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나 같은 줄 알았다. 각종 감정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절로 책을 찾는 줄 알았다.
인간은 이렇게 자기 중심적이라니까. 흥~!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카포티, 라는 이름에서는 그의 작품들
  <크리스마스의 추억>   <티파니에서 아침을> 같은
  ㅋ의 경쾌함이, ㅌ의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책 소개를 읽고 서평단 신청을 한 거였으나
  이 책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번호묶어 분류해놓은 심리학 서적보다 더.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참 오래도 부여잡고 있지. 
  밑줄 긋고 연기하듯 그 심리를 이해해보기도 하면서
  더디 읽고 있으나 읽을 때 마다 설렌다.
  불륜에 설레는 게 아니라 
  보바리 부인의 감정 추이는
  아름다운 묘사로 빛이 난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떤 돌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난당한 선원처럼 그녀는 삶의 고독 위로 절망한 눈길을 던지면서
멀리 수평선의 안개 속에서 혹시 어떤 흰 돛단배가 나타나지 않는지 찾고 있었다.
그 우연이, 그녀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어떤 기슭으로 그녀를 데리고 갈 것인지,
그것이 쪽배일지 삼층 갑판의 대형선일지, 고뇌를 싣고 있는지
아니면 뱃전까지 가득한 행복을 적재하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공선옥, 피어라 수선화. 
  정미경, 공선옥, 한꺼풀 날선 칼들을 버리고
  온유하고 보드라운 나이로 들어선 작가들.
  아직은 선뜩한 칼자루로 글을 쓰는 공선옥의 몇 년전 출간된 소설집.
  집에 도착한 책도 낡아있다.
  오래된 책 냄새가 나고 누렇게 변색됐다. 
  그녀의 날선 칼들이 언젠가는 사그라들거라는 걸
  예고하고 있는 것 마냥 예쁘게 낡아있다. 

 

  웬디수녀의 유럽미술 산책. 
  책을 읽을 땐 항상 내 목소리가 내 안에서 맴맴돈다.
  나는 웬디 수녀님처럼 정중하게 말하기도 하고
  동화를 읽을땐 아이가 되기도 한다.
  수녀님의 음성이 오래 남는다.
  다시 들춰보고 있는데, 그림이 다시 보인다.
 




  미래생활 사전. 
  리뷰 써야지 할 때마다 내 눈에 첫번째로 밟히는 책. 
  용어 사전이어서 책갈피를 끼워놓을 필요도 없고
  가끔씩 이렇게 꺼내서 펼쳐 읽던지 
  무슨 용어가 있나 싶어 그 종류와 관련해 찾아 봐도 된다. 
  암호처럼 시작되고 있는 미래,  
  잘 외워지지 않는 게 조금은 흠이지만
  신기술, 신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할 듯.

 


 이성미,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너무' 인지, '아주' 인지 가끔 헷갈린다.
 어차피 부사는 부사인데  그 느낌은 다르다. 
 너무에서는 지나침, 후회가 서려있다.
 아주는 강조의 뜻이며 역시 감정의 오버가 담겨있다. 
 요새 곁에 두고 자주 읽고 느끼는 시집.
 한 편 옮겨 적을까 싶었는데
 나만 읽고 나만 새겨두고 나만 기억하고 말기로 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소개할 날 있겠지.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다시 읽기로 결심하고 책꽂이에서 꺼내놓았다.
  불과 몇 년전에 읽은건데도 모모의 우산, 말고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바보같은 내 머릿속.

 

 

 

책을 동시에 읽을 수 없다는 게 인간의 몸이 가진 한계다.
한 권을 다 섭렵하고 그 다음 책을 섭렵한다. 
중학교때 읽은 책들은 아직도 생생한데 그때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역시,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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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차례인 건가요? 아님 동시에 읽는 건가요? 암튼 다양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4-0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동시에 여러권 읽는 건 만화책 말고는 포기 했습니다..
뒤죽박죽이 되버려서 심각한 책 3권이 1권의 코메디로 변신을 하더라구요.흥!~

Volkswagen 2006-04-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도 말씀드려듯이 '오만과 편견'을 더 좋아하지만 사실 '마담 보바리'가 훨씬 더 강렬한 것 같아요. '고리오 영감'보다도 더요. 앞으로 문학작품을 읽어보면 바뀔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제가 읽은 고전으로선 플로베르가 가장 빛이 난다고 봐요.
(고전을 읽기는 많이 읽은거냐 폭스~=.=)

플레져 2006-04-0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동시에는 읽지 못하구요, 하루 걸러 저 책들을 조금씩 야금야금 보고 있어요.

