎㅎㅎㅎㅎㅎㅎ 다음번엔 조금 무게를 던 책을 들고와야겠군요

 

 

 

 

최선의 세상은 어느 곳인가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 볼테르>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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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1-1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일까 궁금했는데 리뷰 잘봤습니다. 가벼운 책인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네요.

감사합니다. ^^

시읽는리니 2012-11-16 01:36   좋아요 0 | URL
어이없어 피식 웃다가도 그냥 웃기는 뭐한, 그런 주제였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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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조너선 샤프란 포어> 2012-23

 

 

 

"그날 밤은 자물쇠를 찾는 일을 나의 궁극적인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 다른 모든 레종을 압도하는 레종-로 삼기로 결심한 밤이니 만큼, 아빠의 목소리를 꼭 들어야만 했다." -97p

 

"더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해, 나는 잠자리에 누워 사람이 잠들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7분을 헤아리며 생각했다. 거대한 호주머니, 우리 가족, 친구들, 심지어 리스트에 없는 사람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구(區)와 도시들을 위한 호주머니, 우주를 다 감쌀 호주머니가 필요하다.

8분 32초 ....... 하지만 그렇게 큰 호주머니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발명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전 우주를 등에 짊어진 거북이 같은 기분이 되었다." - 104p

 

"그날 밤, 그 무대 위, 해골 밑에서, 우주의 모든 것과 믿을 수 없을만큼 가까운 동시에 엄청나게 혼자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난생처음으로, 살기 위해 요구되는 그 맣은 일을 다 해야 할 만큼 삶이 가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삶이 그만한 가치를 갖는다는 걸까? 영원히 죽은 상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꿈조차 꾸지 않는 그런 상태가 뭐 그리 끔찍하다는 걸까? 느끼고 꿈꾸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 199p

 

"아빠가 나와 함께 침대에 누울 것이다. 우리는 천장의 별들을 볼 것이다. 별들은 우리 눈에서 그들의 빛을 도로 거두어 갈 것이다." -456p

"그날 밤은 자물쇠를 찾는 일을 나의 궁극적인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 다른 모든 레종을 압도하는 레종-로 삼기로 결심한 밤이니 만큼, 아빠의 목소리를 꼭 들어야만 했다." -97p

 

"더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해, 나는 잠자리에 누워 사람이 잠들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7분을 헤아리며 생각했다. 거대한 호주머니, 우리 가족, 친구들, 심지어 리스트에 없는 사람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구(區)와 도시들을 위한 호주머니, 우주를 다 감쌀 호주머니가 필요하다.

8분 32초 ....... 하지만 그렇게 큰 호주머니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발명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전 우주를 등에 짊어진 거북이 같은 기분이 되었다." - 104p

 

"그날 밤, 그 무대 위, 해골 밑에서, 우주의 모든 것과 믿을 수 없을만큼 가까운 동시에 엄청나게 혼자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난생처음으로, 살기 위해 요구되는 그 맣은 일을 다 해야 할 만큼 삶이 가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삶이 그만한 가치를 갖는다는 걸까? 영원히 죽은 상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꿈조차 꾸지 않는 그런 상태가 뭐 그리 끔찍하다는 걸까? 느끼고 꿈꾸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 199p

 

"아빠가 나와 함께 침대에 누울 것이다. 우리는 천장의 별들을 볼 것이다. 별들은 우리 눈에서 그들의 빛을 도로 거두어 갈 것이다." -456p

"그날 밤은 자물쇠를 찾는 일을 나의 궁극적인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 다른 모든 레종을 압도하는 레종-로 삼기로 결심한 밤이니 만큼, 아빠의 목소리를 꼭 들어야만 했다." -97p

 

"더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해, 나는 잠자리에 누워 사람이 잠들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7분을 헤아리며 생각했다. 거대한 호주머니, 우리 가족, 친구들, 심지어 리스트에 없는 사람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구(區)와 도시들을 위한 호주머니, 우주를 다 감쌀 호주머니가 필요하다.

8분 32초 ....... 하지만 그렇게 큰 호주머니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발명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전 우주를 등에 짊어진 거북이 같은 기분이 되었다." - 104p

 

"그날 밤, 그 무대 위, 해골 밑에서, 우주의 모든 것과 믿을 수 없을만큼 가까운 동시에 엄청나게 혼자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난생처음으로, 살기 위해 요구되는 그 맣은 일을 다 해야 할 만큼 삶이 가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삶이 그만한 가치를 갖는다는 걸까? 영원히 죽은 상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꿈조차 꾸지 않는 그런 상태가 뭐 그리 끔찍하다는 걸까? 느끼고 꿈꾸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 199p

 

"아빠가 나와 함께 침대에 누울 것이다. 우리는 천장의 별들을 볼 것이다. 별들은 우리 눈에서 그들의 빛을 도로 거두어 갈 것이다." -456p

"그날 밤은 자물쇠를 찾는 일을 나의 궁극적인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 다른 모든 레종을 압도하는 레종-로 삼기로 결심한 밤이니 만큼, 아빠의 목소리를 꼭 들어야만 했다." -97p

 

"더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해, 나는 잠자리에 누워 사람이 잠들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7분을 헤아리며 생각했다. 거대한 호주머니, 우리 가족, 친구들, 심지어 리스트에 없는 사람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구(區)와 도시들을 위한 호주머니, 우주를 다 감쌀 호주머니가 필요하다.

