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디비디를 구입한다는 페이퍼에
  메피스토님이 명작들이 줄줄이 나온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댓글을 보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디비디로 만나고 싶은 영화들을 몇 편 꼽아봤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도리스 되리의 "파니 핑크" 다.
 
  절친한 선배언니는 스물 아홉이 되던 해 집을 나와 혼자 살았다.
  옥탑방에서 주택의 1층으로 이사한 언니 집에서 나는 이 영화를 실컷 보았다.
언니는 틈만나면 파니 핑크 비디오를 켜놓았다. 밥을 먹는 언니의 뒤에서, 빨래를 개키고 책을 뒤적이는 언니의 뒤에서 파니 핑크가 움직이고 있었다.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가 흐르고 파니의 친구 오르페오가 생일축하 케잌을 들고 나타날때면 어김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말끄러미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어느날 내가 스물 아홉이 되었을 때 나는 파니 핑크를 떠올렸다. 
파니는 성장이 멈춘 사람처럼 여전히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었고 
나는 사랑따윈 필요없어 라고 외치고는 연애와 관련된 모든 것을 끊었다.
소개팅이나 우연한 만남을 거절한 후 일중독자처럼 일에만 매달렸는데
불쑥 그이가 나타나버렸다. 바로 그날 선배언니를 불러 그이를 소개시켜주었고
언니는 우리 두 사람을 축복했다. 
언니가 오르페오처럼 생일 케잌이라도 들고 나타났더라면 참 좋았을텐데...ㅎㅎ

드디어 나온 디비디! 당장 장바구니다. 오늘의 횡재.

 애니 프루의 시핑뉴스.
 영화로도 유명하지만 소설의 진가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덤으로 브로크백 마운틴, 이 딸려온다. 
 덤은 내 눈에 이쁜 친구에게 줄까 한다. 흐흐.

 

 


  이병률의 여행기, 끌림.
  다 읽은 지 며칠 되었다. 리뷰를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읽고 있으면 절로 시인이 되는 것 같은 책.
  사진을 전면에 깔고 그 위에 글을 얹은 편집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끌림에서는 제법 잘 어울린다.
  50개국을 여행한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 나라를 돌면서 기록을 남겨놓은 것이 젤로 부럽다. 
  한 권 책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도.

  하진의 남편 고르기
  중국계 작가인 하진의 소설은 현대문학에서 한 편씩 소개되었다.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이 책을 권해주셨다.
  야금야금 읽고 있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식사랑' 이라는 단편을 잠깐 소개하자면,
  아이가 없는 중년의 부부가 있다.
  어느날 젊은 장교 부부가 두살배기 아이를 위탁해온다. 
  부부는 아이를 돌보며 아이가 주는 사랑에 젖는다. 
  아이를 아들삼으라는 말에 부부는 거절한다.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아이는 자신의 자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품에 안고 있고, 내 피를 받아 태어난 아이는 아니어도 사랑이란, 자식사랑이란
자식을 낳은 부모가 아니어도 가질 수 있는 것. 사랑은 참 쎄...ㅎㅎ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3-2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KEINER LIEBT MICH. 저는 파니 핑크라는 제목보다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가 얼마나 절망스럽게 칠흑같이 느껴졌는지, 독일어 원제가 더 좋았어요. 그 영화가 좋으셨다면, 도리스 되리 감독이 쓴 책 `나 이뻐?'(제목이 정말 이렇습니다)를 추천합니다.

마늘빵 2007-03-23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니핑크 좋아라 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동일명의 밴드도 있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음악은 참 좋습니다. 쥬드님 말마따나 나 이뻐, 도 보고 싶어지는군요. 그건 몰랐는데.

stella.K 2007-03-2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에요. 맨끝에 저리 쓰신 걸 보니 2탕도 있나 보죠? 흐흐.

