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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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를 제대로 알기 시작한 건, <썰전>에서 부터이다.

촛불집회가 있기 전과 후 나에게 생긴 큰 변화라고 하면, 그 이전은 정치는 1도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고 그 이후는 그래도 정치에 대한 기본 소양은 갖추게 되었다는 점.

희한하게도 어려서 부터 역사책은 좋아해서 근대사와 현대사보다 고대, 중세에 대 관심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 역사도 마찬가지) 오래된 이야기는 찾아읽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찌 돌아가는지는 까막눈으로 오랜 세월 살아왔다.

그러다 션 키우면서, 책도 읽어주고 골라주다 보니 '어? 세상이 언제 이리 바뀐거야?'를 느낀 적이 많다. 대학시절 금서에 가까운 내용들이 지금은 떳떳하고 자유롭게 적혀 있는 걸 보고 살짝 놀랐던 거다. 그러고 보니, 대학 절친 중 한명이 그리 열심히 '운동권'에서 활약하다가 어느날 일반인으로 사는 걸 보고 '요즘은 그런거 안해?'라고 물어 본적 있는데 그 친구가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잖아'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오랜 세월을 정말 눈닫고 귀닫고 살았나 보다.

촛불집회가 있을 당시 썰전부터 시작해서 각 방송국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여러 개 방송했다. 그 흔한 드라마 조차 보지 않고 살아 왔는데, 그 당시에 서로 다른 시각/견해차를 가진 패널들의 토론을 제법 찾아 챙겨봤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근대사가 자연스래 연결되는 재미있는 경험도 하고..

한쪽의 시각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열띈 논의를 하고, 또 방송사 마다 색이 다르다 보니 동일 주제에 대한 토론 비교를 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당연히 관심이 있는 주제는 따로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벼락치기 하듯 제법 많은 지식 (지식이라고 하기엔 미약하고, 정보라고 해야겠다) 이 쌓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이전과는 달리 제법 생겼다고 으쓱했었다.

그 당시 가장 눈길이 갔던 분은 역시 유시민 작가다. 썰전에서 시작해서 알쓸신잡과 기타 등 제법 프로그램을 챙겨봤는데 감탄이 나올 때가 많았다. 처음 봤을 때 정치인이 왜 '작가'라고 하지?로 의아했는데 바로 수긍이 되었다.

그 당시에 '글쓰기 특강'을 사 놓고 책장에 모셔놨다.

새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마음에 여유가 없었고 업무부담이 과해서 한동안 가벼운 책을 읽었기 때문.. 유명세 좀 탔다는 로판은 이 기간 거의 섭렵한 듯하다.

그러다 얼마전 점심시간, 글쓰기 특강을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다가 완전 빠져들었다. 말그대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겠지, 좀 딱딱한 내용이려나 하고 책을 펼쳤는데, 왠걸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다. 거창하게 이야기 하면 유시민 작가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어서 그랬을까?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점심시간 끝나고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계속 읽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너무 오버 아니냐 할 수도 있는데, 내가 평소 생각한 부분과 공감이 되는 그의 '썰'이 많아 '맞아, 맞아'로 시작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아그렇지,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를 느껴서 같은데 꼭 친한 친구와 좋아하는 주제로 수다를 실컷 나눈 느낌이었던 거 같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글쓰기에 대한 조언과 방법도 알려주는데, 그 이전에 책 구석구석 '사람이 제대로 사고하는 법'을 차분히 설명해 주는 거 같아 좋았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점'이다. 물론 나도 색안경 낄 때도 있다. 또한 내가 하는 행동 중에 '나는 괜찮으니 저 사람도 괜찮다고 생각해 주겠지'라고 생각해서 실수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보고, 이왕 보는 거 장점을 보려 한다. (노력한다기 보다 이건 천성인거 같다)

유시민 작가에 대해 선호도는 다들 다를 것이다. 정치색을 달리하는 경우 특별히 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논리적인 사람과 글'이 좋다. 그래서 유승민씨와 유시민작가의 토론도 좋고, 정재승 교수와 블럭체인에 대한 토론도 좋다.