8분 32초 ....... 하지만 그렇게 큰 호주머니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발명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전 우주를 등에 짊어진 거북이 같은 기분이 되었다." - 104p

 

"그날 밤, 그 무대 위, 해골 밑에서, 우주의 모든 것과 믿을 수 없을만큼 가까운 동시에 엄청나게 혼자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난생처음으로, 살기 위해 요구되는 그 맣은 일을 다 해야 할 만큼 삶이 가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삶이 그만한 가치를 갖는다는 걸까? 영원히 죽은 상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꿈조차 꾸지 않는 그런 상태가 뭐 그리 끔찍하다는 걸까? 느끼고 꿈꾸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 199p

 

"아빠가 나와 함께 침대에 누울 것이다. 우리는 천장의 별들을 볼 것이다. 별들은 우리 눈에서 그들의 빛을 도로 거두어 갈 것이다." -456p

"그날 밤은 자물쇠를 찾는 일을 나의 궁극적인 레종 데트르(존재 이유)- 다른 모든 레종을 압도하는 레종-로 삼기로 결심한 밤이니 만큼, 아빠의 목소리를 꼭 들어야만 했다." -97p

 

"더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해, 나는 잠자리에 누워 사람이 잠들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7분을 헤아리며 생각했다. 거대한 호주머니, 우리 가족, 친구들, 심지어 리스트에 없는 사람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구(區)와 도시들을 위한 호주머니, 우주를 다 감쌀 호주머니가 필요하다.

8분 32초 ....... 하지만 그렇게 큰 호주머니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발명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전 우주를 등에 짊어진 거북이 같은 기분이 되었다." - 104p

 

"그날 밤, 그 무대 위, 해골 밑에서, 우주의 모든 것과 믿을 수 없을만큼 가까운 동시에 엄청나게 혼자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난생처음으로, 살기 위해 요구되는 그 맣은 일을 다 해야 할 만큼 삶이 가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삶이 그만한 가치를 갖는다는 걸까? 영원히 죽은 상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꿈조차 꾸지 않는 그런 상태가 뭐 그리 끔찍하다는 걸까? 느끼고 꿈꾸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 199p

 

"아빠가 나와 함께 침대에 누울 것이다. 우리는 천장의 별들을 볼 것이다. 별들은 우리 눈에서 그들의 빛을 도로 거두어 갈 것이다." -456p

 

이 책을 처음 만나게 된건 아마도 2~3년 전이었습니다. 조금은 긴 책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신기한 (편집) 형식에 다시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기억해두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이 책을 구매했어요. 오, 그런데 민음사 북클럽 가입할때 이 책이 '모던 클래식'에 들어있는 걸 발견했어요. 민음사 모던 클래식은 '후에 명작, 고전으로 읽혀질 소설'들이란 이름으로 지정된 것들인데요. 어느정도 인정이 된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9.11 테러로 인해 아버지를 읽은 소년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전개와 구성같은 건 귄터그라스의 <양철북>이랑 비슷했어요. 자꾸 양철북과 관계를 짓는데, 제가 문학시간에 너무 인상깊은 체험을 했나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책의 뒷면의 마케팅 문구도 '양철북의 오스카보다 사랑스러운' 이네요. 여기 주인공 이름도 오스카.... 저는 작가가 귄터그라스의 책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확신합니다. 어쨌든 양철북과 비슷한 이 책의 처음 전개부분은 제가 글을 읽고 있는지 글자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잘 안읽혔어요. 저에겐 전개부터 절정부분까지의 시간 (이처럼 자유로운 소설의 형식을 나눈다는건 이상하지만...)이 아주 길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의 시점이 계속 바뀌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후반부에 가서 제대로 실마리를 잡고나서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더니 천천히 이야기가 자리잡히더라구요.

9.11테러라는 정치적이기도 한 이 사건이 주된 소재지만, 이 책은 초점이 광범위하게 잡히진 않은 책입니다. 딱 한 가족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하게 찝찝하거나 불편하지는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가족의 슬픔을 대놓고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어느정도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어요. 그래서 뭔가 더 찡했습니다.

 

 

 제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페이지들을 담아 봤습니다.


 

 

 

그림과 단 한 줄의 문장이 페이지를 차지하는 부분도 있구요.

 

 


 

 

소설의 화자가 어린아이라서 그런지, 귀여운 상상력을 많이 자랑하기도 합니다.

 

 


 

찍찍~ 그어버리고

 

 

이렇게 장난도 치네요. 어떤 의미가 포함됐는지, 아무의미 없는 것인지 아직 파악하진 못했습니다...

 

 

어쨌든 저의 느낌은 '자유롭고 개성넘치는 소설'이었습니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 어쩜 이렇게, 지나치지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냈을까요?  독특한 형식과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그림이나 편집)가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이런거 저는 혹~하거든요. 이야기가 어떻든 괜히 읽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들이요.결말도 그림으로 여운을 남기는 이 책, 두껍지만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아마도 저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꼽힐 것 같네요.

 

 

 

영화도 나왔네요. 올해 따끈따끈한 영화로.... 톰행크스와 산드라 블록이 나오네요. 주연인 토마스 혼이라는 꼬마는 미국의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았다는데요. 이 이야기로 어떤 장면들을 만들어 냈는지 너무 궁금해서, 빨리 봐야겠습니다. 왠지 책보다 더한 감동이 있을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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