비로그인 2007-03-2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진의 남편 고르기. 궁금해지네요^^

Mephistopheles 2007-03-2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도 재출시된다죠..호호호

mong 2007-03-2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봄과 함께 등장하셨군요!
시핑뉴스....기대중이어요 ^^

플레져 2007-03-2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원제가 매력적이지만 너무 많은 걸 노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ㅎㅎ
도리스 되리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감독이고 소설가여서
나 이뻐? 는 완전 소중 소설집 중에 하나여요 ^^ 다른 정보도 있음 갈쳐주세요.
되리의 다른 책들이 출간되었으면 좋겠어요.


아프락사스님, 밴드 파니 핑크라... 참 괜찮은데요? 저는 만약 분식집을 차린다면 파니 핑크, 라고 하려고 했었어요 ㅎㅎ 나 이뻐, 강추에요.


스텔라님, 잘 지내셨죠?
2탄은 안쓸래요. 동하면... 쓰겠지만 ㅎㅎ


바랍난책님, 음... 좋아하실 거에요.
하진의 다른 소설집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 도 추천해요.


메피스토님, 어. 그 영화는...처음 들어요. 호호 ^^;;


몽님, 아휴. 너무 오랜만이네요.
참 신기해요. 어제 몽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렇게 만날거라는 선몽(?) 이었나봐요 ㅎㅎ

2007-03-26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7-03-26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 프루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전 좀 설렁설렁 읽었나 봐요.
생각만큼 깊은 감동을 못 받았거든요.
그냥 내 수준이려니 생각하면 되는데.
다른 사람의 리뷰들을 읽다 보면, 그리고 따옴표에 묶인 문장들을 보면
제가 엉터리로 읽은 게 좀 아쉽더라구요.
언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파니핑크]는 우리(?) 또래의 여자들에게 사랑에 관한 복음서가 아니었나 싶어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사랑의 출발점을 알려 주는.
플레져 님은 이병률 씨 글을 꽤 맘에 들어해요. 그죠?
덩달아 들썩.
하진이나 쑤퉁처럼 최근에 소개되는 중국 작가들 책을 좀 읽어봐야겠어요.

2007-03-26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6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daytripper 2007-03-28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니 핑크 출시 소식, 완전 감동입니다.. 덕분에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나 이뻐> 강춥니다.

플레져 2007-03-28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거리님, 파니 핑크와 나 이뻐의 팬들이 많아서 반갑습니다 ^^
 

벚꽃이 피었네

 

벚꽃이 피었네 연한 붉은 색으로 물든 거리
고개에 피었네 멀리서 종이 울리네

남자는 칼을 휘두르며
여자를 위해 오늘밤도 목을 벤다
사랑은 끝없는
고독일 뿐

벚꽃이 피었네 어슴푸레한 봄 안개
새가 흐느껴 우네 사랑하면 마음이 들뜬다고

남자는 불안해서 미쳐 날뛰고
여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머지
만개한 꽃 아래의 두려움과 닮았네

벚꽃이 피었네 지옥 괴물의 거리
시체가 비웃네 목숨이 아까운 게지 하고

벚꽃이 흔들리네 바람 한 점 없는데
주르르 넘친다 피에 물든 비녀

활짝 피거라 꽃잎은 춤추듯 떨어지고
손바닥이 꽃이 된다
동정 원망
그 가슴에 상처를 주고 싶다
흐드러지게 피고 춤추듯 낙화하고
이 몸 바람이 되네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사람의 목숨도 진다

벚꽃이 피었네 온 세상을 뒤덮었네
벚꽃이 졌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네


가사 : 다카라노 아리카
작곡 및 편곡 : 히사이시 조
보컬 : 마이

  명절 연휴, 이쁜 동생에게서 선물 상자가 도착했다. 
  지난 계절을 한몸이 되어 보냈던 동생. 본 지 참 오래됐구나 싶다.
  가까이 있으나 동생도 나도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막 사랑에 빠진 그녀의 시간을 아껴주고 싶었다고 하면... 믿어줄까?
  나 또한 갑자기 분주해진 일상이라, 다급해진 일상이라 간혹 문자로, 메신저로 안부인사를 해왔다. 맛난 초콜릿 두 상자와 함께 배달된 히사이시 조의 두 장의 앨범. 
문득, 동생이 보고싶다. 메신저로 불러내 아무 얘기나 하고 싶어진다.