책 읽고 스트레스가 뻥 뚫린 기분 드는 것도 오랫만이다.

* 이 책에는 추천 책 리스트가 있다.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닌 책이 더 많다. 추천을 했다고 해서 나에게 다 좋은 책은 아닐 수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이겠지. 덜 보이면 훗날 다시 읽어보면 될 것이고.



https://blog.naver.com/jykang73/22207587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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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를 뒤흔든 금융 이야기
왕웨이 지음, 정영선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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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융박물관 이사장이자 경영대학원 개원교수 왕웨이가 지은 책으로, 제목도 <금융이야기>이다 보니 [화폐전쟁]을 떠올리고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분위기가 다른 책이었다.

<금융이야기>는 중국 역사를 포함한 세계사를 어느 정도 꿰고 있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사는 어릴 때 부터 재미있게 읽은 영역인데... 한동안 등한시 한 탓에 가물가물한 부분도 많았고 특히 중국사에 대해서는 그 깊이가 얄팍하다 보니 <금융이야기>를 읽을 때 나 자신에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저자는 인류의 큰 역사적 흐름 (중국인이다 보니 중국 역사와 결부해서)에 따라 금융, 엄밀히 말하면 문자그대로 '돈'의 역사를 함께 해석해 주고 있는데 내가 그 내용을 충분히 못 쫓아간 것이다.

거기다 업무적으로 머리를 과도하게 써야 하는 기간에 하필 이 책을 고른 탓에 따로 책읽을 시간이 없어 10분, 20분 정도 짬나는 짜투리 시간에 읽다 보니 책 전체적인 맥이 자꾸 끊어졌다. 이럴 땐 가벼운 에세이나 소설을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 역시 했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저자는 금융박물관 이사장이면서 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보니, 서론과 부록에서 금융사에 대한 본인의 포부나 중국에서 금융박물관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는데 본문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 하면, 본문과 상관없는 갑작스런 전환이 책의 서두와 말미에 있어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재미있게 읽은 건 사실이다. 책 전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도입부에 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이나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는 신화나 민족 이데올로기의 색체가 자주 가미된다. 그러나 배후에서 조종하고 지원해 주는 <돈>이라는 하나의 중요한 요서는 최대한 감추려 한다. 돈은 교환의 도구로서 모든 물품으로 바꿀 수 있었고, 심지어 명예까지도 얻을 수 있는 도구였다. 만약 돈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면 이야기나 위인은 천우신조나 능력은 사라져 버리고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하게 된다. 그래서 돈과 밀접했던 인물이나 이야기일수록 역사에서 돈과 거리를 두려고 유달리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 문장 하나로 금융이야기를 저술한 저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역사를 논할때 '특정 테마'를 주인공으로 하여 색다른 시각으로 푼 이야기들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시도한 테마의 대부분은 역사의 흐름에서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아 바뀔 수 밖에 없는 '결과론적인 해석'을 주로 하고 있는 반면, 금융이야기에서는 '돈'역사의 주체로 두고 썰을 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제1부 세계 금융의 역사와 제2부 중국 금융의 역사에서 이렇게 '돈'을 중심에 놓고 이를 누가, 왜 컨트럴 하느냐를 설명해 주는 데 그 시각이 재미있었다.

나의 본업인 IT컨설팅의 세월도 벌써 26해 정도 된거 같다. 시작은 IBM 컨설턴트 였지만 지금은 내가 주도한 계약을 해서 프로젝트의 한 영역을 맡고 있다. 일의 성격은 바뀐게 없지만 일종의 '신분'이 바뀐 셈이다. 나와 입사를 비슷하게 시작한 동료 중 일부는 현재 IBM에서 상무/전무가 되어 있기도 하고, 임원은 골치아프고 성미에 맞지 않는다며 적정 수준에서 진급을 stop 한 경우도 있고,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퇴직한 경우도 많다.