메피스토님, 그런 기묘한 일이 메피스토님께는 일어나는군요! ㅎㅎ

폭스님, 폭스님의 고전 문학 읽기를 저도 따라하고 싶어요. (고전을 많이 읽고 있다는 거 알아요! ^^)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어보려고 사두었는데 아니 왜 저 책들이 먼저 눈앞을 가로막는 것인지 ^^:;
플로베르의 빛나는 문장들 때문에, 묘사 때문에 책장이 더디 넘어가요...흑.

2006-04-05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4-0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플레져님이 부러워요.. 어헝헝.. ㅠ.ㅜ

mong 2006-04-06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세권 정도는 번갈아 읽어 봤지만~
플레져님은 욕심쟁이 =3=3=3

2006-04-06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6-04-0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앞의 생' 정말이지..."아 사랑이라는게 이런거구나"하고 가슴을 탁 치던 소설이었죠. 원래 제목이 '여생'이라던데 왜 저렇게 바뀐거지??

플레져 2006-04-0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저는 낡은구두님이 부러워요...ㅠ.-

몽님, 욕심쟁이 사표 낼게요! ㅎㅎ

속삭님, 인 콜드 블러드 강추에요.
티파니에서 아침을... 책부터 사봐야 합니다...ㅎㅎ
공선옥의 소설이 많이 달라졌어요.
조만간 새소설집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땐 달라진 모습을 보실거에요.
피어라 수선화처럼 힘들지 않을테고.
책 선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저의 열혈 독서 일기가 시작된듯 ^^
커다란 서재 선물 받으시면 연락주세요. 가면 갖고 갈게요! ㅎㅎ

강쥐님, 다시 한번 그 가슴을 탁 치고 싶어서 집어들었어요 ^^

icaru 2006-04-0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담보바리...더디 읽지만 읽을 때마다 설렌다니... 거참 진국여요~
글고보면... 좋은 책과 읽는 속도는 비례하지 않는달까~ (너무 당연한 말씀일까나요?)

2006-04-06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4-06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아껴먹는 캔디처럼 아껴 읽어요.
(조금은 핑계임...ㅋ)

반딧불,, 2006-04-2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담보바리 읽으려고 몇페이지 들췄다가 다시...ㅠㅠ
늘 그렇습니다.

플레져 2006-04-2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흑흑... 저랑 다시 시도해요!
 

배종옥의 뜨거운 심장을 아세요?

세월이 갈수록 현명해져가는 드라마 <굿바이 솔로>의 그 여자… 무당이기보단 고뇌하는 인간적 배우의 마흔 셋이 아름답다

▣ 백은하 <씨네21> 기자

한낮의 재즈바. 너무 인공적이어서 조잡해 보이기까지 하는 에메랄드빛 칵테일을 앞에 놓고 한 여자가 책을 읽고 있다. 밑줄을 치고 중얼중얼 혼잣말도 곁들여가며. 그러나 그녀가 골똘히 읽고 있는 책은 폴 오스터도, 코엘료도, 헤세도, 이해인도 아니다. 바로 홈쇼핑 가이드북이다.


△ 한없이 가벼운 여자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낯선 백반집 할머니에게 눈물을 보이는 <굿바이 솔로>의 종잡을 수 없는 오영숙 역할을 배종옥은 아무렇지 않게 소화해낸다.