음악만 듣다가 해설집을 읽는데, 거기 써 있던 저 가사. 가사를 읽는데 마음이 막, 막, 메어지더라.
그 소설, 사카구치 안고의 "벚꽃 만발한 숲 아래" 가 퍼뜩 떠올랐다.   
해설집 안쪽을 뒤적이자 과연, 사카구치의 소설을 읽고 감동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한다.

평온한 선률 사이로 哀 가 흘러나오는 음반이다.
가만가만 듣고 있으면 김사인의 시처럼 '가만히 좋아하는' 그 무엇이 될 것 같다. 
누구에게도 그런 존재가 되어주지 못한 것 같다는 자책은 어느 통로에서 나왔는지.
마음에 놓여진 여러 갈래의 통로들이 삐걱인다.
헤어진 연인 있거든 이 음반은 피했으면 좋겠다.
아니, 너무 명랑한 제 자신을 숨기고 싶을때 들어도 좋겠다.
차분하고 고요한, 고요하나 망가진 마음만 피하면 좋겠다.

곧, 벚꽃 피겠다.
그 가슴에 상처를 주고 싶은 맘, 이라... 어찌 이리도 내 맘을 잘 표현했을꼬. 허허허. 

상처를 주어도 갈라지지 않는 얼음짱이 문제인지
상처주는 기술이 부족한 탓인지.

설령, 벚꽃이 져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해도
벚꽃이 피어야하겠지. 그래야하겠지...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달 2007-02-2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예요. 플레져님 ^-^

물만두 2007-02-2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따끔거리게 하심 어쩌라구요^^;;

2007-02-21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1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7-02-2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동네인가 싶었는데,,,,벚꽃 소식은 좀더 기다려야겠네요.^^

Mephistopheles 2007-02-2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사가...너무 살벌해요...(약한 척)

플레져 2007-02-2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달님, 안녕 ^^ 해피뉴이어!


만두님, 봄이 오면 그때 생각해 보죠 모 ^^;;


사진의 장소는 창경궁, 2년전 사진이네요, 속삭님...ㅎㅎㅎ
기억력은 좋으신데 사진 장소만 틀리셨습니다 ^^
히사이시 음악을 영화 볼 때만 듣다가 찬찬히 감상하니 참 좋드라구요.
낭군님의 감수성이 짐작이 가네요.


잉문공부장관님, 벚꽃 좀 늦게 피우라 해주세요,
아직 봄이 오면 안될 것 같아요.


메피스토님, 약한 마음 착한 마음? ㅎㅎ
살벌한 것이 사랑인지도...

2007-02-22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3 0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4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8 0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8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2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3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5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5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1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1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1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아. 세상에.
  나왔구나, 나왔어! 
  나른한 일요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 보았던 영화. 
  텔레비전 앞을 지나던 찰나였는데, 주저앉아 보고 말았던 영화.
  그날의 화창했던 날씨가 떠오르는 건
  영화의 모노톤 색채때문일지도 모른다.
  컬러 영화인데 나는 갈색 모노톤으로 기억하고 있는 영화.
  폴란드의 베로니카, 프랑스의 베로니카.
언뜻 마주쳤다 헤어지는 두 베로니카는 어릴때 상상했던 외계의 나라와 같은 구조였다.
소년중앙, 에서 보았던 얘기는 이렇다. 내가 이곳에서 책을 보고 있으면 나와 닮은 한 아이가
달나라 토끼의 마을쯤에서 캡슐 안에 들어가 책을 보고 있다고.
나는 손으로 책장을 넘기지만 그 아이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캡슐에 입력된 무엇으로 인해 절로 책장을 넘긴다고. 책장 하나 넘기는 것조차 수고롭게 느껴졌던 건 아닌데, 나는 그 아이가 무척 부러웠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내 안에는 나와 같은 아이가 마뜨료쉬까처럼 들어있는데
내가 잠든 사이 이탈하여 그날 내가 저지른(?) 일들을 구경한다고.