나도 한때는 '회사를 나오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 성향상 여전히 조직 내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고 지금 내 모습은 어느 정도 그려졌기 때문이다. 과거 나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절친 동료와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이 동료가 "대기업 임원은 명예직이야, 골치 아픈 명예보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서 적당한 돈을 버는게 더 낫지 않아?"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아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들었던 '명예'가 무엇일까를 곰씹어 봤던 거 같다.

이 무렵 조직에서 호령을 했던 분들이 은퇴를 시작했고 은퇴 후 모습은 말 그대로 자연인으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 발길도 뜨음 해 지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이나 명예의 유한성'에 대해 자연스래 접하게 된 셈이다.

<금융이야기>를 읽으며 엉뚱하게도 이렇게 잊었던 직장인의 권력, 명예, 돈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 본거 같다. 역사에 등장하는 대단한 영웅이나 위인은 아니지만 일반 소시민에게도 나름의 같은 세계가 있기 때문에.

저자는 고대로마를 거쳐 유럽의 근/현대 역사를 훑으며 인류의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다음이 진짜 금융이야기의 시작이지 않을까. 그 시작은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며 내가 살아갈 '나의 남은 날들'이 될 것이다. 계급이 사라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돈'이야말로 이 시대의 새로운 계급 사회를 구분하는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끔 농담삼아 '생계형이 되어 버려서 은퇴하고픈 시기가 점점 늦춰져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또 한번 내 남은 IT생활에서 내가 뭘 추구하는 가도 생각해 보기도 했고, 은퇴 후 나의 생활도 생각해 본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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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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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인데

책 전반 분위기는 인류의 역사의 흐름도시와 건축의 시각으로 재 해석한 이야기로 보인다.

인류 생활의 '의식주' 중 <주> 모습이 인류 생활 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에는 분명하다. 물론 인간의 의식변화가 변저 와서 <주>의 생활이 바뀐 건지, <주>의 변화로 인해 인간의 의식변화가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직업 상 짧게는 1년 길게는 3~5년 정도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보니 프로젝트 단위로 일터가 바뀐다. 아무래도 대규모 SI프로젝트가 통신, 금융 등 에서 10년에서 15년 주기로 생기는 경향이 있어 대부분 프로젝트는 서울이다. 긴 세월 동안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세 번 정도 서울 아닌 곳에서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장기적으로 다른 도심에 있어 본 경험도 나름 신선했다.

이 세 번 중 K프로젝트는 장소가 분당이라 말이 서울이 아닌거지, 서울과 바로 인접한 곳으로 거리상은 크게 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K프로젝트 참여 후 6~7개월 지났을 무렵, 어느날, '어?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투적으로 일을 할 프로젝트 단계로 많이 예민해져 있을 기간인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조바심이 느껴지지 않고 fact중심으로 나름 차분하게 (그리고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나의 변화'가 느껴져서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떠오른 것은, 언제부터인가 출근할 때 서울을 벗어나서 분당으로 들어서면서 넓어진 길, 노란 은행나무, 나즈막한 건물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 오면서 마음이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았고, 반면 퇴근할 때 서울로 진입하면서 빽빽한 고층 빌딩, 많은 차로 인해 가슴이 좀 답답하다 느꼈던 순간순간 기분이었다.

아마도 출퇴근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모습에 의해 나의 심리적 변화까지 서서히 연결되어 기본적인 마음의 안정감을 가지게 되어 그러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아.. 내가 사는 공간, 내가 걷는 공간이 알게모르게 내 심리적 안정감에 크게 영향을 끼쳤구나를 알았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 나즈막한 건물이 있는 도시를 좋아하는지, 자연이 가득한 공간을 좋아하는지도 설명이 가능해졌다.

책을 읽다 보니, 내가 꿈꾸는 도시에 대해 저자가 하나씩 언급해 주고 있음도 알았다. 건축물에 대해,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 대해, 도시에 대해 그 역사와 현재, 미래를 언급하며 '거기서 사는 사람'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개선점을 알려준다. 안타까운건, 실행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규제나 정책으로 인해 어렵다는 점.