한국방송 미니시리즈 <굿바이 솔로>에서의 배종옥, 아니 오영숙은 늘 이런 식이다. 세상사 고통을 다 짊어진 어두운 눈빛을 하다가도, 이렇듯 엉뚱하게 사람의 힘을 쑥 빼버린다. 화려한 옷차림에 진한 화장을 한 채, 허름한 백반집 할머니와 볼을 비비고, 남편에겐 주눅들어 찍소리도 못하다가, 외간 남자가 녹차를 시키면 여기는 커피가 맛있다고 자기 맘대로 주문해버리는 막무가내인 여자다. “뭐 저런 년이 다 있어?” 쳐다보면 “신경끄셔!” 대답이 날아올 것처럼 까칠하다가도, 상처 입은 자들에겐 어머니 같은 품을 열어 끌어안아버리는 다정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는, 어쩌면 어쩌면 미친 여자다.

장황한 배우론은 없다, 그냥 물같다…

그러나 배종옥이란 배우를 실제로 만나면 좀 당황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보았던 ’성격 있는’ 여자 대신 도통 속내를 알 길 없는 여자가 눈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배우는 장황하게 배우론을 늘어놓지도, 넘쳐나는 끼나 감수성으로 함께 있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거나 울리지도 않는다. 거만하지도 겸손하지도 폐쇄적이지도 다정하지도 않다. 색도, 향도, 맛도 없다. 그냥 물 같다. 그러나 이런 물 같은 천성이 이 배우가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는 ’배종옥’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이름을 빛내는 법을 알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거기엔 <거짓말>의 성우가, <바보 같은 사랑>의 옥희가, <질투는 나의 힘>의 성연이, <굿바이 솔로>의 ’오 여사’가 있을 뿐이다.

물론 배종옥 하면 여전히 <도시인>이나 <목욕탕집 남자들> 등의 드라마에서 나왔던 똑부러지는 커리어우먼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동그랗고 귀여운 눈을 크게 뜨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사를 숨도 쉬지 않고 늘어놓던 그녀는 ‘대사발’ 좋은 작가들의 애장목록 1호였다. 그러나 그 빈틈없이 견고했던 한 여자가 사랑 앞에 와장창 무너져서 “사랑이 또 온다고 말해줘, 또 온다고~” 하며 울먹이던 <거짓말>의 그 순간에, 우리는 알아버렸다. 이 얄미운 모범생 같은 여자에게 심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뽀글뽀글 파마를 하고 봉제공장 미싱 보조로 등장해 세상 사람 다 말리는 ‘바보 같은 사랑’에 빠져버렸을 때 우리는 알아버렸다. 이 손해볼 짓 안 할 것 같던 깍쟁이에게 순정이 있다는 사실을.

한동안 잘 배워서 똑똑하고 쿨한 여성을 연기하던 그녀는, 이제 세월이 갈수록 잘 늙어서 현명해져가는 뜨거운 여자를 연기한다.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본다. 진짜 쿨한 게 뭐냐면, 진짜 쿨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게 진짜 쿨한 거야”라는 노희경 작가의 대사가 배종옥의 입을 통해 나오면 우리의 오랜 오해는 그렇게 눈 녹듯 녹아버린다.


△ <거짓말>의 성우는 빈틈없이 견고하다가 사랑 앞에 무너져버리는 여자였다. 성우를 통해 모범생 같은 배종옥에게도 심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64년생, 올해로 마흔셋에 이른 배종옥은 더 이상 ‘푸른 해바라기’같이 해사한 소녀도, ‘걸어서 하늘까지’ 뛰어갈 듯 파닥거리던 ‘날치’ 같은 청춘도 아니다. “나이가 들면 누나처럼 명쾌해지냐?”고 묻는 어린 것에게, “지금 이 순간, 이 인생이 두 번 다시 안 온다는 걸 알게 되지”라고 담담히 말하는 늙은 것이 되어버렸다. 지난 10년간 배종옥과 함께 작업해온 노희경 작가는 배종옥에 대해 “타고난 재주도 끼도 전혀 없는 사람이다. 코가 예쁜 걸 제외하면. (웃음) 배종옥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게 없는 사람이 노력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또 “개인적으로 끼로 연기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게 넘쳐버리면 배우가 무당 같아져버린다. 나는 무당보다는 그저 고뇌하는 인간인 배우가 좋다. 배종옥은 그 나이에 대학에 가서 계속 공부를 한다. 촬영장에도 가장 먼저 온다. 자기 신이 많다 적다 한마디 하는 적이 없다. 그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나를 순간순간 고민하고, 한순간도 대충 살지 않는 여자다. 끼가 넘쳐나는 배우는 옆사람을 주눅들게 하지만, 노력하는 배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그 나이쯤 되면 그동안 쌓아논 것으로, 이름값으로 대충 먹고살지만 배종옥은 끊임없이 벌어나가고 있는 배우란 생각이 든다. 나잇값하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 나잇값을 하는 배우다. 그녀가 늙어가는 걸 보는 재미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저런 동료를 가진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10년 작업한 노희경 작가 “힘을 주는 동료"