키에슬롭스키의 영화 중에서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과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소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들뜨게 만드는 영화.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훔쳐온 책. 
  21일에 내게로 올 예정.

 

 

 

  사유의 열쇠, 김성곤.
  영화 관련 철학 서적을 펴낸 저자의 책 이후로 오랜만에 읽는다.
  21일에 내게로 올 예정.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모리 에토.
  좋아하는 일본 작가들이 늘어났다.
  그중에 한 사람. 기억해야 할 작가, 모리 에토. 
  나오키상 수상집이고 세 편을 읽었는데... 뭐라 말 할 수 없는 통찰력에 감탄.
  아주 일상적인 소재를 소설화 시킨 것도 장점이지만
  역설적으로 소설이란 이런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울컥하는 건 왤까.

 

  죽이러 갑니다, 기쿠다 미쓰요.
  대안의 그녀, 이후 그녀의 팬이 되버렸다. 
  죽으러 갑니다, 가 아니라 죽이러 간다니 웬지 안심.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21일에 내게로 올 예정.

 

 

  빠지다, 가와카미 히로미.
  나카노네 고만물상의 그 작가. 
  얼핏 이러저러한 구조, 라는 건 알겠다.
  그 깊은 의미와 사유는 조금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역시, 빠지게 만든다. 
  나머지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아껴 읽는 중.
  그 분께 선물 받은 책. 감사 ^^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7-02-1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둘..명화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DVD가 점점 많아지더라구요..^^
(덕분에 지갑 털리는 부작용도 발생하지만요..ㅋㅋ)

플레져 2007-02-1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 흥분했어요 ㅎㅎ
기다리다 지쳐서 잊어버린 목록들이 있는데 (왜 메모를 안했을까!)
제 기억력을 복원시켜줄 겸 빨리 출시 되었음 좋겠어요.
(아..지갑..)

2007-02-20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1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2-21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이러 갑니다는 지금 읽고 있답니다.
좋던데요?^^

플레져 2007-02-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요! ^^

DJ뽀스 2007-03-0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20살 즈음에 프랑스 문화원에서 봤던 베로티카의 이중생활
그 충격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

플레져 2007-03-0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스님, 어제 드디어 이 영화를 봤답니다.
다시 보면서... 참 묘했던 것은, 제가 예전에 좋아했던 그장면, 베로니카와 베로니끄가 만나는 그 장면에 대한 느낌이 참 다르더라는 것이었지요. 제게는 커피색 모노톤으로 새겨진 그 장면이 그렇지만은 않았더라는 것... 물론 화질의 차이는 있겠지만 ^^;; 좋았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미미달 2007-04-0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이러 갑니다' 앞에 '지금'이라는 말 붙이지..... 라는 이상한 아쉬움 -_ - ;;
 

 에쿠니 가오리의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오랜만에 주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라. 그런데 난 플래티넘 회원이다. 
 계정에 들어가보니 딱 보름만에 주문.
 언제나 주문은 즐겁다.
 주문이 끝나면 허탈하다.
 그래도 에쿠니 가오리의 책인데 주문하지 아니할 수 없다. 
 막, 읽고 싶다.


 마루야마 겐지, 여름의 흐름.
 에쿠니 가오리의 이름을 입력하고 난 뒤 
 바로 뜨는 이미지에 에쿠니 가오리가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이름에선 어떤 정서가 스며있다.
 달콤할지도 모를 슬픔의 정서라고 해두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멋부리듯 들고 다니고 싶다면
 마루야마 겐지의 이름에선 부드러운 강건함이 느껴진다.
 '물의 가족'에도 물, 흐름의 이미지가 강했다.
  읽고 있으면 어디에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소설이었다.
본격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루야마 겐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아직 여름을 못 버리고 있는 듯도 한데 본격적인 가을 채비가 되어줄까.

