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체스터 이야기 - 모든 상처가 치유되는 곳
신인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유란 무얼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 악화된 상태를 나아지게 하는 것? 보통의 날을 행복의 날로 바꿔주는 것?

사전적인 의미를 몰라 자문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게 있어 치유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치유에 관한 서적에 목메는지 자답해야 할 시점이 왔기 때문이다. 모든 상처가 치유되는 곳이란 부제는 그야말로 지나치게 자화자찬이라고 느꼈다. 세상에 그 많은 상처를 어떻게 다 치유시키겠다는 것인지 그야말로 코웃음을 쳤다. 여기서 중요한 것. 세상의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순 없을지 몰라도 레이체스터 병원으로 온 이상, 그곳의 환자가 된 누구라도 치유를 받게되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지금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동네에는 왜 레이체스터 병원이 없는가 둘러보며 아쉬워할 필욘 없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도 그곳에 입원한 환자와 다를바 없이 똑같이 치유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총 7개의 처방전으로 나뉜다. 처음부터 끝까지 레이체스터, 즉 이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을 치유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명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이 책을 읽을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이 책이 필요한 것이다. 타인이 나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의학박사도 아닌 그저 우리의 이웃일 뿐인그가? 혹은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싶어했던 가난에서 완벽하게 해방되어 있지 않은 그 사람이? 라는 의문을 작가는 레이체스터 병원을 통해 독자에게 깨달음을 전달한다. 흔히 우리는 무언가 완벽한 사람만이 우리에게 충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주변인이 충고하면 '너나 잘해!'라고 소리치며 화부터 낸다. 그의 인생이 현재 이뤄놓은 물질적인 지위와 명예로 판단되어 그가 느끼는 행복따위는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아마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받을만한 처방전이 없다거나 전혀 아픈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역시 특별하게 치유를 받아야 한다라기 보다는 좀 더 나아지기 위한 내 행복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어리석은 이유로 책을 읽었으니까. 레이체스터 이야기는 어찌보면 단순한 우화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인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그래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상대를 평가하려고 하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인맥관리'를 하려는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하고픈 도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원큐에 읽은 책이 거의 없었다. 적어도 중간에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뭐 등의 흐름을 끊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트렁커..
2010년 마지막에 단숨에 읽은 책으로 선정~! 내용은 솔직히 미친듯이 웃기거나 머리 띵하게 눈물나거나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의 흡입력이 있지는 않다. 기껏 단숨에 읽었다고 해놓고 이 무슨 앞뒤 문맥에 어긋나는 평이냐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걸. 그치만 평점을 준다면 무지하게 후하게 주고 싶다. 재미있게 읽고나서도 놀부심보가 발동, 평점을 별4개를 차마 주기 싫은 작품과 작가가 있다면 트렁커의 고은규씨에게는 기본 별4개는 주고 싶어졌다. 왜냐면 고은규 작가는 너 불쌍하다고 동정표를 남발하는 그런 작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온두는 참 불쌍한 여자다. 대부분 이여자에게 더 가혹한 형벌을 내리거나 책임감 없는 몹쓸 동정심을 베푸는 등장인물이 있기망정인데 트렁커에 인물중 어느 누구도 대책없고 근거없닌 동정도 형벌도 내리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유서가 아닌 유언으로 이름을 지어주신 덕에 '이룸' 에서 '이름'이 이름이 된 름의 역할 도 온두를 공주로 만들거나 극적인 구출을 시도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온두의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 짐작이 될듯말듯 하지만 애초에 온두가 그 시절 그 여자아이가 아니었어도 름은 그녀를 보듬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지 싶다. 그 케잌을 먹은것만 봐도 알듯.
상처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보는게 맞겠다. 편안한 매트리스가 깔린 침대에 누워잘 수 없는 사람들 트렁커. 이유야 각각이겠지만 결국 편안하게 두 다리 펴고 잘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린시절 옷장에 곧잘 숨었던 나는 그곳이 은둔하기에 적절한 장소였기 때문이지 침대나 이불보다 더 편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온두나 름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은 아니었다. 아마 곁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상한 편견으로 볼거라는 것도 부인할 순 없다. 온두가 성실하지만 친절한 직원이 아닌 것도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쪽으로도 이해해줄 수 없는 나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깨닫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지금 내 삶의 부족함, 놓치고 사는것에 대한 발견이었다면 트렁커를 통해 깨달은 것은 내 사고가 참 단순하면서 한정되어 있다는 거였다. 엄청난 SF장르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추리하게 끔 만드는 제법 괜찮은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서진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무형문화재 12인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어찌보면 다소 어렵고 딱딱하고 괜한 측은함과 미안함을 갖고 읽어야 하는 건 아닌지 주춤되기도 했던 책. 만약 그런 주춤거림으로 읽기를 늦췄다면 상당히 아쉬울 뻔했다. 저자 서진영의 글솜씨의 여러번 놀랐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에 필력이 좀 부족한 작가인가보다 했더니 왠걸 한편의 에세이를 보는 듯한 특유의 위트와 편안한 안내에 마치 12장인을 직접 만나고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따금 쉼없이 나오는 저자의 사적인 감성에 장인들을 보는 시선의 흐름이 다소 끊기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무작정 이런 대다한 장인들을 모르고 살았던 그 미안함만을 탓하고 나섰더라면 이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았으리라 본다.
한산모시짜기를 시작으로 배첩장까지 책을 읽으면서 거듭들었던 생각은 장인들이 받아만 준다면야 수재자로 들어가도 원이 없겠다 하는 생각이었다. 책으로 백번 봐도 한번 체험하는 것을 비할 수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었다. 손을 베이고 때론 한부분이 절단 되는 아픔을 다 감내하고 무엇보다 내가 무엇이 되겠다가 아니라 정말이지 즐거워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운명'적인 느낌이 필요한게 아닐까. 물론 적성이란게 별개 없다라는 말씀도 동의한다. 열심히 내가 이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죽기를 각오할 때 '천직, 장인'이란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것일게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오해했던 것은 무형문화재, 즉 전통이라고 하면 무조건 옹고집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나 토기를 깨부수는 장인도 더는 없었으며 우리것만이 중요하고 작업할 때도 평소에도 한복을 고수하면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외부와 단절하여 자기뜻으로만 사는 사람들이 아니란 것이었다. 현재 작가들과도 교류하면서 열린 사고로 전통을 계승하시는 장인들의 모습은 놀랍다는 것 이상의 깨달음이 느껴졌다.
12명의 장인들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서진영이라는 작가를 응원하고픈 맘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 그야말로 '충만'한 상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분들의 작업장을 전부 방문할 수는 없겠지만 한 해에 한가지의 전통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더 늦추지 말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만든 소반에 넘침 없는 조반과 한땀한땀 현빈의 이태리 트레이닝복이 아닌 침선으로 부모님의 침구를 시집가기 전에 선물해 드렸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트 3권의 비밀 - 일 잘하는 사람은 노트에 무엇을 적을까?
미사키 에이치로 지음, 김현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노트3권의 비밀.

