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나의 모습 또는 내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어떤 모습에 시기심을 느낀다. 청년 시절 그토록 자부심을 가졌던 나의 신체와 정신적인 신선함은 나이가 들면서 사라졌기 때문에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적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그 같은 자기 시기심은 흔히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생겨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나는 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또는 과거를 미화시키려는 우리의 성향 덕분에) 오늘날 힘과 아이디어로 넘치는 다른 사람을 시기하게 된다. 나는 오늘날 더 이상 그런 사람이 아니므로 그에게 적대적으로 대한다.  

35쪽  

 

 

비록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궁지에 몰고 가는데 성공하기는 하지만, 그는 이 시기에도 모차르트가 작곡한 음악을 예전과 다름없이 높이 평가한다. 그는 여전히 감탄해 마지 않았고, 자신의 시기심을 동정심으로 누그러뜨리려고 노력해본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살리에리가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더라도 모차르트는 늘 자신의 천재성을 떠벌리기만 해서 결국 살리에리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때문이다.  145쪽  

 

무조건 나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본능적 시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구별해야할까. 어떻게 멀리해야 할까. 차마 고쳐줄만한 능력은 없고 나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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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3-0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악한 사람이라면 열등감을 증폭시켜 자폭시켜버리지 않을까요..^^

플레져 2009-03-04 13:34   좋아요 0 | URL
열등감은 맞는데 사악함은 잘 모르겠어요. 질투와 시기심을 비교하자면 질투는 그나마 시기심에 비하면 자신한테 이로운 거지만, 시기심은 결국 자기를 망치는 자폭, 맞습니다 ^^

stella.K 2009-03-0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에 어느 출판사로부터 꽁자로 받고 결국 읽지 못했던 책이어요.
원래 어려운 건지? 나하곤 궁합이 안 맞는 책인지...
이건 딴 얘긴데, 나랑은 전혀 다른 타입이면서 사람에 대한 취향이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그도 똑같이 좋아하는...
그럴 때도 꽤 힘들던데요?-_-;;

플레져 2009-03-04 13:3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꽤 재밌게 읽었어요. 당연히 궁합이 안맞는 책이 있을 수 있지요. 남들 다 좋아해도 저는 데면데면한 책이 있더라구요. 그냥 그대로 둬야죠 뭐 ㅎㅎ 취향이 같을 수는 있을 거 같아요. 그건 진짜 '취향' 이니까 ^^
넘 신경쓰지 마셔요.

2009-03-04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4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03-0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아서 고쳐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말해도 자신의 고쳐야 할점에 대해 알지 못하는건 어떻게 하죠? 자기는 자기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말이죠. 끙. 어려운 문제에요. 고쳐야할 나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집도 세요. 고치려 들질 않죠.
(저도 고집이 세요!!)


저는 뭐 이런 인간이 다있나 싶어서 멀리하면 그뿐이지만, 위에 댓글다신대로 '취향'의 차이일수도 있는지라, 제가 좋아하는 한 친구는 제가 멀리하고 싶어하는 이를 굉장히 좋아해요. 이건 뭐 어떡해야할지. 이 상황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건 제 안에 자리잡은 본능적 시기심인걸까요?

플레져 2009-03-08 23:50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때로 좋으면 어떻게든 알기도 한다. 나로 말하자면 언제나 운이 좋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이곳에 왔을 리가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중에서...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타타타> 김국환 노래 중에서...

나쁜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일거란 생각이 저 글을 쓴 후에야 퍼뜩 스치더라구요. 내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찾는게 더 나을 거 같아요. (저도 고집이 세요!! 그러나 언제 고집을 부렸는지 잘 기억이 안나요 -_-;;)

다락방님의 시기심이라기 보다는 못마땅함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 조금 가벼운 배신감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희망적인 건 나와 맞지 않는 사람보다 나와 맞는 사람이 내 가까이에 있을 확률이 더 높아요. 이 부분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믿음이 맞을거라고 고집부리는 중입니다...ㅎ

2009-03-09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9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사는 호사고, 할일은 할일이고, 싫은일은 싫은일이다. 나는 이제야 진정한 타짜가 된 기분이다. 할 말 하고 살자에 충실한 삶은 아니었다. 할 말은 되도록 묻고 좋은 말만 하고 살아, 도 내 모토는 아니다.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습관이 내 것이었다. 언젠가 이런 말을 쓴 적 있다. 못 견디겠으면 연극배우입네 하고 견뎌보라고. 그런데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그냥 말을 하면 되는 거였다. 내게 숙제를 떠밀듯 넘겨버린 일에 대해 나도 똑같이 숙제로 만들어 넘겨줬다. 아우 시원해. 받은 공은 돌려줘야 하고, 날아오는 공은 치면 된다. 야호!