나이가 들면서 나도 어쩔수 없이 과거를 그리워 하게 된다. 그중에서 해외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었다. 해외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문화, 역사가 가득한 관광지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서울의 깨끗한 거리와 높은 건물들을 보게 되는데.. 이 또한 한국의 모습이지만 '우리의 역사'를 일상에서 보기가 참 힘들구나 싶었다. 그 이유를 6.25 탓이라고도 생각해보고, 새마을 운동의 여파라고도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 너무도 흔하게 돌아다녔던 좁은 골목, 돌이나 시맨트 담, 좁은 길과 작은 집이 소중한지 모르고, 새로 건물을 올리고 길을 만드는 수많은 세월동안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있던 과거의 흔적들 역시 우리의 역사인데 알게 모르게 사라져간 것을 알았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과거의 향수에 빠지게 하는 것들이 당시의 옷, 음악, 각종 소품도 있지만.. 고무줄 뛰기, 말뚝밖기를 하고 놀았던 골목여름밤 수박을 먹고 더위를 식혔던 옥상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보톡스 도시>가 많이 와 닿았다. 시간이 흘러서 나이를 먹어도 얼굴에 주름이라는 것을 남겨둬야 자연스럽듯이, 눈앞의 개발이익으로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남기자는 저자의 말이 완전히 공감이 된다. 그리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서민이 살았던 곳'이 아닐까. 내가 어릴 적 뛰어 다니던 좁은 골목과 낮은 집들이 있던 바로 그 건축물들..

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경주를 방문하고, 경복궁을 가야만 그 역사를 접할 수 있게 하지말고,

내 발길이 닿는 곳에 10년전 과거의 모습, 또 얼마간 갔을 때 50년전 과거의 모습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도심의 모습이 더 친근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0212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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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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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름 책벌래 과에 속했는데 무작정 마구잡이로 읽다 보니 부작용이 있을 때가 가끔 있었다.

제목을 보지도 않고, 내용을 곱씹어 보지도 않고 마구 읽어 대다 보니, 어떤 책은 '어, 이 내용 왜 아는 거지?' 싶어 보면 이전에 읽은 책인 것이다.

데미안은 바로 그 학창시절 중 한참 명작에 빠져있건 기간에 읽은 책이었는데 지금 보니 어쩌면 이리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던지. 하지만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이 문구만은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 있다.

데미안은 십대에 읽을 때와 성인이 되고 읽었을 때 그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이전에 읽었을 때 기억이 그리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30년이 지난 후 다시 읽었는데, "아, 이래서 한번 더 읽어보라고 하는 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책의 전체 내용은 주인공 싱클레어의 어린시절 부터 성인이 되서까지 이야기다, 이 기간동안 소년의 성장통을 넘어서서 한 명의 독립된 인격체로 거듭나기위한 과정이 추상적이고 개념적으로 묘사가 된 탓에,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사실 '생각할 거리'보다 '해석할 거리'가 맞는 말이겠다.

싱클레어의 <두 세계>, <카인>,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베아트리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야곱의 싸움>, <에바부인>, <종말의 시작> 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고뇌를 따라 가다 보니 어린시절의 나와도 가끔 만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악인으로 언급되는 <카인>에 대해 데미안은 그를 뛰어난 사람으로 평가하는데, 이를 통해 싱클레어는 기존 규범에 대해 달리 볼수도 있는 '눈'을 뜰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나도 살며시 아주 오래된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초5학년 때 즈음 당시 '반공교육'은 여전히 일상에 녹아들어 있던 시절이었는데, 친구 중 한명이 '혹시,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 만큼 비참하지 않은데 우리나라 정부가 우리를 세뇌시키고 있는 거 아닐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이 말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단 한번도 의심한 적 없던 '사실'에 대해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놀라웠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 나이될 때까지 기억을 하겠는가)

그리고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을 보며 마지막 순간 회개한 도둑보다 그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간 도둑 쪽이 <강한 개성을 가진>도둑이고 뛰어난 카인의 후예일 수 있다는 데미안의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는 초6의 나와 만났다.