한때 나이가 들어가는 건 더 강해지고, 더 독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유약했던 청춘을 부끄러워하고, 우유부단했던 젊음을 버려야만 쟁취하게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더욱 동글동글해지는 배종옥의 얼굴은 각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렇게 배종옥이란 배우의 존재는, 모든 늙어가는 것들에게 내려진 희망의 증거다.

................

98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있는 문예회관 대극장 (아르코 예술극장)  지하 연습실에서 배종옥은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다. 외국에서 초청한 공연팀들의 공연을 준비하던 나는 검은 9부 바지에 검은 티셔츠를 걸쳐입은 배종옥이 지날때 마다 그녀가 한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녀는 마치 하나의 소실점같았다. 하나의 선과 선이 만나 입체감을 주는 소실점 같은 그녀는 생각과는 달리 왜소했다. 맨얼굴의 배종옥은 연습에 치중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가 물묻은 손을 흩뿌리고 가면 그 한방울 물기가 착지하는 지점까지 쫓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했지만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는 투가 참 좋았다. 그즈음 막 뜨기 시작한 배우 송강호는 연극 무대에서 내려온 후 두터운 휴대폰을 손에 쥐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지나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의 겸손이 그의 겸허가 스타 의식으로 오인되는 순간이었다. 송강호가 뜨기 전 그가 출연한 연극 '비언소' 에서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내 생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보를 터뜨린 연극은 비언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그가 다시 돌아와 연극 무대에 서게 된다면 나는 그만큼 또 웃게 될지는 모르겠다. 내 나이 탓도 있었을 거다. 내나이 푸르고 푸르러 말똥구리만 굴러도 웃음이 나던 무렵이 문득 그립다. 송강호가 지나가던 그 길을 배종옥은 무표정하게 지나갔다. 배종옥은 지하 연습실로 내려가 다시 연습에 몰두했고 나는 몰래 들여다봐야지 하면서도 일에 치여 내려가지 못했다. 얼마전 '러브 토크'에서 배종옥은 연기 뿐만 아니라 멋스러운 의상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그녀의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그녀가 즐겨 입는 옷은 참 멋스럽다. 작은 키를 애써 가리려 하지 않기 때문인지 자신감이 코디하고 있으며 그녀가 입는 옷들은 늘씬한 마네킹이 입으면 딱 좋을 늘씬한 옷들이었다. 굿바이 솔로에서 배종옥이 윤소이에게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한다. 배종옥은 헐렁한 하얀 남방 셔츠에 짙은 색 청바지를 입고 예쁜 소파에 고개를 치켜들고 몸을 세워누웠다. 그 옷이 참, 예뻐보였다. 한때 우리 언니들이 즐겨입었던 80년대 패션, 헐렁한 흰 남방에 청바지가 배종옥에게서 촌스럽지 않게 살아났다. 배우의 얼굴은 무난해야 참 좋다.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들은 배우라는 이름 보다 연예인 이라는 이름에 가깝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배종옥이 친구의 집에 놀러가 설거지를 자처한다. 친구의 싱크대에는 기름끼 있는 수세미 따로, 그 외 식기를 닦는 수세미가 따로 있었다. 배종옥이 실수로 기름끼를 닦는 수세미로 그릇을 닦으려 하니까 친구가 웃으며 가로막는다. 그 장면에서 배종옥의 아스라한 표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굿바이 솔로'의 배종옥이 어떻게 '꽃보다 아름다워', '러브 토크'와 다른 연기를 보여줄까 기대했는데 그녀는 배신을 모르는지 충실하게 회를 거듭할수록 오영숙이 되어가고 있다. 수요일 목요일마다 작은 시네마 테크에 앉아 있는 것처럼 나는 배종옥을 바라본다. 노희경은 방송국 작가실에 쳐박혀 줄담배를 피우며 글을 쓴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럴까. 몇해전에 주워들은 얘기이니 지금도 그럴지 안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좋은 게 아니라 그녀가 연기하는 역할에 매료되었을거다. 고독하고 담백한 연기(smoking) 같은 연기(ac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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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4-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종옥도 얼굴에 세월이 묻어나네요. 다른 영화들보다도 long long ago 시절의 드라마 <왕륭일가>에 나왔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mong 2006-04-0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오래도록 마음속에 꾸준히 마음에 남아 있는 배우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좋아할 것 같은 여자....