잔뜩 기대를 갖고 읽게 된 노트 3권의 비밀. 메모노트, 모함노트, 스케줄 노트. 이렇게 3권의 노트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단 한권의 노트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있어도 실제 사용하는 노트가 한권 뿐인 사람은 없다. 물론 별도의 노트 없이 다이어리 자체를 꾸미는 것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어느정도 노트3권 까지는 아니더라도 메모노트와 모함노트라고 명명하진 않아도 이와 비슷하게 노트를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건 학생때의 노트의 목적과 비지니스 생활에서의 노트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 이게 가장 핵심이다. 학생때는 기억하기 위해 노트를 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잊기 위해 노트한다. 머리에 빛이 딱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흔히들 노트의 용법이나 일 잘하는 사람들의 암기력이나 기억력등에 찬사를 보낸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 어떻게 지인들의 상조사까지 다 기억해낼 수 있는지 한번 받은 명함을 한 곳에 모아두는 것도 때로는 쉽지 않은데 인상착의 까지 기억해가며 상대방에게 특별하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바로 기억하기가 아니라 잊기 위한 노트를 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다. 처음 메모를 남길 때부터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적어놓은 뒤 모함노트에 살을 붙여가는 것이다. 기획서나 공문서일 경우 한번에 해치우려고 하면 오히려 머리만 복잡해지고 처음 생각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결론을 맺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노트3권의 비밀은 또 하나의 방법, 투자만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노트의 역할도 분산하는 것이다. 하나의 노트에 전부를 담을 수 는 없다. 기존에 스케쥴러를 보면 다이어리 하나에 모든 것을 해낸다.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노트의 다양한 활용법을 실천 했던 저자역시 가능하다면 한권의 노트에 담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쉽지 않기에 3권으로 정리를 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다보면 무게가 무거워져 결국 간소한 차림을 요구 하는 자리에서는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고 낱장으로 흩어진 메모를 수집하기가 더 번거로워 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른 노트비법서와 차별화를 두는 것은 상표를 정확하게 기재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구입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지만(일본 내에서도 구입하기 쉽지 않다고 적혀있는 노트는 정말 탐난다.) 다 비슷해 보이는 노트중에 무엇을 골라야 할지 하나하나 일러줬으면 하는 우유부단형들에게는 좋은 책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노트를 구입해야 할지를 시작으로 세 노트의 활용법은 물론 시대에 뒤쳐지는 아날로그 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아이폰을 비롯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함께 병행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반드시 노트에 필기할 경우 재빠르게 기록을 할 수 있는 장점까지 얇지만 야무진 책 한권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처세술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방법과 그 필요성을 다룬 이책은 학창시절에 사용하던 노트법을 기억하는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필독서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2
책 중에는 단숨에 읽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마라톤 처럼 숨고르기의 시간을 별도로 필요로 하는 책들이 있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선자도 후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읽는 내내 머리를 쥐어뜯어 내듯 내 자신을 괴롭혔는지 모른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자면 난 독일과 아일랜드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두개국 전부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하면 만 서른이내에 2개국을 전부 다녀올 수 있을지 불필요한 고민으로 밤을 샐 정도로 어리석은 짝사랑을 하고 있다. 때문에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비견될 만한 작품이라고 할 때 반가움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솔직히 율리시스는 영문학 수업을 받으면서 처음 접하게 된 이후 아직도 제대로 소화시켜가며 읽어낸 적이 없는 '무섭고 괴롭고 힘든'책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읽는 내내 머릿속 한켠에는 율리시스가 떠나지 않았다. 방대한 내용이나 난해하다는 일률적인 평이 아니라 지나치게 똑같았다. 노래부터 성경등의 자잘하게 본문 수준의 각주가 달리는 것도 그러했고 의식의 흐름을 쫓아 글이 이어가는 방식이 그랬다. 너무나 잘 아는 상대를 만났기에 이번만큼은 단 숨에 읽어내겠다는 비장함으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으로의 진입을 결정, 나의 리뷰는 프란츠 비버코프를 따라 흘러갔다.