그때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탈무드> 중, 금욕된 삶을 살며 오랜기간 수련을 한 제자가 아니라, 방탕한 생활을 즐기다 마지막 깨달음을 얻고 회개한 제자를 후임자로 받아들인 '어떤 선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당'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는 노력과 성실이 미덕이라고 배웠는데, 왜 할거 다 하고 '마지막'에 깨달음 얻은 이가 선택받아야 하는지 어린 나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었다.

이 의문은 내 마음속에 물음표로 꽤 남아 있었던지, 중학생이 되어 모태신앙 친구와 종교 설전을 할때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나도 교회를 열심히 다녔었다) 그때 나의 질문은 '회개만하면, 그리고 믿기만 하면 천당에 가는 건 부당하다. 살면서 배푼 선행의 무게로 천당에 가야 하지 않냐, 특히 믿음만으로 천당을 간다면, 우리나라 처럼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 우리 조상은 어찌되나, 하나님의 존재자체를 모르고 선하게 산 사람은 도대체 천당과 지옥 어디를 가게 되냐' 였다.

처음엔 종교 관련 작은 주제로 시작한 이야기가 막편에 나의 저런 공격적 발언으로 인해 제대로 된 토론은 하지 못하고 친구의 입을 막는 걸로 끝이 났는데, 돌이켜 보면 이건 더 이상 연결시킬 수 없는 끝말잊기의 마지막 단어를 댄 격으로 모태신앙의 친구를 논리로 꺾었다는 건방진 승리감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아마 비겁하게 이겼다는 부끄러움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저리 오래된 이야기를 아직 기억하는 거겠다.

이렇게 데미안을 읽으면서 몇가지 간간히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다. 이떻게 떠오르는 과거의 나는, 새가 알에서 나오듯 나만의 작은 세계를 깨기도 했었고, 겹겹히 쌓인 알 속에 남는 걸 선택했던 하기도 했다.

앞으로 10년이나 20년 후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가 새로 깨뜨린 세계'는 어떤 것이며 '내가 그 속에 남기를 원했던 세계'는 어떤 것일까 궁금 하다.

이렇듯 데이만은 책속의 싱클레어와 데미안에 집중하기 보다 '나'를 반추해 보는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책 전반에 걸쳐 싱클레어가 그리러하고 영향을 받았던, 어쩌면 싱클레어 고뇌의 근원이면서 해결사였던 데미안, 에바부인은

어쩌면 싱클레어가 원하는 싱클레어의 또 다른 모습, 싱클레어가 닿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이 않을까 한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02091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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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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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왜 이리 책이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열심히 책만 파고 있는 건 아니다.

눈이 아플때, 그리고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아주 잠깐씩 책 펼쳐서 몇 페이지 읽는 수준이다.

이 열두 발자국은 정재승 교수가 쓴 책으로 <강연>스크립트 모음집이라고 해야 겠다. 언제부터인가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눈높이로 한 많은 강연이 생겼었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인데 그 덕분에 막연히 어려운 줄 알았던 특정 분야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느낌도 들고, 관심 없었던 분야에 대한 흥미도 생기게 했던 것 같다.

과거에는 이런 기회가 별로 없어서 따로 북클럽이나 특정 모임을 찾아갔어야 했다. 물론 남들보다는 두둑한 배짱이 있어야 했고.