 헉. 책 이미지가 이렇게 크게 올라오다니. 다른 서재에서 볼 때마다 아.. 이렇게 크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생겼구나 내맘대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이미지가 뜨니 좀 난감하네.

사놓은지는 한참 되었는데 읽은건 어제다. 인생에 아이가 있어야 하느냐 마느냐는 곧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와 이어진다. 그리고 그 어떤 소수의 삶도 함부로 구겨질 수 없다는 것도.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인터뷰 기록들이 많아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기분도 든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 고지식함, 보수적인 편견이 떠나지 않는 지대가 바로 무자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다. 일일이 내 삶이 이렇네 저렇네 설명하기도 어렵고. 그런데 생각보다 젊은 층에서 무자녀 상황에 대해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그들은 아주 확고한 시선으로 결핍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그게 좀 안타깝다.

 

 이 책을 받고는 꺄악- 고함을 질렀어요. 그렇잖아도 장바구니에 넣으려던 찰나였거든요. 보내주신 님, 늘 고맙습니다. 미처 메일도 못 보내고 그저 좋아라만 했네요. 좀 여유가 생겨서 1권 열심히 읽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이렇게 두툼한 책을 받으면 부담이 아니라 그저 즐겁고 좋더라구요. 열심히 읽은 소감은 리뷰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볼게요 ^^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있을때, 좀 안정을 찾게 되었을 때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젖과 알>은 아쿠다가와상 발표가 되었던 순간부터 궁금했다. 몇해 전부터 아쿠다가와상 수상 서적들을 해마다 읽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8월의 길 위에 버리다> 의 느낌이 좋아서 두어번은 더 읽었다. <혼자 놀기 좋은날> 의 분위기와 배경도 몹시 마음에 든다. <젖과 알>도 이 두 소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롭고 공허하다. 슬프다는 말에서 조금 물러나 깊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상작 없음. 얼마전 소설 공모 당선작 없음의 배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있기도 하고, 안 팔릴 것 같은 책에는 기꺼이 상금을 쓰지 않겠다는 진단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대한 불쾌함은 좋아하는 작가가 저리 떡 버티고 있다는 거다. 아니, 그녀를 두고 왜? 왜?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 왜? 왜? 작품을 읽었을 때 나도 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 소설 말고 올해 발표한 소설이 몇 편 더 있는데. 그게 참 좋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쩐지 이 책에 실린 작가들에게 미안하고 연민을 느끼는 오지랍까지 생긴다. 남의 말 할 처지가 아닌디... 그리고 이 책에서 그동안 좀 편견을 갖고 있던 김태용을 향한 색안경을 벗게 되었다. 첫 문장부터 어떻게 소설을 끌어나가려고 했던 걱정이 무색해졌다. 그렇다고 김태용의 다른 소설을 읽을 마음으로 돌아선건 아니다. <포주이야기>가 참 좋았다는 거다 ^^

 

우와. 대전 출신의 시인이네! 대전에 살게 되면서부터 대전 출신 문인들이 누가 있을까 수수께끼하듯 찾아보았다. 누가 있을까. 누가 있었을까. 역시나 생각하면 퍼뜩 떠올라주지 않는 기억력. 작가의 고향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니 기억도 나지 않는 거였다. 진은영 시인이 대전 출신이어서 반가웠던 건 순전히 내가 지금,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니 더 반가운거고. 기억의 회로는 정직하다. 기억에 없는건 관심의 차이다. 지난 여름 사들인 시집들은 애석하게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게 시에 대한 절망으로 이어질뻔했다. 시인이 변했나 내가 변했나. 도통 시가 읽히지 않았다. 그리고 만난, 좋아하는, 시인. 그냥 좋다. 한 번 더 읽고나면 왜 좋았는지 꼼꼼하게 말할테다. 내가 시집을 읽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한번 읽는다. 의미 따지지 않고 일단 읽는다. 그러다 단어에 발목이 걸려 휘청, 하는 느낌이 들면 그 시는 무조건 편애다. 이 시집도 그랬다.