 

 다이라 아즈코, 멋진 하루.
 미미달님 리뷰에 별 다섯개가 붙어있다. 안심이다. 
 별 다섯개를 만나는 기분이란. 이런거다. 당장 장바구니로 직행, 주문서 누르기.
 씨네21에서 부산영화제서 만난 한국영화 목록을 읽었다.
 7편의 영화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한 편인 이윤기 감독의 <아주 특별한 손님> 이
 이 소설집의 '애드리브 나이트' 를 원작으로 한 거란다. 
 러브토크, 여자 정혜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는데
기대가 된다. 러브토크의 배종옥의 멋스러운 룩을 걸친 여배우가 나와주면 좋겠다.


우선은 세 권만 주문한다.
몇 권 더 보태 4만원을 채우고 2천원을 챙기면 참 좋겠지만
읽을 수 있는 책들만 주문하는 것도 꾸준한 독서의 시간을 늘리는 길이 아닐까 싶다.
2천원 쯤이야, 우습게 보는 게 아니다.
2천원 보다 더 값진 내 독서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다.  

욕심내면 보관함을 뒤적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내 보관함은 읽고 싶은 책들이 아니라 읽고 싶지만 읽지 않을 책들만 가득하다.

보관함을 뒤적이는 일이 무모하다.

또다른 보관함이 필요한걸까. 

책들은 토요일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날은 결혼기념일인데 남편은 회사에서 1박 2일로 놀러간다고 한다.
기념일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혼잣말하는 내게 덜컥 겁이 난다.
언젠가부터 모든 욕구에서 스스로 자멸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패배 의식이 아니라 게으름이라면 좋겠다.
게으름이 아니라 한 보 전진을 위한 한 보 후퇴였음 좋겠다.

딱히 뭘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딱히 뭘 갖고 싶은 것도 없다.

책은 읽어야 하니까... 왜?
내가 책이 아니니까.
나는 책이 되고 싶은걸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로라 2006-10-2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욕심내고 쟁여둔 책들로 회사와 방이 어지럽답니다. 플레져님이 보여주신 겸양의 마음, 저에게도 필요해요. 그건 물론 맘처럼 쉽지 않겠지만요... 플레져님이 말씀하신 '값진 독서의 시간'이 주는 기쁨 때문에 사실 오랫동안 책과 함께해온게 아닌가 싶어요. 마음을 말갛게 해준 한편의 페이퍼와 마지막 사진... 너무 좋은데요.

이리스 2006-10-25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이 책이 되시면 제가 읽어드릴게요. 여러번.. ^.^ 그리고 아마도 이렇게 멋진 책을 가지고 있다며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게 될거에요. 추천 꾸욱~.

물만두 2006-10-25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증 탈출하세요~

마노아 2006-10-2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페이지 넘어가는 것 보면 뜨악 할 때가 있어요. 읽고 싶지만 읽지 못할 책이 수두룩해요^^;;;;
책은 토요일에 도착할 거라고 해놓고 금요일에 올 겁니다. 토요일은 그래도 기분 좋아질 거예요. ^^

2006-10-25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0-2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로라님, 진득허니 앉아 구운 밤 살살 까먹듯 책 까먹던 시간이 요샌 참 드물었어요. 어렵지는 않다고 말 못하겠어요. 뭘 좀 하려고 하면 방해공작들이 넘넘 많은거 있죠? 그저 책과 나, 만 있는 세상... 없으려나요?

낡은구두님, 음음... 이렇게 멋진 말씀을 해주시다니 ^^V
추천도 감사하고 무거운 저를 들고 다닐 구두님의 팔에도 감사를 ㅎㅎ

만두님, 눈치 9단이셔, 암튼...ㅎㅎ

마노아님, 제 보관함은 한 10년 묵은 책상서랍장이어요 ㅋㅋ
금요일에 와주면 더 좋구요. 느닷없는 기쁨 좀 만끽하고파요 ^^

속삭님, 역시 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니 그저 기뻐요.
님이 좋다고 하니 더더욱 기대가 되구요.
혼자 지내게 될 주말... 아시잖아요. 제가 무얼 할 지 ^^;;
앙탈이 통하지 않을거에요. 거국적인 회사의 파티 같은 거래요.
게다가 얼마전 여행에서 받은 뇌물이 좀 있어서리........................... ㅠ.ㅠ