플레져 2006-04-04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왕륭일가...아...정말 오래된 드라마네요. 기억해내고 보니 먼지처럼 딸려나오는 추억들이 또...있네요 ㅎㅎ

몽님, 몽님의 두 줄에 저도 한표 ^^

두 분! 시간 되시면 좀 전에 올린 마이 리뷰 : 맘에 드는 오렌지색 립글로스 도 좀 보셔요! ㅋㅋ (모처럼 쓴 화장품 리뷰에 반응이 없어 댓글에서 숨어 홍보하고 있는 플레져씨~ ^^)

산사춘 2006-04-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희경-배종옥, 인정옥-윤여정 세뚜만 보면 가슴이 뛰어요.

Mephistopheles 2006-04-0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종옥씨의 요즘 모습을 보면....물이 완전히 올랐다..라는 말이 있는 듯 싶어요..^^

플레져 2006-04-04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노희경, 인정옥씨는 참 행복할거에요. 자신의 드라마를 빛내주는 배우들이 있어서 ^^

메피스토님, 그녀는 연기하면 항상 물이 올라요...^^

깍두기 2006-04-0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무당보다는 그저 고뇌하는 인간인 배우가 좋다. 배종옥은 그 나이에 대학에 가서 계속 공부를 한다. 촬영장에도 가장 먼저 온다. 자기 신이 많다 적다 한마디 하는 적이 없다. 그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나를 순간순간 고민하고, 한순간도 대충 살지 않는 여자다. 끼가 넘쳐나는 배우는 옆사람을 주눅들게 하지만, 노력하는 배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그 나이쯤 되면 그동안 쌓아논 것으로, 이름값으로 대충 먹고살지만 배종옥은 끊임없이 벌어나가고 있는 배우란 생각이 든다. 나잇값하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 나잇값을 하는 배우다. 그녀가 늙어가는 걸 보는 재미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종옥.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을 가진 사람. 나도 저렇게 늙어가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나 모르게 노희경작가의 드라마를 방송하다니, 내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산 게 확실해ㅠ.ㅠ
플레져님 고마워요. 오늘 당장 인터넷으로 지난 방송분부터 봐야지.

플레져 2006-04-0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KBS2 수목 드라마여요. 방송한지 한달쯤 되었으니 인터넷으로 보셔도 벅차지 않을거에요. 속세와 인연, 잠깐 늦추고 살아도 괜찮지요 모 ^^;;

stella.K 2006-04-0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미글은 당신 글이엇수? 한참 넋을 잃고 읽었다는...^^
노력하는 배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이말이 왠지 나에게 힘을 주네요. 퍼가요.^^

미미달 2006-04-0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투는 나의 힘> 영화는 진짜 별로였는데,
이 영화에서의 배종옥이 맡았던 캐릭터가 그녀와 참 잘 어울렸고,
또 그만큼 잘 연기했었다고 생각해요.

잉크냄새 2006-04-04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는 그런 화장품을 사용할수가 없어요. 쉐이브 스킨이나 로션이라면 모를까. 아시면서.^^

이리스 2006-04-0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은하씨 기사네요. ^^;;

2006-04-05 0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4-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네, 제가 쓴거에요.
님에게 힘이 되는 말 드시고 힘 내세요! 홧팅!

미미달님, 그 영화를 주의깊게 잘 못보았어요. 박해일 보느라고...ㅎㅎ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에요.