 

뜬금없이... 트리트먼트 이야기 좀 해야겠다 ^^; 미용실에서 두피클리닉을 할 생각이었다. 내 두피는 아주 심각하다. 특히 여름엔 무진장 심각하다. 원인은 땀도 있고, 아토피성 피부로 변한 탓도 있다. 일년에 한 두 계절은 아무데서나 머리를 벅벅 긁게 만든다. 몇 년 전에 사용했었는데 마침 쬐금 남아있어 마지막으로 꼭 꼭 눌러짜서 샴푸 후 두피에 싹싹 펴바르고 10분간 스팀타월을 하고 있었다. 그후... 두피가 많이 진정되었다는 걸 알았다. 잘때 땀 많이 안흘리고 려고 노력했고 (전기장판은 꼭 끄자!) 퍼머 머리라고 빗질 한번 제대로 안했는데 하루에 빗질도 잘 해주고, 머리 감고 난 후엔 꼭 두피를 약한 뜨건 바람으로 말렸다. 스팀타월 효과도 있었을거다. 지금은 아주 만족까지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써볼만하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샴푸가 더 좋다하니 두어달 쯤 더 써보고 샴푸도 바꿔야겠다. 두피도 피부에요! 라는 미용실 원장의 말이 달리 들리는 걸로 보아 나도 나이를, 야금야금, 먹고 있다.




 

 

 

 

 


 

 

 

 

 

 

 

이 책들을 보내주신 분께도 깊은 감사를. 꾸벅.

 오늘 오후에 읽고있던 책이다. 가끔은 내 뜻과 달리 독서의 방해를 받는데... 그건 순전히 전화때문이다. 이사오면서 집 전화를 놓지 않았다. 휴대폰은 진정 필요할 때만 걸려오는 도구가 되었다. 그래도 가끔은 사랑스런 조카와 긴 통화를 나누기도 한다. 독서하는 동안 조명은 중요다. 되도록 자연광에서 책을 읽으려하는데 오늘처럼 흐린 날씨에는 다른날 보다 빨리 불을 켜게 된다. 좀 으스스한 것 같아 예전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깊은 생각하기를 꺼려했던 나에게는 스스로 생각의 구덩이를 파도록 유도했다. 오랜만에 책 관련 페이퍼를 쓰고나니 좀 뿌듯하다. 그리고 지금 막, 이미지 크기가 예전 사이즈, 여러가지 사이즈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_- 수정하기도 번거로우니 그냥 두련다. 다음엔 작은 사이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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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26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사를 앞두고 있다.
신혼 살림을 시작할 때 전세 대란이었던 터라 마음에 드는 집을 선택할 자유는 없었다.
마침 나온 집이 있었고, 재빨리 계약. 그리고 이곳에서 어영부영 6년차 주부가 되었다.


서울에서 서울로 이사하는 거라면 기분이 이렇지만은 않을 터.
내 집 마련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해야 할까.


태어나고 자라고 가정을 꾸민 이곳을 떠난다.
이 문장 만으로도 충분히 감성 모드가 되지만,
조금은 홀가분하다. 무엇보다 '변화' 라는 것에 기대가 크다.
나는 너.무.오.랫.동.안. 이 동네에 살았다.


이사할 동네에서 가까운 도서관들을 알아보았고
월요일 휴관일 때 들를 도서관도 알아보았다.
운전면허를 딸 계획이고, 내 집 꾸미기 컨셉도 정했다.


  김영하 <이사>
  애면글면 아둥바둥 맞벌이 하며 내 집을 장만하여 이사를 앞둔 젊은 부부.
  이삿짐 센터의 일꾼과 가야토기를 둘러싼 묘한 이야기.
  이사, 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이 소설이 떠오른다.
 
 

 

혼수로 장만한 물건들, 가전과 가구등은 모두 처분하고 
책과 옷가지와 식기류등등만 갖고 대전으로 떠난다. 
입주는 내년 1월. 서너달은 근처 시댁에서 머물기로 했다.
아버님, 어머님,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김경욱 <선인장>
 역시 젊은 부부가 새로운 보금자리, 아파트로 이사한다. 
 처음에 그들은 그 아파트에 열광하여 전세 기간이 끝나면 아예 사버리자고 
 할 정도로 그 집에 홀딱 반한다.
 키우던 선인장이 몇 개째 죽어버리고,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다.
 어느날 남편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지하로 내려가는데...