진/우맘 2006-10-2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2천원의 유혹은 정말 커요....뿌리치기 힘들만큼...ㅠㅠ

2006-10-27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0-2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유혹에서 벗어나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불끈! ^^;;

속삭님, 저도 이미 님 서재 즐찾 해놓았는걸요 ^^
그래도 이렇게 인사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달 2006-11-0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플레져님 저를 신뢰해주신다니. ㅋ영광이예요.
저 책은 주말이었던가 공휴일이었던가..
기숙사 방 홀로 지키고 있을 때 읽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
 

도리스 되리, '나는 사랑의 신봉자'
서울여성영화제 4인 감독을 만나다 1
2006.04.17 / 김용언 기자 

일상에 만족할 줄 모르는 여자와,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겁내는 남자가 만났다. 마법의 물고기를 낚은 어부와 현대판 인어공주가 이뤄나가는 독특한 러브스토리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파니 핑크>로 유명한 도리스 되리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의 이름이 낯설었다. 유명 스타도 출연하지 않았다. 하물며 미국도 아닌 독일영화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994년 한국 극장가를 조용히 뒤흔든 영화 한편이 있었으니 바로 도리스 되리 감독의 <파니 핑크>였다.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는 “여자 나이 서른에 좋은 남자를 만나기란 길을 걷다 원자폭탄을 맞는 것보다 더 어렵다”라는 명언과 함께, 우울한 인생을 탓하기에 앞서 나 자신부터 사랑한다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격려와 행복한 유머로 고독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그 영화 말이다. 보편적인 인기와 더불어 컬트적 인기까지 누린 드문 케이스 중 하나라고 할까. “물론 모든 감독들은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영화를 만든다. 하지만 나와 관객의 감정이 딱 맞는 타이밍을 예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파니 핑크>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매년 발렌타인데이마다 대학과 아트하우스 극장 등지에서 <파니 핑크>가 상연된다. 이렇게 너무나 다른 나라들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까? <파니 핑크>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인기 있을 수 있었을까? 나조차도 여전히 놀랍다.” 그 이후 꼭 12년 만에 도리스 되리 감독의 또 다른 영화가 관객들을 열광시키는 중이다. 8회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내 남자의 유통기한>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도리스 되리 감독은 1983년 <진심에서 우러나와>로 데뷔한 이래 <고래의 뱃속에서> <남자들…> <천국> <생일 축하해!> <파니 핑크> <확실한 계몽> 등을 통해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격찬 받는 감독 반열에 올랐다. 그녀의 영화들은 일상에 대한 섬세한 묘사 속에 희비극적인 정조를 녹여 넣으며 보편적인 감수성을 적재적소에 건드리는 뛰어난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다. “완전히 팝콘용 영화거나 완전히 예술영화거나, 양쪽 모두 내게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 코미디와 비극도 마찬가지다. 둘 중 하나만 택한다면 비현실적이고 깊이가 없어진다. 계속 달라지는 리듬에 맞춰 춤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해외 평자들에 따르면 독일 내에서 엄청난 흥행과 비평적 성공을 동시에 거두었던 도리스 되리의 1985년 작 <남자들…>을 두고 이런 평가까지 내린다. 1982년 베르너 라이너 파스빈더가 사망한 이래 뉴 저먼 시네마의 격렬한 저항이 끝났고, <남자들…>로 대표되는 코미디의 새로운 시대, 즉 즐겁지만 마냥 가볍지만도 않고, 그러면서 상업적 장점을 잃지 않은 엔터테인먼트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이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도 그녀의 달콤씁쓸한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채, 도리스 되리의 관조적이며 한층 깊어진 시선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물고기에 관한 옛날 동화로부터 <내 남자의 유통기한>이 시작되었다.” 디자이너 이다와 비단잉어 전문가 오토는 일본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져 단숨에 결혼식까지 올린다. 그러나 열정은 잠시, 곧 둘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넓은 집과 정원, 귀여운 아이, 충분한 작업 공간, 세계적인 명성을 끊임없이 바라는 이다와 ‘지금 이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오토 사이에 균열이 온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균열을 극복하려 애쓰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사실 한국에서만 이런 줄 알았다. 가정과 직업 모두에서 성공을 거두려 애쓰는 슈퍼우먼 콤플렉스, 그렇게 동분서주하는 상황도 몰라주고 “혼자 잘난 척하는군”하는 삐딱한 시선에 대한 분노,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캐묻지 않은 채 그저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바라는 고독한 심정…. 하지만 도리스 되리 감독은 그에 대해 “실망시켜 미안하다”라며 웃는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남자들은 영화 속 오토처럼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에 대해 매우 수동적인 방어 태도를 취한다. ‘아, 당신 슈퍼우먼 할래? 그러든가. 난 그에 대해 할 말 없고 관심도 없어’ 이런 식으로. 이 부분은 지난 25년 동안 독일에서도 계속 논의된 문제다. 남자다운 남자, 여자다운 여자에 대해서는 얘기가 이미 끝났다. 이제는 역할의 진정한 전환, 또는 남녀가 함께 맞춰 나아갈 수 있는 리듬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경제적 주도권에 의해 남녀의 역할이 결정되었던 1백 년 전의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랑 그 자체만으로 서로를 선택하길 원하는 시대가 되었다. 도리스 되리는 바로 그런 상황에서 사랑이 어떤 의미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 “사랑은 변화가 심하고 센시티브한 영역이다. 언제나 새롭게 정의내리고 그 본질을 탐구해야 한다. 남녀의 위치가 거의 비슷해진 지금에 이르러 사랑은 1백 년 전과 완전히 다른 단계에 접어들었다. 복잡하고 어렵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다.” 그런 의미에서 직업적 성공과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쉽지 않은 두 물고기를 잡은 도리스 되리 감독은 스스로를 일컬어 “굳건한 사랑의 신봉자”라며 경쾌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내 영화는 여성만을 이야기하진 않았다. 그건 세상의 절반만을 얘기하는 게 된다. 내 관심사는 세계 전체, 특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관계에 대한 갈망이며, 그건 대개 사랑이다.” 요즘 LA라는 공간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으며("LA는 그냥 대도시가 아닌, 뭔가 다른 무엇이다.”), 60대 아버지와 자식 간의 소통 부재 상황에 대한 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도리스 되리 감독은 그치지 않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감성과 이성 양쪽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춤출 준비가 돼 있다.