잉크냄새님, 네... 제가 결례를...ㅎㅎ

낡은구두님, 백은하 기자와 친분이? ^^

로드무비 2006-04-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영화 페이퍼에도 커튼보다는 블라인드 배경이
어울리는 배우라고 제가 썼었죠?
이번 드라마 속의 인물도 그녀와 참 잘 어울리더군요.

연극 <비언소> 보고 송강호 때문에 으을매나 웃었는지.
연극 마치고 '멜로디'인가? 김민기 씨가 대낮에도 맥주 마신다는
카페에서 맥주 한잔 했답니다. 책장수님이랑. 히히~
전 또 연출자 박광정이 그렇게 좋더군요.

심혈을 기울여 쓰신 페이퍼 같은데요?

플레져 2006-04-0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네, 기억나요! (실은 조금 기억남...ㅋ)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갈수록 오영숙化 되더라구요.
님도 비언소를 보셨구나~ 그럼 우린 그때도 스쳤을지 모르겠네요 ^^
멜로디라... 안가본 데 같은데, 쫌 아쉽네요.
대학로에 웬만한 곳은 누볐는데 말이죵 ㅎㅎ

심혈을 쪼매 기울였어요~ 캬캬~
 

  어젯밤, 텔레비전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았다.
  벌써 여러번 이 영화를 보았는데
  남편은 또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터트렸다. 
  형이 아우를 돌려보내고 아우는 형을 힐끔힐끔 돌아보며 헤어지는 장면.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형의 유골을 보며 아우가 하는 대사는
  내 맘도 아프게 한다. 
 

 

 선셋대로. 
 지금 출고작업중이니 이번주 안에는 이 영화를 볼 수 있겠다.
 학교 시청각실에서 홀로 이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을 가스등과 헷갈려 한 나머지 
 지난번에 가스등을 주문했다. 
 가스등에 나오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보고도
 나는 곧 그 기괴한 별장의 여주인이 나올거라 기대했었다.
 어쩌다가 선셋대로와 가스등을 헷갈리게 된걸까? 
 다시 볼 생각을 하니 몹시 기대된다. 

 
 이와이 슈운지의 4월 이야기.
 성대 어느 골목에 영화 카페 neo (gio ?) 가 있었다. 
 동네 친구이자 초중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어느날 이 영화를 보러가자고 꼬드겼다.
 이대앞에서 종횡무진 쇼핑을 마치고 
 영화를 보러갔다. 
 4월의 벚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그래도 나는,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람이 가는 학교까지는 못 따라가겠다. 

 제 3의 사나이.
 애타게 품절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영화였다.
 그러나 너무나 쉽게 다른 서점에서 발견하여 장바구니에 넣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구입하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도 준다.
 어쩌다 두 권을 커플로 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는 언밸런스 커플이다. 
 번역이 매우 나쁜 오만과 편견 (** 출판사) 을 읽다가 던져버렸다. 
 문장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책을 잡고 윤색해보시길.... 
  중학교때 읽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 사뭇 다르리라.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
 오만과 편견 절찬리 상영중이다.
 권상우의 청춘만화를 보고싶은데, 남편이 그러면 안 놀겠단다...ㅎㅎㅎ

 

 

 뒤라스의 모데라토 칸타빌레.
 오후에 서점에 들렀다.
 사람 구경을 실컷 한 터라, 사색기행을 마친 터라 
 책이 고팠다.
 가방에 들어있는 책 말고, 다른 책.

 

 

* 서점에서 산 책은 두 권 더 있다.
한 권은 하성란의 옆집 여자,
한 권은 지인이 쓴 소설이 있는 무슨무슨 옴니버스 소설집.