 

이사에 관련된 김영하, 김경욱의 소설은 참으로 기묘하다.
희망찬 인물들의 마음과 달리 상황은 그 반대.
어쩜 좋아. 나는 문득 일등으로 입주하고 싶었던 마음을 거둬들인다.


 정이현 <어두워지기 전에>
 어느날 윗집 아이가 살해당한다. 
 여자는 위층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떨고 
 이러저러한 정황으로 여자는, 남편을 의심하게 되는데...  
 

 

 


 아래층, 위층. 이라는 지시어는 아파트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나는 위층 여자에게는 아래층 여자이며
 아래층 여자에게는 위층 여자다. 
 나의 아래층 여자는 부부싸움을 할 때 대성통곡하며
 나의 위층 여자는 한밤중에 빨래를 즐기며 식탁 의자를 질질 끌고 무언가를 옮긴다.
 안녕, 나의 아래층 위층 여자들이여.


  
 조해진 <기념 사진> 
 여자와 남자는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난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의 조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엘리베이터, 는 섬뜩한 일상의 공포체험장. 
한밤중 긴 머리 여자와 동승하게 된다면, 
등뒤에서 취객이 비틀비틀 거린다면, 
무심코 들여다본 거울을 보고 놀란다면, 그게 나라면!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한다. 
단독주택의 꿈, 전원주택의 꿈은 꿈으로만 남게 될까.


 편혜영 <사육장 쪽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그동네는 으스스하다.
 전원주택이 밀집한, 그곳.
 담장마다 울타리마다 행복과 파스텔톤 무지개가 아른거려야 할 그곳의
 아침은 독촉장으로 시작한다. 
  
 

 

타국에서 집을 한 채 사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종종 남편에게 해외출장이 아닌 '해외발령' 이 나길 기대했었다. 
자연과 동물과 여유가 어우러진 그곳이 해외에는 있을 것 같았다. 언감생심.

 김윤영 <그가 사랑한 나이아가라> 
 토론토에 주택을 마련한 젊은 부부. 
 '그이는 이 집으로 처음 이사 온 날, 바로 옆집의 커다란 삼나무를 오르내리며
 놀고 있는 청설모와 다람쥐들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카메라를 찾았다.' 
 소설 속 그이는 그곳에서 마지막 날들을 보내게 되고
 여자는 이상한 알약을 변기통에 버린다.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따스한 기운이 넘치는, 그런 집을 꿈꾼다.
멋도 모른채 시작했던 신혼 살림.
밖에 있으면 불안했고, 집으로 돌아오면 행복했었다.
남편과 나는 주말이면 외출하기 보다는 집에 머무르는 것을 즐겼다. 
잠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들어올 때, 여행에서 돌아올 때, 우리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외치곤 했다.

'아, 역시 우리 집이 제일 좋아' 


 발레리 줄레조 <아파트 공화국>
 한강을 건너올 때마다 아파트 병풍을 보면 가슴이 턱, 막힌다. 
 산책길에도 아파트가 있다.
 재미나게 읽었지만 좀 씁쓸했다.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도 아파트, 가 대안은 아니었는데...

 



데이트의 끝이 늘 각자의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어서 아쉬웠던 연애시절을 마감하고
둘이 함께, 늘, 같이 있도록 해 준 이 집에서 나는 떠난다. (왜이렇게 감상적인겐가...ㅎ) 
내가 바라던 일을 시작한 곳이 이곳이었으니.
책상이 놓여있던 자리, 가 그리울 것 같다. 

이사올 젊은 부부가 이 집을 보자마자 단번에 반한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들에게도 기쁜 일이 가득하도록. 

2007년의 가을은 대전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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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3 07: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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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하도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거라 글쓰기 버튼이 어디있는지 쬐금 헤맸다. 바부. 며칠전 다녀온 제주도의 여독이 이제야 풀린다. 제주도에서의 시간은 행복했고 뜻깊었다.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답사를 겸할 수 있어 더 좋은 시간이었다. 하여, 책 주문을 했다. 오랜만에 책 사니까 기분 너무 좋은거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사버리고 싶을만큼.

 

 정이현, 오늘의 거짓말.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틈틈이 읽어온 단편들이고 표제작처럼 낯선 제목의 소설도 있다. 
 나는 그동안 잠자고 있었나?
 소설들이 낯설다. 
 소설 읽기가 낯설다.
 물론 거짓말이다. 메렁.