나도 몇가지 추억 아닌 추억이 있는데, 아주 오래 전 프로젝트를 하던 건물 옆 건물에서, 교보문고로 기억하는데 매월 책을 선정해서 저자와 함께 토론하는 그런 모임을 진행했다. 고맙게도 참가자는 그 누구라도 상관이 없어서 나도 신청을 하고 꼬박꼬박 참석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했었는데 월 1회 정도라 부담없었고 샌드위치를 포함한 다과도 제공해줬고, 책도 나눠줬다. 참석하면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헤어졌는데 생각보다 활발한 토론을 하기에는 서로 쑥쓰러움도 있었던 거 같다. 아마도 사회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무료 행사였을 텐데 돌이켜 보면 나름 좋은 기억이었다.

그후 각종 강연이나 토론장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런 기회 갖기가 여의치 않다가 TV에서 경쟁적으로 강연 프로그램이 생겨 TV는 잘 보지 않으면서도 요런 프로그램은 한동안 챙겨보곤 했던 거 같다. 새로운 이야기를 해 주면 호기심이 생겨 좋았고, 아는 이야기를 하면 반가워서 좋았다.

이 책은 강연을 귀가 아닌 눈으로 듣게 구성이 되어있다. 과학자는 왠지 딱딱하고 고지식하다는 선입견을 깨준 동글동하고 푸근한 인상을 가지면서 귀여운 말투로 재치까지 겸비한 정재승 교수가 했던 강의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열두발자국은 12개 강의로 구성 되어 있다. 전체 이야기가 다 재미있고 때로는 폭소도 나왔다. 알쓸신잡으로 이미 정재승 교수의 재치 넘치는 입담은 알고 있어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반면 솔직히 말해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해 봐라 하면 못하겠다. 매 에피소드 마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과 활용하면 좋겠다 싶은 문구가 가득하지만, 전반적인 책 내용 자체가 기승전결이 있거나 뚜렷한 메시지가 있는 "스토리"가 아니라 강연의 모음집이다 보니, 책의 내용을 한꺼번에 엮어 생각하기 보다 12개 하나하나 강연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이 책의 활용법'이지 않을까 한다.


* 프롤로그, 메인의 12가지 이야기, 그리고 부록까지 하나하나 모두 알찬 이야기가 가득해서 가끔 다시 읽어봐야 할 듯..

< 프롤로그 - 인간이라는 숲으로 난 열두 발자국 >

1부 더 나은 삶을 향한 탐험 -뇌과학에서 삶의 성찰을 얻다

첫 번째 발자국-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두 번째 발자국-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세 번째 발자국-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네 번째 발자국-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다섯 번째 발자국-우리 뇌도 ‘새로고침’ 할 수 있을까

여섯 번째 발자국-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2부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뇌과학에서 미래의 기회를 발견하다

일곱 번째 발자국-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여덟 번째 발자국-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

아홉 번째 발자국-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열 번째 발자국-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열한 번째 발자국-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는가

열두 번째 발자국-뇌라는 우주를 탐험하며, 칼 세이건을 추억하다

부록

인터뷰 특강1 - 뇌과학자, ‘리더십’을 말하다

인터뷰 특강2 - 뇌과학자, ‘창의성’을 말하다


* 작년 초 였나, 블럭체인과 비트코인을 주제로 JTBC에서 정재승교수님과 유시민작가님 등 모시고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너무 재미있어서 두번을 봤다. 정말 단순무식하게 말해서 이과의 최고봉 문과의 최고봉현재 핫 기술에 대해 토론을 하다니 이건 누가봐도 이과 승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봤던 토론이었다.

지식이나 논리력, 언변도 필요한 주제였지만, 아무래도 순발력까지 요구되다 보니 평소 정교수님의 언변이 아쉬운 순간이 보였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느낀 건 '사고의 흐름'특정 지식에 특화된 것이 아니구나였다. 인문학적/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IT 가 어떤 모습인지 처음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는 유작가님의 '말'을 통해 얻은 경험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누구 말이 맞다 틀렸다 이전에, 통찰력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비록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라고 해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신기한 간접경험을 한 셈이라 '재미'를 느꼈던 거다.

* 열두 발주국에는 정교수님이 블럭체인 토론 당시 미처 전달 못한 교수님의 의중들이 언급되어 있어 좋았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00825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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