 

프란츠 비버코프. 그는 4년간 죄수로 살았다. 이미 내용은 알려졌듯 프란츠가 다시금 힘을 얻어 삶을 살아가다가 결국 또다시 절망적인 세상에 남겨진다는 내용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의 심리상태다. 처음 베를린으로 나왔을 때 그의 심리는 암흑이었다.

 

1권 p.54 이제 나는 온종일 먹고 마시고 잠자는 일밖에는 아무것도 안 할 거다. 내 인생은 끝난 거니까. 끝이다. 끝

 

 

물론 랍비를 통해 찬노비치의 무용담과 비극적 결말을 전해 들어 일어설 용기는 얻었지만 여전히 그는 '여름양복'을 입고 지나가는 여자를 무작정 따라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체 거리에 남겨진 상태였다. 이다의 언니, 안나를 만나면서 그의 여름양복이 푸른색 가을 양복으로 변하면서 그는 베를린에 정착하게 된다. 베를린 입성, 그가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동시에 독자인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술술 읽히진 않지만 느릿한 호흡으로 프란츠의 이야기와 주변인들의 생각을 쫓아가는 데 들이는 노고가 덜해짐을 느낀다.

 

2권 p. 45
"나 어떤가, 바비 재킷을 입은 영웅적인 전사지?"

 

상승세를 타고 달라져 가는 프란츠는 여름양복에서 푸른색 가을양복에 이어 이젠 바비 재킷을 입고 에바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으로 달라진다. 그는 달라졌다. 천천히 이어져 오던 나의 호흡도 함께 상승세를 타지만 옷이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지고, 머리가 달라지는 '달라짐'의 말끝이 쓰고 텁텁해져 옴을 감지한다. 미체의 죽음은 살인을 한 행위가 누구였는지가 중요하지는 않다. 때문에 라인홀트가 밉다고도 느끼지 않는다. 고통이 커지자 프란츠 바짝 붙어 있던 나의 마음도 한발자욱 떨어져 다시금 베를린 광장에 처음 진입했던 때의 프란츠를 보게 된다. 그는 이전과는 달랐다. 처음 테겔 감옥에서 출소했을 때는 그에게 희망이 없었다. 그리고 저자는 그의 삶에 대해 더는 할말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할말이 남아있다. 깨어있으라고, 그리고는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 한다고 말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여타의 소설들과는 방식도 다르거니와 각주를 되짚어 가며 읽기에 몰입도가 다소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한번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은 결코 아닌것이다. 어느 블로거의 말처럼 단 한번의 독서로 적은 리뷰가 옳다고 말할 수가 없다는 말에 적극 동감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솔직히 얼떨떨한 상태다. 프란츠란 사람이 내게 왔다가 그렇듯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1920년대에 베를린을 '역사'로만 아는 나는 그의 심리상태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상황이 사람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란거였다. 되블린이 말했던 모든것에 '때가 있다'라는 말처럼 지금은 아직 프란츠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 그처럼 제대로 절망해 본적이, 엎어져 누워있어본 적이 없는 거다. 하지만 분명 나도 광장으로 걸어나가야 할 '때'가 반드시 올 거라 믿는다. 그때 이 책을 꼭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