 

 윤순례, 붉은 도마뱀. 
 몇 년 전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라고 하는데 
 이 소설집은 내가 처음 읽는 그녀의 소설이 될 것이다.
 앙코르에서 납작하게 붙어있던 도마뱀은 푸르딩딩했다. 
 붉.은.도.마.뱀. 이라는 글자 하나하나가 꽤 잘 어울려 보인다.
 '붉' 을 빼도 멋진 제목이다. "은도마뱀"
 '뱀' 을 빼도 멋진 제목이다. "붉은도마"

 

 현대 아랍 문학선, 천국에도 그 여자의 자리는 없다. 
 그깟 천국이 뭐 대수라고. 흥.
 이럴땐 콧방귀가 최고지만
 왜 그여자의 자리가 없는지는 무지 궁금하다.
 처음으로 읽는 아랍소설 되겠다. 
 아니다. 아라비안 나이트가 있었으니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 문학 앤솔러지 1,2권.
 1권을 재미있게 읽었고 2권을 주문했다.
 옛날 옛날 러시아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반가운 고전이다. 
 현대 소설과 별반 차이 없이 세련됐고 감각적이다.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는 지구 횡단기처럼 
 책으로 만나는 세상이 새삼 고맙다. 
 언젠가 어떤 작가는 자신의 소설집 한 권을 들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건 나의 앤솔러지 같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앤솔러지 라는 말의 쓸쓸함과 아련함이 교차한다. 나의 앤솔러지가 될 서재, 페이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얼마전 싼 맛에 구입한 화양연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들을 비롯한
 저렴 버전의 디비디에 엄청 실망했다. 
 화양연화는 두 남녀가 앙코르에서 재회하는 씬이 퍽 중요하건만... 잘렸다 -_-
 씨암 선셋, 은 5초마다 스톱모션을 취하고,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화면이 고르지 않다.
 절대로 안 산다. 싼 맛에. 하여, 이것도 조금 불안하기는 하다. 잠시 보류.



오랜만에 주문하고 나니 밥 한그릇 먹고프다.
김치 송송, 호박 볶아 넣고 멸치 다싯물 내서 국수나 말아먹어야겠다.
삶은 계란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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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7-1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온통 하얀 배경에 타이틀 이미지만 걸어놓으니 엄청 깨끗하고 산뜻해요. 문자도 눈에 잘 들어오구요. 아앗, 그 국수 참 탐나는군요. ^^

플레져 2007-07-14 20:2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잘 지내셨지요? ^^
서재 지붕 맹그는 재미를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ㅎ

비로그인 2007-07-1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오래간만에 오셨어요 :)
리뷰 기다리고 있을게요 플레져 님 ^^

플레져 2007-07-14 23:40   좋아요 0 | URL
앗. 체셔님. 그렇게 어려운 부탁을.................ㅎ
제가 쓰지 않아도 좋은 님들께서 써주시겠지요 ^^! 반가워요.

2007-07-14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5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5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7-15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셨군요...뜸하셨습니다...버럭!

플레져 2007-07-18 19:36   좋아요 0 | URL
뜸하게 오는데도 반겨주시니 기뻐요 ^^
메피님 빽 믿고 살랍니다~ ㅎㅎ

2007-07-15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6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7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18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탄재 2007-07-1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어와 보는군요~
너무 심심한 제 서재와 달리 여기 정말 깔끔하고 좋으네요~

플레져 2007-07-18 19:37   좋아요 0 | URL
연탄재님 안녕하세요 ^^
제 서재도 요새 업뎃을 하지 않아 심심...합니다.
시원한 여름 맞으세요!

2007-07-28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9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31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1 0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1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6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3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4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8-1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댓글의 향연이에요. 저는 공개적으로 말할래요. 반가워요 플레져님^0^

플레져 2007-08-16 00:04   좋아요 0 | URL
흐흐... 마노아님, 반가워요! ^^

2007-08-15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7-08-1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들 비밀댓글이시네... 인기 많으신 님.ㅎㅎㅎ
올리신책이 다 구미가 당기네요.ㅎㅎㅎ
 


저 기다란 통은 물에 타먹는 비타민C
페퍼민트 허브티, 폴로, 허쉬 초콜릿... 언니, 이거 먹고 힘내!!

예쁜 동생의 선물이 내 손에 들어왔다.
그녀의 남친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를 사랑하고 있으니.

 

 



르네 마그리뜨 전은 좋았다.
늦은 시간의 관람이었는데도 관람객들이 꽤 많았다.