** 조만간 오만과 편견을 보러가야겠다.
머리 질끈 묶고 스타벅스 커피 빈 병에 맥심 커피 타갖고 실실...

*** 오늘 남편은 몹시 늦게 올 예정이다.
인 콜드 블러드의 말미를 읽고 있는데, 이젠 덜 무섭다. 오늘밤 독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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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2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3의 사나이...아직도 그 테마가 들리는 듯 합니다..^^
비엔나 하수구 추적씬...흑백이지만 구성도 좋고 뛰어난 영화가 아니였나
생각되네요..^^

물만두 2006-03-2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그 마지막 신을 좀더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mong 2006-03-2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저책 저도 있어요~(괜히 반가워서~~)
제3의 사나이 이번주말에 다시 볼까봐요 ^^

플레져 2006-03-2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영화도 섭렵하셨었구나~ 조사할 게 정말 많은 분 ^^

만두님, 현재 시점의 부분이 너무 약했어요. 아쉬움...

몽님, 우린 원래 만나기만 해도 반갑잖아요? (닭살? ㅎㅎ)
보시고 리뷰 올리세요. 검사할거에요! ^^;;

Laika 2006-03-3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데라토 칸타빌레" - 다시 읽으면 감회가 남다를거 같아요. 과연 제가 다시 읽게될런지...

2006-03-30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3-3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 콜드 블러드 다 읽으셨겠네요!

icaru 2006-03-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나는,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람이 가는 학교까지는 못 따라가겠다. --> 저두요~
플레져 님 부군 님... 그 장면에서 또...눈물을 보이셨군요~


2006-03-30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3-3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처음 읽는 제게는 설렘 그자체여요.
다시 읽은 후에 우리 토론할까요? 오붓하게? ^^

속삭님, 조만간...^^:;

따개비님, 어젯밤에 다른 책 읽느라 다 못읽었어요. 에고~

이카루님, 우리 악수! ^^
기억하는군요, 울남편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 장면...ㅎㅎ

속삭님, 졸려요? 잠 깼죠? 페이퍼 하나 올린 거 보이 깨신 것 같아요 ^^
 

1. 김애란 - 베타별이 자오선을 지날때, 내게 (노량진)

2. 김연수 - 쉽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농담 (가회동, 종로 일대)

3. 윤대녕 - January 9, 1993 미아리 통신 (미아리에서 길음역)

4. 조경란 - 나는 봉천동에 산다 (봉천동)

5. 양귀자 - 원미동 사람들 (부천 원미동)

6. 박완서 - 그 남자네 집 (성북동)

7. 이창동 - 녹천에는 똥이 많다 (녹천)

8. 이외수 - 장외인간 (춘천)

9.   박상우 - 독산동 천사의 시

10. 이순원 - 수색 그, 물빛 무늬(수색) /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압구정동) 

11. 유하 -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압구정동)

12. 김승옥 - 무진기행 (무진)

13. 황석영 - 삼포가는 길 (삼포)

14. 이문구 - 우리동네 연작

15. 심상대 - 묵호를 아는가 (묵호)

16. 공지영 - 봉순이 언니 (아현동 일대)

17. 한 강 - 여수의 사랑 (여수)



또, 무엇이 있을까요?
많은 것 같은데 갑자기 생각하려니 퍼뜩 안 떠오르네요...힝...
아시는 분, 알려주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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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3-2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리봉동에 대해 공선옥이 쓴 소설.
제목이 생각 안 나유.;;

플레져 2006-03-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읽은 것 같아요. 공선옥의 피어라 수선화, 를 얼마전에 샀는데 오래된 책 느낌이 나요. 언제 한번 빌려드릴게요 ^^

물만두 2006-03-2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책이 있었지 않나요?

플레져 2006-03-2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맞다! 원미동!!! 만두님, 땡스~

blowup 2006-03-2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그 남자네 집(성북동 주변)

blowup 2006-03-29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창동-녹천에는 똥이 많다(녹천)

플레져 2006-03-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이창동! 이창동의 춤 인가 하는 소설에도 대천 해수욕장이 나오는데...
고마워요, 나무님. 생각나는대로 계속 적어주세요 ^^

stella.K 2006-03-29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언제 또 이런걸...저는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읽는데...도움이 못되겠구려~ㅜ.ㅜ

플레져 2006-03-2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지금부터 신경써주세요 ^^

울보 2006-03-2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545956

울보 2006-03-2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외수의 장외인간을 읽으면 춘천시 봉의산 그동네 춘천이란 동네를 알수있답니다,

플레져 2006-03-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감삽니다 ^^
속삭이신 반가운님, 얼마전에 님 서재에 가보니 황량해서 서성이다 왔어요.
편안하시지요? 올려주신 목록들 감사해요 ^^

하루(春) 2006-03-29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귀자님의 소설은 원미동 사람들,인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제보 하나 하자면, 공지영 장편소설 중에 '봉순이 언니'는 기억에 아현동쪽이었던 것 같은데... 책을 좀 더 뒤져봐야 겠네요. ^^

하루(春) 2006-03-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현동 맞네요. 굴레방다리. 나오는 걸 보니...