 

<기사출처 :  필름 2.0>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6-06-3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einer liebt mich, 파니 핑크를 보고는 독일어 공부를 했어요. 독일에서는 이 감독, 책도 여러권 (서너권?) 쓰고 작가로도 활동중인데 한국에는 어째 나 이뻐? 밖에 나오지 않은 것 같아서(그것 말고도 단편 모음집이 하나 더 있습니다만 조기절판되는 바람에..) 아쉬워요.

플레져 2006-06-3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의 열정이 부럽네요. 세익스피어때문에 (번역이 중구난방이라) 영어 공부에 잠시 몰두한 적이 있는데, 정말 아주 잠깐이어서 명함도 못내밀겠습니다 ㅎㅎ 동화 몇 권이 더 있을뿐 그 재밌는 소설은 정말 나 이뻐? 한 권 뿐이네요. 조기절판이라니 더 아쉬워요...

로드무비 2006-07-0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리스 되리의 책 <나 이뻐> 말고 한 권 있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아아, 멋지고 당당한 모습이네요.
여전히 사랑의 신봉자라니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플레져 2006-07-0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숏 컷트에 레몬색 머리 넘 섹시하지요? ^^
그 책이 쥬드님이 말하는 책과 같은 책인 것 같아요.
저도... 사랑의 신봉자에요. =3

2006-07-19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