초현실주의 그림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마그리뜨전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샤갈전의 실망 후유증이 크다)
마그리뜨는 예외가 될 것 같다.

마그리뜨 가족과 지인들의 사진은 특별했다.
사진 앞에서 얼음이 되는 보통의 가족들과는 너무 달랐단 말이지.
따라해보고 싶은 구도가 많다. 기필코 해봐야지. 불끈.
유명한 그림들을 눈으로 보고 느끼고 소감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4월 15일까지 연장한다는 소식, 문의는 시립미술관으로 ^^;;

 




4월 2일부터 mbc movies 채널에서 빔벤더스 영화를 방영한대요. 


4얼 2일 새벽 2시 45분 파리, 텍사스
4월 3일 새벽 2시 40분 베를린 천사의 시
4월 4일 새벽 2시 45분 돈컴노킹
4월 5일 새벽 3시 10분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

3월엔 이누도 잇신 영화들을 방영했는데
금발의 초원을... 못봤어요. 왜 새벽에 하는거얌! ㅠㅠ

문의는 엠비씨 무비스 홈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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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7-03-3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구도가 도대체 어떤 구도였길래 훗날 기필코 따라해보겠다는 다짐까지 하셨을까요? 사뭇 저도 궁금해집니다.^^
마그리뜨전은 서울에서 끝나고나면 부산에도 내려왔음 좋겠는데..쩝~
지방은 문화적 소통이 넘 저조해요.

반딧불,, 2007-03-3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부럽부럽. 참 이쁘네요...^^

책읽기는즐거움 2007-03-3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르네마그리뜨 전 갔었는데 르네의 그림이 모두 다 왔었나요?
르네 그림중 유명한편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는 못본것 같았는데
게다가 '피렌체의 성'도 없지 않았어요?
제가 못본건가.......;;;;;
하여튼 르네전 가신분을 보니 반갑네요.^^

p.s.3층 에서 거의 마지막부분에 설명한(송일국도 마음에 들어 했다던!!) 심금 이란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님은 어떠셨나요?

플레져 2007-03-31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님, 가족사진 찍을 때 뒷모습만 찍기, 사선을 그리듯 제각각 흩어져 있는 사람들 모아찍기 등등... 다양합니다 ㅎㅎ


반딧불님, 이쁘죠? ^^


책읽기는즐거움님, 반갑습니다.
어.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요? 마그리뜨의 그림을 많이 알고 있지 못해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는 그림으로 (본 적 있는데도 말이죠...흠) 있는 줄은 몰랐네요 ^^ 심금, 감동적이었지요... 거부반응이 1%도 없는 그림이었어요.

아영엄마 2007-03-3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이랑 다녀왔는데 루브르전보다 사람이 적을 때 봐서인지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림들도 참 좋았구요~~^^

물만두 2007-03-3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그리트 좋죠^^

2007-03-31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3-3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엠비씨무비스 채널에서 괜찮은 영화를 종종 해주더군요 ^^
근데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 새벽3시, 좌절입니다 ....ㅜㅜ

책읽기는즐거움 2007-03-3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몰라요;; 르네 전 갔을때 그림보면서 많은 물음표부호가 떠올라졌는 걸요;;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가 그림으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stella.K 2007-03-3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전람회 다녀오셨구만요. 생각만 있고 정작 가지는 못할겁니다.^^

Mephistopheles 2007-03-3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저 시간에 한다면 당연히 볼 수 있겠지만.....
다음날 감당이 안된다는...^^

마늘빵 2007-04-0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컴 노킹 봤는데 재밌어요. 마그리트 전도 좋았구요.

플레져 2007-04-0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벌써 다녀오셨군요 ^^


만두님, 마그리트도 좋고 샤갈도 좋고 고호도 좋고~ ^^


속삭님, 제가 좀 모자라서 진실과 가짜를 구분 못해요...ㅠ.-


체셔고양2님, 얼마전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들을 해줬어요.
관심 채널 중에 하나여요 ^^


책읽기는즐거움님, 오지 않은 작품들이 몇 점 있대요. 털썩...
검색해봤더니 그 그림 있더라구요 ^^


스텔라님, 마그리뜨에 한번 빠져보세요!


메피스토님, 정말 보고 싶은 사람만 보라는 의미로
저 시간에 방영해주는 걸까요...흑.


아프락사스님, 제가 꼭 챙겨봐야 할 영화여요. 돈컴노킹.

2007-04-02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06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07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07 0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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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4 0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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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30 06: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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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30 0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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