Kitty 2006-03-30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멋진 페이퍼~ 추천 들어갑니다아아아-

잉크냄새 2006-03-3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신양 <킬리만자로> - 주문진 ... 영화입니다.^^

닉네임을뭐라하지 2006-03-3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성란 <곰팡이꽃> - 아마 봉천동일겁니다 ... (아니면 어쩌죠 -_-a)

플레져 2006-03-3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원미동 사람들이 책 제목맞아요,
원미동 시인은 그 안에 수록된 소설 중 한 편이구요.
아마 제가 그 소설을 유독 좋아해서 그 제목으로 올려버렸나봐요 ^^
봉순이 언니, 감삽니다.

키티님, 추천 감사해요 ^^

잉크냄새님, 네... 그럼 패쑤...^^

연랑님, 안녕하세요.
곰팡이꽃은 공간 보다는 쓰레기 라는 소재가 더 중점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동네 탐색으로는 넣기가 조금 그렇네요.
틀리면 어떻습니까~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집

기분이 울적할 때는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읽는다.
그중에서도 나는 이런 시를 좋아한다.


결혼을 하지 말거나
아이를 덜 낳을 것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광적으로 열중하고
다른 일에는 덜 신경 쓸 것을.

고기를 덜 먹고
산책을 많이 할 것을.

떠드는 시간을 줄이고
화장품에 덜 투자하고
그 대신 자선냄비에 더 많이 넣을 것을.

다리와 겨드랑이 털을 면도하는 데 시간을 덜 쏟고
천문대를 더 자주 찾아가 밤하늘을 구경할 것을.
그리고 동네 건달들이 더 자주 전화하게 할 것을.

詩 조안 셀쩌의 <당신이 살지 않은 삶> 전문

.................................................................................

-황주리 에세이 "날씨가 너무 좋아요" 157쪽-


 


삶은 어딘가 다른 곳에 2000년作
2000 / 91×117 / Acrylic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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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2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군요. 난 뭐하며 사는건지 원...

비로그인 2006-03-2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죠.
가끔 꺼내 읽으면서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게 만들죠.

Laika 2006-03-2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치즈를 너무 많이 먹었는데.... 덜 먹을껄.....
시도, 그림도 한참 들여다 보게 만드네요...^^

2006-03-23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6-03-2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플레져 2006-03-2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지금 열심히 살고 있잖아요. 제가 다 보고 있습니다 ^^
따개비님, 황주리님 덕에 가끔 꺼내보게 될 것 같아요.
라이카님, 그 맛난 치즈를 드셨으니 맛난 하루 보내셨겠어요 ^^
비연님, 좋지요...^^

히피드림~ 2006-03-2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이 압권이군여....ㅋㅋ

플레져 2006-03-2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이미지 바뀌었네요? 와~ 미녀 발견! ^^
우리 동네엔 건달들이 없어서 불가능했던 대목이어요 ㅎㅎ

히피드림~ 2006-03-24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사진도 올려주셔여. 너무나도 궁금궁금...^^*
혼자 쑥스러운 펑크가,,,,ㅎㅎ
아참, 이거 퍼갈게요.^^

icaru 2006-03-2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살지 않은 삶....을 생각해 보니,,,
조안 아줌마하고 찌찌뽕인 거 저도 두 개씩이나~

플레져 2006-03-24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제 사진을 못보셨던가요? ㅎㅎ
쑥쓰러워 마세요. 넘 이쁘십니다 ^^

이카루님, 겨우 두 개? 난...서너개는 되나? ㅠㅜ

로드무비 2006-03-25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건달들하고 연애하는 게 아무하고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